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3
요즘 (이따금) 하는 일 - 몇 가지 생각.
요즘 (이따금) 하는 일 - 몇 가지 생각.
2014/03/07 18:27
요즘 (이따금) 하는 일 - 몇 가지 생각. 아동권리, NGO 애드보커시
몇 가지 생각.
ODA정책, Post-2015 개발의제, 인도적지원 전략. 하나하나가 너무 커서 지레 짓눌리는 기분일 때가 많다. 주요 논의를 이해하는 것도 큰 일인데, 거기에서 아동 관련 이슈를 읽어내고, 빈틈을 찾고, 제안하는 일이라니.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손에 착 잡히는 뭔가가 없다.
갓 마무리 한 따끈한 연구 보고서를 앞에 두고, 그걸 바탕으로 우리 기관의 입장을 정리하는 포지션 페이퍼를 쓰려다가 길을 잃었다. 환경단체는 환경, 아동단체는 아동, 장애인 단체는 장애인. 한 단계 내려오면, 아동 단체 가운데서도 기관 A,B,C,D. Post-2015 개발 의제든 뭐든 큰 논의 안에 ‘우리 단체의 목소리가 얼마나 담기나’를 두고 경쟁하는 느낌도 들었다. 각각의 목소리를 모두 나열한 이후, 그 다음 단계를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국제구호개발 NGO들은 아동, 여성, 환경 어떤 것이든 주요 사업 영역이 곧 모금의 소스이기도 하기 때문에, 모금의 입장에서 보자면 분야 이슈를 선점하려는 것은 자연스럽다. 그런데 그렇게 구획 짓는 관행이 국제개발담론, 혹은 국제협력 이슈의 인식공동체 안에까지 자연스럽게 스밀 때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현장 사업에서 보자면 ‘아동’ 관련 사업이란 게 굳이 따로 떨어져있지 않다. 어떤 아동 관련 사업에든 가족과 지역사회가 빠질 수 없고, 다른 섹터와의 연계가 없을 수 없고, 그 나라와 정부, 정책과도 따로 일 수 없다.
상황이 이렇고 보면 Post-2015 의제에 ‘아동’이 얼만큼(내용이든 빈도이든) 들어갔는지 살피고, 그걸 늘리자고 하는 건 아주 협소한 분석이고 접근이다. 사람들의 삶은 분절적이지 않은데, 개발 담론은 섹터별로 대상별로 의제를 나눠서 나열하는 것 자체가 가진 한계와도 닿아있는 문제다.
이렇게 분절적으로, 의견을 내다보면 A기관의 아동 이슈와 B기관의 아동 이슈가 자리다툼을 하고, 아동참여 이슈가 아동보호 이슈를 밀어내고, 아동이슈와 여성이슈와 자리다툼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당사자운동의 경험이 중요하고, 목소리가 크지 않은 혹은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그어놓은 논의의 틀을 시민사회가 그대로 답습하는 것만은 좀 답답하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시무룩하던 차에, 경실련에서 주최한 <Post 2015 국제적 논의와 국내목표 설정에 대한 영역별 시리즈 – 평화/거버넌스 세션> 토론회에서 숨이 탁 트이는 말을 들었다. 성공회 대학교 NGO 대학원 이대훈 교수님의 말씀.
MDGs이든 Post2015이든 국제기구가 제시하는 혹은 주도하는 글로벌 아젠다에 대한 시민사회의 접근은 어떠해야 하는 가를 두고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 시민사회는 국제기구가 주도하는 의제에서 무엇이 빠져있는지, 강대국의 국가이익이 강하게 반영된 국제담론이 무엇을 기피하고 있는지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면, Post2015의 평화/거버넌스 의제에 군축이 없는 것 (아동의 삶의 질, 인권에 대해서라면 무엇이 빠졌는지 알겠다.)
- 국제기구는 여러 나라의 이해 관계가 얽힐 때 의제를 나열화, 분절적으로, 기술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시민사회는 평화, 여성, 아동 그 무엇이든 분열적으로 다뤄지는 의제를 어떻게 통합해서 볼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각 지역의 컨택스트에서 이들 이슈가 어떻게 얽혀있는지를 읽어내고, 이를 담아내고 풀어낼 통합의 모델을 제시하는 일을 해야 한다.
-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에서 만들어내는 유려한 말에 끌려 다니지 않고, 그 틀에 따라 의제가 나눠지는 데서 오는 기만성을 넘어서려면, 시민단체는 통합적 접근을 내세워야 한다. 북한 아동 영양실조를 세계농업기구나 세계식량기구가 독자적으로 나서서 해결할 수 없다. 통합적 접근은 시민사회가 쌓아온 경험, 국제개발NGO라면 현장에서 쌓은 경험에서 통찰을 얻을 수도 있고 방법도 찾을 수 있다. 여성 임파워먼트와 교육과 군축과 평화가 어떻게 얽혀있는가, 실제 사람들의 삶 속에서, 특정 지역의 맥락에서 어떻게 얽혀 있는가에 대해, 개발 사업을 한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겪은 것을 내세워 말해야 한다.
(* 발제에서는 평화/거버넌스 섹션에서 네팔에서 적용한 통합적 접근을 예로 들었다. 인권, 민주주의, 평화, 발전을 별개로 보는 접근이 네팔에서 실패하자, 그곳에서 활동하던 NGO들이 모여 이를 통합하는 접근의 밑그림을 그리고, 이걸 유엔에서 Nepal Peace and Development Strategy 2010-2015로 정리했다. 우리 기관의 school zone of peace 프로그램이 바로 이런 밑그림 위에서 구체화 된 예가 될듯.)
- “인권 단체가 망하는 길은 인권이 법률로 축소 될 때고, 평화 단체가 망하는 길은 평화가 군비축소가 될 때고, 개발단체가 망하는 길은 경제발전이 개발이 될 때고, 젠더 이슈가 죽을 때는 젠더가 남녀간의 차이로 좁혀질 때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얼마 전 조효제 교수님 강의에서 들은 말과도 겹친다.
"아동권리옹호를 아동에 대한 것만으로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 사회적으로 약자이기 쉬운 아동이 살기 좋은 사회가 곧 노인, 장애인도 살기 좋은 사회다. 아동을 세상에서, 사회에서 분리하면 안 된다. 아동이 살기 좋은 사회는 실제로 엄마가 살기 좋은 사회이고, 엄마가 살기 좋은 사회는 가족이 살기 좋은 사회다."
이런 이야기를 듣다 보니, 살짝 생각의 물꼬가 트이는 것도 같다.
아동을 아동만의 이슈로 분절화하지 않기. 우리 기관의 현장 사업 경험, 우리 기관의 애드보커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진짜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말하기. 인도적지원안에서, 다자안에서, 평화와 거버넌스 이슈안에서 등등. 아동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머물게 하지 않기. 동등하게 놓기. 지역에서, 사회에서, 국제사회에서 아동을 분리하지 않기.
영국과 미국,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우리 기관 옹호 정책가들이 써준 내용을 그대로 번역하지 않기.논의에 참여해 토를 달고 목소리를 내기. 기계적 나열을 멈추고, 절실한 이야기를 꺼내기. 이행의 실효성을 내세워, 목적을 흐리지 않기. 이행 방안을 염두하되 순조로운 이행만을 위한 제안을 내놓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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