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5

박은하 - 중앙대 학술대회 후기 및 주간경향 기사 예고 사진은 9월 23일 중앙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장면이다....



(3) 박은하 - 중앙대 학술대회 후기 및 주간경향 기사 예고 사진은 9월 23일 중앙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장면이다....

박은하
3 October at 21:41 ·



중앙대 학술대회 후기 및 주간경향 기사 예고

사진은 9월 23일 중앙대에서 열린 학술대회 장면이다. <디지털 성범죄 심포지엄 – 매개되는 욕망, 거래되는 몸>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이 학술대회에서 한국과 일본의 시민활동가, 여성학자 등이 나와서 한국의 디지털성범죄, 성매매, 일본의 성노동론, AV산업 실태, 그리고 한일이 매우 유사한 10대 여성에 대한 성 착취 문제 등을 발표했다.

매우 흥미진진했다. 일본 리버럴이 왜 망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난 자리였다. 

에도 시대의 유곽과 공창제 등을 연구해 온 오노자와 아카네 일본 릿쿄대 역사학과 교수가 “성매매 여성의 노동도 일반 여성의 노동과 다르지 않고 노동 문제 해결을 통해 이 여성들의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 것을 성노동론이라고 한다”고 규정한 뒤

 “1990년대 중반부터 성노동론이 휩쓸어 완전 주류 담론이 돼 버린 현재 일본에서 성매매를 비판하는 담론을 말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워졌다. 성매매를 비판하는 것이 성매매 여성을 차별하는 것처럼 간주되고, 성매매 여성의 주체성을 인정하자는 흐름은 위안부 문제에서 조선인 위안부의 주체성/자발성을 강조하며 <제국의 위안부>를 지지하는 흐름과 연결돼 있으며 
(일본 내에서)인적•운동적 차원에서도 조직화되고 있고 A/V업계와도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가부장제, 정확하게 가족제도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무조건 진보적인 것으로 치는 일본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우에노 치즈코 선생을 대차게 비판했다. 학술대회라면 이런 맛이 있어야 하는 법 아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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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한국인 지식인 서경식 선생님은 <다시, 일본을 생각한다>에서 탈냉전 이후 리버럴들이 국가권력에 투항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극우들이 준동할 틈을 마련했다고 비판했는데, 심층으로 들어가면 한 가지 더 있다고 느꼈다. 

현재의 AV배우들에게 ‘너는 남성들을 위로해 주는 굉장히 좋은 일을 하는 거야’, ‘(사회경제적 이유나 별난 취향을 가졌단 이유 등으로) 파트너가 없는 소외된 남성을 위해 봉사하는 굉장히 좋은 일을 하는 거야’라는 인식을 퍼뜨려 AV여성에게 가해지는 인권침해에 대한 문제제기를 차단한 동시에(네가 좋아서 하는 일이잖아?)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서도 ‘지금의 AV배우 같은 거 아니야? 한국은 왜 저 난리야. 위선자들’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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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학자들이 전한 일본 리버럴 대표적 망조 사례는 배설물에 집착하는 등 특이한 취향으로 사회적으로 소외받는 남성이 강간을 통해 자아를 찾는 과정을 그린 AV감독에게 (아사히 계열 매체나 저명 사회학자가) "사회파 AV"라며 추켜세워준다거나, 뚱뚱한 여성이나 나이 많은 여성 등 시장에서 안 팔리는 여성으로 초저가 업소를 차려 빈곤남성을 유인하고 여기서 사회복지사랑 연계해 생활상담을 해 주는 행위 따위가 사회운동을 참칭해도 내버려둔단 것이다. 반면 일본의 소녀비즈니스를 비판한 활동가는 트위터에서 300통 넘는 강간협박을 받았다.

요약하자면 일본은 이웃을 위한 따뜻한 마음을 내보이는 활동은 괜찮지만 정치권력을 비판하고 제도를 바꿔내거나 금지를 도입하는 정치적 주장은 하면 안 되는 사회가 됐는데 그런 안 되는 것들 중에서도 여성인권이나 성매매, AV 관련한 주장이 가장 극렬하게 탄압받는 모양이 된 것이다. 결론은 현재의 AV배우를 대하는 것도, 위안부도 다 문제다!!! 그것은 공창제로부터 내려 온 여성의 몸으로 돈 벌고 관리하는 방식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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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술대회는 중앙대사회학과BK플러스팀, 디지털성범죄아웃(DSO), 10대여성인권센터, Colabo(일본의 청소년 성착취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단체), 그리고 현재 위안부 운동의 센터라고 할 만한 정의기억재단과 일본에서 위안부 문제 알리기 위해 출범한 희망의 씨앗 기금이 공동주최했다.

 ‘공창제’라는 야만적 역사를 공유하는 한일 여성 지식인들과 활동가들이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여기 온 일본의 페미니스트들은 기가 좀 죽어 있었다. “우리는 너무 고립돼 있어요.”, “문제를 제기했더니 너를 강간하겠다는 협박이 300통 넘게 와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 대해서 한국의 페미니스트 학자와 활동가들이 “괜찮아, 괜찮아 우리가 도와줄게.”, “한국이 먼저 법을 바꿔낼 테니 나중에 너네가 그걸 근거로 ‘한국도 바꿨는데 우린 왜 안 바꿔’ 하면서 일본 정부 상대로 난리쳐”(조진경 10대여성인권센터) 뭐 이런 분위기였다. 한국인으로서 뿌듯한데, 옆나라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일본에서 오신 분 중에 제일 씩씩하신 분은 재일한국인 2세 김부자 도쿄외대 교수였다. 위안부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지난 6월 출범한 ‘희망의 씨앗’ 활동도 하고 있다. 통역 양향자 선생님과 기획자 오카모토 유카 선생님 등 일본 측 분들은 '희망의 씨앗' 공동대표, 이사 분들이 주선했다고 한다.

자유 질의토론 시간에 일본 활동가들이 질문했다. “한국에서는 ‘택시운전사’처럼 영화를 통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안부 문제나 성범죄 문제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는지요?”, “‘도가니’, ‘한공주’ 등의 사례가 있는데 그 영화조차 성폭행 장면만 편집해서 포르노 사이트에 돌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도 문화예술계 쪽은 표현의 자유가 우선시되고 성적 자유와 해방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강남역살인사건 이후 타인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커지면서 문화예술계 성폭력 고발 운동 등이 일어났다. 

(중략 - 영화, 대중문화 이런 걸로 인식 못 바꾼다. 사회운동으로 저변이 형성된 뒤에야만 대중예술 작품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론. 운동이 짱이다” 뭐 이런 질의응답들이 일본-한국 지식인 간 오갔다고나 할까.

한국 측 발표자들의 인상적 대목은 제도를 활용하는데 능수능란하다는 것이었다. 성매매 대책도 결국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제도를 잘 활용하고 일관되고 지속적으로 집행하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학술대회는 두 가지 포인트에서 감동적이었는데 바로 연대. 위안부 운동 일각에서는 굉장히 짜증스러운 흐름들이 있고, 그와 별도로 소녀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은 민족주의 성향 운동가도 아니고 다수는 힙스터 장사꾼이다. (왜 힙스터냐면 기존의 운동방식은 '힙'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미니 소녀상이나 나비 팔찌를 팔면서 힙하게 좋은 일 한다고 뿌듯해하기 때문이다.) 그걸 받아주고 우쭈쭈 해 주는 것이 언론이고. 어쨌거나 이런 사람들을 보면서 “위안부 운동은 민족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위안부 운동은 중국의 위안부와도 연계해야 한다. 언제까지 폐쇄적으로 있을 거냐”란 비판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위안부 운동에서 가장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현재 일본의 AV배우, 일본에서도 원조교제라고 낙인찍히는 10대 성매매 소녀들과도 연계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공창제’란 역사를 함께 극복하자는 목소리가 여기서 나왔다. 

모든 사회운동 역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 될 수 있고 그러는 게 바람직하지만, 이 분야는 너무 허수아비 때리기가 심하달까. 민족주의 싫어하며 위안부 운동 비판하시는 분들이 이런 점도 꼭 알았으면 좋겠다. 차라리 장사꾼들을 추켜 세워주는 언론을 까는 게 내가 볼 때 사리에 맞다. 안 그러면 맨스플레인 비스무리 되요...

(그리고 위안부 운동을 하면서 일본 내의 성범죄 문제 연대차 일본에 다녀온 분께 일본 성범죄 관련법은 한국보다 20년 뒤쳐져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국이 김대중 정부 이후 쭉 업데이트해온 걸 그대로 두고 있다고)

두 번째는 6년간 이 분야와 관련해 한국사회의 변화상을 봤다고나 할까. 이날 오갔던 내용들의 토대는 2011년 서울대 여성연구소 10주년 학술대회에서 다 나온 내용들이다. 

성매매 문제를 ‘남녀의 1:1 섹스 관계’(즉 개인적인 일) 혹은 ‘가부장적 가족제도 바깥의 성관계’(그러니까 도덕적으로 위배가 돼서 탄압당한다고 생각하는 성매매VS 가부장제의 구도)가 아니라, 
산업과 (거시, 미시)정치권력이 개입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파악하는 관점이다. 

‘성산업’을 주목하는 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나도 이 문제는 전부터 관심이 많았었는데 정제된 언어로 자신있게 주장하고 글을 쓸 수 있게 된 건 2011년 그 학술대회를 취재하고 나서부터이다. 그날 학술대회에서 오직 학자들과 소수의 법률가, 활동가끼리만 하던 언어가 2017년에서는 이 분야의 주류 언어가 돼 있었다. 20대 활동가들도 자신들의 경험과 언어로 꼭꼭 씹어서 이 관점으로 아주 쉽게 내용을 전달하는 게 인상 깊었다.

6년 전 서울대 학술대회를 취재할 때 모든 것이 조심스러웠다. 주최 측은 “오셔도 되긴 되는데 워낙 민감해서…”라며 취재를 부담스러워했다. 

이번의 한일 심포지엄은 주최 측에서 오라고 알리기도 전에 내가 SNS로 학술대회 포스터를 먼저 봤다. 커다란 강의동이 가득 차 있었고, 자료집이 동났다. 강의동 바깥에는 <녹지> 수습기자 모집 현수막이 있었다. 반가웠다. 학교다닐 때 <녹지>에 친구가 있어서 글도 한 번 기고한 적 있었는데. (정작 친구와 소식 끊긴 ㅠ.ㅠ) 세상이라는 게 바뀌기는 바뀌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노력해 바꾼 결과가 정권교체일 테고, 이날 심포지엄 사흘 후에 발표된 정부 디지털 성범죄 합동대책일 테고, 한일 지식인들의 다른 분위기와도 관련돼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일본에 우월감을 갖기보다는 한국이 주도적으로 공동의 해결책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일본이 바뀌지 않는 한 한국도 쉽게 해결되지 않을 문제들이 있고, 무엇보다 위안부 문제가 그러하니까.

이날의 심포지엄에서 본 내용 중 혼자 알기 아까운 것과, 정부 성범죄 대책과 관련해 차후에 발생할 이슈 등을 기획기사로 마련했다.

[여성의 몸, 거래STOP]
① 디지털 성범죄, 돈줄을 끊어라 (지면기사)
② 경찰이 말하는 디지털성범죄 | 장우성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사이버수사과장 인터뷰
③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법 바꾸자”
④ 또 하나의 폭력 일본 AV산업…“위안부 책임 외면 부추긴다”(지면기사)
⑤ 성노동론 30년 일본에서는 무슨 일이

이런 순서로 5일부터 하나씩 기사가 나갑니다. 연휴 잘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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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Lee Sungyup, Hyesook Park and 224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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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박은하 2011년 서울대 여성연구소 학술대회로 서로 알게된 Sang-Sook Shin, 정재원 (Jaewon Jeong) 선생님께 새삼 감사드립니다. 이나영 선생님 준비하시느라 고생 엄청 많으셨어요. 이번에도 많이 공부가 됐습니다. 그리고 장임다혜 형사정책연구원을 알려준 신나리 (Nari Shin)씨도 감사해요!! 장 선생님도 저날 학술대회 오실 뻔 했는데 일이 있으셔서 서면으로만 제출하셧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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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감사합니다. 공유해도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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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replied · 1 Reply


Ji-hyuck Jang 기대하고 있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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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replied · 1 Reply


강성현 후기 언제 올라오나 은근 기다리고 있었는데,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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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replied · 1 Reply


Yuni Lim 으으으, 학술대회 못 간 걸 또다시 아쉬워하게 되는 글입니다. 주간경향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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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i Lim replied · 2 Replies


박은하 Misook Baek 담에 뵈면 인사할게요~ 긴가민가 하여 놓쳤습니다. 아무튼 같은 현장에 있었다니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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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우연히도 최근 성구매경험을 캐주얼(?)하게 나누거나 원정성매매 경험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사례를 연달아 전해들었습니다. 주로는 남성이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행위에 국한해, 범죄는커녕 일탈로도 여겨지지 않는 가운데서 여성이 대상화되지 않기도 어렵겠다 싶더군요. 동시에, 슬슬 중역이 되고 있는, 성적 해방에 너무도 목말랐던 이른바 X세대의 시각도 이쯤에서 분명히 짚고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던 터였습니다. 성에 대한 터부시에 파문을 낸 공로는 있겠지만, 그 한계도 분명해보이니까요. 마침 고민하던 주제들이라 기사 더욱 관심있게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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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replied · 1 Reply


박은하 Sori Park 예전에 아이돌 학술대회는 귀차니즘에 지고 말았지만 이것은 다녀왔다...! (한강을 안 넘기 때문이었을까 -_-;;) 연휴 잘 보내고 다녀와서 보아^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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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ri Park replied · 1 Reply


Miseup Sim 기사 매우 기대되어요! 즐거운 한가위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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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g-Sook Shin 2011년의 인연을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3 중대에서 개최된 학술대회에 가지 못해 무척 아쉬웠답니다. 섬으로 향하는 배에서 이어폰 없이 스맛폰을 귀에 대고 인터넷 생방송 중계를 듣다가 소음 때문에...ㅠ 박 기자님의 연재기사가 무척 기대되고 기다려집니다. 추석 연휴 즐겁게 보내시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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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Hyunmi 너무나 좋은 자리였군요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공유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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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규 다시찬찬히 읽고 생각하고싶어서 공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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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on Young Jung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포스팅을 읽으며 ‘가능한 지형’에 대한 대중적 인식의 확산이 실제 ‘지형의 확산’으로 이어지는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습니다. 기자님의 기사가 그런 불쏘시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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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cca Kim 후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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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욱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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