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3
[진단, 판문점선언](2)“김정은, 병진노선 한계 인식…북·미 회담 실패하지 않을 것” - 경향신문
[진단, 판문점선언](2)“김정은, 병진노선 한계 인식…북·미 회담 실패하지 않을 것” - 경향신문
[진단, 판문점선언](2)“김정은, 병진노선 한계 인식…북·미 회담 실패하지 않을 것”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입력 : 2018.05.01
ㆍ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실장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존 메릴 전 국무부 정보조사국 동북아실장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외신기자센터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워싱턴 | 박영환 특파원
존 메릴 전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메릴 전 실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이 회담을 실패로 만들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더 이상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밀어붙였다가는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정도로 현명하다”면서 “경제 발전과 외교로 정책을 전환하기로 결단했다”고 진단했다. 또 “완전한 비핵화 이후에만 보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웃기는 입장”이라고 비판하고 “북한은 핵폐기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 정도는 알 만큼 명민하다”고 말했다.
메릴 전 실장은 ‘판문점선언’에 대해 “아주 좋은 첫걸음”이라며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 가능성도 분명해졌다”고 평가했다.
메릴 전 실장과의 인터뷰는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진행됐으며 이후 e메일 교환을 통해 추가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았다.
-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많은 합의가 나왔다. 이산가족 상봉에 합의했고, 5월에 군사회담도 열린다. 무엇보다 양측은 세 번이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열망을 표현했다. 정상회담 성명에 그런 식으로 언급된 것은 처음이다. 개성에 연락사무소도 설치하기로 했다. 상호 공격 의사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아주 좋은 첫걸음이다. 이른 감이 있지만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는 열망이 있었고 그 가능성도 분명해졌다.”
- 판문점선언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첫걸음이다. 당연히 세부적인 것은 부족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자체로 훌륭하고 엄청난 진전이다. 남북정상회담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그럼 전쟁을 원한단 말인가. 지난해 가을부터 그들은 군사적 공격을 테마로 노래를 시작했다. 그들은 그러고 싶어서 근질근질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 누가 전쟁을 원하겠는가.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전쟁을 말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 남북 협력사업 재개 가능성은.
“미래의 일이지만 남북 협력 프로젝트 재개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는 대표적이다.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나 철도, 파이프라인 등도 사례다. 남북관계가 발전하고 안보 문제를 제거할 수 있다면 남북 간 경제협력을 위한 새로운 전망이 열릴 것이다.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 지금 시작해야 한다. 왜 최대의 압박 정책이 계속될 것으로 생각하나.”
-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개인 간 케미스트리가 탁월했다. 사람들은 김 위원장에 대해 미치광이 같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암흑의 테러 왕자’ 정도로 그려졌다. 하지만 그건 완전히 틀렸다. 그는 아주 사교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그의 부인과 동생도 멋진 인상을 심어줬다. 김 위원장은 많은 능력을 보여줬다.”
- 남북정상회담이 북·미 정상회담의 기초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하나.
“그렇다. 몇 개월 전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해 말까지 우리는 예방타격과 한반도 전쟁 재발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이건 낮과 밤의 차이다. 그때에 비해서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
- 김 위원장이 먼저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이유는.
“첫째, 북한의 병진정책이 한계에 다다랐다. 군사적 측면에서 그것을 더 추구했다가는 미국의 군사적 대응이 있을 수 있는 상황이다. 김 위원장은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그는 현실적인 사람이다. 둘째, 북한 경제가 도약하기 위해서는 한국, 미국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수다.”
- 북한의 최근 잇따르는 평화공세가 계획된 수순이란 의미인가.
“김 위원장은 초기에는 군사력 우선 정책을 폈다. 6년 전부터는 소위 병진정책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 점점 더 경제에 강조점을 뒀다. 나는 그의 전략적 프로그램이 최고점에 다다랐다고 본다. 지난해 12월 그는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과 수소폭탄을 만들 능력을 증명했다. 두 목표를 달성했거나 또는 달성했다고 주장함으로써 멋지게 변화를 시작했다. 그들은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발표한 이후 외교 경로를 밟아오고 있다. 이것이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진 배경이다. 김 위원장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더 이상 밀어붙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다. 실험을 더 하고, 그 길을 계속 간다면 큰 저항과 곤경에 처할 것이란 사실을 알 정도로 현명하다. 그는 경제 발전과 외교로 정책을 전환할 때라고 결단했다.”
북한, 핵무력 완성 주장 후
경제 발전·외교로 정책 전환
미국과 관계 개선으로 얻을
혜택 위해 비핵화 계속할 것
- 김 위원장이 정말 비핵화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김 위원장이 비핵화에 열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최근 몇 개월간 지속적으로 그렇게 말해왔다. 하지만 그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는 말하지 않는다. 대신 긴장완화 조치와 협력적 안보 합의를 통해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종식하는 맥락에서 비핵화를 말한다. 초기에는 양측 모두의 신뢰를 보여줄 중요한 신호가 필요하다. 우리는 이미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단과 한·미의 군사훈련 축소라는 사실상의 동결 대 동결을 통해 이런 신호를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얻을 혜택을 원하고 있고, 이 때문에 절차가 진행되면서 그가 혜택을 얻는 한 적극적으로 비핵화를 실행할 것이다. 하지만 비핵화를 우선하고 그다음에 원하는 것을 주겠다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굴욕적인 항복이 아니라 협력적인 안보 조치들을 실행하는 게 중요하다.”
- 워싱턴의 전문가들 중에는 김 위원장 발언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한반도에 핵무기를 누가 처음 도입했나. 아이젠하워 정부 당시 950개의 전술핵무기가 한반도에 있었다. 핵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북한의 악마적 본성을 이야기하지 말아야 한다.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미국이 먼저 시작하자 북한도 핵개발을 시작했고 한때 한국도 시도를 했다. 그게 현 상황이 시작된 동력이다. 핵 문제는 작용-반작용 과정이다. 물론 작용-반작용은 긴장을 완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는 긍정적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집권했을 때 그 정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몇 명이나 이야기했나. 워싱턴의 유명한 전문가들 중 많은 이들이 완전히 틀린 진단을 했다.”
-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 부담이 큰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수용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전 한 잡지에 기고를 한 적이 있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대화 상대인 김 위원장과 한반도에서 전쟁이냐 평화냐를 놓고 대타협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를 시험하려 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게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취한 접근법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과의 협상을 거부하고 이름만 그럴듯하게 전략적 인내라고 불렀다. 북한은 장거리미사일과 핵능력을 개발했고 하루하루 전쟁의 위험은 커졌다. 나는 트럼프 대통령도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했다고 본다. 나는 이게 트럼프 대통령이 진정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이게 그의 명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심지어 민주당원들도 이제 북한 문제에서는 점수를 주고 있다. 오직 북한과 관련해서만은 트럼프 대통령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 마이크 폼페이오 체제의 국무부가 이번 회담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나.
“우리는 이제 외교를 할 기회를 가졌다. 활동적인 새 국무장관이 있다. 대북정책의 중심도 국무부로 다시 옮겨올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은 북한과 일한 경험이 있고, 김 위원장과 대화를 했고,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다.”
- 구체적 비핵화 방법론을 두고 북·미의 입장차가 크다.
“미국은 이용당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비핵화에 진전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적절한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지 아니면 교착시키고 지연술을 쓰는지는 전문가들 눈에는 분명히 보인다. 나는 북한이 (비핵화를) 멈출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란 혜택을 원하고 있고, 만약 멈추면 모든 혜택이 사라진다는 것을 알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김 위원장이 장난치려 한다면 회담장에서 걸어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략적 결단을 했고, 앞으로 전진하기를 원한다.”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 이후에 보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하고 모든 것을 마무리한 후에만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웃기는 입장이다. 북한이 앞으로 전진한다면 그에 맞춰 보상을 해야 한다. 북한은 절차가 진행됨에 따라 보상을 받아야 한다. 트럼프는 그 정도는 알 수 있는 명민한 사람이다. 그는 사업가다.”
미국도 비핵화 진전 따라
협력적 안보조치 실행하고
제재 완화·보상 뒤따라야
- 비핵화 논의가 진행되면 대북 제재 해제 문제도 쟁점이다.
“생쥐도 궁지에 몰리면 문다는 한국 속담이 있다. 제재를 너무 극단으로 밀어붙이면 상대방이 어떤 대응을 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대화가 진행되면 중요한 제재 완화가 있을 것이다. 북한이 미국의 핵심 걱정거리인 핵무기와 미사일 문제에 대해 협력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위해 멋진 것을 할 준비가 됐다고 본다.”
-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철수 등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은 빠른 제재 완화를 원할 것이다. 북한 입장에서 현존 제재를 감당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의 입장에서 주한미군은 한반도 현상유지를 보증하고 지역 균형자 역할을 할 수 있다. 이 지역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약진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북한에도 고민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의 걱정이 가장 크다. 한국전쟁의 종결이 유엔사령부의 철수와 주일미군 주둔의 법적 근거 상실을 의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얻어내야 하는 최소한은 무엇인가.
“ICBM과 핵을 폐기하는 북한의 움직임이 있다면 좋을 것이다. 거기에 인권 문제 관련 조치까지 이뤄지면 환상적일 것이다. 움직임이라고 한 이유는 모든 게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인권 문제도 북한에 억류 중인 미국인 3명 석방은 좋은 움직임이 될 수 있다. 비핵화도 핵무기를 해체하고 핵물질은 북한 밖으로 실어내고 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들(북한)이 진지한지 아닌지는 금방 알 수 있다.”
- 북·미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 전망은.
“미국 상원에서 3분의 2 이상 지지를 받아야 하는 평화조약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꼭 조약 형태일 필요는 없다. 과거에 우리는 북한과의 외교로 제네바 합의(Agreed Framework)를 만든 바 있다. 초기 단계에서는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고 외교관계를 수립할 수 있다. 대통령의 결정으로 할 수 있는 만큼 다음주에 바로 할 수도 있다.”
제네바 합의·6자 공동성명 등
과거 합의 실패, 북한 탓 아냐
한·미, 후속조치 이행이 중요
- 이전에도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1994년 제네바 합의, 2005년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이전 합의들이 실패한 것이 모두 북한의 속임수 때문은 아니란 점을 기억해야 한다. 국내 정치환경 변화나 시간 부족을 이유로 미국과 한국이 약속을 위반하고 후속조치를 이행하지 못한 것도 실패 원인이었다. 합의 이행은 미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것인가. 트럼프 정부는 이런 조치들을 취하기 위한 개념적 시간표를 내놓을 수도 있다. 약속 이행은 북·미의 공통된 관심사다.”
남북정상회담, 평화 열망 확인
남북 간 경제협력 새 길 열릴 것
- 실패하면 한반도의 안보 상황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정상회담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다. 왜 실패하겠나. 트럼프 대통령도, 김 위원장도 이 회담을 실패로 만들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 그들은 회담을 성공으로 만들기 위해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그들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나는 확신한다. 회담의 전망은 하늘 끝이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과거 경험과 단순 추정에 근거한 불굴의 회의론, 비관주의, 야유 그리고 소극적인 태도는 모두 지나치다. 세 명의 지도자를 신뢰하고 최상의 결과를 희망해보자. 알 수 없는 미래를 두려워하거나 미리부터 저주하지도 말자.”
- 협상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고할 게 있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보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보여준 친근한 자세처럼 좋게 행동하면 그도 상호적으로 친근하게 행동해야 한다.”
존 메릴은 미국 국무부 정보조사국(INR) 동북아실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다.
그는 20여년간 국무부에서 북한 등 동북아 정세분석관으로 일했다. 2014년 은퇴 후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한미연구소(USKI) 객원연구원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한국전쟁의 기원과 진실(The Peninsular Origins of the War, 1945~1950)> <침략인가 해방전쟁인가> 등이 있다.
그의 밑에서 북한 정보 분석을 담당했던 앨리슨 후커는 현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012213005&code=910303&utm_campaign=share_btn_click&utm_source=facebook&utm_medium=social_share&utm_content=khan_view#csidx9a9cd47f34181b096cc8e350bd19b5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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