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30
성경이 금하는 음식,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성경이 금하는 음식,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성경이 금하는 음식,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주장] 창세기에 걸린 저주, 네 번째 이야기
김요한 (geunhye756@gmail.com)
승인 2017.01.04 11:57
야훼스트 버전 창세기의 금기식
야훼스트 버전의 창세기 내용이 오늘날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번 주제는 음식이다. 야훼스트 버전 창세기에서의 하나님은 먹을 것에 대해 뭐라 말하실까?
먼저 에덴동산에서의 하나님은 인간에게 식물(食物), 채소와 열매를 허락하셨다. 노아 시대 대홍수 이후 채식뿐 아니라 육식 또한 허락하신다. 모세 시대 와서는 시내산에서 언약의 말씀을 반포하시면서 새로운 음식 규례를 정해 주신다.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의 구분하시고 정한 짐승만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신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부정한 음식이 돼지고기다.
그래서인지 철기시대 고대 이스라엘 유물에서는 돼지 뼈가 나오지 않는다. 블레셋인 거주지에서 돼지 뼈가 무더기로 나온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율법과 식생활 규례를 담은 레위기가 쓰이기 500년 전부터 이미 이스라엘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았다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고고학적 자료다.
그 후 1,500년이 지난 지금까지 당시의 음식 규례가 이어져 현재 이스라엘인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이루고 있다. 실제로 레위기 음식 규정이 어떤지 간략히 살펴보자.
- 정결한 동물은 굽이 갈라지고 그 틈이 벌어져 있으며 새김질하는 동물이다. 돼지는 안 된다. 굽이 갈라져 있지만 되새김하지 않기 때문이다.
- 피는 안 된다.
- 제물로 바쳐 불태운 소, 양, 염소의 기름은 안 된다.
- 지느러미와 비늘 없는 물고기는 안 된다.
- 독수리, 솔개, 말똥가리, 까마귀, 부엉이, 가마우지, 고니, 황새, 박쥐 등은 먹을 수 없다.
- 날개가 달렸으면서 뛰는 다리가 있어 땅에서 뛸 수 있는 메뚜기, 방아깨비, 누리, 귀뚜라미를 제외한 곤충은 안 된다(판본에 따라서는 베짱이나 팥중이까지).
얼핏 봐도 엄격하다. 그러나 오늘날 유대인들은 이 율법을 엄격히 지킨다. 그중 근본주의자로 볼 수 있는 '하레디'는 보통의 유대인보다 더 엄격하게 지킨다.
이들은 "새끼 염소를 그 어미의 젖에 삶아서는 안 된다"는 탈출기 23:19를 지킨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식품이 있다. 치즈버거다. 치즈버거에는 고기와 치즈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치즈는 젖으로 만들어졌다. 따라서 새끼 염소가 그 어미 젖에 삶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치즈버거는 금기식이 된다.
음식 선택의 자유
더욱이 내부 논쟁은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염소고기가 젖에 삶아질 수 있다면, 사람 뱃속에서 고기와 젖이 안 섞이게 되는 시점이 언제인가를 두고 논쟁할 정도다(아슈케나지 유대인은 3시간이면 소화가 되기 때문에 괜찮고, 세파르디 유대인은 6시간 뒤에나 소화가 된다며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쯤 되면 '사람 나고 음식 났지, 음식 나고 사람 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물론 각 종교나 민족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정하는 것은 자유다. 종교의자유가 있는 만큼 음식 선택의 자유도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을 교조적으로 지키거나, 정도가 심해지면 문제가 심각한 지경으로 빠지게 된다. 종교와 결부된 전쟁의 경우, 포로를 잡은 군인이 금기시하는 음식을 포로에게 억지로 먹이면서 자신들의 우월성을 과시하며 악마적인 쾌감을 즐겼다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이는 가장 문명화했으며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프랑스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라 사람들을 실망스럽게 한다. 프랑스 내 무슬림 인구 구성은 현재 독일과 영국보다 높다. 이슬람교가 가톨릭에 이어 제2의 종교로 부각한 프랑스는 이슬람 여성 전통 의복인 부르카 착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한 데 이어, 교육청에서 돼지고기 급식을 무슬림에게 강요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프랑스 내 IS 테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음식이 사람을 행복하게 하기는커녕 사람을 악마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 음식 혁명 일으키다
그런데 음식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키신 분이 계시다. 2,000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다. 예수는 레위기의 세세한 규정을 지키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음식을 먹는 사람이 마음을 정결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선포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선포 수준이 아니었다. 당시 유대인 율법은 그 힘이 지나쳐 죄인을 낙인찍고 처벌할 정도로 위력이 있었다. 예수는, 안식일이 인간을 위해 있지 인간이 안식일을 위해 있지 않다며 그들과 싸우다 살해당할 뻔했다. 바로 이 율법을 비판하고 어겼기 때문이었다. 율법에서 금한 음식을 먹어도 선포한 예수의 말과 행동은 그야말로 유대교 사제와 율법학자에 대한 선전포고와 다름없었다.
이 같은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날 가톨릭교회, 정교회, 오리엔트정교회, 그리고 대다수 개신교인들은 이전에 금지했던 돼지고기는 물론 토끼, 새우, 게, 오징어, 문어 등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기독교인의 음식 문화
오늘날 한국 기독교 지도자들은 음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여담이지만, 한국 기독교 지도자 대부분은 동성애에 반대하며, 야훼스트 버전 창세기를 강력한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식에 대해서는 벙어리다. 창세기에 분명 규정이 나와 있는데도 말이다. 일관성이 없는 것을 넘어서 아전인수(我田引水)가 아닌가 생각된다. 자기 생각을 합리화하려고 '성경'을 자의적으로 내세운다는 느낌까지 든다.
한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순대와 선짓국을 드시는 건 좋다. 아니, 매우 좋다. 대한민국 일부 부자 교회 목사들이 돈 있고 위세 있는 자와 고급 레스토랑을 드나드실 때 서민이 애용하는 순대집, 해장국집을 드나드시는 목사님들 모습을 보면 따스하기까지 하다.
랍스터를 먹는 것도 좋다. 샥스핀도 마찬가지고. 풍요의 시대를 구가하는 한국에서 기독교 지도자들이 이런 음식을 못 먹을 이유가 없지 않나. 이런 데서 잘사는 사람도 만나야 하고. 영혼에는 계급이 없으니 말이다. 푸아그라도 좋다. 프랑스와의 친선을 위해 찬성하면 할 일이지, 반대할 일은 아니다. 오늘과 같은 세계화 시대에.
그러나 우리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그들에게 '음식의 구원', '음식의 해방'을 가져다주신 예수의 가르침을 말이다. 예수가 모든 동식물을 먹을 수 있도록 허락하신 것은 맞다. 그러나 두 가지 경우는 분명히 제했다. '우상의 제물'. 다른 신을 숭배하는 제단에 올려진 동물은 안 된다. 피, 그리고 목매어 죽인 동물이 그것이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 우상 금지
- 동물에 대한 잔인한 도축 금지, 즉 오늘날로 말하면 '동물권' 보호
예수라면 어떻게 하실까
예수가 오늘날 음식 문화를 보시면 어떤 생각을 하실까?
우선 피. 아프리카 유목민은 예로부터 지금까지 소를 죽이지 않고 화살로 소 목의 동맥을 찔러 피를 받아 마신다. 소가 유일한 식량 제공원이기에 나온 풍습이다. 소를 죽이지도 않는다. 이것을 예수가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한국의 순대, 유럽의 소시지도 마찬가지다. 스파르타 전사처럼 '선짓국'을 먹고 폭력적으로 변해 사람을 죽이는 것에는 우려하실지도 모르겠다.
푸아그라는 어떻게 생각하실까. 비록 푸아그라는 거위를 목매달아 죽여 만든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구' 해석으로만 보면 금기식은 아니다. 그러나 살아 있는 거위에게 억지로 먹이를 먹여 간경화를 일으켜 죽인 다음 음식으로 만드는 행위는 목매달아 죽이는 행위보다 더 잔인할 수 있다. 매우 진노하실 가능성이 크다. 당연히 오늘날 공장식 축산 시스템에서 잔인하게 사육, 도축하는 소, 돼지, 닭을 보셨어도 분노하셨으리라. 이미 예루살렘 제단을 박살내셨던 분인데 '공장'을 박살내지 못하실 리 없지 않은가.
샥스핀? 상어는 멸종 위기 동물이다. 더구나 어부들이 잡아서 지느러미만 자르고 몸통은 바다에 던지면 지느러미 없는 상어는 헤엄치지 못한 채 바다 밑으로 고통스럽게 가라앉으며 죽어 간다.
기독교인이 비늘 없는 물고기인 상어를 못 먹을 이유가 없겠지만, 더 큰 명제에 위배될 수 있다. 하나님의 명령 말이다. 하나님은 창세기에서 인간에게 당신의 피조물을 잘 관리하라고 하셨다. 인간은 예수를 팔아 상어라는 하나의 종(種)을 멸종시키고 있으니 그것이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억지 같다고? 다른 이유도 대보겠다. 대한민국 사람은 중국 무시하기로는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한다. 샥스핀의 종주국 중국의 세계적 스포츠 스타 야오밍은 샥스핀 요리에 반대한다. 세련되고 교양 있는 대한민국, 그것도 이스라엘과 영국, 미국을 넘어 오늘날 하나님의 '제사장 나라'가 되었다고 자화자찬하는 대한민국에서 고양 있으신 목사들이 샥스핀을 즐기시면 되겠는가. 아니라고 본다.
차라리 홍어를 먹으시라. 세계적인 대한민국 특산물이고, 경상도가 판치는 세상에 전라도 음식 좀 먹어 '진정한 교양'을 넓히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한마디 더하겠다. 방금 말한 샥스핀은 홍어와 달리 세계적으로 부의 상징이다. 샥스핀을 먹는 것은 단순한 식도락을 넘어 부를 과시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자칫하면 '맘몬'을 섬기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음식이 맘몬의 제단에 바치는 '제사물'이 될 수도 있고 말이다. 우상숭배에 쓰인 제물을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신 예수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한다.
음식을 먹는 방법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손가락으로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중 큰 부분을 '야훼스트 사제들'에게 둔다.
창세기 버전 중 야훼스트 버전이 아닌 제관계 버전에서의 하나님은 동물을 인간보다 먼저 창조하신다. 인간은 막내인 셈이다. 야훼스트 버전의 하나님은 인간을 먼저 만드시고 동물은 나중에 만드신다.
이는 인간이 동물보다 우월하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이는 자연 약탈 시대의 자본주의와 맞물려 동물은 물건과 같으니 인간 마음대로 하라는 논리로 발전한다.
실제 이 시기 성경 번역은 우려를 자아낸다. "땅 위를 돌아 다니는 모든 짐승을 다스리라(radah)"라는 하나님의 말씀 중 '다스리라'는 '부리라'로 번역된다. 이는 동물을 착취하고 정복해도 된다는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정당화하는 것으로 악용된다.
그래서일까? 내 주변 어느 목사는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고 하나님은 인간에게 동물을 지배할 권리를 주셨다. 마음껏 먹으라"라고 어린 학생에게 이야기하신다. 그 말을 들은 한 학생은 "동물 눈을 보면 영혼이 있는데 왜 영혼이 없다고 하시냐"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았다. 마음이 착잡했다.
이런 말을 들으면 피곤해하실 분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할 수밖에 없다. 이제 '성경 구절'을 넘어서야 할 때라고. 평상시에 이런 생각도 해 보자.
내가 먹는 음식이나 약, 내가 쓰는 화장품 중 멸종 위기종이거나 잔혹하게 사육, 도축한 동물은 없는지. 그 동물 때문에 경작지가 줄어들거나, 쫓겨나 빈궁하게 사는 농부들은 없는지. 그 동물에게 먹이는 곡식을 먹지 못해 굶고 있는 어린이들은 없는지. 항생제 남용, 유전자조작으로 키워져 인간이 먹을 경우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내가 이걸 먹으면 이를 만들고 제공한 사람들의 노동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것에 동조하게 되지는 않는지. 내가 먹는 음식이 뇌물은 아닌지. 남 앞에서 우쭐되는 결과를 낳는데도 무심하게 그 음식을 먹은 것은 아닌지 등.
이런 관심이 동물에게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식물, 나아가 소금 등의 광물, 인공 산소, 방사능, 레이저 등에까지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모든 것이 하나님의 피조물이기 때문이다.
음식 이야기를 '예능'이 아닌 '다큐'처럼 해 버리고 말았다. 나의 어머니께서는 음식 먹을 때 이러쿵저러쿵 따지는 것을 싫어하신다. 복 나간다고 보시기 때문이다. 나는 이 말씀에 동의한다. 그러니 음식을 앞에 두고는 맛있고 감사하게 먹자. 하지만 이 말은 꼭 기억하자.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모든 음식을 창조하신 분의 말씀이다. 식사 맛있게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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