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뉴욕타임스 국제판은 중동 전공자라면 따로 스크랩 해놓을만한 흥미로운 편집이었다.
1면 가운데 최초의 미국인 교황 기사가 실렸고, 양쪽으로 중동의 핵심 현안을 데칼코마니처럼 배치했다. 왼편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협상 딜레마, 오른편에는 트럼프와 이스라엘 네타냐후간의 삐걱거림과 불신을 주제로 한 기사다. 미국의 중동정책에는 두 개의 신화가 있다고 강의시간에 언급하곤 한다. 하나는 무조건적 친이스라엘, 다른 하나는 무조건적 반이란. 그런데 1면에 양쪽에 일종의 탈신화화 (de-mythification) 뉘앙스의 기사가 실린 것.
이슬람 - 기독교 (천주교) - 유대교 관련 행위자를 다룬 편집도 흥미롭지만 내용에서도 기존의 중동 독법을 새롭게 해석하는 부분이 많다.
안쪽에는 토머스 프리드만의 이스라엘 비판 컬럼이 상세하게 실렸고, 또다른 면에 걸프 순방을 앞둔 트럼프의 계산과 이에 대응하는 현지의 셈법이 분석기사로 나와있다. 흩어져 있는 것같지만, 하나하나 읽다보면 일종의 기승전결 정리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
1. 먼저 이란을 다루는 미국의 딜레마 기사의 요지 및 필자 추가 해석.
- 트럼프는 전쟁을 극도로 회피한다.
- 자기가 파기하고 나온 이란핵협상을 다시 시작했다.
- 2015년 오바마의 합의보다는 더 나아야 한다.
- 그러므로 합의를 거부하면 전쟁을 해야하는 트럼프로서는 딜레마다.
- 다른 대안이 없다.
- 미국이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황임에도 협상 상대인 이란의 아락치 외교장관은 이 딜레마를 알고 있다.
- 이란은 '지는척 이기는' 협상안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있다.
- 여기서 '지는 척'이란 형식적인 양보를 이것저것 하는 것
- '이기는 안'은 농축재처리 권한을 영토내에서 유지하는 것.
트럼프는 지정학적 구도보다, 숫자로 입증되는 비지니스 성과를 중시하므로, 결국 2015년 협상보다 크게 달라지지 않은 핵합의를 조건으로 이란은 자국이 마치 투자를 통해 기회를 크게 얻을 수 있는 땅임을 강조하며 보잉 항공기 대량구매 등을 통해 미국의 일자리를 활성화시키는 딜을 할 수 있다. 트럼프는 그걸 승리로 포장하며 합의를 타결한다. 이런 시나리오다.
====
2. 두번째 네타냐후와의 갈등 기사 요지 및 필자 추가 해석.
- 1기 임기때 트럼프는 네타냐후에게 엄청 잘해주었다.
- 대사관도 예루살렘으로 옮기고, 골란고원 영유권도 인정해줬고, 이스라엘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이팔 분리방안도 던져주고, 아랍 4개국을 설득해서 이스라엘과 수교시켜줬다.
- 아무리 생각해도 트럼프는 자기만큼 이스라엘 이익을 위해 뛰어준 미국 대통령은 없었을거라 생각했을 거다.
- 그런데 네타냐후는 자기 등에 칼을 꽂았다. 미국 트럼프 재선 캠페인에서 해외정상중 제일먼저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하며 축하전화를 했다.
- 자기가 이긴 선건데... 네타냐후 때문에 승리를 탈취당했다....고 믿는다. (이 때의 분노를 트럼프는 잊지않음)
- 이번 승리 때 네타냐후는 납작 엎드리며 트럼프에게 축하했다.
- 이스라엘 이슈는 그 자체로서의 가치가 아니라, 미국 국내 복음주의 지지층에게 소구하는 이슈이기에 일단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잘 지내는 모양새를 보인다.
- 그러나 최근 이란 핵시설을 함께 때리자고 거의 애걸하다시피 하는 네타냐후의 부탁을 아예 트럼프는 쌩까고 있다.
- 오히려 네타냐후와의 정상회담 기간, 이란과 핵협상을 시작한다고 발표하며 이스라엘을 당혹하게 했다.
- 4월 두번째 회담 후 기자회견때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전혀 상관없는 메시지를 계속 말했고 네타냐후는 30분동안 아무말도 안했다.
- 결국 네타냐후는 겉으로는 태연한척 하나, 미국 없이도 자기 길을 가겠노라 말하고, 가자지구 휴전협상 뭉게고 계속 전쟁을 확전하고 있다. 이건 트럼프의 성과를 무너뜨리는 것.
====
3. 오늘자 토머스 프리드만 칼럼의 요지 및 필자 추가 해석
- (좀쎄게 해석하면)미국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와 절연해야 한다.
- 네타냐후와 극우파 각료, 얘들은 지금 미국 외교정책을 망치고 있다.
- 미국 중동정책 (특히 이팔정책)의 핵심은 닉슨과 키신저가 고안한 '미-이스라엘-아랍 안보공동체'다.
- 이 개념은 1973년 욤키푸르 전쟁때 닉슨과 키신저가 이스라엘 주류와 합의한 내용이다. 아랍과 평화롭게 지내는 방안이 골간이다.
- 첫 단초로 미국 중재하에 1974년 이집트, 시리아와 이스라엘이 서로 싸우지 않기로 합의했다. (닉슨과 키신저의 직접 설계)
- 이 합의에 기초해서 1978년 역사적인 캠프데이비드 협정을 맺었다. 이스라엘과 이집트가 수교했다. (카터)
- 냉전 해체 직후, 미국의 주도로 마드리드 회담을 열어 최초로 이팔이 마주앉았다. (아버지 부시)
- 이 위에 1993, 1995년 오슬로 협정을 맺었다. (클린턴)
- 오슬로 협정을 통해 이팔문제의 평화적 해결은 두 국가의 평화로운 분리독립임을 온 세상이 합의했다. (두국가해법)
- 이 맥락에서 1994 요르단과 이스라엘이 평화협정을 맺었다. (클린턴)
- 911과 테러와의 전쟁 때문에 정신없었지만 어쨌든 미국은 아랍과 이스라엘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지지했다. (아들 부시, 오바마)
-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역사적인 아브라함 협정을 맺었다. (이스라엘-UAE, 바레인, 수단, 모로코) (트럼프)
- 근데 최근 네타냐후는 강경보수파 극우주의자들과 연정 유지를 통해 정치적 생명 연장을 추구하면서 저 도도한 중동 평화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팔레스타인 축출 및 점령지역 영토병합을 추구하고 있다.
- 이건 미국의 중동정책을 허무는 심각한 반칙이다.
- 그러므로 트럼프는 네타냐후와 동맹관계를 청산해야 한다고 편지글 형식으로 쓴 컬럼이다. 그리고 이 내용은 앞에 살펴본 두번째 컬럼과 궤를 같이 한다.
====
4. 그리고 트럼프의 걸프3개국 순방관련 오늘 본문 기사 요지
- 길게 쓰여진 기사이지만 요약하면
- 이번에도 트럼프는 최초 순방지를 중동으로 택했다.
- 첫 방문지가 사우디다.
- 이건 1기 때와 같다. (그 때도 미국 대통령 역사상 처음으로 중동을 첨 방문했다)
- 그런데 이번엔 1기 때와 달리 이스라엘을 빼놓았다.
- 물론 네타냐후는 벌써 두 번이나 워싱턴으로 날아갔다 왔기에 애써 괜찮다고 한다....만 속내는 쓰릴 거다.
- 네타냐후는 트럼프의 지지를 등에 업고 국내지지를 제고하고, 정치적인 포석을 두려하지만 트럼프는 아직꿈쩍 않고 있다.
- 사우디, UAE, 카타르에서 미국은 정치적 판도의 변화를 신경쓰기보다는 부동산, 방산, 원전등 에너지, 크립토, 골프 및 리조트 산업 등 돈이 오가는 거래의 실적에 방점을 찍고 있다.
- 트럼프가 거래주의자인 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MBS, MBZ, 타밈 등은 이 기회를 활용해서 국익 극대화에 온 힘을 쏟을 것이고,
- 이미 카타르가 에어포스원 전용기 선물로 선수를 쳤다. (이걸 받고 자랑하는 트럼프도 대단하다)
- 트럼프는 걸프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면서 성과사업 진작을 홍보하려 할 것이다.
- 벌써 사우디와 안보협정 서명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
5. 오늘자 NYT 일련의 중동기사를 스토리로 꿰어보면.
- 트럼프의 중동정책 시간계획이 변경되었다.
- 뒤로 미뤄놓았던 이란핵협상을 최우선순위로 놓았다.
- 이유는 네타냐후가 말 안듣고, 가자와 우크라이나 휴전이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어서이며, 관세전쟁이 이상하게 흘러가면서 뭔가 급히 내세울만한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 이스라엘 정책은 트럼프에겐 도구적인 것이지, 결코 본질적인 이념/정체성 공동체 의식에서 발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 이건 이스라엘 입장에선 시오니스트를 자처한 바이든에 비해 훨씬 더 취약한 변수다.
- 그리고 트럼프의 시선으로 보면 지금 네타냐후는 도구로서의 가치도 1차 임기때보다 많이 약해져있다.
- 그러다보니 네타냐후도 여차하면 트럼프 뜻대로 안하고 자기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다.
- 이럴수록 트럼프는 일단 걸프를 통해서 성과를 숫자로 내세우고, 여차직하면 이란핵협상을 터뜨리면서 자신이 핵개발을 평화롭게 막았다는 업적을 사방팔방 홍보하려 하고 싶을 듯하다.
- 이스라엘이 몽니를 부리면 부릴수록 트럼프는 팔레스타인 독립 즉 두국가 해법에 꽂혀 1기 때 세기의 딜에 맞먹는 파격적인 분리방안을 툭하고 던질 가능성도 있다.
- 결론. 트럼프는 이데올로그가 아니라 거래주의자이고. 현재 벌어지는 상황을 진득하게 해결하려 하기보다는 이것저것 다 건드리면서 혼돈속에 성과를 잡아채려 하는 것 같고, 이스라엘을 진심으로 위하고 같이한다기보다는 도구로서의 가치가 낮다고 판단되면 역으로 급반전수를 둘 수 있으며... 무엇보다...
그동안 중동내 트럼프의 파트너쉽 우선순위가 1기 때 압도적으로 네타냐후였다면, 이젠 압도적으로 빈살만에게 힘을 실어줄 기세다. 네타냐후가 4년전 바이든에게 붙었다면, 빈살만은 바이든과 대차게 싸웠고 트럼프 사위 쿠쉬너의 투자회사에 (사우디 투자 자문그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억불이나 투자했다. 트럼프는 빈살만의 의리에 감탄하지 않았을까?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 정전협상하는 것만 봐도 뭔가 다르다. 1기때처럼 사우디를 당선후 첫 해외순방지로 삼았다.
덧. 첫 미국출신 교황님이 중동평화의 엄중한 과제를 양 어깨에 짊어지신 것 같은 1면 편집에 경의를 표함.
===
==
==
==
==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