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오키나와의 눈물
오키나와의 눈물 -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메도루마 슌이 전하는 오키나와 '전후'제로년
메도루마 슌 (지은이),안행순 (옮긴이)논형201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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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쪽
152*215mm
331g
ISBN : 978896357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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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메도루마 슌이 전하는 오키나와 '전후'제로년. 메도루마 슌은 말한다. 오키나와의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음을.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일본이 반성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침략을 당했던 아시아 당사국이며, 그 나라들을 완전히 납득시키지 못하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고립되는 일만 남는다는 사실을.
목차
저자 서문
1부 오키나와 전투와 기지 문제를 생각한다
1. 들어가며~‘전후 60년’의 전제
2. 오키나와 전투, 그것은 나에게 무엇인가?
전쟁체험의 계승/ 아버지의 전쟁체험/ 산속 패잔병 생활/ 일본군 병사들의 비열한 처사와 가족과의 재회/ 전시 총동원체제/ 주민을 지키지 않았던 일본군/ 주민학살을 사죄하지 않는 일본인/ 동화=황민화교육/ 천황에 대한 불쾌감/ 동화를 촉구한 오키나와 차별/ 일본인이 되는 것/ 증조 할머니의 아픔/ 되풀이된 동화교육/ 일본의 가해 책임 평화교육의 중요성/ 어머니의 전쟁체험/ 오키나와 전투의 주민희생/ 전쟁과 차별/ 오키나와 전투와 위안소/ 미군 병사의 성폭력/ 말할 수 없었던 전쟁체험
3. 오키나와 전투를 소설로 쓰는 의미
전쟁 기억의 공유/ 천황의 전쟁책임/ 오키나와 전투와 특공작전/ ‘죽음의 미학’이 왜곡하는 것/ 민중의 체험과 기억을 담는 글쓰기/
카메라가 찍지 않았던 오키나와 전투/ 살해당하는 측의 관점/ ‘서민의 관점’의 중요성/ 오키나와 전투와 현대 전쟁의 관계
4. 기지 문제
기지가 없는 마을/ 미군훈련의 실태를 보다/ 일상생활 속의 미군기지/ 오키나와 내부의 차별과 모순/ 기지의 희생자 / 돌려막기 식의 오키나와 기지이전/ 오키나와 기지의 은폐된 진실/ 궁지에 몰린 기지 문제/ 오키나와가 주체적으로 살아가려면
2부 ‘치유의 섬’ 환상과 내셔널리즘
1. 미국의 세계전략과 기지 오키나와
2. 능력주의 교육의 침투와 오키나와 교육운동
3. 교과서 문제의 논점
4. 이데올로기로서의 ‘치유형’ 오키나와 엔터테인먼트
5. 치유의 공동체·천황제·종교
6. 오키나와 전투의 기록과 계승
7. 오키나와 문학과 언어
옮긴이의 글/오키나와현대사 약(略)연표/ 오키나와전도/ 재일 미군 배치도/ 추천의 글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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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전후 60년’의 전제
‘전후’ 일본의 경제성장으로 생활 수준이 향상되어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평화’를 실감할 수 있게 되었지만, 그러한 성장의 그늘 아래서 짓밟히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이것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의식적으로 무시한 채 ‘평화’로운 시대로서의 ‘전후 60년’을 논한다는 것은 지나친 기만입니다. ‘평화헌법’과 ‘미·일 안보조약’을 공존시켜 주일미군의 주둔으로 국방예산을 억제하고 경제성장을 우선시하는 전후 일본의 체제는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기지의 75%를 집중 배치하는 것, 즉 미·일 안보체제의 부담과 모순을 오키나와에 떠넘김으로써 가능했던 것입니다.
주민을 지키지 않았던 일본군
오키나와 전투의 기록과 증언집을 보면 일본군의 주민학살 사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당시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을 전쟁터에 몰아넣는 한편, 방언을 사용한 자는 스파이로 간주하면서 처음부터 오키나와인을 신용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주민에게 진지구축을 돕게 하는 것은 군사기밀을 주민들이 알게 되는 것이기도 했지요. 그때문에 ‘살아서 포로의 치욕을 당하지 말 것’이라는 ‘전진훈戰陣訓(1941년 1월 일본 육군장관 도조 히데키가 제정한 군인수칙)’을 주민에게도 강요하고, 동시에 미군에 대한 공포심을 부추겨 만일의 경우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수류탄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본래 지켜주어야 할 주민들에게 군인과 마찬가지로 ‘자결’을 강요하였고, 그것이 오키나와 각지에서 주민들의 집단적인 강제사强制死를 불러일으켰습니다.
한편 마을 안에서도 촌장이나 구장, 경방단장, 교장 등 군에 협력했던 지도자일수록 군과 접촉이 많았고 군사기밀에도 노출되었기 때문에 스파이 혐의가 가해져 목숨을 위협받게 되었습니다. 또한, 전장의 혼란 속에서 우연히 일본군 진지를 지나가거나 일본군의 지시를 거역하거나 공통어로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주민들이 스파이 혐의로 죽어갔습니다.
동화를 촉구한 오키나와 차별
본토에 일하러 가서 차별에 직면하고 공포와 불안 속에서 위축되어버리는 우치난츄(오키나와 사람들이라는 오키나와 방언)가 많았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외지에서 업신여김과 경멸의 눈총을 받고, 때로는 노골적으로 비웃음당합니다. 또는 호기심 어린 시선의 관찰과 연구의 대상이 됩니다. 반항하면 위협하고 협박하고 탄압합니다. 순종하면 칭찬하고 대가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수십 년에 걸쳐 반복됨으로써 일본에 합병된 이후의 오키나와인들에게는 차별에 대한 공포심이 각인됩니다. 그래서 차별에서 벗어나 보려고 몸부림치며 본연의 ‘류큐적인 것’을 부정하고 훌륭한 일본인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얼핏 오키나와인의 자발적인 현상처럼 보이는 동화의 이면에는 그와 같은 차별과 협박, 즉 강제적인 구조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차별이 가져오는 폭력과 그에 대한 공포를 무기로 동화교육황민화 교육은 추진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돌려막기 식의 오키나와 기지이전
올해는 1995년 소녀 강간사건이 발생한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러나 이 10년간 오키나와 기지의 실태는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표면상으로는 오키나와의 ‘부담경감’을 거론하면서도 일본정부는 물론 대다수의 일본인들도 오키나와가 처해 있는 차별적인 상황을 바꾸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세 명의 미군 병사가 소녀에게 가한 폭력에 분노하고 항의하는 목소리는 기지반대라는 커다란 함성을 만들어냈습니다. 당시 오타大田 지사의 대리서명 거부와 85,000명이 운집한 현민대회 등을 보고 미·일 안보체제의 위기를 느낀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가 처한 상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지반대의 함성을 무너뜨리는 데에 힘을 쏟았습니다.
주된 수단은 기지 관련 보조금과 진흥책이었습니다. 시마다島田 간담회사업(자립발전의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오키나와 미군기지 소재 지역에 관한 간담회 사업』)과 규슈·오키나와 G8 정상회담 개최 결정, 2,000엔 지폐 발행, 10년간 1,000억 엔 규모의 북부 진흥책 등 잇달아 ‘독이 든 사탕’을 뿌려대어 ‘기지 문제’를 ‘경제 문제’로 슬쩍 바꿔치기했습니다. 한편, 후텐마 기지의 ‘반환’을 중심으로 한 SACO(미일특별행동위원회)의 합의를 내놓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명시한 기지의 ‘정리축소’ 안은 오키나와현 내에 ‘대체시설’을 만드는 것으로 기지의 ‘현 내 이전’ 계략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데올로기로서의 ‘치유형’ 오키나와 엔터테인먼트
오키나와에 사는 사람들도 관광업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관광객을 받아들이기 적합한 호스피탤리티(환대)의 육성이란 명목으로 지역문화는 물론 인간성과 육체까지 관광에 종속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오키나와 남성의 평균수명이 전국 4위에서 26위로 전락하자 장수의 섬이라는 관광이미지가 무너진다고 난리법석입니다. 개인의 건강까지 관광의 시점으로 문제시하고 있습니다. 영화나 TV에서 그려지는 밝고 쾌활한 인간상도 관광 상품이 되고, 그것을 다시 오키나와 사람들 스스로가 바람직한 특성으로 모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것이 기지 문제의 은폐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앞서 얘기한 바와 같습니다. TV나 잡지의 ‘장수의 섬’, ‘치유의 섬’ 특집에 자주 등장하는 오키나와의 어르신들이 있습니다. 80세, 90세가 되어도 밭일을 해 가면서 혼자 살고 있는 노인의 독거생활 이면에는 일자리를 찾아 섬을 떠난 자식들과 손자들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오키나와의 경제문제가 있고, 그것은 기지 유치와 공공 설비 사업 의존에 따른 자연파괴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치유 공간’이라는 관광이미지에는 그런 어두운 현실은 방해가 될 뿐이겠지요. 하지만 오키나와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그러한 현실에서 도망칠 수가 없습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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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오키나와 전투와 오늘의 미군기지 문제가 같은 선상에 놓여 있다. 저자는 오키나와 전쟁을 제대로 기억해야 오키나와의 현실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통해 오키나와 주민들의 마음을 읽는다. 그리고 거대 권력에 짓눌린 현실을 슬퍼한다. 나에게 깊고 푸른 울림이 있는 책이다.
- 조성윤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메도루마 슌은 말한다. 오키나와의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은 국제 사회에서 고립될 수밖에 없음을.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일본이 반성하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침략을 당했던 아시아 당사국이며, 그 나라들을 완전히 납득시키지 못하면 일본은 아시아에서 고립되는 일만 남는다는 사실을.
- 허영선 (시인)
일본의 오키나와는 한국의 제주처럼 자연풍광이 아름다우면서도 뼈아픈 과거를 안고 있다. 오키나와 평화기념관 언덕에 서서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를 보노라면 국가, 전쟁, 평화 등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정학적으로 많이 닮은 제주와 오키나와는 예전에는 모두 독립국이었다.
- 윤용택 (제주대학교 철학과 교수)
이 책을 추천한 다른 분들 :
한겨레 신문
- 한겨레 신문 2013년 5월 4일자
저자 및 역자소개
메도루마 슌 (目取眞俊) (지은이)
1960년 오키나와 현 북부에 위치한 나키진에서 태어났다. 류큐대학 법문학부에 들어가 문학 활동 및 반기지 활동을 시작했다. 젊은 시절 오에 겐자부로, 나카가미 겐지, 가브리엘 마르시아 마르케스 문학의 영향을 받았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는 기간제 노동자, 경비원, 학원 강사 등을 했다. 이후 현립 고등학교에서 선생님으로 2003년까지 일했다.
1983년 「어군기」로 등단한 후 1997년 「물방울」로 아쿠타가와 문학상을, 2000년에 「혼 불어넣기」로 가와바타 야스나리 문학상과 기야마 쇼헤이 문학상을 수상했다.
미군 아이를 살해하는 내용의 「희망」(아사히신문 1999.6.26.)으로 일본 사회와 문단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장편소설로는 『무지개 새』(2006)와 『기억의 숲』(2009)이 있다.
한국에는 단편 모음집 『혼 불어넣기』(2008)를 시작으로 『물방울』(2012) 『오키나와의 눈물』(2013) 『어군기』(2017) 『기억의 숲』(2018)이 출간돼 있다
. 현재는 오키나와 반전 평화 운동의 최전선인 헤노코 앞바다에서 카누를 타고 미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해상 저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언제 실현될지 모르지만 오키나와 근현대의 장대한 역사를 담은 대 장편소설을 구상 중이다. 접기
수상 : 1997년 아쿠타가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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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행순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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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오키나와의 눈물』 『일본인 학자가 본 제주인의 삶』 『지역브랜드와 매력 있는 마을 만들기』 『제국의 바람이 남긴 풍경』 『제주와 오키나와』(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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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전투 부분은 당시 전쟁의 현실을 알 수 있다
비밀 2019-03-1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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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를 보며 제주를 생각한다.
학생 시절에 구리바야시 데루오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차별받는 그리스도"라는 책인데, 이 책을 통해서 일본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구리바야시 데루오는 부라쿠민 출신이다. 일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부라쿠민이 뭐야?"라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부라쿠민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부라쿠민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말하는 수드라와 달리트의 중간 정도라고 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수드라보다는 달리트 쪽에 더 가깝겠지만 말이다. 우리 역사에 조금 밝은 사람은 과거 우리 나라에서 천민이라고 부르면서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무당, 백정, 노비와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근대화를 거치면서 사라졌던 이 천민이라는 신분이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평등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일본이지만 암암리에 신분제가 존재하고 있다. 2009년 구글 어스에서 현대 지도와 옛지도 겹쳐보기 서비스를 진행했었는데 이 때 과거 부라쿠민들이 살던 주소를 더러운 주소라면서 인터넷에 뿌려댔던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그런거 없다."라는 말로 일관하지만 포털사이트에 부라쿠민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그 증거가 수도 없이 발견된다.
그런데 일본에는 차별받는 대상이 부라쿠민만은 아니다. 부라쿠민은 일본 민족 내에서 일어나는 신분 상의 차별이다. 그렇지만 다른 차별의 대상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때문에 발생한 민족적인 차별이다. 그 차별의 대상은 북쪽으로는 아이누, 남쪽으로는 오키나와, 서쪽으로는 조선이다. 이 세 민족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는 있지만 그 처지와 형편은 다르다. 조선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재일 조선인들이나 그들의 지인이라면 이의를 표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는 견지에서 세 민족 중에 가장 형편이 낫다. 비록 정치적으로 애매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소통하고 비빌 언덕이라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봐야 일본 사람들에게 거기서 거기이지만 말이다. 일본의 가장 북쪽인 북해도와 사할린에 거주하는 아이누는 솔직하게 존재를 잘 모르겠다. 자기가 아이누이기를 밝히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누의 인구가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도 잘 모른다고 한다. 반대로 남쪽으로 내려오면 이 책의 주인공 오키나와가 있다.
오키나와는 원래 류쿠국으로 불리던 독립국가였다. 류쿠국이라는 이름이 조선의 실록에도 분명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임이 분명하다. 오키나와는 19세기 초에 일본에 합병된 아이누보다 조금 늦게 19세기 후반에 일본에 합병되었고 일본이 되기를 강제당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온갖 차별을 받으면서 철저하게 일본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그들은 일본 내에서 이등시민이다. 전시에는 강제로 동원되어 총알받이가 되었고,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주일 미군 기지에게 땅을 내어 주어야 했다. 어찌보면 일본의 평화 헌법과 번영은 저자의 주장대로 오키나와의 눈물을 전제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오키나와를 통하여 제주를 만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듯이 제주도는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었다. 간간히 정부에서 관리를 파견하기도 했지만 꽤 오랜 시간 탐라라는 이름의 독립국가로 존재하다가 세종 대에 이르러 탐라의 귀족을 평민화하면서 완전하게 합병되었다. 이런 역사의 배경을 가져서일까 제주도는 한국의 오랜 역사 동안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몽골의 지배를 받을 때에는 말을 생산하는 기지로, 조선 시대에는 유배지로 이용되었으며,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는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핍박을 받았다. 제주도 인구 9명 중 1가 죽을 정도로 대량 학살이 일어났던 4.3 사건 말이다. 이것 때문에 오늘날에도 제주도에서는 한 마을에 제삿날이 같은 집들이 꽤 여러집이라고 한다. 이런 제주의 아픔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 없이 어느새 제주도는 오키나와처럼 환상의 섬, 남국의 섬으로 불리면서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관광 외에 다른 사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그 결과 청년 실업이 가장 높은 곳의 하나가 되었다. 제주도의 시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철저하게 오키나와가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제주도에 해군 기지 건설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원주민의 목소리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공권력으로 밀어 붙이고, 폭탄으로 제주도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구럼비를 깨버리면 될 뿐이다. 일등 국민과 이등 국민처럼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논리가 철저하게 강요된다. 물론 대한민국 본토인들의 관심은 희박하다. "멀리 제주도인데, 지금 나와 상관이 없는데, 나라를 위한다는데 저런 것쯤 못해주나?"라면서 그들에게 침묵으로 희생을 강조한다.
어쩌면 그렇게 오키나와와 제주도가 닮아 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던 까닭이 이것이다. 오키나와와 제주, 제주와 오키나와! 그 둘은 어쩜 그렇게도 슬픈 운명을 닮았는지...오키나와가 아직 전시이듯이 제주도 아직 전시이다. 그들의 전쟁이 끝나지 않아 지금도 흘리고 잇는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은 그들의 희생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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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7-26 공감(10)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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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야 드러나는 진실
한국인들은 일본에 관해서 잘 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바로 이웃한 나라이고,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서로 갈등했던 사이이며,
일본의 국민성이 우리와 매우 다르다는 것 등.
학교에서 국사를 배울 때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나라임에도
일본 자체의 역사에 관해서는 많이 배우지 못했다.
오키나와가 독립된 별개 국가였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나는 몰랐다.
그러니 오키나와에서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으며
오키나와인들과 본토인들의 미묘한 관계와
오키나와인들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알았을까.
메도루마 슌이라는 소설가에 관해서 먼저 알게됐고
그의 소설이 오키나와의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 다음에 알게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책으로 연결됐는데,
일본이 그 나라 안에서도 대단히 왜곡되고 이율배반적인 얼굴과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알기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책이 좀 더 독자를 배려해서 만들어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일본 역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서
친절하고 세심한 주석 내지는 소개글이 필요했고,
띄어쓰기가 읽기를 방해할 정도로 지나치게 무시됐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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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버드 2019-05-2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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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같은 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했다. 옮긴 책으로는 『오키나와의 눈물』 『일본인 학자가 본 제주인의 삶』 『지역브랜드와 매력 있는 마을 만들기』 『제국의 바람이 남긴 풍경』 『제주와 오키나와』(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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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 전투 부분은 당시 전쟁의 현실을 알 수 있다
비밀 2019-03-14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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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를 보며 제주를 생각한다.
학생 시절에 구리바야시 데루오의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차별받는 그리스도"라는 책인데, 이 책을 통해서 일본의 또 다른 면을 보게 되었다. 구리바야시 데루오는 부라쿠민 출신이다. 일본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도 "부라쿠민이 뭐야?"라고 의아해할지도 모른다. 나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부라쿠민이 무엇인지 몰랐었다. 부라쿠민은 인도의 카스트 제도에서 말하는 수드라와 달리트의 중간 정도라고 하면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수드라보다는 달리트 쪽에 더 가깝겠지만 말이다. 우리 역사에 조금 밝은 사람은 과거 우리 나라에서 천민이라고 부르면서 인간 이하로 취급했던 무당, 백정, 노비와 비슷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근대화를 거치면서 사라졌던 이 천민이라는 신분이 일본에서는 아직까지도 존재한다는 점이다. 평등과 민주주의를 말하는 일본이지만 암암리에 신분제가 존재하고 있다. 2009년 구글 어스에서 현대 지도와 옛지도 겹쳐보기 서비스를 진행했었는데 이 때 과거 부라쿠민들이 살던 주소를 더러운 주소라면서 인터넷에 뿌려댔던 일이 있었다. 겉으로는 "그런거 없다."라는 말로 일관하지만 포털사이트에 부라쿠민이라는 단어만 검색해도 그 증거가 수도 없이 발견된다.
그런데 일본에는 차별받는 대상이 부라쿠민만은 아니다. 부라쿠민은 일본 민족 내에서 일어나는 신분 상의 차별이다. 그렇지만 다른 차별의 대상들은 일본의 제국주의 때문에 발생한 민족적인 차별이다. 그 차별의 대상은 북쪽으로는 아이누, 남쪽으로는 오키나와, 서쪽으로는 조선이다. 이 세 민족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는 있지만 그 처지와 형편은 다르다. 조선은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북한과 대한민국이 존재한다. 재일 조선인들이나 그들의 지인이라면 이의를 표할 수도 있지만 내가 보는 견지에서 세 민족 중에 가장 형편이 낫다. 비록 정치적으로 애매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최소한 소통하고 비빌 언덕이라도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래봐야 일본 사람들에게 거기서 거기이지만 말이다. 일본의 가장 북쪽인 북해도와 사할린에 거주하는 아이누는 솔직하게 존재를 잘 모르겠다. 자기가 아이누이기를 밝히기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아이누의 인구가 정확하게 얼마나 되는지도 잘 모른다고 한다. 반대로 남쪽으로 내려오면 이 책의 주인공 오키나와가 있다.
오키나와는 원래 류쿠국으로 불리던 독립국가였다. 류쿠국이라는 이름이 조선의 실록에도 분명하게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꽤 오랜 역사를 가진 나라임이 분명하다. 오키나와는 19세기 초에 일본에 합병된 아이누보다 조금 늦게 19세기 후반에 일본에 합병되었고 일본이 되기를 강제당했다. 오키나와 사람들은 온갖 차별을 받으면서 철저하게 일본인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들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그들은 일본 내에서 이등시민이다. 전시에는 강제로 동원되어 총알받이가 되었고,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는 주일 미군 기지에게 땅을 내어 주어야 했다. 어찌보면 일본의 평화 헌법과 번영은 저자의 주장대로 오키나와의 눈물을 전제로 이루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나는 오키나와를 통하여 제주를 만나게 된다.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듯이 제주도는 처음부터 대한민국의 영토가 아니었다. 간간히 정부에서 관리를 파견하기도 했지만 꽤 오랜 시간 탐라라는 이름의 독립국가로 존재하다가 세종 대에 이르러 탐라의 귀족을 평민화하면서 완전하게 합병되었다. 이런 역사의 배경을 가져서일까 제주도는 한국의 오랜 역사 동안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다. 몽골의 지배를 받을 때에는 말을 생산하는 기지로, 조선 시대에는 유배지로 이용되었으며,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는 순전히 정치적인 목적으로 핍박을 받았다. 제주도 인구 9명 중 1가 죽을 정도로 대량 학살이 일어났던 4.3 사건 말이다. 이것 때문에 오늘날에도 제주도에서는 한 마을에 제삿날이 같은 집들이 꽤 여러집이라고 한다. 이런 제주의 아픔 보듬고 치유하는 과정 없이 어느새 제주도는 오키나와처럼 환상의 섬, 남국의 섬으로 불리면서 관광지로 개발되었다. 관광 외에 다른 사업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되었고 그 결과 청년 실업이 가장 높은 곳의 하나가 되었다. 제주도의 시련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철저하게 오키나와가 걸었던 길을 따라간다. 제주도에 해군 기지 건설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제주도 원주민의 목소리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공권력으로 밀어 붙이고, 폭탄으로 제주도민들이 신성하게 여기던 구럼비를 깨버리면 될 뿐이다. 일등 국민과 이등 국민처럼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논리가 철저하게 강요된다. 물론 대한민국 본토인들의 관심은 희박하다. "멀리 제주도인데, 지금 나와 상관이 없는데, 나라를 위한다는데 저런 것쯤 못해주나?"라면서 그들에게 침묵으로 희생을 강조한다.
어쩌면 그렇게 오키나와와 제주도가 닮아 있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먹먹했던 까닭이 이것이다. 오키나와와 제주, 제주와 오키나와! 그 둘은 어쩜 그렇게도 슬픈 운명을 닮았는지...오키나와가 아직 전시이듯이 제주도 아직 전시이다. 그들의 전쟁이 끝나지 않아 지금도 흘리고 잇는 눈물을 닦아 주는 것은 그들의 희생으로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의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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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07-26 공감(10)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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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내야 드러나는 진실
한국인들은 일본에 관해서 잘 안다는 착각을 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바로 이웃한 나라이고,
역사적으로 끊임없이 서로 갈등했던 사이이며,
일본의 국민성이 우리와 매우 다르다는 것 등.
학교에서 국사를 배울 때 가장 비중있게 다루는 나라임에도
일본 자체의 역사에 관해서는 많이 배우지 못했다.
오키나와가 독립된 별개 국가였다는, 가장 기본적인 사실조차 나는 몰랐다.
그러니 오키나와에서 전쟁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겠으며
오키나와인들과 본토인들의 미묘한 관계와
오키나와인들의 복잡한 심경을 어떻게 알았을까.
메도루마 슌이라는 소설가에 관해서 먼저 알게됐고
그의 소설이 오키나와의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 다음에 알게됐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 책으로 연결됐는데,
일본이 그 나라 안에서도 대단히 왜곡되고 이율배반적인 얼굴과 태도를 갖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국인들이 일본을 알기위해서 반드시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다만 책이 좀 더 독자를 배려해서 만들어졌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있다.
무엇보다 일본 역사에 관한 배경지식이 없는 독자들을 위해서
친절하고 세심한 주석 내지는 소개글이 필요했고,
띄어쓰기가 읽기를 방해할 정도로 지나치게 무시됐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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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링버드 2019-05-29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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