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9

손민석 한국의 민주당 계열을 "친중親中"이라 비난하는 게

 

한국의 민주당 계열을 "친중親中"이라 비난하는 게 우익의 특기인데 나는 이 지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친중이라는 비난은 빨갱이라는 비난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상황에서 여전히 빨갱이라 하고 싶어 중국인, 조선족 혐오에 기반해 만든 최악의 인종주의적 비난이다. 여기에 동조하는 건 지적 파탄이다. 내 지인들 중에서도 민주당이 친중적이지 않은가 하는 의문을 갖고 있는 이들이 몇몇 있는데 내가 계속해서 단호하게 아니라고 지적하는 건 나름의 문헌적 근거가 있다.
노무현, 문성근, 문재인 등의 역사관을 그들이 생산한 문헌에 기반해서 재구성해보자면 분명히 이들이 친미적이지 않은 건 확실하다. 미국적 질서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건 분명하지만, 그것만 갖고 이들을 친중이라 하는 건 비약이다.

내가 이해하는 한도 내에서 말하자면 노무현, 문재인, 문성근 등의 민주당 계열 인사들의 현실인식은, 적어도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를 목도하며 미국 중심의 질서가 파탄에 이르렀고 미국 패권이 현저하게 약화되었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더 거슬러 가자면 2001년 9.11 테러 이후의 테러와의 전쟁 속에서 미국 패권의 약화 과정을 기점으로 잡아야 하겠지만. 중국의 굴기와 미국의 패권 약화는 한국이 더 이상 미국 중심의 질서에만 의탁할 수 없는 조건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역사인식이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이다. 21세기 초반의 현실을 17세기 무렵의 명청교체기, 19세기 후반의 청일전쟁기와 비교하면서 미중세력교체가 이뤄지는 시기로 파악하는 역사적 감각이다.
그러면 중국을 미래로 생각한다는 점에서 친중파가 아닌가?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이들의 외교적 목표는 한국이 미중간의 갈등 속에서 나름의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힘의 균형을 이용해 한국은 북조선을 포섭해 민족통일 등의 민족적 과제를 이룰 수 있다고 인식했던 것인데,

나는 이런 인식의 전제가 미국이 통일에 우호적이지 않다 또는 미국은 한국의 민족적 이해관계에 무관심하다 등이라 본다.

이 지점에 동의할 수가 없어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것이다.

문재인의 외교도 여전히 이런 인식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미국과 척을 지고는 북조선과의 관계개선이 이뤄질 수 없다는 점을 인지했다는 점에서는 노무현 시기보다 발전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독자적인 영역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점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특히 일본을 배제하려고 한 건 최악의 실수였다.
민주당을 친중, 빨갱이, 중국공산당의 개 등으로 묘사하고 싶어하는 우파의 욕망은 알겠으나
서로 친중파니 친일친미파니 뭐니 하면서 싸우는 꼴이 참.. 애도 아니고 그게 뭐하는 짓들인지 모르겠다.

국내의 일본인, 중국인 등의 외국인들 보기 민망하다. 한국은 세계적인 개방국가라 모든 세계인이 다 있다, 는 식의 서사를 갖추면 안되나? 왜들 그렇게 상대를 매국노라고 징징거리는 것밖에 못하는지.. 나름의 생각들이, 결이 다 있다. 그것들을 이해하고 대화를 하면서 얼마든지 나아갈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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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찌보면 광주의 트라우마도 일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아닐까요.
    광주 이전에 가진 미국에 대한 거대한 환상에 크게 실망하면서 그 반동이 너무 크게 온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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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d
    • 이충한
       광주가 미국에 대한 기대와 실망의 분기점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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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d
    • Bum Choi
       기존에도 어느 정도는 있었겠지만, 대중적인 실망으로서는 첫번째 지점이라고 저는 봅니다. 하지만 항상 아쉬운 것은 누군가는 거기서 현실 국제관계의 냉혹함을 보았겠지만, 다른 누군가는 그 사건이 반대 방향의 극단으로 달려가는 계기였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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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d
    • 사실 참 부끄러운 대목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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