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4

이병철 2 October -평화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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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October at 15:21 ·



-평화만들기/

엊그제 9월 29일과 39일, 그 9월 마지막 날에 ‘한반도 평화만들기’라는 주제로 지리산 가을연찬이 지리산 실상사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한반도 평화운동에 앞장서온 이들과 현재의 이 위중한 상황에서 이 땅의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모색하는 이들까지 많은 분들이 밤늦게까지, 그 다음날도 진지하고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이제 한반도 평화 만들기 위한 제2차 생명평화결사가 이루지고 있음을 느꼈다. 평화는 여기서 우리들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다시 생각했다. 평화의 명상기도와 대행진, 촛불과 태극기를 보듬고 꽃을 드는 평화집회를 시작할 때가 되었음을.

집에 있는 옛 잡지 속에서 오래 전에 썼던 시 한 편을 요행히 찾았다. 격월간 잡지 ‘공동선’에 1996년에 썼던 글이다. 시 제목이 ‘평화만들기’이다.

-평화만들기/

총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자고 하기 전
우리 서로에게 미소를 보내자

일 년 중 단 하루만이라도
하루가 힘들면 한 시간만이라도
아니 딱 일 분만이라도

사랑을 보내기가 낯설다면
그냥 그렇게 미소를 보내자

그 순간만이라도 모든 걸 놓고
무슨 이념과 주의(主義)
괴뢰와 꼭두각시, 반동과 용공
애시당초 우리에게 낯선 말들
그런 것들 모두 놓고
다만 미소를 보내자


그대를 향해 공연히 차가웠던 그 마음 놓고
마음자리 서로 따스해질 수 있도록
우리 미소를 보내자
미소가 움돋아 그리움이 되도록

총칼을 녹여 보습을 만들자고 하기 전
먼저 미소를 보내자
살폿한 미소 한 자락을.
---

(시작메모/ 세계를 규정하는 힘은 물질이 아니라 물질에 중독된 의식이란 생각이 갈수록 설득력을 더 한다. 억압의 논리와 해방의 논리, 정치의 논리와 운동의 논리가 그 포장에 비해 속내는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이 요즘 내 생각이다. 내 마음이 전쟁을 부른다는 말처럼 우리 스스로 평화롭지 못하는 한 세상의 평화는 없다

민족분단의 고통 해결을 위해 ‘일 분간 미소짓기’에 인색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게 내 바람이기도 하다. 우리 민족 칠천만이 한꺼번에 하루에 일분만이라도 미소 짓는다면 그 에너지는 평화만들기에 충분하리라 싶다. 의식의 힘, 특히 미소야말로 가장 강력한 파동이고 에너지인 까닭이다. 한 사람이 웃으면 온 우주가 따라 웃는다. 공동선 1996. 7.)

그 뒤에 이 시에 곡을 지어 노래로도 불리웠다. 반평생동안 노래운동을 하고 계시는 고승하선생(현 전국민예총의장)이 곡을 부치고 어린이 합창단 ‘아름나라’에서 평화의 노래로 불렸다. 그때 그런 마음으로 서로에게 미소를 보냈다면 지금과 같은 이런 파국적 상황까지 치닫지는 않았을것이라 싶은 아쉬움에 함께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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