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0-01

대북제재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대북제재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 서울에서 쓰는 평양이야기

앞으로 석탄 수출과 의류 임가공이 차단되면 외화수입의 80%가 사라진다.

안정적으로 배급과 월급을 받던 각각 수십만 명의 탄광 남성 노동자와 피복공장 여성 근로자가 사실상 실업자가 되며 부양가족도 생계난에 빠지게 된다는 얘기다.

물론 중국이 대북제재를 100% 이행할 리 만무하지만, 절반만 실행에 옮겨도 북한 경제는 큰 타격을 받는다.

연료유 수입이 줄면 장마당 유통 비용이 상승해 쌀값도 오르게 된다.

쌀값이 두 배쯤 오르는 시점을 나는 북한 내구력의 한계점으로 본다. 고난의 행군 때를 보면 한 번 고삐가 풀린 쌀값은 통제가 어렵고, 대비할 틈도 주지 않았다.

지금 미국을 향해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를 보여주겠다며 기세등등한 김정은은 쌀값이 얼마나 올라야 “민심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협상장에 나올까. 물론 그땐 핵무장은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만약 김정은이 끝까지 버틴다면…. 북한은 1990년대 후반 수출 5억 달러로 3년을 버텼다. 심지어 김정은은 100만 명쯤 굶어 죽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지 모른다.

앞으로 대북 압박의 강도는 점점 세질 것이다. 버티고, 제재하고….

이 과정이 반복돼 대량 아사가 초래돼도 간부들은 체제가 붕괴될 때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제일 먼저 구해야 할 가난한 사람들은 굶어 죽거나 장애인이 되고, 김정은 체제를 옹호하던 기득권층들만 살아남는 통일이라면, 난 그런 통일은 절대 반대다.

제재는 강력해야 하겠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구분하는 이성은 갖고 있어야 한다. 인질범 잡겠다고 인질들부터 죽여선 안 된다.

핵에 집착하는 김정은 한 명을 어찌 못해 대신 수십만∼수백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삼는다면, 어떤 명분으로도 이를 정당화할 순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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