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역사 전쟁 역시 미국의 '1776 vs 1619' 논쟁과 매우 닮아 있습니다. 거칠게 요약하면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정통성과 경제 성장(산업화)의 성과를 중심에 둘 것인가(보수)"와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민주화 운동, 그리고 과거사 청산의 정의를 중심에 둘 것인가(진보)"의 싸움입니다.
양 진영의 시각을 대변하는 책들과, 이 갈등을 객관적으로 해부한 책들을 나누어 소개해 드립니다.
1. 진보(비판적·민족주의적) 시각의 대표적 저작
<대한민국 역사 전쟁> 저자: 당대역사연구소 엮음 (김기협, 한홍구 등 집필) [이런 책 없음]
내용: 한국 사회에서 보수 진영의 뉴라이트 역사관과 교과서 개정 움직임에 맞서 진보 사학계의 입장을 집대성한 책입니다. 친일파 청산 문제, 임시정부의 법통, 독재 정권에 대한 평가 등 한국 현대사의 핵심 쟁점들을 비판적으로 다룹니다. 역사의 정의와 민주주의적 가치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에서 미국의 <1619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하는 시각을 제공합니다.
이것은 기억과의 전쟁이다> 저자: 김동춘
대한민국사 (총 4권)> 저자: 한홍구
<망국의 역사, 조선을 읽다> 및 <해방일기 (총 5권)> 김기협
저자: 김기협
2. 보수(전통주의적·국가주의적) 시각의 대표적 저작
<한국 현대사>
저자: 이영훈
내용: 한국 보수 사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자 뉴라이트 계열의 대표 학자가 쓴 대중적인 현대사 서적입니다. 1948년 대한민국의 건국이 인류사적으로 얼마나 위대한 성취였는지 강조하며, 이승만·박정희 시기의 산업화와 경제 성장을 국가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평가합니다. 조선 후기부터 이어진 역사적 흐름을 실증주의적 경제사 관점에서 재해석하며 전통적인 진보 사학의 프레임을 정면으로 반박합니다.
<한국사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었나 -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편향 과정 분석 검색 - 정경희
내용: 역사학자이자 전 국회의원인 정경희 교수의 실제 저작입니다.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들이 1980년대 이후 민중사학의 대두와 함께 어떤 경로로 좌편향되었는지 그 역사적 과정을 추적합니다. 교과서 서술의 편향성을 정면으로 다루며 보수 진영의 '교과서 바로 세우기' 논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텍스트입니다.
3. 역사 전쟁 자체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해부한 명저
<기억 전쟁: 한국 현대사를 둘러싼 투쟁>
저자: 임지현
내용: '대중 독재'와 '일상사'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 임지현 교수의 저작입니다. 저자는 한국의 진보와 보수 양 진영이 각자의 정치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를 어떻게 '선택적으로 기억'하고 전유하는지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양극단의 이념적 도그마에서 벗어나 역사적 기억의 다원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으로, 켄 번즈가 미국사에서 지향했던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성찰'의 시각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이 책들은 한국 현대사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두 개의 거대한 축과, 그 축이 부딪히며 내는 파열음의 실체를 선명하게 보여줄 것입니다.
세진님께서 미국의 역사 전쟁과 비교해 가며 읽으신다면, 한 사회가 국가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과정에서 겪는 갈등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더욱 깊이 음미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역사 전쟁>을 이해하려면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 진영의 책만 읽기보다 서로 다른 입장을 함께 읽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됩니다. 한국의 역사 전쟁은 대체로 다음과 같은 주제를 둘러싸고 벌어집니다.
- 대한민국은 1948년에 건국되었는가, 아니면 1919년 임시정부부터 국가가 시작되었는가
- 일제강점기를 근대화의 한 계기로 볼 것인가, 식민지 수탈로 볼 것인가
- 박정희 시대를 산업화의 성공으로 볼 것인가, 권위주의 독재로 볼 것인가
- 민주화운동을 대한민국 발전의 핵심으로 볼 것인가, 산업화의 성과를 과소평가한 서사로 볼 것인가
이런 논쟁을 이해하기 위한 책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가장 먼저 읽을 책 (균형 잡힌 입문)
<대한민국 이야기>
이영훈
이영훈은 한국 역사 전쟁의 대표적인 보수 역사학자입니다.
이 책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산업화의 성공에서 찾습니다. 일제시대와 박정희 시대를 기존 교과서보다 훨씬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오늘날 보수 역사관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다만 비판도 많습니다.
진보 진영에서는
- 식민지 수탈을 축소했다.
- 독재를 과소평가했다.
고 비판합니다.
② 진보 역사관의 대표
<대한민국史 1~4>
한홍구
아마 가장 영향력이 컸던 진보 역사서입니다.
친일 청산 실패
국가폭력
한국전쟁
독재정권
민주화운동
등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을 서술합니다.
읽으면 왜 1980~90년대 이후 진보 진영이 한국 현대사를 그렇게 바라보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보수에서는 지나치게 부정적이라고 비판합니다.
③ 학문적으로 가장 균형 잡힌 현대사
<한국 현대사>
브루스 커밍스(Bruce Cumings)
미국 역사학자의 책입니다.
한국에서는 진보적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실제로는 미국 냉전정책, 한국전쟁, 남북관계를 국제정치 속에서 분석합니다.
보수에서는 친북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하지만,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읽히는 한국현대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④ 역사 전쟁 자체를 다룬 책
<역사전쟁>
심용환
역사학자인 심용환이
왜 역사 문제가 정치 문제가 되는가
교과서 논쟁
건국절 논쟁
친일 논쟁
위안부 문제
등을 설명합니다.
역사 자체보다
"왜 한국 사회가 역사를 가지고 싸우는가"
를 이해하기 좋은 책입니다.
⑤ 뉴라이트를 이해하기
<반일 종족주의>
이영훈 외
아마 최근 가장 논쟁적인 책입니다.
강제동원
위안부
토지조사사업
식민지 경제
등 기존 통설을 대폭 수정합니다.
찬성하는 사람은
"신화를 깨뜨렸다."
고 말하고,
반대하는 사람은
"식민지 지배를 미화한다."
고 말합니다.
한국 역사 전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책입니다.
⑥ 이에 대한 대표적 반론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역사학자 공동저작
<반일 종족주의>에 대한 학계의 대표적 반박입니다.
자료 해석,
통계,
강제동원,
위안부,
식민지 경제 등을 하나씩 반론합니다.
두 권을 반드시 함께 읽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더 긴 안목에서 추천하고 싶은 책
박태균 <한국전쟁>
이념보다 국제정치에 초점을 둡니다.
매우 균형적입니다.
서중석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
민주화운동 중심입니다.
진보적이지만 자료가 풍부합니다.
김동춘 <대한민국은 왜?>
국가폭력,
분단,
민주주의를 사회학적으로 분석합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읽는 순서
만약 한국의 역사 전쟁을 처음부터 이해하고 싶다면 저는 다음 순서를 권합니다.
- 심용환 《역사전쟁》 (논쟁의 구조 이해)
- 한홍구 《대한민국史》
- 이영훈 《대한민국 이야기》
- 《반일 종족주의》
- 《반일 종족주의와의 투쟁》
- 브루스 커밍스 《한국 현대사》
켄 번즈와 비교하면
흥미로운 점은 한국에는 아직 켄 번즈와 비슷한 위치의 역사 서술이 거의 없다는 것입니다.
켄 번즈는 미국 혁명의 이상을 인정하면서도 노예제·원주민 학살·여성 배제를 함께 보여줍니다. 즉, 국가의 정당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국가의 어두운 면을 숨기지 않는 '비판적 애국주의(critical patriotism)'에 가깝습니다.
반면 한국의 현대사 논쟁은 아직도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서사'와 '국가폭력과 민주화의 서사'가 강하게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미국의 질 레포어(Jill Lepore)나 켄 번즈처럼 두 전통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서 통합하려는 작업은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그 점에서 한국의 역사 전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미국보다 정치적 양극화의 영향이 더 직접적으로 역사 서술에 반영되는 분야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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