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0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 박인식이 말하는 사우디와 빈 살만의 진실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 알라딘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 박인식이 말하는 사우디와 빈 살만의 진실 
박인식 (지은이)동아시아2024-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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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수많은 언론 기사의 타이틀처럼 ‘제2의 중동 붐’이 온 걸까? 사우디와 무함마드 빈 살만(MBS)의 계획에 우려할 점은 없는 걸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건설사 현지법인에서 13년간 근무한 저자 박인식이 사우디 사회의 변화와 현실을 기록한 책이다. 사우디에 첫발을 내딛고 오해와 진실을 마주했던 일화에서부터 살만 국왕이 즉위하고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등장했던 격변의 풍경과 급변하는 사우디 사회·정치·경제에 대한 분석까지 사우디의 총체가 온전히 담겼다.

특히 저자는 사우디 거대사업들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하고, 왕국의 실권자이자 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를 변화시킨 과정과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상세히 들여다본다.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동시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저자의 서술은 막연한 오해와 동경으로 지어진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을 현시점으로 거침없이 동기화하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리포트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사우디 사회 및 국가 프로젝트의 유래와 향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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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프롤로그 — 나는 놀라지 않았다 • 004

1부 어제의 사우디
중동 신화의 실체 • 024
대단한 부자 사우디 • 031
외국인 노동자로 돌아가는 나라 • 037
중요한 건 사람 • 044
만연한 불공정 • 051
정말 넓은 나라 • 057
한없이 가벼운 죽음 • 064
사람이 한없이 작아지는 곳 • 070
열사의 사막 • 077
고통의 총량이 같다면 • 084
이슬람 종주국의 조건 • 091
사막의 무법자 • 098
체면 깎이고는 못 살지 • 105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세계 유일의 전제왕정국가 • 114
사우디 부자가 진짜 부자 • 121
왕자의 나라 • 126
수다이리 세븐 • 131
실패한 친위 쿠데타 • 136
슈퍼요트 ‘세레네’에 걸린 <살바토르 문디> • 142
미스터 에브리싱 • 148
카슈끄지는 반체제 인사인가 • 154
출국도 입국만큼 어려운 곳 • 160
영어 아닌 영어 • 167
라마단의 역설 • 173
옛말이 된 아바야, 여전한 도브 • 180
대문 둘 달린 집 • 188
기업 하기 좋은 나라 • 195
세금 낸 보람 • 202
기름값보다 비쌌던 물값 • 209
병원은 좋은데 • 214
꼬리 제노비아 • 220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건국기념일 소동 • 230
무서운 무타와, 더 무서운 왕세자 • 235
무슬림의 나라에서 사는 일 • 242
일주일이 7일에서 3일로 • 249
개혁의 깃발 • 255
네옴 살펴보기 • 261
거대사업의 빛과 그림자 • 268
스포츠 워싱 • 274
K팝은 예외 없이 • 282
법에도 없는 여성운전 금지 • 289
#내가내후견인이다 #IamMyOwnGuardian • 296
해방구 아람코 • 303
왕세자 지지도의 정체 • 309

에필로그 • 316
감사의 글 • 319
참고문헌 • 322
접기


책속에서


P. 5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de facto ruler’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아버지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즉위한 이듬해부터 하루가 멀다 하고 국가개혁 프로그램을 쏟아냈다. 2016년 6월 경제개혁 5개년 계획인 ‘국가개조계획 NTP, National Transformation Program 2020’을 발표해 2020년까지 이룰 청사진을 제시했고, 뒤이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비전 Vision 2030’을 발표해 사우디가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산업다각화 정책을 마무리 지었다.
-프롤로그 「나는 놀라지 않았다」 접기
P. 12 이제는 모든 언론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망설임 없이 ‘실질적인 통치자’라고 지칭한다. 지금도 국왕의 동정이 보도되고는 있지만 그 모두 국왕의 결정이 필요한 일이 아니라 단지 이름만 필요한 일에 지나지 않는다. 실질적인 통치자에 오른 왕세자는 열정적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고, 실제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나는 사우디에 2009년 초에 부임해 2021년 말에 돌아왔는데, 그 13년 동안 바뀐 것이 이전 수십 년 동안 바뀐 것보다 크다고 했다. 그런데도 내가 사우디에서 돌아온 지난 2년 사이에 바뀐 것이 이전 13년 동안 바뀐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 중심에 바로 왕세자가 있었다. 사우디의 모습이 왕세자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말이다.
-프롤로그 「나는 놀라지 않았다」 접기
P. 71 사막이 때로는 연한 녹색의 바다가 되고 때로는 황홀한 황혼으로 물들어 고단한 일상에 위로가 되었다. 그래도 사막은 사막이어서 사람이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걸 깨닫게 했다. 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신의 뜻대로’라는 뜻을 가진 ‘인샬라Inshallah’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1부 어제의 사우디 「사람이 한없이 작아지는 곳」 접기
P. 116 사우디의 실질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가 추진하는 거대사업도 그렇다. 석유화학 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다각화해서 위험을 분산하겠다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하지만 그 대안이 왜 실현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업이나 관광사업 일변도인지 의아하다. 그 과정에서 사회적인 합의는커녕 내부에서라도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졌다는 흔적은 어느 보도에도 보이지 않는다. 왕세자가 결정하고 외국 컨설턴트들이 이를 구체화해 나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세계 유일의 전제왕정국가」 접기
P. 174 라마단은 이슬람에서 사용하는 헤지라력의 아홉 번째 달이다. 라마단이 되면 모든 무슬림은 한 달 내내 해가 떠 있는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한다. 음식뿐만 아니라 어떤 것도 입으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물도 못 마시고 담배도 못 피운다. 이야기로 들은 것이지만 극단적인 사람은 침도 삼키지 않고 뱉는다고 한다.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라마단의 역설」 접기
P. 222~223 언젠가부터 우리 노래가 K팝이라는 이름으로 사우디에서 붐을 일으키는 모습이 쉽게 눈에 띄고, 한국말을 배우는 사우디 젊은 여성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되었다. 벌써 오래전 일이 되었지만 슈퍼주니어가 공연 온다고 들썩인 것이나 BTS가 온다고 했을 때 슈퍼주니어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온 도시가 발칵 뒤집힌 것도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귀국할 무렵에도 지나가면 어떻게 알아보는지 우리말로 인사를 건네는 젊은 여성들을 심심치 않게 만났다. 나는 10년이 넘게 사우디 말이라고는 간단한 인사 한두 마디 하는 게 전부였는데 K팝, K드라마로 우리말을 배웠다는 이들은 똑떨어지게 한국말을 했다.
-2부 빈 살만의 등장과 오늘의 사우디 「꼬리 제노비아」 접기
P. 234 결국 파운딩 데이라는 새로운 건국기념일을 제정한 것은 사우디가 ‘와하비즘의 나라’가 아니라 ‘사우드 왕가의 나라’라는 것을 천명한 것이다. 아울러 이슬람 율법을 해석하는 권한이 종교지도자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국왕에게 있다는 것은 이슬람을 국왕의 통제 아래 두겠다는 선언이다. 그러고 보면 기념일 하나 추가한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이는 건국기념일 소동이 사실은 사우디의 사회적·종교적·정치적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는 문제인 셈이다.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건국기념일 소동」 접기
P. 271 ‘산업다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위험의 분산도 중요한 목표이다. 그런데 석유산업 중심에서 벗어나겠다는 정책이 ‘분산’은 고려하지 않고 관광산업으로 ‘방향’만 바꾼다면 위험은 어떻게 낮출 것이며, 관광산업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통제 불가능한 코로나19나 자연재해가 닥칠 때 어떻게 대응하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거대사업의 빛과 그림자」 접기
P. 314 그동안 왕세자가 맹렬하게 추진했던 개혁의 성과로서는 너무 초라해 보인다. 그곳에서 10년 넘게 일하면서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해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개혁 정책은 ‘국민을 위하는 것’이어야 하고 또 ‘국민에 의한것’이어야 하는데 왕세자가 추구하는 개혁 정책이 과연 그러한지 잘 모르겠다. 궁극적으로 국민을 위한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에 의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취업률 지표뿐만 아니라 근로의욕 면에서도 그렇다. 국민을 개혁의 주체로 만드는 일, 아니 그렇게 거창하지 않더라도 그저 성실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드는 일이 국가를 이끌어 가는 지도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한다. 모른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 외면한다면 저의가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왕세자는 어느 쪽일까.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외면하는 것일까. 외면한다면 그 저의는 무엇일까.
-3부 빈 살만 개혁의 실체와 내일의 사우디 「왕세자 지지도의 정체」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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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박인식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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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을 거쳐 1982년부터 벽산엔지니어링에서 원전을 비롯한 사회기반시설 조사설계에 참여했다. 2009년 사우디 벽산아라비아에 부임해 근무하다가 2021년 귀국한 후 벽산엔지니어링 전문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압둘라 국왕부터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로 이어지는 13년간 사우디 격동의 세월을 지켜보았다. 2022년 『무함마드 빈 살만』을 번역했다.

최근작 : <서울리뷰오브북스 13호>,<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 총 5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무함마드 빈 살만 이전과 이후 그리고 사우디의 모든 것
13년의 경험으로 서술한 사우디 사회‧정치‧경제 보고서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BTS 콘서트, 35년 만의 상업 영화 〈블랙 팬서〉 상영, 호날두와 네이마르 등 축구 스타들의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 진출, 관광비자 발급, 여성 복장 규제완화… 사우디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변화의 시작은 2015년, 살만 빈 압둘아지즈의 국왕 즉위 후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혜성처럼 등장해 개혁 정책을 펼쳐나간다. ‘비전 2030’ 발표를 통해 수많은 거대 프로젝트가 개시되었고, 수천억 달러 규모의 개혁과 개발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특히 홍해 인근 도시에 지어지는 170 킬로미터 길이의 거대한 건물 ‘더 라인’을 포함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막대한 규모와 투입 비용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수많은 언론 기사의 타이틀처럼 ‘제2의 중동 붐’이 온 걸까? 사우디와 무함마드 빈 살만(MBS)의 계획에 우려할 점은 없는 걸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건설사 현지법인에서 13년간 근무한 저자 박인식이 사우디 사회의 변화와 현실을 기록한 책이다. 사우디에 첫발을 내딛고 오해와 진실을 마주했던 일화에서부터 살만 국왕이 즉위하고 그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등장했던 격변의 풍경과 급변하는 사우디 사회‧정치‧경제에 대한 분석까지 사우디의 총체가 온전히 담겼다.
특히 저자는 사우디 거대사업들이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하고, 왕국의 실권자이자 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를 변화시킨 과정과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상세히 들여다본다.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동시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저자의 서술은 막연한 오해와 동경으로 지어진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을 현시점으로 거침없이 동기화하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리포트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사우디 사회 및 국가 프로젝트의 유래와 향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제2의 중동 붐’ 사우디 거대사업은 실현 가능한가?
네옴시티와 사우디 초대형 프로젝트의 실상을 밝히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도 리야드에서 개최한 투자 컨퍼런스 ‘미래투자이니셔티브’를 통해 거대 프로젝트 ‘네옴시티(NEOM City)’ 건설 계획을 발표한다. 홍해 인근 도시 2만 6,500 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지역에 초대형 친환경 주거 건물을 비롯해 각종 관광단지와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무려 650조 원이 투입되는 거대사업(Giga Project)이다. 그뿐만 아니라 사우디는 산업기반시설을 포함해 문화‧스포츠‧금융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수조 달러 규모의 개발 정책을 하나둘 실행하기 시작했다. 전례 없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국제 사회의 관심이 집중됐다. 1970년대 중동 건설 붐을 경험한 바 있는 우리나라도 다양한 분야에서 사우디 진출을 모색 중이다. 2023년 6월 현대건설이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로부터 6조 5,000억 원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 계약을 체결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대통령 순방과 함께 21조 규모의 수출 계약 및 업무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쏟아지는 국내 언론의 타이틀처럼 ‘제2의 중동 붐’이 시작된 걸까? 사우디 수출 또는 수주 경쟁에 뛰어든 우리 정부와 기업이 우려해야 할 점은 없는 걸까?
막연히 부유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사우디의 실상은 우리의 상상과는 거리가 있다. 사우디의 1인당 GDP는 2021년 기준 2만 3,585달러로 우리나라 GDP 3만 4,757달러의 3분의 2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사우디 국가 경제의 동력인 석유 수출을 통한 수입은 2022년 336조 7,000억 원으로, 같은 해 삼성전자 매출 301조 8,000억 원과 비슷한 정도이다. 사우디 국가 프로젝트의 재원을 조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공공투자기금(PIF)의 보유 현금은 날로 줄어들어 2022년 500억 달러에서 최근 150억 달러로 급감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사우디 사업과 국내 기업의 진출 수혜를 마냥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이다.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 현지법인에서 근무한 저자 박인식은 13년간의 현지 경험을 통해 막대한 규모의 사우디 거대사업들이 어떤 동기로 어떻게 시작되었으며 그 실현 가능성은 어떤지 분석한다. 왕국의 실권자이자 현 총리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를 어떻게 변화시켜왔으며 궁극적으로 그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도 상세히 들여다본다. 사우디 사회의 변화를 피부로 체감하면서 동시에 객관적 시선을 유지하는 저자의 서술은 막연한 오해와 동경으로 지어진 중동과 사우디에 대한 우리의 프레임을 현시점으로 거침없이 동기화하는 가장 생생하고 객관적인 리포트이다. 그래서 지금 현재 사우디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한 사우디 사회 및 국가 프로젝트의 유래와 향방을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최선의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살만 국왕의 즉위와 왕세자 무함마드 빈 살만의 등장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가 된 과정

저자가 현지법인에 부임한 지 6년이 되던 2015년, 지금의 사우디를 있게 한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다. 당시 사우디를 통치하던 압둘라 국왕의 갑작스러운 서거 소식이었다. 동시에 무함마드 빈 살만의 아버지이자 현재 사우디 국왕인 살만 빈 압둘아지즈의 즉위도 발표되었다. 뒤이은 보도에서 이 양위가 순탄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사우디는 당시까지 왕위의 형제 상속 원칙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압둘라의 이복동생인 살만의 즉위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압둘라 국왕과 측근이 원칙을 깨고 추후 자신의 아들 미텝 빈 압둘라 왕자를 왕위에 앉히려 했고, 이를 위해 사망을 전후로 살만 국왕의 즉위를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압둘라 국왕 측의 계획은 실패로 끝났고 살만 국왕이 즉위해 지금까지 통치를 이어오고 있다. 더 놀라운 일은 살만 국왕 즉위 후에 일어났다. 당시까지 국제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국왕의 아들 무함마드 빈 살만이 국정 운영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MBS는 살만 국왕 즉위 후 곧바로 사우디 최연소 국방부 장관이 되었으며, 2017년에는 삼촌과 사촌형을 몰아내고 부자상속을 예비하는 왕세자의 자리에 올라섰다. 2022년에는 사우디에서 주로 국왕이 겸직하던 총리 자리에 임명되며 명실상부 사우디의 실질적인 통치자임을 드러냈다. 이후 사우디 내외를 막론하고 살만 국왕의 즉위 당시부터 이미 MBS가 고령의 아버지를 대신해 실권을 쥐고 있었다는 분석이 정설이 되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은 사우디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나?
MBS가 추진하는 개혁 정책의 의도와 실체

MBS 통치 이후 사우디의 많은 것이 변화했다. 엄격한 이슬람주의 지배하에 있던 사우디 사회가 생동하기 시작했다. 전통이나 종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모든 공연을 금지했던 사우디에서 BTS의 콘서트가 열리는가 하면 35년 만에 상업 영화 [블랙 팬서]가 상영되기도 했다. 국부펀드를 등에 업고 호날두, 네이마르 등 축구 스타들을 사우디 프로페셔널 리그로 줄줄이 영입했다. 전에 없던 관광비자를 발급하기 시작했으며 여성 인권에도 획기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여성의 온몸을 가리는 전통 복장 아바야 규정을 폐기하고 사실상 금지되어 있던 여성의 운전도 허용했다. 무엇보다 이슬람 근본주의로 무장한 채 사회를 단속하던 종교경찰 ‘무타와’의 권한을 철저히 제한했다. 이슬람의 두 성지 메카와 메디나를 보유한 이슬람 맹주의 나라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혁신을 이끌어 낸 MBS를 자유와 평등의 상징으로 바라봐도 될까?
그 답은 변화의 시초인 ‘비전 2030’에 있다. 비전 2030은 2016년 사우디가 발표한 국가경제 개발계획이다. 전방위적인 국가 개혁과 개발의 계획을 밝힌 이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MBS의 속내를 살필 수 있다. 사우디 제1의 목표는 석유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자국의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MBS가 내세우고 있는 것이 관광사업과 자국 경제 활성화이다. 그래서 비전 2030에는 네옴시티 건설 계획뿐만 아니라 복합위락 시설 ‘키디야’ 조성, 왕가 발원지 ‘디리야’ 복원, 관광자원이 풍부한 홍해 개발과 같은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 비전 2030을 통해 지금까지 실행된 MBS 개혁의 의도도 짐작할 수 있다. 여성 인권 증진은 자국민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관광비자 발급 및 이슬람 규정 완화 역시 관광사업 수입을 위한 복안으로 생각할 수 있다. 이 외에 이슬람주의 집단에 대한 견제는 종교를 넘어서는 국왕의 권위를 보여주기 위한 의도로 이해할 수 있으며, 각종 문화·스포츠 활성화 사업 역시 MBS의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파악할 수 있다.

변화하는 사우디의 현실과 전망
사우디를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를 점검한다

저자는 사우디의 행보에 주의 깊게 접근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무함마드 빈 살만은 등장 이후 국제 사회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지만 실상 사우디 사회의 변화는 크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산업다각화를 내세운 사우디 개발 계획의 대부분은 관광사업 일변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어마어마한 규모의 투입 재원은 대부분 해외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날로 줄어드는 국가 재정과 지나치게 거대한 규모의 프로젝트를 사우디가 감당할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유례없는 초국가적 이벤트를 보다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야를 제공한다. 각종 통계와 자료를 바탕으로 사우디 사회‧정치·경제의 정확한 분석을 제공하는 한편 현지에서 직접 겪은 사회 변화에 대한 에세이적 서술을 통해 사우디 사회의 풍경과 개혁의 현실도 알려준다. 현재 진행 중인 초대형 개발 사업 그리고 사우디라는 나라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을 가졌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급격히 변화하는 사우디 사회와 그 전망을 입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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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식 서평] 무함마드 빈 살만, 중동의 새로운 지배자
입력 2023.06.26 07:50
수정 2023.09.14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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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S #사우디 #사우디 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벤 허버드 #박인식 #무캅 #네옴 #공공투자기금 #PIF #디리야 #아시르 국립공원 #홍해 리조트 #알울라 #키디야 #리야드 공항 #보잉 드림라이너 #네옴에어라인 #리야드에어 #슈라위원회
사우디와 이 나라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에 관한 궁정 정치 드라마 같은 책이 나왔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의 이스탄불 지국장인 벤 허버드다. 사우디는 최근 몇 년 새 전 세계 외교와 경제 무대의 새 뉴스메이커로 부상했다. 사우디가 미국이 짠 1945년 이후의 중동 질서에서 변화 또는 이탈을 모색하면서부터다. 한국에겐 최근 그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개발 계획 등으로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며 다른 큰 시장을 찾아야 하는 절박함에서 기인한 것이다.칼럼 필자이자 이 책의 역자인 박인식 전 사우디 법인장은 2009년부터 2021년까지의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돈 많은 나라', '세계 최고 부자 빈 살만'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원 저자인 벤 허버드도 비슷하다. 허버드는 나아가 MBS가 왜 개혁 군주인지, 왜 잔인한 폭군인지 실감나게 전한다. 읽다 보면 어느 쪽이 더 진실인지도 알게 된다. 한여름의 독서, 사우디 및 중동 투자의 바이블로 이 책을 추천한다는 게 역자이자 칼럼 필자의 의견이다. [편집자 주]


✔ 사우디에서 13년 산 역자가 말하는 사우디의 민낯
✔ '원하면 무엇이든' 무함마드 빈 살만이 사는 방식
✔ 글로벌 기업 총수 만난 MBS, 알고 보면 투자 부탁?
✔ 정책 결정 과정 불투명하고 언제 뒤집힐지 몰라
✔ 사우디는 위험 요소 많지만 겨냥해야 하는 시장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아라비아 왕세자 (사진: 연합뉴스)



사우디에서 13년… 책의 번역을 맡기까지


작년 11월 사우디 왕세자가 한국에 다녀간 이후로 한동안 사우디 관련 기사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기사 대부분이 장밋빛 일색이었다. 한 발짝만 떨어지면 빈틈이 무수하게 보이는데, 그런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사우디라면 모두 돈이 넘치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사우디에서 십삼 년을 버텼다. 변변한 성과 하나 거둔 것 없이. 허접한 성과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아무튼 사우디에 대한 내 시각이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사우디를 너무 몰랐던 것이 성과를 거두지 못한 가장 큰 이유였고, 사우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쏟아내는 보도가 그 짐의 무게를 더했다.


귀국하고 나서 사우디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적지 않았지만 의아할 정도로 나와 같은 생각을 찾기 어려웠다. 내 생각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에 칼럼을 써보면 어떻겠냐는 분에 넘치는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귀국하고 나서 불과 한 해라는 짧은 시간에 사우디에서는 지난 십삼 년간 일어났던 것보다 더 많은 변화가 일어났고, 그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견해는 오히려 사우디에 대한 오해를 조장할 뿐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양했다.


얼마 후 실질적인 사우디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에 대한 책을 번역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다. 주제에 넘는 일이라고 생각하다가 몇 장을 읽어보고는 덜컥 ‘그러마’라고 했다. 무엇보다 저자의 시각이 나와 같다는 점이 반가웠고, 한편으로는 안심도 되었다.


그곳에서 십삼 년 일했고, MBS의 등장을 지켜봤고, 누구보다 그 내막을 궁금해했지만 지금껏 MBS에 대해 제대로 정리된 글을 보지 못했다. 2009년 초에 부임했으니 그가 권력의 중심으로 등장하기 이전의 사우디부터 지켜본 셈이고, 2021년 말 그곳을 떠났으니 그가 권력을 행사한 과정을 어지간히 지켜봤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는 해도 사우디는 언론이 통제된 곳이어서 겉으로 드러난 기사만으로 상황을 짐작해야 했다. 그러다 이 책을 번역하면서 비로소 상황을 이해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가졌던 많은 궁금증을 풀 기회를 얻은 셈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중동의 새로운 지배자>(필자 역) 발간을 열흘쯤 앞두고 <빈 살만의 두 얼굴>도 발간되었다. 아마 내가 첫 번째 독자였을 것이다. 두 책이 다루고 있는 범위와 깊이가 사안에 따라 다소 차이를 보였을 뿐 내용이 서로 어긋난 부분은 없었다. 우선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두 책 모두 인물에 치중하고 있다 보니 그것만으로 사우디의 현 상황을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그것이 아쉬워 편집자를 조르다시피 해서 사우디 상황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조망한 해제를 긴 분량으로 실었다. 넋두리를 받아준 편집자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지 않았는데, 그것이 두 책을 가르는 분수령이 된 듯해 면이 좀 서게 되었다.







사진: 셔터스톡



연이어 쏟아지는 사업계획… 사업비만 1조 달러


사우디의 2022년 국가 예산은 2,787억 달러고 2021년 인당 GDP는 2만 3,585달러다. 한국의 2022년 국가 예산은 5,087억 달러고 2021년 인당 GDP는 3만 4,757달러다. 사우디의 국가 예산이 한국의 절반 조금 넘고 인당 GDP는 한국의 3분의 2에 불과한 것이다. 게다가 사우디는 한국에 비해 인구도 적어 국가 경제 규모의 척도인 GDP는 2021년 기준 사우디 8,335억 달러로 우리나라 1조 7,960억 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사우디가 원유 수출로 올린 수입은 유가가 가장 낮았던 2020년에는 1,120억 달러, 2021년에는 유가가 올라 1,825억 달러, 연평균 유가가 100달러에 근접했던 2022년에는 2,59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된다. 참고로 삼성전자의 2021년 매출액은 2,444억 달러였다. 결국 유가가 정점에 있을 때 사우디가 원유 수출로 올린 한 해 수입이 삼성전자 한 해 매출액과 비슷한 규모라는 것이다.


사우디의 실제 권력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를 이해하는 것도 다르지 않다. 누구는 그의 재산이 2조 달러라고 이야기한다. 그 금액은 사우디가 7~8년 열심히 원유를 수출해야 올릴 수 있는 수입이고, 사우디의 6년 치 국가 예산과 맞먹으며, 애플과 세계 최대 기업의 자리를 놓고 다투는 사우디 아람코의 시가총액보다도 크다.


더구나 그는 아버지 살만 국왕이 2015년 즉위하기 전에는 권력 서열을 따질 형편에도 미치지 못했던 사람이다. 사우디 신문에 MBS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살만이 국왕으로 즉위할 무렵이 아닌가 싶다. 살만은 2015년 1월 국왕으로 즉위하자마자 자신이 맡고 있던 국방부장관 자리를 MBS에게 넘겨줬다. 베일에 싸였던 그가 1985년생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국방부 장관 자리에 오르고도 한참이나 지나서였다.


그러니 MBS가 권력을 쥐고 재산을 모으기 시작한 것은 멀리 잡아도 살만이 왕세제 자리에 오른 2012년 이후일 것이다. 결국 2조 달러라는 그의 재산은 국유재산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는 한 불가능한 숫자다. 물론 재산이 정말 그 정도인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나온다는 것은 그럴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한 그가 원하면 무엇이든, 그것이 국유재산이든 사유재산이든 가질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2017년 왕세자에 오른 MBS는 그해 10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에서 네옴 건설계획을 발표한 것을 필두로 엄청난 규모의 사업계획을 연이어 쏟아냈다. 신도시 네옴 건설 5,000억 달러, 홍해 리조트 개발 300억 달러, 선사 유적지 알울라 개발 150억 달러, 리야드 인근의 종합 레저 타운인 키디야 개발 640억 달러, 리야드 인근의 왕가 발원지 디리야 복원 500억 달러. 이밖에 아시르 국립공원 개발, 제2국영항공사 설립, 리야드 공항을 세계 최대 규모로 확장하는 사업은 사업비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2023년 2월에는 리야드에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400미터인 ‘무캅’이라는 마천루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3월에는 기존의 사우디에어에 이어 두 번째 국영항공사인 리야드에어를 설립하고 370억 달러를 들여 보잉 드림라이너 787을 72대 발주했다. 같은 달에 세 번째 국영항공사인 네옴에어라인을 설립해 2024년에 영업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금까지 발표한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은 1조 달러가 훌쩍 넘는다. 많은 사람이 예상하는 대로 네옴 사업비가 두 배 이상 증가할 경우 전체 사업비는 2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해 원유를 수출해서 올릴 수 있는 수입이 최대 2,500억 달러, 한 해 국가 예산도 그 정도인 나라에서 불과 10년 안에 2조 달러에 육박하는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하겠다는 것일까?







네옴시티 '더 라인' 조감도 (사진: NEOM)



사우디의 권력은 이미 MBS의 손안에


물론 아람코도 있고 국부 펀드로 유명한 공공투자기금(PIF)도 있지만 이 큰 사업비를 감당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 결국 외부 투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실 사우디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발주되는 사업의 상당수가 민간투자에 의존하고 있다. 발전소의 경우 민간이 사업비를 대고 준공 후 전력 판매 대금으로 사업비를 회수하는 구조다. 왕세자가 추진하는 거대 사업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민간투자로 추진될 것이다. 물론 사우디 정부에서 지급보증을 서겠지만 사업이 엎어지거나 추진이 지지부진해지면 그 부담은 투자 기업이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


그러니 노다지라고 생각했던 사업들은 재원도 마련되어 있지 않고 성공 가능성도 불투명하며 걸림돌이 사방에 널려있는 어쩌면 도박에 가까운 사업일지도 모른다. 재원이 없으니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데, 성공 가능성이 불투명하고 걸림돌도 많아 투자 유치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왕세자가 작년 11월 방한해 글로벌 기업의 총수들을 만난 것이다. 결국 그 자리는 사업을 맡기겠다고 선심 쓰는 자리가 아니라 투자를 부탁하는 자리일 수밖에 없고, 기업 소식통을 통해 그것이 사실로 확인되기도 했다.


사우디는 명실공히 전제 왕정 국가다. 모든 법령은 왕명이라는 이름으로 반포되고, 의회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슈라위원회는 국왕 자문 기구에 지나지 않는다. 국왕의 권력을 통제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는 말이다. 사우디의 권력은 이미 MBS의 손아귀에 들어가 있다. 문제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손에 넣은 그가 자신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가 권력의 실세가 되고 난 후 발표한 정책이나 계획 중에 이해하기 어렵고 즉흥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더욱이 그 계획 하나하나가 국운을 걸어야 할 만큼 엄청난 재원이 소요되는 일이니 지켜보는 사람으로서도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작년 11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일행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도착, 가림막 뒤로 이동하고 있다. 당시 빈 살만 왕세자는 재계 주요 총수 및 최고경영자(CEO)들과 회동했다. (사진: 연합뉴스)



불투명함과 불확실성이라는 문제


2021년 2월, 사우디 정부는 중동사업본부를 사우디로 옮기지 않는 기업은 입찰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몇몇 기업이 중동사업본부를 리야드로 옮겼다는 기사가 나기는 했지만 영 지지부진했다. 한국 기업 중에도 이전을 고려하는 경우가 없어 이유를 물어보니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서 망설이고 있다고 했다. 어느 기업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사우디는 이처럼 돈을 쌓아놓고 사는 나라가 아니다. 게다가 정책 결정 과정이 불투명할 뿐 아니라 언제 그 정책이 뒤집힐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이다. 하지만 뭔가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나라인 것은 분명하다. 실현 가능성이 있건 없건 하겠다고 벌여놓은 일이 천문학적인 규모에 이르고, 그중 일부는 이미 발주되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시장을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써놓고 나니 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국내 건설 시장은 이미 포화되어 생존을 위해서는 해외로 진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어디 하나 만만한 시장이 있을까. 기업으로서는 사면초가인 상황이다. 그렇기는 해도 나는 우리 기업이 그런 난관을 모두 극복해 낼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한국 기업이 사우디 시장에 진출한 역사가 그랬기 때문이다. 지금은 당시 사우디 시장에 진출한 것을 신화처럼 여기지만, 그 신화는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포기하지 않은 기업인들의 땀과 피로 이루어진 실체이다. 수많은 난관이 있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지만, 과거에도 잘 극복했으니 앞으로도 잘 대응해 나갈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우디 시장을 차지하는 일이 무모해 보이는 것은 다르지 않다. 다만, 무모한 용기만으로 시장을 차지하는 일이 더는 가능하지 않다는 점이 다를 뿐.







정주영 명예회장이 1979년 사우디아라비아 젯다시 공공주택 공사 현장을 살피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앞서 언급한 사우디 시장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위험 요소 중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그리고 그 원천은 MBS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지금 그가 국운을 걸고 추진하는 사업의 성공 가능성이나 재원 확보 방안도 의문을 지우기 어렵다. 하지만 MBS의 결정에 이의를 다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라는 것은 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치명적인 문제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가 등장하고 나서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되기까지 과정을 알아야 한다.


사우디가 위험 요소가 많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겨냥해야 하는 시장인 것도 사실이다. 알고 나면 매를 피할 수 있고, 어쩔 수 없이 맞는다 해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옮긴이로서 이 책이 그저 흥미를 돋우는 책을 넘어서 그런 역할도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메디치미디어의 신간 <무함마드 빈 살만, 중동의 새로운 지배자> 책 정보 바로 가기








글쓴이 박인식은고려대학교 지질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원전 지질조사에 참여하는 것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2년 말 벽산엔지니어링으로 옮겨 원전을 포함한 사회 기반 시설 지질조사와 설계에 참여했다. 2009년 초 사우디 현지법인인 벽산아라비아에 부임해 근무하다가 2021년 말 귀국한 후 현재까지 본사 전문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압둘라 국왕 재임 시절부터 살만 국왕이 즉위하고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실세로 등장하기까지 사우디아라비아 격동의 세월을 현지에서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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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리뷰


구매 리뷰


한 달 후 리뷰
종이책구매자ag*****|2024.04.18|신고/차단
10
/최고예요
강의하시는 모습도 차분히 조리있게 잘 하셔서 책내용도 좋겠거니 하는 기대로 ~시작된 독서는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경제쪽에서 실무를 하신 분들의 살아있는. 사우디의 모습, 네옴시티의 민낯. 사우디 정치 사회 경제적 모습까지..빼놓을 섹션이 없었어요..
이런책이 베스트셀러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도 책 꼭 쓰시길요..
펼치기
1답글 0
종이책구매자po******|2024.03.29|신고/차단
7.5
/도움돼요
사우디 13년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부상하고있는 모하메드 빈 살만MBS 왕세자의 650조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포함한 개방정책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담고있다.. 사우디 경제력에 대한 오해, 극심한 빈부격차, 성실성과 거리가 먼 국민성, 여전한 보수적 이슬람주의 등 사우디에 대한 한계성이 고스란히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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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식 지음, 동아시아, 336쪽, 1만8000원


한국은 중동을 일자리로 기억한다. 1970년대 대기업이 중동에 대거 진출해 해외 건설 경험을 쌓았고, 중동에서 들어온 외화는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그래서인지 최근 중동의 개방 기류에 한국 기업이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중동 시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이슬람 종주국을 자임하는 나라이며, 경제 규모도 가장 크다. 책 ‘지금 다시, 사우디아라비아’는 사우디를 “중동의 인력과 물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사우디가 중요한 곳이라는 의미다.


필자는 2009∼2021년 약 12년을 사우디에서 주재원으로 일했다. 사우디에서 일과 삶으로 엮인 세월이 책에 담겨 있다. 이 기간 사우디가 어떻게 변했는지, 사우디에 한국은 어떤 인상으로 남아 있는지가 자세히 적혀 있다.


필자가 사우디에 머문 기간은 사우디 정치의 급변기이기도 했다. 실권을 잡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 시기에 집권했다. 정치는 국민 모두의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특히 정책에 민감한 사업가, 그것도 외국인이라면 정치 기류 변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정책이 바뀌는 방향에 따라 사업은 물론 더 머물지도 결정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꽤 많은 페이지를 할애해 빈 살만 집권기 전후의 분위기 전환을 다룬다. 사우디의 개혁·개방 정책의 방향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이 나침반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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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중동의 시진핑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d | 2024-03-12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19498159
<중동의 시진핑>
한 때, 대기업 오너들이 한 사우디 재벌 앞에서 공손히 손을 모으고 앉은 한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되었다. 사진의 주인공은 재산 2600조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Mohammed bin Salman Al Saud, 줄여서 MBS),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고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이었다. 그는 비전 2030을 통해, 네옴이라는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천명했으며,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무려 170km(서울에서 대전까지보다 더 길다)의 길이에 높이 500m(롯데타워)에 달하는 초대형 건물을 200m 간격(축구장도 들어간다)으로 세우겠다는 더 라인이다.

물론 어느 정도 시사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라면 ‘카슈끄지 살해 사건’을 기억하실 것이다. 쉽게 말하면 중국(사우디)이 중국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쓰던 중국인 기자를 한국(터키)에 있는 중국 대사관에서 살해하여 시체마저 유기한 사건이었다. 당연히 한국(터키)을 포함한 국제 사회는 강한 비난을 퍼부었다. ‘더 라인’과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사우디가 어떤 나라인지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세계적인 관심이 중동, 더 정확하게는 사우디를 비롯하여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등에 쏟아지고 있다. 이유는 석유를 바탕으로 한 어마어마한 돈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두 책이 나왔다. <지금 다시, 사우디아바리아>와 <중동 인사이트>이다.
<지금 다시, 사우디아바리아>가 건설업자가 현미경으로 보고 쓴 책이라면, <중동 인사이트>는 기자가 망원경으로 보고 쓴 책이다. 상호 보완적인 책이다.

우리가 사우디제이션(의무적으로 직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사우디인을 채용하는 규칙)으로 채용한 30명 중 유일하게 제 시간에 출근하던 사우디 직원. -지금 다시, 197page-

2023년 현재 사우디 인구는 3,218만 명인데 그중 자국민은 1,880만 명으로 60퍼센트를 차지한다. -지금 다시, 265page-

일본기자 1. 우리 신문을 보는 독자라면 중동 이슈에 중동 이슈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중동 인사이트 438p.-

중동과 무함마드 빈 살만에 대해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또한 인구가 줄어들어 이민을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우리 나라로서는 어마어마한 이민을 받아들인 중동을 통해 배울 점이 많다.

미스터 에브리싱은 사우디를 개혁에 나선다고 했다. 마치 시진핑을 보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사우디의 빈살만과 중국의 시진핑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다. 가정 먼저 개혁해야 할 대상은 국가과 국민이 아니라, 본인 자신이기 때문이다.

“타이어(검은 색 터번)를 쓴 사람(이란의 시아파 지도자)들과 군화를 신은 사람들 때문에 나라가 이 모양이 됐다.”
“히잡을 쓰든 안 쓰든 아무 문제가 없다. 타이어를 쓰는 게 문제다.” -중동 인사이트 331 page-

#중동인사이트 #지금다시사우디아라비아 #그의사의서재 #무함마드빈살만 #미스터에브리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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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사우디아라비아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1 | 2025-02-19 | 신고


원문주소 : https://sarak.yes24.com/review/20990804
중동 대부분의 나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책은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자세하게 안내되어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가님의 경험이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어서 실감나게 다가왔습니다. 역사적인 설명과 빈 살만 지도자에 대한 글이 세계정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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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피렌체의 식탁>에 스물네 번째 서평이 올라왔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가장 크게 관심을 두고 있고, 십수 년 경험한 사우디아라비아를 다룬 책입니다. 저자인 캐런 엘리엇 하우스는 80년대 초반부터 중동을 취재한 베테랑으로, 당시로서는 드문 여성 기자였지만 그래서 남녀 부동석의 사우디에서 남성 기자로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던 여성에 대해, 그리고 취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빈곤층에 대해 깊이 있는 취재를 벌일 수 있었지요. 그것만으로도 이 책은 가치가 있습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많습니다만.
링크는 아래에 올립니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클릭 한 번...
♣♣♣
사우디아라비아
캐런 엘리엇 하우스
서정민 해제
빙진영 옮김
메디치미디어
2016년 8월 25일
사우디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상당히 익숙한데 사우디에 관한 기사나 자료는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중동 최대 산유국이라는 정체성 하나로 사우디를 정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긴 직장인으로서 마지막 순간을 잘 마무리해보겠다고 사우디 현지법인에 부임했던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물론 부임하기 전에 사우디나 중동 경험자들에게 조언도 받고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열심히 찾아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을 수 있었던 건 책 몇 권이 전부였다.
부임해 보니 사우디에 관한 지식은 그곳에서 일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에도 이르지 못했다. 그 이후로 부족한 이해를 만회하려고 눈에 보이는 대로 읽고 또 읽었다. 이 책도 그중 하나였다. 번역서로 읽은 건 2016년이지만 원저는 그보다 훨씬 전인 2012년에 발간되었다. 처음 읽고 8년이나 지난 지금, 그 책을 처음부터 아주 꼼꼼히 다시 읽었다. 그러면서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처음 읽을 때는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발견하지 못했는데, 돌이켜보니 그때 내가 읽고 이해한 것은 알고 있었고 관심 두었던 딱 그만큼이었기 때문이다.
저자인 캐런 엘리엇 하우스는 이미 칠십 중반을 넘긴 은퇴 기자로 80년대 초반부터 중동을 취재했고 그것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 편집장을 거쳤으며 은퇴하기 직전엔 발행인에 올랐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저자가 누구인지도 신경도 쓰지 않았고 그저 텍스트만 건성으로 훑었던 모양이다. 최근에 확인할 것이 있어 다시 읽었는데 그러면서 비로소 이 책의 진가를 알게 되었다. 당시로서는 드문 여성 기자였지만 그래서 남녀 부동석의 사우디에서 남성 기자로서는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던 여성에 대해, 그리고 취재 대상에서 벗어나 있던 빈곤층에 대해 깊이 있는 취재를 벌일 수 있었다.
사우디에 첫발을 디딘 후 지금까지 여러 책을 읽고 틈나는 대로 인터넷을 뒤졌지만 사우디 여성과 빈곤층에 관해 정리해놓은 것으로는 아직 이만한 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일부다처제의 당사자인 여성을 만나며 남편을 공유하는 여성들이 한집에 살면서도 서로 왕래하지 않는 모습을 목격한다. 남편을 공유하는 것을 불만으로 여기는 게 아니라 알라의 뜻으로 알고, 그래서 그것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놀란다. 그리고 여성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집을 높은 담으로 둘러치는 것이 결국은 여성을 가둬두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런 면에서는 부유하든 가난하든 왕족이든 평민이든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모든 여성이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건 아니다. 저자는 선지자 무함마드가 첫 부인인 카디자 생전에 다른 부인을 두지 않았고, 당시에는 여성이 모스크에서 설교를 들을 수 있었고 심지어 전쟁에도 참여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여성 차별이 쿠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리고 여성으로 사우디 인권위원장에 오른 이의 입을 통해 “사우디 종교 지도자들이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말하는 건 사실이 아니며 선지자 무함마드는 항상 카디자에게 자문을 구했다”고 확인한다.
저자는 1970년대 말 이전이 훨씬 자유로웠다고 전한다. 아마 “1979년 무장단체의 메카 대사원 점거사건 이후 사우디가 원리주의로 급선회”하기 이전의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2017년 권력 전면에 나서 개혁정책을 추진하면서 ‘1979년 이전의 사우디’를 여러 번 언급하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 기억하는 것이 다르고 검색으로는 이를 확인할 만한 정황을 찾기 어려웠다. 일례로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왕세자는 1979년 이전에 여성이 운전했다고 말한 데 반해 왕세자에 의해 피살된 카슈끄지는 자기는 당시 여성이 운전하는 걸 보지 못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저자는 1980년대 초반부터 중동 취재를 시작했으니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겠지만, 당시로서는 불과 몇 년 전 일이어서 충분한 증언을 들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기록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나는 압둘라 국왕이 재위하던 2009년에 사우디에 부임했는데, 부임하던 해에 여성 차관을 임명해 화제가 되었다. 이어서 남녀공학인 KAUST 과학기술대학을 세우고 국왕자문기구인 슈라위원회에 여성 의원을 임명하는 등 여권 신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저자는 압둘라 국왕이 여성 운전을 허용하고 싶어 했지만 국민 85퍼센트가 반대한다는 여론에 충격을 받고 계획을 포기했다는 뒷이야기도 들려준다. 나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충분히 수긍할 만한 일이다. 당시 나이 든 여성들이 여권 신장에 앞장서서 반대한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저자가 전하는 사우디 빈곤층의 현실은 예상보다 더 열악하다. 전체 사우디 가구의 40퍼센트가 한 달에 850달러 이하로 생계를 유지하고, 19퍼센트에 달하는 극빈층은 480달러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정부 보조금이 소득의 20퍼센트 정도를 차지하며 의료와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평균 다섯 명이 넘는 가족이 한 달을 살기에는 너무도 부족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부자나라로만 인식하고 있는 사우디, 어렵고 위험하고 지저분한 일은 모두 가난한 외국인 노동자에게 맡긴다는 사우디의 이면에 이런 빈곤층이 있다는 건 놀랍다. 물론 이 책이 발간되고 이미 12년이 흐른 터라 많이 개선되기는 했겠지만, 그간 빈곤 문제를 해결할 만한 계기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니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돌이켜 보니 사우디에서 일하던 13년 동안 신문에서 빈곤층에 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없었다. 사우디가 언론 통제가 심하다고는 하지만 외국 언론사도 많은데 왜 그런 기사를 찾을 수 없었을까? 그러고 보면 사우디에 대한 보도는 산유국과 이슬람 종주국과 시장으로서의 사우디에 치중해 있었고, 그 때문에 비록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와 같은 사회적 그늘에 대한 취재가 드물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런 빈틈을 저자 특유의 감수성으로 찾아낸 것이고.
사우디 정부 발주사업을 수행하던 내게 공사 대부분이 지연되고 예산이 늘어난다는 언급은 너무 익숙한 모습이다. 저자는 2011년 프로젝트 관리자와 감독관 3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제때 종결하지 못한 정부 사업이 97퍼센트이고 예산을 초과한 게 80퍼센트에 달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더 큰 문제는 공무원들이 이에 대해 아무런 잘못도 인식하지 못하고 막대한 국가적 낭비를 걱정하지도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그중 하나가 리야드의 프린세스 누라 대학인데, 2008년 40억 달러 예산으로 시작한 공사가 2011년 개교 당시 53억 달러로 33퍼센트 초과했다. 늘 있는 일이었으니 내겐 새로울 것도 없다.
2010년 중동에서 ‘아랍의 봄’ 사태가 일어났을 때 사우디 정부는 이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신병 치료를 위해 외국에서 머물던 압둘라 국왕이 급거 귀국해 사회 전 분야에 엄청난 돈을 뿌렸다. 당시 뿌린 자금의 규모는 모르고 있었는데 저자는 그것이 수천억 달러에 달했다고 증언한다. 공무원 최저임금을 도입하고 2개월분 보너스를 지급하고 무려 12만6000개 일자리를 단기간에 창출했다. 그 덕분에 ‘아랍의 봄’이 사우디를 피해가기는 했다. 하지만 저자는 그 후유증이 엄청났다고 지적한다. 젊은이들이 민간부문 생산직 취업은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고, 2004년에 비해 공공지출이 3배 상승했고, 비석유 부문 GDP는 정체되었다. 그뿐 아니라 사우디인의 특권의식을 강화하고, 불공평한 부의 분배에 대한 적대감을 높였으며, 국민의 권리를 왕가의 호의로 포장해 많은 사우디인이 굴욕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저자가 서술한 것 중에 사우디에 십수 년을 근무하면서 깨닫지 못했던 것이 하나 있다. 오늘날 사우디는 통일국가의 면모보다는 부족, 지역, 이슬람 분파의 집합체라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크게 사우드 왕가 발원지인 리야드를 중심으로 하는 네지드, 사우디 최대 항구인 제다와 성지 메카를 아우르는 헤자즈, 시아파가 모여 사는 동부, 예멘에 뿌리를 둔 아시르로 나뉜다. 그런 상황에서 저자는 “헤자즈 사람들은 네지드 사람들이 요직을 모두 차지하고 그들의 관습과 종교관을 모든 국민에게 강요한다고 분통을 터트린다. 석유가 풍부한 동부지방의 시아파 사람들은 와하비즘이 삶을 지배하며 차별이 만연하는 사실에 분개한다. 예멘에 뿌리를 두고 있는 아시르 사람들은 예멘과 가깝다는 이유로 업신여김을 당하는데 이는 시리아와 이라크에 가깝다는 이유로 업신여김을 당하는 북부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또한 부족 충성심 또한 국민을 분열시키는 요소인데, 실제로 부족 간의 결혼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사촌을 결혼 상대로 가장 선호한다. 사우디인들은 억양이나 이름으로 다른 부족을 쉽게 구분한다.
사우디인들이 이렇게 분열되고 서로와 반목하는 줄은 미처 몰랐지만 생각해보니 의아한 일이 몇 번 있었다. 사업 추진을 위해 사우디인들을 만나고 와서 파트너에게 이야기하면 간혹 그 사람과는 더 이상 관계를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그때는 그저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름만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하지만 저자는 그것을 “사우디인들의 삶에서 분열은 일상 요소이며, 이 네 지역민의 분열 특성은 오늘까지 이어진다”고 표현한다. 그곳에서 일할 때는 의아해하기만 했고 그것이 분열로 이어지고 고착된다는 생각은 미처 해보지 못했다. 이 사실을 미리 알았더라면 그동안 겪은 난관 중 몇 개는 피해 갈 수도 있었겠다.
저자는 내용 중 상당 부분을 3대 파이살 국왕에 할애하고 있다. 우리로 치면 세종대왕쯤 되는 성군으로 여겨지는데, 앞으로 관심을 두고 살펴볼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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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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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을 바꾸는 게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 돌아보면 나 또한 생각을 수없이 바꿨다. 생각을 바꾼 게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먼저 생각을 바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꿨다는 사실을 아는 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주의 깊게 살펴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바꾼 생각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러려면 생각이 짜임새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럴 생각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아닌데, 생각을 글로 남기다 보니 생각에 짜임새가 생기고 글로 남으니 내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필 수 있게 되었다. 그런 유익을 깨닫게 되면서부터 나는 내 글의 으뜸 독자가 되었다. 내 글을 읽고 또 읽으면서 생각에 빈틈은 없는지, 혹시 생각이 바뀌었다면 그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 살필 수 있었다.
글쓰기의 유익이 하나둘이 아니지만, 이것이야말로 그중 으뜸이 아닐 수 없다.

최주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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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글의 으뜸 독자"라는 말씀에 저도 지극히 공감합니다. 그렇게 글을 쓰고 돌아보고 돌아봅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아는 것과 깨닫는 것의 차이는 아픈가 안 아픈가의 차이라고. 글쓰고 되새김하면서 자꾸 아픈 걸 보면, 글쓰기는 결국 자기 깨달음의 과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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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식
최주훈 그래서 일기가 읽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읽지 않는 일기를 뭐하러 쓰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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