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자유연대, 상륙작전 76주년에

6·25전쟁 기억·참전용사 헌신 취지

대부분 대만 출신 주민 “연관 없어”

인근 화교학교 악영향 우려 나와

인천 차이나타운 패루. /중구 제공
인천 차이나타운 패루. /중구 제공

“인천 차이나타운은 화교들도 모여 살고, 중국인 관광객도 많은데 특정 국가를 비난하는 시위가 열리니 참 당황스럽네요.”

15일 인천 제물포구 북성동 차이나타운에서 만난 액세서리 가게 사장 김모(69)씨는 “지난 주말 이 일대에서 열린 반중(反中) 시위로 동네가 들썩였다”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시위 현장을 보고 어떤 마음이 들었을지 생각하니 씁쓸하다”고 했다.

지난 13일 경인전철 1호선 인천역 광장과 자유공원 입구 등 차이나타운 일대에서 ‘인천자유연대’가 주최한 반중 시위가 진행됐다. 이 단체는 지난달 16일부터 매주 일요일 경인전철 1호선 부평역 광장에서 6·3지방선거가 부정선거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이날 시위는 인천상륙작전 76주년(9월 15일)을 맞아 6·25 전쟁의 아픔을 기억하고 참전용사의 헌신을 기린다는 취지로 열렸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들은 차이나타운 일대를 행진하며 “공산당은 한국에서 꺼져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또 인천역 광장에서 북한 국기와 중국 국기를 찢으며 “중국인들이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고, 세금을 도둑질하고 기술을 훔쳐 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오는 20일 서울지하철 7호선 삼산체육관역 일대에서 부정선거 관련 시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인천 차이나타운에 터를 잡고 살고 있는 화교들은 1884년부터 1992년 한중 수교 이전까지 유입된 화교의 후손들로 대부분 대만 출신이다. 주희풍 인천화교협회 부회장은 “차이나타운 일대에 살고 있는 화교들은 대부분 대만 출신이어서 반중 시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진 않다”면서도 “이방인을 향한 시위 참가자들의 적개심을 보고 두려워하거나 당황하는 주민들이 있었다”고 했다.

반중 시위가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차이나타운 일대에는 화교들이 재학하는 외국인 학교인 인천화교소·중산중고가 위치해 있다.

모사량 인천화교소·중산중고 교장은 “중국에서 온 학생들이 자국을 향한 과격한 표현을 듣고 큰 상처를 받았을까봐 걱정된다”고 했다.

지난해 9월 중국인 단체 관광객에 대한 한시적 무비자(사증면제) 제도가 시행된 이후 반중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교육부는 학교 주변에서 출신 국가 등을 이유로 타인을 차별, 모욕하는 집회·시위를 하지 못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학교 경계선 200m 이내인 ‘교육환경보호구역’에서 이러한 집회·시위를 제한하는 교육환경법 개정안은 오는 12월 16일 시행된다.

윤영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2016년 한반도 사드 배치로 한중 교류가 단절된 10년간 간접적으로만 중국을 경험하며 자란 청년 세대는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악감정을 가지기 쉽다”며 “정치권에서 반중 정서를 악용하는 것을 멈추고, 시민들은 중국에 대한 객관적인 시선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