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1-13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경제영토 넓히기 vs 평화영토 넓히기 <촌놈들의 제국주의>



사람은 의외로 멋지다 : 경제영토 넓히기 vs 평화영토 넓히기 <촌놈들의 제국주의>




경제영토 넓히기 vs 평화영토 넓히기 <촌놈들의 제국주의> 책으로 읽는 발전론
촌놈들의 제국주의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직선들의 대한민국>이 '건설 미학'(평화와 생태미학에 상반되는 생명 파괴적 불도저 정신)에 장악당한 한국 사회에 대한 스케치라면, <촌놈들의 제국주의>에서는 그 미학을 낳고, 그 미학에 기생하고, 그 미학을 증폭하는 보다 근본적인 정치경제적 구조를 보여준다.

대운하를 시작으로 북방진출을 해서 경제영토를 넓히겠다는 것이 '건설 미학'의 궁극의 목표일텐데, 이런 '건설 미학'을 불도저처럼 밀어가는 힘은 어디서 생겨나는 것일까? MB와 한나라당의 멘탈리티를 이루는 현실 인식과 불안, 이해관계는 어디서 생겨나 어디로 흐르는 것일까?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한.중.일 국제역학과 국내의 경제사회적 불균형에서 그 힘의 탄생과 성장을 보여준다. 우선, 한국 자본주의의 내부에 누적된 다양한 불균형(지나치게 높은 수출 의존도, 수도권 집중, 양극화 등)들이 이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는 데 문제의 시작이 있다.

새로운 균형을 찾아나가는 과정 없이 기계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국민경제 운용을 강행해온 한국 자본주의는 이제 어디에서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까. 지역 발전으로 성장 동력을 찾으려던 시도는 사실상 실패하는 중이며, 외부의 식민지 혹은 식민지에 준하는 '경제 영토' 없이는 문제를 원활하게 풀기 어렵다고 대다수가 생각하는 상황에 닿았다.

노무현 정부가 "세계로 통하는 허브 FTA"라고 말하고, 국정홍보처가 "무한대의 경제영토"라고 표현한 '한미FTA'에 대한 지도층의 현실 인식이, 시장과 자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경제적 장치로써 식민지를 추구하는 제국주의의 속성과 다르지 않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그리고 이 자본은 북한으로 향한다. 서울 중심주의라고 부를 수 있는 일련의 한국 자본의 힘이 이미 내부식민지로서 매력을 잃은 지방경제 대신 북한을 새로운 '불루 오션', 내부 식민지로 설정하게 되었으며, 오랫동안 사회운동으로 진행되던 통일 과정 또한 이제 자본의 새로운 식민지 개척의 힘으로 대체되고 있는 중이다.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을 하고, 경제성장도 하고, 더불어 민족의 숙원이던 만주로의 진출도 꾀하고, 유리시아 대륙을 따라 철도망과 도로망을 건설하여 영원한 경제번영을 이루자는 얘기는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얘기다. 지금 한국에서의 통일 근본주의와 이윤 중심주의가 결합하는 이런 과정은 형태상으로 19세기 말 전형적인 제국주의 탄생을 이뤄냈던 힘과 동일하며, 지금 한국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민족 패권주의는 현실 세계에서는 한국형 경제패권주의를 탄생시킨 힘과 동일한 것이다." (본문 133쪽)

그럼, 이같은 한국형 경제패권주의의 미래는 어떨까. 예상하듯, 한.중.일이 북한을 각축장으로 충돌하는 사태를 불러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이 세 나라가 이미 갖고 있는 경제의 구조 문제 - 국민 소득구조, 생태적 구조(자원문제), 산업구조(건설과 군수)에 공황과 호황이라는 주기적 경기 패턴이 얽히면 한중일 역내의 평화는 사실상 위협받을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인데, 여기에 다른 어떤 평화적 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이란 변수가 증폭제가 된다면... 불행히도 상황이 그렇게 만만해 보이지 않는다.

책은 이런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중.일 평화경제학'의 필요를 말한다. "만일 19세기 후반의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아가 각자 선택한 민족패권주의와 제국주의의 길 대신에 경제통합을 통한 역내 경제효율성에 대해서 고민했다면 세계사가 어떻게 전개되었을까?"(본문 243) 지금 우리가 맞고 있는 문제 역시 사실은 이와 동일한 고민이라는 것이다.

북한이라는 특수 변수를 감안하고서도, 한.중.일은 통합으로 얻을 수 있는 생태적 효과 등을 포함하며 더욱 진지하고 종합적인 역내 경제통합을 통한 평화의 제도화를 고민해야 할 단계에 있다는 이 책의 결론은 읽는 이에 따라, 다소 식상할 수도 있고 다소 맥빠질 수도, 어쩌면 다소 '명랑'할수도 있다.

나는 다소 '명랑'한 독후감을 머리와 마음에 남겼는데, '건설 자본 - 한미 FTA - 북한 - 경제통합'의 문제를 한 궤에 엮어 설명한 책이란 점에서 읽은 보람이 있고, 그에 대한 대응이 쇼비니즘 마케팅에 속지 않고, 교육 파시즘을 경계하고, 생태 보호나 평화 같은 공공재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고, 촛불을 밝히는 것 같은 '그나마' 실천적인 영역에 있다는 데서 얻은 소박한 인식이 값지다.

전쟁이나 생태 파괴에 반대,찬성하는 사람이 50:50인 사회는 자본의 힘에 따라 파국으로 나아가기 마련이지만, 그 숫자가 70:30인 사회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머릿수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MB와 어청수, 김경한이 알려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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