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7

03 피해자 할머니의 눈물 < 뉴스앤조이 황금주 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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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할머니의 눈물
중국인 진금옥 할머니에게 가해진 전쟁의 폭력
기자명 양미강  승인 2003.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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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피해자 전금옥 할머니.

할머니와의 만남

지금부터 꼭 7년 전이다. 머리로만 들었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과 내 삶이 섞이게 된 지 벌써 7년이 되었다. 일제 시대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 성노예생활을 해온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지원단체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총무의 일을 그만두었고 새 일을 시작하였건만, 그래도 할머니들과의 끈끈한 만남은 지속된다.

가끔가다 매주 수요일 마다 열리는 수요시위에 가면, 가장 먼저 나를 반기는 분들은 할머니들이다. 황금주 할머니는 가장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나를 만나자마자 넋두리를 늘어놓으신다.

보고 싶어 전화를 걸으면 맨날 바쁘다는 양 총무(할머니는 아직도 나를 이렇게 부르신다. 어떨 때는 총무야~~)와 할머니와의 인연이 더 깊어진 것은 2001년 일본의 역사왜곡으로 한창 한국이 시끄러울 무렵, KBS방송이 8.15 특집으로 황금주 할머니를 소재로 삼아 일본의 역사왜곡을 다루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와 함께 7일간 일본에 머물면서 할머니 매니저 겸 강연자로 시간을 함께 했었다. 할머니와 머문 7일은 그동안 할머니와 스쳐 지나간 많은 날보다 할머니의 삶을 이해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직도 그 인연 때문에 황금주 할머니는 양 총무를 찾고 계신다. 얼마 전 수요시위에서 할머니는 다음달에 금강산 여행을 같이 가자고 목청 높이신다.


▲중국피해자와 대만피해자.

할머니의 자신감, 스스로 치유된 결과

내가 ‘위안부’ 할머니들과 각종 증언집회나 해외 모임에 함께 다니면서 다른 나라 피해자 할머니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그때마다 나는 종종 우리 할머니들과 그 할머니들을 비교하게 된다.

물론 민족성이 다르고, 할머니 개개인의 성격이 다를 테니 다른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우리 피해자 할머니들에게는 다른 점이 있다. 그건 일종의 자신감 같은 거다.

한국은 ‘위안부’문제에 있어서 선구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역시 아시아 다른 나라들 보다 앞서고 있다. 또한 할머니들 스스로 국내외적으로 자신들의 피해를 증언하면서 얻은 치유의 결과일 것이다.

이제는 움츠리고 위축되는 피해자의 모습보다는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런 할머니들의 모습이 다른 나라 피해자들과 다른 모습이다. 그래서 수요시위가 시작될 1992년만 하더라도 할머니들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쪽에 움크리고 앉았거나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두려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할머니들에게서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9월 18일 중국 상해에서 나는 중국, 필리핀, 대만 피해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물론 우리나라의 이용수 할머니도 참여하셨다. 이용수 할머니는 키도 크시고 목소리고 크고 위풍당당한 할머니이다. 건강한 체력 때문에 지금도 해외에 나가서 증언집회를 자주 다니신다. 그만큼 세련미가 넘쳐흐른다.


▲한국 이용수 할머니와 필리핀 할머니들.

깡마른 중국 할머니의 눈물

그러나 내가 만난 중국 할머니는 왜소한 키에 깡마른 모습, 까만 눈을 반짝거리시며 우수에 찬 얼굴로 바라보시는 모습이 참 인상깊었다. 나는 진금옥 할머니와 사진을 찍으면서 할머니의 어깨를 살짝 잡았다.

40㎏도 안될 정도의 깡마른 몸이 나에게 전해지는 느낌은 뭐라 표현하기 힘들었다. 진금옥 할머니는 16세 때 일본군에 잡혀갔다고 증언했다. 세차례에 걸쳐 도망하고 붙잡혀오는 반복 속에서 할머니가 포기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자주 도망간다고 일본군이 나무에 매달아두고 피투성이가 되도록 때렸다면서 울먹이는 할머니의 눈물 속에서 나는 이 땅의 비극을 다시 한번 느꼈다. 전쟁의 비극, 그리고 그 전쟁이 여성에게 가해진 또 다른 폭력을 느꼈다.

왜 우리는 아직도 이런 비극을 끝내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일까? 아직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대사관 앞에서 600차를 얼마 안 남긴 수요시위를 지속하고 있고, 강제징용 및 징병 피해자들은 최소한의 권리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이 조국의 국적을 포기하겠노라고 국적포기서를 지난 8월 청와대에 제출했다.

강제징용징병 피해자들이 한해에 15000여명씩 돌아가시고 있다는 보고서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피해자들의 나이는 80대를 넘어섰다. 언제까지 우리들은 이분들의 고통을 외면할 것인가?

* 양미강(일본교과서바로잡기운동본부 상임운영위원장)
* 이 기사는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withnews.com)에같이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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