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6

Namgok Lee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 - 자연의 은밀한 계획’


Namgok Lee
2 March at 17:08 ·



엊그제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을 언급하며, 그 결론 부분에서 칸트의 ‘자연의 은밀한 계획’이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는 고진의 말을 소개했었습니다.
나는 노자의 ‘천지불인(天地不仁)’이 함께 떠올랐습니다만, 고진의 말대로 설령 ‘자연의 간지(奸智)’가 작동한다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사랑’의 힘을 통해 이상사회가 출현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역사의 진행이 비록 인간의 선의(善意)보다 악의(惡意)나 공격성을 통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궁극적으로는 홍익만유(弘益萬有)라는 인간 정신의 진화에 의해서 ‘자연의 은밀한 계획(奸智)’이 실행되리라는 것입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를 보면서도 어쩌면 ‘자연의 은밀한 계획’을 접하는 것도 같은데, 두 종류의 뉴스에 눈이 갑니다.
하나는 대구 사람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마음들과 의료자원봉사자들의 헌신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혹시 가짜 뉴스일지 모르겠습니다만) 위성사진에 찍힌 중국 대륙의 대기 상태가 코로나 이후 엄청나게 깨끗해진 사진입니다.

우리도 지금 코로나 사태가 엄청난 부자유와 고통을 주고 있는 동시에 우리의 생활양식을 강제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상태를 벗어나면서, 따뜻한 마음들이 서로 이어지는 것과 함께 그 동안 소비 편의 물질 성장 위주의 생활양식을 돌아보고 그것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마 인류가 계속 존속할 (가치가 있는) '종'인지가 물어지는 시험들이 본격적으로 물어지는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모든 분야에서 그렇지만, 2천년 이상 인류의 정신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어온 '종교'에 대해서도 그 동안 진화해온 인간 정신이 그 근원적 폐단을 넘어설 수 있는지 물어지는 것 같습니다.

위기가 올수록 이른바 종교적 '구원'이 미신과 결합해 더욱 위기와 혼란을 조장할지,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정신과 문화를 발전시켜갈지 그 기로에 서는 것 같습니다.

모든 종류의 미신은 공통적인 바탕이 있습니다.
'사랑' '따뜻함' '밝음' '연대' '관용'이 마음 속에서 커진다면 미신에서 멀어지는 것이겠지요.

그것을 직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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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29 February at 21:09 ·



나는 한 번 읽은 책을 두 번 보는 경우가 드물다.
그런데 마침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이 아침에 눈에 들어왔다.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다.
몇 년 전에 그 이상(理想)에 공감했던 기억이 나서 펴들었다.
이론 구성 부분은 잘 읽어지지 않고, 번잡한 생각이 들어 뒷부분 결론 부분을 보았다.


“칸트가 말하는 ‘자연의 은밀한 계획’은 결코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간의 선의에 의해서라기 보다 오히려 악의나 공격성을 통해서 실현되기 때문입니다.”

헤겔의 ‘이성의 간계’도 생각이 나지만, 노자 도덕경 5장의 천지불인(天地不仁)이 떠오른다.
칸트나 헤겔이 도덕경을 보았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묘하게 이어지는 느낌이 있다.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는 다음 세가지로 집약 가능합니다. 1. 전쟁 2. 환경파괴 3. 경제적 격차 이들은 분리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국가와 자본의 문제로 귀착됩니다. 국가와 자본을 통제하지 않으면 우리는 이대로 파국의 길을 걷고 말것입니다. 이것들은 일국(一國)단위로는 생각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자본에 대항하는 각국의 운동은 항상 국가에 의해 단절되어 버립니다. 그럼 어떻게 국가에 대항하면 좋을까요? 그 내부에서 부정해가는 것만으로는 국가를 지양할 수 없습니다. 국가는 다른 국가에 대하여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각국에서 일어나는 ‘아래로부터’의 운동은 국가들을 ‘위로부터’ 봉(封)함으로서만 단절을 면합니다. 이 두 방면 운동의 연계에 의해 새로운 교환양식에 기초한 글로벌 커뮤니티(어소시에이션)가 서서히 실현됩니다“

‘위로부터’와 ‘아래로부터’로 구분할 수도 있지만, 외관과 내용으로 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개별 국가를 지양하는 외관을 나타내는 말이 ‘세계공화국’이라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아마 요즘 이상주의자들이 말하는 ‘마을 연합(공화국)’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을의 교환양식과 생산관계 그리고 의식과 문화가 아마도 인류가 존속해서 진보한다면 나타날 미래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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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김제 금평저수지를 다녀 왔는데, 그곳이 증산교와 인연이 깊은 곳이었다.
요즘 한국이 당면하고 있는 여러 중층적이고 복잡한 모순과 함께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절박한 과제들을 함께 생각한다면 ‘개벽’과 같은 이상(理想)이 하나의 나침판 역할을 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현실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종교적 형태로만 남는다면 공허한 이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지만, 실사구시의 과학적 토대와 결합하여 사회 변혁의 실천과 이어진다면 풀기 어려운 미로(迷路)를 열어갈 길잡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종 목적지만 가리키는 이정표가 아니라 ‘과속방지턱’까지도 알려주는 네비게이션을 만드는 작업이 요청된다.

마침 집 가까이 와서 엔진에서 연기가 나면서 자동차가 서버리는 일이 있었다. 냉각수가 세어나와 과열이 된 것을 몰랐다. 다행히 엔진은 별 이상이 없어서 가까운 카센터에서 수리했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했다. 고속도로에서 일어났다면 어쩔뻔 했나 생각하니까 아찔했다.
이런 저런 일로 피곤하긴 하지만, 오늘 금평저수지와 모악산 일대에 서려 있는 역사들을 느끼면서 생각났던 것들을 적어 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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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사구시 [實事求是]

사실에 입각하여 진리를 탐구하려는 태도. 즉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 보는 것과 같은 실험과 연구를 거쳐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을 통하여 정확한 판단과 해답을 얻고자 하는...
두산백과동양철학 > 동양철학일반

실사구시 [實事求是]

중국 청대 고증학파가 내세운 학문 방법론. [내용] ‘실질적인 일에 나아가 옳음을 구한다.’, ‘사실을 얻는 것을 힘쓰고 항상 참 옳음을 구한다.’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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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개념용어 시대조선

45유상용, 박정미 and 43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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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표 대학생들 인솔하고 김제 금산사와 증산교 관련 유적지를 탐방하면서 많이 배운 바가 있었습니다. 근대시기 토착영성의 성립과 그 재편과정을 숙제로요. 미완성의 과제를 어찌해야 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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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ok Lee 이계표 영성의 길과 고진이 말하는 교환양식이나 마르크스의 생산관계 등이 어떻게 결합하고 상호 연관될지에 대한 이론 실천적 전개가 이루어져야 하리라 봅니다.
사실 어떤 점에서는 한반도 특히 한국에서 새로운 문명이 발원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러나 그것은 자본과 국가라는 질곡을 넘어서는 것과 함께 '종교'라는 또 하나의 보다 강고한 집단 아집과 미혹을 넘어서는 노력이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See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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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표 이남곡 '후천개벽'을 키워드로 하여 고민하고 있던 중인데, 남곡 선생님 가르침도 소중하게 받아들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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