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검찰개혁과 시민통제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지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 사회를...
이종구
1 hr ·
검찰개혁과 시민통제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지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 사회를 양분시키고 있다. 벌써 몇 주째 휴일, 주말마다 지지파는 서초동, 반대파는 광화문에서 대형 집회를 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개설된 각급 학교의 동문회, 친목회, 동호인 모임, 가족 모임의 대화방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자기 진영에 불리하면 언론 보도를 믿지 않는 풍조까지 퍼지고 있어 토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종합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공판 과정을 거쳐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논란이 수습될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의회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양대 진영에 속하지 않은 무당파층이 늘어나는 현상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논쟁의 핵심은 검찰개혁의 내용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조국 장관과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여론의 과잉 관심때문에 검찰개혁의 내용에 대한 공론화가 저해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큰 방향은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다루는 특수부의 기능을 신설되는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로 이관하고,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개혁이 성사되면 검찰의 주요 업무는 기소와 공판 유지가 되며 직접 수사 기능도 크게 축소된다. 여기에는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검찰의 힘을 빼놓으면 기관 사이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 공권력의 남용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상황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반면에 법과 행정에 대해 문외한인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현재 진행되는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 무엇인가 허전하고 미덥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검찰, 경찰, 법원도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공수처 내부에서 비리가 발생하면 누가 단속할 것인가라는 소박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양심적인 공직자가 맡는 공수처는 자체 정화 능력을 발휘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정답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 직원도 이기적인 인간이므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조직의 이익과 본인의 출세를 생각할 텐데 과연 괜찮을 것인가라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경찰과 검찰, 두 기관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재배분해 세 기관이 행사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면 결과적으로 행정부가 보유하는 권력의 총량은 불변이다. 더구나 인사권과 예산권을 장악하는 정부, 여당이 세 기관을 경쟁시키며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반 시민은 일상생활에서 접촉하는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것 이외에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파란의 연속인 한국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민주화가 진행된 덕분에 정보기관이 위축되고 검찰은 막강해졌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중앙정보부가 검찰보다 엄청나게 높았다. 복잡한 시국 사건이 터지면 검사가 중앙정보부에 와서 공판용 조서를 작성했다. 검사에게 고문으로 인한 허위 자백이라고 호소해도 소용없었다. 법정은 중앙정보부원이 전달하는 쪽지를 검사, 판사가 낭독하는 요식 행위가 벌어지는 공연장에 불과했다. 따라서 피고인들도 재판을 거부하거나 항소, 상고를 포기하는 방법으로 저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두환 정권의 실세는 보안사였다. 외부 통제가 없는 권력을 멋대로 행사하던 군사정권은 결국 시민의 저항으로 붕괴되었다. 민주화 이후에 참여정부는 민간인 검찰의 자율성을 보장했다. 역설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은 검찰의 폭주를 견제하는 브레이크가 없는 탓에 벌어졌다. 이후에도 검찰은 공익이 아니라 구성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괴물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검찰개혁을 하려면 순진하게 개인의 선의를 믿을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획기적으로 발상을 전환하여 시민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최소한 지방 검찰청의 책임자는 선출직이 맡도록 분권화하는 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직선제와 같은 방식을 검찰에 도입하면 간단하다. 시민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해야 검찰도 조직의 이익을 우선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시민 통제라는 개념은 법원과 경찰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실질적인 민주화를 이룩하려면 법과 질서의 수호자라는 신성한 명분과 권력을 가진 막강한 조직과 시민사회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 칸막이를 제거하는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이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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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개혁과 시민통제
검찰개혁과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지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은 한국 사회를 양분시키고 있다. 벌써 몇 주째 휴일, 주말마다 지지파는 서초동, 반대파는 광화문에서 대형 집회를 열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 개설된 각급 학교의 동문회, 친목회, 동호인 모임, 가족 모임의 대화방에서도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자기 진영에 불리하면 언론 보도를 믿지 않는 풍조까지 퍼지고 있어 토론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앞으로 시간은 걸리겠지만 종합적인 수사 결과가 발표되고 공판 과정을 거쳐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면 논란이 수습될 것이다. 그러나 시민들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의회 민주주의 정치체제의 미래를 생각하면 양대 진영에 속하지 않은 무당파층이 늘어나는 현상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현재 논쟁의 핵심은 검찰개혁의 내용이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조국 장관과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한 여론의 과잉 관심때문에 검찰개혁의 내용에 대한 공론화가 저해되는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의 큰 방향은 정치권과 고위 공직자의 범죄를 다루는 특수부의 기능을 신설되는 고위 공직자 비리 수사처로 이관하고, 경찰의 수사권을 확대하는 것이다. 개혁이 성사되면 검찰의 주요 업무는 기소와 공판 유지가 되며 직접 수사 기능도 크게 축소된다. 여기에는 아무도 통제하지 못하는 검찰의 힘을 빼놓으면 기관 사이에 힘의 균형이 이루어져 공권력의 남용을 원천적으로 방지할 수 있다는 상황 판단이 전제되어 있다.
반면에 법과 행정에 대해 문외한인 평범한 시민의 입장에서 현재 진행되는 검찰개혁 논의를 보면 무엇인가 허전하고 미덥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선 검찰, 경찰, 법원도 수사할 수 있는 막강한 공수처 내부에서 비리가 발생하면 누가 단속할 것인가라는 소박한 의문이 생긴다. 물론 양심적인 공직자가 맡는 공수처는 자체 정화 능력을 발휘할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정답이 준비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수처 직원도 이기적인 인간이므로 시간이 지나갈수록 조직의 이익과 본인의 출세를 생각할 텐데 과연 괜찮을 것인가라는 걱정이 사라지지 않는다. 경찰과 검찰, 두 기관이 가지고 있는 권력을 재배분해 세 기관이 행사하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면 결과적으로 행정부가 보유하는 권력의 총량은 불변이다. 더구나 인사권과 예산권을 장악하는 정부, 여당이 세 기관을 경쟁시키며 권력을 자의적으로 행사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일반 시민은 일상생활에서 접촉하는 경찰의 권한이 커지는 것 이외에는 무엇이 달라지는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파란의 연속인 한국 현대사를 돌이켜 보면 민주화가 진행된 덕분에 정보기관이 위축되고 검찰은 막강해졌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중앙정보부가 검찰보다 엄청나게 높았다. 복잡한 시국 사건이 터지면 검사가 중앙정보부에 와서 공판용 조서를 작성했다. 검사에게 고문으로 인한 허위 자백이라고 호소해도 소용없었다. 법정은 중앙정보부원이 전달하는 쪽지를 검사, 판사가 낭독하는 요식 행위가 벌어지는 공연장에 불과했다. 따라서 피고인들도 재판을 거부하거나 항소, 상고를 포기하는 방법으로 저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전두환 정권의 실세는 보안사였다. 외부 통제가 없는 권력을 멋대로 행사하던 군사정권은 결국 시민의 저항으로 붕괴되었다. 민주화 이후에 참여정부는 민간인 검찰의 자율성을 보장했다. 역설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은 검찰의 폭주를 견제하는 브레이크가 없는 탓에 벌어졌다. 이후에도 검찰은 공익이 아니라 구성원의 이익을 추구하는 괴물이라는 지탄을 받으며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검찰개혁을 하려면 순진하게 개인의 선의를 믿을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획기적으로 발상을 전환하여 시민이 검찰을 통제할 수 있도록 최소한 지방 검찰청의 책임자는 선출직이 맡도록 분권화하는 개혁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교육감 직선제와 같은 방식을 검찰에 도입하면 간단하다. 시민이 개입할 수 있는 통로를 개방해야 검찰도 조직의 이익을 우선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공공성을 발휘할 수 있다. 시민 통제라는 개념은 법원과 경찰에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실질적인 민주화를 이룩하려면 법과 질서의 수호자라는 신성한 명분과 권력을 가진 막강한 조직과 시민사회를 가로막고 있는 유리 칸막이를 제거하는 과감한 상상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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