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개혁해야지!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개혁해야지! - 금강일보



[김조년의 맑고 낮은 목소리] 개혁해야지!

금강일보 기자
승인 2019.10.07 1



한남대 명예교수




매일, 매주말 거대한 집회가 열린다. ‘조국수호, 검찰개혁’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조국퇴진, 문재인하야’란 대표주장이 서로 엇갈려 집회를 열고 닫는다.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주장들을 앞세우고 사람들이 광장에 모여 맘을 모은다. ‘정치부재’란 말이 나오고, 동원된 인원이라거나, 스스로 참여한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거대한 참여인원을 서로 경쟁하듯이 부풀려 말한다고 한다. 그런데 서로 다른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개혁’이란 주제에서는 갈라지지 않는다. 물론 그 내용으로 들어가면 달라지겠지만.

개혁해야 한다. 우선 검찰개혁, 정치개혁, 언론개혁, 재벌개혁 해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개혁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다. 때로는 검찰이나 법원은 자체개혁을 한다고 살짝 개혁하는 모습을 스스로 내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행동이요 그렇게 요청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개혁의 대상들은 막강한 권력을 움직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를 가지고 있다. 그것들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하고 또 당하였던가? 때로는 생명을 끊기도 하였고, 가정이 풍비박산이 되기도 하였고, 사회에서 매장되어 다시는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이 된 때가 얼마나 많았던가? 그것들은 어떤 좋고 나쁜 사람들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거대한 조직이다. 그 조직들은 언제나 그 조직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유지하고자 하는 한에서만 살짝 개혁을 건드리곤 하였다. 속임수개혁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 모든 개혁의 시작은 검찰개혁에서 출발한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후보들은 다 그 개혁을 공약으로 내 세웠다. 이미 그 일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검찰은 반개혁의 ‘검찰 쿠데타’란 의심을 살만큼 오만한 일을 하였다. 여기에서 시민들은 그만큼 검찰개혁이 무엇보다 더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 자체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멋진 듯한 말을 하지만, 그 말 속에는 조직을 위하여는 어떤 사람의 명령도 거부하겠다는 뜻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사람에는 대통령도, 일반 시민도 다 들어 있다. 조직은 조직의 논리를 가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 조직논리에 한계를 줄 수 있는 방향으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여야 정치가들은 이미 공수처 설치를 위한 법안 등이 국회에 올라가 있으니 그것을 좀 더 적극 손을 보면서 절대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검찰력을 분산하여 균형을 잡을 수 있는 검찰개혁에 함께 해야 한다. 이번에 개혁이 실패하게 되면 정치도 행정도 교육도 사회도 다 검찰조직의 강력한 힘에 복종하게 되고 조절될 것이다. 검사 개인의 도덕성이나 덕망에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도덕스런 검찰이 되도록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한 덕스런 검찰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게 검찰개혁의 첫발걸음을 떼면 서서히 정치개혁의 길을 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극명하게 대립하는 양당제도로서는 결코 시민들의 소리를 반영하는 정치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미 국회에 올라가 있는 연동형비례대표 선거제로 공직자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 야당은 극렬하게 반대하지만,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다. 언제까지 자신들이 지금 누리고 있는 권력의 거대한 혜택을 끊임없이 누리면서 살 것이라고 착각하는가? 정권은 항상 바뀌는 것. 나에게 유리한 것이 아니라, 시대가 요구하는 뜻을 반영하는 선거제도로 자리를 잡을 때 정치는 정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정치부재’의 현상은 바로 정치가들 자신들이 불러온, 양당정치의 대립구도의 산물이다. 자기들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듯한 사람들이 많이 몰렸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그 민심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돌변할는지 아무도 모른다.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는 이미 대의제도의 한계를 드러내는 거대한 물결 아닌가? 언젠가는 지금의 대의제는 그 거대한 물결에 힘없이 휩쓸려 갈는지 모른다. 그러므로 제발 정치가들은 정도를 가려고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하면 좋겠다. 청문회나 국정감사 따위에서 호령하는 국회의원들을 보면 가소롭기 짝이 없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고 막말을 해대는 그들을 볼 때는 그를 선량이라고 뽑아 준 그 지역 시민들을 원망하면서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들이 가지는 불체포 특권이나 발언의 면책특권 같은 것은 사라져야 한다. 면책특권 속에 숨는 폭언과 거짓과 품위 없는 언행은 큰 폐해다.


그렇게 정치개혁이 되면, 그 결과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온갖 불평등구조, 계급차별구조를 개혁할 수 있어야 한다. 학벌이나 지연 또는 학연을 없애는 것이 시민들의 요구이면서 시대의 요청이지만, 굳건한 특권층은 언제나 교활한 방법으로 특권재창출의 제도를 만들어 낸다. 마치 혜택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척하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개천에서 용 난다’라는 말이 지금은 사라진 지 너무 오래되었다. 용은 용을 낳고 그 용이 놀 수 있는 거대한 물을 만들어 내는 사회가 됐다. 그것을 극복하여야 한다.

검찰개혁으로 시작될 모든 개혁은 사회개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용이 용이 아닌 듯이 발언했지만, 결국은 용의 재생산구조 안에서 놀았다는 것을 위선이라고 사람들은 말한다. 도덕을 요구하는 사회에 맞는 도덕스런 인간이 되지 못하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번 개혁을 시작으로 상당한 기간 도덕스런 사회를 만들고(제도의 도덕화), 도덕스런 개인으로 자기혁신(인간혁명)을 하는 사회문화가 형성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은 또 다른 시민운동의 차원이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