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07

1010 유언비어 전문가 윤평중 한신대 교수 | 연합뉴스



<연합인터뷰> 유언비어 전문가 윤평중 한신대 교수 | 연합뉴스

유언비어 전문가 윤평중 한신대 교수
송고시간2010-10-01 


정성호 기자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자료사진)

"우리처럼 루머에 정부와 국가가 흔들리는 것은 드물어"
촛불시위, 과학적 근거 없는 광우병에 대한 공포로 촉발
루머에 취약한 것은 공적 신뢰 낮기 때문..기득권층 책임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신재우 기자 = "음모론자는 어느 나라든 항상 있기 마련이죠. 그러나 루머의 성격이 다분한 걸 두고 정부가 흔들리고 국가 공동체 전체가 위기로 치닫는 것은 상당히 드문 일입니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국 사회가 유언비어에 얼마나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윤 교수는 그러나 "(루머는) 공권력이 개입해 해결할 일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성찰하면서 장기적으로 완화될 수 있는 것"이라며 "우리 사회가 진화하면서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윤 교수와의 일문일답.


--우리 사회는 루머 대처 능력이 부족한 사회로 보이는데 왜 그런가.


▲가수 타블로의 학력 진위 논란 사례가 상징적인 경우인데 병적인 측면이 있다. 원인은 우리 사회의 공적 신뢰가 낮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전형적인 저신뢰 사회다. 또 기득권층의 책임이 크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에게 요구되는 높은 도덕적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최소한 조선시대 때부터 지도층 또는 기득권층이 권리만 누리고 책임은 안 졌다. 실제로 살아가는 모습이 말과 다른 행태를 보여왔다.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이런 장면을 목격했다. 이런 것들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게 되는 역사적인 맥락이다.

--다른 요인도 있나.


▲디지털 정보 혁명이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도 크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가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이다. 무한복제와 시공간의 파괴라는 디지털 혁명이 한국에서는 루머 확산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옛날에 책이나 출판물에 의해 루머가 확산하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된다. '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란 카페의 팬클럽 멤버가 순식간에 11만명을 넘어섰는데 질과 양적 측면에서 확산 속도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루머는 어떻게 확산하나.

▲일단 루머가 퍼지면 자기 확대의 과정을 밟는다. 천안함 사건이나 타블로 사건을 봐도 전문가에 가까운 사람들이 거기에 개입한다. 열혈 누리꾼들이 자기 나름대로 정의감, 확신을 가지고 작업하면서 하룻밤 새 천문학적인 확산 양상을 보인다. 그런 과정을 밟으면 자기방어의 메커니즘을 갖게 돼 루머를 믿는 사람들은 아무리 사실을 갖다 대도 '음모의 소산'이라거나 '진실을 숨기는 음모'라고 생각한다. 설득하려고 하면 할수록 더 중대한 음모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같은 사람들이 생각을 계속 확대 재생산한다.

--2008년 광우병 촛불 시위에 유언비어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2008년은 상당히 복잡하다. 광우병과 인간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한 것이 중대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대통령의 소통 불능 등이 더 큰 요소였다. 촛불의 불을 댕긴 건 미국산 쇠고기가 유발할 수 있는 인간 광우병에 대한 분노와 공포인데 사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것이었다. 거짓 루머가 촉발한 공포와 분노로 시작된 사회운동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다.

--이런 유언비어 광풍에 앞으로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사회적 낭비가 극심해진다. 천안함 문제 같은 경우에도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이성적이라면, 사실과 합리성이 확립된 사회라면,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추가비용이다. 서로 반목하고 비난하면서 총체적으로 사회적인 비용이나 긴장이 굉장히 증가한다. 그만큼 불안정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해법은.

▲하지만 이런 것들은 공권력이 개입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시민 스스로가 책임감을 가지고 성찰하면서 장기적으로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진화하면서 감소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 희망이 실현될 것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러나 당분간은 우리 사회의 역동성 때문에 이런 홍역이 계속 될 것이다.

--추가적인 법적 규제가 필요할까.

▲최소한의 것들은 추가돼야 한다.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으로 모든 것이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정말 악랄하게 프라이버시나 공동체의 안녕을 악질적으로 해치는 루머 양산자에게는 일정한 법적 제약이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명예훼손에도 천문학적인 손해배상 소송을 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라고 불리는 제도인데 신세를 망치기 때문에 조심한다. 그런데 우리는 역사가 다르다. 독재정권들이 정권 안보를 위해 표현의 자유를 탄압한 역사가 있어 히스테리 반응을 부른다.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 도입이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은 장기적인 시민사회의 진화, 즉 서로 노력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지, 법적으론 힘들 것이다.

--이런 유언비어 대처 능력이 강하다고 할 만한 나라가 있을까?

▲예를 들면 미국에서도 9.11 테러가 미 정부의 자작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음모론자는 항상 있기 마련이다. 중대한 차이는 그런 것들이 공론의 영역, 즉 주류 언론에서 심각하게 취급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큰 영향을 못 미치는 것이다. 미국이 상대적인 균형 감각을 우리 사회보다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언론의 자유가 충실히 보장되지만 공론 영역에서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걸러지는 자정 능력이 있다. 유럽 사회는 더 그렇다. 특히 언론뿐 아니라 이를 받아들이는 시민들이 상대적으로 균형 잡혀 있다. 우리 사회처럼 루머의 성격이 다분한 걸 갖고 정부가 흔들리고 국가 공동체 전체가 위기로 치닫는 일은 상당히 드물다. 한국에선 극단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sisyphe@yna.co.kr

관련기사

<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⑤ 유언비어 어떻게 막나
<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④ 루머 왜 끊이지 않나
<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③ 경제 뒤흔드는 루머들
<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②루머로 고통받는 연예인
<한국 유언비어 보고서> ① 괴담에 춤추는 나라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0/10/01 07:29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