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전자책]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백승주 (지은이)은행나무2019-08-15
8.7 100자평(7)리뷰(8)
기본정보
제공 파일 : ePub(55.09 MB)
TTS 여부 : 지원
책소개
오락은 있지만 성찰은 없는 외국인 탐닉 시대. 이방인의 눈으로 익숙한 것을 뒤집어보는 것에 그 어느 때보다 열광하는 시대. 이런 외국인 전성시대에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이 된다는 것, 다른 호흡으로 작동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유려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역설한 책이다.
언어를 매개로 타인과 세상에 연결되던 한 사람이 언어를 잃고 난 뒤, 자기 자신과 뿌리, 사람과 사회, 일상과 공간, 삶의 의미로 사유를 확장하는 이 책은, 모두 16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단순한 해외 체류기라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사유를 녹여낸 아주 진진한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익숙한 디폴트 값을 뒤집는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의 진부함을 타파하는 한층 더 넓고 깊은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 변신, 또는 외국인 되기
∙ 가리키기는 일종의 초능력
∙ 버스가 가진 수많은 풍경들
∙ 물 좀 주소
∙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 산다는 것
∙ 흠결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 슈퍼 리치의 악몽
∙ 인간의 입이란 보잘것없습니다
∙ to shanghai [verb]
∙ 미로와 미궁의 세계사
∙ 연어의 맛
∙ 나는, 느리지만 오래 달릴 수 있다
∙ 중국이라는 거인이 수집한 트로피
∙ 사적인 일기가 널린 거리
∙ 마오의 나라에서 햄버거를 먹다
∙ 소리로 지은 박물관
감사의 글
책속에서
첫문장
지금 당신에게는 무엇이 보이는가?
P. 6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절대 중국어를 공부하지 않는다.’ 중국 상하이 소재 대학에서의 1년간 파견 근무가 확정된 순간, 남몰래 속으로 한 결심이다. 여행이 아닌 ‘살러’ 가는 곳에서 스스로 문맹이 되겠다는 생각은 지금 돌이켜봐도 매우 어리석은 발상이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문맹 되기’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_ 작가의 말 접기
P. 21~22 ‘마음을 읽는다’는 것을 말로 풀어내자면 꽤나 현기증 나는 작업이 된다. 이를 그나마 간단히 풀어보자면, 마음을 읽는 것이란 ‘나와 상대방이 모두 공동으로 한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동시에 ‘다른 이의 관점에서 그 사물을 보는’ 과정이다. 그리고 인간은 가리키기를 하면서 이 복잡한 무한 루프를 순식간에 만들어낸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아주 어처구니없게 들리겠지만 가리키기란 일종의 초능력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그 초능력은 더욱 발전하여 급기야는 ‘언어’를 만들어내게 된다.
_ 가리키기는 일종의 초능력 중에서 접기
P. 57 상하이에서 지하철을 탈 때 이런 몽상을 할 때가 있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는데 상하이의 지하철역에서 내리는 한 남자의 이야기. 상하이가 생경한 여행자라 할지라도 거대도시에서 지하철로 통근을 했던 사람이라면 상하이 지하철의 익숙한 풍경에 안도감을 느낄 것이다. 지하철 안에서 서로를 의식하지 않는 듯 의식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도 그렇고, 앉을 자리라는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보이지 않는 신경전도 그렇다.
_ 지하철이 있는 도시에 산다는 것 접기
P. 69~70 삶의 총합은 아닐지라도 삶의 일정한 부분 집합은 내가 살았던 방의 기억이다. 만약 삶의 기억이 건물로 지어져있다면, 그 건물의 각 층은 자신이 살았던 방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방에서는 각각의 다른 ‘나’가 그 시절의 사건들을 재현 중일 것이고. 삶을 추억하는 일이란 그 건물 안의 층과 층 사이를 오르내리고, 방과 방 사이를 뛰어다니는 일이다.
_ 흠결 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 접기
P. 77 끔찍하기는 하지만 악몽에도 좋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공평함이다. 세금과 달리 악몽은 공평하다. 악몽은 나이나 지위,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가기 때문이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악몽이 그렇게 공평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세상의 악한들과 학살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에게 악몽의 누진제가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국세청은 속일 수 있지만 악몽은 따돌릴 수 없다.
_ 슈퍼 리치의 악몽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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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백승주 (지은이)
저자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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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한국의 변방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의 작은 방에서 보르헤스와 로맹 가리, 롤랑 바르트,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생들을 만나 세상에 대해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섬을 탈출해 육지로 건너와서는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10년 동안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 시간 동안 한국과 한국어를 타자의 눈으로 보는 법을 익혔다. 지금은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어교육학과 사회언어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약 1년간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에 교환교수로 파견되어, 그곳에서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조금 긴 호흡의 글이지만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에 작은 균열을 내는 돌멩이 같은 글을 쓰려 노력 중이다. 접기
최근작 :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 총 2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해독할 수 없는 문자 속으로 걸어가는 순간,
세계는 다시 시작된다!
어떤 사회에서 ‘문맹’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인가
언어를 잃어버린 가련한 언어학자가
온몸으로 관통한 상하이 분투기
오락은 있지만 성찰은 없는 외국인 탐닉 시대. 이방인의 눈으로 익숙한 것을 뒤집어보는 것에 그 어느 때보다 열광하는 시대.《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는 이런 외국인 전성시대에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이 된다는 것, 다른 호흡으로 작동하는 세계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유려하고 재치 있는 문체로 역설한 책이다.
저자 백승주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 그리고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는 언어교육학자이자 사회언어학자이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 외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아무 연고 없는 한국 땅을 용감하게 찾아와 낯선 언어를 배우는 까닭을 궁금해하고, 완전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삶에 호기심을 느낀다. 그런 그에게 낯선 땅 중국 상하이에서 1년 동안 머물 기회가 주어졌다. 2017년 9월부터 2018년 7월까지 중국 상하이 푸단대학교에 교환교수로 파견된 것. 저자는 이 기회를 여행자가 아닌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으로 살아보기로 했다. 그리하여 그가 제일 먼저 결심한 것은 이것.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중국어를 배우지 않는다.’ 저자는 완벽한 ‘문맹’이 되어 타국으로 들어간다. 언어학자로서 자신의 디폴트 값을 내려놓는 ‘문맹 되기’는 가슴 두근거리는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어떤 사회에서 ‘문맹’으로 산다는 건 낭만하고는 전혀 관계없는 엄혹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언어를 매개로 타인과 세상에 연결되던 한 사람이 언어를 잃고 난 뒤, 자기 자신과 뿌리, 사람과 사회, 일상과 공간, 삶의 의미로 사유를 확장하는 이 책은, 모두 16편의 에피소드를 담고 있다. 단순한 해외 체류기라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사유를 녹여낸 아주 진진한 인문 에세이에 가깝다. 익숙한 디폴트 값을 뒤집는 매혹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일상의 진부함을 타파하는 한층 더 넓고 깊은 시각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금, 당신 눈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순도 100퍼센트 외국인이 된다는 건
매일매일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는 것!
첫 번째 글 「변신, 또는 외국인 되기」는 상하이 푸둥공항에 도착한 순간을 회상하며 시작한다. 아메리카노라는 흔한 단어가 스타벅스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저자는 한 영장류학자의 원숭이 실험을 떠올린다. 낯선 공간에서 낯선 원숭이를 만난 붉은원숭이는 어색함을 무마하고 공격 의사가 없다는 유대감을 표시하기 위해 이빨을 드러내며 모자란 웃음을 짓는데, 낯선 나라에서 외국인이 된 순간 우리 모두는 결국 자신이 털 없는 영장류임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
재치 있는 비유로 외국인이 된 순간을 묘사한 저자는, 새로운 세상의 문법을 익히기 위해 제일 먼저 할 일은 ‘눈을 뜨는 것’이라고 말한다. 눈을 뜨라니, 무슨 말일까? 똑같은 출퇴근길, 언제나 비슷한 주말, 모든 것이 변하고 새롭지만 일상에 길들여진 우리 눈은 ‘바라보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나 외국인이 된 순간은 다르다. 외국인은 봐야만 한다. 봐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언어를 잃어버린 외국인은 제대로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외국인이 된다는 건 몸을 바꾸는 일, 즉 변신을 하는 일이다.
“외국의 공항에 내리는 순간은 일상의 자동 조종 장치가 꺼지는 순간이다. ‘눈 감고도 갈 수 있는 길’은 이제 없다. 대신 다른 리듬과 호흡으로 이루어진 세계가 눈앞에 펼쳐진다. 해독할 수 없는 문자와 언어 속으로 걸어가는 순간, 나는 내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결코 외면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적어도 상하이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될 1년 동안은. 나는 여기에 관광객으로 온 것이 아니다. 나의 동공은 끊임없이 확대된다.”-본문 13쪽
저자는 매일매일 익숙하게 작동되던 디폴트 값 대신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아내고, 낯선 리듬에 몸을 맞춰간다. 「가리키기는 일종의 초능력」「물 좀 주소」「인간의 입이란 보잘것없습니다」「마오의 나라에서 햄버거를 먹다」까지, 각 에피소드를 통해 독자 역시 자신을 둘러싼 디폴트 값을 확인하며 세상에 고정된 절대 값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당연하게 여기던 통념으로부터 조금씩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이는 곧, 굳이 멀리 떠나지 않더라도 자신을 조정해왔던 디폴트 값이 무엇인지 깨닫고 그 기본 값에서 벗어날 때 갑갑했던 일상에 틈이 생기고, 진짜 여행자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으로 나아간다.
사람과 사회라는 풍경을 읽어내기 위하여
언어-사회-사람의 고리를 잇는 유쾌하고 단단한 사유
언어학자인 만큼 책에는 언어-사회-사람의 고리를 잇는 신선하고도 유쾌한 시선이 곳곳에 드러난다.「버스가 가진 수많은 풍경들」에서 저자는 타야 할 버스를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리는 긴박한 사건으로부터 ‘버스’라는 단어의 기원 ‘옴니버스’를 도출해내고, 끼니로 때울 달걀을 삶으면서 인간의 입에 대한 명상으로 확대되는 「인간의 입이란 보잘것없습니다」에서는 먹는 행위에 말이 어떻게 개입되는지를 티라노사우루스와 마녀, 셰프, 사냥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와 줄줄이 엮어 고찰한다.
“인간은 ‘말’과 ‘음식’으로 자신이 사는 세계를 분류하고 질서를 부여하려 한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 어떤 것을 먹으려는 사람과 먹는 것을 막으려는 사람, 어떤 것을 먹이려는 사람들과 그것을 먹지 않으려는 사람들. 먹을 수 있는 공간과 먹을 수 없는 공간, 나와 같이 음식을 나누는 자와 나와 같이 나누지 않는 자. 같이 음식을 먹고 싶은 자와 먹기 싫은 자 등등. 이런 분류와 명명은 모두 언어로 이루어진다.”-본문 93쪽
그가 책 전면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떤 단어를 진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라는 큰 풍경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 한 사람의 정체성과 한 사회의 정체성은 언어를 비롯한 여러 상징으로 연결되고 조직되며, ‘문화’라는 것도 기실 다양한 디폴트 값들의 묶음이라는 것이다.
“어떤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과 생각들을 같이 끌고 온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주를 끌고 와서 길 위에 그것들을 포개놓는다. 그렇게 그 길은 각자에게 모두 다른 길이 된다.”-본문 174쪽
구곡교에서는 좀비를, 상하이박물관에서는 바우어새를
절묘한 비유, 지적인 유머로 메시지를 드러내는 신박한 글쓰기
특히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한 순간도 지루하지 않게 절묘한 비유와 지적인 유머로 참신하고 진진하게 풀어낸다. 「슈퍼 리치의 악몽」에서 명나라 세도가 반윤단이 만든 아름다운 건축물 ‘구곡교’를 반윤단의 악몽과 연결시켜 강시와 좀비로 마감하는 저자의 능청스러운 글재주는 새삼 감탄을 자아내고, 라오창팡이라는 상하이 최대 도살장에서 그 유명한 그리스로마신화 ‘크레타의 미궁’을 떠올리고 과거와 현재, 중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근현대사를 뭉근하게 녹여낸 「미로와 미궁의 세계사」는 저자만의 독창적인 사유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끔찍하기는 하지만 악몽에도 좋은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공평함이다. 세금과 달리 악몽은 공평하다. 악몽은 나이나 지위, 빈부를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가기 때문이다. 막상 이렇게 써놓고 보니 악몽이 그렇게 공평하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세상의 악한들과 학살자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를 괴롭히는 인간들에게 악몽의 누진제가 적용되었으면 좋겠다. 아무튼, 국세청은 속일 수 있지만 악몽은 따돌릴 수 없다.”-본문 77쪽
책의 마지막 에피소드인「소리로 지은 박물관」에서는 ‘쉬거우’라는 가상의 예술가를 창조해 세계 유수 박물관의 본질과 예술, 지금은 자취를 감춘 소리들을 좇는다. 암컷을 유인하기 위해 온갖 장식품으로 둥지 진입로를 꾸미고 둥지가 커보이게끔 착시현상까지 일으키는 바우어새를 국가와 박물관에 빗댄 부분도 새롭다. 여행과 외국인 되기를 끊임없이 갈망하는 요즘, 그리하여 세계 유수의 박물관을 관람하는 일이 더 이상 특별한 경험이 아닌 시대에 박물관의 기능과 예술의 의미를 반문하는 마지막 에피소드는 더없이 귀중하다.
“이제부터 비밀을 하나 이야기하겠다. 부디 어디 가서 얘기하고 다니지 말기를. 박물관, 특히 국가가 만든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는 관람객들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는? 박물관의 거대함을 알리는 데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거대함은 단순히 박물관의 규모만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박물관을 지은 상상의 공동체(국가)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보여준다. 이 원리는 중국의 상하이박물관이든, 프랑스의 루브르박물관이든,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든 다 똑같다.”-본문 217쪽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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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자계의 ‘유희열‘인가요. 유쾌하게 잘 읽었습니다. 인문 에세이 잘 안 읽는데 이 책은 술술 잘 읽혔어요. 유머 안에 남다른 통찰도 있고.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인문학자입니다.
햇살 2019-08-20 공감 (1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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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외로 재밌습니다. 집중하게 만드는 책이었어요. 다채로운 대화가 필요할 때 꺼내 읽게 될 책입니다.
Hwan 2019-08-21 공감 (8)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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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단숨에 흡입하듯 읽었네요. 주변적인 일들 제쳐두고 신경 이탈할 새도 없이 정주행. 웬만한 드라마도 이리 잘 안 보는데 말이에요.
JoanneKS 2019-08-21 공감 (7)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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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호감가게 잘 써서 술술 익힌다고 이 책을 선물 받은 분이 얘기하네요. 저 역시도 이 말에 동의합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유쾌하기도 하지만 제 고루하고 답답한 삶과 사유에 신선한 생각을 불어 넣어주고 생각을 트이게 해준 책이라 더욱 애착이 가네요..
qhdckdrjf 2019-08-27 공감 (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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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잔하게 현실 속에 잊어버린 어린 시절을 다시금 불러와 주는것 같다. 재미 있게 읽었다.
워나비 2019-10-14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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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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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의 모험
교보MD의 통곡리스트(http://www.kyobobook.co.kr/eventRenewal/eventViewByPid.laf?eventPid=38372&classGb=KOR&orderClick=42d )를 보고, 교보에서 산 책이다. 회사의 단체구매 아이디가 있어서 샀는데, 이사한 주소도 전화번호도 옛날 거였고, 심지어 수신인 이름조차 회사이름이었어서, 한참이나 지난 다음 이미 다른 사람이 사는 집을 노크해서 받았다. 일주일도 더 지난 다음이었다. 붙박이 같은 나처럼 어디든 가려하지 않는 사람이, 어쩌다보니 상해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게 되어 쓴 글들이다. 재미있다.
언어를 가르치는 교사인 자신이 자신의 학생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자처하여 택한 문맹의 삶이다. 중국어를 모르는 채로 간 상해에서, 더듬더듬 나아가는 삶의 이야기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고장나는 빌려사는 집의 물건들에 대하여, 혁명의 작은 집이 커다란 쇼핑몰로 둘러싸이고, 도살장이 신혼부부의 촬영지가 되는 도시에 남은 기억의 아이러니에 대하여 들려준다. 상하이,라는 영어동사가 사기치다,라는 의미라는 걸, 자신의 경험과 함께 들려주기도 하고, 하루라도 먼저 도착해서 가족들을 안내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을 떠안고, '나는 한국인입니다'라고 밖에 말하지 못한 전화통화에 대해 들려준다.
말을 하지 못하고 나를 둘러싼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은 바짝 긴장하고 나서야 하는 일이고, 어리숙해서 말하고 싶지 않은 상황들을 맞닥뜨리게 되는 일이다. 바보같았는데, 숨기고 싶었을 텐데, 숨기지 않는 글들이다. 그래서 재미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참 흠결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행했던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행동들을 떠올리면, 나는 나도 모르게 식은땀은 흘리기도 한다. 이제 나는 세상이 내게 준 상처보다는 나의 흠결을 더 부끄러워하는 남자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흠결없는 영혼이 어디 있으랴"라는 시구로 제멋대로 위안을 받는 남자.
자기의 흠결이 보이기 시작하면, 사람들이 나의 흠결을 받아주는 것이 기적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위악을 떨 때는 몰랐던 고마움 또한 생겨난다.
‘defaut‘라는 단어를 ‘상처‘에서 ‘흠결‘로 읽어내기까지 20년이 걸렸다. 아직도 위악을 떨 때가 있지만 그때마다 사람들이 흠결 많은 나를 어떻게 받아줬는지 떠올린다. 그 많은 흠에도 ‘불구하고‘ 나를 받아준 아내, 친구들, 동료들. 그래서 조금 더 웃어야겠다고 생각하고, 내 눈에 보이는 다른 사람의 흠결도 이해해보려 노력한다. 아니, 프랑스의 위대한 시인이 흠결없는 영혼은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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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족 2020-01-13 공감(6)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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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낯선 곳, 새로운 환경속에서 겪은 일상의 자잘한 페북 글을 책으로 엮은 거네요.엄청 유머가 담긴 글도 있구요, 읽으면서 이런 글을 왜 읽고 있나 하는 것도 있구요, 읽자마자 기억세포에서 사라지는 그런 글도 있어요.그러니까, 누구든 작가가 될 수 있네, 이렇게 쉽게 느낌과 생각을 쓰는구나, 그런 류의 자신감과 용기를 주는 책이에요. 편하게 읽다가도 그냥 책장 아무데나 두었다가 어쩌다 다시 읽어도 문제 없는, 부담없는 이야기에요.
모모 2020-08-30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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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맹인으로 중국에서 살아남기
경쾌한 어휘, 생생한 묘사, 유쾌한 표현들...
그 어떤 문학 작품에 견주어도 재미면에서 빠지지 않는다.
게다가 군데군데 보이는 작가의 유머나 통통 튀는 가치관들이 나를 미소짓게 한다.
아는 중국어라고는 '니하오'밖에 없는 언어학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1년간 지내면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엮은 이 책은 곳곳에서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를 보여준다.
외국인이 여행객이 아닌 거주인으로 타국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눈을 바꿔야 한다는 표현은 처음 낯선 나라에 발을 딛은 자의 두려움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아메리카노'라는 단어가 통하지 않는 그곳의 스타벅스에서 카페인을 쟁취하기 위해 수십번 동영상을 돌려 보며 연습하고, 입으로 외며 매장까지 이동하는 장면, 끝내 점원과의 소통으로 몸짓을 사용하고, 그 가리키기 신공으로 치즈케이크까지 득템하는 초능력을 선보일때는 물개 박수를 쳐대며 함께 뿌듯해 했다.
오래된 공간에 그 공간과 연관된 중국 역사 속 인물을 소환하고, 이야기들을 풀어 낼때 자연스럽게 그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언어학자라고 하더니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먹는 일에 최적화된 공룡의 입과 비교해 보잘것 없는 인간의 입은 먹는 일 보다는 말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디자인 되었다며 단박에 나를 설득한다.
'상하이 하다'라는 동사를 몸소 체험하고 그 일화를 바탕으로 나에게 건넨 설명은 완벽하다. 혼자였고, 중국어에 서툰 이방인이란 이유로 사기의 대상이 되었던 저자의 상황은 안타깝지만 그 덕에 나는 '상하이 하다'라는 동사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그것이 '어떤 일을 속여서 ~하게 하다'라는 뜻을 가졌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배웠고,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중국에서는 정부(당)라는 이름으로 항공편도 취소해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인민들은 그 단어 앞에서 어떠한 항의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나의 중국'이란 미명하에 홍콩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중국인들이 정부에 보내는 맹목적 지지의 뿌리를 여기서 발견한 느낌이다.
국가가 만든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는 그 거대함에 관람객이 지쳐 나가떨어지게 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국가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보여주는 것이란 사실을 처음 배웠다. 또한 박물관 안에 전시된 유물들을 통해 수많은 개인의 역사와 기억은 소거되고, 빈 자리에 국가의 기억이 이식되며 그렇게 편집된 채로 우리에게 보여진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 본적이 없었다. 하지만 보는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시간과 공간, 신화와 역사를 넘나들며 전해주는 이야기들은 정말 쉬워서 부담이 없는데 그러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작가의 글쓰기 능력에 감탄한다. 언어학자라 그런가??? 4·3 사건을 겪은 제주가 키운 소년은 이렇게 유쾌하고 명랑하게, 무엇보다 쉽고 재밌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른이 되었다. 언어학자이지만 문맹인으로 1년을 버티는 혼자만의 비밀 프로젝트를 무사히 완수하고 돌아온 그를 환영하며, 앞으로 그의 저작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할 것이다. 이미 그의 다음 책이 기다려진다.^^
언어를 잃어버린 외국인은 제대로 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 외국인이 된다는 것은 몸을 바꾸는 일, 즉 변신을 하는 일이다. - P17
가리키기가 가능하려면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한다.
마음을 읽는 것이란 ‘나와 상대방이 모두 공동으로 한 사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동시에 ‘다른 이의 관점에서 그 사물을 보는‘과정이다. - P23
가리키기는 인간과 인간 언어의 시원인 셈이다. - P24
사람들은 언어가 촘촘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언어란 매우 성긴 그물이다. 세계는 아날로그이지만 언어는 디지털인 까닭이다. - P33
어떤 단어든 그 단어의 진정한 의미는 ‘독립된 여러 개의 에피소드가 하나의 주제로 묶인다‘는 뜻의 옴니버스적이다. - P39
외국인으로 산다는 것은 매일매일 새로운 디폴트 값을 찾는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한다는 뜻이다. - P48
인간의 입은 ‘먹는 일‘보다는 ‘말하는 일‘을 더 잘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 P90
내가 어떤 음식을 언제 누구와 먹는가는 그의 정체성과 그가 세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드러낸다. - P94
미로는 ‘헤매기‘위해 만들어지고, 미궁은 ‘빠지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 것 같아도 미궁은 그 안에 들어온 이들을 결국 목적지로 정확하게 인도한다. - P134
뛰고 난 후의 나는 뛰기 전의 나와 아주 조금, 다른 사람이 된다. - P164
어떤 길을 걸을 때 사람들은 그들이 살아온 시간과 공간, 그리고 기억과 생각들을 같이 끌고 온다. 이를테면 사람들은 자신만의 우주를 끌고 와서 길 위에 그것들을 포개 놓는다. 그렇게 그 길은 각자에게 모두 다른 길이 된다. - P174
거리에 널려 있는 빨래는 일종의 지극히 사적인 일기이고, 거리는 사적 기록이 전시된 도서관이 된다. 사적인 일기들이 서가에 가득 꽂혀 있는 이상한 도서관 - P184
이 나라는 마오의 욕망과 자본주의를 내재화한 인민의 욕망이 끈끈하게 엮여 서로 복화술사처럼 대화하는 곳이다. - P205
국가가 만든 박물관의 기능 중 하나는 관람객들을 지쳐 나가떨어지게 만드는 것이다. 박물관의 거대함을 알리는 데에는 그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거대함은 그 박물관을 지은 상상의 공동체(국가)의 거대함과 위대함을 보여준다. - P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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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qnrns 2019-08-23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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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읽었어요!
언어를 모르는 미지의 세계를 유쾌한 통찰력으로 탐험하는 언어학자의 사유 덕분에 마치 내가 거기에 함께 있었던 것처럼 즐겁게 읽었습니다. 간만에 몰입의 즐거움을 누려봅니다.
jchild22 2019-08-23 공감(4)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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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
언어를 잃어버린 타국에서 살아간다는건 어떤 느낌일까??
지금은 어느나라를 가던 영어가 만국 공통어이기도 하고 학교에서도 기본 교과과정으로 영어를 배우고 모르더라도 대충 맞추면서 잠깐은 다닐수 있지만 영원히 모국어를 쓰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간다는건 밥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거와 같을거 같다
조선시대에 표류한 네덜란드인 하멜이 생각났다
그는 조선에서 10년 남짓 살면서 모국어를 잊어 가던 순간 같은 네덜란드인을 조선에서 만났을때 자신이 모국어를 잃었다는걸 알았다고 했을때.... 그 기분이 참 쓸쓸했을거 같다.
작가는 한국에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어느날 중국으로 1년간 뜻하지 않게 살아볼기회가 생겼다
보통은 그렇게 떠나는 여행이나 모든 일정이 다른 나라에 가는 잠깐이라도 우리는 외국어에 신경을 쓰지만 오로지 외국인으로서 살아보기 위해 중국어 한마디도 공부하지 않은채 떠나는 실험을 해본다
예전 다른 나라에 여행을 다녀도 대부분 영어가 통하는 곳이고 일본어를 공부한 까닭에 일본에 가서도 그렇게 부담을 느끼진 않았지만.. 중국으로 여행을 갔을땐.. 정말 이곳이 어딘가 하는 멍~함을 떠나올때까지 느꼈다
영화로 그렇게 보던 중국어가 실제 닥치니 귀가 들리지 않다가 처음 귀가 뚫려서 세상을 접한 기분이었다
너무 어마어마하게 다가왔다
중국인들 목소리도 클뿐더러 내가 전혀 모르는 언어가 쏼라 쏼라 했기 때문에...
길을 물어볼때 조차 영어를 사용하지 않는 중국인이라서 길 묻기도 버거웠다
그나마 한자권이라 가고싶은 곳의 지명을 한자로 써서 다니긴 했지만... 그땐 엄청 충격이었다.
한국에서는 지하철이나 버스나 어디를 가도 모두 스마트폰을 들고 얼굴을 숙이고 다니니 세상을 마주 보지 않아도 되지만 외국에서는 순전히 그렇게 다닐수가 없다 내가 모르는 땅이라 그래서 외국인들이 자국민보다 아는게 더 많기도 한거 같다
책을 읽으면서 문맹 체류기라고 하면서 상하이에서의 여행에세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문맹체류기가 아닌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지만 이내 상하이에서의 문맹이라 상하이의 오랜 역사와 지금을 너무도 잘 이해하게된 외국인의 이야기라는걸 알았다
미로와 미궁이라는 오래된 이야기부터 이 건물이 어떻게 그 미로와 미궁을 닮은 것이며 마오쩌둥이 어떻게 중국인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역사란 오랜 세월이 지나면 사람들의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면서 많은걸 변화를 시킨다 회색분자로 변하기도 하고 사라진 의미도 생기기도 하고 그런것들을 문맹체류하는 사람의 이야기로 직접 들으니 역사가가 이야기 해주는 것보단.. 덜 부담스럽다는 느낌도 있다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라는 제목이 너무 색다른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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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머리앤 2019-08-29 공감(2)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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