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9

16 알라딘: 맹자의 땀 성왕의 피


  • 알라딘: 맹자의 땀 성왕의 피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
    김상준
    (지은이) 아카넷 2016-09-09

    정가
    25,000원

    648쪽
    152*224mm
    972g

    ISBN 9788957334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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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소개
    중층근대성론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도 근대문명의 기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내용, 그 축은 과연 무엇인가? 김상준 교수는 동아시아 문명의 축을 우리가 낡은 사상이라고 치부했던 유교에서 찾는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유교의 근본 원리, 제2부는 유교의 작동 원리, 제3부는 유교 동아시아, 제4부는 유교 조선을 다룬다. 뿌리에서 시작하여 점차 넓게 펼쳐가다 마지막 부분에서 조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총체적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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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책머리에: 동아시아 유교문명과 인류 보편적 가치

    제1부 중층근대와 유교
    제1장 중층근대성: 근대성 이론의 혁신
    제2장 맹자의 땀: 인류 진화와 도덕적 몸의 탄생
    제3장 성왕의 피: 폭력과 성스러움, 유교적 안티노미
    3장 보론 유교적 초월성: 양계초 대 막스 베버

    제2부 유교세계의 작동 원리
    제4장 유교정치의 키워드: 모럴폴리틱
    4장 보론 조선 그리고 중국, 일본, 베트남의 유교정치와 군주주권: 예외와 법칙
    제5장 유교의 예는 어떻게 사회를 규율했는가?
    제6장 유교 노블레스 오블리주: 여성적 절의와 도덕권력

    제3부 동아시아 초기근대의 전개 양상
    제7장 잊혀진 지구화: ‘긴 12세기’와 동아시아 초기근대혁명
    제8장 유교사회 영구정체론, 아시아적 생산양식론 비판
    제9장 동아시아 유교소농체제
    9장 보론 동아시아 유교소농체제에서의 자유 공간과 체제 안정성 비교

    제4부 조선 후기 유교 근대의 다이내미즘
    제10장 1659년 기해예송의 전말과 유교 국민국가의 태동
    제11장 유교군주와 근대주권: 윤휴, 정약용, 정조
    제12장 “온 나라가 양반 되기”: 조선후기 유교적 평등화 메커니즘
    제13장 동학(東學): 대중유교와 인민주권
    제14장 결론: 21세기 문명의 흐름과 유교의 재발견
    에필로그: 동아시아의 여명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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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소개

    지은이: 김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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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작 : <맹자의 땀 성왕의 피>,<동양사상과 현대적 가치>,<진화하는 민주주의> … 총 14종 (모두보기)
    1960년 해남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자랐다. 1980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에 입학하여, ‘서울의 봄’과 ‘광주사태’를 겪고 운동권 학생이 되었다. 1982년 강제 징집되었다가 1985년 만기 제대하여 이후 1992년까지 인천, 구로의 공단 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했다. 1993년 뉴욕으로 유학하여, 뉴스쿨에서 석사학위(사회학)를,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사회학, Paul F. Lazarsfeld Fellow)를 받았다. 2001년부터 경희대학교 공공대학원(전 NGO 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미지의 민주주의: 신자유주의 이후의 사회를 구상 하다』(2009, 증보판 2011),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2014), 『진화하는 민주주의: 아시아·라틴아메리카·이슬람 민주주의 현장 읽기』(2014) 등이, 주요 논문으로 “The Genealogy of Confucian Moralpolitik”(2002), 「헌법과 시민의회」(2006), 「중층근대성」(2007), 「성찰성과 윤리」(2007), 「중간경제론」(2008), 「동아시아 유교소농체제」(2010), 「비서구 민주주의 연작」(2012~2013), 「동아시아 근대의 고유한 위상과 특징」(2015) 등이, 주요 역서로 『유쾌한 감옥』(2010, 스리 오로빈도 저) 등이 있다. 여러 저술상과 논문상을 수상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우리의 도덕적 몸에 숨겨진 근대성을 찾아서
    - 동아시아의 유교문명에서 세계보편윤리를 발견하다 -

    “서구중심 문명 판도의 재편과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의 부상(浮上). 새 천년 들어 대두된 거대한 전환의 움직임이다. 대전환의 이 두 측면은 서로 의미 있게 연관되어 있는가? 즉 동아시아 유교문명권은 문명 판도의 지구적 재편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할 수 있는가?
    이 책은 이 물음에 대한 오랜 숙고의 결과다. 우리는 동아시아 유교문명의 성취를 인류 보편적 가치의 좌표 위에서 재발견하였다. 이는 동시에 인류 보편적 가치의 재발견, 재해석 과정이기도 하였다. 보편이란 멈춰 있는 무엇이 아니다. 확장하고 심화하는 것이다. 이 책은 유교문명이 걸어온 길을 재해석하여 인류의 보편 차원을 확장하고 심화시킨다. 인류문명의 바람직한 재편은 바로 이 길, 인류 보편 가치의 확장과 심화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다. 이러한 확장과 심화를 통해 보이지 않았던 문명 간 통로들이 넓고 다채롭게 열리고, 횡단 불가능하다 생각했던 해협들로 수많은 배들이 오갈 수 있게 된다.” - 「책머리에」 중에서

    근대성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틀을 바꾸다
    막스 베버는 보편사적 의미를 갖는 근대성은 “서구, 오직 서구에서만(in the West, in the West only)” 형성되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기존의 근대성 담론은 서구가 비서구에 비해 물질적, 경제적으로만이 아니라 정신적, 문화적으로도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김상준 교수는 근대성의 구조가 장기적인 역사의 흐름 속에서 중층적으로 형성되어왔다고 말한다. 이러한 중층근대성론의 입장에서는 유럽 근대문명만이 순수한 근대고, 비유럽 근대문명은 아직 완전히 순수하지 못한 근대라는 발상과 논리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 근대성이 발현되는 데 다양한 경로가 존재하고 있을 뿐이다.

    동아시아 문명의 축을 유교에서 찾다
    중층근대성론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도 근대문명의 기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내용, 그 축은 과연 무엇인가? 김상준 교수는 동아시아 문명의 축을 우리가 낡은 사상이라고 치부했던 유교에서 찾는다.
    그는 이러한 관점에서 유교의 정초(定礎) 지점을 독창적으로 재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맹자의 땀’과 ‘성왕의 피’이다. ‘맹자의 땀’은 장례 풍습이 생기기 이전에 들판에 방치된 부모의 처참한 시신을 목격한 고대인이 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는『맹자』의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성왕의 피’란 요순우탕 등 성왕(聖王)의 행적을 기록한『서경』의 감추어진 이면에서 발견한 핏자국, 왕권을 둘러싼 폭력을 말한다. 유자들은 이 ‘성왕의 피’를 한사코 지우려 했다. 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군주를 창조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인류의 도덕적 몸의 탄생을 의미하는 ‘맹자의 땀’은 유교의 윤리적 기원을, 왕위 없는 왕을 지향한 ‘성왕의 피’는 유교 비판성의 기원을 풀어주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맹자의 땀, 성왕의 피’를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이 두 개념이 그만큼 유교문명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유교의 근본 원리, 제2부는 유교의 작동 원리, 제3부는 유교 동아시아, 제4부는 유교 조선을 다룬다. 뿌리에서 시작하여 점차 넓게 펼쳐가다 마지막 부분에서 조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총체적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제1부는 인류문명사의 흐름 전체를 다시 새롭게 보는 방법에서 시작한다. 그렇게 해야 유교와 유교세계를 다시 새롭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각 전환의 핵심은 제1장「중층근대성론」에 들어 있다. 제1장의 목표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하고 너무나 깊이 내재화되어 있는 서구중심의 고전적 근대성 이론을 완전히 새로운 근대관으로 대체하는 데 있다.
    제2부의 키워드는 ‘모럴폴리틱’이다. 모럴폴리틱이란 정치와 윤리가 합체된 도덕정치다. 유교에서 그 수단은 예(禮)인데, 따라서 모럴폴리틱은 예치(禮治)라고도 할 수 있다. 저자는 모럴폴리틱 안에서 정치와 윤리 사이의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다고 본다. 유교세계의 정치, 사회, 일상에서 모럴폴리틱이 어떻게 작동했는지 살폈다.
    제1부와 제2부가 주로 이론적, 철학적 고찰이라면, 제3부와 제4부는 구체적인 역사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은 유교세계가 영구히 정체되어 있었고, 오직 서구세력이 들어와 충격을 가함으로써 정체에서 깨어났다는 널리 퍼진 항간의 통념을 뒤집는다. 오히려 동아시아 문명이 근대 세계로 가는 인류사적 여정의 서막을 열었음을 밝힌다. 제3부는 그 근거를 동아시아 전체사 차원에서 규명한다. 여기에서는 11~13세기 연간 중국 강남 지역을 핵으로 하여 전개된 초기근대혁명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제4부는 17세기 이후 조선 후기의 역사에 집중한다. 1659년의 기해예송(己亥禮訟) 이후 전국화한 유교 공론장과, 정약용이 “온 나라 양반 되기”라고 불렀던 뜨거운 양반열에 대해 이야기한다. 유교정치는 군주의 주권을 내파(內破), 즉 안으로부터 깨뜨리는 숨은 본질을 가지고 있었고, 그 내파의 힘은 오늘날의 민권정치, 민주정치의 동력과 연결된다. 조선 후기의 양반열은 유례없는 평등화 에너지였다. 우리에게 자유 전통, 민주, 평등 사상, 국가 너머를 생각하는 문명관, 그리고 인민주권론은 결코 서구 외래 사상만이 아니다. 유교체제에 이미 내장되어 있었다. 제4부는 조선 후기에 발생했던 여러 사건들과 동학운동에 대한 상세한 분석을 통해 이를 입증한다.

    저자는 새로 태어날 유교는 밝고 능동적인 시민사상과 시민윤리가 될 것이라 했다. 그럴 때 유교의 ‘천하위공(天下爲公)’ 정신이 제약 없이 진정으로 만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하위공이란『예기』의 한 대목에 나오는 말로 인간 문명, 천하의 모든 일은 공(公)의 실현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이다. 아울러 현 시점이 동아시아가 지구권 문명 재편에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우 귀하고 중차대한 때임을 강조했다. 그는 20세기의 좁디좁은 냉전적 사유 틀을 버리라고 말한다. 그래야 동아시아 공통의 문명적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동아시아 문명이 인류문명을 한 단계 높이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신장판은 지난 쇄의 오류를 바로잡는 동시에 기존의 견장정을 대신해 연장정으로 책매기를 바꾸면서 독자들의 부담을 덜고자 가격을 크게 낮추었다.

    2012년 문화체육관광부 우수학술도서
    2011년 성균관유교학술원 저술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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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핵심은 '윤리의 힘'!
[김민웅의 '리브로스 비바'] 김상준의 <맹자의 땀, 성왕의 피>
김민웅 성공회대학교 교수
2012.09.21 19:20:00

유교의 핵심은 '윤리의 힘'!

풍부한 이야기 거리와 방대한 접근법

김상준의 <맹자의 땀, 성왕의 피>(아카넷 펴냄)는 자칫 이론적 난해성에 빠질 수 있는 학술 서적을 이렇게 쓸 수 있기도 하겠구나 하는 찬사가 나오는 책이다. "땀"과 "피"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제목도 그렇거니와, 서술 방식도 구어체 강연을 듣는 기분이 들게 한다. 그 안에는 학술이라는 이름 아래 이론의 뼈대를 내세우려 들기보다는, 방대하고 풍부한 이야기 거리가 담겨 있다.

김상준이 던지는 질문도 우리에게 대단히 중요한 현실적인 의미를 갖는다.

"유교 문명의 전통이 근대 이후의 우리의 삶을 위해 어떤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다가서는 그의 방법론도 단지 유교 경전의 재해석이나 유교 문명의 강점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체제 전체의 맥락과 연결시켜 그 위치를 조망하고 유교의 내면에 담긴 핵을 건져 올린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방법론의 풍족함은 이 책을 읽는 이를 기쁘게 한다.

서구적 학문의 훈련을 받은 사회학자인 그가 기본적인 사회학의 틀 거리를 비롯해서, 세계 체제 분석의 다양한 입장을 섭렵하고 중국의 유교 사상사와 조선 후기의 정치사회 사상사의 구체적인 내용까지 정리해나가는 솜씨는 이 책의 학술성을 깊게 각인시키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세계사(World History)'의 경이로운 발전과 다양한 담론을 소화하고 있는 토대 위에서 펼치는 논리라는 점에서 흥미진진하다.

유교 문명권에 근대의 동력이 담겨져 있다고?



▲ <맹자의 땀, 성왕의 피>(김상준 지음, 아카넷 펴냄)ⓒ프레시안
김상준은 무엇을 고민하고 이 책을 썼는가? 서구가 중심이 된 자본주의 체제의 확장 과정을 근대사로 이해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보다 더 선도적으로 근대적 사유와 정치 윤리의 힘을 지닌 유교 문명 체계를 재점검하고자 한다. 그것은 우리 안에 우리가 몰랐던 자기 발견의 의미를 지닌다. 또는 아시아의 아시아적 각성의 차원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시선과 접근은 아시아의 주체성 세우기나 아시아에도 유럽의 근대 못지않은 근대적 자산이 있다거나 아시아가 먼저 근대적 사유와 역사 발전의 계기를 열었다든가 하는 것을 강조하는 것에 그 목적이 있지 않다. 보다 중요한 것은, 유교의 정치사상과 이를 떠받치고 있는 이들의 삶에서 확인되는 "윤리의 힘"이다. 그리고 이 유교적 윤리의 힘이 오늘날의 민주주의 그리고 시민의 위상과 역할에 결합될 경우, 우리의 미래를 새롭게 열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김상준의 주장이다.

이매뉴얼 월러스틴을 비롯한 세계 체제론자들의 입장이 기본적으로 서구 자본주의 발전사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에 반해, 그는 자넷트 아브 루고드, 군데르 프랑크, 조반니 아리기 등의 입장을 바탕으로 그의 논지를 펼쳐나간다. 그것은 월러스틴의 세계 체제론에 충분히 포괄되지 못했던 비서구 체제의 역사성과 역동성, 지구적 연관 구조를 주시하고 여기에서 중국을 축으로 하는 아시아적 세계 체제의 의미를 재평가하는 작업에서 출발한다.

16세기 서구 자본주의 체제의 지구적 성립사는 프랑크를 비롯한 이들이 지적했듯이, 유라시아 전체와 인도양 등에 걸쳐 구축된 이슬람권과 중국의 아시아 체제가 기초가 되어 당시 주변부적 위치에 있던 서구가 이 체제에 결합됨으로써 시작되었다는 점을 주시한 김상준은 "근대"의 의미가 재정립되어야 함을 역설한다. 그는 "근대"가 역사적 자본주의의 출현이나 이성을 기본으로 하는 합리성의 등장이라기보다는 종교적 영역으로 간주되어온 성(聖)의 체계가 속(俗)의 체계에 통섭되면서 생겨나는 변화로 이해한다.

성과 속, 그 통섭의 역전

다소 어려울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한데, 달리 말하자면 성(聖)의 원리가 속(俗)의 논법 속에 내면화되고 재해석되어 현실 발전에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실의 기존 질서를 신성시하는 논법에 대해 세속의 요구로 비판적인 해체와 재정립을 하는 것은 현실의 권력과 지배 질서에 대한 대대적인 반격이 된다.

가톨릭을 중심으로 구성된 중세 유럽의 권력이 더는 성역으로 인정받지 못하게 되고 인민의 통제 아래 들어가게 된 것이 근대의 정치적 변화를 보여주는 특징이라고 한다면, 같은 논법에 따라 왕의 권력을 하늘이 준 성역이 아니라 민심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자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윤리적 통제력을 발휘하는 것이 또한 근대가 된다. 그런데 아시아에서 이러한 사상적 의지는 송과 원대에 활발하게 터져 나왔을 뿐만 아니라 그것의 원형은 이미 고대 유교에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법은 사실 이상한 것이 아니다. 서구의 근대 사상사도 고대 그리스 철학과 만나면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도 유교의 원형적 근대성의 힘은 존재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지점에 눈을 돌린 김상준은 야스퍼스가 "기축의 시대"라고 불렀던 인류 문명사의 정신적 태동의 시기에 생겨난 유교의 내면을 살펴본다.

그것은 기본적으로 춘추 전국 시대 이래 지속되어 온 군주의 폭력적 권력에 대한 윤리적 통제력의 발휘에 노력해온 이들의 소산이 된다. 그리고 이것을 그는 "성왕의 피"라고 부른다. 왕권 찬탈과 계승의 역사에서 수없이 벌어진 유혈 사태와 이로 인한 전쟁과 폭력은 권력에 대한 유교의 윤리적 비판의 출발점이 된다. 죽음 앞에서도 비판의 의지를 꺾지 않는 자세다.

그리고 이보다 앞선 사상적 기초는 비참한 지경에 처한 이들의 고통에 대한 윤리적 공감이다. 김상준은 이를 가리켜 들판에 버려진 죽음에 마음이 으깨어져 땀이 나고 그 비극을 차마 눈뜨고 보지 못하는 "맹자의 땀"이라고 부른다. 인(仁)의 탄생이다.

예치 시스템의 등장과 정치 윤리적 통제력의 의미

이러한 마음과 자세를 기둥으로 하여, 유교는 미조구치 유조가 명확히 정리했듯이 예치(禮治) 시스템을 작동하고, 군왕의 물리적 폭력이 아니라 군왕의 덕(德)이 민생을 위해 공력(公力)을 내뿜도록 만든다. 그는 군주의 권력에 대해 이러한 정치 윤리적 통제력이 바로 설 때 <예기>에 나오는 "천하위공(天下僞公)", 즉 "천하의 모든 일이 공(公)의 실현을 위해 나간다"는 뜻을 갖게 된다고 강조한다.

백성들의 삶이 허덕이고 있다면, 권력은 마땅히 "윤리적 고통"을 느껴야 하고 이것이 오늘날 시민의식과 하나가 된다면 역동적인 시민 민주주의의 근간과 국제 평화를 지향하는 체제로 발전해나갈 수 있는 동력의 기초가 된다는 것이다.

조선 사상사의 재발견

그가 1659년 현종 때의 장례 문제로 터져 나온 기해예송을 다루면서 노론의 조부가 되는 송시열과 그에 맞선 윤휴의 논쟁, 이후 남인들의 몰락과 득세, 이들이 다시 주변부화되어가면서 전개되는 일체의 논쟁 속에서 군주 주권을 안에서부터 통제하고 조여 대는 유교 정치의 윤리적 역량을 재발견한다. 그리고 이것이 이후 조선 후기 사회의 분해와 민중들의 열망에 결합해서 이루어진 동학으로 발전하면서 인민 주권적인 민중적 영성을 확대해나가는 과정을 주의 깊게 살펴나간다.

조선 사상사의 흐름을 이렇게 짚어내면, 우리는 동아시아 내부에 오늘의 정치와 세상을 바꾸어낼 수 있는 사상적 저력을 재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된다.

물론 숙제가 남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오늘의 세계 체제 내부에서 유교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보는 일 못지않게, 역사적 자본주의의 모순과 갈등, 수탈 체제의 극복은 공이라는 개념이 있기는 해도 유교 문명의 사상적 자산을 가지고 어떻게 돌파할 수 있을 것인지, 근대 아시아의 역사에서 골이 깊어진 국제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그리고 자칫 이러한 논의가 중국의 사상적 주도권을 강화시켜주는 결과는 오지 않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윤리적 고통의 공감대

김상준의 <맹자의 땀, 성왕의 피>는 그런 점에서 매우 논쟁적인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펼쳐질 수 있는 논의는 아시아라는 문명 공동체를 다시 돌아보게 할 것이며, 그 안에서 길어 올려야 할 역사와 사상의 요체가 무엇인지, 지구적 자본주의의 위기가 분명해진 시점에서 이것이 어떻게 작동할 수 있을 것인지 등이 될 수 있다.

그는 무엇보다도 "공공의 정신, 천하위공의 마음으로 동아시아의 거듭남, 지구 문명권의 정의로운 재편에 뜻을 모으자"고 결론짓고 있다. 그래서 그는 현실 정치의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초월적 도덕 정치 또는 정치 윤리의 힘을 강화하는 노력을 주목한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이 노력의 밑바닥에는 김상준이 책 첫머리에 강조한 "윤리적 고통"을 느끼는 일이 우선일 것이다.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앞에는 백성의 눈물이 있기에. 백성의 눈물과 땀과 피만 요구하는 권력이 아닌 새로운 정치현실을 위해서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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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변하는 시대 속 유교의 재발견… 위기극복 계기 제공할까

최익현 기자
승인 2017.09.28 16:28

철학, 사회학, 정치학 전공자들의 ‘유학(유교)’ 조명한 책들은?


『유교 자본주의 민주주의』(함재봉 지음, 전통과현대, 2000)

정치학자이자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인 저자가 2000년에 발표한 책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유교. 한국에서 유교가 가지는 의미와 위치는 ‘일소해야 할 구악’에서부터 ‘계승 발전시켜야 할 전통’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지금 논의되는 유교가 수백년 전의 그것과 같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전통유교사상을 오늘날의 주류사상인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속에서 재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유교를 자본주의와 자유주의의 맥락에서 크게 ‘동아시아 발전 모델’과 ‘아시아적 가치’논쟁으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이 두 논쟁은 그 동안 인문학자들간의 순수한 학문적인 연구의 대상에 불과하던 유교를 첨예한 경제적, 정치적, 이데올로기적 논쟁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당시 미구 학계에서 제기한 ‘동아시아 발전모델로서의 유교’론을 국내적 맥락으로 이끌고 온 책이다. 총 7장으로 구성한 본문에는 유교의 보편성과 특수성의 문제, 동아시아 발전모델 또는 유교자본주의, 아시아적 가치논쟁의 국제정치학, 한국 지식인의 정체성, 경복궁의 복원과 전통의 재평가 등 한국 사회에서 유교를 중심에 둔 이슈들을 정리하고 있다.
저자의 의도는 이 책을 통해 수입된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보다 우리 상황과 정서에 잘 맞도록 개조하고, 현재의 시스템에 건설적인 비판을 가하며,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국인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고자 하는 데 있었다.




『맹자의 땀 성왕의 피: 중층근대와 동아시아 유교문명』(김상준 지음, 아카넷, 2011(2016 신판))

경희대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중층근대성론’을 내세운다. 중층근대성론에 따르면 동아시아에서도 근대문명의 기틀을 발견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 내용, 그 축은 과연 무엇인가? 저자는 동아시아 문명의 축을 우리가 낡은 사상이라고 치부했던 ‘유교’에서 찾는다. 책은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제1부는 유교의 근본 원리, 제2부는 유교의 작동 원리, 제3부는 유교 동아시아, 제4부는 유교 조선을 다룬다. 뿌리에서 시작하여 점차 넓게 펼쳐가다 마지막 부분에서 조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총체적으로 마무리하는 구성이다.
그는 유교의 定礎 지점을 독창적으로 재발견한다. 그것이 바로 ‘맹자의 땀’과 ‘성왕의 피’다. ‘맹자의 땀’은 장례 풍습이 생기기 이전에 들판에 방치된 부모의 처참한 시신을 목격한 고대인이 땀을 흘리며 괴로워했다는 『맹자』의 구절에서 가져온 것이다. ‘성왕의 피’란 요순우탕 등 聖王의 행적을 기록한 『서경』의 감춰진 이면에서 발견한 핏자국, 왕권을 둘러싼 폭력을 말한다. 유자들은 이 ‘성왕의 피’를 한사코 지우려 했다. 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군주를 창조하려 했던 것이다. 결국 인류의 도덕적 몸의 탄생을 의미하는 ‘맹자의 땀’은 유교의 윤리적 기원을, 왕위 없는 왕을 지향한 ‘성왕의 피’는 유교 비판성의 기원을 풀어주는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맹자의 땀, 성왕의 피’를 이 책의 제목으로 삼은 이유는 이 두 개념이 그만큼 유교문명을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새로 태어날 유교는 밝고 능동적인 시민사상과 시민윤리가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럴 때 유교의 ‘天下爲公’ 정신이 제약 없이 진정으로 만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하위공이란 『예기』의 한 대목에 나오는 말로 인간 문명, 천하의 모든 일은 公의 실현을 향해 나아간다는 뜻이다. 아울러 현 시점이 동아시아가 지구권 문명 재편에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매우 귀하고 중차대한 때임을 강조했다. 그는 20세기의 좁디좁은 냉전적 사유 틀을 버리라고 말한다. 그래야 동아시아 공통의 문명적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동아시아 문명이 인류문명을 한 단계 높이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다.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김상준 지음, 글항아리, 2014)

책의 제목은 난해하다는 평을 받던 프레드릭 제임슨의 『정치적 무의식』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2011년 『맹자의 땀 성왕의 피』(아카넷)의 후속작인 이 책은 전작에 대한 이론의 정교화 작업이자 사례 분석의 확대이며, 『맹자의 땀 성왕의 피』 논평에 대한 반론도 담고 있다. 전작에서 서구 중심적 근대성론을 시공간적으로 확장하고 보완한 중층근대성론을 유교문명 및 조선사회의 역사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새롭게 정초해낸 저자는 이번 책에서 인류 보편 가치(근대성의 핵심으로서)로서 향후 문명 전환의 한 축을 담당할 유교의 ‘윤리성’과 ‘비판성’을 구체적으로 확장·심화시켜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수천 년 동양 문명을 지탱해온 ‘유교의 무의식’이라는 대륙에서 찾아내는 무의식들은 이 책에서 비판성, 윤리성, 민주, 민생, 문명화, 여성화 등의 기호로 해독되고 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가 명명한 ‘유교 국가 부르주아’의 개념과 성격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들 유교 ‘국가 부르주아’는 왕권에 대한 부단한 계도와 규제라는 게임을 통해서만 존속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돼 있었다. 왕권에 대한 이러한 계도와 규제는 자유주의적(견제와 균형)이며, 공화주의적(성왕론, 선출론)이자, 민주주의적(민본, 下而上의 이념, 民爲堯舜)이기도 한 급진적 잠재성을 품고 있었다. 그러나 왕조, 왕권이 무너지는 순간, 그 자신이 딛고 서 있는 토대도 무너지게 되어 있던 것이 유교 ‘국가 부르주아’이기도 했다. 아울러 이 유교 ‘국가 부르주아’의 정치적 무의식이란, 19세기 후반 20세기 초, 서세의 압도적인 우세 속에 그들의 유교 왕조, 유교 체제가 재생의 여지없이 허무하게 무너질 때, 비로소 프로이트가 말한 무의식의 ‘꿈-작업(dream-work)’에서 불현듯 깨어나 또렷한 의식의 세계로 튀어오르게 되는 것이기도 했다. 저자는 바로 여기서 유교의 정치적 무의식의 ‘급진적 잠재성’을 읽어내려 한다.




『유교적 근대성의 미래: 한국 근대성의 정당성 위기와 인간적 이상으로서의 민주주의』 (장은주 지음, 한국학술정보, 2014)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장은주 영산대 교수의 이 책은 그 동안 우리 사회가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성공적으로 발전시켜 온 근대적 삶의 양식이 오늘날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출발해, 그러한 위기를 ‘한국 근대성의 정당성 위기’라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진단하고, 민주주의에 대한 ‘인간적 이상’의 실현을 추구하는 데서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천적 대안을 찾는다.
또한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심각한 삶의 위기를 ‘근대성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라는 틀 속에서 비판적으로 조망해 보려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사회의 근대성 담론 일반이 우리 한국의 근대성이 갖고 있는 고유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접근법을 발전시키지 못해 비생산성을 노정해 왔다고 보고, 그것을 대체할 대안적 접근법을 모색한다. 이 대안적 접근법에서 우리의 근대성은 서구의 근대성과는 다른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문법을 가진 ‘유교적 근대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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