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5

알라딘: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왔는가



알라딘: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왔는가




[eBook]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왔는가 | 인사 갈마들 총서
강준만 (지은이)인물과사상사2017-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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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국가와 권력은 어떻게 성을 거래해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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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의 사회문화사 - 정부 권력과 담배 회사는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켰나
전화의 역사 - 전화로 읽는 한국 문화사
입시전쟁 잔혹사 - 학벌과 밥줄을 건 한판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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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국가가 ‘포주’가 되어 매매춘을 장려하는 사회와 ‘도덕적 분노’를 앞세워 매매춘 근절을 위한 근본주의적 처방을 남발하는 사회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강준만 교수의 이번 신작에서는 한국 근현대사 속의 매매춘의 실체를 벗긴다. 한국 매매춘의 역사 현장을 산책하며 그 시작과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저자는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매매춘의 뿌리를 살펴보기 위한 여정을 개화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등가가 들어서며 매매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 미 군정, 군사정권 등을 거치며 매매춘이란 큰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망한다. 그의 이러한 작업은 그동안 고의적 혹은 정략적 의도로 단절되고 잊힌 매매춘 기록들을 일별함으로써 가림막 없는 한국 사회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오랜 기간 외국 군대의 주둔을 허용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에서 시작해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때론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때론 정치적 명분을 위한 정략적 용도로 이용된 매매춘은 긴 세월 동안 한국 사회와 동거해왔다. 거기에는 국가의 폭력과 인권 문제, 국가 정책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맥락이 담겨 있다. 부록에서는 ‘한국 간통의 역사’를 다룬다. 간통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남성 우월주의를 지켜내려는 기득권층의 모순적 태도와 함께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 풍속도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목차


머리말: 왜 ‘매춘’이 아니라‘매매춘’인가?

제1장 계집애 고운 것은 갈보로 간다: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개화기 이전의 매매춘
계집애 고운 것은 갈보로 간다
일패, 이패, 삼패
일제 통감부의 적극적인 공창화 정책
매춘을 알선하는 소굴
화류계의 친일화 공작
매매춘 만연, 성병은 ‘국민병’
조선인의 멸망을 위한 매독정책
카페 여급의 2차 성매매 활동

제2장 사창굴의 전성시대: 해방에서 1950년대까지
여성 단체의 공창 폐지운동
공창 철폐 연기운동
사창으로 전업한 공창
불야성을 이룬 도시의 요정
한국전쟁의 비극
‘양공주’는 ‘독버섯’이었는가?
허영심에 날뛰던 나머지 매매춘에 뛰어들었다?
‘서종삼’과 ‘이봉익’
한 달 내로 사창 근멸?
사창 단속 하나마나
에레나가 된 순희
‘창녀 유격 부대’의 등장
20만 사창

제3장 수출ㆍ국방 정책으로서의 매매춘: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군사정권도 두 손 든 매매춘
콜걸의 등장, 인신매매의 산업화
종로 3가의 ‘나비 작전’
한일 육체의 융합 현상
수출 정책으로서의 매매춘
화대 착취 구조를 묵인한 정부
과시적인 기생 관광 행태
여성계의 반대 투쟁
일본에 진출한 한국인 호스트 1만여 명?
국방 정책으로서의 매매춘
우리는 신발이 아니라 인간이다
외교 정책으로서의 매매춘
인권을 수단화하는 문화

제4장 향락 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GNP의 퍼센트 이상: 1980년대
강남 매매춘의 등장
기생 관광의 부활
매매춘 산업 특수
티켓 다방의 급증
향락 산업의 연간 매출액은 GNP의 5퍼센트 이상

제5장 영계촌ㆍ인터걸ㆍ원조교제의 시대: 1990년대
‘스무 살이면 환갑’인 영계촌의 성업
마광수의《즐거운 사라》사건
‘인터걸’들의 활약
OO대 OO학과에 다니는 대학생도 있어요
IMF 사태와 성매매
사이버 포주와 번개 섹스
원조교제 붐
원조교제의 거리 접속

제6장 성매매 유비쿼터스의 시대: 2000년대
미성년자 매매춘과의 전쟁
‘노예 매춘’의 비극
성매매특별법 논쟁
법으로 가둘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성매매, 정말 없앨 수 있다고 보나?
탈출구를 만들어주고, 밀어붙여야 한다
“너는 성매매를 용인하는 것이냐”는 딱지 붙이기
‘성매매 유비쿼터스’현상
“성매매 전쟁, 지금 방식으론 필패”

맺는 말: 양지ㆍ음지의 이중성을 넘어서
부록: 간통의 역사 - 한국은 어떻게‘간통의 천국’이 되었는가?

접기


책속에서



P. 26 일제 강점 후, 특히 3.1운동 이후 일제의 친일파 보호·육성 공작은 치밀하게 전개돼 심지어 화류계까지 친일화 공작의 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요정은 조선 엘리트들의 주요 사교·담론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일제의 공작 내용은 첫째, 경성 시내의 기생 전부를 시내 각서에 불러 엄중히 훈계한다. 둘째, 윤치호가 회장인 교풍회와 제휴하여 시내 각 권번의 역원과 경찰 간부 모임을 열어 불령한 음모를 방지하도록 협의한다. 셋째, 새로이 권번을 허가하여 기생을 친일화 하도록 노력한다. 넷째, 내선(內鮮) 화류계의 융화를 촉진한다 등이었다. 접기
P. 86 1973년은 외화벌이를 위해 매매춘의 국책 사업화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해였다. 박정희 정권은 1973년부터 매춘부들에게 허가증을 주어 호텔 출입을 자유롭게 했고 통행금지에 관계없이 영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박 정권은 여행사들을 통해 ‘기생 관광’을 해외에 선전했을 뿐만 아니라 문교부 장관은 1973년 6월 매매춘을 여성들의 애국적 행위로 장려하는 발언을 하였다. 한국 정부의 그런 과감한 정책에 장단을 맞추기라도 하듯, 일본인 관광객 내한이 피크에 달했던 1973년에 일본의 국제 여행 알선 업체에서는 관광단 모집 명칭을 아예 ‘한국 기생 파티 관광단 모집’이라는 간판을 걸고 나왔을 정도였다. 접기
P. 121~122 1980년대 후반 전통적인 다방이 커피숍으로 바뀌고 세련돼지면서 죽어나는 건 변두리 다방이었다. 변두리 다방은 마지막 카드를 빼들었다. 그건 칸막이가 있는 특실을 설치해 손님과 여자 종업원 간의 음란한 행위를 보장해주는 것이었다. 또 일부 다방에서는 근무 중에도 손님과의 외출을 허용하는 소위 티켓제를 실시했다.
원래 이름이 순이건, 순자건, 순희건, 에레나는 집을 떠나 도시를 방황하다 기지촌으로 흘러든 수많은 젊은 여성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에레나는 그녀들을 기지촌으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한국 사회의 가난과 또 보내놓고 손가락질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p.65) - 다락방
일국의 정신문화를 책임지는 자리라고 볼 수 있는 문교부 장관이 감히 매매춘을 애국적 행위로 장려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건 당시 대한민국이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병영 국가‘ 체제였다는 걸 웅변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은 매매춘 여성들에게 안보 교육을 포함하여 자신들이 국가 경제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가에 대한 교양 교육을 시행하여 외국인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하도록 독려하였다. 그 교육 내용은 ˝일제강점기 정신대를 독려하였던 독려사와 너무 흡사하여 ‘신판 정신대 결단식‘ 같았다.˝ (민경자, 한국매춘여성운동사)
물론 박 정권의 그러한 매매춘 장려 정책은 ‘수출 정책‘의 일환이었다. 방종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p.86) 접기 - 다락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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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강준만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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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 더보기


최근작 : <한국 언론사>,<바벨탑 공화국>,<글쓰기가 뭐라고> … 총 698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국가와 권력 그리고 섹스
정부는 한 편으로 ‘엄정 단속’을 외치면서도 한 편으로는 ‘외화벌이’의 수단으로 매매춘을 국책 사업화한다. 급기야 매매춘이 애국심과 결합해 몸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로 경제를 일으켜 세운다는 논리까지 등장했으니 가히 국가의 주요 정책 수단이라고 할 만하다. 국가가 ‘포주’가 되어 매매춘을 장려하는 사회와 ‘도덕적 분노’를 앞세워 매매춘 근절을 위한 근본주의적 처방을 남발하는 사회가 공존하는 현실을 우리는 과연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매매춘을 바라보는 왜곡된 시각
강준만 교수는 매매춘에 대해 논하기에 앞서 ‘매춘’이 아니라 ‘매매춘’이란 용어를 사용한다는 말로 글을 시작한다. 매춘이란 몸을 파는 사람과 몸을 사는 사람이 있을 때 성립하기 때문에 성을 ‘파는’ 매춘부(賣春婦)와 성을 ‘사는’ 매춘부(買春夫)가 똑같이 문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용어 선택에서부터 드러나듯 매매춘을 바라보는 기존의 시각은 성을 사는 사람보다는 성을 파는 사람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었고, 이는 자연스레 성을 파는 매춘부들에 대한 몰이해로 이어졌다.
한국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의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일반인들의 관심 밖이거나 자칫 “너는 성매매를 옹호하는 것이냐”라는 누명을 뒤집어쓰기에 딱 알맞은 주제다(174~176쪽). 심지어 당사자인 성매매 종사 여성들에게는 최소한의 발언권조차 인정되지 않는다. 실제로 2004년에 집창촌 여성들이 벌인 성매매특별법 반대 집회에 대해 여성부 장관은 그들이 ‘사회적 스톡홀름 신드롬’에 빠져 있다며 성매매 여성을 ‘포주의 인질’로 보는 시각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저자는 프랑스 철학자 엘리자베트 바댕테르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꼬집는다.
“매춘부들을 ‘절대적 희생자’로 보는 시각은 그들을 침묵하게 한다. 일반 여성의 단 한마디가 금과 같은 가치를 같은 데 반해, 매춘부의 말은 한마디 가치도 없다. 매춘부의 말은 대번에 거짓이나 조작된 것으로 간주한다(191쪽).”
이러한 왜곡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는 그 단서를 한국 근현대사를 가로지르는 매매춘의 역사 현장에서 찾아볼 것을 제안한다.

에레나가 된 순희, 한국 근현대사 속의 매매춘
오늘날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든 매매춘의 뿌리를 살펴보기 위한 여정은 개화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등가가 들어서며 매매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개화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해방, 미 군정, 군사정권 등을 거치며 매매춘이란 큰 주제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를 재조망한다. 저자의 이러한 작업은 그동안 고의적 혹은 정략적 의도로 단절되고 잊힌 매매춘 기록들을 일별함으로써 가림막 없는 한국 사회의 실체를 드러내기 위함이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다보면 매매춘 문제는 단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며 ‘도덕적 분노’로 밀어붙일 만큼 간단한 문제 역시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과거 ‘기생’에서 ‘갈보(蝎甫, 빈대)’라 불리는 직업 매춘부로, 다시 ‘에레나’, ‘양공주’가 되어오는 동안 여성은 언제나 인권의 최전선에 서 있었다. 미군이 있는 곳에는 여자와 고아들이 들끓었고 여자들은 미군이 지나갈 때마다 “헬로우, 아이 러브 유”를 외치며 자기 몸을 사달라고 애원한다. 그들은 추위와 주림을 벗어나기 위해 미제 담요 한 장에 여성으로서의 최후 보루라 할 수 있는 정조를 헐값으로 팔아야만 했다(48~51쪽). 이처럼 차마 드러내놓고 말할 수 없는 ‘민족의 비극’이자 ‘개인의 고통’을 선사한 이들은 누구일까? 하지만 우리의 관심은 늘 개인의 고통보다는 민족의 비극에 있었던 것 같다.

국가가 ‘포주’로, 겉과 속이 다른 한국 매매춘의 실체를 벗긴다
개화기부터 시작된 일제 통감부의 공창화 정책은 일종의 매매춘 장려책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화류계까지 친일화 공작의 대상으로 삼았다. 독립운동가 박열은 일제가 조선인의 멸망을 위해 아편 정책과 매독 정책을 쓰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31쪽). ‘근대의 멋과 풍류’를 상징하던 카페 일부도 매매춘 사업에 뛰어들었고, 당시 지식인들 역시 도박과 비밀 댄스에 도취되어 자포자기에 빠진다(35쪽). 해방이 되어도 일제강점기 만들어진 홍등가가 그대로 미군을 위한 기지촌으로 대치되었을 뿐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1960년대는 군사정권이 수출·국방 정책으로서 매매춘을 장려한 시기다. 박정희 정권은 안보와 교환된 ‘안락한 섹스’를 위해 기지촌마다 성병 진료소를 만들고 미군에게 성적 봉사를 장려하기까지 한다(100쪽). 외화벌이 수단으로 성매매 여성을 동원하는 ‘기생 관광’ 또한 국가의 포주화에 대한 빼놓을 수 없는 증거다(83~99쪽). 하지만 국가는 여전히 주기적으로 ‘엄정 단속’을 외치며 자신의 과오를 덮을 뿐이었다. ‘환향녀 이데올로기’는 이를 위해 동원된 사상이다. 양란의 와중에 정절을 잃고 평생 손가락질받아야 했던 조선 시대 환향녀는 오늘날 ‘양공주’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개인의 피해와 고통’을 ‘민족의 아픔’ 내지는 ‘개인적 수치’의 문제로 돌려버린 점은 다를 바 없었다(109쪽).
이어 1980년대는 ‘소돔과 고모라’를 방불케 할 정도로 한국의 매매춘 사업이 호황을 구가한다.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기생 관광’이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화려하게 부활하는 한편(115~118쪽), 다방의 변태 영업인 ‘티켓 다방’이 급증하고 성인 영화가 범람하는 등 도색이 판치는 사회로 변해갔다(121~123쪽). 향락 산업의 연간 매출액이 GNP의 5퍼센트에 달할 정도(126~128쪽)라니 그야말로 한국 남성을 ‘섹스 애니멀’이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였다.
이러한 기세는 1990년대에도 멈출 줄 모른다.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 ‘청량리 588’ 등을 중심으로 한 영계촌 · 인터걸 · 원조교제의 시대를 거쳐 ‘성매매 유비쿼터스’의 시대인 2000년대에 이른다.
한국은 ‘양지에선 근엄, 음지에선 게걸’의 이중성이 도드라지는 나라다(188쪽). 성매매특별법 시행 8년째를 맞은 지금 우리 현실은 별반 나아진 것이 없다. 양지에 있던 집창촌을 단속하니 오히려 더욱 음지로 숨어드는 ‘풍선효과’만 낳았다. 덕분에 오늘날 성매매는 더욱 음지를 향해갔고, 더욱 게걸스러워졌다. 저자는 도덕적 분노로 밀어붙였으면 이를 관철하기 위한 충분한 뒷받침이 있어야 했는데, 달랑 분노뿐이었다고 지적한다. 게다가 정략까지 가세했다. 무언가 보여주기 위한 전시효과로서의 의욕이 앞섰다는 뜻이다(189쪽). 매매춘을 없애는 건 불가능하다고 손을 놓고 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면 다시 ‘강력 단속’을 외치는 패턴이 거의 반세기 동안 계속됐다(66쪽).
오늘날 매매춘은 우리 삶 속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가 되었다. 한국 매매춘의 역사 현장을 산책하며 그 시작과 변화하는 과정을 살펴보는 일은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보는 데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오랜 기간 외국 군대의 주둔을 허용한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에서 시작해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때론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단으로, 때론 정치적 명분을 위한 정략적 용도로 이용된 매매춘은 그렇게 긴 세월 동안 한국 사회와 동거해왔다. 거기에는 국가의 폭력과 인권 문제, 국가 정책의 문제까지 아우르는 맥락이 담겨 있다.

매매춘과 간통은 한국 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부록에서는 ‘한국 간통의 역사’를 다룬다. 저자는 서문에서 “매매춘의 기원을 찾다보면 매매춘과 간통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하는 의문에 봉착한다. 오늘날 ‘대중화’된 간통은 매매춘과의 차이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8쪽)”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간통의 역사는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남성 우월주의를 지켜내려는 기득권층의 모순적 태도와 함께 급변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성 풍속도를 돌아볼 기회를 제공한다.
간통의 사회문화사는 또한 여성의 지위 변화를 반영한다. 현실이 법률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은 간통의 역사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1950년대만 해도 아내의 간통죄 고소는 신기한 사건이었다(200쪽). 그러나 법원 판결을 지켜보며 그동안 남편의 외도에 억눌려온 여성들이 분노를 터뜨렸을 만큼(202쪽) 심각한 사회 문제이기도 했다. 1960년에는 제2공화국 출범을 앞두고 전국 여성단체연합회 회원들이 축첩 반대 시위를 벌이는 등 여성의 지위는 전쟁이 끝나도 나아진 것이 없었다.
간통죄는 이후 세 번에 걸쳐 헌법재판소의 합헌 판결이 나오며 계속해서 논란거리가 된다. 1992년 여론조사에서는 간통죄 폐지에 대해 남자보다는 여자가, 여자 중에서도 미혼 쪽의 반대 의견이 훨씬 많았다(217쪽).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법률의 존재가 무색할 정도로 ‘간통의 천국’이 되었고(241~242쪽). 애인 하나 없는 주부는 장애인 취급을 받을 정도로(230~233쪽) 불륜이 생활화되었다. 책에 나오는 다양한 간통 사례들 속에서 간통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유지하는 최대의 보호막은 아닐까 하는 강한 의문이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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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성별은 남자




나라가 작정하고 여자를 팔아먹는 역사의 기록을 보면서 '대한민국의 성별은 남자'로구나 생각했다. 모든 성들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 아니라, 남자들만이 인간으로 대우받는 곳. 이 적나라한 기록을 읽는 일을 그래서 열뻗치는 일인데, 그렇다해도 이 기록을 읽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었다. 그래서 오늘 책 주문할 때 강준만의 또다른 기록, 《룸살롱 공화국》도 주문했다.




또한, 이 책이 지금 '다시' 쓰여진다면 더 의미있을 거라 생각되었다. 성매매 합법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의 기록뿐만 아니라, 그것이 왜 합법화 되면 안되는지, 성매매 반대를 외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의 목소리, 현재를 사는 여자들이 어째서 '성구매자만 처벌'을 원하는지에 대한 목소리도 충실히 기록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강준만이 이미 하고 있을지도 모르고, 어쩌면 강준만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땅에서 여자가 인간일 수 있게 되는 날은 언제 올까.

나는 그 날을 되도록 앞당기고자 눈에 보이는 모든 곳에 여자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투표를 할 것이다. 그런 마음으로 여자들을 응원할 것이고.






















원래 이름이 순이건, 순자건, 순희건, 에레나는 집을 떠나 도시를 방황하다 기지촌으로 흘러든 수많은 젊은 여성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에레나는 그녀들을 기지촌으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한국 사회의 가난과 또 보내놓고 손가락질하는 한국 사회의 이중성을 고발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p.65)



일국의 정신문화를 책임지는 자리라고 볼 수 있는 문교부 장관이 감히 매매춘을 애국적 행위로 장려하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었다는 건 당시 대한민국이 목적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병영 국가‘ 체제였다는 걸 웅변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은 매매춘 여성들에게 안보 교육을 포함하여 자신들이 국가 경제를 위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가에 대한 교양 교육을 시행하여 외국인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하도록 독려하였다. 그 교육 내용은 ˝일제강점기 정신대를 독려하였던 독려사와 너무 흡사하여 ‘신판 정신대 결단식‘ 같았다.˝ (민경자, 한국매춘여성운동사)
물론 박 정권의 그러한 매매춘 장려 정책은 ‘수출 정책‘의 일환이었다. 방종성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p.86)



˝정부는 외채의 압박을 줄이고 무역 적자 폭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 자원을 국내에서 발견하는 데 성공한다. 그것은 바로 관광산업의 개발이었으며, 이를 핑계로 외화 획득의 원천은 이제 기생 관광의 루트를 통해 부분 해소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관광산업의 정책적 육성은 짧은 시일에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가장 용이한 방법으로 통용될 수 있었고, 많은 관광산업 유형 가운데에서도 기생 관광은 자금의 회전과 비축이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파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때 아닌 기생 문화의 복원. ……1970년대 한국 관광산업의 본질은 바로 이렇게 사라진 전통문화 가운데 성을 수단으로 하는 ‘원색의 소재‘를 통해 그 치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도 하필 일본인을 주 고객으로 하는 신종 매춘으로 관광 기생업이란 명칭이 보편화된 것이다. (p.87-88)



˝유신 직후, 한국 정부는 관광 진흥 정책에 따라 관광진흥법에 근거를 두었던 국제관광협회(현재의 한국관광협회)에 ‘요정과‘를 설치하고 관광 기생들과 관광 요정 문제에 관한 본격적 실무에 착수한다. ‘윤락행위등방지법‘(1961.11.9)제정 10여 년 만의 일이었다. 일본 제국 군대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공창제도를 미 군정이 폐지하고 한국의 군사정부가 이를 새로운 법으로 대체한 지 10여 년 만에 정부는 그들 스스로 떠나보낸 자들을 다시 불러들여 유린의 대가를 긁어모으려는 ‘악의 논리‘와 공모·타협하기 시작했다. 요정과의 업무 방향은 사실상의 ‘매춘 허가증‘과 다름없는 접객원 증명서를 발부하고 교양 교육을 시행하면서 전국 관광 기생들의 행정적 존재 근거를 합법화하는 데 맞춰졌다.˝ (p.88)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매매춘 여성들을 애국자라고 치켜세웠으면 이왕 매매춘의 국책 사업화를 시도한 김에 그들이 큰 돈이라도 벌 수 있게끔 보호 장치까지 만들어줬어야 했을 게 아닌가.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이렇게 결코 쉽지 않은 과정을 거치면서 일본 남성을 상대로 갖은 수모와 모욕을 당해가며 번 수입임에도 관광 기생에게 돌아오는 ‘화대‘는 여행사 커미션, 호텔 통과세, 밴드 악사비, 요정 종업원 팁, 버스 운전사 급료, 요정 지배인 몫, 접대 화대, 마담에 대한 사례, 호텔 객실 담당 팁, 교통비 등의 무수한 중간 착취자에 의해 거의 착취당하고 손에 쥐는 것은 생계비도 될까 말까 한 정도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총수입의 80퍼센트를 중간 착취당했으며, 정부는 화대 착취 구조를 묵인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에 대해 박종선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p.89-90)



˝70년대 국가가 이렇게까지 해서 정책의 전환을 의도했던 이유는 어디까지나 국내에서 외국인들이 많은 돈을 쓰고 가게 하자는 기묘한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었을 뿐, 진정으로 기존의 매춘 여성들이나 빈곤 여성들을 끌어안아 범사회적으로 인간다운 삶의 조건을 조성해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70년대 기생 관광 문화를 즐긴 주 고객들이 일본인이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해방 공간 속에서마저 단절되지 않고 존속된 과거 일제 공창 문화의 잔재와 이를 ㅅ스스로 척결하지 못했던 우리 자신들의 사회 의식적,실천적 한계를 반증하는 것이었다. 전도된 성 문화를 강화시키고 기생의 사회적 수요를 팽창시킨 한국의 관광정책은 결국 기생 관광을 일본에 역수출하는 새로운 현상까지 야기시킨다.˝ (p.90)



리영희는 다음과 같이 개탄한다.
˝정부나 국가가 그 여성 국민에게 통행금지 면책특권을 주면서까지 외국인 사나이들을 끌어들이는 정책은 딸을 바치고 그 대가로 부자가 되는 아비와 얼마나 도덕적 차이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 돈으로 국민이 얼마나 부해지며 국가가 얼마나 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사회와 국민의 도덕적 타락, 비인간화를 돈벌이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서는 경제 발전을 못 한다는 말일까. 그렇게까지 해서 외국인을 끌어들이고 외화를 벌어야 할까.…… 이 통에 10여 년을 지켜 내려오던 ‘4·19의 4월‘이었던 달이 금년에는 갑자기 ‘관광의 4월‘로 탈바꿈했다. 어제도 오늘도 신문에는 일본의 무슨 재벌, 무슨 사장이 서울과 지방의 어디 어디에 몇 층의 호텔 건설을 약속했다는 기사가 자랑스럽게 보도되는 것을 읽으면서 나는 우울해지는 것이다.˝ (p.94)



박 정권의 적극적임 매매춘 국책 사업화에 대해 집단적으로 들고 일어난 건 오직 여성계뿐이었다. 1973년 7월 2일부터 5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한일교회협의회에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대표 이우정은 기생 관광 문제를 거론하면서 기생 관광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1973년 11월 30일에는 ‘관광객과 윤락 여성 문제에 대한 세미나‘를 통해 대응 방안을 토론하였고, 12월 3일에는 교통부 장관과 보건사회부 장관에게 섹스 관광의 시정과 건전한 관광 사업책의 강구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발송하였다. 또 《매춘 관광의 실태와 여론》이라는 소책자를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러한 운동은 대학생에게도 영향을 끼쳐 이화여대, 한신대, 서울대 학생의 섹스 관광 반대 시위로 이어졌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김포공항에 도착하는 일본 관광객을 상대로 ‘섹스 애니멀 고 홈‘ 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에 호응하여 일본에서도 스물 두 개 여성 단체가 연합하여 일본인의 한국 내 섹스 관광 반대 운동을 전개하였다. (p.95-96)



1972년부터 본격화된 보수 진영의 반대 운동은 마치 부슨 독립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전개되었다. 1972년 8월 25일 전국유림대표자회의는 ‘500만 유림의 총의‘로 가족법 개정을 반대하는 결의를 표명하였고, 1972년 10월 5일엔 유도회 주관으로 가족법 개정을 반대하는 34만 명의 서명날인을 받은 원본을 국회 사무처에 제출하였다. 그리고 뒤이어 가족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건의서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그들은 매매춘의 국책 사업화에 대해선 그 어떤 반대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간주한다면 그렇기 때문에 더욱 여성을 보호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러나 그것도 아니었다. 만약 그들이 진실로 매매춘 여성들을 ‘애국자‘로 간주해 그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데 앞장서왔다면 또 모르겠다. 오직 남성 우월주의적 기득권만을 지키려는 이들의 이런 이중 잣대는 조선조를 지배한 이른바 ‘열녀烈女 이데올로기‘의 변형은 아니었을까? (p.108)



1985년 올림픽조직위원회는 미국의 잡지 《더 스포팅뉴스The Sporting News》에 별책 부록으로 서울올림픽을 홍보하는 광고를 무려 46면에 걸쳐 내보냈다. 그런데 그중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기생 관광의 메카라 할 요정에서 외국 남성들에게 안주를 먹여주는 컬러 사진이 44면과 45면, 두 면에 걸쳐 천연덕스럽게 실렸다.
단순한 음식 시중을 드는 것이 아니라 한 손님 옆에 한 사람씩 앉아 젓가락으로 외국인의 입에 음식을 넣어주는가 하면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이른바 ‘기생 파티‘를 연상시킨다는 것이 이 사진을 본 사람들의 공통된 소감이었다.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이 특집을 위해 《더 스포팅뉴스》에 거액을 지급했을 뿐만 아니라 1984년 11월 취재팀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모든 취재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p.116)



이에 분노한 한국교회여성연합회, 한국여성의전화 등 여성 단체들은 본격적인 기생 관광 반대 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개 질의서를 통하여 여성을 이용해 관광 수입을 올리려는 정부를 비난하는 한편 정부 당국과 서울올림픽조직위원회의 해명, 사과와 함께 올림픽 정책의 시정을 요구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85년 3월에 인신매매 조직이 대거 검거되자 이 문제를 사회문제로 여론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인신매매를 고발한다‘는 공개 토론회를 처음으로 개최한 바 있다. 여성에 대한 모든 폭력을 ‘성폭력‘으로 개념화한 한국여성의전화는 인신매매 과정에서 여성이 성적인 도구로 전락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신매매를 성폭력의 한 형태로 보았다. 토론회는 인신매매의 유형 사례 발표에 이어 당시 한국교회여성연합회에서 섯ㅇ매매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던 이우정이 성매매의 비인간성에 대해 발제했다. 그리고 지은희가 ‘매춘의 사회 구조적 원인‘에 대해 그리고 박인덕이 ‘매춘 여성 문제를 여성의 힘으로‘ 해결하자는 취지의 발제를 하였다. (p.116-117)



그러나 전두환 정권은 그런 항의에 아랑곳하지 않고 1986년 1월 기생 관광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던 11개 대형 요정 업체에 총 20억 원이나 되는 돈을 특별융자 형식으로 지원해주었고, 국제관광공사에서 발행하는 외래 관광객용 지도에도 기생 관광 장소인 요정의 위치를 각국어로 친절하게, 또 상세하게 밝혀놓기도 했다. (p.117)



기생 관광 이벤트는 주도면밀했다. 올림픽 개최일이 다가오면서 외국 관광객들의 숫자가 늘어나기 시작하자 접대부 아가씨들에게 이른바 소양 교육이라는 것을 실시했는데, 물론 이 소양 교육의 핵심 메시지는 국가를 위해 외국 관광객들에게 최대한 편의와 서비스를 제공하라는 것이었다. 소양 교육을 담당한 강사들은 ˝아가씨들이 벌어들이는 외화가 우리 경제 발전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거나 ˝전후 일본의 경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여자들이 자신들의 성을 팔아 벌어들인 달러의 덕˝이라는 미담도 잊지 않았다. (p.117-118)



한 외국인의 증언이다.
˝비행기에서 내려 발을 땅에 딛자마자 뚜쟁이가 달려들어요. 세계의 여러 공항깨나 출입해봤습니다만, 뚜쟁이가 공항에서부터 일하는 곳은 내가 알기는 김포밖에 없습니다. 설마 이런 일들이 정부의 인정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는 하지 않겠죠?˝(강견실, 매춘 관광과 한국 여자 재인용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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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06-07 공감(24)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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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매매춘, 한국을 벗기다



대한민국 근현대사 속 매매춘의 역사를 살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술술 읽히는 듯했으나, 이 책을 읽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대한민국 역사의 치부를 고스란히 드러낸, 가슴 아픈 내용의 책이기 때문이다.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 시절이었다.

매매춘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교묘하게 국책 사업화하여 이용하는 정부의 이중 적인 모습을 보며 참 씁쓸했다. 국민을 지키고 보호해야할 정부는 매매춘 여성의 인간다운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경제발전을 위해 희생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음지에서 이바지한 사람들에 대해 적절한 사회적 보상이 돌아가게끔 애쓰기보다는 오히려 그들을 탄압하는데 앞장섰던 정부에, 그리고 무엇보다 70년대 기생 관광문화의 주 고객이 ‘일본’이라는 사실에 욕지기가 치밀었다.

이순신 장군이 무덤에서 일어나 꾸짖을 일이다. ‘강준만’의 말처럼, 매매춘의 국책 사업화가 당시 한국 사회에 미친 정신적 상처가 얼마나 클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경제개발이라는 논리로 희생당한 그들은 바로 대한민국의 딸들이고 또한 국민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정권의 성매매 국책사업화는 80년대 전두환 정권으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가슴 아픈 일이다.



“여기가 강간의 왕국이냐?”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송강호가 했던 말이다.

그리고 이 책을 보면서 ‘여기가 간통의 왕국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20%의 남성이 간통을 경험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리 만무하다. (1991년 <한국 사회의 간통 연구 발표회>의 설문조사 결과)

그리고, 흥청망청 성매매 문화가 발달한 사회와 ‘간통’이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을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책을 마무리하며 저자는 말한다.

“불륜에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가장 문제가 되는 건 신의信義의 가치와 충돌한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가 쉬쉬하는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인 매매춘의 역사를 잘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과거 속에서 미래의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의 사회와 가정이 어떻게 신의를 잃어가고 있는지를 훑어 본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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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냇가에 심은 도서관 2012-05-01 공감(1)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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