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뺀 범민련, 자주화운동연합으로 이름 바꿔
친북 단체에 금기어 된 '통일'
양지호 기자
입력 2024.03.01. 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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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이적 단체로 지정된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남측본부는 지난달 17일 해산했다. 이적 단체 지정 이후로도 27년 동안 활동을 계속하며 ‘자주 통일’을 주장해왔지만 김정은이 통일 추진 기구를 모두 해산하라는 방침을 내리자 자진 해산한 것이다. 범민련은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한 북한 주도 흡수 통일을 ‘자주 통일’이라고 주장해온 단체다.
범민련은 해산식에서 ‘한·미·일 동맹 해체’ ‘주한미군 철수’ 등이 당면 과제라며 한국자주화운동연합(가칭)을 건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단체 이름에서 ‘통일’을 삭제하고 ‘반제자주(反帝自主)’를 내세운 것이다. 이들은 결의문에서 “새로운 전국적 반제자주운동연합체를 만들겠다”며 “전국적인 반미 투쟁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한미 동맹으로 북한 주도 흡수 통일이 어려워지자 한미동맹을 해체하기 위한 운동을 하겠다는 것이다. 또 ‘윤석열 퇴진’을 주장하며 현 정부 상대로도 투쟁을 펼칠 것을 예고했다. 원진욱 범민련 사무처장은 본지 취재에 “나중에 이야기합시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 역시 범민련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1월 31일 총회를 열고 “기존 통일운동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자주’의 시대 요구에 부응하는 운동 방향을 정립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달 27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일 시작되는) 한미 연합 군사 연습 등 군사적 충돌을 부를 수 있는 적대 행동을 멈추라”고 주장했다.
김정은의 반통일 선언으로 종북·좌파 세력엔 통일이 금기어가 된 셈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북한의 남한 적화 전략인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을 충실히 따르던 국내 주사파들이 김정은이 들고나온 ‘적대적 두 국가론’으로 인해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했다. 김영환 북한민주화네트워크 연구위원도 “범민련이 반제운동을 주장하고 있지만 앞으로 방향 설정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근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는 대남 기조 변화는 북한 주도 통일이 불가능한 상황을 대내외적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은 “김정은이 적화통일이든, 평화통일이든 통일은 ‘김정은 체제의 몰락’임을 깨달은 것 같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종북 주사파 역시 당분간은 통일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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