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주성하 - <새 역사의 출발점에 선 단상> 몇 달 전에 싸울 땐 싸우더라도 적장을 만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무엇보다...
<새 역사의 출발점에 선 단상>
몇 달 전에 싸울 땐 싸우더라도 적장을 만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썼는데, 실제 만난 김정은이 외부의 기대보다 훨씬 화끈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확인돼 기분이 나쁘진 않다.
드디어 내가 오래전부터 소망했던 그런 그림이 한반도에 그려지기 시작한다.
물론 최대 목표인 북미회담과 북미수교가 아직 남았지만.
남북교류협력의 시대에 들어가 북한에 개성공단 같은 것이 10개 이상 세워질 때쯤 되면 북한이 크게 바뀌고, 그렇게 바뀌면 다시 뒤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이 내가 이명박 정권 이전부터 했던 주장이었다.
남북이 후회하지 않는 통일을 만들려면 결국 그 길밖에 없다.
오늘은 이 시점에서 보이는 몇몇 우려에 대한 소견을 적어본다.
북한이 비핵화를 하겠다고 공언한 뒤부터 여기저기에서 내게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북한이 핵포기 선언을 하고 핵무기를 감춰두면 어떻게 하나. 어떻게 믿냐?”
그때마다 난 이렇게 대답했다.
“핵포기 선언이 중요한거다. 물론 욕심을 부려 몇 개 숨겨두면 찾긴 어렵겠지만, 숨겨둔 핵무기는 더 이상 핵무기가 아니다. 억제력, 협박용이란 가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그렇게 묻히는 거고 한반도가 실질적으로 비핵화되는 것이다. 김정은이 나중에 그걸 다시 꺼내 들어 ‘우리 몰래 몇 개 숨겨뒀거든’하고 흔드는 경우, 오히려 김정은이 훨씬 더 위험해진다. 그땐 미국과 중국을 분노케 해 김정은을 제거하는 확실한 명분을 주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우리나 일본이 마음만 먹으면 한두 달 내로 핵무기 만들 수 있어도 안하는 게 왜 그러겠냐. 김정은이 그런 바보는 아니다. 오히려 숨겨뒀다 그게 발각될 경우 감수해야 할 위험조차도 감내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자한당이 바로 이렇게 걸고드는 것 같다.
북한이 핵무기 숨겨두면 어떻게 찾냐는 말들이 언론들에서도 보인다.
이런 사람들은 핵무기의 정치학에 대해 공부를 좀 더 해야 한다고 본다.
자한당이 지금 상황을 위장평화공세라고 걸고드는 것도 정말 한심하다.
위장평화라도 평화가 대결과 대립보다 낫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꽃이 몇 달 피었다 진다고 해서, 그 꽃이 핀 순간을 두고 위장 아름다움이라고 하진 않는다.
한반도의 평화 상태가 언제까지 갈지, 영원히 갈 수 있을진 누구도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평화적인 이 순간, 김정은이 불가침을 확약한 이 순간이 새누리 집권 시절 연평도에 포탄 날아오고 천안함이 침몰하고 하던 순간보다 훨씬 나은 것이다.
천안함, 연평도 사건 때 난 맞지 않아도 될 것을 맞고 다니는 이명박 정권 참 멍청하다고 글을 썼다. 진짜 멍청한 정권이었던 것이다.
남북관계를 구렁텅이에 몰아간 천안함 희생자 46명도 몇 달 전에 이미 잉태된 사건이었다.
MB는 자기가 대학생 때 북한에서 노동당 부부장이었던 노령의 김기남의 어깨를 툭툭 치며 “이제 앞으로 좀 잘하세요”라는 기고만장함을 보였고, 현인택 김태효 조합은 북한이 머리 숙이고 왔다고 작년까지 쌀 40만 톤과 비료 10만 톤씩 주던 북한에 선심 쓰듯 옥수수 1만톤 주겠다고 결정했다.
그때 난 “저렇게 북한을 상거지 취급하고 모욕하면, 북한도 가만있지 않는다. 차라리 주지 않겠다고 하라. 식은땀이 난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정말로 그렇게 돌아간 북한은 드디어 이명박 패당을 운운했고, 그리고 몇 달 뒤 천안함 사건이 벌어졌다.
자기들 찍어준 보수층 의식해 남북 관계를 희생양으로 삼은 지극히 이기적이지만, 하나만 보고 둘은 보지 못하는 지극히 모자란 정권이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을 주도했던 멍청한 인물들이 반성 한번 없이 마치 보수의 원로라도 되는양 아직까지 언론에 얼굴 비치며 이러저런 훈수를 두는 것을 보면 정말 화가 난다.
자한당도 맞지 않아도 될 것을 맞고 다녔던 부끄러운 과거를 석고대죄해도 모자랄 판에 아직도 멍청하다 못해 반발을 부르는 헛소리를 계속 하고 다닌다.
홍준표 대표는 과거 이명박근혜 때처럼 하나만 보고 다른 것은 보지 못하는 멍청한 행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영철 방남 저지 투쟁을 한다고 동아일보 앞에서 전국에서 당원을 데려와 시위할 때 “홍 대표가 아예 방향 감각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때는 그래도 무료 과외라도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도 있었지만, 이젠 기대도 접었다.
국민의 지지를 얻을 노력을 하지 않고, 오히려 지지를 버리려 하는 정당은 미래가 없다.
김정은에게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사람들도 있다.
지금 시점에서 왜 그 말을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다.
지금은 신뢰의 시작점이다. 신뢰가 쌓이면 변화는 나중에 이뤄질 수가 있다.
북한 인권 외치는 사람에게 묻고 싶다. 그렇게 10년 넘게 외쳐봐야 뭐가 달라졌나. 오히려 북한의 인권상황은 점점 더 악화만 돼갔다.
하지만 북미수교를 이루게 되면 북한은 탄압의 이데올로기를 잃게 된다. 그러면 인권 상황이 점점 좋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니 북한 인권이 걱정되는 사람들이야 말로 지금의 역사적 변화를 기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그렇게 하고 있다.
기어가든 날아가든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최선의 외교다.
정상회담 선언문이 발표된 이후 나는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국민들은 만족해 하지만, 적어도 북한을 지금까지 관찰한 내가 볼 때는 좀 더 많이 얻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비록 핵문제가 아직 풀리지 않은 시점이긴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이산가족 상봉 상설면회소도 만들고, 보다 구체적인 군축 합의안도 만들고, 경의선 도로 타당성 조사 시점도 못 박는 등 여러 가지를 더 얻을 수 있었다고 본다.
지금의 김정은은 얼마든지 그걸 꺼내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가을에 정상회담을 또 한다니 이때는 구체적이고, 목표와 일정이 명백한 합의문이 많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김정은은 판문점 방명록에 “새로운 력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력사의 출발점에서”라고 적었다.
그는 과연 변할 것인가. 난 변할 것이라고 본다.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는 다음 글에서 2탄으로 다루려 한다.
보수도 이 시점에서 사고의 대전환을 해야 한다.
자한당은 이제 더 이상 보수를 대표하지 못한다.
보수정당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계속 가면 멍청하다고 욕을 먹거나, 아니면 노망난 꼴통 소리를 들으며 역사의 물줄기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몇 달 전에 싸울 땐 싸우더라도 적장을 만나 생각을 들어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썼는데, 실제 만난 김정은이 외부의 기대보다 훨씬 화끈한 생각을 하는 것으로 확인돼 기분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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