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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 불어넣기 | 아시아 문학선 8
메도루마 슌 (지은이),유은경 (옮긴이)도서출판 아시아2008-03-25원제 : 魂こめ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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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양장본
253쪽
145*208mm
329g
책소개
오키나와 전쟁과 미군 기지 문제를 문학적 주제로 삼는 메도루마는 오키나와의 현실을 그리기에는 사실적 리얼리즘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작가이다. 오키나와의 토속적 전통과 신화적 세계가 펼쳐지는 그의 문학에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소설집 <혼 불어넣기>에는 총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려 있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교감을 통해 전쟁에 대한 기억이 기괴한 환상 속에서 전개되며, 그 밑바닥에는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응시하는 예리한 눈이 번뜩인다.
목차
혼 불어넣기
브라지 할아버지의 술
붉은 야자나무 잎사귀
투계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
내해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문득 고타로의 코에서 뭔가 검은 것이 삐져나와 있는 게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코털인 줄 알았는데 그게 갑자기 쏙 들어가더니, 이번에는 입에서 3센티미터 정도 삐져나와 볼과 턱 주변을 더듬었다. 놀라서 보고 있는데, 다시 입에서 성냥골만 한 눈알이 튀어나와 입술을 벌렸다. 자줏빛을 띤 회색 발톱이 입술을 비집으며 어른 주먹만 한 소라게가 정체를 드러냈다. 우타는 너무나 기가 막혀 잠시 넋을 잃고 소라게를 쳐다보다가 몸서리를 치며 근처에 있는 파리채를 들어 힘껏 내리쳤다. 소라게는 재빨랐다. 플라스틱 파리채가 메마른 소리를 냈을 때는 입 안으로 쏙 들어가고, 고타로의 코 고는 소리가 멈췄다. 그의 코와 입 주변이 그물코 모양으로 뻘게졌다. - 본문 18쪽에서 접기
졸음을 부추기는 꽃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숲 쪽에서 지붕 너머로 왕얼룩나비가 날아왔다.
타오르는 불길 위를 휘돌던 나비가 마당을 너울너울 날아다녔다.
날개가 흰바탕에 검은 줄무늬인 나비는 문득 날갯짓을 멈추는가 싶더니 V자로 접고 천천히 내려와, 깨진 조작 오목한 곳에 어린 빛에 입을 갖다 댔다.
숲과 강가와 밭 쪽에서 나비들이 줄줄이 모여들었다.
제비나비, 청띠신선나비, 가랑잎나비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비들까지 포함해 수십 마리의 나비 떼가 마당을 날아다니다 흩어진 단지 조작 위에 내려앉았다.
파편을 뒤덮은 가지각색의 나비 날개들이 나풀거렸다.
노랑 머리띠를 두른 청년이 불 속으로 잡지를 던져 넣었다.
불꽃이 튀어 올라도 나비 떼는 날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날개 빛깔들이 아름다웠다.
파란 여름 하늘 안쪽에 아직 이 세계로 내려오지 못한 무수한 나비들이 날고 있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접기 - 윤재홍
그러고 나서 흰 플라스틱 테이블을 노천에 늘어놓은 레스토랑에서 함께 점심도 먹고 사진도 많이 찍어 주었어.
친구한테 빌려 온 카메라로 해양 박람회장을 배경으로, 혹은 바다, 호텔 앞, 도료 옆에다 나를 세워 놓고 사진을 찍었지.
나는 초등학교나 중학교 졸업 사진은커녕 어릴 적 사진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고,
다 큰 뒤에 찍은 사진도 거의 없었으니까 무척 기뻤단다.
지금 내 모습이 남는 다는 생각을 하니 신기하기조차 했어.
사진 찍는 것 따위로 너무 수선을 떤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기뻤던 거야.
그 사람이 나를 찍어 준다는 사실이 너무너무 좋았어.
다만 그 사람과 함께 찍지 못한 게 무척 아쉬웠지.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는데.
딴 사람에게 찍어 달라고 했으면 좋았으련만,
함께 찍자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어.
그게 지금까지도 너무 후회스러워.
얼마 후 그 사람은 떠나 버렸으니까. 접기 - 윤재홍
추천글
어떤 글은 우리를 베고 어떤 글은 목 조른다. 어떤 글은 속이고 어떤 글은 홀린다. 메도루마 슌의 글은 뜻밖에도 이 모든 것을 담백하게 해치운다. 그의 글 속에는 벤 상처가 있고 목 졸린 기억이 있다. 엉뚱한 웃음으로 우리를 속여 넘기고 천연덕스런 환상으로 우리를 홀린다. 읽고 나면 그야말로 속수무책이다. 읽는 동안은 모른다. 책을 덮고 나서 잠시 잠깐 속수무책의 시간이 지나면 볼 수 있다. 알에서 깬 새끼 거북 떼가 바다로 향하듯, 수만 나비 떼가 금빛 술에 모여들듯, 오키나와를 둘러싸고 은은히 펼쳐지는 생명과 상처의 군무를. 그곳, 참 가깝고 슬프다.
- 권여선 (소설가)
메도루마 슌은 일본인이라기보다는 류큐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 나는 오키나와의 현재 상황을 이렇게 첨예하게 인식하는 지식인이 있다는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그는 작가에게 주제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부모님이 오키나와 전쟁을 경험한 바 있고 그 자신 역시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에서 자랐으며 지금도 오키나와에 미군 기지가 산재한 까닭에, 자기 소설이 전쟁의 상처와 기억을 이야기하고 미군 기지 문제를 다루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오키나와를 주제로 소설을 쓰는 행위는 그를 이질적인 존재로 만들어버린다는 것이었다. 소설을 쓰면 쓸수록 도쿄와의 거리가 멀어지는 것 같다는 그의 고백을 들으면서 나는 그가 감당하고 있을 고독감을 헤아릴 수 있었다.
- 방민호 (문학평론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자 및 역자소개
메도루마 슌 (目取眞俊)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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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오키나와 현 북부에 위치한 나키진에서 태어났다. 류큐대학 법문학부에 들어가 문학 활동 및 반기지 활동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오에 겐자부로, 나카가미 겐지, 가브리엘 마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기간제 노동자, 경비원, 학원 강사 등을 했다. 이후 현립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2003년까지 일했다. 1983년 「어군기」로 등단한 후 1997년 「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2000년에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군 아이를 살해하는 ... 더보기
수상 : 1997년 아쿠타가와상
최근작 : <무지개 새>,<기억의 숲>,<어군기> … 총 27종 (모두보기)
유은경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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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에 일본어가 전도유망할 것이라는 아버지의 조언을 받아들여 상명여자사범대학교 일어교육과에 들어가 수석으로 졸업한 유은경은 교수가 되겠다는 원대한 꿈을 품고 일본으로 유학 갔다.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의 권위자 야스카와 사다오(安川定男) 교수를 사사하러 주오대학(中央大學) 박사 과정에 진학, 유학비는 장학금 및 한국어 강좌, NHK 방송국의 국제국 아나운서, 통역 등의 아르바이트로 조달했다. 귀국 후 대구의 효성여자대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일본 문학 수업을 ... 더보기
최근작 : <일본어뱅크 착착 일본어 Step 2>,<일본어뱅크 착착 일본어 Step 1>,<유머로 마스터하는 일본어> … 총 29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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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작 : <피시스케이프>,<계간 아시아 제55호 2019.겨울>,<유령시인>등 총 274종
대표분야 : 책읽기/글쓰기 13위 (브랜드 지수 13,606점),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26위 (브랜드 지수 29,687점), 에세이 50위 (브랜드 지수 8,173점)
출판사 제공 책소개
쿠타가와 상.가와바타 야스나리 상 수상 작가
메도루마 슌 소설집
왜, 오키나와에 주목하는가
오키나와는 류큐 왕국으로 독립된 섬이었다. 그러나 메이지 시대에 일본 본토의 무력 침공으로 종속 관계가 되어 오랫동안 경제적 수탈을 당하다가 결국 오키나와 현으로 복속된다. 이후 오키나와는 일본의 가혹한 동화 정책에 시달려야 했다. 학교에서는 오키나와 말 사용이 금지되었고, 오키나와 말을 썼을 경우에는 ‘호겐후다(方言札)’라는 패찰을 목에 걸어야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비참했던 것은 태평양 전쟁 말기, 일본에서 유일하게 지상전이 벌어졌던 오키나와 전쟁이다. 미군의 총공격으로 섬 전체가 초토화된 것으로 비극은 그치지 않았다. 미군의 상륙으로 전화(戰禍)에 휩쓸린 주민들은 피난 생활 속에서 굶주림과 말라리아로 죽어갔다. 더구나 아군인 줄 알았던 일본군은 식량을 강탈하고 주민을 학살하기도 했다. 오키나와 말을 쓰는 남자들은 간첩 혐의로 일본군의 손에 죽어 갔고, 심지어 ‘살아서 포로가 되는 치욕을 당하지 말라’고 집단 자결을 유도하여, 15만 명에 달하는 오키나와 주민이 목숨을 잃었다. 일본의 패전 후 오키나와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의 군사적 요충지로서 미군정하에 놓이다가 1972년 일본에 반환되었지만, 미군 기지는 점령 당시 그 상태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일본 국토의 0.6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오키나와 영토의 약 25퍼센트를 미군 기지가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 내 미군 시설의 70퍼센트에 달한다.
오키나와 인은 일본인이기보다는 ‘우치난추(오키나와 원주민)’이기를 원한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오키나와 사람이 ‘일본인이 아니라 오키나와 인이다’라고 대답한 비율은 41.6퍼센트, ‘오키나와 독립에 찬성한다’는 20.6퍼센트에 달했다([류큐신보], 2007년 11월 29일 보도). 이 우치난추들이 얼마 전 역대 최대 규모의 현민(懸民) 궐기 대회를 가졌다는 소식이 일간지에 소개되었다. 일본 역사 교과서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행된 오키나와 주민들의 집단 자결 사건을 기술한 부분에서, 일본군이 주민들에게 자결을 강요했다는 내용이 삭제된 것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것이다. 뿌리 깊은 상처와 가시지 않는 아픔을 가슴에 품고 사는 우치난추들의 일본 본토에 대한 반감이 남의 일 같지만은 않다.
전쟁의 쓰라린 상처를 안고 있는 역사의 현장인 이 오키나와에 주목해야 할 작가가 바로 메도루마 슌이다.
가슴을 저미는 이 낯설고 독특한 감각을
일본 문학으로 부를 것인가, 오키나와 문학으로 부를 것인가
이 책은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 [혼 불어넣기](1999, 아사히신문사)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된 [투계]([아시아] 2006년 가을호)와 표제작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내일을 여는 작가] 2007년 가을호)을 포함하여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오키나와 전쟁과 미군 기지 문제를 문학적 주제로 삼는 메도루마는 오키나와의 현실을 그리기에는 사실(寫實)적 리얼리즘만으론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는 작가이다. 오키나와의 토속적 전통과 신화적 세계가 펼쳐지는 그의 문학에는 시종일관 긴장감이 넘쳐흐른다. 산 자와 죽은 자의 교감을 통해 전쟁에 대한 기억이 기괴한 환상 속에서 전개되며, 그 밑바닥에는 오키나와의 과거와 현재를 응시하는 예리한 눈이 번뜩인다. 전쟁을 제재로 삼은 소설은 대개 무겁기만 할 뿐이지만 메도루마의 경우는 단지 ‘전쟁 이야기를 열심히 썼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전체가 판타지로 되어 있어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게 하면서 미묘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또한, 유려한 문장과 화려한 색채 감각, 탁월한 묘사력이 어우러진 그의 소설은 마치 세밀화를 감상하는 듯하다.
문학성보다는 대중성을, 진중함보다는 가벼움을 앞세우는 요즘의 일본 문학 시장에 본격 문학의 참맛을 일깨워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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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도루마 슌, 도서출판 아시아, 오키나와. 기억해야 할 것들. 읽으면서 정말 좋았다.
GoldSoul 2012-05-19 공감 (0) 댓글 (0)
Thanks 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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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바다야스나리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 맘이 끌렸다. 향이 부드런 녹차 같은 책이다
간난이 2009-04-0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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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몰아쳐도 강물은 흘러가고...
전쟁이라는 옛날
어렸을 때 고무줄과 공기를 쓸데없이 잘했다. 그런데 기억나는 건 같이 놀았던 친구들 얼굴이 아니라 불렀던 노래와 들려왔던 싸이렌 소리다. 고무줄 놀이를 할 때 불렀던 노래의 첫 구절은 ‘무찌르자 공산당’이거나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이거나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그날을’ 이 세곡이 전부였다. 이 세곡은 평생을 통틀어 애국가보다 많이 부르고 들었다고 자부한다. 한 달에 한 번 민방위 훈련을 한다고 책상 밑에 들어가 숨죽이고 있을 땐 선생님 몰래 공기를 하곤 했다. 그때도 우린 무슨 지나간 유행가 가사처럼-어른들 고스톱 치며 흥얼거리시듯-이 노래들을 중얼거렸다. 북한을 꼭 ‘괴뢰군’ 혹은 ‘괴수’라 지칭하며 초전에 박살내고 쥐처럼 ‘때려잡자’고 열심히 포스터를 그려댄 시절이었다. 어림잡아 70년대 후반까지 반공의 정서는 내 말랑하던 어린 시절을 관통하는 핵심 이데올로기였다.
그러다가 80년대 청소년시기에는 거의 10여 년 간 (누가 정했는지도 모르게)올림픽 꿈나무가 되어 무조건 일본을 이겨야 하는 반일감정의 분위기에 사로잡혀 있었다. 어떤 종목이건 한번이라도 일본을 이겨보는 것이 가장 큰 민족적 승리이자 공통된 기쁨이었다. 돌아보면 숨 가빴던 80년대에 어느 분야건 일본을 따라잡느라 국민 모두가 정신이 없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학교에 가면 소니의 워크맨을 갖고 있는 친구에게 일본음악을 듣지 말라 했었고 일본잡지를 가져오면 불온서적이라도 지녔다는 듯 교무실에 불려가던 시절이기도 했다. 우리보다 훨씬 먼저 선진국이 된 일본을 동경하고 일본의 기술을 배우려는 의지는 누구보다 높았으나 그렇다고 일본의 문화예술에 감동하는 꼴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좋은 건 알지만 좋아하진 말아야 하는 이율배반적인 심리가 또 하나의 우리들 성장 호르몬이었다. (나중에 올림픽을 치르고 나라전체가 좀 살만해지니 고개를 든 정서는 반미감정이다.)
옛날이야기를 하면 요즘 젊은 세대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남의 나라 이야기처럼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굳이 서두에 옛날이야길 한건 요즘 들어 더욱 젊은 친구들과 세대 차이를 실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공과 반일, 반미 정서는 그 기저가 국민적 피해의식과 열등감에서 비롯된 의식들인데 확실히 요즘 세대들은 우리가 뼛속깊이 교육받아 벗어날 수 없었던 민족적 열등감에서 많이 탈피된 모습들이다. 역사적 의식과는 별개로 문화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고 개인 취향대로 작품에 선호도를 드러낸다. 그런 모습들이 부럽진 않은데 사실 이질감을 느끼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내가 일본작품을 맘 놓고 좋아해도 되나 자기검열을 하는 자신에 놀라곤 한다. 특히 전쟁의 상처나 피해를 말하는 경우 더 괴롭다. 이 책도 읽는 내내 자애와 연민의 정서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공감했으면서 마음 한 구석 좋은 책, 좋은 작가, 좋은 소설이라 소개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엊그제도 아베 총리가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는 것에 분개하는 한 지인이 일본작가의 작품은 감정적으로 꺼려진다고 하길래 그건 초등학교적 유치한 사고라 충고까지 했는데 이 책을 덮고 나서 더욱 나는 얼마나 객관적인가 스스로 잣대를 들이대게 된다.
“일본인들은 고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인은 근대사 콤플렉스 때문에 일본문화를 무시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 편을 쓴 유홍준은 이렇게 표현했다. 왜곡도 무시도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이제는 더 이상 과거사의 갈등을 느끼지 않는 세대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머리로 생각한 것이 아직 가슴까지 내려오지 않은 세대에게 이 책은 어쩌면 공감의 다리가 되어줄 수 있지 않을까. 작품에 나오는 지명을 한국의 제주도나 부산 해안가로 바꾸고 주인공 이름을 김씨나 박씨로 바꾸면 놀랍도록 일치하는 정서가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밑바탕엔 ‘전쟁으로 피해당한 지역에서의 희생된 가족’이라는 공통분모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작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어느 나라나 누구나 상처의 유형 및 결과가 비슷하다면 비슷한 시각으로 인간을 위로하고 이해할 수 있는 힘이 근육처럼 길러진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은 사라지고 술은 물이 되고
<혼 불어 넣기>의 주인공 우타는 전쟁 중에 남편이 행방불명되고 아이 없이 홀로 살아온, 마을신과 교류하는 신녀이다. 우타는 친자식처럼 여긴 고타로의 혼을 불어넣어 주는 유일한 이웃이다. 고타로는 갓난아기 때 부모를 잃었기에 어렸을 적부터 툭하면 혼이 나가는 인물이고 우타는 그때마다 집나간 혼을 불어 넣어 살려주었는데 이번엔 그렇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소설의 사연이다. 즉, 혼 불어넣기는 처음으로 실패했고 실패는 곧 영혼분리, 죽음을 의미한다. 스스로 떠나간 혼은 누군가에 의해 돌아오지 않는다고 읽었다. 여기서 혼 불어넣기가 실패한 요인을 작가는 고타로의 몸을 껍질삼아 기생한 소라게 때문으로 보이게 한다. 작가는 이 소라게를 바닷가에서 미군의 공습을 받아 숨진 오미토, 즉 고타로의 생모이자 우타의 친구가 환생한 존재라 말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궁극엔 이 모든 비극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그 바닷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리고 싶어 하는 듯 했다.
인간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나 바다에서 나는 생선을 먹고 자라서 바다에 의지해 살다가 죽어서는 바다 저편 세계로 가는 거라고 우타는 배웠다. - 53 p
그러나 무슨 일이 일어났건 조상들이 바다를 의지해 살아왔기에 자신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 다짐하는 듯 보였다. 그 와중에도 고타로의 특별한 증세가 마을에 이득이 될지 손해가 될지 계산하는 이웃들의 대화에서 오키나와라는 지역이 일본에서 어떤 위치인지 알 수 있게 만들었다. 사실 끝까지 우타가 할머니로 인식되진 않고 고타로의 친구(작가 자신)쯤으로 보였는데 이 부분은 할아버지가 등장하는 작품에서는 완벽한 할아버지 이상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작가와 동성화자가 아닌 한)어쩔 수 없는 한계는 존재하는가 싶었다.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은 이 책의 표제작이면서 다른 제목보다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제목으로서의 매력이 충분했다. 메도루마 슌의 작품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오키나와 전통시대(오키나와 전투, 미국의 통치 등)를 살아오면서 오키나와가 반환(1972)되기 전, 그러니까 반환사실 자체를 모르는 세대의 안타까운 증언자들이다. 주로 죽은 이의 영혼을 본다던지 조용히 어린 아이의 목숨을 구한다던지 하는 죽음을 초월하는 캐릭터로 화하여 시대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관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언젠가 쓰나미로 폐허가 되어 버린 일본 바닷가 마을의 한 생존자로 보였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할아버지는 허탈하게 웃으면서 의연하게 인터뷰에 응했고 마치 전에도 이런 일을 겪고 살아 온 것처럼, 그러나 ‘살면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읊조리셨다. 그때 여러 번 죽음을 지나쳐 온 (것 같은)노인의 얼굴이 이상하게도 평안해 보였는데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에 등장하는 할아버지도 같은 표정이 아니었을까.
이 작품의 화자(초등 4년)는 (다른 작품보다 더)작가 자신인 듯 했다. 여기서 할아버지는 20대에 브라질로 건너가 30년 가까이 남미에 살다가 온 문제적 70대 인물로서 오키나와 전투로 가족모두를 잃은 희생자이다. 할아버지는 누군가의 총에 맞은 상처와 광산에서 생매장 됬을 때 생긴 상처, 미국인과의 격투에서 얻은 상처를 훈장처럼 지니고 산다. 타자가 목격할 뿐이지 본인이 절대 증언하지 않는다. 아마존 오지에서 금을 캐고 철광석 운반선으로 미국을 왕복하고 상파울루에 세탁소를 차리고 이발사도 했다는 할아버지는 어쩌면 일본이 들쳐보고 싶지 않은 기밀문서와도 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런 할아버지네 과일이나 훔치던 내가 할아버지와 비밀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 가장 자랑하고 싶은 추억이었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브라질로 떠나면서 자신의 아버지와 이별의 순간에 마시게 된 술을 평생 혼자 간직하다가 꼭 한사람, 나와 마신 후 세상을 떠난다. 내가 진 술빚은 어떻게 갚아야 한단 말인가, 아마도 작가는 그 빚을 이렇듯 소설로 승화한 게 아닐까.
공교롭게도 할아버지는 오키나와가 일본에 반환되는 시점에 자연스럽게 죽어버리며 더 이상 술로 견뎌야 할 고독이 남이 있지 않았음을 항거하는 듯 보이기도 했다. 할아버지는 오키나와에서 한 번도 제대로 인간다운 삶을 살아보지 못했지만 그렇다고 할아버지의 자유와 평화를 누구도 폄하하는 사람은 없었다. 늘 이유를 묻지 않아온 할아버지는 누구보다 오키나와가 반환되는 것에 온몸으로 거부했는지 모를 일이다. 그랬기에 할아버지의 혼이 담긴 술 단지를 무참히도 깨어버리는 청년들은 과거 한 시대를 상징했던 비련의 역사 따위 돌아보지 않겠다는 새 시대의 냉철한 선언으로 들렸다.
화자의 입을 통해 작가는 미군의 통치가 끝났음에도 일본 본토의 법대로 살아가기 싫은 지역적 저항감을 곳곳에 내비친다. 엔화의 디자인이 달러의 그것보다 못하다는 평가와 일본의 국화인 벚꽃이 언제 피는지 따위엔 관심이 없다는 심드렁함은 의미심장한 표현이었다. 왜냐하면 미군의 달러가 지역민을 먹고 살게 해주었다 여기기 때문 아니겠는가. 사실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의 강제적으로 이민(이나 이주)을 가고 가족 모두가 전쟁에 희생된 후 혼자 살아남아 고향에 돌아와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인물들은 더 이상 새로울 게 없는 캐릭터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꽃보다 진한 향기는 바로 피보다 진한 ‘술’이었다. 지역적 특산물이 술이 되어가는 과정, 역사적 사실을 이어주는 매개체로서의 술의 역사, 그 술이 숙성되는 시간이 상징하는 한 세대의 고독, 같은 술이 다음 세대로 지나와 맹물보다 못한 액체가 되어 버린 광경, 그것들의 여정이 누구라도 이 작품에 흠뻑 취하게 만든 원인인 듯 하다.
나쁘게 자라고 나쁘게 싸우고
<붉은 야자나무 잎사귀> 역시 미군 통치하에서 겪은 소년시절의 추억을 아프게 그려낸 이야기다. 나는 미군기지 출입문 앞 환락가 골목에 살고 있는 S와 복싱을 매개로 친해진다. 학교가 끝나고 S가 데려간 곳은 ‘오키나와 남자들보다 배나 큰 미군들이 싸우는’ 뒷골목이었다. 성적인 면에서 개방적인 S와 S의 엄마를 떠올리며 나는 성적으로 눈을 뜨게 되는데 작가는 처음 가져보는 성적인 감정보다도 그들의 존재 자체를 불편하고 부끄러워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마치 우리가 미군부대 근처에서 몸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그 시절 양공주를 떠올리게 했다. 작가는 영양부족으로 성장이 나쁜 야자나무의 불긋한 잎사귀들을 빗대어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했던 환락촌의 사람들을 기억하고 조용히 사죄하려 했던 것 같다. 지금껏 나쁘게 자랐기 때문에 앞으로도 나쁘게 커서 나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러나 누가 누구를 나쁘게 살아왔다 평가하고 나쁘게 살 것이라 예언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오랫동안 그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인정하지 못했던 과거 죄의식에서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은 아닐까. 똑같은 피해자인데 그 안에서 도덕과 윤리의 잣대로 집단의식을 구분하는 인간의 본성은 같은 가해자인데 그 속에서 더 나쁘고 덜 나쁜 놈을 나누는 심리와 무엇이 다를까 싶었다.
<투계>는 작품 중에서 가장 온도가 뜨거웠던 글로 기억된다. 작가는 계획적으로 길러진 싸움닭의 처절한 싸움과 예정된 최후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간이 직접 키운 병아리가 도박장에서 어엿한 투계가 되어 피와 살이 뜯기는 싸움에 길들여지는 과정은 점점 목적 없이 호전적 투사가 되어가는 인간과 다를 게 없었다. 이번에 이기지 않으면 죽는 것이고 이겼다 하더라도 다음엔 죽는 운명.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조차 모른 채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수단이 되어야 하는 전장. 싸움은 목적이 아무리 휼륭해도 나쁜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혹시 비겁한 아버지는 일본 본토를 아무 힘없는 자신은 오키나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모두 싸움에 진 다우치에 비유하며 이길 수 없는 싸움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을, 작가는 모두 불태워버리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바다에서 태어나 바다로 돌아가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와 <내해>는 강물과 섬을 배경으로 하면서 서늘하고 우울한 문체가 비슷해서 덮고 나서 한참동안 마음이 가라앉는 글이었다. 두 작품 다 전쟁으로 상처 입은 여성들을 애도하고 있다.
“이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은 말야. 죽으면 모두 바다를 건너서 저 섬으로 가. 그러고는 우리를 지켜봐 주지.” -234p
죽음을 앞둔 할아버지가 한 말씀이다. 어떤 여자는 ‘죽어서도 사람은 혼자가 아니야. 언제나 영혼으로 되살아나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지.’라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에서는 나보다 더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단둘이 살았던 여성의 영혼이 자신처럼 영혼의 이야기를 들을 줄 아는 나같이 어린 여자애에게 고백하는 인생이야기이다. 이미 죽은 여성이 자신의 서러운 죽음을 이해받고 싶어 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살 수도 있었지만 결국엔 삶보다 죽음을 택한 사람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도 여자의 할머니는 ‘마을의 신녀들 중에서 제일 높은 지위에 있었던’ 분이고 여자는 학교에 못가고 할머니랑만 살면서 할머니에게서 배운 것들로 혼자서 살게 된 경우이다. 작가에게 할머니라는 존재는 어머니와 선생님, 배우자를 대신하면서 삶과 죽음 모두를 의지할 수 있는 절대적 대상이었던 가보다.
낮에는 밭일을 거들어 드리고, 밤에는 아홉시 전에 잠자리에 들었어. 잠들기 전에 할머니가 이런저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걸 듣는 게 가장 큰 낙이었지. 이 마을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보고 들은 이야기라든가, 젊은 시절 가나가와로 가서 방적 공장 여공으로 일하던 때 일이라든가 말이야. 전쟁 얘기만 아니라면 무엇이든지 잘 말해 주었단다.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이야기를 듣는 게 얼마나 좋았던지……. 나는 무엇이든 다 할머니한테 배웠단다. 글도 돈 계산하는 법도 할머니와 함께 야채를 팔거나 빈 병을 모아 팔면서 배웠고, 몸의 변화, 마을 행사, 제사를 지낼 때 신을 모시는 법 등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도 다 할머니가 가르쳐 주었어. 내가 혼자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은 다 할머니 덕분이지. -175p
불행하게 태어나 불행하게 살다간 이 여성은 같은 일본사람이지만 오키나와 외부인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살려는 의지를 버린 것으로 추측된다. 오키나와 여성은 자신에게 유일하게 정을 준 외부남자를 끝까지 믿고 기다리지만 돌아온 건 약자를 무참히 짓밟는 집단이었다.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 오키나와 출신이 아니거나 혹은 오키나와의 전통사회 규범을 무시하거나 본토의 (경제적)마인드를 향한 인물들은 어쩐지 모두 가해자로 등장하는 것 같다.
기지촌 술집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조폭이나 미군을 상대하던 양공주, 신규 건설현장에 나타난 용역 일꾼들, 생필품을 팔러 오는 장사꾼……. 이들은 미군 기지를 중심으로 파생된 인물이자 오키나와 반환 시점에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는 존재들이다. 사실상 이런 인물군은 전후 기지촌이 생성되었던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풍경이었고 70년대 말까지 지속된 이러한 풍경을 목격했던 내 세대까지는 대충 기억할 수 있는 소재들이다. (그러니 다음 세대부턴 이러한 소설이 더 이상 등장하지 못할 역사적으로 귀한 내용이기도 한 것이다.)
<내해>역시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자신과 자식을 모두 버린 어머니의 슬픈 운명에 관한 기록이다. 할머니는 미군을 상대로 물건을 팔던 - 처자식이 있는, 무정하게 떠나버린 - 장사꾼의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는 내 어머니가 된다. 나는 아버지의 폭력을 목격했기에 아버지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해 여자를 안으면 발기가 안 되는 남자이다. 이 부분은 침략을 주도한 일본이 다음세대를 어떻게 살아야 하나를 암시하는 것으로 읽었다. 할머니는 40여년 파초섬유로 옷감을 짜는 사람이었고 나 역시 영혼이 보이는 경우이다. 나에게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가 묻힌 ‘내해’는-나 역시도 그곳으로 돌아갈 것이기에-나를 반겨줄 진정한 고향인지 모른다. 마을의 공동묘지처럼 섬에 떠 있는 묘지에서 들려오는 노랫소리가 슬프지만은 않았던 이유는 아마도 그들이 내면 깊숙이 영혼으로 소통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여섯 개의 단편이긴 하지만 나는 결국 하나의 장편으로 받아 들였다. 전쟁의 상처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누구를 원망하거나 인간에 대해 실망하거나 인간끼리 복수하려는 정서는 읽을 수 없었다. 오키나와 바닷가와 숲을 배경으로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작가의 고요한 외침을 그저 둔중한 메아리로 확인한 듯 하다. 남의 피해를 확인하니 내 피해도 사그라드는 감정만은 아니다. 외려 모든 피해를 낱낱이 소리쳐 전달하고 내가 더 피해를 보았다고 설득, 강요, 주장하는 심리가 부끄러워진다. ‘조용하고 고독하게 살면서도 힘들어하지 않는 강인함’, 어떤 상처를 입었을지라도 이렇듯 브라질 할아버지의 얼굴처럼 살아야 하는 건 아닐까. 어쩌면 그 모습은 어떤 파도가 휘몰아쳐도 멈추지 않고 변함없이 흘러가는 바닷가의 풍경과 같지 않을까.
작년인가 배경이 오키나와였던 미니시리즈가 기억난다. 그땐 오키나와의 아픈 역사 따윈 알지도 못했었고 그저 동양의 하와이로서 놀러가기 좋은 곳이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태양이 이글거리는 산호초 바닷가 시골정경이 새삼 궁금해진다. 바닷가에 무엇을 떠나보내고 무엇을 얻어 올지 벌써부터 마음이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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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 2013-09-19 공감(8)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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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진 소수자, 오키나와(沖繩)의 역사를 쓴다.
이 소설집은‘오키나와’라는 일본속의 이방지대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떨칠 수 없는 호감, 아니 동질의 유대감을 가졌다고 하여야 할 것 같다. 일본의 한 지역으로 표기되지만 일본이라는 국가나 일본인들과는 유리된 소수자들의 지울 수 없는 사연들이‘자이니치’라고 불리며,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우리의 재일동포들의 그것과 겹쳐 애틋하고 아련한 통증으로 살아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6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 어디에도 격렬한 구호나 감정의 과잉을 찾을 수 없지만, 본토라는 주류의 단선적 역사로부터 퇴출되거나, 배제되고 지워진 오키나와인들의 기억과 정체성, 고유의 문화적 리듬을 복원하려는 작가적 노력이 전체를 장식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폭력의 힘에 의해 그네들 기억의 표면에서 지워진 것들, 기억의 망각에 숨겨진 것들, 역사적 단일성이라는 강제에 의해 포함되지 못했던 기억들을 아주 나지막하게 풀어내고 있다.
그래서 작품들은 주체성을 장악한 자가 통합한 하나의 시간적 좌표를 벗어나고 해체하여 이질적이라고 버려진 그네들 고유의 풍속과 삶의 기억들을 잔잔하게 풀어낸다.
수록된 작품들에서 그네들 고유의 전통적 풍속으로 혼을 불어넣거나 영혼과 대화를 하는 신녀의 등장, 치성을 드리는 장면 등 근대화로 인해 퇴출된 비근대적 주술신앙의 요소를 도처에서 발견하게 되는데,「혼 불어넣기」,「이승의 상처를 이끌고」, 「내해」라는 세 편의 작품은 이러한 자신들만의 민속적 고유문화를 복원함으로써 오키나와인이라는 상상의 공동체를 재현하여 전통적 유산을 부활시키고자 하는 노력에 직접 닿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 작품 중 특별히 애착이가는 작품으로 표제인「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을 들 수 있는데, 천진무구한 소년의 시선으로 비추어지는 비릿한 회상들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펼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2차 대전 중 에는 일본인들의 폭력과 살상에 떨고, 전쟁 후 27년간의 미군 통치에서 일본에 반환되던 1972년을 시대적 배경으로 하고 있다.“유치하고 천박해 보이며”, “얼굴에 큰 점이 있고 깐깐해 보이는 노인네(이토 히로부미)가” 찍혀있는 전혀 호감이 가지 않는 일본의 화폐로 바뀌는 것으로부터 “오키나와 반환이란 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라는 소년의 인식처럼 이 소설은 웅변조의 거대 담론식 접근이 아니라 잔잔한 서정적 화폭에 담아 배제된 역사를 회생시키고 있다.
강어귀 외딴집에서 과일나무를 가꾸며 낚시로 살아가는 노인의 뜰에 자란 과일을 훔치고 그 노인을 골려먹는 재미로‘습격’을 반복하던 악동 소년과 노인의 교감, 그리고 노인의 옛 이야기에 흠뻑 빠져 피어오르는 아련한 그리움을 담은 기억은 삶의 버팀목이 되었다는 옹기단지에 담긴 술의 사연으로 이어지며 코끝이 징하고 울려댄다. 이처럼 작품들은 지난날들의 기억을 끌어내는 후일담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 흐리고 애틋한 감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듯하다.
오키나와를 방문한 일본 황태자를 향한 화염병 투척사건을 작은 일화처럼 흘려버리고, 일본군에 끌려가서 돌아오지 않은 남편과 아들을 둔 여인네들의 슬픔조차도 일상의 그리움으로 처리되지만, 가주마루(정령이 깃든 나무)아래서 죽은 영혼들과 대화하는 또 다른 영혼의 사랑과 외로움, 시린 기억에서 본토와 차별되어 자신의 것을 상실하고 이질적인 것을 수용할 밖에 없었던 오키나와인의 소외되고 배타된 역사를 소생시킨다.
미군의 스파이라고 일본군에게 끌려가 처형당했던 오키나와인, 미군으로부터는 일본인이라 죽임을 당했던 사람들, 그리곤 반환 후에는 자신들의 정체성을 버리고 스스로를 괴롭히는 자신들, 미군기지에 스며들어 삶을 꾸려가는 기지촌의 여자와 아이들처럼 일본 속에서 버려진 낯 선 얼굴을 한 오키나와가 각각의 작품들을 채우고 있다.
달콤하고 아득한 감각과 “똑똑 부러지는 나뭇가지 소리가 가슴의 고동”소리를 닮은 단편,「붉은 야자나무 잎사귀」의 불안감과 죄의식, 자기혐오를 겪는 소년의 모습에서, ‘다우치’라 불리는 투계 ‘아카’와 소년을 통해 소수자의 분노를 표현한 「투계(鬪鷄)」는 통합되고 단일화된 역사에서 자기의 것, 강요된 단선과 엄연히 차이가 있는 자신들의 것을 생성하고, 주류에 대항함으로써만 지워진 자신들의 역사를 이야기 할 수 있음을 들려주는 작가의 목소리를 발견할 수 있다.
단편,「이승의 상처를 이끌고」에 등장하는 가주마루 아래서 붙잡고 놔주지 않는 영혼들이 들려주었던 얘기를 들려주면 진지한 표정으로 지그시 바라보곤 했던 남자가 있는데, 마치 이 소설집 전체가 들려주려는 그네들의 망각에 숨겨진 것들을 모두 들어주는 성스러운 존재처럼 이해된다. 역사화를 둘러싼 힘과의 대립에서 소외되고 지워진 것들을 여느 참여문학의 작품처럼 급진적인 양식에 담아 전달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 역사 밖에 사건들을 안으로 끌어들여 뜨고 있었지만 보지 못했던 눈을 비로소 開眼시켜주는 역할을 담백하고 은은한 문장으로 멋지게 해내고 있다. 일본의 주류문학에 가려 보지 못했던 소수자의 문학,‘오키나와(沖繩)’를 이야기하는 메도루마 에게서 역사를 이야기하는 새로운 길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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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아 2010-04-07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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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의 아픈 상처가 담겨있는 소설
저자인 '메도루마 슌'은 오키나와 출신으로 '오키나와'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쓴다. 그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키나와'의 역사를 대충이라도 알아야 한다. 오키나와는 '낯선 일본'이라고 할 정도로 같은 일본이면서도 본토와는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본이 2차세계대전에서 패전국이 되면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1951)에 의해 군사요충지였던 오키나와는 27년간 미군정통치하에 들어간다.오키나와에서는 미국달러를 사용하였으며, 1972년에 일본에 반환되는 과정에서 이곳의 주민들은 일본의 엔화를 처음 접하게 되면서 달러에 비해서 엔화가 조잡하다는 생각들을 가지는 이야기가 이 책의 작품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더군다나 일본이면서도 오키나와에서는 인명, 지명을 읽을 때에 같은 한자임에도 다르게 읽는다는 것이다. 2차 세계대전중에 미군의 폭격 등으로 인해 전쟁 희생자가 15만명이나 되었으며, 그당시 같은 일본인인 일본군이 오키나와에 들어오는 것을 기쁘게 생각한 사람들이 일본군에 의해서 비참하게 희생당하기도 하고, 식량 등을 약탈당하기도 한 아픈 상처를 가진 곳이다. 또한, 풍광도 태평양상의 아열대지역의 바다를 연상할 정도로 예쁜 물고기들이 있는 산호초 바다가 아름답다고 한다.
'메도루마 슌'은 이런 전쟁의 아픈 상처를 가진, 그리고 미군기지를 둘러싼 이야기들을 작품속에 담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6 작품으로 작품마다 특색있게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한 '혼불어넣기'는 전쟁 고아인 고타와의 혼이 빠져나가서 그를 아들처럼 돌보던 우타 할머니가 초혼의식을 하여 혼을 불어넣으려고 하는 이야기와 혼이 빠진 고타와의 입안에 소라게가 기생하면서 들락날락하는 그로테스크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전쟁중의 이야기인 고타와의 부모에 대한 회상, 소라게와 바다거북에 대한 연관성까지 이어진다.
이와같은 '혼' 신을 모시는 여자인 '신녀'에 대한 이야기는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에서도 나타난다. 할머니와 함께 살다가 혼자된 아이가 성인이 되어가면서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사랑을 느끼다가 결국에는 비참하게 세상을 떠나는 이야기.
죽는 순간의 묘사에서 죽음후의 춥고, 어둡고, 넓고,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는 사람들을 그리워하고 보고싶어하는 이야기로 끝맺음하는 것이 더 가슴이 아려오게 만든다.
미안해, 이렇게 긴 이야기를 늘어놓아서, 너같이 어린 여자 애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줘서 말이야. 하지만 너는 나처럼 되면 안돼. 절대로. 아, 작은 물고기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구나, 반짝 반짝 빛나면서. 그 사람도 어디선가 이 빛을 보고 있을까.... (P204)그런데,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느낌이 남는 작품은 표제작인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일 것이다. 어떤 이유에선가 (가난때문이리라) 어릴적 브라질에 가서 살다가 온 할아버징와 그 지역의 개구장이 소년과의 풋풋한 이야기로 시작되면서 할아버지의 무용담, 할아버지에 대한 소문 들이 소개된다. 할아버지와 함께 산호초바닷가에서의 새우잡이. 그러나, 아름다웠던 이야기들은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그리고, 어린시절에,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브라질로 떠나는 할아버지에게 술을 담가서 묻어둔 장소를 가르쳐 주면서 먼훗날 꺼내 보라고 했던 할아버지의 아버지의 이야기. '잊지마라'하는 그 한마디를 죽을 때까지 간직했을 할아버지. 그러나 너무도 할아버지의 죽음을 하챦게 여기는 사람들과 할아버지가 아끼던 술이 무용지물이 되어서 깨져버리는 이야기는 너무도 아프게 다가온다.
그러나, 더 오싹한 것은 '투계'가 아닐까 한다. 아버지가 선물로 준 다우치(오키나와 투계)를 애지중지 기르던 중에 조폭들에 의해서 빼앗기고, 그들이 투계를 이용하여 돈을 벌고 마지막에는 비참하게 희생당하는 이야기인데, 투계인 '아카'의 투계장면이나 비참한 죽음이 너무도 전율을 느낄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고나 할까. 마지막 복수의 장면이 통쾌하면서도, 착한 소년의 마음속에 숨겨져 있던 분노의 폭발의 묘사가 인간의 속성을 생각하게 해주기도 한다.'
이 책에 실린 작품들을 보면 '메도루마 슌'의 문학성을 알 수 있는데, 그가 쓴 작품들의 소재가 오키나와의 아픔을 그려내면서도 문장의 유려함때문에 너무 어둡게 그려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문체에서도 색채감이 느껴질 정도로 묘사력이 대단하다. 그리고, 작품속의 내용을 보면서 그가 오키나와의 생물들의 종류나 생태 특징까지도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제주직박구리, 틸라피아, 소라게, 바다거북, 바다 반딧불이,백로, 물떼새, 상사수, 흰독말풀꽃 등등등....
그리고, 미군부대근처의 실태나, 오키나와에 건설된 제당공장과 양돈장에 얽힌 폐수, 오염, 기형물고기들의 소재까지도 함께 다루고 있다.
또한, 오키나와의 세속과 풍물, 신화까지 너무 잘 알고 있고, 그것들이 작품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작품을 읽다보면, 신화같기도하고, 전설같기도 한 내용들도 엿보인다.
이 책을 통해서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오키나와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탁월한 저자의 문체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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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 2010-05-25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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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낯선 일본'에 대한 이야기, 이 소설은 바로 오키나와 출신 작가가 쓴 오키나와의 이야기이다.
일본이면서 일본이 아닌 곳, 류큐 왕국에서 일본에 종속되다시피 하였다가, 미 군정하에 몇십년을 있다가 일본에 1972년에 반환된 곳이다. 그래서, 일본이면서도 그들은 일본 본토인이기보다 오키나와 원주민(우치난추)이기를 희망한다. 그들의 한과 상처가 어려 있는 글,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을 읽었다.
오키나와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가, 책 소개글을 읽고, 어쩐지 꼭 읽어야할 소설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들의 식민지하에 있었던 우리의 한과는 전혀 다른 한이겠지만, 어쨌거나 자국이라고 믿었던 일본에게서 버림받고, 포로이기를 거부하며 집단 자결까지 유도받아 15만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죽음을 당하기도 했던 곳이다.
혼 불어넣기,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붉은 야자나무 잎사귀, 투계, 이승의 상처를 이끌고, 내해의 여섯편의 단편으로 되어 있는 소설이었다.
<혼불어넣기>를 통해 알게 된 초혼의식은 죽은 사람의 혼을 불러 오는 우리나라의 초혼 의식과 달리, 혼 불어넣기 의식은 몸과 분리된 영혼을 불러들이는 의식으로 산자에게 행하여진다는 차이가 있었다.전쟁을 배경으로 한 그들의 아픔은 부모의 죽음에서부터, 자식의 자주 혼이 나가는 상황까지.. 그리고 바다 거북을 기다리던 고타로의 슬픈 결말로 이어졌다.
단편집을 읽다보면 사람마다 느끼는 감흥이 다르겠지만, 나는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이 가장 인상깊은 글이었다. 브라질 이민을 다녀와 홀로 살고 있어서 브라질 할아버지라고 불리우던 동네의 한 독거노인. 소년은 목숨을 구해준 할아버지와 친해져서 남들은 모르는 둘만의 우정을 쌓게 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황당무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들을 들어주고 하다가, 어느 날 할아버지의 아와모리 술까지 같이 먹게 되었다. 아와모리 술, 소설을 읽다보면 오키나와 사람들의 아와모리 술에 대한 이야기가 종종 나왔다.
밤에 피는 하얀 꽃에서 풍겨나는 듯한 달콤한 향을 맡고 있자니 눈꺼풀이 저절로 내려 앉았다...
피어오르는 냄새에서 왠지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졌다. 조심조심 입에 머금었다. 혀가 따뜻하고 부드럽게 감싸이면서 달콤함이 입 안으로 퍼져 나갔다. 꽃향기가 콧 속으로 스며들었다.
그 한모금에 취기가 도는지 컵을 돌려주는데 저절로 미소가 피어올랐다...
냄새를 따라왔는지 흰 바탕에 까만 줄무늬를 한 왕 얼룩나비가 방으로 날아들었다.
.. "이 술은 특별한 술이야."
93.94p
요즘 세상에는 이웃 아저씨라도 함부로 따라가서는 안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는데, 그때만 해도 정말 이웃간의 정이 믿을만한 그런 세상이었다. 물론 그때도 나쁜 사람들은 있었겠지만..
브라질 할아버지와 소년과의 우정은 정말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문학작품을 읽는것 만큼이나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들의 우정, 그리고 할아버지의 회한이 담긴 그 술을 아무것도 모르는 청년이 패대기치고..
깨어진 술독의 향기를 따라 온갖 나비떼들이 아름답게 모여들었다. 소년은 그저 그 장면을 지켜봤을 뿐이었고..
<투계>는 억울한 일을 당한데 대한 분풀이라도 시원하게 한듯 해서.. 억울함이 다소 해소되는 느낌이었고..<이승의 상처를 이끌고>는 제목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읽었다가, 끝 부분에서 너무 가슴이 아픈 그런 소설이었다. 그저 할머니와 손녀의 대화쯤으로 생각했었는데 말이다.
가슴아픈 그들의 한을 우리네 그것과 같은 것으로 간주할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조금은 공감을 할 수 있는 듯 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지는 그런 슬픔 말이다.
일본 속에 또다른 일본이 있음을..처음으로 깨닫게 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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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캣 2010-05-1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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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할아버지의 술
사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브라질의 전통 술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실상 책의 내용은 일본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해서 전개된다는 거에요.
사실 우리가 가까운 일본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키나와에 대해서도 예전에 류큐 왕국이었다는 점이나 일본의 공격으로 종속관계를 맺고 결국 복속된 것 말이죠.
우리가 오키나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아마 태평양 전쟁에 미군이 상륙해서 전쟁을 벌인 섬이라는 정도가 아닐까요?
어쩌면 오키나와에서 우리나라의 모습이 겹쳐져서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요?
오키나와 인은 일본인이 아닌 우치난추이기를 원한다고 하네요.
어쩌면 오키나와가 또 다시 독립할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민족 정신이나 전통에 대한 생각은 남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쩌면 오키나와도 전쟁의 피해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이런 오키나와에 대해서 그 상처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단지 전쟁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거 아닐까요?
과거의 이야기가 현재와 공존하고 서로 교감을 일으키고 단순히 읽혀지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인 것 갈아요.
어쩌면 이 모습들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사람이 과거의 상처를 극복할 수 있는지, 또는 그 상처를 안고 살아갈 수 밖에 없는지, 아마 일반적인 경험이 아닌 특별한 경험이 사람들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것 같아요.
브라질 할아버지의 특별한 술은 무엇일까요?
과거를 상징하는 할아버지와 현대를 상징하는 소년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브라질 할아버지의 술뿐만 아니라 함께 실린 단편들도 여러가지 상처를 이야기하고 있어 자칫하면 사람이 미워질수도 있지만 그 상처를 극복하는 것 또한 사람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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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루 2010-05-27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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