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이 '소신공양' 했다고? 조계종 정신 차려라 - 오마이뉴스
자승이 '소신공양' 했다고? 조계종 정신 차려라[주장] 개인적 일탈을 소신공양으로 포장... 한국 불교, 타락의 정점이 보인다
23.12.01
이종범(frisc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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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승스님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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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을 조계종이 공식적으로 '소신공양'이라고 정의해 버렸다. 그런데 과연 부처가 분신을 요구했나? 아니 요구를 떠나서 부처가 지금 다시 온다면 분신을 용인할까?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불교 교리에서 가장 으뜸가는 것이 불살생이다. 여기에는 다른 생명을 죽이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 자기 생명도 죽이면 안 된다는 말이다. 내 생명은 내 것이니 내 맘대로 죽여도 된다는 교리가 도대체 불교 경전이나 교리 어느 구석에 나온다는 말인가?
물론 <묘법연화경>에 나오는 약왕보살의 일화를 들고나와 소신공양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전개하기는 한다. 그러나 이는 분신자살과는 차원이 전혀 다른 개념이다. 더구나 약왕보살은 번뇌로 죽은 것이 아니라 대중의 진리를 위해 보시한 것이고 나중에 다시 화생한다.
이런 '소신공양'이라는 부처의 본래 가르침 어디에도 나오지 않는 뻔뻔한 주장으로 '자살한' 승려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은 불교만이 아니라 종교 자체를 모독하는 것이다. 조계종은 그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당장 사과하고 대중의 용서를 구해야 마땅하다.
절간을 불태워가면서 소신공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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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11월 29일 오후 6시 50분께 화재가 발생해 사찰 내 숙소(요사체)에서 자승 전 조계종 총무원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
ⓒ 경기도소방재난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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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신공양이 무엇인가? 문자 그대로 진리를 위해 몸을 불태워 공양한다는 말이다. 근세사에서 가장 유명한 소신공양은 과거 '월남'에서 불교 탄압에 맞서 항의의 뜻으로 승려인 틱쾅득이 분신 자살한 일이다. 그 당시 베트남은 한국처럼 남북으로 갈려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세력이 각각 소련과 중국 그리고 미국을 등에 업고 이데올로기 대리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월남'의 대통령이었던 응오딘지엠은 기득권 세력이었던 지주들과 마찬가지로 가톨릭 신자였다. 특히 응오딘지엠의 아내는 광신도 수준의 가톨릭 신자로 남편을 사주하여 월남을 가톨릭 국가로 만들 음모를 획책하였다.
그 과정에서 미국을 대리하여 전쟁을 치르던 월남은 불교를 무자비하게 탄압하였다. 월남은 잘 알려진 대로 불교 국가였다. 그런데 소수의 월남 권력 지배층은 식민지 시절에 통치 국가인 프랑스와 협력하면서 수입한 종교인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들이 많았다. 가톨릭을 믿어야 돈벌이가 더 잘 되고 권력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가톨릭 신자인 기득권층은 극소수에 불과했지만, 권력과 돈만 믿고 대다수 민중이 믿고 있는 종교인 불교를 본격적으로 탄압하기 시작했다.
이에 항의하던 불교를 대표하여 승려 틱쾅득이 1963년 6월 당시 월남의 수도 사이공의 캄보디아 대사관 앞에서 몸에 석유를 끼얹고 불을 질러 분신 자살했다. 이 장면을 미국의 맬컴 브라운이 찍은 사진은 그해 퓰리처상을 받기도 했다. 이렇게 가톨릭이라는 지배 종교의 탄압에 맞서 자신을 희생하면서 불교라는 민중의 종교를 지키려 한 틱쾅득의 죽음은 소신공양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승은 그가 남긴 이른바 '유서'에서 볼 수 있듯이 지극히 개인적인 번뇌로 자살했다. 한국의 불교 승려, 특히 조계종 간부로 있는 이들은 탄압은 고사하고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고 거금을 주무르면서 문자 그대로 '잘 먹고 잘살고' 있다는 사실은 천하가 다 알고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런 조계종 간부의 노른자위 자리인 총무원장을 지내고 여러 비위와 추문에 연루되었던 자승이 자살한 것을 어찌 틱쾅득의 죽음과 비교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승려가 자기 몸만 불사르는 것이 아니라 절간을 불태워 가면서 자살하는 경우는 불교 역사만이 아니라 세계 역사에서도 유례가 없을 것이다.
불교의 승려라면 불교 교리의 으뜸인 사성제를 이루기 위하여 팔정도를 모범적으로 실천해야 마땅한 존재다. 그런데 그 팔정도 어디에도 분신 자살을 촉구하는 내용은 없다. 세상 고통은 모조리 집착에서 오는 것이고 그 집착을, 도를 수행하여 없애야 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편이 팔정도, 곧 바르게 보고, 사유하고 말하고 실천하고 생활하고 정진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런데 개인적 번뇌를 못 견뎌 분신자살하는 것이 이 팔정도 어디에 들어 있다는 말인가?
현재 한국은 세계적으로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줄기차게 지켜오고 있다. 그래서 특히 종교계가 생명의 소중함을 가르쳐야 할 특별한 사명을 지닌 나라다. 그런데 진리를 위해 세속의 욕심을 버리고 정진한다고 주장하는 불교의 승려가, 그것도 고위 간부였던 자가 개인적 번뇌로 자살을, 그것도 월남의 틱쾅득처럼 탄압받는 민중의 종교를 지킨다는 올바른 마음에서 자신을 희생시킨 것을 지칭하는 '소신공양'으로 위장하는 것은 명백한 사기에 가까운 짓이다.
살아 있을 때 자승이 저지른 비리를 여기서 일일이 나열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말을 하는 내 입이 아니 이 글을 쓰는 내 손이 더러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자승이 이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여 자신의 비리를 다 덮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궁극적으로 한국의 수백만 명의 불교 신자에게 커다란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말과 생각과 행동이 서로 다른 가짜 '성직자'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이후 한국 사회에서는 도덕만이 아니라 상식과 공정, 정의, 원칙이 모두 걷잡을 수 없이 무너져 가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자승이 자살한 사건은 문자 그대로 불난 데 기름을 끼얹은 일이 되고 말 것이다. 정말로 기가 막히다. 기독교는 이미 여러 추문으로 사회적 욕을 먹은 지 오래다. 그래서 기독교가 아니라 '개독교'라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그런데 불교에서 들려오는 뉴스도 그에 못지않은 많은 추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혼란한 사회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종교마저 이 지경이라면 한국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단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개인적 일탈을 조계종이 조직적으로 '소신공양'으로 포장하는 짓까지 저지르는 지경에 이른 것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부패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으로 역사에 남을 일이다.
종교 조직의 이른바 '어른'이 위압적으로 진실을 은폐하고 왜곡하여 신자들의 바른 판단을 막는 이유는 결국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지극히 세속적인 욕심 때문이다. 그런 욕심을 버리고 여여한 참 자아를 찾아 니르바나에 이를 길을 부처가 갈파하고 사부대중에게 사자후를 토했는데, 그 진리를 전수받아 대중에게 전한다고 큰소리치는 승려가 보여주는 모습이 온갖 비리에 연루돼 욕을 먹다가 개인적 번뇌로 자살까지 했다. 그런데 그 자살을 '소신공양'으로 호도하는 작태까지 보인다면 이제 한국 불교는 정말로 끝났다고 할 수 있다.
'성불하소서'가 헛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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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승 전 총무원장이 숨진 다음날인 11월 30일 오전 경기 안성시 칠장사에서 경찰, 소방,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 박수림
한국 사회에서 종교의 힘은 이미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한때 국민의 절반이 기독교나 불교 신자였지만 이제는 30%대에 머물고 있고 신자도 점점 더 줄어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런데 기독교나 불교나 지극히 세속적인 돈과 권력을 놓고 싸움박질하는 것도 모자라 일반인도 비난받는 패륜을 저지르고 자살하는 모습까지 보인다면 한국에서 종교가 설 자리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제발 수천 년 전 부처와 예수가 한 말씀으로, 다시 말해서 각 종교의 본질로 돌아가 이제라도 정신을 차리기를 바란다. '성직자'가 정신을 못 차리고 지금까지의 관행대로 살아도 그 개인의 삶에는 큰 지장이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그러한 일탈, 더 나아가 반인륜적이고 패륜적인 행위는 결국 예수와 부처에게 욕을 먹이는 일이 된다. 그런 죄를 짓고 어찌 천국이나 열반을 입에 담을 수 있겠는가?
말과 생각과 행동이 서로 다른 가짜 '성직자'를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불구덩이일 뿐이다. 그런데 죽기도 전에 개인적 번뇌로 그 불구덩이에 스스로 몸을 던지는 일까지 벌인다면 하늘에 죄를 짓는 것이고, 하늘에 죄를 짓는다면 기도할 대상조차 없게 만드는 일이다.
이제라도 다시 정신 차린 '성직자'가 많은 나라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그리고 남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진리를 위해 용맹정진하기를 기원해 본다. '성불하소서!'라는 구호가 헛되지 말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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