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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전망] 적대관계 청산은 평화협정 체결이다
427시대 ・ 2019. 9. 25.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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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관계 전망] 적대관계 청산은 평화협정 체결이다
손정목 4.27시대연구원 국제분과장
1. 미국의 새로운 방법
지난 6일 미국의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북미회담에 임하는 자국의 변화된 입장과 태도를 밝히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관련 ‘새로운 방법’ 제시는 북미회담에 임하는 미국의 입장과 태도가 확실히 바뀌었음을 보여주었다. 북이 미국의 이러한 태도 변화에 대해 지체 없이 화답한 것은 조만간 북미간 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예고한다.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북미간 ‘새로운 방법’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이 ‘새로운 방법’이 해임된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소위 ‘리비아 방식’을 비판하면서 제기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기존 북과의 협상에서 난관을 조성하였던 선(先)비핵화 주장을 사실상 접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새로운 방법’ 관련 보다 구체적 사항은 비건 특별대표가 밝힌 미국의 변화된 입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중대조치의 조속한 합의 가능 ▲비핵화와 안전보장, 경제발전 상응조치 ▲지속적 평화 진전될 때 주한미군 전략적 재검토 가능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1년 간 중대 진전 전념 등을 발표하였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적대관계 청산을 위한 중대조치’를 첫 자리에 놓았다는 것이다. 적대관계 청산이란 북미간 오랜 ‘기술적 전쟁상태’를 끝낸다는 뜻이자 평화공존관계로 나아간다는 의미다. 이를 담보하는 유일한 조치는 평화협정 이외에는 없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인 향후 1년 안에 북미간 평화협정 체결과 한반도 비핵화와 안전보장이란 ‘중대 진전’을 위해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유엔에서 진행된 한미정상회담과 미일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관계 진전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미정상이 합의한 ‘70년 이어온 대북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구축할 의지 재확인’은 향후 진행될 북미 대화가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케 한다.
이로써 북미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한 ‘새로운 계산법’에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방법’이 부응하는 ‘중대 진전’을 위한 북미정상회담으로의 길을 열게 되었다.
2. 새로운 한반도 비핵화는 핵보유와 핵위협의 균형적 제거
지금도 국내 대부분 언론들은 한반도 비핵화를 북의 비핵화로 바라보고 미국은 그에 상응해 체제보장과 일부 제재해제를 하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 사실상 비핵화는 북만의 비핵화라는 것이다. 사실 이런 시각은 과거 북이 핵개발 단계에 있을 때 미국이 압박하던 북만의 비핵화 요구의 연장선상이다. 이런 시각으로는 현재 제기되는 북미간 적대관계 청산과 한반도 비핵화-안전보장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의 핵무력 완성 이전과 이후 그 성격과 임무를 달리한다. 북의 핵무력 완성 이전의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강요한 북만의 비핵화라면, 핵무력 완성 이후의 새로운 한반도 비핵화는 한반도 전역과 주변으로부터의 핵위협 제거까지를 포괄하는 비핵화다. 이런 의미에서 새로운 한반도 비핵화는 미국이 북을 무너뜨리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북미 핵 보유국간 핵무기와 핵위협을 균형적으로 제거해면서 한반도 평화지대화를 실현하는 핵심방안으로 제기된 것이다.
지난 세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은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전환적 상황을 수용하여 양국간 적대관계 종식과 관계정상화를 합의하고 그 이행을 위한 방도를 합의한 역사적 회담이었다. 이는 또한 북을 사실상 미국과 대등한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결과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은 북미 적대관계 청산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을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북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 약속과 김정은 위원장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약속 재확인’을 발표하였다. 또한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발표된 <9월 평양공동선언>은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 것임을 내외에 천명하였다.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가 평화체제 수립과 밀접히 연관되어 미국의 안전보장 조치와 북의 비핵화 조치가 상호 균형적으로 동시 병행돼야함을 합의한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란 핵보유국간 상호주의 원칙에 의거 미국의 핵위협과 북의 핵보유를 상호 균형적으로 제거해 나가는 것을 합의한 것이다. 여기에 한미의 대북 적대세력이 주장하던 북만의 비핵화는 없다.
북의 비핵화에 상응하여 미국 역시 북에 대해 안전보장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균형 있게 미국의 북에 대한 핵위협도 없애야 한다는 의미다. 안전보장이란 구두나 문서상 또는 일부 제재해제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물리적 위협요소들을 제거함으로써 담보된다. 미국의 북에 대한 핵위협은 주한미군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일본, 괌, 미 본토에도 있다. 이에 대해 북은 지난해 말 ‘조선반도 비핵화’에 대해 “북과 남의 영역 안에서 뿐 아니라 조선반도를 겨냥하고 있는 주변으로부터의 모든 핵 위협 요인을 제거한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미 핵능력이 고도화되어 미 본토의 ICBM이 20분이면 한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조건에서 핵위협의 지리적, 거리상 문제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3. 적대관계 청산이 우선이다
그러나 미국 입장에서 북을 완전히 비핵화하기 위한 안정보장책으로 자국의 핵을 다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핵은 동맹에게 핵우산을 제공하는 세계 패권의 근간이자 북만 겨냥한 것이 아닌 러시아, 중국을 비롯 많은 경쟁 국가들도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북 역시 미국의 핵위협이 어디건 남아 있는 조건에서 자국의 핵을 모두 폐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북미는 한반도와 그 인근지역을 대상으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수준과 범위를 정치적으로 합의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의 북러정상회담, 6월의 북중정상회담과 중러정상회담은 모두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한 바 있다. 북미는 예견되는 실무협상에서 한반도 비핵화의 수준과 범위를 두고 정치적 타결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타결 시도는 한국은 물론 미국 내 정계 및 관료, 군부, 언론 등에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는 대북적대세력들의 강력한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이들은 북미정상회담 성사를 마치 북이 미국의 제재 압박에 굴복해 회담에 나온 것처럼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이에 의거해 CVID나 FFVD같은 패전국에나 적용될 법한 선비핵화 조치를 북에 강요하였다. 하노이 북미정상호담이 합의 없이 끝난 것은 이들의 이러한 무모한 주장 때문이었다.
지금까지 세 차례 북미정상회담 합의가 원활히 이행되지 못한 것은 이들이 오랜 기간 대북적대정책에 의거해 동아시아의 패권을 유지해왔던 기존 태도를 바꾸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반도 비핵화가 북만의 비핵화가 아니라 미국 핵위협의 물리적 제거와 동시 병행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의 반영이기도 하다. 또 오랜 기간 북과의 적대관계에서 쌓인 불신과 오판도 주요한 요인이 될 것이다.
이런 적대감, 불신과 오판이 중첩돼 있는 조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만 집중하는 것은 과거 9.19공동성명(2005년) 사례에서 보듯이 제대로 성과를 내오기 어렵다. 9.19공동성명은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집중하여 북의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까지 할 정도였지만 끝내 상호 불신과 오판의 장벽을 넘지 못해 사장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우선 불신의 장벽을 넘어야 하고 이를 위한 최선의 방도는 상호 적대관계 청산을 법적으로 담보하는 평화협정 체결을 선행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전쟁상태를 완전히 끝내는 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의 법적 토대이자 북미 적대관계 청산과 신뢰회복을 내외에 선포하는 근본 조치다. 북미 적대관계 청산을 알리는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상호 신뢰의 바탕 위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원활한 진행이 담보될 것이요, 관계정상화로 나아가는 길을 열게 될 것이다.
4. 한반도 평화체제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담보
한반도 평화협정은 한반도 비핵화의 원활한 진전을 위한 담보로서 북미 간 완전한 전쟁종식과 관계정상화, 전후처리 등 제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최종적인 법적 합의다. 한마디로 한반도의 모든 정치군사적 적대관계를 해소하고 항구적 평화체제 실현을 위한 근본토대다. 이를 위해 평화협정에는 북과 미국을 축으로 한반도 문제 당사자인 한국, 정전협정 당사자인 중국이 참여할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는 밀접히 연관되어 동시적으로 진행될 사안이지만 평화협정이 먼저 체결될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북미 적대관계 청산에 의거해 진행돼야 원활히 추진될 수 있고 또한 그 실행에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과 한국 일각에서 주장하는 평화협정을 비핵화 완료 이후에 한다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은 요원할 것이요,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도 불신의 벽에 가로막혀 좌초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북미는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3가지 합의에 대한 포괄적 논의에 의거하여 북의 핵동결 조치와 그에 상응한 미국의 높은 수준의 안전보장 조치 합의 후 그 이행을 담보하는 평화협정 체결에 나설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은 전쟁 종식과 관계정상화, 구체적인 한반도 비핵화 수준과 범위를 합의하고 그 이행을 단계적, 동시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아울러 그 이행을 국제적으로 담보할 동북아 다자안보체제 구축도 병행적으로 추진될 것이다.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한반도 비핵화 합의 이행을 국제적으로 관리감독하여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담보하는 국제기구다. 이미 중국은 지난 3월 국제적인 한반도 비핵화 ‘감독체제’를 제안하였고, 지난 4월 푸틴 대통령도 북러정상회담에서 과거 6자회담 틀을 살리는 다자안보체제를 제안한 바 있다. 여기에는 남북을 비롯 미‧중‧러‧일과 유엔 등도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단 일본은 명확히 과거청산과 독도 문제, 경제보복 문제 등 대한반도 정책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는 한반도에 핵무기 생산, 반입, 사용, 전파 등을 감시 감독하여 한반도 평화지대 실현을 국제적으로 담보하고, 북미간 남아 있는 불신을 제거해 관계정상화를 앞당기는데 기여할 것이다.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는 한반도 평화협정과 더불어 한반도 평화체제를 공고화하는 한 축이다.
이렇듯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를 이루는 두 축이다.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한반도에 핵무기와 핵시설의 생산과 반입을 금지하고, 외세의 내정간섭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는 한반도의 자주와 평화, 그리고 공존의 평화지대화 실현을 담보할 것이다. 또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는 남북의 오랜 대결과 불신의 벽을 허물고 평화통일 실현을 위한 결정적 기반이 될 것이다.
5. 문제인 정부 과감히 나서야 할 때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합의 없이 끝난 이래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합의한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을 어기고 한미연합훈련 재개,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으로 북의 거센 비난을 자초하였다. 일부 언론과 소위 전문가들은 남북합의를 위반한 것은 미사일 발사를 10차례나 한 북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여론을 호도하는 가짜뉴스다. <판문점선언> 2조1항은 남북간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 중지를 선언하였고, 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합의서> 1조2항은 군사훈련 중지를 합의하였다. 이를 위반하고 연합군사훈련과 군사적 적대행위를 재개한 쪽은 명백히 남측이기 때문에 북이 심한 비난을 해도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당시 숱한 논란을 일으켰던 북 해외식당 여종업원 입국사건에 대해 국제진상조사단이 유인 납치로 규정하고, 유엔에 보고까지 하기로 한 상황에서도 이 사건에 대한 사과와 송환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북에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는 것은 이산가족을 만들어 놓고 이산가족 상봉을 제기한 것으로 그야말로 신뢰회복을 위한 초보적 조치도 모르는 이중적 태도다. 문 대통령이 진정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면 먼저 북 여종업원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순리다.
현재 문재인 정부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북의 비난을 자초한 것 외에도, 조국사태를 호기로 삼은 자유한국당을 비롯 수구언론과 검찰 등 수구세력의 총공세, 일본의 경제보복과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 악화일로인 경제지표는 문재인 정부를 구석으로 몰고 있다. 여기에다 계속되는 노동자 민중의 요구 외면으로 적폐청산이란 명분마저 충분한 동의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촛불혁명 주역들의 지지를 회복하는 것이 우선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톨-게이트 노동자 고용보장을 비롯 제기되는 각종 노동, 농민 등의 현안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경제’를 통해 출로를 찾는 듯하다. 그러나 북미관계가 진전된다고 해서 저절로 남북관계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착각이다. 지금까지 나온 북의 경고성명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응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상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정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남을 실현시키려면 먼저 ▲한미연합훈련,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 중단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 ▲북의 여종업원 납치문제 사과와 송환 등 신뢰회복 조치를 선행해야 할 것이다. 이 길만이 위기 상황을 타개하고,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사대주의 수구세력의 총공세를 파탄 내어 적폐청산의 고삐를 쥘 수 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역대 어느 정권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유리한 조건이다.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로서 과감하고 또 과감히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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