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민석
역사비평에서 시도하는 세종 시대의 재조명 시리즈,
이영훈의 세종성군 부정론에 대한 반박은 예상대로 "욕"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솔직히 대단히 실망스러웠다.
첫 연재를 시작한 정다함의 논지는
1. 이영훈이 기존 학계의 연구물을 충실하게 정리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학설사를 서술하고 그에 따른 분석과 비판을 행하지 않았으며 그바람에 기존 학계의 논의에서 이미 되짚은 지점까지 논하는 우를 범했다.
2. 이영훈의 사관은 식민주의 사관이다.
3. 이런 나쁜 콘텐츠가 유튜브를 통해 퍼지고 있으니 우려해야 한다.
일단 39페이지나 될 정도로 길게 쓸 내용인지 의심스럽다. 1에 대해서는 좀더 충실하게 정리해서 논지를 비판했더라면 좋았을 것 같은데 내용상 부실했다. 예컨대 1차사료 하나 인용하는 게 없다. 그러니까 이것은 "비평"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지, 비판적 학술연구가 아니다. 기획의도에 맞는지 의심스럽다. "다시 새롭게 세종과 그 시대 당대의 역사상을 모색하고 재구성"하겠다는 거창한 기획의도와 달리 이영훈에 대한 비판은 고작 기존 학술연구 몇 개를 소개하고 이영훈의 역사관이 식민주의적이라 하는 것에 그쳤다. 이영훈과 그 무리들은 30여년동안 식민주의 운운하는 비판을 받아왔다. 효과적인 비판일까? 진보 성향의 역사학계는 예전부터 자위만 해왔지, 군위안부, 건국논쟁, 식민지근대화론 등 뉴라이트식 역사해석에 대해 유의미한 논점 하나 제시한 적이 없다. 적어도 나는 동의되는 게 거의 없다. 가령 식근론을 비판하기 위해 그를 대체할 장기통계를 하나라도 제시한 적이 있는가? 이제는 어떠한 역사학자도 식민지기가 근대였다는 걸 부정하기 어렵다. 경제성장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 사실이 됐다. 근대에 대한 새로운 이론적 틀을 제시했나? 임지현, 윤해동 등까지 포괄해봐야 겨우 포스트모더니즘 이론틀 그중에서도 특히 그놈의, 죽일놈의 알튀세르 개념 몇개 가져와서 비판하는 국민국가론이다. 알튀세르 자체가 조잡하지만 국민국가론은 근대 전체를 국민국가와 일치시키고 폭력적이라고 울부짖는 더 조잡한 이론이다. 이 이론이 사회주의로의 이행이라든지, 근대성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줄 수 있는 통찰이 거의 없다. "국민이라는 폭력" 운운하는 것이 기존의 강고한 내셔널리즘에 균열을 낼 수는 있어도 경제성장 등의 현실적인 문제에서는 아무런 답도 내놓지 못한다. 근대가 무엇인지, 경제사적 베이스에서부터 이론적으로 논파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이영훈 류의 논의에 이제는 별 관심도 없고 조잡해졌다고 판단하지만 그에 대한 비판은 더 조잡하다. 너무 실망스럽다. 이러니까 이영훈 류의 인간들이 더 흑화하는 것이다. 연재 안 하는 게 낫다. 솔직한 내 평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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