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6

북핵 교훈 앞세운 주한 이스라엘 대사 "94년 북한 핵 저지 실패 보고 이란 타격" | 중앙일보

북핵 교훈 앞세운 주한 이스라엘 대사 "94년 북한 핵 저지 실패 보고 이란 타격" | 중앙일보

북핵 교훈 앞세운 주한 이스라엘 대사 "94년 북한 핵 저지 실패 보고 이란 타격"
중앙일보
업데이트 2026.03.0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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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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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란과 이스라엘이 5일 서울에서 나란히 기자회견을 열었다. 편집 김자명 PD

"제2의 북한을 막기 위한 선택이었다.“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존립을 위협하는 적대 세력을 마주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 한국만큼 잘 이해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이란을 타격한 이번 '사자의 표효' 작전을 이같이 규정했다. 1990년대 중반 북한 핵개발을 막지 못한 결과를 거론하면서다. 이날 기자회견은 주한 이란대사관과 같은 날 진행됐다. 이스라엘 대사관 측은 "기존 계획된 일정"이라는 입장이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이뤄진 이번 기자회견을 놓고 양측의 언론전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날 한국에서 배운 이스라엘의 역사적 교훈을 짚는 데 상당 부문을 할애했다. 94~96년 북한이 핵탄두를 만들 능력을 갖추려고 했을 때 결단하지 못해 결국 핵탄두 40~60개를 보유하게 만들었다는 역사를 짚었다. 그는 "그때 멈추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뜻"이라며 "우리가 행동하지 않으면 10년 뒤 이란은 똑같은 상황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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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하르파즈 이스라엘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HJ비즈니스센터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서 최근 이란 공습 사태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란에게 지목되는 '불량 국가'로서의 성격도 북한과 유사성으로 언급됐다. 하르파즈 대사는 "이란과 북한은 현재 매우 긴밀한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며 "이란이 만약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면 이를 사용하는 데 전혀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자의 표효 작전의 세 가지 목표도 거론됐다. ▶핵 개발 관련 시설의 무력화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차단 ▶이란 국민 스스로의 운명 개척 조건 조성이다.

핵 관련 프로그램 저지와 관련, 하르파즈 대사는 "지난해 6월 이스라엘과 미국의 핵 시설 타격 이후에도 이란은 시설을 지하 깊은 곳으로 숨기고 평화적 목적이 아닌 60% 우라늄 농축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지 않게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선제 공격'을 감행했다는 논리다.

이란이 꾸준히 증강하는 탄도미사일을 놓고는 이스라엘만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탄도미사일은 전세계를 겨냥해 이란이 꺼내들 수 있는 선택지라는 얘기다. 이란이 대량 생산한 탄도미사일이 상당량 은닉되고 있다고도 그는 지적했다.

특히 이란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대리세력을 활용해 역내를 위협한다는 점도 이번 작전의 이유로 제시됐다. 그는 "이란이 헤즈볼라에 20억~30억 달러를 지원해 왔다"면서 이란이 이스라엘에 실존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하르파즈 대사는 또 최근 이란 반정부시위에 대해 "이란 정권은 자국민 3만여 명을 무참히 살해했다"고 비판했다. 이번 작전 목표 중 하나가 "이란 국민이 현 정권의 억압에서 벗어나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고 한·미·이스라엘 국민처럼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이스라엘 대사가 5일 서울 종로구 한 비즈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란의 공격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르파즈 대사는 이날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다"는 표현을 여러 차례 꺼냈다. '핵협상 중 갑작스러운 타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는 질문에 그는 "이란이 계속 국제사회를 속여 왔다"며 "국제사회가 여러 차례 기회를 줬지만 그때마다 시간을 벌게 해주는 결과였던 만큼 좌시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란이 실시해왔던 우라늄 60% 농축이 민간용이 아닌 무기화 아니냐"며 "더 기다리다가는 이란도 북한처럼 핵무장을 실질적으로 이루고 상대의 존재를 없애려고 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930년대 나치 독일이 알린 역사에서 배울 게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다만 향후 이란과 협상 여부에 대해서 하르파즈 대사는 즉답을 피했다. 몇 주 뒤에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각에선 제기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과잉대응 비판론에 선을 그었다. 이란 여학교 피해에 대해 '민간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이스라엘은 결코 의도적으로 민간시설을 타격한 적이 없다. 사실 관계를 파악하겠다"며 "이란발 가짜뉴스가 많으니 현혹되지 말아 달라"고 답했다.


5일 사이드 쿠제치 주한 이란 대사(왼쪽)와 라파엘 하르파즈 주한 이스라엘 대사가 5일 서울에서 각각 중동 상황 관련 정부 입장 발표에 나섰다. 뉴스1

또 이날 주한 이란 대사관 측이 '이스라엘이야말로 핵을 보유하면서도 제대로 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도 받지 않고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가진 나라’로 소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핵으로 타국을 파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409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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