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거짓말쟁이 정치인과 거짓말하는 국민
- 36
- 1
- 더보기
입력 : 2012.03.16 20:24 | 수정 : 2012.03.17 07:38
시골 농사꾼 모내기만도 못한 국민 둘러 먹는 여야 공천
복지 국가·재벌 개혁·교육 개혁, 검찰 법원 개혁 주춧돌은 정직
농부는 모내기 철이라고 다짜고짜 모를 내지 않는다. 못자리 물 온도와 논물 온도를 며칠을 두고 맞춰가며 모가 새 환경에 적응할 시간을 준다. 그러지 않으면 논에 옮겨 심은 모는 얼어 죽거나 병들어 죽는다. 진짜 농사꾼은 모의 생리(生理)와 논의 체질(體質)을 함께 존중해줘야 이삭이 제대로 팬다는 이치를 터득한 사람이다. 얼치기 농사꾼은 모를 꽂기만 하면 저절로 뿌리를 내리는 줄 안다. 그런 사람 논은 보름만 지나도 누렇게 말라간다.
요즘 새누리당과 민주당 공천은 얼치기 농사꾼의 농사 그대로다. 새누리당은 종로에 대구에서 캐온 5선 홍사덕 의원을, 민주당은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떠온 4선 정세균 의원을 옮겨 심었다. 두 후보는 20년, 16년간 고향 흙에서 굵을 대로 굵은 나무들이다. 고추 모종, 가지 모종도 이런 취급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통째로 뽑혀 나뒹굴어 햇볕에 뿌리가 말라가는 다른 중진보다는 나은 대접이라고 한다.
두 당이 4년 전 추석 벌초(伐草)하듯 다선(多選)들을 솎아내서 지금 여의도엔 키 작은 잔솔만 우거져 있다. 올 12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여의도는 여야 대장의 명령 일하(一下)에 해머를 들고 달려가는 돌격부대의 무대가 될 게 뻔하다. 농부도 모내기 전엔 논의 심기(心氣)를 살핀다는데 여당·야당 모두가 선거구민을 논바닥만큼도 대우하지 않는다. 전국 '전략 공천 지역'에 '전략'의 냄새라도 풍기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직접 민주주의 운운하며 겉멋을 부린 컷오프(Cut Off)제나 국민참여경선은 더 희한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흙먼지 날리는 공천과정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천심사위만 열리면 꼭 누가 '이것이 위(上)의 뜻'이라고 신탁(神託)과 계시(啓示)의 내용을 전하며 장내를 휘어잡는다. 본래 하늘의 뜻은 은밀하게 전해지는 법이니 누구도 여기 시비를 걸 수 없다. 새누리당 공천이 몇 번씩 물구나무를 서는 이유다.
요즘 지방에선 관광버스·봉고차 렌트 회사들이 때아닌 호황을 만났다. 민주당 국민경선이 각 후보가 선거인단을 경쟁적으로 차로 실어나르는 '관광버스 경선' '봉고차 경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지율 5.6%의 5위 후보가 지지율 22.2%의 1위 후보를 물리친 고흥·보성의 희극도 이 과정에서 빚어졌다. 이 면(面)과 저 면 사이가 몇 ㎞나 떨어진 시골 한두 투표구에 자발적으로 1만~3만여명 선거인단이 몰려온다면 참여 폭발 현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뱃심 두둑한 민주당 한명숙 대표도 차마 그런 말은 꺼내지 못한다.
자기네 의원 후보를 이 지경으로 뽑는데 국민에게 거짓말 않기를 바랄 수 없다. 엊그제 새누리당은 앞으로 5년간 75조원을 교육·보육·의료·일자리 마련에 투입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당은 그 2배가 훨씬 넘는 165조원을 쏟아 반값 등록금·무상 급식·무상 보육·무상 의료·일자리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했다. 두 당 모두 새로운 세금을 만들거나 현재 세금을 크게 올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생선과 정치인의 약속은 사흘 지나면 으레 썩는 냄새가 나는 것이니 일일이 반론(反論)할 건 없다.요즘 새누리당과 민주당 공천은 얼치기 농사꾼의 농사 그대로다. 새누리당은 종로에 대구에서 캐온 5선 홍사덕 의원을, 민주당은 전북 진안·무주·장수·임실에서 떠온 4선 정세균 의원을 옮겨 심었다. 두 후보는 20년, 16년간 고향 흙에서 굵을 대로 굵은 나무들이다. 고추 모종, 가지 모종도 이런 취급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통째로 뽑혀 나뒹굴어 햇볕에 뿌리가 말라가는 다른 중진보다는 나은 대접이라고 한다.
두 당이 4년 전 추석 벌초(伐草)하듯 다선(多選)들을 솎아내서 지금 여의도엔 키 작은 잔솔만 우거져 있다. 올 12월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여의도는 여야 대장의 명령 일하(一下)에 해머를 들고 달려가는 돌격부대의 무대가 될 게 뻔하다. 농부도 모내기 전엔 논의 심기(心氣)를 살핀다는데 여당·야당 모두가 선거구민을 논바닥만큼도 대우하지 않는다. 전국 '전략 공천 지역'에 '전략'의 냄새라도 풍기는 인물은 단 한 명도 없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직접 민주주의 운운하며 겉멋을 부린 컷오프(Cut Off)제나 국민참여경선은 더 희한하다.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은 흙먼지 날리는 공천과정에서 한발 물러서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공천심사위만 열리면 꼭 누가 '이것이 위(上)의 뜻'이라고 신탁(神託)과 계시(啓示)의 내용을 전하며 장내를 휘어잡는다. 본래 하늘의 뜻은 은밀하게 전해지는 법이니 누구도 여기 시비를 걸 수 없다. 새누리당 공천이 몇 번씩 물구나무를 서는 이유다.
요즘 지방에선 관광버스·봉고차 렌트 회사들이 때아닌 호황을 만났다. 민주당 국민경선이 각 후보가 선거인단을 경쟁적으로 차로 실어나르는 '관광버스 경선' '봉고차 경선'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지율 5.6%의 5위 후보가 지지율 22.2%의 1위 후보를 물리친 고흥·보성의 희극도 이 과정에서 빚어졌다. 이 면(面)과 저 면 사이가 몇 ㎞나 떨어진 시골 한두 투표구에 자발적으로 1만~3만여명 선거인단이 몰려온다면 참여 폭발 현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뱃심 두둑한 민주당 한명숙 대표도 차마 그런 말은 꺼내지 못한다.
거짓말 가운데 가장 중(重)한 거짓말이 재판에서 상대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는 위증(僞證)이다. 모세의 십계명(十誡命) 중 일곱 번째가 '이웃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다. 2010년 한국에서 위증죄로 기소된 사람 숫자가 일본의 66배, 일본 인구가 한국보다 2.5배 많은 걸 감안하면 165배에 달한다. 한국에서 1년에 위증죄로 처벌받는 사람 숫자가 영국에서 10년간 처벌받는 숫자보다 훨씬 많다. 남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고소하는 무고(誣告)사건은 일본의 305배, 사기 사건은 13.6배다.
우리 정치인들은 거짓말하는 국민을 상대로 거짓말하는 건 죄가 되지 않는다고 굳게 믿고 있다. 우리의 습관적 거짓말이 이런 벌(罰)로 돌아오는 것도 같다.
복지국가 건설의 주춧돌은 돈이 아니라 정직이다. 거짓 소득 신고, 거짓 환자 신고의 모래 벌판 위에 복지의 집을 짓는다는 건 무리한 포부다. 거짓말 정치를 바꾸지 못하면 재벌 개혁·교육 개혁·검찰 법원 개혁도 다 공염불(空念佛)이다. 자나깨나 개혁이란 단어를 입에 달고 살던 어느 정권이 집권하고 맨 처음 받아 본 보고서를 한국 최대 재벌이 만들어 주었다면 더 물을 게 없다. 우리가 선진국 문턱에 주저앉아 있는 만년 유급생(留級生) 처지를 벗어날 수 있느냐도 정직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장만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
우리 국민이 올해의 총선·대선에서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장비가 후보와 정당의 구별 없이 거짓을 내리칠 수 있는 '정직의 도끼'다. 선거날은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투표소 장막 안에서 정직의 도끼를 힘있게 휘두를 수 있을 만큼 국민 스스로가 먼저 정직해질 수 있을까.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