국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중 3종에 일본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포함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한국사 교과서에 한국과 일본 사이의 역사 화해를 위해 노력하는 일본 시민단체 활동이 소개됐다.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구체적으로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5일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분석한 결과,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국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3종에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 ‘제2차 후지코시 강제연행·강제노동 소송을 지원하는 호쿠리쿠연락회’ 등 일본 시민단체들의 활동이 포함됐다.
<해냄 에듀>가 낸 국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에 ‘한국과 일본을 가깝게 하는 사람과 노력’이라는 란에 일본 시민단체 활동이 실려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제공
<해냄에듀> 한국사 교과서엔 ‘한국과 일본을 가깝게 하는 사람과 노력’이라는 제목(312쪽)으로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하 나고야 소송 지원회)을 소개하고 있다. 이 단체는 태평양전쟁 때 강제동원된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이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돕고 있는 일본의 시민단체다. 교과서엔 이 단체가 한국에 사는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비와 항공료, 체류비를 지원하는 등 명예회복과 피해 구제를 위해 노력한 활동이 실려 있다. 또 2017년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 등이 광주시 명예시민증을 받은 사실도 사진과 함께 전했다.
<동아출판> 한국사 교과서에도 ‘역사 화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이라는 제목(302쪽)으로 독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 사례와 함께 일본 나고야 소송 지원회가 소개됐다. 교과서엔 1998년 결성된 이 단체가 매주 금요일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금요행동’을 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또 <천재교육> 한국사 교과서 ‘갈등 해소와 평화 안착을 위한 노력들’이라는 란(312쪽)을 통해 2012년 한국의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일본의 ‘호쿠리쿠연락회’ 회원 등이 일본 도쿄에 있는 전범 기업 앞에서 함께 열었던 집회를 소개하고 있다.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 공동대표.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시민단체의 역사 화해 활동이 국내 고교 한국사 교과서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다. 일본 정부가 자국 중심의 역사관에 따라 역사적 사실마저 있는 그대로 기술하지 않은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킨 것과 대조적이다. 이국언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상임대표는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엔 한일 대립적 관점보다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과 역사 화해에 초점을 맞춘 내용이 포함됐다는 데 각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이데 유타카 나고야 소송 지원회 사무국장도 “이번 소식이 우리 단체 활동에는 큰 격려가 될 것 같다. 한일 시민단체와의 연대가 더욱 진전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뜻을 이 상임대표를 통해 전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30일 일본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서술을 축소한 고교 교과서 검정을 승인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하고 즉각 시정을 촉구한 바 있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바로가기 : “한국 방문 100번째 무등산에 묻히기로 결심했어요”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06792.html▶ 바로가기 :
[기고] 대일 역사대응, 이대로 좋은가 / 김현정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92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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