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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경제와 협동하자⑦] 북한경제의 자강력과 국제협력(농업上)
기사승인 2018.10.24
북한경제라고 하면 1990년대 중반 이후 발생한 식량위기가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영양부족으로 굶주린 모습이 동영상으로 보도되는 바람에 북한정부는 체면이 많이 깍였다. 그렇지만 북한은 식량위기 직후부터 국제사회에 이를 숨기지 않았고, 남한을 비롯해서 여러나라와 국제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금년에도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는 3월, 6월, 9월에 발표한 분기별 ‘작황 전망과 식량 상황’ 보고서에서 북한을 외부 지원이 필요한 식량부족 국가군에 포함시키고, 부족량이 64만톤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유아 및 어린이에 대한 영양공급이 필요하다고 한다. 벌써 20년이상 지속되고 있는 북한 식량부족문제는 외부사회가 북한경제를 실패한 것으로 간주하는 근거로 쓰이고 있다. [먹는 문제]는 경제의 근간이라고 하는데 북한은 지금도 식량이 정말 부족한가. 그 현실과 전망을 알아보자. 이번 연재호엔 숫자가 많이 등장한다. 산수에 자신을 갖는 계기로 삼으시길 바란다.
북한 주민들이 논에서 추수를 하고 있다.(사진출처-ASSOCIATED PRESS)
곡물생산 500만톤이면(탈곡후 정곡기준)이면 사실 위기는 없다.
FAO는 북한의 농림수산분야에 대해 비교적 소상한 통계를 홈페이지(http://www.fao.org/countryprofiles/index/en/?iso3=PRK)에서 제공하고 있다. 이 통계를 근거로 북한의 농업부분을 보면, 2017년에 농촌인구는 총인구 약 2,540만명 중 39%인 약 985만명이고, 농민 약 800만명, 농업경제활동인구는 약 300만명이다. 영양상태는 영양부족인구가2015-17년의 3년평균으로 1,050만명, 영양부족으로인한 질병인구비율이 43.5%로 보고되고 있다. 5세이하 왜소아동 비율은 28%로 이로 보면 FAO는 북한이 아직도 심각한 식량문제에 시달리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정말 식량문제가 아직도 심각한가.
곡물생산에 대해 북한은 1984년에 1000만톤 생산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지만, 신뢰하기는 어렵다. 북한의 곡물 통계 수치는 탈곡 전 조곡(粗穀)* 기준인지, 탈곡 후 정곡(精穀)* 기준인지 알아야한다. 북한의 1990년대 중후반 곡물생산은 정곡 기준으로 환산해서 260만톤 수준까지 떨어지고, 중국으로부터 식량수입도 되지않아 식량위기가 발생했었다. 그러나 그후 북한의 곡물생산은 서서히 회복되어 FAO통계상 정곡 기준으로 2004년에는 420만톤을 넘고 2014-17년은 약 500만톤 내외이다(조곡 기준으로는 약600만톤정도). 북한당국은 조곡 기준으로 발표하는데 2013-15년의 곡물생산량은 각각 562만톤, 571만톤, 589만톤이었다한다. (조선사회과학연구원 경제연구소 리기성 교수 인터뷰, 일본 동양경제신보 후쿠다 케이스케 기자,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 현지에서 본 실상] 2018년3월1일)
조곡(粗穀)* : 조곡은 탈곡하기전 껍질이 있는 상태 (쌀의 경우는 겨가 그대로 있는 상태)의 곡물
정곡(精穀)* : [북한어] 껍데기를 벗겨 내고 난 낟알.
그럼 정곡 500만톤이 어느정도의 의미인지 알아보자. 곡물수요량에 대해서 FAO는 1인당 하루 필요열량 2,130㎉의 약75%인 최저열량 1,640㎉을 공급하는 것을 식량의 최저수요량으로 정하고 있다. 이를 곡물로 충당하는데 쌀과 옥수수 기준으로 100g 당 평균 350㎉의 열량을 계산하면 1인당 하루 480g이 소요되고 연간으로는 175㎏ (쌀 58kg, 옥수수 81.8kg, 밀과 보리 6.2kg, 기타 곡물 5.3kg 등 주곡151.3kg과, 감자 13.4kg, 콩 10kg)이다. 여기에 북한의 최근 인구 2,540만명을 곱하면 연간 약 450만톤이 된다. 그리고 식량용 이외로 종자, 사료, 수확 및 보관과 정상의 손실분 등에 들어가는 약 100만톤 정도를 더하면 정곡기준으로 550만톤이 된다. 이렇게 FAO기준으로 보면 북한은 수입 또는 지원이 없다면 연간 50만톤 정도의 곡물이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연간 30만톤 정도를 수입한다치면 20만톤 정도만 부족하게 된다. FAO는 2018년의 식량가용량으로 정곡기준 472만톤 정도라고 줄여서 전망하였다. 쌀 157만톤, 옥수수 220만톤, 밀과 보리 7만톤, 기타곡물 14만톤, 감자 47만톤, 콩 27만톤 이다. 550만톤 수요에 80만톤이 부족한데 수입을 15만톤 예상하면 65만톤 정도가 부족해진다고 한다.
북한의 곡물 수요와 생산 (정곡기준) (단위: 만톤) (출처-FAO, 통계청)
식량소비는 곡물만이 아니다
FAO의 최저곡물수요는 필요열량의 75%를 곡물로 공급하는 것을 상정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곡물과 함께 상당량의 야채류, 어류, 과일류, 육류 등 비곡물 식품을 섭취하기 때문에 실제 곡물수요량은 더 낮아질 수 있다. 한국은행이 추계한 북한의 수산물 생산량은 2010년에 63만톤에서 2016년 101만톤으로 증가했다. 실제로 북한의 한 기업소에서는 하루 열량공급을1,969㎉로 설정하고 곡물 공급기준은1,143㎉ (전체의 58%, 하루 324g)으로 연간 118kg으로 하고 나머지를 기타 비곡류 식품으로 공급하는 기준을 게시하기도 하였다.
북한의 한 기업소 게시 공급기준량 (2006년)
이를 참고로 하여 대략의 계산으로 1인당 하루 필요열량 2,130㎉의 65%를 곡물로 공급한다고 가정하면 하루 1,400㎉를 위한 1인당 곡물 수요량은 하루 410g에 연간150kg이 되고 따라서 전체 필요식량수요량은 380만톤이 된다. 이리보면 전체 북한주민이 1일 1만톤 식량이면 된다는 계산이 된다. 여기에 기타 사료, 종자, 손실 등 약 100만톤을 더하여 480만톤의 곡물이면 수산물과 축산물, 야채, 버섯 등 부식류와 함께 북한의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연간 정곡기준 생산 500만톤 규모는 이미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북한 당국의 곡물공급 목표량은 1인당 하루 열량2,000㎉를 곡물로 보장하는 573g으로 연간 207kg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하루 삼시세끼에 600g을 공급하는 것이 기본이었던 데 연유한다. 부식보다는 주곡 식사를 더 중시하고 밥도 많이 먹던 전통습관으로 [이밥에 고기국]을 보장하는 것을 [먹는 문제]해결로 보는 것이다. 참고로 남한은 2017년 1인당 연간 양곡 소비량이 70.9kg(이중 쌀은 61.8kg) 이다.
북한이 안정적으로 정곡 기준 500만톤이상을 계속 생산하고 기타 식품류로서 축산물과 수산물의 공급을 늘릴 수 있다면 사실 수입 없이도 [먹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북한의 곡물 수요(자료출처-테이쿄대학 이찬우교수)
식량분배 시스템과 문제점
북한에서 곡물 생산후 분배는 어떻게 하는지 알아보자. 김정은 시대에 들어 농업 분야에 여러 개선 조치가 이루어졌다고 하는데, 현재 알려진 바로는 나라에 농자재 공급대가 등으로 30%정도를 바치고, 나머지 약70%가 기본적으로는 현물분배라고 한다. 그런데 국가수매계획이라는 것이 있어 실제로는 도시에 곡물을 공급하기 위해 70% 중 40% 정도가 수매에 들어가고 나머지 약30%가 농민에게 현물로 분배된다.
과거 완전계획경제 시대에는 협동농장의 자체 소요량을 뺀 나머지를 전량 강제수매하고 국정가격을 지급하는 것이 원칙인 시대도 있었다고 하는데 농촌 현실을 고려하여 현물분배 원칙으로 바꾸었다한다. 구체적으로 보면, 약 30%의 곡물은 토지사용료와 [생산비용 국가조달원칙]에 따라 국가가 공급하는 수리시설(水利施設)사용료, 비료대금, 농기계사용료, 비닐하우스 자재 등 생산비로 공제되어 국가에 납부된다. 그리고 약 40%가 국가 또는 기업소, 기관, 단체에 수매된 후 협동동장에 현금으로 지급된다. 국정수매가격은 쌀이 1kg에 40원(2001년7.1조치이후 가격. 최근 인상되었다는 말도 있으나 미확인)이고 기업소 등이 수매상점을 통해 수매하는 협의가격은 시장가격(현재 쌀 1kg에 5000원수준) 보다는 낮은 가격(시장가격의 50-70%수준)에서 협의로 정해진다.
이렇게 국정가격, 협의가격, 시장가격 등으로 3원화된 곡물가격체계 문제가 향후 북한이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나머지 약30%의 곡물과 협동농장 현금수입을 합친 분배대상 중에서 협동조합 공동기금(공동축적기금, 공동소비기금, 원호기금) 몫을 내놓고 농민자신의 “노력일”(협동농장 기준 작업정량표에 의해 평가된 노동일수)에 따라 배분 받게 된다. 대체로 농민은 총생산량의 60% 수준에서 현물 및 현금으로 분배 받고 40%가 국가납부 및 협동농장기금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한편으로 북한은 사회주의국가이기에 ‘국가생산계획’이라는 것이있다. 이 계획이 과거에는 터무니없이 높았으나 이제는 많이 현실화되어 실제의 생산수준에 가까워졌다 한다. 생산계획이 결정되어 예를 들어 한 협동농장의 곡물생산계획이 1000톤이라면 여기서 납부와 수매를 합쳐 700톤은 도시에 공급하고 나머지 300톤을 농민들에게 현물분배하는 계획이다. 그런데 그 협동농장이 국가생산계획보다 많은 1200톤을 생산했다면, 1000톤은 계획대로 처리하고 초과량인 200톤은 협동농장(작업반 또는 분조)가 자율적으로 처분할 수 있다.
국가는 납부된 곡물과 수매한 곡물을 가지고 국민의 약 20%에 해당하는 배급대상자(공무원, 교원, 병원근무자, 영예군인 및 당원일부)와 예산제기업 노동자에게 국정가격으로 배급하고 군대에 무상배급한다. 군대는 별도의 토지를 가지고 자체의 식량생산을 하기도 하는데 이 생산량은 국가통계에 포함되지는 않는다. 500만톤 곡물 배분의 흐름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도표 북한의 식량배분(자료출처-테이쿄대학 이찬우교수)
위 식량배분흐름에서 유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배급대상자 600만명 중 군인 100만명을 제외한 500만명이 국정가격 공급대상자이다. 연간 식량 110만톤정도가 1일 500g정도로 공급되는데 농장에서 납부된 150만톤 곡물로 충당될 수 있다. 군인이외의 대상자들은 한달 생활비로 3000원 내외를 받는데 국정가격 쌀 1kg에 46원, 옥수수 25원 정도이므로 문제가 없다.
둘째로 FAO가 설정한 사료, 종자, 손실 등 비식량 100만톤에는 식품생산, 주류 생산 등 산업용 원료로 들어가는 곡물이 빠져있다. 여기서는 산업용원료도 포함해서 100만톤으로 설정하였지만 실제로는 더많은 곡물이 비식용으로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축산업 발전에 따른 사료(주로 옥수수와 감자) 수요의 증가도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추가로 유념해야할 점은 국가가 어느 정도의 식량을 비상용으로 비축하는가 하는 점이다. 비축곡물은 공급에서 제외되어 식량공급부족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비축곡물이 어느정도 공급에 재투입되는가 하는 문제도 있는데 이러한 부분은 알 수가 없다.
셋째로 도시노동자계층 1,100만명이 식량문제를 이야기할 때 주로 대상이 된다. 원래 북한의 사회주의계획경제 하에서는 이 계층에게 국정가격으로 수매 및 분배가 이루어져 낮은 생활비 수준으로도 곡물을 공급받을 수 있어야한다. 그러나 식량생산 급감과 공급부족으로 인한 미공급사태가 발생하면서 농민시장이 이를 대체해갔다.
지금까지 20여년 사이에 많은 혼란과 변화가 있었고 결국 지금의 국가방침은 나라가 최대한 국정가격으로 보장하는 방법을 찾되 농민의 생산의욕을 고취하기 위해서 결정한 현물분배와 비강제 수매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되었다. 도시노동자들은 기업소가 예산제기업이라면 국정가격 공급을 받지만, 독립채산제 기업이라면 국정가격공급에서 제외된다. 국정가격공급에서 제외된 기업소, 기관, 단체는 자체로 공급하거나 부족하면 시장에서 시장가격으로 구입해야한다. 하나의 방식은 시장가격으로 식량을 구입하는 비용을 월급에 포함시켜 30만원-50만원을 노동자에게 월급으로 지급하는 형태이다. 주로 시장판매형 소비품생산이나 서비스업, 탄광 같은 기업소인데 노동자는 현실화된 월급으로 시장에서 1kg에 5000원 하는 쌀을 구입할 수 있다.
그리고 두번째 방식은 예를 들어 생활비 4000-5000원에 식량50kg을 월급 형태로 지급하는 것인데 기업소, 기관, 단체가 협동농장으로부터 협의가격으로 수매하여 공급하며 이때 가격은 시장가격보다는 싼 가격이다. 협동농장은 자체의 직매소(구 농촌소비조합)를 통해 기업소, 단체의 생산품과의 교환가격으로 협의가격을 설정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약 140만톤이 구역시장이나 협동단체상점, 기업소 직매점 등과 같은 분배체계를 거쳐 도시노동자에게 분배되는데 평균으로 1인 하루350g정도의 양이된다. 여기에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곡물 30만톤이 협의가격 또는 시장가격으로 공급되면 1인 하루 423g 정도의 공급량이 된다.
북한의 협동농장(사진출처-CNBC)
넷째로, 농민 약 800만명은 현물분배 약 150만톤으로 1인 하루 520g이 되는데 문제는 전국의 농촌이 고르게 곡물을 생산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평안도와 황해도는 평지곡창지대라 쌀농사가 위주이고 함경도 강원도 자강도 양강도는 산악지대라 밭농사에 옥수수, 감자 등이 위주이다. 협동농장도 양곡위주와 야채위주 또는 축산위주 등 전문화된 형태도 있다. 감자나 남새(야채)를 주로 생산하는 농장이라고 감자나 야채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식량생산이 부족한 협동농장에 식량전문 협동농장이 식량을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되는데, 국가수매 또는 직매소를 통한 협동농장간 거래가 교통문제 등 이유로 원할하지 못하는 경우 총생산량에 문제가 없어도 지역간에 공급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다섯째로, 생산물 통계의 문제와 비경제적 요인이 있을 수 있다. FAO통계든 북한의 자체통계든 식량통계는 전수조사를 하는것이 아니라 선택된 모집단을 조사하여 전체량을 추정하는데 실제가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선군시대에는 협동농장은 군대지원, 혁명수도 지원 등 명목으로 준조세적인 공출이 있었다. 이제 그러한 강제성은 사라졌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유의점으로부터 식량비축, 산업용 원료, 축산수요 증가, 지역적 편차, 이동곤란 등의 제반요인을 고려한다면, FAO의 최저수요량인 정곡 기준 550만톤에 50만톤정도를 더하여600만톤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수도 있다. 수산물, 축산물 공급증가 등을 고려하여 필요열랑의 65%를 식량으로 공급한다는 가정이라면 520만톤 정도가 타당할 수 있겠다.
*다음편 기획연재[북한경제와 협동하자]는 '북한경제의 자강력과 국제협력(농업下)'가 주제로 다뤄질 예정입니다.
일본 테이쿄대학 이찬우교수 webmaster@lifein.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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