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15

전쟁과 2024년 선거: 특히 미국 대선에 관해 < 기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통일뉴스

전쟁과 2024년 선거: 특히 미국 대선에 관해 < 기고 < 오피니언 < 기사본문 - 통일뉴스

전쟁과 2024년 선거: 특히 미국 대선에 관해
[기고] 이재봉 원광대 명예교수
기자명 이재봉   입력 2023.12.14 

이재봉 /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저는 2023년 1월부터 한반도 안팎에서 고조되는 2중의 전쟁 위기에 관해 글 쓰고 강연해왔습니다. 남북한 사이 무력충돌의 위험성과 대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 전쟁에 자동으로 휘말려들 가능성을 짚어본 거죠. 2024년을 앞두고 남북 간엔 갈등과 전쟁의 불씨가 더 커지는데도 모든 소통수단이 완전히 끊겨 있습니다. 미중 사이엔 긴장이 좀 누그러지고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고요.

2023년 12월 한반도 밖에서는 끔찍한 대규모 전쟁이 두 군데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작년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올해 10월 일어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죠. 두 전쟁에서 크게 두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군요. 첫째, 오래 전부터 생긴 갈등과 분쟁 그리고 국지전쟁 또는 제한전쟁이 대규모 전면전쟁으로 확대된 겁니다. 둘째, 미국의 호전적이고 편향적인 대외정책으로 전쟁이 시작되고 미국의 적극적 군사개입과 휴전·종전 반대로 전쟁이 지속된다는 겁니다.

한편, 2024년엔 위에 말한 여러 나라에서 중요한 선거가 실시됩니다. 선거 결과에 따라 갈등과 긴장이 더 커질 수도 있고 전쟁이 금세 그칠 수도 있을 것 같아 큰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네요.

첫째, 1월 13일 대만에서 총통 (대통령) 선거를 치릅니다. 현재 차이잉원 (蔡英文) 총통에 이어 친미반중 노선을 펴며 대만 독립을 추진할 라이칭더 (賴淸德) 민진당 후보와 중국에 호의적이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킬 호우요이 (侯友宜) 국민당 후보가 맞붙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대리전이나 마찬가지인 이 선거를 통해 국민당이 집권하면 대만을 둘러싼 미중 전쟁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겠지만, 12월 초 여론조사 결과는 민진당 후보가 5-6% 앞서는 모양이군요.

민진당이 집권하면 중국-대만 갈등 및 미국-중국 긴장이 더 커질 텐데요. 미중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펼치겠다며 20%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는 커원저 (柯文哲) 민중당 총통 후보가 도중하차해 국민당과 손잡을지 궁금합니다. 총통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입법위원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국민당이 민진당보다 3-4%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둘째, 3월엔 서로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가 공교롭게 거의 같이 열릴 수 있습니다. 먼저 러시아 대선은 3월 15-17일 사흘간 실시되는 걸로 확정됐다는군요. 이미 4선의 현직 대통령 푸틴 (Putin)이 또 당선되겠지요. 그에 대한 신뢰도나 국정 지지율이 12월 초 75-80%를 오르내릴 정도라니까요. 1952년생 71세인 그의 건강이 괜찮다면 2030년까지 6년 더 대통령 자리에 있게 될 텐데, 20여년 전부터 ‘강대국 러시아의 부활’을 추진해온 그가 미국의 압박에 여전히 물러서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러시아를 포위·봉쇄하려는 미국의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는 뜻입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일은 3월 마지막 일요일로 규정한 헌법에 따라 31일로 예정돼있지만, 계엄령 아래서는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법률도 있기에 복잡합니다. 전쟁 중 계엄령이 선포된 상태라, 계엄령을 해제하고 대선을 치르든지 선거를 연기해야 될 테니까요. 젤렌스키 (Zelensky)는 지난 11월 초 "지금은 선거 치르기 적당한 때가 아니다 (now is not the right time for elections)"며, 의회에 2024년 2월 중순까지 계엄령 3개월 연장을 요청했답니다.

5년 임기가 끝나도 후임자가 들어설 때까지 대통령 자리를 지킨다는 재밌는 헌법 규정 때문에, 전쟁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터에 그가 계엄령을 서둘러 해제하고 선거 치르고 싶겠어요? 그리고 우크라이나 국민 80%가 전쟁이 끝날 때까지 선거를 원치 않는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답니다.

하기야 영토 20% 안팎이 러시아에 점령돼있고 국민 수백만 명이 해외로 피신한 상황에서 선거를 제대로 치르기도 어렵겠지요. 대선 연기로 젤렌스키 임기가 연장되든, 대선 실시로 젤렌스키 같은 친미반러 정책을 취할 후보가 당선되든, 러시아와의 전쟁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셋째, 4월 10일엔 한국에서 국회의원 선거가 실시됩니다. 윤석열이 군림하는 국힘당이나 이재명이 이끄는 민주당 둘 다 국민의 부정적 평가가 훨씬 높은 것은 엇비슷해 보입니다. 국민당은 능력이 없고 민주당은 신뢰가 부족하다는 비판 속에, 총선을 겨냥해 이른바 ‘정권 견제론’이 ‘정권 지원론’보다 15% 정도 높다는 12월 여론조사 결과는 희망적이고요. 안으로는 검찰독재와 언론탄압 그리고 거부권 남용 등의 폭정을 일삼고, 밖으로는 미국에 굴종하고 일본에 아부하며 한·미·일 군사동맹을 추진하며 조·중·러를 적으로 삼느라 전쟁을 부르고 경제를 망치는 윤석열을 끌어내리거나 헌법을 제대로 고칠 수 있는 거대 야당이 나오는 게 바람직하니까요.

넷째, 11월 5일엔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집니다. 가능성이 커지는 남-북한 전쟁과 미-중 전쟁의 발발 그리고 이미 벌어지고 있는 러-우 전쟁과 이-팔 전쟁의 종식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선거라 할 수 있지요. 관례대로 1월 중순부터 민주당과 공화당 내부 예선을 전개해, 7-8월에 후보를 결정하면, 11월 5일 (11월 첫째 월요일 다음 화요일) 국민투표로 대통령을 뽑고, 12월 16일 (12월 둘째 수요일 다음 월요일) 선거인단 투표로 최종 확정합니다.

큰 변화가 없으면 2020년 대선에서처럼 1942년생 81세 바이든 (Biden)과 1946년생 77세 트럼프 (Trump)가 다시 맞붙을 것 같은데, 11-12월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트럼프가 5% 안팎 앞서는군요. 거의 1년이나 앞두고 있어서 무슨 변화가 어떻게 생길지 모르지만요.

참고로, 저는 2016년 11월 대선을 앞둔 때부터 2019년 2월 트럼프-김정은 베트남 회담이 결렬될 때까지 미국과 한국에서 여러 번 트럼프를 지지하는 글을 쓰고 강연하면서 칭찬과 환호도 많이 받았고, 비난과 욕도 실컷 먹었습니다. 2016년 선거를 앞두고는 “트럼프가 인종 차별, 여성 비하, 종교 차별을 일삼는 망나니라도,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그의 당선이 바람직합니다. 미국 안에서는 민주주의를 더 훼손하고 무너뜨리겠지만, 밖으로는 세계 경찰 노릇 그만두고 제국주의를 스스로 포기하며 미국이 외부의 침공을 직접 받지 않는 한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고립주의 (isolationism) 외교정책 때문입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8년 6월 트럼프-김정은 싱가포르 협상 결과가 발표되자 저에게 온갖 칭송과 함께 강연 요청이 잇따르더군요. 저는 3년 싸우다 65년 멈춰있는 전쟁을 완전히 끝내고, 73년 지속돼온 분단을 끊고 드디어 통일의 문턱에 들어서는 ‘한반도 대전환’ 시대가 열렸다고 흥분하며, 다음과 같이 대놓고 섣부른 ‘예언자’ 노릇도 했습니다.

“7월 27일 정전협정 65주년 기념일에 판문점에서 트럼프, 김정은, 문재인이 한국전쟁 종식을 선언할 것입니다...... 12월 10일엔 트럼프와 김정은이 공동으로 노벨평화상을 받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 결렬로 저는 트럼프 같은 미친놈이 돼버리고 험담과 외면의 대상으로 굴러 떨어졌지요.

그래도 저는 점잖은 체하며 자유와 민주주의를 내세우는 위선으로 호전적 대외정책을 펼치는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좋아합니다. 그가 2024년 대선에서 이긴다면, 한·미·일 군사동맹 추진이 멈추거나 후퇴하고 남한-북한-미국 관계가 조금이라도 개선되어 남-북한 전쟁과 미-중 전쟁 가능성이 낮아지리라 기대할 수 있으니까요. 그가 큰소리쳐온 대로 러-우 전쟁은 금세 끝날 수 있을 테고요.

그러나 트럼프가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를 비롯한 군사동맹을 경시하고 주한미군을 포함한 해외미군 철수를 추진하며 전쟁 개입을 꺼리더라도 이스라엘의 호전성까지 막지는 못할 겁니다. 미국 유대인 다수가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고, 트럼프보다 바이든을 훨씬 더 선호하지만, 트럼프가 영향력 막강한 유대인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서요.

예를 들어, 그가 2017년 12월 이-팔 분쟁 지역인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겠다고 선언하고, 2018년 5월 텔아비브에 있던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이전했잖아요. 아랍연맹과 이슬람국가뿐만 아니라 유럽의 프랑스와 영국까지 온 세계가 반대하고 비판했지만요. 또한 그의 백악관 참모였던 사위 쿠쉬너 (Kushner)가 유대인입니다. 미국 유대인들이 트럼프를 지지·선호하지 않아도, 그가 유대인들의 영향력과 가족관계 때문에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뜻입니다.

2024년, 나라 안에서는 외세를 끌어들이며 전쟁으로 치닫고 경제 침체를 이끄는 윤석열의 폭정을 종식시키고, 밖에서는 아이들을 포함한 무고한 민간인들이 수없이 죽어가는 끔찍한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멈추거나 끝나길 기원합니다. 그러기 위해 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한국과 미국 등에서 치러질 선거에 큰 관심 갖고 조금이라도 덜 호전적이고 폭력적인 정치인들이 선출되도록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 이 글은 2023년 12월 13일 뉴스타파 리영희홀에서 열린 K평화·통일연대에서 강연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이재봉 교수 약력

약력:
하와이대학교 정치학 박사
원광대학교 정치외교학·평화학 명예교수
남이랑북이랑 더불어 살기 위한 통일운동 대표

대표 저.편.역서:
『평화적 수단에 의한 평화』
Korea: The Twisting Roads to Unification
『이재봉의 법정증언』
『문학과 예술 속의 반미』
『평화의 길, 통일의 꿈』
『통일대담: 역사.문학.예술 전문가에게 듣는 평화와 통일』
『한반도 중립화: 평화와 통일의 지름길』

수상:
2019년 한겨레통일문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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