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9-08
[장원재의 북한요지경] 탈북자 전문방송 배나TV 이야기 : 월간조선
[장원재의 북한요지경] 탈북자 전문방송 배나TV 이야기 : 월간조선
[장원재의 북한요지경] 탈북자 전문방송 배나TV 이야기
黨 간부, 딸에게 “脫北해서 홍대 美大 진학하라”
글 : 장원재 ‘사단법인 배우고 나누는 무지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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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나TV, 2014년 6월 방송 시작, 태영호 공사가 탈북 기자회견에서 배나TV의 ‘몰랐수다 북한수다’ 언급
⊙ 각본·편집 없이 방송하는 게 강점… 북한 내 시청자들로부터 “한국 정치 얘기는 피해 달라”는 등 피드백 돌아와
⊙ 북한 젊은이들, ‘이등병의 편지’ 합창하며 입대, 장마당에서는 성경도 팔려
張源宰
1967년 출생.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영국 런던대 연극학 박사 /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MBC ‘라디오 북클럽 장원재입니다’ 등 방송진행. 現 사단법인 배우고 나누는 무지개 대표 / 저서 《유럽축구에 길을 묻다-한국축구 산업화 방안》, 《논어를 축구로 풀다》, 《배우란 누구인가-장원재의 배우열전》 《Irish Influence on Korean Theatre during the 1920~1930s》 등
배나TV의 간판프로그램 ‘탈탈탈’.
탈탈탈’은 ‘탈북자가 탈북하며 겪은 어려움을 탈탈 털고 가시라’는 뜻이다. 사진=배나TV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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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27일 첫 기자회견. 태영호 공사는 “북한 사회는 외부로부터 정보 유입이 차단된 조건에서만 존재 가능한 사회다. 만일 어느 순간 북한에 외부정보가 유입되는 날 북한은 스스로 물먹은 담벼락처럼 허물어진다. 그래서 북한은 어떻게 하면 외부정보 유입을 차단할까 별의별 조치를 취하고 있다”라며 ‘북한으로의 정보유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북한 외교관들이 PC ·스마트폰으로 한국뉴스를 수시로 접한다는 말끝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였다.
“한국 TV에서 나오는 ‘모란봉클럽’, ‘이제 만나러 갑니다’, ‘몰랐수다 북한수다’ 등 탈북민들이 활동하는 건 100% 본다. 가서 어떻게 사는가. 한국에서 탈북민의 생활을 그린 영화나 드라마 같은 건 북한에서 1순위다. ‘불어라 미풍아’ 이런 건 지금 모든 사람이 본다. 좋아하는 드라마 콘텐츠는 사람마다 다르다. 공부한 사람들은 역사물을 좋아해 ‘불멸의 이순신’, ‘육룡이 나르샤’, ‘정도전’을 주로 보고 일반 주민들은 예를 들어 2000년대 초 ‘겨울연가’, ‘가을동화’, ‘풀하우스’를 즐겨 봤다.”
태 공사는 다른 작품은 제목만 소개했지만, “여기 계신 기자 분들 혹시 아시는지 모르겠는데, 유튜브 중에 제가 매주 본 프로그램이 있다”라며 각별한 관심을 보인 콘텐츠가 있다. ‘몰랐수다 북한수다’다. 유튜브 채널 배나TV가 제작한 프로그램이다. 공중파 방송이나 종편이 제작한 콘텐츠가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기에 태 공사가 기자들에게 설명하며 배려한 것이다.
대본 없이 방송
배나TV는 ‘배우고 나누는 TV’의 줄임말이다. 2014년 6월에 방송을 시작했고 현재까지 3000편이 넘는 콘텐츠를 제작했다. ‘통일을 앞당기고 통일 이후를 대비하자’는 취지로 탈북자 관련 프로그램을 꾸준히 만들었다. 제작 방향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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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탈북자들의 한국사회 적응과 정착에 도움을 주고, 둘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북한의 실상 및 탈북민들의 삶에 대한 가감 없는 정보를 전달하며, 셋째, 북한 인권상황 및 생활환경을 개선하고 조속한 통일에 기여한다.
배나TV는 2017년 11월에 ‘사단법인 배우고 나누는 무지개’로 확대 개편했다. 3년 6개월 동안 탈북자 문제를 다루면서 얻은 노하우와 정보를 고려인, 다문화 가정으로 확대하여 활용하기 위해서다. 탈북자, 고려인, 다문화 가정의 정착 및 적응과정을 기록하고, 정착과정의 어려움·개선점을 모색하는 일은 한국뿐 아니라 인류의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몰랐수다 북한수다’는 2014년 9월부터 2017년 5월까지 255회 방송한 배나TV의 간판 프로그램이다. 한국인 사회자와 2~3명의 탈북자가 출연해 한 시간 남짓 연애, 결혼, 고부갈등, 월동준비, 직장생활, 뇌물 고이기, 장사 같은 북한의 다양한 실상에 대해 ‘수다를 떠는’ 토크쇼다. 솔직한 이야기가 오갈 수 있도록 대본 없이 방송했다.
그 밖에도, 배나TV는 다양한 콘셉트의 탈북자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탈북 선배가 후배에게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하는 생활의 지혜를 알려주는 ‘탈북선후배’, 탈북 여성들이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한국 여성이 알려주고, 서로의 공통점·차이점을 찾아 남북 간 이해의 폭을 넓히는 ‘당찬 줌마들’, 20~30대 탈북 여성들의 유쾌 발랄한 토크쇼 ‘아는 언니들’, ‘배우는 언니들’, 북한 관련 탈북 전문가들이 모여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심층적인 문제와 역사적 진실을 짚어 나가는 ‘배나통일’ ‘배나학당’, 탈북민들을 위한 진로 및 심리상담 프로그램 ‘도란도란’, 탈북청년 남녀 4명이 자신들의 정체성·애로사항·미래진로 등을 탐색하며 마음속 고민을 함께 나누는 ‘To 탈북청년들’, 전체 탈북민의 절대 다수가 여성인 현실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장년층 탈북 남성들의 애환을 청취하고 고민을 나누는 ‘힘찬 아재들’, 북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북한 관련 국내외 뉴스를 전달하고 해설하는 ‘배나보도’와 ‘만리마 종합보도’ 등이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연계해서 ‘배나구출단’이란 프로그램도 제작했다. 중국에서 인신매매 위기에 처한 여성 등 긴급구조가 필요한 탈북자의 사연을 소개하고, 시청자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보내온 성금을 북한인권시민연합에 전달하고 관련 조직을 동원해 40여 명의 탈북자를 구출했다.
‘탈탈탈’
최근 간판 프로그램은 ‘탈탈탈’이다. ‘탈북자가 탈북하며 겪은 어려움을 탈탈 털고 가시라’는 뜻이다. 2016년 8월에 첫 방송을 내보냈고 현재 155회까지 방송했다. 《중앙일보》 배명복 대기자는 칼럼을 통해 “‘탈탈탈’을 즐겨 보고 있다. … ‘배나TV’라는 유튜브 채널이 제작해 인터넷에 올리는 탈북자 관련 콘텐츠 중 하나다. 탈북자 한 명을 앉혀 놓고 두 명의 진행자가 두 시간 동안 온갖 질문을 퍼붓는다. 진행자 중 최소 한 명도 탈북자다.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시청하다 탈북자들의 솔직담백한 토크에 빠져 고정팬이 됐다.
프로그램은 탈북 동기와 과정을 다루는 1부와 한국 정착 생활을 다루는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각본도 없고 편집도 없다. 셋이 모여 수다를 떨 듯 자유롭게 진행된다. 생생한 리얼리티가 장점이다. 남한 사회에 대한 불만과 비판도 거침없이 쏟아 낸다. 한국 시청자들 입맛에 맞춰 쇼 형식으로 진행되는 일부 종편 채널의 탈북자 프로그램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썼다. ‘북송의 위험을 무릅쓰고 밀림과 물살을 거쳐 자유 대한에 도착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숭고하고 장엄한 인간승리의 기록’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탈탈탈’ 녹화를 마치면 대다수 출연자들이 “어디 가서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다 털어놓으니 속이 후련하다.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주변의 친구나 가족을 소개해 준다. 그래서 ‘탈탈탈’에는 모녀가, 부부가, 형제가, 남매가 각각 따로 출연하는 경우가 많다. 방송이 나가고 “저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왜 그때는 그러셨는지 몰랐는데 사연을 듣고 나니 이제서야 비로소 다 이해가 된다. 감사하다”며 연락을 준다.
방송에서 못한 이야기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는 2016년 12월 27일 첫 기자회견에서 배나TV의 ‘몰랐수다 북한수다’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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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에는 나갈 수 없지만,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이나 친지들과 통화한 내용을 들려주기도 한다. 입대하는 청년들이 기차역에서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합창하며, 북한 장마당에선 한국 수능시험지가 비싼 값에 암거래된다는 등의 생생한 정보다. 북한 최고위급 간부가 자녀의 말을 듣고 “네 꿈을 이루려면 탈북해서 홍대 미대(美大)에 가라”, “서울대 수학과에 가라”고 조언하는 실정이니, 어쩌면 탈북 전부터 미리미리 한국 대학 입시 준비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교육열은 남북이 공통인 것이다.
장마당에는 ‘고양이 뿔’ 빼고는 모든 것이 다 있단다. 심지어는 성경책도 살 수 있는데,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이게 무슨 물건인지는 모르지만 부적 중에서는 최고로 영험하다고 들었다”라며 거래를 한단다. 북한에서는 종교생활을 하면 바로 죽음이다. 과장이 아니다. 심한 고문을 당하고 사형당한다. 그래서 유사시를 대비해 이런 식으로 서로 빠져나갈 핑곗거리를 만든다는 것이다.
북한 내 시청자를 의식하며 ‘배나보도’, ‘만리마 종합보도’를 기획했다는 말씀은 앞에서 드렸다. 배나무 배나TV의 오랜 꿈은 북한 주민들에게 우리가 만든 프로그램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양한 정보를 접하는 것 자체가 북한 주민의 행복 총량이 늘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외부정보는 북한 주민이 미래를 설계하는 데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판단은 북한 주민 각자의 몫이지만, 판단을 돕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는 나름대로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태영호 공사의 기자회견 이외에도, 배나무 배나TV 프로그램이 북한에 들어간다는 증거와 증언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유튜브가 보내 주는 공식 자료에 북한에서 직접 배나무 배나TV에 접속한 기록이 나온다. 최고위층이거나 한국방송 모니터 요원일 것으로 추정한다. 알제리, 리비아 등 아프리카 나라들의 접속 기록은 북한에서 우회하여 접속한 것으로 본다. ‘해외에 나와 있는 북한 공민’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이 “이번 회를 보고 다른 의문이 생겼다. 다음 회차에서 이런 문제를 다뤄 줄 수 있느냐?”고 메일로 질문을 보내 온 적도 있다.
USB, 스마트 칩 등을 활용, 북한에 배나무 배나TV 콘텐츠를 들여보내는 모 선교단체는 중간배포자들의 부탁이라며 북한 내 시청자 반응과 당부 사항을 이렇게 전해 왔다.
“북한 주민 사이에서 ‘탈탈탈’ 인기가 상당하다. 꾸미지 않은 진짜 이야기, 우리들이 살아온 이야기라고들 한다. 엘리트층도 즐겨 본다. 농반진반으로 ‘탈북과 정착 교과서’라는 말도 한다. 그래서 부탁한다. 혹시 배나TV가 한국 정치는 아예 다루지 않을 수 있나. 국내 정치를 다루면 ‘아, 여기도 특정 정치세력과 관련이 있구나’라고 생각해서 북한의 엘리트층 시청자가 떨어져 나갈 거다.”
그래서 2016년 늦여름, 내부회의를 거쳐 입장을 정리했다. 그리고, 방송을 통해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말씀을 드렸다. “배나TV는 정치중립을 지킨다. 정부 및 관련기관의 후원을 받지 않겠다. 어떤 정부 아래서든 독립적으로 방송을 하려 하기 때문이다”라고. 이 원칙은 앞으로도 변함없이 지켜 나갈 것이다.
탈북자들을 돕는 사람들
댓글로 출연자와 제작진을 격려하고 응원하며 후원금도 보내 주시는 시청자 분들은 배나무 배나TV의 동지이자 버팀목이다. 이분들이 없이는 배나무 배나TV도 존재할 수 없다. 출연자 제작진 모두 힘내라며 손편지를 써 주시고, 떡, 황남빵, 호두과자, 제비집 음료, 비타민을 들고 직접 사무실을 찾아 주셨다. 제작진도 모르게 문틈으로 봉투를 밀어넣고 가시는 분들도 있다. 청소년, 대학생들이 자체 길거리모금 등을 통해 배나무 배나TV를 돕겠다며 DAMDA라는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황해도 실향민의 자녀 박선생님은 출연자들께 나눠주라며 홍콩 출장 때마다 호랑이기름을 박스째 사다 주신다.
어떤 분들은 ‘탈탈탈’을 보고 장학금을 후원하시기도 한다. 탈북 후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어머니가 사망해 시신을 땅에 묻지도 못하고 떠났다는 박모 군에게 “중학 고교 검정고시 꼭 붙기 바란다. 엄마 대신 엄마가”라며 100만 원씩 두 번 후원금을 보내 준 분도 계시고, “10대 초부터 먹고살기 위해 장사를 했다. 동네 언니한테 속아서 인신매매당했지만, 팔려가지 않기 위해 중국 브로커 집에서 집안일 해 주며 많이 노력했다. 한국으로 가겠다고 결심했다며 전화를 준 오빠는 그 통화를 끝으로 연락이 되지 않는다. 지금 몇 년째 실종 상태인데, 어디서든 제발 살아만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송모 양에게는 “대학생활에 도움이 되기 바란다. 여건이 되면 어학연수도 도와주고 싶다”라며 100만원씩 두 번 송금해 주신 분도 계신다. 다른 후원자는 북한 고아원에서 7년을 보낸 후 탈북한 이모 군에게 학비에 보태라며 100만원의 장학금을 보내 주셨다.
배나무 배나TV는 ‘무지개’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장학금을 보내 주신 분들의 당부를 전하고 받은 청년들의 감사 인사를 방송한다. 후원문화가 널리 확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세 분 모두 “계속 돕고 싶은데 이 친구들이 혹시 부담감을 느낄까 걱정이다. 그러니 후원자가 누구인지 절대로 밝히지 말아 달라”고 거듭 부탁하셨다. 그래서 탈북 청년들이 “직접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아무리 요청해도 제작진은 답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탈탈탈’ 최연소 출연자인 서모(중 3) 양에게 정기후원을 하고 싶으시다던 후원자가 “초등학교 6학년 동생도 있다”는 제작진의 말을 듣고 “그럼 후원 액수를 30만원으로 올리고 자매에게 매달 용돈을 송금하겠다”고 즉석 증액을 하신 경우도 있다.
배나TV의 꿈
문제는 앞으로다. 배나무 배나TV는 최근 들어 경제적 위기에 직면했다. 후원금과 유튜브 광고 수입이 모두 급감했다. 제작을 계속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배나무 배나TV를 모르시는 분들에게 어떤 곳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를 널리 알리고, 많은 분이 후원해 주시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 글을 썼다. 앞서 인용한 배명복 대기자는 칼럼을 이렇게 마무리했다.
“‘탈탈탈’에는 탈북자들의 진솔한 목소리가 들어 있다. 북한 주민들이 이 프로그램을 본다면 그 이전과 이후가 사뭇 달라질 것이다. ‘탈탈탈’처럼 탈북자가 만든 탈북자 콘텐츠야말로 김정은에게는 핵보다 무서운 공포의 무기다. 그걸 본 북한 주민들이 점점 늘어난다면 김정은 스스로 핵을 내려놓는 코페르니쿠스적 결단을 하는 날이 올지 모른다.”
배나무 배나TV의 목표는 한국 사회 구성원, 탈북자, 다문화인들이 서로에 대해 알고 배워서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이 배나무 배나TV의 프로그램을 자유롭게 시청하는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꿈꾸며, 지금까지 후원해 주신 모든 분과 앞으로 후원해 주실 모든 분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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