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국가 대한민국에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을 내세우고 있는 노동당 이백윤 후보의 선거운동 후기가 궁금했다. 왠지 중장년 남성이 다가와 “북한으로 가”라며 쌍욕을 듣지는 않았을지 걱정스러웠다.
이 후보는 “돌맞을 각오도 불사했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지난 2월28일 저녁 광주 동구에 위치한 충장우체국 인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던 이 후보를 만나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반공주의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 맞을 각오도 불사했다. 다행히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대놓고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도 많을줄 알았다. 그러나 없었다. 다만 사회주의 특유의 경직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은 있었다. 예를 들어 재벌을 국유화하자 주장하면 어떤 사람들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이나 능동성이 있는데 국가가 직접 기업을 경영할 경우 특유의 관료제로 능동성이나 효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가 경제가 나쁜 방향으로 흐른다고 우려를 표한다.
▲ 이백윤 후보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 후보는 현대차 하청업체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노동운동가로 살아왔다. 그동안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 대열에 있었지만 지금은 공식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노동운동가와 대선 후보는 그 위치나 무게감이 다르다.
나는 노동운동이 너무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회를 바꿔내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노동조합 운동만으로 이 사회의 모든 불평등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노동조합 운동이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는데 질적으로는 좀 아직 답보 상태다. 예전에 민주노총이 처음 시작할 때 4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한 110만명 정도 된다. 어느 정도 양적인 성장은 이뤄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조합에서 기업 경영에 대해서 살짝 입만 떼도 자본가들이 경영권 침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묵살한다. 이런 식으로 노조의 목소리를 거세해 버리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해왔다. 노동조합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주의 경영권? 그러나 기업인들의 이윤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외국은 사장이 경영을 잘못할 경우 나가라고 요구도 한다. 또는 국가에 책임을 묻는다. 민영화했던 공기업을 다시 공용화하자는 논의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반공주의라고 하는 벽 때문에 한계를 넘지 못했다. 나는 노조 운동가들에게 언제까지 대기업 이윤을 건드리지 못 할 것이냐? 그렇게 묻는다. 이 한계를 뛰어넘지 못 하면 노동운동을 지속할 수 없다.
말 나온 김에 반공주의적 선입견에 대해 더 들어가보자. 이 후보가 나오는 유튜브 채널이나 노동당 공식 SNS 등에 가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꺼져라”, “국정원에 신고하겠다”,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냐” 등등 이런 식으로 악플을 단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멸공의 횃불’이란 군가 영상 링크를 걸어놓기도 했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지금이 1980년대인가? 시대착오적인 ‘레드 컴플렉스’에 갇힌 사람들이 사회주의란 말만 듣고 무작정 간첩 취급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김정은 항문이나 핥아라 같은 더러운 댓글도 봤다. 그런데 그분들이 기사나 다른 내용들을 충분히 읽지 않았다. 그래서 에라이 이 빨갱이 이렇게 낙인을 찍는다. 나는 그분들의 생각도 이해한다. 하지만 무작정 낙인찍지 말고 충분한 대화나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그분들을 무작정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바라는 것은 글이든 말이든 끝까지 들어보고 읽어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재벌 국유화 공약을 비롯 각종 논쟁거리들이 있는데 빨갱이 프레임에 매몰되어 본질적인 논쟁들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판할 땐 비판하더라도 좀 알고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그리고 이제 빨갱이 타령은 그만하고 좀 더 본질적인 논쟁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념이라는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사실 노동당은 북한을 찬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진보진영에서 꽤 반북에 가까운 편이다. 그런데 사회주의란 구호 때문에 자꾸 북한과 엮고 ‘멸공의 횃불’을 들이대는 것은 이런 논리다.
북한은 사회주의 독재 국가=노동당은 사회주의=고로 노동당은 북한을 좋아한다.
세상 단순한 1차원적인 논법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작금의 북한은 무늬만 사회주의를 내세우고 있지 중세 왕조 국가나 다름 없다. 노동당이 찬양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진보진영 내에서 북한에 관대한 일부 NL 계열 조직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운동적인 노선의 차이는 있다. 그리고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에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큰 틀에서 놓고 보자면 재벌 위주의 기득권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부분에 있어서는 뜻이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진보당도 체제 전환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전환할 체제가 뭔지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그리고 환수복지당이나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사회주의라고 하는 핵심적 기치를 내걸었다. 그래서 최소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사회상은 어떤 것인지를 놓고 건전하고 상식적인 논쟁을 펼쳐봤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노동당은 기본소득당에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런 기본소득당과 오준호 대통령 후보는 최근 들어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에 대해 ‘진보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 ‘정의당 물고늘어지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본소득당은 정의당을 비판하면서 제3당의 위치를 점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현재 국회의원이 있는데 국회에 입성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제3당이 되겠다는 정치적 목표와 비전 때문에 정의당에게 날선 비판을 가하는 것 같다.
정의당은 양당체제 밖에 존재하는 제3당들 중에서 명실상부 가장 큰형이긴 하지만 거대 양당과 비교하면 그 세력은 한없이 미약하기만 하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은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정의당 공세를 전략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후보도 정의당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의당이 비판받을 지점들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국민 정당화를 꾀하며 민주노총과 거리두기를 하는 등의 행보에 대해서는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의당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비하면 약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본인들보다 더 소수인 정당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본소득당이 이런 행보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일부분 동의한다.
▲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는 이백윤 후보. <사진=박효영 기자>
이 후보는 진보진영 내에 있는 여러 세력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체제나 사회상을 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배척하지 않고 항상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명확하게 표명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대명제를 넘어서야 한다. 한국 사회의 질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양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보 세력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진짜 우리가 넘어서야 할 곳은 정의당이 아니다. 기득권 보수 양당체제 자체가 진보정당의 발목을 그동안 옴짝달싹하지 못 하게 잡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체제는 기득권 양당체제다. 이 점은 모든 진보 진영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노조 가입률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노조 혐오’ 정서가 만연하다. 강성귀족노조 프레임은 지겹도록 구사되고 있다.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마저도 강성귀족노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월9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진보당 김재연 후보와 노조 혐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노조 혐오가 만연할까?
조금 비약해서 이야기하면 파시스트들이 대중들을 선동하는 논리와 똑같다. 실제로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무솔리니나 히틀러가 권력을 잡을 때 국민들에게 사회 몰락의 책임을 노동조합에게 묻고 모든 책임과 비난의 화살을 되돌리는 방식으로 선동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행위를 21세기 버전 파시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수 양당이나 안철수 후보 같은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노동조합이 이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나열하지도 못 하면서 호도하고 있다. 이것은 정말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조라고 해서 절대선은 아니다. 그러나 ‘귀족노조’라는 말이 너무 모순적이다. 애초에 귀족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귀족은 노조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강성노조’도 그렇다. 강성경영인? 강성재벌? 그런 표현은 없다. 당연히 노조도 고용세습 등 잘못을 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패악질은 대기업과 경영인들이 훨씬 더 많이 저질렀고 더 잔인하다. 본질적으로 생산수단을 갖지 못 한 노동자가 기업에게 대항할 수 있는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노동자보다 더 강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성귀족노조 프레임을 짜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사라져야 한다.
알고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뭘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 후보에게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공산주의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후보는 지향점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측면에서 설명했다.
나는 사람이 꼭 부지런하지 않아도, 매순간 쫓기고 살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사회, 이런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차이점은 학술적으로 구분하자면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변증법적 유물론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사회주의 그 다음 단계로서의 공산주의 말이다. 사실 이런 것은 학술적인 차이일 뿐이다. 현재 이런 구분은 딱히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문제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 자살률, 여성이 남성보다 30% 넘게 임금을 적게 받는 문제, 이런 불평등과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 사회주의라고 생각한다. 무슨 대단한 이상향을 만들어 놓고 이건 사회주의고 이건 아니고 이렇게 구분하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5년에 대해서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한 때 노동자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해주던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반노동 기조'로 일관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52시간제 유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경사노위에서 사실상 민주노총 배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각지대 방치 등등. 이 후보의 총평이 궁금했는데 특정 정부의 문제라기 보단 시스템 자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문재인 정부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 정당이 집권했을 때도 똑같았다. 그런데 극우파들에 비해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도 딱히 차이가 없었다. 노동 정책은 산업 정책이나 경제 정책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낙수효과를 노리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기하면서 본인들도 갈피를 잡지 못 했다. 결국 과거처럼 반동적인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조금 다른 길을 모색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안 돼서 회귀하는 거다. 왜 안되었냐고 묻는다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 너무나 첨예하게 와 있기 때문이다. 케인즈주의는 더 이상 돌파구가 될 수 없다. 사실 정부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은 이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친민주노총’이라고 프레임을 덧씌운다.
이 후보는 “정말로 문재인 정부가 친민주노총 정책을 펼쳐서 그런 게 아니다. (그들이 생각했을 때) 민주노총은 악이고 그런 민주노총과 친하니까 너도 악이다. 그런 단순한 사고방식이다. 그냥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단순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위에 첨부한 이 후보의 로고송을 감상해보시라. 솔직히 B급 컨셉이라는 것을 단 번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잠을 잘 때도 머릿 속에 맴돌 것이다. 중독성이 있다. “정권이 아니라 체제!”라는 노랫말이 귀에 꽂혔다. 계속 듣게 된다. 이 후보는 이 로고송이 마음에 드는지 가볍게 질문했다. 그리고 기획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 후보는 웃으며 “민중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거의 녹음실 대여비만 받고 사실은 해주셨다. 통상 선거 유세 현장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기존의 대중가요를 개사해서 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새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노래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 내용이 근본적인 체제를 바꾸고 사회주의로 나아가자라는 내용이 잘 녹아들어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노동당의 구호는 ‘자본주의 아웃’ ‘사회주의 도입’이다. 목표대로 실현됐으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가치를 내건 후보가 출마를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테면 이장규 전 노동당 정책위원장은 2월27일 페이스북에서 “자본주의 아웃이니, 사회주의니 목소리 높인다고 당장 자본주의 뒤집어엎자든지 사회주의 혁명하자든지 그런 게 아니다. 사회주의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거 다 안다. 이백윤 후보도”라며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사회주의는,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에 대한 일종의 지향성이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거울이다. 혼자서 자본주의에만 매몰되어 살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돌아보는. 가령 이런 거다. 성경이나 불경에 좋은 말씀 많지만 현실적으론 그걸 다 지키면서 살지 못 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마음을 지니고 산다면 스스로 아예 그 가르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 전 위원장의 진정성있는 메시지를 좀 더 길게 나열해보고자 한다. 이 후보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정독해본 뒤에 이 후보의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를 추가로 읽어보시길 권한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총체적 지향 내지 세계관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지향 내지 세계관의 이름이 사회주의인 것이다. 돈벌이만이 중요하고 개인의 성공만이 중요하고 타인이나 공동체는 내 알 바가 아니라는, 그렇게 살아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살다보면 끊임없이 다가오는 현실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넘어서서 우리 사회 전체를 생각하자는, 자기 삶의 가치 기준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사회주의인 것이다. 그게 꼭 사회주의가 아니라도 세계관 내지 삶의 가치 기준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스스로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므로 거기엔 반드시 타인 내지 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렇게 사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뭔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주의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우리는 멸종위기다 동정을 구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 그 자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남아있어야 우리 사회 전체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 스스로도 당선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가 나름대로 경선 절차를 거쳐 출현하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 후보는 그 의미를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일단 첫 번째로는 이 사회의 금기를 우리가 넘어선다. 그런 의미가 있다. 그 금기는 단순히 이념적 수준의 금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변화를 가로막고 억제해왔던 금기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우리 삶을 보다 근본적인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주장이 이제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것은 동감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시작으로 약자가 또 다른 약자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돌파구를 찾아주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시도들은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그렇다 이게 핵심이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계속 시도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되든 안되든 일단 해야 한다.
이 후보는 ‘전국민 철밥통’이란 슬로건을 제시했다. 인상적이었다. 철밥통은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특정 집단의 특권적 이익이 강고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근데 전국민이 철밥통을 보장받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후보는 이 슬로건을 어떻게 떠올리게 됐는지 질문했다.
우리가 슬로건에 대한 기획 회의를 하다가 불쑥 누군가 얘기해서 나온 거였다. 너무 좋아서 선택을 했다. 먹고 사는 걱정으로부터 해방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 거다. 그런데 철밥통이라는 단어가 좀 부정적으로 쓰인 감이 있다. 마치 근무태만을 해도 급여나 밥이 잘 나온다는 의미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의미를 왜곡시키는게 있는데 특히 요즘 민주노총 철밥통 이렇게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아예 이런 발상을 뒤집자는 차원에서 이 슬로건을 만들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삶이 목표가 되어버린 나라다. 그래서 한정된 ‘안정적인 일자리’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이는 살인적인 경쟁을 야기했다. 9급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보통 안정적인 직장이란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며 이상하게 근무하지만 않으면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무엇보다 실직 위험이 거의 없다. 이런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지 못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게을러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자책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터지게 노력하지 않았을 때 평범한 삶이 저당 잡혀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으면 평균 이하의 삶인가? 평균 이하의 삶은 위협을 받아도 되는 건가? 왜 전국민이 철밥통 속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가? 노동당은 이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철밥통’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강고한 편견을 깨면 된다. 누구나 철밥통을 보장받을 수 있으면 되지 않은가?
흔히 “갑을관계를 없애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갑이 되고 싶어 한다”고 하는데 이런 근본적인 지배 구조를 타파하는 데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이 후보와 노동당이다.
이 후보와 만나면 꼭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분명 자본주의적 경쟁 질서는 폭력적이다. 하지만 야만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재벌이나 소수 기득권 세력만이 아니다. 대다수 시민들 이를테면 고소득 직장인, 600만 자영업자들이 과연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에 공감할 수 있을까?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오히려 각자도생을 해서 자신이 갑이 되고 싶어 하는 비교우위의 생존 본능이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해봤다.
인간은 그런 욕망이 당연히 있다. 바늘 구멍을 뚫고 성공할 수 있다는 욕망 말이다. 소수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전체 다수가 가지는 욕망일 수 있다. 과거의 자본주의는 그런 열망을 부추겼고 때로는 그 열망이 어느정도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는 욕망에 대해서 어떠한 성취감도 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 사다리는 끊어졌다. 개인이 열심히 해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결국은 부동산 영끌, 주식 영끌에 사람들이 몰린다. 한 방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출세의 욕구보다 어떻게든 생존해야겠다는 욕망이 더 강한 것 같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그래서 사회주의 이념이 아직은 거부감이 들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천천히 사회주의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충분히 공감되고 설득이 될 것이다. 나는 (설득력있는 메시지를 낼) 자신이 있다.
이 후보는 “돌맞을 각오도 불사했지만” 의외로 그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지난 2월28일 저녁 광주 동구에 위치한 충장우체국 인근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던 이 후보를 만나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나라는 아직 반공주의가 심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돌 맞을 각오도 불사했다. 다행히 돌을 던지는 사람은 없었다. 대놓고 심한 거부감을 드러내는 분들도 많을줄 알았다. 그러나 없었다. 다만 사회주의 특유의 경직성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의견은 있었다. 예를 들어 재벌을 국유화하자 주장하면 어떤 사람들은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발휘할 수 있는 창의성이나 능동성이 있는데 국가가 직접 기업을 경영할 경우 특유의 관료제로 능동성이나 효율이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며 그렇게 되면 국가 경제가 나쁜 방향으로 흐른다고 우려를 표한다.
▲ 이백윤 후보의 모습. <사진=박효영 기자>
이 후보는 현대차 하청업체 '동희오토' 비정규직 노동자 출신 노동운동가로 살아왔다. 그동안 노동자들과 함께 투쟁 대열에 있었지만 지금은 공식적으로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정당의 대선 후보가 되어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노동운동가와 대선 후보는 그 위치나 무게감이 다르다.
나는 노동운동이 너무 중요한 운동이라고 생각하고 이 사회를 바꿔내는 데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노동조합 운동만으로 이 사회의 모든 불평등한 문제들을 해소할 수 없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정치에 뛰어들었다. 노동조합 운동이 양적으로는 많이 성장했는데 질적으로는 좀 아직 답보 상태다. 예전에 민주노총이 처음 시작할 때 40만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 한 110만명 정도 된다. 어느 정도 양적인 성장은 이뤄냈다. 그러나 여전히 노동조합에서 기업 경영에 대해서 살짝 입만 떼도 자본가들이 경영권 침해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들어 묵살한다. 이런 식으로 노조의 목소리를 거세해 버리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해왔다. 노동조합도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기업주의 경영권? 그러나 기업인들의 이윤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게 이 후보의 생각이다.
외국은 사장이 경영을 잘못할 경우 나가라고 요구도 한다. 또는 국가에 책임을 묻는다. 민영화했던 공기업을 다시 공용화하자는 논의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반공주의라고 하는 벽 때문에 한계를 넘지 못했다. 나는 노조 운동가들에게 언제까지 대기업 이윤을 건드리지 못 할 것이냐? 그렇게 묻는다. 이 한계를 뛰어넘지 못 하면 노동운동을 지속할 수 없다.
말 나온 김에 반공주의적 선입견에 대해 더 들어가보자. 이 후보가 나오는 유튜브 채널이나 노동당 공식 SNS 등에 가면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북한으로 꺼져라”, “국정원에 신고하겠다”, “국가보안법 위반 아니냐” 등등 이런 식으로 악플을 단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멸공의 횃불’이란 군가 영상 링크를 걸어놓기도 했다. 어이가 없는 일이다. 지금이 1980년대인가? 시대착오적인 ‘레드 컴플렉스’에 갇힌 사람들이 사회주의란 말만 듣고 무작정 간첩 취급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나는 김정은 항문이나 핥아라 같은 더러운 댓글도 봤다. 그런데 그분들이 기사나 다른 내용들을 충분히 읽지 않았다. 그래서 에라이 이 빨갱이 이렇게 낙인을 찍는다. 나는 그분들의 생각도 이해한다. 하지만 무작정 낙인찍지 말고 충분한 대화나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 그분들을 무작정 비난하고 싶지 않다. 다만 바라는 것은 글이든 말이든 끝까지 들어보고 읽어보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재벌 국유화 공약을 비롯 각종 논쟁거리들이 있는데 빨갱이 프레임에 매몰되어 본질적인 논쟁들이 뒷전으로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비판할 땐 비판하더라도 좀 알고 해야 하는데 그 점이 아쉽다. 그리고 이제 빨갱이 타령은 그만하고 좀 더 본질적인 논쟁에 집중해야 할 때다. 이념이라는 색안경을 벗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다. 사실 노동당은 북한을 찬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오히려 진보진영에서 꽤 반북에 가까운 편이다. 그런데 사회주의란 구호 때문에 자꾸 북한과 엮고 ‘멸공의 횃불’을 들이대는 것은 이런 논리다.
북한은 사회주의 독재 국가=노동당은 사회주의=고로 노동당은 북한을 좋아한다.
세상 단순한 1차원적인 논법이다. 다들 알고 있겠지만 작금의 북한은 무늬만 사회주의를 내세우고 있지 중세 왕조 국가나 다름 없다. 노동당이 찬양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
그렇다면 진보진영 내에서 북한에 관대한 일부 NL 계열 조직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운동적인 노선의 차이는 있다. 그리고 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 나갈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에도 차이가 있다. 하지만 전체적인 큰 틀에서 놓고 보자면 재벌 위주의 기득권 사회를 근본적으로 바꾸자는 부분에 있어서는 뜻이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같이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한다. 예를 들면 진보당도 체제 전환을 이야기한다. 그런데 전환할 체제가 뭔지는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다. 그리고 환수복지당이나 대진연(한국대학생진보연합)도 구체적으로 어떤 사회를 지향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사회주의라고 하는 핵심적 기치를 내걸었다. 그래서 최소한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혹은 본인들이 생각하는 새로운 사회상은 어떤 것인지를 놓고 건전하고 상식적인 논쟁을 펼쳐봤으면 좋겠다.
기본적으로 노동당은 기본소득당에 감정이 좋을 수가 없다. 그런 기본소득당과 오준호 대통령 후보는 최근 들어 정의당과 심상정 후보에 대해 ‘진보 기득권’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 ‘정의당 물고늘어지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본소득당은 정의당을 비판하면서 제3당의 위치를 점해보려고 하는 것 같다. 현재 국회의원이 있는데 국회에 입성하는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제3당이 되겠다는 정치적 목표와 비전 때문에 정의당에게 날선 비판을 가하는 것 같다.
정의당은 양당체제 밖에 존재하는 제3당들 중에서 명실상부 가장 큰형이긴 하지만 거대 양당과 비교하면 그 세력은 한없이 미약하기만 하다. 그러나 기본소득당은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정의당 공세를 전략적으로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후보도 정의당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정의당이 비판받을 지점들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국민 정당화를 꾀하며 민주노총과 거리두기를 하는 등의 행보에 대해서는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정의당이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에 비하면 약자로서 자기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본인들보다 더 소수인 정당에 대해서는 별로 고려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본소득당이 이런 행보에 대해서 비판하는 것은 일부분 동의한다.
▲ 인터뷰 도중 미소를 짓고 있는 이백윤 후보. <사진=박효영 기자>
이 후보는 진보진영 내에 있는 여러 세력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체제나 사회상을 추구하는지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 수 없고 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배척하지 않고 항상 대화할 의지가 있음을 명확하게 표명했다.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대명제를 넘어서야 한다. 한국 사회의 질적 변화를 가로막고 있는 양당체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진보 세력들이 힘을 모아야 한다.
진짜 우리가 넘어서야 할 곳은 정의당이 아니다. 기득권 보수 양당체제 자체가 진보정당의 발목을 그동안 옴짝달싹하지 못 하게 잡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극복해야 할 체제는 기득권 양당체제다. 이 점은 모든 진보 진영이 확실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노조 가입률이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매우 낮다. 그럼에도 ‘노조 혐오’ 정서가 만연하다. 강성귀족노조 프레임은 지겹도록 구사되고 있다. 중도를 표방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마저도 강성귀족노조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2월9일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진보당 김재연 후보와 노조 혐오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노조 혐오가 만연할까?
조금 비약해서 이야기하면 파시스트들이 대중들을 선동하는 논리와 똑같다. 실제로 이탈리아나 독일에서 무솔리니나 히틀러가 권력을 잡을 때 국민들에게 사회 몰락의 책임을 노동조합에게 묻고 모든 책임과 비난의 화살을 되돌리는 방식으로 선동을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행위를 21세기 버전 파시즘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보수 양당이나 안철수 후보 같은 사람들은 구체적으로 노동조합이 이 사회에 어떤 해악을 끼쳤는지 이런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나열하지도 못 하면서 호도하고 있다. 이것은 정말 비겁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물론 노조라고 해서 절대선은 아니다. 그러나 ‘귀족노조’라는 말이 너무 모순적이다. 애초에 귀족은 노동을 하지 않는다. 귀족은 노조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 ‘강성노조’도 그렇다. 강성경영인? 강성재벌? 그런 표현은 없다. 당연히 노조도 고용세습 등 잘못을 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 악영향을 미치는 패악질은 대기업과 경영인들이 훨씬 더 많이 저질렀고 더 잔인하다. 본질적으로 생산수단을 갖지 못 한 노동자가 기업에게 대항할 수 있는 ‘노동 3권’을 보장하고 있는 것은 기업이 노동자보다 더 강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성귀족노조 프레임을 짜서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려는 시도는 사라져야 한다.
알고 있는 사람은 알겠지만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차이는 뭘까?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이 후보에게 사회주의가 무엇인지, 공산주의와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물었다. 이 후보는 지향점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측면에서 설명했다.
나는 사람이 꼭 부지런하지 않아도, 매순간 쫓기고 살지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사회 그리고 국가와 사회가 자기 책임을 다하는 사회, 이런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주의다. 공산주의와 사회주의에 대한 차이점은 학술적으로 구분하자면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변증법적 유물론을 예로 들어 설명할 수 있다. 사회주의 그 다음 단계로서의 공산주의 말이다. 사실 이런 것은 학술적인 차이일 뿐이다. 현재 이런 구분은 딱히 의미가 없는 것 같다. 다만 지금의 자본주의 사회가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문제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인 자살률, 여성이 남성보다 30% 넘게 임금을 적게 받는 문제, 이런 불평등과 근본적인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 사회주의라고 생각한다. 무슨 대단한 이상향을 만들어 놓고 이건 사회주의고 이건 아니고 이렇게 구분하는 건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 5년에 대해서 짚고 갈 필요가 있다. 한 때 노동자를 위해 무료 변론을 해주던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 '반노동 기조'로 일관했다. 최저임금 1만원 공약 포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52시간제 유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경사노위에서 사실상 민주노총 배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사각지대 방치 등등. 이 후보의 총평이 궁금했는데 특정 정부의 문제라기 보단 시스템 자체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나는 문재인 정부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수 정당이 집권했을 때도 똑같았다. 그런데 극우파들에 비해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 정책도 딱히 차이가 없었다. 노동 정책은 산업 정책이나 경제 정책과 뗄려야 뗄 수 없는 문제다. 문재인 정부가 초기에 낙수효과를 노리는 소득주도 성장론을 제기하면서 본인들도 갈피를 잡지 못 했다. 결국 과거처럼 반동적인 친기업, 반노동 정책을 펼치게 되었다. 조금 다른 길을 모색하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안 돼서 회귀하는 거다. 왜 안되었냐고 묻는다면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모순이 너무나 첨예하게 와 있기 때문이다. 케인즈주의는 더 이상 돌파구가 될 수 없다. 사실 정부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세력은 이런 문재인 정부에 대해 ‘친민주노총’이라고 프레임을 덧씌운다.
이 후보는 “정말로 문재인 정부가 친민주노총 정책을 펼쳐서 그런 게 아니다. (그들이 생각했을 때) 민주노총은 악이고 그런 민주노총과 친하니까 너도 악이다. 그런 단순한 사고방식이다. 그냥 문재인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단순 레토릭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위에 첨부한 이 후보의 로고송을 감상해보시라. 솔직히 B급 컨셉이라는 것을 단 번에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잠을 잘 때도 머릿 속에 맴돌 것이다. 중독성이 있다. “정권이 아니라 체제!”라는 노랫말이 귀에 꽂혔다. 계속 듣게 된다. 이 후보는 이 로고송이 마음에 드는지 가볍게 질문했다. 그리고 기획한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 물었다.
이 후보는 웃으며 “민중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거의 녹음실 대여비만 받고 사실은 해주셨다. 통상 선거 유세 현장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기존의 대중가요를 개사해서 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새롭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직접 노래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사 내용이 근본적인 체제를 바꾸고 사회주의로 나아가자라는 내용이 잘 녹아들어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서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노동당의 구호는 ‘자본주의 아웃’ ‘사회주의 도입’이다. 목표대로 실현됐으면 참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가치를 내건 후보가 출마를 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를테면 이장규 전 노동당 정책위원장은 2월27일 페이스북에서 “자본주의 아웃이니, 사회주의니 목소리 높인다고 당장 자본주의 뒤집어엎자든지 사회주의 혁명하자든지 그런 게 아니다. 사회주의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그거 다 안다. 이백윤 후보도”라며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사회주의는, 노동해방과 인간해방에 대한 일종의 지향성이고 자기 스스로에 대한 거울이다. 혼자서 자본주의에만 매몰되어 살아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되돌아보는. 가령 이런 거다. 성경이나 불경에 좋은 말씀 많지만 현실적으론 그걸 다 지키면서 살지 못 하지 않은가? 하지만 그런 마음을 지니고 산다면 스스로 아예 그 가르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않는다.
이 전 위원장의 진정성있는 메시지를 좀 더 길게 나열해보고자 한다. 이 후보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 전 위원장의 메시지를 정독해본 뒤에 이 후보의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를 추가로 읽어보시길 권한다.
중요한 것은, 자본주의의 폐해를 극복하고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총체적 지향 내지 세계관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 지향 내지 세계관의 이름이 사회주의인 것이다. 돈벌이만이 중요하고 개인의 성공만이 중요하고 타인이나 공동체는 내 알 바가 아니라는, 그렇게 살아가는 게 불가피하다는, 살다보면 끊임없이 다가오는 현실의 압박을 조금이라도 넘어서서 우리 사회 전체를 생각하자는, 자기 삶의 가치 기준이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사회주의인 것이다. 그게 꼭 사회주의가 아니라도 세계관 내지 삶의 가치 기준을 만드는 건 중요하다. 그래야 스스로의 삶을 의미있게 만들어갈 수 있다. 그리고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므로 거기엔 반드시 타인 내지 공동체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 세상이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느낀다면 이렇게 사는 게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뭔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회주의에도 관심을 가져달라. 우리는 멸종위기다 동정을 구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자본주의 그 자체에 문제의식을 느끼고 노동해방, 인간해방의 꿈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이 남아있어야 우리 사회 전체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후보 스스로도 당선 가능성이 제로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대통령 후보가 나름대로 경선 절차를 거쳐 출현하게 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이 후보는 그 의미를 아래와 같이 해석했다.
일단 첫 번째로는 이 사회의 금기를 우리가 넘어선다. 그런 의미가 있다. 그 금기는 단순히 이념적 수준의 금기가 아니라 우리 삶의 변화를 가로막고 억제해왔던 금기라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우리 삶을 보다 근본적인 방향으로 개선하자는 주장이 이제 한국 사회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것은 동감한다. 그러나 이런 시도를 시작으로 약자가 또 다른 약자를 공격하는 것을 멈추게 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삶의 돌파구를 찾아주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함께 토론하는 과정에서 이 사회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지금 하는 시도들은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그렇다 이게 핵심이다. ‘뭐라도 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당장 노동당이 집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러나 계속 시도해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 해결되는 것은 없다. 되든 안되든 일단 해야 한다.
이 후보는 ‘전국민 철밥통’이란 슬로건을 제시했다. 인상적이었다. 철밥통은 부정적 의미가 강하다. 특정 집단의 특권적 이익이 강고하다는 의미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근데 전국민이 철밥통을 보장받는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 후보는 이 슬로건을 어떻게 떠올리게 됐는지 질문했다.
우리가 슬로건에 대한 기획 회의를 하다가 불쑥 누군가 얘기해서 나온 거였다. 너무 좋아서 선택을 했다. 먹고 사는 걱정으로부터 해방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는 잘 알 거다. 그런데 철밥통이라는 단어가 좀 부정적으로 쓰인 감이 있다. 마치 근무태만을 해도 급여나 밥이 잘 나온다는 의미로 말이다. 이런 식으로 의미를 왜곡시키는게 있는데 특히 요즘 민주노총 철밥통 이렇게 공격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아예 이런 발상을 뒤집자는 차원에서 이 슬로건을 만들게 되었다.
대한민국은 안정적인 삶이 목표가 되어버린 나라다. 그래서 한정된 ‘안정적인 일자리’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고 이는 살인적인 경쟁을 야기했다. 9급 공무원이 되려는 청년들이 얼마나 많은가? 보통 안정적인 직장이란 월급이 꼬박꼬박 나오며 이상하게 근무하지만 않으면 연공서열에 따라 승진 절차를 밟을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무엇보다 실직 위험이 거의 없다. 이런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지 못 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게을러서 혹은 능력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자책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적지 않은 사람들이 피터지게 노력하지 않았을 때 평범한 삶이 저당 잡혀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노력하지 않으면 평균 이하의 삶인가? 평균 이하의 삶은 위협을 받아도 되는 건가? 왜 전국민이 철밥통 속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가? 노동당은 이것에 의문을 제기했다. ‘철밥통’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살아남아야 얻을 수 있는 것이라는 강고한 편견을 깨면 된다. 누구나 철밥통을 보장받을 수 있으면 되지 않은가?
흔히 “갑을관계를 없애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갑이 되고 싶어 한다”고 하는데 이런 근본적인 지배 구조를 타파하는 데에 관심을 두는 것이 이 후보와 노동당이다.
이 후보와 만나면 꼭 이런 질문을 하고 싶었다. 분명 자본주의적 경쟁 질서는 폭력적이다. 하지만 야만적인 자본주의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재벌이나 소수 기득권 세력만이 아니다. 대다수 시민들 이를테면 고소득 직장인, 600만 자영업자들이 과연 사회주의로의 체제 전환에 공감할 수 있을까? 현 자본주의 체제에서 오히려 각자도생을 해서 자신이 갑이 되고 싶어 하는 비교우위의 생존 본능이 어마어마하지 않을까?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해봤다.
인간은 그런 욕망이 당연히 있다. 바늘 구멍을 뚫고 성공할 수 있다는 욕망 말이다. 소수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때로는 전체 다수가 가지는 욕망일 수 있다. 과거의 자본주의는 그런 열망을 부추겼고 때로는 그 열망이 어느정도 성취감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그러나 현재의 자본주의는 욕망에 대해서 어떠한 성취감도 줄 수 없는 사회를 만들었다. 사다리는 끊어졌다. 개인이 열심히 해서 신분 상승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그래서 결국은 부동산 영끌, 주식 영끌에 사람들이 몰린다. 한 방을 기대하게 하는 것이다. 지금은 출세의 욕구보다 어떻게든 생존해야겠다는 욕망이 더 강한 것 같다. 바야흐로 각자도생의 시대다. 그래서 사회주의 이념이 아직은 거부감이 들거나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천천히 사회주의에 대해 알아가다 보면 충분히 공감되고 설득이 될 것이다. 나는 (설득력있는 메시지를 낼) 자신이 있다.
권력을 바라보는 냉철함과 사회적 약자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유지하겠습니다.
더불어 일상 속 불편함을 탐구하는 자세도 놓지치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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