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05

박태균 "지금 한일관계의 희망은 시민.지식인 사회뿐" < 현장소식 < 기사본문 - 통일뉴스

박태균 "지금 한일관계의 희망은 시민.지식인 사회뿐" < 현장소식 < 기사본문 - 통일뉴스

박태균 "지금 한일관계의 희망은 시민.지식인 사회뿐"
노무현재단 등, '종전 70주년과 동아시아의 미래' 토론회 개최
기자명 이광길 기자   입력 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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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재단 등이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종전 70주년과 동아시아 미래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통일뉴스 이광길 기자]
역사학자이자 국제관계 전문가인 박태균 서울대 교수가 12일, "한일관계의 미래와 관련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 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강대국 편승에 기반한 현상유지'를 생존논리로 삼아온 '매국노와 전쟁범죄자, 냉전 기득권 세력'의 후손들이 장악하고 있는 한.일 양국 정부에 기대할 게 없는 까닭이다. '냉전 기득권 세력'은 존재 자체가 '남북갈등 보다 더한 남남갈등'의 근원이다. 한일관계의 근본 문제는 '과거사'라기보다는 '과거사로부터 비롯된 세력'인 셈이다. 

박 교수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노무현재단(이사장 이해찬) 등이 개최한 '2차 대전 종전 70주년과 동아시아의 미래' 토론회 주제발표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시민사회 주도 하에서 강대국의 논리에 편승하지 않는 한일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로부터 독립된 공공외교"을 강조했다.

한.일 시민사회가 주도하여 '지난 70년 동안 잃어버렸던 제3의 길'을 되살리자는 주장이다. "이것이 카이로선언에서부터 일반명령 제1호, 그리고 샌프란시스코 체제에서 한일협정으로 이어진 강대국 주도 하의 논리를 벗어나 평화에 기초한 미래 번영의 양국 관계를 개척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일본이 패망한 시점이 한.일이 불행했던 과거를 청산할 첫 기회였으나, 패전국인 일본으로부터 한국을 분리하는 목적뿐이었던 카이로선언(1943)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미.소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일반명령 제1호(1945. 8. 17)'는 그 어떤 독립운동세력에게도 일본의 항복을 받을 권리를 주지 않았다. 한국 등이 배상은커녕 샌프란시스코회의에 참가하지도 못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보다 핵심적인 문제는 유럽과 달리 동아시아에서 '매국노'와 '전쟁범죄자'가 제대로 처벌받지 않고 다시 정치의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일본에서는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가 총리가 돼 자민당 독주 체제(55년 체제)를 만들고, 한국에서는 과거 일왕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박정희가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해 18년간 철권 통치했다. '냉전 기득권 세력'이 한.일 사회와 권력 중심부에 확고하게 자리잡은 것이다.

박 교수는 "두 번째 기회는 1965년의 한일협정이었으니 이 기회 역시 살리지 못했다"며 "한일협정의 동력 자체가 미국의 아시아정책에서 비롯되었고, 한국과 일본의 주도세력들 역시 강대국의 이해관계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려 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두 번째 기회에서는 미국이 일정한 역할을 해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재산권이나 독도 문제에서 중재를 해야 할 위치였음에도 "자신들의 약점과 문제를 노출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들에 개입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가 "이런 말을 하는 게 답답하지만 어느 곳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지 묻는다면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라고 말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중앙일보> 김영희 대기자는 "시민사회와 지식인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 "외교와 관련해서 지금 정부에 기대할 게 없다. 아베의 입만 쳐다보고, 정말 건성건성 외교다"고 질타했다. 그는 "한.일의 양식있는 시민들이 연대하고 지자체가 이를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외교에서 지방분권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노무현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사장 이정우), 한반도평화포럼, 통일맞이 등이 주최.주관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박태균 교수의 주제발표와 김영희 대기자, 서중석 성균관대 명예교수, 이해찬 이사장, 정세현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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