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판위로 올라가요. 선생을 믿지 마세요.>
-세월호 8주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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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근무하던 미술관의 제 자리가 광화문 광장과 아주 가까운 서린동 SK본사빌딩 4층 모서리에 있었어요. 매일같이 세월호 관련 집회가 들려 힘들었었어요. 아무리 무시하려고 해도 세월호 추모집회 소리를 들으며 지내야 했고 가슴 속으로 저도 우리 젊은이들 생각하고 추모하고 눈물도 많이 흘렸었어요. 이제 7주기이고 추모는 끝났고 젊은 분들에게는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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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등학생 때 문제아였어요. 공부도 안하고 사진찍는 취미가 있어 없어져 가는 동네도 기록하고 한 번은 방학 때 지금은 사라진 마지막 비둘기호를 찍겠다고 목포 순천을 오가며 사흘 동안 여인숙에서 머무르는 여행을 한 적도 있어요. 그리고 목포였나 거기서 배에 승선하고, 삼등선실에 아저씨들이 너무 시끄러워서 갑판 위로 나와 CD플레이어로 시나이드 오 코너의 “Black Boys on Mopeds" 들으며 몰래 산 막거리를 꺼내 마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한 아저씨가 담배 피러 나오셨다가 자기도 한 잔 달라면서 얘기를 나누게 되었었어요. 당신은 추워도 갑판에 많이 나와 있다고 하며 예전에 이 바다에서 한겨울에 해상 사고가 있었었다고. 그때 아저씨가 말해 준 게 그거였어요. 배에서 뭔가 조금이라도 기울어짐을 느끼던가 무슨 일이 있는 것 같다.하면 객실에 머무르라고 아무리 누가 말해도 누구의 말도 믿지 말고 무조건 선실에서 갑판으로 나와 있어야 한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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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사고의 본질은 한국 사회 총체적인 부패와 무능, 직업윤리의 부재 등이에요. 이런 얘기는 뻔해서 자세히 안 할께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이거에요. 선생들의 말을 듣지 마세요.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하고 선생들이 선장의 실내 방송을 준수하도록 현장 지도를 해도 위급한 상황에서는 뻑큐를 날리고 무조건 갑판 위로 올라 가세요.
정말 위급한 상황이라고 느끼는데 선장 방송대로 선실에 머물러 있으라고 선생들이 막으면 밀어 젖히거나 안되면 폭력이라도 행사하세요. 계속 가만히 있으라고만 하면 “저거다 거짓말이야! 나가야 돼!”라고 하며 선생 말듣고 바다로 수장될 준비하는 동료와 친구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공유하세요. 끝까지 선생님 말 들어야 한다고 하는 모범생 있으면 귀싸대기를 때려서라도 갑판 위로 끌고 나오세요. 일단 무조건 살리고 봐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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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위급한 순간에, 당신 개인의 목숨은 당신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거에요. 전 한국 사회가 세월호 사건후 7년이 지나도록, 그렇게 많은 학생들을 어른들의 잘못된 죄와 지도로 죽여 놓고도, 근본원인보다 자기들 위로하는 도덕적이고 위선적인 제사 지내는 데에나 관심을 가지고 있어 편지를 쓰게 되었어요.
어른들의 부패로 사고가 났고 구조도 안했고 어른들의 유교로 선생의 잘못은 모두 덮어놓고, 세월호 순직 기간제 교사 차별 따위의 자기들 이슈만을 따져 묻고 있어요. 저는 그들이 과연 젊은 여러분의 생명과 존엄함을 위해서는 무엇을 반성하고 배우고 있는 건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사실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 같아요. 어른들을 믿지 마세요. 선생들을 믿지 마세요. 그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현실에서 삶과 생존을 위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사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삶과 생존에 대한 상식 없이 공부만 하며 살아온 대다수 선생들의 말은 오히려 무가치하거나 대단히 위험한 방향으로 여러분들을 이끌 수 있어요. 왜 이런 순간에 절대 그들의 말을 듣고 믿으면 안되냐의 이유에요. 세월호 안에 탑승했던 선생이 기간제 교사였냐 아니냐하는 것은 자기들만의 문제에요. 더욱 본질적으로 중요한건, 학생들을 죽음으로 이끌었던 잘못된 지도를 했던 선생들의 행위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었고,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명백했던 것인데도 한국 사회의 성리학적 관념이 선생에게로 향하는 혐의와 추궁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보기엔 세월호 참사가 다시 올 수 밖에 없어요. 여러분의 목숨을 위험하게 안내하고 가로막는 선생들의 행위도 그대로 재연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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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들어 선생을 보세요. ‘먼저 산 사람’이라는 뜻의 선생先生 이라는 유교적 칭송 따위는 다 집어치우세요. 그것이 여러분들의 또래 친구를 수장시키고 살해한 유교라는 관습의 재앙입니다.
당신과 나의 사회계약론으로만 바라보세요. 그는 한 명의 직업인일 뿐입니다. 위급한 상황인데도, 그가 헛소리를 지껄이고 거짓말을 하거나 내 생명을 지키려 하는 내 본능적 의도를 거스르거나 막고 방해 한다면 단호히 뿌리치고 벗어나세요. 젊은 당신의 생명은 가장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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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도 부모도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고독한 바다의 갑판 위로 나오세요. 비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몰아쳐도 두려워 마세요. 그게 세상이고 그게 자연이고 그것에 맞서 싸워온 것이 문명이고 인간의 역사인 것이에요.
아무도 믿지 마세요. 그것이 당신 개인이고 그것이 당신 자유입니다.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훌륭하게 살아남아 아름답게 살아가야 할 가장 귀하고 존엄한 존재입니다.
당신 자신을 아끼고 사랑해주세요. 그 누구도 믿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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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ead O'Connor, <Black Boys On Mope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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