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 [탐구]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5) – 겨울방학
[탐구]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5) – 겨울방학
2012-07-04 15:28
Matti추천0 비추천0
2012. 7. 4. 수요일
Matti
1편에서 다룬, 재생산 뒤에 이어지는 시간들이 이제야 시작됩니다.
- 겨울방학
신입생은 입학 이후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제 겨울방학으로 들어갑니다. 90년대 학생운동은 1년 일정이 꽉 짜여져 있습니다. 운동가들에게 방학은 없습니다. 여름방학 때는 농활과 범민족대회가, 겨울방학 때는 학생회 정비와 신입생 맞이 준비로 바쁩니다. 저 역시도 대학 시절, 계절학기를 수강한 적도 없고 장기간의 여행을 떠난 적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말씀 드렸다시피 90년대 학생운동은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일정에서 한두 번 이탈하는 순간 운동도 자연스레 접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총학생회 선거 이후
신입생 시절에는 정파에 대한 관념이 별로 없기에 내가 어디에 속해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총학생회 선거를 거치면서 비로소 '우리'라는 것에 대한 자각이 생깁니다. 그리고 경쟁했던 선본들과의 구분을 짓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이론이 제대로 서 있지 않은 시기이기 때문에 감정의 영역입니다. 그렇지만 너와 나를 구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이론이 아닌 감정입니다. 생각이 다른 분과는 함께 할 수 있지만, 미운 놈과는 함께 할 수 없는 법입니다.
총학생회 선거에 참여했던 신입생들의 인적 테두리는 선거가 끝나도 이어집니다. 겨울방학에 들어가면 곧바로 총학생회 선거 정리 MT가 있습니다. 신입생들에게 이 MT는 재미가 있습니다. 일단 2주 동안 동고동락했던 선배, 동기들과 다시 모이는 자리라서 반갑습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흥미를 당기게 하는 것은 일정과 뒷풀이입니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 신입생들의 지적 욕구와 참여 의식은 상당히 높아진 상태입니다. 무슨 이야기를 들어도 스폰지처럼 빨아들이고, 어떤 제의를 받아도 거절함이 없습니다.
이 MT에서는 주로 선배들의 강연 일정이 잡합니다. 때로는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졸업한 선배의 강연이 있기도 합니다. 이 때부터는 상당히 강도 높은 내용들이 전달되기 시작합니다. 그렇지만 신입생들의 거부감은 없습니다. 이미 우리의 주장들이 어떠한 것인지에 대해 대충 파악을 한 상태입니다. 내용들이 강도가 높아질수록 거부감이 아닌 신선함으로 받아들입니다. 물론 거부감을 가진 만한 친구들은 아예 오지 않습니다. 그리고 뒷풀이에서는 참여한 동료들과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결의를 주고 받습니다. 무엇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신의 안위가 아닌 타인을 위한 삶을 걷겠다는 이들의 존재에 흐뭇합니다.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들을 얻는다는 것은 어느 분야에서든 가슴이 따뜻해지는 일입니다.
* 과학생회
과학생회 선거가 끝나면 선배들은 방학이 되기 전에 발 빠르게 움직입니다. 신입생들에게 방학 때 장기간의 일정을 잡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고향이 지방인 신입생들은 방학 때 되도록 서울에 머물도록 조언을 합니다. 방학 때 고향에 머물다 돌아오게 되면 감을 잃어 운동을 정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집행부를 꾸리는 일입니다. 집행부에서 가장 먼저 채워지는 사람들은 당연히 같은 정파입니다. 그리고 신입생들 중 운동과는 관련이 없지만 학우들의 신임을 받고 대중성이 뛰어난 이에게도 제안이 들어갑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목적이 함께 합니다. 하나는 함께 학생회 활동을 하면서 운동을 제안하겠다는 당연한 의도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의도는 견물생심과 같은 정도의 수준입니다. 이 친구가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좋습니다. 이 친구가 있음으로 해서 학생회 활동은 더욱 풍요로워지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괜찮다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모두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인간관계로 맺은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냉혹한 운동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학생회 활동은 당연히 목적의식을 가지고 해야 하는 것이며, 학생회 그 자체에서 멈춘다면 조합주의에 불과하다고 비판을 합니다. 학생회가 어떤 성격을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지난한 논쟁입니다. 선거 시기가 되면 마음 약한 운동가들은 이런 요구들 때문에 괴로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동안 목적의식 없이 대했던 학우들에게 무언가를 위해 다가간다는 것은, 지인들에게 세일즈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마음을 필요로 합니다. 세일즈가 적성에 맞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듯이, 운동가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도 선거 때마다 괴로웠습니다.
그리고 상대 선본에서 뛰었지만 괜찮다 싶은 신입생에게도 제의가 들어갑니다. 선본은 달랐지만 같이 힘을 합쳐 학생회를 해보자는 선배의 제의는 신입생이 보기에 굉장히 명분 있고 멋진 모습입니다. 상대 정파의 선배들은 그 모습에 분이 터지지만, 바라볼 수밖에 없고, 말릴 만한 논리도 없습니다. 여당이 유리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선거는 이기고 봐야 합니다.
그렇지만 이 케이스는 대개 실패로 돌아갑니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의 학생회라고 하면서도 정작 상대 정파의 선배들은 철저히 배제되기 때문입니다. 선본을 막론하고 신입생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선배들은 평소 과 활동에 열심인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을 왜 배제하고 학생회를 꾸려야 하는지 의아합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제안을 해도 거절을 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되면서 이 의문들은 가라앉습니다.
그리고 상대 정파들은 1년 동안 학생회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회를 중심으로 단결하자는 이야기는 오직 자신들이 잡았을 때 뿐입니다. 그런데 이걸 한 쪽만 나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설사 한두 명이 상대 정파가 잡은 학생회 집행부로 구색 맞춰 들어간다 한들 어차피 철저하게 소외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호작용을 통해 신입생들은 정파 갈등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 학습
그리고 이 때부터 NLPDR론에 대한 학습이 시작됩니다. 학습을 하는 방법은 사람, 단위, 캠퍼스에 따라 천차만별입니다. 다만 비합법 복사본을 가지고 학습을 하는 것이기에 보안이 중요시되는 것은 어디에서나 마찬가지입니다. 보안을 중요시한다고 어디 골방에 숨어 이불을 덮고 자료를 읽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 밖으로 가지고 나가지 않는 것은 당연하고, 학교내에서 건물과 건물 사이를 이동할 때도 정말 필요한 일이 아니고서는 소지하지 않는 걸 권장합니다.
이 때의 학습내용은 NLPDR론의 기본적인 내용들입니다. 우리 사회는 실제 어떤 모습이고, 가장 올바른 변혁이론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지침들이죠. 앞부분에서 했던 이야기들입니다. 선배들에게 술자리 등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과, 실제 활자화된 것을 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체계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기에 이해가 잘 되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심리적 충격입니다. 서적으로 접하게 되면 뭔가 깊숙이 빠져들어간다는 기분을 갖게 됩니다.
무엇보다 비합법 서적을 읽는다는 것은 무협소설에서 비급을 얻는 것과 유사합니다. 주변의 평범한 학우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진지함을 던져 줍니다. 또한 금기를 건드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적 쾌감을 얻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동안의 수동적 자세에서 적극적 자세로 바뀌어지게 됩니다.
첫 학습에서 중요시되는 것은 역시 미국과의 관계입니다. 많은 분들께서 NLPDR론에서 주장하는 미국 문제를 이해하기 힘드시겠지만, 8,90년대 학생운동에서 '반미'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던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속성은 이제 당연한 팩트가 되었습니다. 친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이 부분은 전제사실로 인정하고 들어갑니다. 다만 그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강대국이라면 국제정치에서 당연히 가지게 되는 속성일 수도 있고, 미국이라는 나라가 유달리 우리나라에만 모질게 굴었을 수도 있습니다. 주한미군의 문제도, 세계적 관점에서 용인을 할 수도 있고, 동북아시아의 정세 속에서 적극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주권국가로서 절대 용인할 수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미국과 관련한 논의들이 일방적 찬양 외에는 이뤄지지 않다보니 '식민지'라는 극단적 개념이 한 쪽에서 나오게 됩니다. 만약 미국 문제가 이런저런 관점에서 토론이 되어오던 분위기였다면 결국 적정한 수준에서의 해석에 머물렀을 겁니다. 공개적 토론이 이뤄질 수 없는 곳에서는 언제나 가장 극단적인 수준의 해석이 힘을 얻게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에서 금기시되어왔던 미국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는 점은 NL 운동의 공헌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극단적이나마 문제제기가 있었기에 이후 우리 사회에서 이런저런 관점들이 제기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되었다는 점에서 말이죠.
제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도 많은 것들을 공개된 장소에서 이야기하는 게 결국에는 가장 나은 결과를 낼 수 있는 길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 신입생 OT 준비
운동가들에게는 가장 바쁜 시기 중 하나지만, 한 편으로는 가장 활력이 넘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1년 후배가 들어오든, 2년 후배가 들어오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특히 1년의 과정을 거치고 처음으로 선배가 되는 신입생 운동가들에게는 설레임과 더불어 함께 할 동지를 찾는 과정이기에 긴장감도 더해집니다.
이 때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신입생들이 다시 나타나는 시기입니다. 1년여 동안 아웃사이더로 지내다 신입생 OT를 기회로 다시 공동체로 돌아오려 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신입생 사업은 운동권만의 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성향에 가릴 것 없이 최대한의 인원들이 모여듭니다. 후배를 받는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즐거운 일입니다. 그리고 비운동권 동아리들도 신입생들을 받아야 하기에 굉장히 적극적이 됩니다. 1년 동안 과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다가 이 시기만 되면 1달 동안 반짝 활동을 해서 신입생들을 끌어간 뒤 다시 잠적하는 사이클을 가지는 동아리들도 있습니다. 운동가들이 재생산을 위해 신입생들을 관찰하는 것처럼, 비운동권 동아리 선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뒤에 음흉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후배를 만들어야 하는 조직의 구성원들에게는 동물의 번식본능과 같은 행위입니다. 예쁜 여자신입생이 들어오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남자 선배들이 갑자기 학생회 활동에 열심히 참여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다른 사업과 마찬가지로 신입생 OT도 기획단이 꾸려집니다. 그리고 이 기획단을 통해 최대의 성과를 얻으려 합니다. 보통 이 기획단에는 자신의 정파에 소속된 신입생들만 들어가지 않습니다. 운동과는 관련이 없지만 학우들에게 신망을 얻고 있는 신입생에게도 중요한 자리를 제안합니다. 제 글에서는 마치 NL만이 대중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PD도 대중성을 중요시합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입니다.
이런 친구들은 1년 뒤 과학생회장까지 염두에 두면서 길러냅니다. 일단 과학생회는 가장 대중적이고 중요한 단위이기 때문에 대안이 없지 않은 이상 투철한 운동가보다는 대중적인 운동가를 선호합니다. 설사 운동의 길로 들어서지 않더라도, 이 친구를 보좌하면서 운동에 우호적 운영이 되도록 이끌면 됩니다. 나쁘게 이야기하면 얼굴마담이지만 과 단위에서는 그런 의미까지는 아닙니다. NL에게 학생회의 원활한 운영은 운동만큼이나 중요시되기 때문에 설사 정치적 성향을 어느 정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중성 있는 인물이 과학생회장이 되기를 원합니다. 과학생회장으로 1년을 지내며 대중운동가로 성장하면 좋고, 그렇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떻게든 자산으로 남습니다.
[caption id="attachment_93932" align="aligncenter" width="385" caption="대통령은 정치적일지라도 주지사는 대중적인 인물로"][/caption]
그렇지만 이런 경우 생기는 문제가 있습니다. 학습수준이 높고 자의식이 강한 후배운동가들이 보기에 선배들의 이런 처사는 불공정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잡은 고기에는 밥을 주지 않는 법이고, 20대 초반의 선배들이 실수를 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후배운동가들에게 위와 같은 설명들을 해주며 대의를 생각하라며 달래곤 합니다. 그렇지만 사람 속은 모르는 법입니다. 나중에 반드시 문제가 생깁니다.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친구가 학생회장이 되고, 학우들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때로는 모멸감까지 느껴지는 일입니다. 그래서 정파를 옮기거나, 운동을 정리하는 경우가 나옵니다. 때로는 위와 같은 식으로 발탁된 과학생회장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며 얼굴마담으로 격하시키려는 시도도 나옵니다.
학생운동 이야기가 나오면 의례 따라나오는 게 정치권으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라는 지적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80년대 주요 대학 총학생회장 출신들에게나 해당되고 그나마 90년대에는 찾기 힘든 사례입니다. 다수의 운동가들에게는 학생회장이라는 스포트라이트조차 없이 끝없이 자기를 억누르고 아래로 향해야만 하는 수도자 같은 삶들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이들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갑니다.
* 기획
신입생 OT는 정치선전의 장이기도 합니다. 가장 중요시 여기는 게 자료집입니다. 학생회장의 인삿말부터 해서, 최근 사회 문제들까지 정파의 정치성향이 곳곳에 스며들도록 노력합니다. 이 때문에 학생회를 잡지 못한 정파와 충돌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학생회를 잡은 쪽이 의도한 대로 진행됩니다. 신입생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들 중 노래와 율동을 배우는 시간에는 운동가요가 채택될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물론 과격한 노래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대중적인 노래가 들어갑니다. 이건 시간이 지나면서 정치적 의도는 희석되고 OT 때면 의례히 집어넣는 순서로 자리를 잡습니다.
돌아보면 대체 이 자료집이나 기획에 왜 그렇게 신경을 많이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재미있게 놀면 그만인 것을 말이죠.
* 그 외
겨울방학의 꽃 중 하나가 동아리 합숙입니다. 이 때는 동아리 성격에 따라 집중적으로 책을 읽기도 하고, 무언가를 배우러 가기도 합니다. 그리고 방학 때 일정이 없으면 이탈자가 생기는 건 학생운동만이 아닙니다. 돈을 받고 하는 게 아닌 이상 자발적 의지로 참여하는 조직에서 일정 기간 이상 떨어져 있으면 마음도 멀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방학 때도 이런저런 일정들을 잡아 서로 얼굴을 봅니다.
대중사업 중의 하나로 겨울농활이 있습니다. 한총련 사업 중에 가장 대중적이며 정치색이 없는 활동입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더불어 비운동권 선배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유이한 대중사업입니다.
새로운 신입생들이 들어오기 전, 선배 운동가들이 신경을 쓰는 부분 중의 하나가 '돈'입니다. 학생운동을 하면 매 순간마다 '돈'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지만 이 시기의 '돈'은 의미가 다릅니다. '돈'이 있어야 신입생들에게 밥과 술을 사줄 수가 있습니다. 한국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 안면을 터야 하고, 술을 마셔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돈'이 없으면 신입생 사업이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90년대 중반보다 이전 선배들 중에는 방학 때 노가다를 뛰어서 '총알'을 준비했다는 분도 있지만 저희 때는 그런 사람은 보지 못했습니다. 대부분 방학 동안 알바를 하거나 과외를 합니다. 제일 좋은 것은 역시 과외입니다. 학생운동가들에게 정기적으로 시간을 뺏긴다는 것은 곧 활동력의 약화를 의미합니다.
그렇지만 운동가가 과외로 돈을 버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다들 문제의식을 갖고 있습니다. 노동에 비해 큰 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결국 대부분의 운동가들이 대의를 위한 것이라며 합리화를 하고 과외를 합니다. 저 역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번 돈은 모두 학우들에게 쓰고 저를 위해서는 거의 쓰지 않았습니다만, 그건 개인적인 정당화일 뿐 정답은 아니었겠죠. 이렇듯 운동을 하는 이들의 고민은 온갖 군데에서 발생합니다. 그래서 하나씩 무뎌지지 않으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견디지 못하게 됩니다. 순수하고 열정적이었던 운동의 시작이 점점 일정한 틀로 굳어져 가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계속)
지난 이야기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1) - 재생산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2) - 낮은 단계의 목표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3) - 신입생, 갈등과 선택
그들은 어떻게 주사파가 되었는가(4) - NLP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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