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5

알라딘: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알라딘: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eBook] 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강준만 (엮은이)개마고원2017-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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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제공 파일 : ePub(46.23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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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페이지수 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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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선 이 책은 '리영희의 삶을 통해서 본 한국 현대사' 로 읽힌다. 리영희라는 창을 통해 한국 현대사의 큰 줄거리를 읽을 수 있다. 엮은이는 리영희를 '법칙'과 '이론'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과 '진실'에서부터 출발해 '실천'으로 나아간 시대를 비추는 투명한 창으로 평가한다.

또 이 책은 '한국 현대사를 통해 본 리영희의 삶'으로 읽힌다. 이렇게 이 책을 읽을때 '개인'과 '사회'의 갈등 속에서, 개인 리영희가 겪은 고통이 결국 사회의 변화를 이뤄내는 힘으로 작용함을 볼 수 있다. 리영희가 글에서 말 한 '좌우의 균형'이 그의 삶에서 정신과 물질의 균형, 지식과 실천의 균형등과 연장선을 이루고 있음도 볼 수 있다.

책 전반에 걸쳐 리영희의 글을 많이 이용했다. 이 책에서 그의 글은 메시지 중심의 사회과학적 분석의 대상을 넘어 역사와 그의 삶의 흐름과 연관되어져 더욱 힘을 갖는다. 리영희는 자신이 책이 더 이상 읽히지 않는 세상을 바란다고 밝혔지만, 엮은이는 리영희가 원한 세상이 이루어진다 해도 그의 책들은 계속 읽혀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세상이 누구의 피와 땀으로 오게 됐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목차


머리말_ 리영희의 삶을 통해서 본 한국 현대사

제1장.1940년대 : '완전한 무질서'속에서

제2장.1950년대 : 전쟁과 부정부패에 대한 분노

제3장.1960년대 : 기자의 열정으로 '신들린'세월

제4장.1970년대 : 전환시대의 '우상과 이상'

제5장.1980년대 : '광주학살'의 광기 속에서

제6장.1990년대 :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맺음말_ 북한엔 '리영희'가 존재할 수 없었다



저자 및 역자소개
강준만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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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 더보기


최근작 : <한국 언론사>,<바벨탑 공화국>,<글쓰기가 뭐라고> … 총 698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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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곡진 역사가 만들어 낸 외곬, 살아있는 역사
magicfinger 2010-11-1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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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선생님이라는 맑은 창을 통해 본 현대사,그 가운데 리영희 선생님이 서 계시다
yiwoogi 2010-12-22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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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사상, 그 힘이 무섭고 강하다는 생각을 했다.
멋진일들 2007-11-17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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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입문서.
새벽에 2018-10-0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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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사의 산 지성




한국현대사의 그 많은 굴곡과 늪의 역사를 지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던 것은 허상과 이데올로기였다. 한 사람의 지식인으로서 그러한 온갖 우상숭배와 이데올로기에 맞서 자신의 개인적 삶을 바쳤던 한국현대사의 산 증인이 있다면 바로 이 사람일 것이다. 그 거대하고 두려운 독재권력의 횡포에 맞서 젊은 열정을 넘어서 "역사"라고 하는 말을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 심어주었던 사람도 바로 그였을 것이다. 무릇 역사는 독재가 생기면 거기에 맞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찾기 위한 수많은 민중들의 운동이 일어나게 마련이지만 그러한 필연적인 현상들 이면에 이렇듯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모든 것을 바쳐 진실을 외쳤던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존재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그리고 그 역사적 현장의 정점에 리영희 선생님은 그렇게 우뚝 서 계셨던 것이다.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기도 전에 이렇게 그의 생애를 다룬 이야기가 책으로 만들어지는 예는 그리 흔하지 않다. 그것은 리영희 선생님이 한국 현대사의 전개에 있어서 그 흐름과 같이했고, 우리 현대사의 왜곡과 갈림길에서 또 다른 길을 제시했던 선구적이고 모범적이었던 삶이 가진 중요성과 의미가 크기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 시대의 걸출한 논객이라고 할 수 있는 강준만 교수마저도 자신의 의견제시를 많이 자제하고 될 수 있는 한 선생님의 육성을 많이 담아내려고 했던 노력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책이었다.

한국사의 어떤 시대에서도 자신의 지식인으로서의 소임을 게을리하지 않았다는 점, 수많은 자료 조사와 실증적인 연구를 통하여 자신의 글 한 줄도 함부로 자신의 상상력으로 내뱉지 않았다는 점, 항상 민족과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동시에 그 민족과 국가를 구성하는 다수 민중의 처지를 마음 속에서 놓치지 않았다는 점, 자신이 가진 많은 영향력과 권위에도 불구하고 늘 증명된 진실 앞에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할 줄 아는 용기와 진실을 수용하려는 자세는 한 사람의 이름없는 사회과학도인 내가 마음 깊이 배우고 존경할 수 있는 이유가 된다.

내 서재에 꽂혀 있는 그의 책이 아쉽게도 한 권 밖에 없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책. 그는 우리 나라의 현대사에서 우상과 이데올로기로 인해 극단적으로 잘못된 선택의 순간에 늘 반대의 견해를 제시함으로써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균형잡히게 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 현실도 크게 변화된 바가 없다. 시장과 세계화와 자본자유화의 움직임의 목소리만 우측 날개가 되어 세상을 뒤덮는 곳에서 그 문제점과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는 좌측의 날개 또한 존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선생님을 민족주의자니 인간주의자니 반반공주의자니 하는 여러 가지 주의자로 규정하기보다는 그의 이론과 실천 이면에 한 세상에 주어진 자신의 삶을 수용하며 열심히 살려고 했던 삶의 자세를 나는 배우고 싶다. 자신의 몸과 가정을 넘어서 민족과 민중과 나라의 미래를 생각하고 나아가 북한의 동포와 베트남의 민중과 미국의 참된 길을 생각하는 제한없는 사랑과 인류애가 나는 존경스러운 것이다. 선생님이 언젠가 말했듯이 전환기의 굴곡의 한국 역사에서 자신의 몫을 최선을 다해 한 후에 이제 후학들에게 자신의 자리를 물려주고 겸허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공부를 하겠다는 말씀이 내 가슴에 와닿는다.

치열하고 희생적이었던 자신의 한 인생을 가볍게 훌훌 털어버리고 자신에게 덧씌워진 명예와 권위와 자존심을 떨쳐버리고 자신의 내면을 비추어 밝혀서 마지막의 인생을 정리하고 자신의 떠날 자리를 보는 혜안이 나로하여금 더욱 그를 존경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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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5-12-11 공감(15)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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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과 함께하는 현대사 산책에 리영희를 만나다




모름지기 지식인이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의문을 맨처음 품게 해준 것은 강준만의 인물과 사상 시리즈였다.
허기진 배를 부여잡고 탐욕스레 식당문을 들어서는 부랑자처럼 대학도서관을 배회하던 새내기 시절 만났던 강준만이 준 충격은 얼마나 섬세하고 날카로웠던가.

리영희의 삶을 통해 강준만이 바라보는 한국 현대사인 이 책은 1929년 리영희 선생의 출생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현대사를 살아가는 생생한 지식인의 면모 뿐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어떤 맥락으로 읽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한 질문과 해답도 함께 던져준다.
그것은 글을 쓰는 것이 바로 행동인 지식인 리영희의 치열한 삶에 대한 경의뿐 아니라 리영희가 70~80년대 대학가에 준 영향, 그로 인한 리영희 부채의식 등이 지금까지 가장 영향력 있는 지식인으로 기억되고 있는 한 개인의 삶이 주는 가치, 의미, 화두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훗날 리영희 평전이 나오더라도 이보다 성실하게 나오기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준만 특유의) 세밀한 자료조사와 관점이 녹아 있는 현대사 읽기는 새로움이 아닌 되새김이었지만, 거기에 스스로를 '60% 저널리스트, 40% 아카데미션'으로 지칭하는 '지식인' 리영희의 흐트러지지 않는 걸음이 대입되자 지식인의 삶이 주는 고뇌, 무게감, 책임감,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용서'에 대한 리영희 선생의 관점이었다.
미국인들이 진주만을 폭격한 일본을, 유태인들이 독일을 용서한 것과 우리가 일본을 용서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주장.
많은 정치인들, 언론인들은 미국인과 유태인들이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않는다"는 '대국적'이고 '포용적'인 관점을 따라서 일제 시대를 바라보고 일본을 용서하고 과거를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을 제시하는데, 이에 대한 정면 반박인 셈이다.
미국인들과 유태인들은 강자이므로 용서할 여유가 있지만 우리는 그렇지 못한 약자중 약자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의견.
그러니까 우리는 일본과 친일파들을 용서해서도 잊어서도 안된다는 단호함을 역설하셨다.
나도 모르게 '주입받아온' 그 용서의 미학에 대한 철퇴같았다.
하지만 이 주장은 한달 전쯤 신영복 선생이 말한 약한자의 용서와는 사뭇 색다른 의견이었다. 성찰을 강조하는 신영복 선생과 다른 개념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진실을 밝히는 여러 조명 중 각기 다른 방향에서 비추는 무대의 조명같은 지식인들의 고뇌라 생각한다.

리영희 선생이 존경하는 두 인물 백범 김구와 루쉰은 선생에게 등불이었을지도 모른다.
외로운 싸움에서 청년의 정신을 가지고 큰 걸음을 걸어가 따라오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되어준 오롯함에 경건할 정도의 존경이 피어올랐다.
그동안 많이 아는 것, 깊이 아는 것, 남들과 다른 것을 보는 것, 미쳐 깨닫지 못한 사실을 깨닫는 것에 지나치게 집착한 내 모습이 부끄러워졌고 이런 지식인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기뻤다.

현대사에 대해 지식인에 대해 리영희에 대해 현재에 대해 삶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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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 2005-03-15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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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인이란?




리영희 선생의 글은 '전환시대의 논리', '우상과 이성', '8억인과의 대화', '새는좌우의날개로난다' 등의 책으로 익히 존경하며 보아 왔으나, 정작 선생의 평전에 대해서는 처음 읽게 된 것 같다. '대화'라는, 평전은 아니지만 선생의 평생을 엿볼 수 있는 다른 책이 있다고 하지만, 리영희 선생에 대해서 더 나아가 한국현대사에 대해알고 싶은 사람들은 본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읽고나니 리영희 선생의 삶 그 자체가 책 제목대로 정말 한국 현대사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편저자가 제목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은 것 같다. 기자로서 (진정한 의미의 기자) 지식인으로서 살아온 삶을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잘 엮어낸 책이다.

본인이 성장하면서 갖은 고초들을 겪으면서 세상을 원망할만도 한데, 또는 적당히 사회와 타협할만도 한데, 오히려 한 지식인으로서 일생 전체를 살아온 걸 알고나니 더더욱 존경스럽다. 나이를 먹으면서도 오히려 더욱더 매서워지는 비판력을 어찌하면 닮을 수 있을지... 미국의 지식인으로 불리우는 노암 촘스키와 리영희 선생을 항상 비슷하게 연상하곤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서는 오히려 더 존경스러워진다. (아마도 노암 촘스키는 형제가 비참하게 죽어나가거나 돈이 없어 아들이 죽어가는 모습을 보고만 있다거나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글 때문에 감옥에 들락거리는 일은 최소한 당하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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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kim 2006-02-08 공감(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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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론과 실천의 통일적 표현




나는 지금 내 마음이 분노의 감정으로 가득차 있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이야 말로 내가 한국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라는 책의 리뷰를 쓰기에 더없이 좋은 때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은 뜨겁지만, 머리 속의 생각들은 차갑게 식히고 곰삭여서 이 리뷰를 쓰고 싶다. 감히 단언하건데, 그 분의 글쓰기가 야만적인 한국 사회에 대한 분노를 이성적으로 풀어낸 결과물이 아닌가?

얼마 전에 리영희선생님의 강연회가 부산에서 열렸다. 강연이 끝나고 마지막 질문으로 "선생님께서 만약 교직 생활을 하셨다면 어떤 교사가 되시겠습니까? 교사 여러분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씀드렸더니 리영희 교수님의 말씀의 요지는,

교사는 지식인 일반인으로서, 그리고 교사로서 특수한 임무와 가치 추구가 있다. 보다 더 균형잡힌 사회(관), 세계(관), 인간관을 가르쳐 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우리는 광적인 권력추구형 인간을 양성해왔다. 이제는 이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런 기형적 가치에서 스스로 벗어나 깨우치려면 끊임없는 독서와 토론이 필요하다. 시간을 두고 각고하는 노력으로, 믿음으로 해나가야 한다. 후세들에게 어떤 유혹도 거부하고 진실을 추구하도록 아이들이 저항감 없이 옳은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석하고 가르쳐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지금 아이들에게 어떠한 유혹도 거부하고 진실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가? 설사 내가 아이들에게 그런 말을 한다고 하더라도-누군가에게는 말이 말로 끝나겠지만, 말을 한다는 것은 곧 '행동'한다는 것을 뜻하는 분이 리영희교수이다.- 내 자신이 부끄럽지 않도록 내가 진실을 추구하며 살고 있는가? 아이들에게 진실을 말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인가? 앞의 리영희 교수의 답변을 새겨볼 때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꿈꾸며 들어온 교직생활. 그러나 학교라는 곳도 우리나라의 이 모순적인 배경에서 비껴날 수 있었을까만,-정말, 학교가 딱 그 정도만 되어도 이해한다.- 그러나, 오히려 우리나라의 비이성적이고, 야만적인 모습들만을 노골적으로 축소해 놓은 끔찍한 곳이 바로 학교다.

합리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에게 집단이 공공연하게 '왕따'시키자고 제안하는 곳이 학교다. 그러면서 그 선생들은 교실에서 아이들에게 '왕따'를 어떻게 설명할지? 아무나 보고 "이 학교 선생들은 미쳤다"고 욕을 하는 선생이 없나? 합리적인 토론이나 설득은 없고, "몇 살인데?", "어린 게..." 가 입에 붙어 어떤 말도 소용없는 선생이 있지 않나?(더 웃긴 건 그런 말을 하는 선생이 겨우 34,33살이고 그 말을 듣는 선생은 29, 28, 27살이다.)

나는 이런 황당무계한 사건들을 들을 때마다 미칠 것 같다. 처음에는 분노의 감정이 치솟아서 어쩔 줄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즉자적인 분노의 감정이 가라앉으면 차분히 무엇이 잘못 되었나? 나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나면 어느새 그 감정들은 봄눈 녹듯 사라지고, 다시 일상이 반복된다. 그리고 답답한 건 나에게 직접 이런 일이 맞딱뜨려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분노의 감정도 이성적인 사고도 행동으로 잘 연결이 되고 있지 않는다.

이런 답답한 환경 속에서 아무런 행동을 하고 있지 못하는 내가 리영희 교수에 관한 책을 읽는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책을 읽으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비춰볼 수 밖에 없는데, 제대로 살고 있지 못하는 내가 더욱 도드라지기 때문에, 책 속의 인물과 상황이 자꾸 책 밖으로 나와 내 곁에서 말을 걸기 때문에, 나는 괴로운 것이다.

나의 괴로움과는 무관하게 그런 점에서 리영희 교수를 생각해 본다면 진실로 '대단한 사람'-'위대한'이라는 표현에는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우상'의 냄새가 풍기고 있지 않은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실증할 수 있는 자료를 근거로 사실을 찾고, 사실에 근거해서 진실을 발견하고, 진실에 다가가려고 행동하는 일을 지식인의 의무로 알고 평생 그 의무를 감당해 온 사람이라 그렇다.

나는 80년대에 대학을 다니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의 글을 읽는 것은 여전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일이었다. 아마도 '우상과 이성'이었던 것 같은데, 그 책을 읽고 나서는 안개 뒤에 가려진 실체가 조금은 보이는 것 같아 더 고민이 많아지기도 했다. (정말 대부분의 사람들이 말하듯, 그의 책을 읽으면 고민이 많아지는 것은 분명하다.) 이후로도 여러 권의 책을 읽었다. '역정',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스핑크스의 코', '반세기의 신화', '동굴 속의 독백' 등이 지금도 우리집 책장에 꽂혀 있는 리영희 교수의 책이다.

결국 그의 글은 행동이기 때문에 진실하다. 세상 사람들이 두려워해서 진실을 말할 용기가 없을 때, 혹은 다른 어떤 이유로 진실을 외면할 때, 그는 그 진실을 외면하지 않았고, 진실에 다가갔다. 그러므로 그 진실을 알리고자 글로 쓴다는 것은 단순히 자기의 생각을 표현한다는 차원의 글쓰기가 아니라,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곧 실천하는 행동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글은 행동과 분리될 수 없는 글쓰기가 되는 것이다.

이제 리영희 교수가 한 점 흐트러짐 없이 걸어간 눈 덮힌 발자국을 따라 뒷사람들이 따라야 할 시점이다. 이 책을 나침반 삼아, 벗 삼아, 리영희 교수가 걸어온, 진실을 찾아 걸어온 그 길에 나도 함께 오르고 싶다.

그리고 강준만 교수의 글쓰기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본다면, 리영희라는 투명한 창을 통해 한국현대사를 바라보려던 이 책의 의도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고비마다 침묵하지 않고 용기를 낸 '외로운 호랑이의 포효' 덕분이기도 하지만, 강준만 교수의 충분한 자료 준비와 쉬운 글쓰기의 미덕을 바탕으로 한국현대사의 중요한 흐름들을 잘 짚어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부분에서는 주관적인 감정의 개입이 너무 확연히 드러나서 조금 어리둥정한 부분도 있는데, 전라도 지역의 지역감정에 대해 발언한 대목이 특히 그렇다. 이런 주장이야 계속 제기되어온 문제였는데, '리영희를 통해 본 한국현대사'라는 이런 공간에서도 흐름을 끊어가며 길게 설명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그 부분을 읽는 동안 들었다.

아직 리영희 교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사람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말고 아직도 우리 사회에 유효한 리영희 교수의 勞作으로 나아가기를 바란다. 나로서는 별 다섯 개가 전혀 아깝지 않다.

- 학교가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배움터였으면 하는 생각도 아울러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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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2004-07-02 공감(6)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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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길잡이, 리영희




강준만의 책이다. 대학 입학을 앞둔 2004년 겨울, 참여정부가 출범했을 당시였는데, 노무현에 대한 책이 시중에 많이 출간되었었다. 그때 처음으로 강준만의 책을 몇 권 읽었다. 한국근대사산책과 현대사산책 세트를 제외하고 단행본을 읽은 것은 정말 오랜만인 것 같다.



갑자기 '리영희'를 읽게 된 건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 때문이다. 유시민의 청년 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 중의 하나가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였다. <전환시대의 논리>를 읽기 전, 조금 가볍게 리영희를 알고자 해서 강준만의 이 책을 읽게 됐다.



"리영희는 아홉번이나 연행되어 다섯 번 구치소에 가고 세 번이나 재판받고 언론계에서 두 번 쫓겨나고, 교수 직위에서도 두 번 쫓겨났다.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1012일에 이른다. 오로지 진실을 추구했다는 죄 하나 때문에 말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 이해하겠지만 리영희는 자신의 신체에 가해진 것보다 더욱 혹독한 정신적 시련과 고통을 겪으면서 살아왔다."(작가 서문 중)



책은 '리영희의 삶을 통해서 본 한국 현대사'라는 주제에 맞게 194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굵직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리영희가 어떻게 발언했고, 어떤 실천을 해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국민 방위군 사건. 이승만을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유영익조차 이 사건을"9만명 가량의 군인이 동사, 아사, 병사한 공노할 사건"으로 가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한 리영희의 기록. "단테의 연옥도, 불교의 지옥도 그럴 수는 없었다. 단테나 석가나 예수가 한국의 1951년 초겨울의 참상을 보았더라면 그들의 지옥을 차라리 천국이라고 수정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리영희를 리영희로 만든 것은 군대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학교깨나 다닌 젊은이들은 다 어디 가고, 이 틀림없는 죽음의 계곡에는 못 배우고 가난하고 힘없는 이 나라의 불쌍한 자식들만이 보내지는가? 나라 사랑은 힘없는 자들만이 하는 것인가? 전쟁과 군대를 알게 될수록 나는 점점 더 사색적으로 되어갔다. 그럴수록 이 나라의 기본부터 무엇인가 잘못되어 있다생각이 들었다."

리영희의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1966년 중앙정보부가 한국 군대가 베트남인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써줄 것을 후한 조건으로 부탁했는데 단호히 거절했다. 이런 사명감과 대쪽같은 양심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걸까.

"인문 사회과학과 자연과학 사이에는 한가지 큰 차이가 있어 보인다.자연과학의 공부는 깊이 들어갈수록 정도가 높아질수록 어려운 이론이 나온다. 인간의 마음과 생활에 대한 공부인 인문 사회과학도 별의별 이론이 많기로는 자연과학에 못지 않으면서도 되돌아오는 곳은 단순한 인간도 대체로 수긍할 수 있는 본질적 요체, 평균적 두뇌로 이해되는 간단한 결론이다. 무엇인가 자꾸만 어려운 이론이나 학설, 철학을 동원해야 자기의 정당성을 변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정책, 사상.결정,입장은 벌써 민중을 떠난 소수자의 것이다."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박현채의 글을 인용한 부분. "박정희 체제의 후계를 노리는 군부의
작은 고양이들'은 정치권력을 장악하기위한 승부처를 끈덕진 저항의 역사를 가지면서 경제력에서 약하고 역사적 투쟁에서 싸움의 좌절과 좌절 속에서 처절함에 익숙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좌절 속에서 체념을 배운 전남에서 선택했다고 보았다. ... 무력감에 빠진 호남인들은 훗날 아무 말 없이 오직 김대중에 대한 지지를 통해 그 한을 풀고자 했지만 인정머리 없는 일부 한국인들은 그들의 그런 평화적인 선택에 대해서조차 경멸을 보내는 데에 주저하지 않았다."

"사회주의적 인간관은 인간을 도덕적으로 완전히 개조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보았으며 바로 그러한 것이 사회주의의 실패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자본주의가 소유 및 사유재산을 통해 인간의 이러한 생물학적 특성들을 조장하는데 성공한 것 같다. 우리는 세계 가 30% 정도의 타락과 60 % 의 도덕성, 인간성을 유지하면 성공이라고 보아야 하며 이러한타협을 이루어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할지도 모른다. 이것은 현실과 이상이 조화되는 안정 된 사회이며 '존재를 위한 체념' 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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