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4

알라딘: 모던 수필

알라딘: 모던 수필

모던 수필 - 새로 가려 뽑은 현대 한국의 명산문 
방민호 (엮은이)향연2003-07-15



모던 수필






















 미리보기
정가
10,000원
판매가
9,000원 (10%, 1,000원 할인)
마일리지
500원(5%) + 멤버십(3~1%)
+ 5만원이상 구매시 2,000원
세액절감액
410원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대상 및 조건 충족 시)
배송료
유료 (단, 도서 1만원 이상 또는 신간 1권 포함시 무료)
Sales Point : 830
 9.4100자평(0)리뷰(10)
이 책 어때요?
카드/간편결제 할인무이자 할부
품절 출판사/제작사 유통이 중단되어 구할 수 없습니다.
품절센터 의뢰
보관함 +
- 품절 확인일 : 2017-03-13

새상품 eBook 중고상품 (65)
판매알림 신청 출간알림 신청 1,000원
중고모두보기
중고로 팔기


기본정보
304쪽152*223mm (A5신)426gISBN : 9788995392928
주제 분류
신간알림 신청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이벤트

이 시간, 알라딘 굿즈 총집합!
책소개1920년대에서부터 해방 직후까지의 기간에 발표된 명산문들을 모아 엮은 책. 대표적 문인 51명의 주옥같은 산문 91편이 실려 있다. '새로 가려 뽑은 현대 한국의 명산문'이라는 부제처럼,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유효한 가치를 지닌 작품들이 선정되었다.

원전을 찾을 수 없는 두세 편을 제외하고는 발표 당시의 판본을 토대로 하였으며, 원문의 의미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현대문으로 교정하였다. 또 해설이 필요한 부분마다 세심하게 각주를 달아 독서의 편이를 돕는다.

엮은이가 선정 기준으로 삼은 것은 '영원한 현재성'으로, 작가의 명성보다는 글 자체의 가치를 중시했다. 당대의 문장가로 알려진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이태준 등과 카프 계열의 작가, 소수 여성작가들의 글이 고르게 수록되어 있다.

그렇게 엄정한 선정과정을 거쳐 지은이가 골라낸 산문들은, 최서해나 계용묵같이 '지금까지는 몰랐다 해도 뛰어난 산문가라 불려 마땅한' 작가의 글과, '겨울에 살에 와 닿는 눈송이처럼 구체적이고 감각적이고 새롭고 독하고 아름다운' 글들이다.

글의 성격에 따라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첫째 장에서는 계절, 자연물, 음식 등을 소재로 한 생활의 감각을, 두 번째 장에서는 문사들이 느끼는 생활자로서의 번민을 그렸다. 세 번째 장에서는 문화의 변화를 바라보는 문학인의 시각을, 네 번째 장에서는 요절한 문인을 추모한 조사와 예술관을 담았다.
목차
추천의 글|우리 산문의 아름다운 맛과 향취 - 최동호
추천의 글|사로잡힌 인간들을 만나다 - 오수연
들어가는 글|오늘을 살아갈 힘이 되어 주는 글 안에서 - 방민호

1. 첫눈처럼 싱싱한 생의 감각
꽃송이 같은 첫눈(강경애)/ 가장 시원한 이야기(정지용)/ 여름 달(이병기)
봄! 봄! 봄!(최서해)/ 소나무 송頌(김기림)/ 살구꽃(현덕)/ 오동(이광수)/ 목련(노천명)
나팔꽃(김동석)/ 애저찜(채만식)/ 명태(채만식)/ 냉면(김남천)/ 유경 식보食補(이효석)
별(김동인)/ 그믐달(나도향)/ 늪의 신비(이효석)/ 나와 지렁이(백석)/ 나와 귀뚜라미(김유정)
나비(노천명)/ 가자미?나귀(백석)/ 꽃을 먹는 쥐(김광섭)/ 고양이(김동석)/ 돌베개(이광수)
벽(이태준)/ 책(이태준)

2. 생활은 신념을 낳고 신념은 태도를 길러
선(한용운)/ 신념 있는 생활(김기림)/ 단념(김기림)/ 인욕(이광수)/ 참회(이광수)
죽음(이태준)/ 무수석불無首石佛(이은상)/ 값없는 생명(최서해)/ 연주창과 독사(최서해)
생활의 향락(김진섭)/ 약수(이상)/ 공허증(김석송)/ 여인 독거기獨居記(나혜석)
공연한 실망(김일엽)/ 수표교(김동환)/ 눈 오던 그날 밤(백신애)
설천야雪天夜의 대동강반畔(임화)/ 내 애인의 면영面影(임화)/ 겨울이 가거들랑(지하련)
머리카락(이원조)/ 심부름(이선희)/ 편지(백석)/ 꾀꼬리와 국화(정지용)
별똥 떨어진 곳(정지용)/ 경주의 달밤(이병기)/ 기억에 남는 몽금포(강경애)더보기

책속에서
편지 - 백석

이 밤 이제 조금만 있으면 닭이 울어서 귀신이 제 집으로 가고 육보름달이 오겠습니다. 이 좋은 밤에 시꺼먼 잠을 자면 하얗게 눈썹이 센다는 말은 얼마나 무서운 말입니까. 육보름이면 옛 사람의 인정 같은 고사리의 반가운 맛이 나를 울려도 좋듯이 허연 영감 귀신의 호통 같은 이 무서운 말이 이 밤에 내 잠을 쫓아 버려도 나는 좋습니다.

고요하니 즐거운 이 밤 초롱초롱 맑게 괸 샘물 같은 눈으로 나는 지금 당신께서 보내 주신 맑고 고운 수선화 한 폭을 들여다봅니다. 들여다보노라니 그윽한 향기와 새파란 꿈이 안개같이 오르고 또 노란 슬픔이 냇내같이 오릅니다. 나는 이제 이 긴긴밤을 당신께 이 노란 슬픔의 이야기나 해서 보내도 좋겠습니까.

남쪽 바닷가에 어떤 낡은 항구의 처녀 하나를 나는 좋아하였습니다. 머리가 까맣고 눈이 크고 코가 높고 목이 패고 키가 호리낭창하였습니다. 그가 열 살이 못 되어 젊디젊은 그 아버지는 가슴을 앓아 죽고 그는 아름다운 젊은 홀어머니와 둘이 동지섣달에도 눈이 오지 않는 따뜻한 이 낡은 항구의 크나큰 기와집에서 그늘진 풀같이 살아 왔습니다. 어느 해 유월이 저물게 실비 오는 무더운 밤에 처음으로 그를 안은 나는 여러 아름다운 것에 그를 견주어 보았습니다. 당신께서 좋아하시는 산새에도 해오라비에도 또 진달래에도 그리고 산호에도... 그러나 나는 어리석어서 아름다움이 닮은 것을 골라낼 수 없었습니다.  접기
추천글
티 안 내고 여행을 자랑하는 방법에 대하여 - 밥장 (일러스트레이터)
읽을 수 있는 글을 써라 - 이진숙
수필의 향 - KBS 'TV 책을 말하다'
저자 및 역자소개
방민호 (엮은이)
저자파일

최고의 작품 투표

신간알림 신청

1965년 충남 예산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1994년 『창작과 비평』 제 1회 신인 평론상을 수상하면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문학 평론집으로 『문학사의 비평적 탐구』(2018), 『감각과 언어의 크레바스』(2007), 『행인의 독법』(2005), 『문명의 감각』(2003), 『납함 아래의 침묵』(2001), 『비평의 도그마를 넘어』(2000)가 있다.
2001년 『현대시』로 시창작 활동을 시작했고 시집으로 『숨은 벽』(2018), 『내 고통은 바닷속 한방울의 공기도 되지 못했네』(... 더보기
최근작 : <통증의 언어>,<단군릉 이야기>,<탈북 문학의 도전과 실험> … 총 426종 (모두보기)
출판사 소개
향연
도서 모두보기
 
신간알림 신청
북플 bookple
이 책의 마니아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
내가 남긴 글
친구가 남긴 글이 아직 없습니다.
마니아 읽고 싶어요 (4) 읽고 있어요 (0) 읽었어요 (18)
이 책 어때요?
구매자 분포
1.9% 10대 1.1%
15.1% 20대 7.3%
25.2% 30대 14.8%
14.4% 40대 13.2%
1.7% 50대 4.3%
0.3% 60대 0.8%
여성 남성
평점 분포
    9.4
    70.0%
    30.0%
    0%
    0%
    0%
100자평
   

등록
카테고리
스포일러 포함 글 작성 유의사항
구매자 (0)
전체 (0)
공감순
등록된 100자평이 없습니다.
마이리뷰
구매자 (4)
전체 (10)
리뷰쓰기
공감순
   
그릇 전시회를 다녀와서......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은 마치 그릇 전시회 같다. 장자는 그릇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했지만 우리가 물을 직접 먹어볼 수 없다면 차선의 방법은 그릇을 보고 물의 용도를 짐작하는 방법일 것이다. 글 또한 그렇다. 적어도 아직까지 독자는 작가의 감정을 그대로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글을 읽고 문체를 파악하며 작가의 감정에 전이되는 방법을 택한다. 그것이 글읽기라면 이 책 모던 수필은 그릇 전시회라는 수사가 썩 잘 어울린다. 다양한 작가들이 만든 제각기 아름다운 문체들의 그릇이 적당한 자리에 들어서 있다. -그것은 전적으로 편집자 방민호 교수가 노력한 탓이다. 자연히 이 책을 감상하는 요령은 그릇에 담겨 있는 그들의 생각을 잘 짚어보는 것일 테다.
 방민호 교수는 이렇게 짚는다. "이광수의 산문은 종교적 깊이가 있다. 김기림의 산문은 예지적이다. 정지용의 산문은 단소한 가운데 독한 기운이 있고 이태준의 산문은 부드럽고 엷은 거죽 속에 강잉한 신조가 담겨 있다. 채만식의 산문은 포즈로 가장한 속에 진실을 숨겨두고 딴청을 부리는 묘미가 있다." 나는 여기에 내가 짚었던 것을 늘이고 덧붙이겠다.
 우선 백석부터다. 백석은 전개의 묘를 아는 작가이다. 가히 의식의 흐름 소설의 대가인 제임스 조이스에 필적한다고 말하면 과찬일까. 그의 산문들에서 사물은 확장되고 옮아가며 결국에는 다시 의식의 맹점을 가리킨다. 마구잡이로 흘러 써서는 이런 글이 나올 수 없다. 흘리되 결코 방탕하지 않게, 마치 정교한 추상화가 이럴 것이다. 그의 시 '여승'-"여승은 합장을 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 냄새가 났다."로 시작하는-도 훌륭한 예가 될 것이나 이 책에 있는 '나와 지렁이'나 '편지'에서 나는 새삼 그것을 느꼈다. '흙'과 '하늘'과 '이과책'을 가로지르며 '지렁이는 커서 구렁이가'되는 전설을 와닿게 하고 '지렁이의 밥과 집'을 부러워한다. 지렁이가 구렁이가 되게 하는 밥과 집이란 결국 찬란한 상상의 세계일 것이다. 상상의 세계를 밥으로 생명체는 더욱 훌륭한 생명으로 승화할 수 있다는 이야기. 굳이 생명체가 아니라 그것은 글일 수도 있고 상징이 아니라 그냥 지렁이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생각하는 것의 아름다움'이다. 그의 글 자체에 면면히 흐르는 기조가 또한 그것이다.
 정지용은 자연에 대한 믿음을 써내려 가는 작가이다. '써내려 가는'이란 표현을 쓴 이유는 그는 결코 건너 띄기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진정한 자연의 신뢰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안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의 미묘한 심리를 파악하고 나서야 더 큰 부분인 자연을 사랑할 수 있다. 나무 하나 하나에 애정을 갖고 가꾸지 않는 사람이 훌륭한 숲을 조성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의 산문들은 그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었다. 특히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산문은 '별똥이 떨어진 곳'이다. 끝에 있는 시구를 옮겨본다. "별똥 떨어진 곳/마음에 두었다/ 다음날 가보려/ 벼르다 벼르다/ 이젠 다 자랐소", '별똥'은 '먹으면 오래 산다는' 영원불멸의 자연의 상징이라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는 자연과 합일하고 싶은데 세월은 자꾸만 흐르고 어른이 되어버리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별똥별을 찾을 수 있는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내가 꼽은 이 두 작가가 다른 작가들과 비교하여 우열을 평하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나는 심미안이 아니라서 내가 가려 뽑은 그릇은 순전히 개인적 취향일 뿐이다. 어떤 작가의 어떤 글이 문학사적으로 더 훌륭한 글인지는 내 권한 밖이다.
 그러나 어떠한 산문 정신이 잡히는 것만은 사실이라 하겠다. 내가 모던 수필을 읽으면서 끊임없이 되뇌던 질문은 '산문정신이란 무엇인가?'이다 앞의 두 소박한 견해는 그릇 각각의 이야기일 뿐이고 수작 산문의 평가 기준인 동시에 그것을 존재하게 하는 산문의 전체적 특성, 산문 전체를 관통하는 우리가 마땅히 추구해야하는 막연한 것, 그것이 산문정신의 개략일 것인데 방민호 교수는 서문에서 "산문은 모름지기 겨울에 살에 와닿는 눈송이처럼 구체적이고 감각적이고 새롭고 독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나는 산문정신이란 산문이 사람의 훌륭한 축도 역할을 겸허히 수용할 때 나타나는 정신이 아닐까 한다. 훌륭한 산문은 삶의 통일장 이론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산문정신이란 삶의 정신이 그대로 녹아날 때 가능하다는 말이다. 한 편의 짤막한 글 속에 그  사람의 신념과 사고 방식이 드러나야 한다. 꾸준히 추구한 이상이 없는 사람이나 자기 성찰을 하지 않는 사람은 불가능하다.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독자의 감동을 이끌어내야 한다. 독자의 삶에 녹아나 독자의 삶을 정의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감동을 위해서 정밀한 작문 기술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내가 말하는 정의 방향이란 계몽된 세계를 일컫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이제까지 이렇게 살았다. 바른 것은 이 길이다."가 아니라 "나는 이제까지 어떻게 살았지? 바른 길을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질문은 언제나 열려진 언어이고 작가를 비롯하여 누구도 확신하지 못하는 세계의 진리를 닫힌 언어에 밀어 넣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모던수필은 대개 내가 찾아낸 산문정신에 부합하는 책이었다.-이 책에서 찾아낸 정신으로 이 책을 재평가하는 게 우스꽝스러운 일 일수 있겠으나. 그러나 독자로서 아쉬운 점도 꼽지 않을 수 없다. 방민호 교수는 독자를 지나치게 신뢰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일반 독자가 한 편의 글에서 작가의 세세한 신념이나 사고를 이끌어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에는 광범위한  배경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비평문형식으로 만들지 않은 것은 정말 잘한 일이나 이 책을 닫힌 책으로 만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 글을 쓸 때의 시대적 상황이나 작가가 처한 상황 등을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했으면 한다. 책 뒤에 작가들의 연혁이 제시되어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의미하다. 즉 그릇 밑에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붙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제 여기서 전시회 감상문은 마치겠다. 원래 감상문이 그렇다지만 감정의 넝마에서 한껏 너울거리다가 끝나버린 느낌이다. 그만큼 모던수필은 황홀한 책이다. 단숨에 읽어버릴 그런 책은 아니지만 두고선 삶이 고될 때 한잔씩 마시는 술처럼 그렇게 읽기에는 좋은 책이다. 어떤 인문학자가 책은 인류경험의 집적체라고 하였는데 이 책을 염두에 둔 것이 분명하다.
- 접기
나목 2004-12-08 공감(17) 댓글(0)
Thanks to

공감
   
과거로 향하는 계절에 새창으로 보기
아침부터 바람이 불었다.
뜨겁게 내리 쬐는 햇살, 그러나 가을 바람은 무더위에 지친 사람들을 감질나게 하던 한여름의 그것과는 사뭇 달랐다.  초가을의 향수가 마음 가득 안겨오는 주말의 아침.  여름이 다 가기도 전에 나는 벌써 한 해가 다 간 듯한 쓸쓸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버석거리며 밟힐 듯한 낙엽과 과거로 향하는  가을 한낮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학창시절 국어 교과서에 자주 등장하여 꽤나 낯이 익은 문인들의 수필을 읽었다.    문학 평론가로 활동하는 방민호 교수가 가려 뽑은 것인데, 일제 식민지 시대를 살았던 우리 문인들의 산문 중 지금 읽어도 그 생생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을 선별하였다고 한다.  가을은 할 말이 많은 계절이다.  가끔 떠오르는 옛친구의 얼굴에서, 지금은 잊혀진 아련한 첫사랑의 미소에서, 끊이지 않는 이야기가 샘솟을 듯한 계절.  그 계절의 초입에서 나는 숱한 이야기의 향연에 초대를 받았다.

 "이 산문 선집을 펴내며 글을 고른 기준을 들라면 바로 이 영원한 현재성을 꼽고자 한다.  오늘의 우리가 읽을 때 그 글이 우리 선배들의 글이라는 점 말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막막한 심정을 위로해 주고 스스로 자기의 삶을 구성해 가는 여유와 지혜를 주는 글이야말로 훌륭한 글이 아니겠는지?  나는 이러한 글을 찾아내기 위해 고심하였다."  (P.286)

1920년대부터 해방직후의 근대문학 공간에 발표된 명산문 91편(51명)을 가려 뽑은 「모던수필」은 발표 당시의 판본을 토대로 당대의 명문장가를 비롯 카프계열, 친일계열, 소수파 여성계열 등을 망라했다. 총 4장으로 구성됐는데 첫장에서는 계절과 자연물, 음식 등을 둘째장에서는 문사들이 느끼는 생활자로서의 번민을, 셋째장에서는 문화의 변화를 바라보는 문학인의 시각을, 넷째장에서는 요절한 문인을 추모한 조사와 예술관을 소재로 담았다. 작가연보와 주석이 실려 있다.

나는 이따금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아무리 재미있고 유익한 글도 일단 국어 교과서에 실리면 가장 재미없는 글로 전락하는 신세를 면치 못할거야.  왜 그런고 하니 그 글은 시험에 출제되는 지문으로서의 자격 말고는 아무 것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지.  심지어 너희들이 즐겨 보는 만화도 교과서에 실리면 재미없다고 느낄걸."하고 말이다.

이 책에 실린 문인들의 글을 읽으면 생각나는 대로, 붓 가는 대로 쓴 글이라는 수필의 취지에 걸맞게 정형화된 글쓰기 방식으로는 쉽게 담을 수 없는 크고 작은 생각들을 자유롭고 솔직한 태도로 표명하고 있지만 한치의 어긋남도 없이 완벽한 글을 탄생시키는 놀라운 재주에 그저 감탄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그 내용에 있어서도 암울한 시대에 씌어진 글들이니 그 분위기 또한 그렇겠거니 짐작한다면 큰 오산이다.  일상에서 벌어졌던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는 등 글은 비교적 경쾌하고 밝다.  특히 노자영의 <오천 원의 꿈>과 엄흥섭의 <탈모주의자>는 시종 웃음을 머금게 했다.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대목은 예컨대 이런 것이다.
"만일 기아가 닥쳐든다 하더라도 쥐의 기사(饑死)는 멀리 인간 기사 후에 속한다.  그런 까닭으로인지 식(食)에 복(福)하고 한쪽에서 굶어도 먹을 것이 풍요한 사람은 대개는 쥐 상(狀)으로 보인다."  (김광섭의 <꽃을 먹는 쥐>중에서)  나는 이 대목에서 현실 정치인 중 한 사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면 작금의 세태와 그렇게도 잘 들어맞는지.

그런가 하면 문학과 현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어쨌든 오늘의 세대에서 살아가기가 어려운 이상으로 창작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역시 작가에게 있어서 최대의 교훈자요 최후까지의 동반자는 현실이 있을 뿐이다.  이 현실을 응시하고 이것과 결리고 여기서 배우고 그 밑에서 얻어내는 바가 없이는 진정한 창작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한설야의 <고난의 교훈>중에서)

"이광수의 산문은 종교적 깊이가 있고 김기림 은 예지적이며 정지용은 단소(短小)한 가운데 독한 기운이 있고 이태준은 부드럽고 엷은 거죽 속에 강잉(强仍)한 신조가 담겨 있다. 채만식은 포즈로 가장한 속에 진실 을 숨겨두고 딴청을 부리는 묘미가 있다"고 저자는 평한다.  그러나 나의 소회로는 그 시대에 씌어진 글들을 읽을 때마다 범접할 수 없는 엄숙함을 느끼곤 한다는 것이다.  풀 먹인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듯, 글의 풍모는 고고한 난초를 보는 듯하다.  어쩌면 그것은 지금의 작가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깊은 사색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 접기
꼼쥐 2011-09-03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모던한 수필집 새창으로 보기
「모던수필」은 20세기 전반기 우리 문인들의 산문을 담고 있다. 엮은이 방민호 교수는 그 당시 문학잡지의 무수한 글들 속에서 최고의 글들만을 선집하고 있다.

수필은 일정한 형식이 없는 문학 장르이자 ‘손가는 대로 쓴’글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하다하여 수필이 투박하다거나 격조가 없거나 아름다움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여기 게재된 글들이 하나하나 보증한다. 친일 행적이 명백한 작가의 글마저 풍성함과 아름다움을 더하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산문은 모름지기 겨울에 살에 와 닿는 눈송이처럼 구체적이고 감각적이고 새롭고 독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p.289)는 엮은이의 말처럼 여기에 실린 글들 모두 하나같이 그러하다. 또한 과거의 글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읽혀질 수 있는 점과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의 감성과 글들이 결코 옛 것에 국한된 것이 아닌 ‘현대성modernity’ 을 가지고 있기에, 그리고 시대를 아우르는 그들의 문학적 재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광수의 산문은 종교적인 깊이가 있다. 김기림의 산문은 예지적이다. 정지용의 산문은 단소한 가운데 독한 기운이 있고 이태준의 산문은 부드럽고 엷은 거죽 속에 강잉한 신조가 담겨 있다. 채만식의 산문은 포즈로 가장한 속에 진실을 숨겨 두고 딴청을 부리는 묘미가 있다."(p.290)
엮은이는 이 다섯 사람을 꼽았지만 나에게는 강경애, 김기림, 이효석, 이태준의 글들이 인상에 남는다. 강경애의 산문은 치열했던 삶만큼이나 글 속에 강한 생명력이 느껴지고 김기림의 산문은 간결함속에 날카로운 침을 감추고 있다. 이효석의 산문은 서정적이고 단아한 맛이 담겨있다. 최고의 문장가 이태준의 산문은 정말 군더더기 없는 문장의 전형을 보여준다. 그의 작품집 「무서록」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개인적인 이유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동경의 대상인 카프KAPF 작가들의 글들을 접할 수 있었던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한설야의 산문에서 문학과 사상에 대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아울러 카프 작가를 비롯해 월북 작가와 강경애, 지하련, 나혜석, 노천명 등 여류작가의 글들을 접할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매력 중 하나이다. 엮은이의 노고가 아니라면 우리는 이들의 글들을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수필의 멋과 맛이 듬뿍 배어 있는 「모던수필」. 글을 읽는 당신은 자신도 모르게 한 자, 한 문장을 조심스레 독음하고픈 충동을 느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그러할 것이라 장담한다.

- 접기
플로이드 2006-12-28 공감(3) 댓글(0)
Thanks to

공감
   
순수함 속으로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을 접하기 전에 수필에 대해서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솔직히 이 책 역시 단백한 제목과 표지 디자인으로 그리 눈여겨 보지 않고 지나칠뻔했습니다. 하지만 리뷰평이 좋아서 다시 한번 이 책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긴 내용은 이 책에서 나누고 있는 주제에 맞는 부분들을 발췌해서, 엮은것으로 수필 한편은 그리 길지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짧아서 아쉽더군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좀 더 많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볼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속에 묘한 감동이 일더군요. 정말 순수한 문학을 접하는 기분이랄까요.
제가 접하지 못한 삶임에도 불구하고, 그 삶을 경험하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왠지 고향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참 묘하더군요.

터질듯 말듯한 여운과 정겹고 살가운 느낌들... 어떻게 문장 속에 저런 느낌을 담을수 있을까?하는 감동이 들었습니다. 그러고보니 최근 제가 읽은 책에서는 이런 감동을 받아본적이 없는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함을 느꼈습니다.

글하나 하나가 좋은 느낌으로 다가와서인지, 천천히 음미하면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습니다.

- 접기
보슬비 2007-01-15 공감(2) 댓글(0)
Thanks to

공감
   
하나하나는 짧지만 여향은 진한... 새창으로 보기
그리 얇지도 그렇다고 두껍지도 않은 분량의 책인데 이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적지가 않았다. 수필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짧은 글이 모여 있는 책인데 그럼에도 간단하게 쓰여진 듯한 글이면서도 그 글에서 느끼는 감상이 복잡다단하기에 한번에 여러 편의 글을 읽기가 쉽지 않은 탓이었다.
이 책에는 많은 작가들의 산문이 실려 있다. 우리가 들어 익히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다른 방면으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고, 전혀 몰랐던 사람도 있다. 이렇게 많은 작가들이 한 시대 그것도 근래 가장 암울한 시기라 일컬어지는 일제강점기 하에서의 시대를 풍미하면서 살아온 이야기를 적은 것 이다. 소설이나 시보다도 본인이 자신에 충실하게 써내려간 글들을 보며 그 시대를 느끼고, 현재를 느낄 수 있었다.
엮은이의 말에 수필은 겨울에 살에 와닻는 눈송이처럼 구체적이고, 감각적이고, 새롭고, 독하고,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말을 했다. 그의 말대로 그 당시의 모습이, 글쓴이의 생각이, 시대의 암울함이 글을 읽음으로서 받아들이는 것이 가능했다.
과거 근원수필이나 무서록 같은 익히 알려진 몇몇의 산문집은 읽어 보았지만, 글의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내 자신의 무민으로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는데, 이처럼 정수만을 모아논 책을 통해 더 이상 쉬울 수 없을 정도로 쉽게 알맹이만을 취할 수 있었다. 다른 분은 나보다 더 뛰어나 그럴 리가 없겠지만, 나로서는 끝까지 읽는데 몇 배나 많은 시간이 들어간 책이다. 그러나 그만큼 얻어지는 감흥이 풍부한 책이라 생각한다.

- 접기

No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