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하는 평화 - 전쟁, 국가, 권력에 저항하는 평화주의자들의 대담 |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1
엄기호,김종대,강인철,정희진,서경식,조영선,하승우,최현정 (지은이),전쟁없는세상 (엮은이)오월의봄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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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군대와 군사주의를 거부하는 평화운동가들과, 냉철한 시선으로 권력을 해체하는 각계 지성들의 대담을 엮은 책이다. 대담에 참여한 엄기호, 김종대, 강인철, 정희진, 서경식, 조영선, 하승우, 최현정은 각각 ‘청년’ ‘징병제’ ‘종교’ ‘젠더’ ‘국민국가’ ‘교육’ ‘비폭력운동’ ‘트라우마’라는 주제 안에서, 대한민국 곳곳에 뿌리박힌 폭력과 우리의 저항에 대해 이야기한다.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이 대담을 기획하고 책을 엮었다. 10년 이상 독자적으로 활동해온 전쟁없는세상이 특히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 바로 ‘병역거부운동’이다. 이들은 모든 전쟁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군대가 그 전쟁을 가능케 하는 폭력의 중추라고 여긴다. 그래서 군입대를 실제 자신의 삶에서 거부함으로써 스스로 평화의 씨앗이 되고자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살아 움직이는’ 평화의 눈으로 바라본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책속에서
이렇게 우리 일상이 전쟁이고, 사회 자체가 군사주의로 작동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적을 찾아 섬멸해야 하고, 나는 거기에 동원되어 합리적 토론이 아니라 누군가의 편을 들어야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단 말이죠. 어떻게 보면 군대에서는 전쟁을 준비하기는 하지만 실제로 전쟁을 하지는 않잖아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표현을 비유적으로 쓰는데, 지금 사회는 실제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그러니까 늘 전쟁을 치르며 사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군대가 편했다는 말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죠.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주의로 우리 삶이 어떻게 재편되었는가 하는 것을 보는 거예요. 군대를 통해서 군사주의 문화가 확장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입니다.
[청년] 서바이벌이 된 일상, 군대가 차라리 편하다? -엄기호
이렇게 보면 징병제라는 제도는 타당성과 실효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지양해야 하는 신성한 존재로서의 국가, 그리고 그 국가의 중요한 구성 요인으로서 굳어진 우리의 관념이자 체계로 봐야 합니다. 그러니 함부로 못 건드립니다. 왜냐하면 국가와 국방의 의무는 신성하니까요. 징병제가 여러 가지 지점에서 자리매김이 되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흔들리면 전체가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죠. 언젠가는 합리적으로 국가 안보를 해야 하고 현대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또한 저출산 문제 때문에 더 이상 지금처럼 군대가 존립할 수 없기 때문에 바뀌어야 하는데 군대가 저항을 하고 있죠. 군은 과거의 군사전략, 제도를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애들을 죽이지 말고 살려놓고 싸우면 더 잘 싸울 수 있다는 말을 3성 장군이나 4성 장군이 합참의장이나 참모총장에게 말하지 못합니다. 그런 면에서 징병제를 하나의 군사 제도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이자 국가의 통치 기제로 봐야 합니다.
[징병제] ‘덜’ 가혹한 군대는 가능할까? -김종대
그야말로 국가와 지배층 스스로가 헌법 질서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를 일삼았던 셈인 거죠. 종교의 자유는 헌법상 권리인데 하위 법령인 군형법으로 압박해서 결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실질적으로 침해를 당한 것입니다. 교리에 충실하면 처벌받아야 하고 교리를 어기면 처벌받지 않는 상황, 결국 국가가 현대판 배교背敎를 강요한 셈이었죠.
[종교] 정의로운 전쟁 VS 정의로운 평화 -강인철
병역거부를 하는 상황, 초반기 오태양 씨처럼 평화주의자니까 병역을 거부한다는 것과 촛불집회 상황, 동성애 관련한 병역거부는 각각 다른 정치학이라고 생각해요. 그 차이가 소중하고 또 중요합니다. 초창기에는 평화든 종교적 이유든 일반적 이유가 있었죠. 하지만 샤샤나 길준 씨는 다른 상황, 개인적 상황이지만 대단히 의미 있는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지요. 여러분들이 그것을 일반화하지 않도록 각각의 언설을 만들어야 할 것 같아요. 군대를 가는 이유도 일반화할 수 없잖아요. 다 다르잖아요. 실연당해서, 대학이 싫어서, 집안 사정으로 등등. 군대를 거부하는 것도 일반화할 수 없는 굉장히 다양한 상황과 이유가 있어요. 즉 정치학이 복잡하죠. 그중 하나가 탈주라는 것이고요.
[젠더] ‘거부’와 ‘기피’를 넘어 ‘탈주’하라 -정희진
두 번째 질문인데 병역거부자는 과연 국민일까요, 비국민일까요. 이런 이분법으로 생각하면 법적으로는 국민이죠, 당연히. 그런데 이데올로기적으로는, 어떤 사람들이 볼 때는, 비국민인 거예요. 그런데 그런 차원에서 비국민이면 왜 안 되냐, ‘우리도 국민이다’ 할 수도 있고, 병역을 국민의 권리로 기피할 수 있게 돼야 해요. 그것이 국민의 권리로 인정되면 비국민이라 하기가 어렵게 돼요. 개인의 존엄이라는 거, 헌법상 가장 중요한 가치로 인정하는 사례예요. 독일이라는 국가가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독일 기본법의 제1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개인의 존엄이에요. 물론 개인의 존엄을 내세운 것은 나치 시절을 겪고 나서죠. 그때만 해도 국가나 민족이라는 게 가장 중요한 가치였고 개인은 그 아래에 있었습니다. 국가를 지키고 민족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개인이 희생하는 것이 가장 숭고한 가치라는 사고방식 때문에 2차 세계대전이 벌어졌고 유대인 대학살이 있었다, 그걸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인의 존엄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그렇게 규정한 거죠.
[국민국가] 군대를 안 가면 국민이 아닐까? -서경식
학생들을 솎아내겠다고 하면서 정서행동 반응 검사를 해요. ‘나는 이유 없이 화나고 짜증이 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같은 문항으로 조사해서 지수가 높게 나온 애들은 가해 학생이거나 피해 학생일 확률이 높으니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도록 학부모에게 알려주는 거죠. 증상은 폭력적인 학교 문화, 입시 교육이라는 환경의 결과인데, 폭력의 결과를 오히려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셈이죠. 제도나 구조, 상황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결과가 학생들의 행동인데, 마치 이것이 학교 폭력의 원인인 것처럼, 학생 자체가 원인인 것처럼 말이에요. 그러면서 학교의 폭력성은 싹 꼬리를 감추는 것이죠.
[교육] 폭력을 다스리는 더 큰 폭력의 울타리 -조영선
싸우면서 우리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지배자들이 두려워하지 않을까요. 정치적으로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사람들이 자기 완결적인 삶의 구조를 갖춘다면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말을 안 듣는 세력이 될 수 있죠. 정치적으로 아무리 급진적이고 과격하다고 해도 밖에서 모든 것을 공급받아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은 그 공급 라인만 끊으면 쉽게 굴복시킬 수 있잖아요. 자급하는 공동체는 결국 그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것 외에 다른 수단이 없기에 지배자에게는 매우 큰 부담일 수밖에 없죠. 그런데도 우리 사회에서는 비폭력을 매우 정치적인 행위라고 생각하지, 자기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행동, 물레를 돌리는 것처럼 삶을 재구성하는 행위로는 잘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비폭력운동] 삶을 재구성하고 세상을 바꾸는 직접행동 -하승우
윤정화 씨가 스스로 ‘어두운 마음’이란 표현을 썼는데 사람이 자신에게 어두운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저는 트라우마라고 생각해요. 우리는 일상에서 아주 고상한 존재, 바람직하고 올바른 존재이고자 하고, 자기에게 어떤 동물적인 측면이나 어두운 부분이 있는지 잘 보려 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군대는 그것을 보게 하죠. 사람들은 누구나 어두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그것을 조절하면서 ‘나는 선한 사람이야’라고 하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인데, 어떤 시스템 안에 몰아넣고 사람에게 있는 어두운 측면을 시스템 유지에 쓴다는 것, 그것은 본인의 정체성을 변화시키는 것이죠. 신병이 노래를 잘 외우도록 하게 하기 위해 칼까지 던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평소에는 스스로 몰랐을 수도 있는데 어떤 상황, 시스템 안에서는 내가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이렇게 깨닫는 것 자체도 큰 충격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자기의 어두운 측면을 보면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그 어두운 면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만들기도 하죠. 시스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 그 편이 오히려 손쉬운 일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트라우마] 평생 몸에 남아 있는 ‘군대’라는 상처 -최현정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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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8년 동안 진보 성향의 군사전문지 『디펜스21+』 편집장을 맡아 운영하기도 했다. 김대중 대통령 인수위원회 안보분과 행정관과 노무현 대통령 인수위원회 국방전문 위원을 거쳐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청와대 비서실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국무총리실 비상기획위원회 혁신기획관, 국방부 장관 정책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 국방부 병역문화혁신위원회 위원과 평화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군사안보 전문가로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건사고가 일어나면 섭외 1순위다. 2015년 8월 정...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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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현재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이다.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종교에 대한 역사사회학’과 ‘사회.정치.문화에 대한 종교사회학’을 지향하면서, 한국의 종교정치, 종교사회운동, 종교권력, 개신교 보수주의, 북한 종교, 종교와 전쟁, 양심적 병역거부, 군종제도 등을 주로 탐구해왔다. 최근 몇 년 동안에는 한국 시민종교 연구에 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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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평을 다르게 쓰고 싶었던 나의 읽기와 쓰기다.
융합 글쓰기·인문학 강사, 서평가. 여성주의 관점에서 공부와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서강대학교에서 종교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여성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나쁜 사람에게 지지 않으려고 쓴다》, 《나를 알기 위해서 쓴다》, 《페미니즘의 도전》, 《정희진처럼 읽기》, 《아주 친밀한 폭력》, 《혼자서 본 영화》, 《낯선 시선》 등을 썼으며, 《양성평등에 반대한다》, 《미투의 정치학》 등의 편저자이다.
e-mail _tobrazil@naver....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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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일본 교토에서 재일조선인 2세로 태어나 1974년 와세다대학 문학부 프랑스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도쿄케이자이대학 현대법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06년부터 2년간 성공회대학에서 연구교수로 머물며 한국의 다양한 지식인, 예술가들과 교류했다. 1995년 『소년의 눈물』로 일본 에세이스트클럽상을 받았고 2000년 『프리모 레비로의 여행』으로 마르코폴로상을 받았다. 2012년에는 민주주의 실현과 소수자 인권 신장에 기여한 공로로 제6회 후광김대중학술상을 받았다. 저자는 1970년대 ‘재일조선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알려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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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살고 있다. 교사로 ‘행복한 밥벌이’를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가 학생인권을 만났다. 학생인권을 통해 ‘내 안의 꼰대스러움’으로부터 해방되면서 ‘학교에서 살아가는 힘’이 커지고 있다. 학교에서 좌충우돌하는 것을 귀찮아하지 않는 괜찮은 교사, 아니 ‘괜춘한 인간’이 되고 싶다. 《학생인권의 눈으로 본 학교의 풍경》을 썼고, 공저로는 《인권, 교문을 넘다》, 《불온한 교사 양성 과정》, 《가장 인권적인, 가장 교육적인》, 《그리고 학교는 무사했다》, 《저항하는 평화》, 《세상을 바꾸는 힘》, 《광장에는 있고 학...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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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현대사를 되짚어 보면 그때 우리가 다른 길을 선택했다면 지금 사회가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경제 성장을 위해 많은 것을 양보했지만 성장의 혜택은 골고루 나눠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미세먼지, 코로나19, 기후 위기와 같은 심각한 위협은 다른 길을 찾으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함께 그 길을 찾을 때입니다.
1인 연구소인 이후연구소에서 일하며 어떻게 사는 게 나와 우리에게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선거 쫌 아는 10대》, 《시민불복종 쫌 아는 10대》, 《최저임금 쫌 아는 10대》...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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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임상 · 상담 심리학을 공부하고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에서 임상심리 수련을 마쳤다. 국가폭력, 성폭력, 조직적 성착취 체계에서 벗어나 삶을 치유하려는 사람들과 함께 일했으며, 이와 관련된 글을 쓰기나 연구를 했다. 현재 트라우마 치유센터 <사람 마음>의 상근 활동가로 일하며 상담실 안에서는 심리 치료를, 상담실 밖에서는 공동체 속에서 치유력을 발견해 나가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조용한 마음의 혁명: 심리학에서 본 한국사회 마음의 건강』, 옮긴 책으로 『고문폭력 생존자 심리치료』, 『성격장애 로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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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주의자.반군사주의자들의 네트워크. 2003년에 병역거부자들의 모임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군사 주의와 전쟁에 저항하는 다양한 활동(병역거부 캠페인, 비폭력 프로그램, 무기거래 반대 캠페인,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 캠페인 등)을 하고 있다. 모든 전쟁은 인간성을 파 괴하는 범죄일 뿐이며,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 더 많은 문제들을 발생시킨다고 생각한다. 전쟁이 일상적인 차별과 착취의 결과물이듯, 평화 역시 일 상적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전쟁없는세상은 전쟁을, 그리고 전쟁을 일으키는 다양한 원인을 우리 일상과 사회구조에서 제...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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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폭력
폭력이란 주제에 관심이 많다.
언제부턴가 관심이 커졌는데, 관심을 가질수록 더 예민해진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폭력에 대해서도 관심에 따라 민감한 정도가 달라지는 것 같다.
나도 예전엔 '폭력'이란 말에서 물리적인 것만을 떠올렸다.
책을 읽는 내내 폭력에 대해 다시금 고민했다.
폭력이란 권력의 문제이자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단순히 전쟁이나 물리적인 폭력만이 아니라 폭언, 강요, 무언의 압박 따위도 폭력이 될 수 있다.
의도하지 않았어도 내 생활이 누군가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면 그것 또한 폭력이 아닐까.
이를테면 (요즘 전기요금이 핫이슈이니만큼) 내가 사용하는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져서 이동되고 사용할 수 있게 되는지 떠올려 보면, 전자제품 사용하는 게 (비싼 전기요금도 문제일 수 있겠지만) 핵발전소와 송전탑이 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삶을 파괴한다는 점에서 폭력적인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도 참 고기 좋아하지만, 그 동물들이 어떻게 길러지고 고통 받으며 죽임을 당하는지를 떠올리면, 굳이 고기를 안 먹어도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세상인데 참 폭력적이었구나 싶다.
사용하지도 않는데 잔뜩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생각하면 그 마저도 자원낭비이자 환경파괴이니 폭력적인 것이다 싶고.
지금 이 글을 쓰려고 조명과 컴퓨터를 켜서 전기를 쓰고 있으니 이것 또한 폭력이다.
아, 진심으로 분노하게 되는 사드배치 - 난 정말이지 북한보다 핵발전소가 백배 이상 커다란 위협이라 생각하는데, 거기다 사드까지 배치되면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망가질 게 뻔하지 않나. 누구를 위한 것인지, 그리고 그 과정이나 결과가 너무나도 폭력적이다!
그 밖에도 참 많다.
경사지고 울퉁불퉁한 인도를 볼 때마다 유모차 끌기도 이렇게 힘든데 휠체어 탄 사람들은 오죽할까 싶다.
조금만 신경쓰면 되는데도 삐딱하게 주차하는 사람들, 마트에서 계산해주는 직원한테 돈이나 카드 던지는 사람들, 하루에도 몇 통씩 걸려오는 스팸 전화 등등.
그리고 명절이나 제사에 시댁에 가서 음식하고 시중드는 나의 역할, 여자는 이래야 하고 남자는 저래야 한다는 종류의 말들, 학생은 어떠해야 한다는 관념들 등등.
너무나 익숙해진 나머지 폭력인 줄도 모른 채 살아갈 수도 있지만(오히려 그 편이 편할지도 모르지만), 폭력에 대해 생각할수록 사소하게 지나쳤던 일도 마음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진다.
특별히 주목해서 읽었던 건 '교육'에 관한 장과 '비폭력운동'에 관한 장이었다.
'교육'과 관련한 폭력에 대해서는 나도 느끼고 있었지만 말로 정확히 표현하기 힘들었던 불편함을 짚어주었기에 뭔가 조금은 뚜렷해진 느낌이다.
많은 교사들, 예비교사들이 이 글을 읽고 거듭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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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bomi 2016-08-15 공감(20) 댓글(0)
‘사랑하는 평화’와 ‘저항하는 군대’
따뜻한 삶읽기, 인문책 125
‘사랑하는 평화’와 ‘저항하는 군대’
― 저항하는 평화
전쟁없는세상 엮음
오월의봄 펴냄, 2015.1.12. 16000원
-
한자말 ‘저항’은 어떤 힘에도 굽히지 않으면서 거스르거나 버티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평화’는 평온하거나 화목한 모습이라든지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평온’은 조용하고 평안한 모습을 가리키고, ‘화목’은 서로 뜻이 맞고 정다운 모습을 가리키며, ‘갈등’은 서로 적으로 여기거나 부딪히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평안’은 걱정이 없는 모습을 가리키고, ‘정다움’은 따뜻한 마음이 흐르는 모습을 가리킵니다.
이제 “저항하는 평화”란 무엇인가를 헤아려 봅니다. 조용하면서 따뜻한 마음이 흐르고 걱정없이 서로 아끼는 삶을 망가뜨리거나 어지럽히려는 어떤 힘이나 무리가 있기에, 이에 맞서려고 하는 몸짓을 놓고 “저항하는 평화”라고 말하는구나 싶습니다. 평화를 깨거나 무너뜨리려고 하니 이에 맞서려고 하는구나 싶어요.
대학생들은 자신과 비슷한 나이 대에 고졸이나 중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안 해 본 것입니다. 만나 본 적도 없고요. 그런데 군대에 갔더니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는 거예요. (18쪽)
우리의 삶이 힘들고, 사회적 안전망은 다 망가졌고, 사회가 엉망진창이 되어 먹고살기 어려워도 결국 군대는 필요하고 좋은 무기는 사야 한다는 생각으로 연장되는 것 같아요. 별다른 고민 없이 군대는 당연히 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 군대를 유지시키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 되죠. (30쪽)
권력자한테는 노예반란이 ‘평화를 깨는’ 일이 되리라 봅니다. 기득권자한테는 기득권 울타리를 허무는 몸짓이 ‘평화를 깨는’ 일이 되겠지요. 독재자한테는 독재를 나무라거나 꾸짖는 손짓이 ‘평화를 깨는’ 일이 될 테고요.
양반 제도가 있던 지난날에는 양반 제도를 거스르는 평민이나 ‘상놈’ 몸짓이 바로 ‘평화를 깨는’ 일이라 할 만합니다. 임금님이 시킨 일을 안 하는 평민이나 상놈 몸짓이란 언제나 ‘평화를 깨는’ 일이었으리라 느낍니다.
그런데 노예가 되어 짓눌리는 사람은 ‘처음부터 평화를 못 누리’며 삽니다. 권리를 빼앗긴 사람은 기득권자가 가로챈 권리 때문에 ‘처음부터 평화를 모르’며 살아요. 독재권력이 서슬 퍼렇기에 사람들이 아무 대꾸조차 못 하면서 숨을 죽이는 모습은 ‘평화’가 아닙니다.
사람들 스스로 어느 자리에 서느냐에 따라서 ‘평화’와 ‘평화가 깨진 모습’을 바라보는 눈길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애들이 약하기 때문에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것은 폭력을 정당화하죠 … 현실적으로는 힘있는 사람은 보호받고 힘없는 사람은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해요. (34, 39쪽)
우리나라는 근대화되면서 군대를 국민 자격증을 부여하는 기관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국가가 군대를 통해 ‘시민’이 아니라 ‘식민’을 양성하는 것이죠. 국가적 규율에 복종하는 기재로서 군대가 작동합니다 … 군대는 합법적인 살인 조직입니다. 어느 나라 군대이건 그 본질은 똑같죠. 다만 한국 상황에서 다른 점은 그런 군대에 갈 수도 있고, 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선택권 자체가 없다는 점이죠. (63, 71쪽)
‘전쟁없는세상’이라는 모임에서 엮은 《저항하는 평화》(오월의봄,2015)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군대를 거느리는 권력자한테는 병역거부를 하는 사람들이 ‘저항하는 반역자’처럼 보이리라 느낍니다. 그리고, 군대를 지구별에서 몰아내어 서로 아끼는 사랑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들한테는 군대와 권력자야말로 ‘저항하는 반역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군대는 왜 있어야 할까요? 적군이 있으니 아군이라고 하는 군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 아군한테 적군이 될 그곳 사람들은 왜 군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할까요? 이쪽 아군한테는 적군이 될 그쪽 아군한테는 바로 이쪽 아군이야말로 적군입니다.
이쪽에 군대가 있으니 저쪽에서도 군대를 거느립니다. 저쪽에 군대가 있으니 이쪽에서는 군대를 더 키우려고 하며 전쟁무기도 더 갖추려고 합니다. 다시 말하자면, 서로가 서로한테 핑계입니다. 서로서로 너희가 군대와 전쟁무기를 없애지 않으니 우리도 군대와 전쟁무기를 안 없앤다고 핑계를 댑니다.
국가 안보라는 개념은 오랜 반공주의 속에서 오염되어서 모든 인권을 억압할 수 있는 만능 면허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국가 안보라기보다는 정권 안보, 권력 안보의 측면에서 늘 사용되어 왔죠. (87쪽)
국가주의와 종교의 긍정적 관계 형성에서 반공주의와 군종 제도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종교인들은 선악 이원론을 이용하여 ‘반공주의 종교화’에 앞장섰을 뿐 아니라, 자체적으로 구축한 방대한 ‘반공 인프라’를 통해 끊임없이 반공주의를 재생산해 왔습니다. (150쪽)
곰곰이 돌아보면, 권력자는 모두 한통속입니다. 권력자는 서로 군대를 거느리면서 ‘한 나라를 이루는 여느 사람들’을 휘어잡습니다. 군대는 평화를 지키는 구실을 하지 않습니다. 군대는 권력자를 지키는 울타리 노릇을 합니다. 군대는 평화가 아닌 권력을 지키면서 평화를 늘 억누르는 노릇을 합니다.
우리는 잘 알아야 합니다. 사회의식이나 학교교육이나 정치지도자가 길들이려는 지식이 아닌, 우리 삶으로 제대로 바라보면서 잘 알아야 합니다.
땅을 일구어 밥을 거두는 시골사람은 전쟁무기를 손에 안 쥡니다. 우리가 밥을 먹으려면 두 손에 호미와 삽과 낫과 쟁기가 있어야 합니다. 밭일이나 논일을 하는 사람이 허리에 권총을 찰까요? 아닙니다. 시골사람을 소작인이나 노예로 부리려고 하는 권력자가 허리에 권총을 찹니다. 시골에서 들일을 하는 사람은 웃통을 벗고 맨발에 맨몸에 맨손으로 오직 흙을 만질 뿐입니다.
참다이 삶을 지으면서 아름답게 밥을 나누려고 하는 사람은 언제나 맨손입니다. 잘 바라보고 알아야 합니다. 나락을 거두고 푸성귀를 돌보는 시골사람은 늘 맨손이요 아무런 무기가 없습니다. 나무를 때어 밥을 짓던 먼먼 옛날 옛적 시골사람부터 오늘날 시골사람까지 언제나 가장 사랑스러운 손으로 밥을 짓습니다. 손에 총을 거머쥐면서 밥을 짓는 사람은 없습니다.
병역거부라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틀 안에서 병역제도의 비합리성, 폭력성에 저항하는 것이겠지만, 그것을 넘어서 국민화하려는 폭력에 저항하는 것은 물론 이런 국민화 과정이 아닌 다른 사회, 다른 나라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244∼245쪽)
학교가 폭력적인 구조 안에 있으니까 학교 폭력도 비일비재했죠 … 증상은 폭력적인 학교 문화, 입시 교육이라는 환경의 결과인데, 폭력의 결과를 오히려 폭력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셈이죠 … 폭력적인 아이들의 모습은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싶다는 절규일 수도 있는데, 구조가 그것을 들어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폭력은 사랑이 없는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269, 271, 275쪽)
《저항하는 평화》라고 하는 이야기책은 평화가 무엇이고 전쟁이 무엇인가 하는 대목을 밑바닥을 샅샅이 훑고 헤아리면서 다룹니다. 폭력이 왜 태어나는가 하는 대목을 짚고,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 마음이 얼마나 메마른가 하는 대목을 건드리며, 폭력으로 삶을 무너뜨리려는 전쟁이 왜 군대를 키우면서 이 사회와 나라를 집어삼키려 하는가 하는 대목을 돌아봅니다.
젊은이는 군대에 가야 하지 않아요. 젊은이는 사랑스러운 보금자리에서 살림을 가꾸어야지요. 젊은 사내와 가시내는 모두 군대 문제 때문에 휘둘리거나 휩쓸리지 말아야 합니다. 젊은 사내와 가시내는 서로 아끼고 돌보면서 사랑스러운 마을을 일구는 슬기를 모아야 합니다.
삶을 노래할 때에 평화입니다. 삶을 노래하지 않으면 평화가 아닙니다. 사랑을 꿈꿀 때에 평화입니다. 사랑을 꿈꾸지 않으면 평화가 아닙니다.
살인 훈련은 평화가 아닌 전쟁입니다. 이제 갓 스무 살밖에 안 된 어린 사내한테 총칼을 쥐어 주면서 ‘어디에도 없는 적군’을 머릿속에 바보스레 만들어서 이웃을 잊고 동무를 밟고 올라서도록 길들이는 짓은 바로 권력자가 온누리 사람들을 억누리려고 하는 쳇바퀴 같은 제도입니다.
권력에 복종하니까 권력이 유지된다는 거예요. 따라서 민중들이 복종하길 거부한다면 권력은 서서히 무너질 수밖에 없죠 … 정치적으로만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저항하는 사람들이 자기 완결적인 삶의 구조를 갖춘다면 지배자의 입장에서는 가장 말을 안 듣는 세력이 될 수 있죠. (297∼298, 311쪽)
2008년 촛불은 계속 광화문으로만 집결하는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광화문만 명박산성으로 막으면 된다, 아주 쉽죠. (316쪽)
사랑은 평화로 가고, 평화는 사랑으로 갑니다. 전쟁은 군대로 가고, 군대는 전쟁으로 갑니다. 사랑스러운 평화가 이루어지는 마을에는 전쟁도 군대도 없습니다. 사랑스러운 평화하고 동떨어진 곳에는 전쟁과 군대가 나란히 있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왜 성노예가 생겨야 했을까요? 이웃나라를 군대를 앞세운 총칼로 짓밟은 이들은 마음속에 오직 전쟁 생각만 있기 때문입니다. 해방을 맞이한 한국에도 왜 성매매가 있을까요? 이 나라에 참다운 평화가 없는 채 군대가 골골샅샅 또아리를 틀기 때문입니다.
모든 폭력은 사랑이 없는 곳에서 싹트고, 사랑이 없는 곳에서 싹트는 폭력은 다른 폭력으로 자꾸 이어집니다. 모든 폭력을 잠재우는 사랑은 새로운 사랑으로 이어지면서 평화로운 삶과 마을과 보금자리로 거듭납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려면, 폭력이 아닌 사랑을 배우면서 찾을 노릇입니다. 사람이 사람다이 삶을 가꾸려면, 전쟁은 그치고 군대를 없애면서 두레와 품앗이로 숲과 들을 일굴 수 있어야 합니다.
전쟁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모든 악의 총합이라고 할 수 있죠. 가난이나 기근, 굶주림, 인격 모독, 폭력, 거짓, 파괴, 아동학대, 강간과 매춘 등등. 거의 모든 나쁜 것이 전쟁 속에 들어 있습니다 … 인간을 인격으로 존중하지 못하는 공간에서 나도 모르게 내 말이나 행동에서 그런 악함이 나타나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354쪽)
군대가 그대로 있는 사회에서는 핵발전소도 그대로 있기 마련입니다. 군대를 차츰 줄여서 마침내 없애려고 하는 사회에서는 핵발전소도 물리치면서 없애려 하기 마련입니다.
평등하고 평화와 동떨어진 나라에서는 폭력과 차별이 춤춥니다. 평등하고 평화를 사랑하는 나라에서는 참말 언제나 평등하고 평화가 따사로이 흐릅니다.
아이들을 생각하고, 이 아이들이 자라서 낳을 아이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전쟁무기와 군대와 폭력을 물려줄 생각인지, 아니면 아이들한테 꿈과 사랑과 평화와 평등을 물려줄 생각인지, 오늘 이곳에서 어른들 스스로 똑똑히 헤아려야 합니다. 아이들한테 전쟁무기와 군대를 물려준대서 평화로울까요? 아이들한테 참다운 사랑을 슬기롭게 물려주어야 비로소 평화롭지 않을까요? 4348.8.17.달.ㅅㄴㄹ
(최종규/숲노래 . 2015 - 시골에서 인문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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