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6

"모든이가 한목소리로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역사란 없다" - 오피니언



"모든이가 한목소리로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역사란 없다" - 오피니언

"모든이가 한목소리로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역사란 없다"


입력 : 2017.02.09

국정교과서 논란 속 대안 역사교육 모색한 책들 출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논란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거센 반대에 한 발 뒤로 물러서긴 했지만, 국·검정 교과서 혼용 등의 방식으로 국정화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정부에 대응해 대안 역사교육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서점가에도 나타나고 있다.

근현대사 연구자와 역사 저술가 등 4명이 함께 쓴 '솔직하고 발칙한 한국 현대사'는 책 설명에 따르면 "국정교과서에서는 절대 다루지 않을 이야기들을 쓴 책"이다.
특히 친일과 한국전쟁, 박정희 정권, 베트남 전쟁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교육계와 군·경, 경제, 문화 등 사회 각계의 친일 문제부터 보도연맹 사건과 제주 4·3사건, 베트남전 파병의 배경, 민간인 학살, 박정희 정권 시기 중앙정보부의 정치공작과 정경 유착, 최태민 사건 등 민감한 역사의 문제를 건드린다.

저자들은 "과거를 돌아보는 일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함이지만 그런 의미에서 기왕의 한국사 교과서들은 제대로 과거와 대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의 은폐, 미화, 왜곡을 일삼는 일본 앞에 우리는 과연 떳떳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의 부끄러운 역사를 날것 그대로 대면할 때 비로소 우리 민족, 우리 사회 안에서 진정한 자기반성과 역사 청산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부끄러운 과거와 대면하기 위한 하나의 작은 시도다."(13쪽)

내일을 여는 책. 김민철·노항래·오준호·임영태 지음. 376쪽. 1만8천원.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의 국제관계 전문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가 펴낸 '하나일 수 없는 역사'는 역사가 하나의 시각으로 해석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며 국정교과서 논란에 시사점을 던진다.

책은 세계사의 주요 사건들을 소개하며 이와 관련된 내용이 각국의 교과서에서 어떻게 서술되는지를 비교한다.

스페인 내전을 서술한 스페인의 교과서는 정권에 따라 교과서 서술이 바뀌는 사례를 보여준다.

1936년 스페인 총선에서 인민전선이 승리하자 왕정주의 우파 세력이었던 프란시스코 프랑코 장군이 쿠데타를 벌이면서 3년간 스페인 내전이 발생했다.

이를 두고 프랑코 사망 3년 전인 1972년 발행된 스페인 교과서에서는 공화파가 시민의 공동체성을 파괴하고 스페인의 존립을 위협했다고 서술해 공화파에 내전의 원인을 돌린다.

그러나 1978년 교과서는 지배계급의 이기주의와 노동자 계급의 혁명적 기세가 충돌해 내전이 발생했다는 식으로, 2010년 교과서는 인민전선의 출현으로 야기된 좌우간 대치 국면이 보수주의자들이 쿠데타 결행을 정당화하는 구실이 됐다는 식으로 서술한다.

독일의 2007년 역사교과서는 베트남전 때 미군의 학살을 매우 잔인하게 묘사하지만, 미국 교과서에서는 학살은커녕 다이옥신이 첨가된 고엽제, 일명 '에이전트 오렌지'가 베트남에 살포됐다는 사실조차 언급되지 않는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프랑스어판 발행인인 세르주 알리미는 "이 책에 실린 여러 국가의 역사교과서 발췌문을 살펴보면 전 세계 모든 주민이 한목소리로 읽을 수 있는 보편적 역사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프랑스 역사학자들이 2005년 발표한 '역사의 자유를 위한 공동선언'의 일부를 인용한다.

"역사학자는 어떠한 독단도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떠한 금지도, 터부도 존중하지 않으며 통념을 깨뜨릴 수 있다. (중략) 역사학자의 역할은 찬양이나 비난이 아니라 설명하는 것이다. (중략) 역사학자는 오늘날의 이념적 도식에 과거를 끼워 맞추지 않으며, 오늘날의 감수성으로 과거의 사건을 판단하지 않는다."

휴머니스트. 고광식·김세미·박나리·이진홍·허보미 옮김. 김육훈 해제. 192쪽. 2만3천원.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등을 지내고 현재는 죽산조봉암기념사업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주대환 씨가 쓴 '주대환의 시민을 위한 한국현대사'는 반미·친북 민족주의와 친미·반공 보수주의의 대립구도를 넘어 '뉴레프트' 사관으로 역사 읽기를 제안한다.

저자는 '자유주의'를 우선한 '뉴라이트' 사관과 '민족주의'를 우선한 '올드레프트' 사관을 모두 비판한다.

저자는 '올드 레프트 사관'에 대해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사실상 공인된 역사교과서로 사용하던 세대의 사관으로, 후진국형 진보의 사관으로 규정한다.


이 두 사관을 모두 극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은 "나는 4·19의 시만 읽은 게 아니라 5·16의 밥도 먹고 자랐다.'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저자는 현대사의 가장 중요한 사건으로 1949년 농지개혁을 꼽는다. 농지개혁을 통해 소작농이 모두 자영농으로서 새 나라의 국민이 됐고 전근대적 신분 질서의 잔재가 청소되면서 자유와 함께 '평등'의 나라, 대한민국의 기틀이 놓였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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