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19

1809 호주 동포 고직만의 북한 방문기(1-3)

 호주 동포 고직만의 북한 방문기



Thursday, 20th September 2018




채주혁과 정명훈 지휘• 황은미와 조수미 합동공연이 이뤄질 그 날 기대하며

북한 정권 수립70주년 경축 공연 참관기

편집자 주: 필자 고직만은 한국일보사 계열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스 기자를 역임했으며, 2000년 호주 이민 이후 시드니 한국신문 취재부장과 호주동아 편집인으로 재직한 바 있다. 한호일보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고직만 언론인의 북한 방문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북한 현지 사정으로 공연 관련 사진을 게재할 수 없음을 양해바랍니다.

중국 심양을 떠나 평양으로 향하는 고려항공에서 내려다 본 북녘 산하는 연두색으로 자수를 놓은 듯 말로만 듣던 금수강산이 눈 앞에 화폭처럼 펼쳐진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냈다. 신의주부터 평양까지 서해에 가까운 평야 지대는 바다처럼 끝없이 펼쳐진 협동벌 논밭이 눈에 뜨였다. 아직 초록색이 가시지 않은 채 조만간 황금빛으로 익어갈 벼 이삭은 풍년을 알리는 듯 연두색 물결을 이루며 환희의 합창을 보내는 듯 출렁거렸다.




우리 일행 17명은 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경축 행사 참관을 위해 9월 5일부터 11일까지 북한을 방문했다. 시드니에서 인천공항을 경유해 심양까지는 대한항공으로, 그리고 심양에서 평양으로 가는 비행기는 고려항공 비행기를 이용했다. 돌아 오는 길은 평양에서 신의주를 거쳐 단동으로 가는 ‘국제직통’ 기차를 탔다. 단동에서 하루 자고 심양에서 다시 인천에서 시드니행 비행기를 탔다.




고려항공 비행기가 조중 국경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말과 영어로 기내 안내방송이 나왔다. “우리 비행기는 이제 조국 영해에 들어왔습니다. 아래 보이는 강이 압록강입니다.” 비행기가 압록강을 넘어서자 나는 휴대폰에 저장해 놓은 조선국립교향악단 연주의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를 틀고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부수석 지휘자 채주혁이 당차고 힘있게 지휘하는 가운데 울려 퍼진 교향곡 ‘청산벌에 풍년이 왔네’는 우리의 전통운율과 서양 악기가 조화를 이룬 명곡이다.

우리 일행은 9월 6일 모란봉극장에서 열린 조선국립교향악단의 경축 공연, 7일 평안북도 묘향산에 위치한 국제친선전람관 방문, 8일 평양체육관에서 있었던 경축 전야제 공연과 9일 김일성 광장에서 펼쳐진 무려 120만명으로 추산되는 평양 시민이 참가한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시위’, 9일 밤 ‘5월 1일 경기장’에서 15만명의 관중들과 함께 관람한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빛나는 조국’ 그리고 10일 밤 평양시 고등 학생과 대학생 등 약 50만명이 김일성 광장에서 펼친 ‘청년전위들의 횃불야회’를 관람하였다. 우리 일행은 모든 행사가 끝날 때마다 해산하여 귀가하는 수 많은 평양 시민 남녀노소와 어깨를 마주하며 코를 맞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무장 항일 독립 투쟁의 역사를 나라의 근간 통치 이념으로 교육을 받아온 이들에게는 어떤 외세의 압박도 이겨내어 희망찬 미래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조국의 평화 통일을 갈망하는 북녘 동포들의 뜨거운 마음이 전달되면서 감동을 느꼈다.

조선국립교향악단의 부수석 지휘자이며 김원균명칭 음악종합대학의 작곡학부 교수로 재직중인 채주혁과 인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성악가 황은미는 모두 30대 초중반의 ‘연두색 세대’로 공화국의 음악예술을 이끌어갈 차세대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채주혁은 국비유학생으로 뽑혀 18세에 오스트리아 빈 음악원에서 수학하며 유럽에서 열렸던 교향악단 지휘 경연 대회에서 여러 번 수상한 바 있다.

황은미는 김원균 명칭 음악종합대학 출신으로 조수미가 유학했던 로마의 산타 체칠리아 국립음악원(Accademia Nazionale di Santa Cecilia)을 졸업했으며, 역시 조수미가 받은 바 있는 주세페 디 스테파노 국제성악 콩쿠르(Guiseppe Di Stefano International Vocal Concours)에서 2006년 심사위원 전원 일치로 단독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9월 8일 국무위원회 주최로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경축 음악무용종합공연’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참가한 가운데 황은미는 독창으로 무려 3곡을 열창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에 문화행사로 참가한 북측의 대표 지휘자 장룡식의 지휘로 삼지연 관현악단과 공훈국가합창단이 연주가 울려 퍼지고 연두색 한복으로 곱게 치장한 황은미는 시작 곡으로 ‘조국과 나’를 불렀으며, 아름다운 흰색 한복으로 갈아 입고 이날 공연의 마지막 곡인 ‘인민은 일편단심’을 열창했다.

또한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에게 친숙한 청송악단의 가수들이 율동과 함께 흥겨운 노래로 관중들을 뜨겁게 달구었으며, 남녀혼성 무용 팀이 기백이 넘친 강렬한 집단무로 조선 전통무용 춤사위와 발레가 가미된 북녘의 현대무용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

이날 공연을 보며 나는 채주혁이 정명훈과 교대로 남북합동 관현악단을 지휘하며 남과 북이 음악을 통해 하나로 화합하는 상상의 나래를 폈다. 그리고 남북합동 관현악의 반주에 맞추어 극적인 콜로라투라 소프라노(dramatic coloratura soprano) 황은미와 서정적인 리릭 콜로라투라 소프라노 (lyric coloratura soprano)조수미가 2중창으로 세계의 명곡과 더불어 남과 북의 대표 성악곡을 발표하는 날이 꿈으로 끝나지않고 현실로 다가오기를 염원했다.

사진 1: 평안남도 서부 평야 지대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협동벌 논이 연두색으로 물들어 있다.

사진 2: 평양역 앞.

사진 3: 전철 내부 모습.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
















[특별기고] 호주 동포 고직만의 북한 방문기(2회) - 한호일보










호주 동포 고직만의 북한 방문기(2회)보현사의 고려 팔만대장경 목판본, 국제친선전람관 참관

고직만 | 승인 2018.09.27 13:57


편집자 주: 필자 고직만은 한국일보사 계열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스 기자를 역임했으며 2000년 호주 이민 이후 시드니 한국신문 취재부장과 호주동아 편집인으로 재직한 바 있다. 한호일보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고직만 언론인의 북한 방문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북한 현지 사정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된 공연이나 대장경 등 관련 사진을 게재할 수 없음을 양해 바랍니다.



묘향산에서 합숙을 마치고 귀향하는 청소년들. 손을 흔들며 환한 미소를 보내 주었다.
‘묘향산 심산에 곱게 피어난 미소’

“심산(深山)에 남몰래 피어나는 꽃

그 누가 보라고 예서 피던가?

버들 숲 우거진 내 고향(故鄕)에

향기(香氣)를 풍겨주려

산촌(山村)에 피여난 줄 알아주리라!”




예술영화 <도라지꽃>의 주제가로 최삼숙이 불러 널리 알려진 북한 가요 <심산에 피는 꽃>의 1절이다. 이 영화는 1960년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았던 산골 오지에서 태어나 자란 고향 마을의 발전을 위해 젊음과 목숨마저 바치는 청춘 남녀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지금은 작고한 인민배우 오미란의 연기가 돋보인 영화다.




재오스트레일리아 동포 전국연합회(회장 박용하)의 우리 방북 일행이 9월 5일 평양을 방문하던 첫날 순안국제공항에는 대한민국 문재인 대통령의 방북 특사단을 나른 대통령 전용기가 활주로에 착륙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방북단의 일정과 많이 겹쳐 마치 우리 호주 동포 방문단이 재외동포들의 대표 선발대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우리 일행은 아침에 대동강 변을 산책하는 어린아이들과 부모들, 운동복 차림의 청춘 남녀들, 낚싯대를 강에 걸쳐 놓고 월척을 기다리는 강태공들, 평양의 상가에 장을 보는 주부들과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학생들과 근로자들 그리고 평안북도 묘향산에서 합숙 훈련을 마치고 내려오던 수십 명의 청소년 학생들과 어깨를 마주치며 코를 비빌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각 층의 추녀마다 풍경이 104개가 보현사 대웅전의 8각 13층탑.

특히 보현사에서 만난 수십 명의 청소년 학생들의 해맑은 미소와 묘향산의 국제친선전람관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안내원들의 모습은 마치 심산에 남몰래 피어있는 꽃들처럼 곱게 빛났다.

청소년 학생들은 햇빛에 까맣게 거슬린 얼굴에 환한 미소를 품어내며 자신감이 넘쳐나는 늠름한 자세로 평화 통일에 대한 강한 염원과 의지를 나타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5.1운동장에 운집한 15만 명의 평양시민들 앞에서 호소한 “우리는 함께 살아야 합니다”라는 민족적 동질성과 일체감을 우리 방문단은 묘향산에서 평범한 주민들 그리고 청소년 학생들과의 만남에서 절감했다.

북녘의 5대 명산(금강산, 백두산, 묘향산, 구월산, 칠보산) 중 하나인 묘향산은 평양에서 차로 2시간 걸리며 청천강이 시작되는 곳으로 계곡과 폭포가 많은 아름다운 산이다. 금강산이 바위산이라면 묘향산은 모든 이를 품어 안는 듯한 산세로 유명하다. 묘향산의 보현사는 조선조 5대 사찰이었으며 현재 북한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사찰이다. 원래 50여 채의 건물로 조성되었으나 6.25 때 거의 대부분 참화를 입어 전후에 복구한 것이 약 20여 채라는 설명이 있었다.



묘향산에서의 한 남학생은 두 손을 꽉 잡으며 함께 방북한 신준식 박사와 악수를 나눴다.







묘향산 방문에서 가장 감격적이었던 것은 보현사에 보관 중인 고려 팔만대장경의 목판본의 실체를 직접 본 것과 함께 우람한 산맥 기슭에 우뚝 자리 잡은 국제 친선 전람관 참관이었다. 북한의 대장경 작업은 사회과학원 산하(민족 고전 연구소)에서 주관하여 소설 <임꺽정>의 저자인 홍명희를 위시해 북측의 내로라하는 역사, 문화, 어문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1960년대 초반부터 번역을 시작하여 80년대 중반 완역한 바 있다. 6.25전쟁 당시 묘향산도 전화를 입었지만, 북측에서 대장경을 묘향산의 깊은 동굴에 보관해 무사히 참회를 면할 수 있었다고 한다.




국제친선전람관은 북한 화폐 오천원권에 전경이 실릴 정도로 건축학적인 조형미가 뛰어난 곳이다.




외부는 조선 전통적 궁궐 건축양식에 따라 화강암으로 지어졌으며, 내부는 모두 대리석으로 다듬어졌다. 목재 사용은 전혀 없었지만 마치 내부와 외부가 목재로 장식된 것처럼 정교한 디자인이 돋보였다. 우리 전통 건축양식과 사회주의 건축미학이 조화를 이룬 북측의 대표적인 박물관 건축물이다. 본관과 별관으로 구분되어 웅장한 궁궐식 건물들이 군집한 형태로 이루어진 국제친선전람관에는 2018년 9월 현재 전 세계 188개 나라에서 보내어진 11만5천425점의 진귀 명품 선물들이 140여 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독립된 크고 작은 전시 공간에 보관,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은 거의 모두가 수제품으로 정성을 담아 만들어진 수준 높은 공예품들이다.



국제친선전람관의 여성 안내지도원과 함께한 필자.


우리 일행을 맞이한 국제친선전람관의 여성 안내지도원은 국가별로 구분해놓은 수많은 전시품의 내용과 배경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많은 정보를 두루 꿰고 있었다. 그녀의 상세하고 해박한 지식과 친절한 설명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로대위에 올라서니 천하절승 예로구나
묘향산 절경이야 태고부터 있는 것을
전람관 여기 솟아 푸른 추녀 나래 펴니
민족의 존엄 빛나 비로봉 더욱 높네”


나는 불후의 명곡으로 알려져 있는 <묘향산 가을날에>라는 노래

의 첫 구절을 암송하며 묘향산과 아쉬운 작별을 했다. 훗날 비로봉

(1,909미터) 정상 트래킹을 기약하며… 또 심산계곡에 남몰래 뿌리내린 꽃들이 활짝 필 때 다시 찾아오리라 다짐하며(3부에 이어짐).


고직만 editor@hanhodaily.com


----------

호주 동포 고직만의 북한 방문기(마지막 회)


Thursday, 4th October 2018






9월 9일 능라도 5.1 경기장 <빛나는 조국> 초연 참관

놀라운 신체 기량과 테크놀로지가 결합된 집단 체조와 예술공연

편집자 주: 필자 고직만은 한국일보사 계열 영자신문 코리아 타임스 기자를 역임했으며 2000년 호주 이민 이후 시드니 한국신문 취재부장과 호주동아 편집인으로 재직한 바 있다. 한호일보는 최근 북한을 다녀온 고직만 언론인의 북한 방문기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북한 현지 사정으로 기사 내용과 관련된 공연 모습 실제 사진을 게재할 수 없음을 양해바람).

북녘에는 맨손의 힘과 놀라운 신체 기량을 현대적인 테크놀로지와 결합해서 작품으로 드러내는 집단체조 공연예술의 전통이 살아있다.

2018년 9월 9일.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이해 능라도 5.1 경기장에서 초연된 <빛나는 조국>은 이와 유사한 <아리랑> 공연이 마지막으로 있었던 2013년 이후 5년 만에 약 10만여 명이 참가, 다시 선보이는 대규모 집단체조와 예술공연이어서 그 규모와 공연 양식 그리고 새롭게 도입된 3차원 공연 테크놀로지가 큰 관심거리였다.

[빛나는 조국]에는 컴퓨터 그래픽 조명과 거대한 운동장 무대 바닥에 그림을 그리는 현대적인 미디어 아트가 효과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경기장 상공에 드론까지 등장, 볼거리가 많았다. 남홍백(藍紅白)의 삼색 자수를 수놓은 듯 드론이 나비같이 춤을 추었고 어두운 상공에 ‘빛나는 조국’이라는 글자가 나타나는 가운데 관현악곡 ‘빛나는 조국’이 서곡으로 연주되면서 공연은 시작되었다.

우리 재오스트레일리아 동포 전국연합회(회장 박용하) 방북 일행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자리한 주석단을 바라볼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다. 외국인들과 해외 동포들에게 책정된 <빛나는 조국>의 공식 관람료는 미화 117불이었지만, 우리 호주 방북단은 경축 사절로 초대받아 무료로 참관할 수 있었다.

작품 <빛나는 조국>은 1947년 발표된 혁명가곡 ‘빛나는 조국(박세영 작사, 리면상 작곡)’에서 제목을 따왔다.

이 가곡을 주제 음악으로 삼아 관현악과 합창곡으로 편곡된 칸타타 형식의 ‘빛나는 조국’을 바탕으로 1948년부터 2018년까지 70년간의 북녘 역사가 약 10만 명이 참여하는 체조가 곁들인 음악무용극으로 3시간에 걸쳐 펼쳐졌다.




<빛나는 조국>에서는 숨 막히듯 일사불란한 집단체조와 웅장하게 퍼지는 교향악과 성악 솔로, 중창 그리고 합창으로 구성된 음악 공연, 그리고 발레와 고전무용과 현대무용 공연, 독보적인 기량의 교예 공연 등이 탄탄한 서사시적인 극적 구조로 뒷받침되어 찬란하게 펼쳐졌다. <빛나는 조국>에서 단연 돋보인 것은 1만7천974명의 청소년 학생들이 ‘무대 배경대’로서 정교한 카드섹션을 펼치며 서사극의 흐름을 그린 화면, 전체 또는 일부분만 움직이는 동화상, 만화 그리고 구호 등 다채로운 모자이크 영상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대형 컴퓨터 화면처럼 완벽하게 풀어내는 부분이었다.




우리 방북 일행이 참관한 <빛나는 조국>은 문재인 대통령이 관람한 내용과는 많이 달랐다. 문 대통령이 관람한 <빛나는 조국>은 1시간 정도로 압축시켜 ‘평화와 번영의 새 시대’에 초점을 맞추었다. 또 서곡으로는 아리랑이, 종곡으로 ‘다시 만납시다 (리정술 작사, 황진영 작곡)’가 연주되었다. 문 대통령의 ‘우리 민족은 함께 살아야 합니다’란 연설이 끝나자 수만 명의 공연 출연진들과 능라도 5.1 경기장의 관람석을 메운 15만 평양 시민들은 한반도기를 흔들며 ‘안녕히 다시 만나요’라는 후렴 구절을 눈물을 글썽이며 함께 불렀다.




이 노래를 작곡한 황진영은 모란봉악단의 작곡가로 활약하며 삼지연 관현악단의 현송월 단장과 함께 올해 초 평창 올림픽 축하 북측 예술단의 실무진으로 남측을 방문한 바 있다. 현송월 단장이 대외적으로는 표면적인 남북예술단 교류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황진영 역시 주목해야 할 북녘의 중요한 음악인이다.


황진영의 작곡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노래는 아마 ‘안해의 노래’일 것이다.


“살펴주는 그 눈길 떠날 새 없고

젖어있는 그 손길 마를 새 없네

사랑 없인 잠시도 못 사는 마음

저를 위해 바친 건 하나 없어라

안해여 안해여 그대는 나의 길동무”


북측의 현대사를 관통하는 노래들을 만들어 낸 황진영이 10월 서울에서 예정된 북녘의 ‘가을이 왔다’란 답방 공연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궁금하다.

우리 일행은 귀국길에 비행기 대신 평양에서 신의주를 거쳐 단동으로 가는 직행열차를 이용했다. 우리 일행 바로 옆자리에는 중국 국제볼링대회 참석차 북경에 가는 볼링 대표선수들이 감독과 함께 타고 있었다. 불과 몇 분 사이에 우리 일행은 늠름하고 잘생긴 북녘 선수들과 금방 친해졌다. 그 중 한 명이 가르쳐 준 노래가 바로 황진영이 작곡한 ’안해의 노래’였다.


소박하고 다정스런 멜로디를 들으며 다음 북녘을 찾아올 때 반드시 아내를 동반하고 오리라 마음을 다져보았다. 여행길 좋기에.. 나도 길동무가 그리웠다(끝).


사진 1: 빛나는 조국 공연 팜플렛.

사진 2: 평양의 평범한 시민 모습.

사진 3: 양각도 호텔에서 바라 본 대동강 전경.

사진 4: 신의주역에서 방북단 일행이 볼링 국가대표선수단과 함께 기념촬영을 했다.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