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09

박정미 -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던가

박정미 -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던가 이 나이 먹도록 이런 대선은 처음이다.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 | Facebook

박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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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던가 

이 나이 먹도록 이런 대선은 처음이다.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 처음에는 인물이 문제라고 봤다. 
유력한 대선후보들 중에 희망이 없다는 것, 선택할만 인물은 보이지 않고 누가 덜 나쁜가, 누가 덜 나라를 망칠까 걱정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그 참담함을 찬찬히 들여다보니 인물이 문제가 아니었다. 인물이 나올 수 없는 선거구조인 것이다. 
편을 갈라 승부에만 집착하게 하는 구조가 이재명을 다시 대선후보로 만들었고 구조가 김문수와 한덕수에게 양수억장, 개싸움을 시키고 있다.

87년 6월항쟁 이후 대선 전야는 언제나 구시대가 끝나고 새시대가 올 거라는 희망과 조바심이 시민들의 일상을 들뜨게 했다. 
선거가 끝나고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의 시간은 또 얼마나 흐뭇한가. 신문과 방송에는 연일 신임 대통령의 미담이 쏟아지고, 국정을 맡아줄 새로운 인물에 대한 하마평이 오르내리며, 마치 여행스케줄 짜듯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시간표를 들여다보며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넘쳐난다.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뀐다! 남자가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바꿔보자, 바뀌면 달라진다는 구호는 대통령제가 시행되기 전부터 우리 마음 속에 있었고 너무나 익숙하다. 왕조시대 새임금이 등극하기를 기다리는 백성들이 그랬고, 자기 뜻대로 무엇 하나 할 수 없던 조선시대 여자들도 그랬다. 대통령 직선제는 그런 전근대적 심성 위에 기반을 잡고 지금까지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왔다.
하지만 사회활동에 적극 참여하게 되면서 여자들은 깨닫게 되었다. 남자가 바뀌어도 내가 바뀌지 않으면 인생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마찬가지로 13대부터 도합 8번이나 대통령을 갈아치워보면서 국민들은 알게 되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우리가 바뀌지 않으면 우리 사회는 그저 그렇게 예전처럼 굴러간다는 것을.  

단 한 번의 투표, 단 한 번의 정치적 결정으로 모든 것이 달라지기에는 우리사회는 고도로 복잡해지고 다원화되었으며 세계화되었다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수긍하게 되었다.
국민들에게 지친 5년간의 피로를 달래주는 유일한 축제요, 휴식이요, 위로였던 대통령 선거의 마법은 깨졌다. 이제 선거는 누구를 택할지 고민하고 투표용지에 도장을 꾹! 누르는 짜릿한 손맛을 주지 못한다. 아쉽다. 그런데 역으로 보면 그것이 희망이다.
단 한번의 투표로 세상이 바뀔 것이라는 환상, 마치 한일축구대항전처럼 상대를 무찌르고 정권을 잡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될 것이라는 환상 위에 서있는 현행 선거제는 바뀌어야 한다.
우리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어갈 정치인이 아니라 우리 편을 이기게 해줄 수 있는 정치인을 대통령후보로 내세우게 하는 현행 대통령 직선제는 바뀌어야 한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라면 민주적 제도를 허무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민주당, 복종과 아부가 판치는 유일체제로 민주주의에 반하는 민주당. 아무것도 새로 내세우지 못하고 국회의원의 기득권에 발목잡혀 불모의 정당이 된 지 오래된 국민의 힘. 새시대의 희망이 아니라 구시대의 원한이 추동력이 되고 있는 정쟁문화. 이 모든 것은 국민 다수의 지지가 아니라 한 표라도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현행 대통령선거제도가 구조적 압력으로 조형해낸 것들이다.  
지리멸렬 아무 희망도 없이 이제는 최악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연명하는 현행 대통령선거제는 이미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
구시대의 마지막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새시대의 싹이 보인다. 언제나 이번 게임은 이겨야 한다지만  룰 자체가 잘못된 게임에서는 패배가 쌓일수록 우리는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이 깨우침은 무럭무럭 자라나 판을 뒤엎게 될 것이다.
(보름전 남산성곽길을 걷다가 하얀철쭉꽃밭에 붉은 피가 섞여 피어난 분홍철쭉을 보고 걸음을 멈췄다. 정치판에서도 섞이고 화합하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수 있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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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해진
이렇게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기는 60평생 철들고 처음같습니다.
1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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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권해진 저도 그렇습니다. 이렇게 꽉막힌, 앞날이 안보이는 체제에서 쿠데타가 일어납니다. 윤석열도 그 징후였죠. 현행 정치판이 나라를 죽이고 있습니다.
10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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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won Yoon
그리하여도 희망의 끈을 찾아야 하는 것이 지식인의 숙명이라서요.
6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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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윤일원 저는 이번 게임은 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 패배에서 희망을 찾아보려 합니다.
6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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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won Yoon
박정미 마치 헤어진 연인한테서 희망을 찾겠다는 비장함이 엿보이는 군요.
6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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