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6-03

알라딘: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 본격남자망신에세이 권용득 (지은이)

알라딘: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 본격남자망신에세이   
권용득 (지은이)동아시아2016-07-27

360쪽
128*190mm460gISBN : 9788962621501

책소개

서울의 치솟는 집값에 밀려 경기도 양벌리에 신접 살림을 차렸던 송아람, 권용득 만화가 부부. 고정 수입은 없었고 아이는 이미 세상에 나왔다. 만화가 커리어를 중단하고 생활 전선으로 나가야만 했던 부부는 본업인 '대안 만화(alternative comics)' 창작 대신 수주받은 삽화 일러스트 일에 열중해야 했다.

애써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지만 창작이 아닌 아이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 '생활인' 정체성만 남아버린 나날은 지독하게 힘들었다. 저자 권용득은 지겨운 일상을 견디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글감은 주로 아내와 아이, 그리고 부모님과 과거 옛 기억, 또 동네 사람들이었다. 그의 시니컬한 유머코드가 담긴 글은 금세 입소문을 탔고 '좋아요'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전 세대보다 육아에 관심이 높아진 또래 (3-40대 남성) 남성의 지지도 많았다.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에는 프리랜서 예술 노동자(만화가)인 저자 권용득이 같은 직업을 가진 아내 송아람 씨, 나보다 더 많은 걸 경험하는 것 같은 아홉 살 아들, 어쩐지 어머니의 희생이 눈에 밟히는 부모님, 그리고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8년 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쓴 일기를 모은 에세이이다. 시간 순서가 섞여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저자의 과거와 현재가 역동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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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가족이 되는 과정
이상한 며느리
올모스트 페이머스보다 투 비 컨티뉴드
빗나간 농담
마지막 사랑니와 쇠고기 타코
존경스러운 마누라
장점과 단점
적대적 공생관계
우리들의 결혼식
우리 부장님
결혼기념일
추억 여행
마누라가 입원했어요
누구를 위한 걱정인가
효자국밥
우아한 자위 행위
5년의 침묵
진짜 휴식
꼬막과 문어
이기적인 사랑
혹한의 물놀이와 돼지갈비
농담 아닌데
결혼에 관한 감가상각의 법칙
창고대방출
어차피 내일 아침에는
못해도 괜찮아

2장 아임 유어 파더
아임 유어 파더
장수풍뎅이
우주의 중심
하얀 도화지
남탕의 카리스마
호랑이 발톱 자국과 각목 정강이
슬픈 탁구공
추억만들기
하기 싫은 일
아버지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불알의 의미와 불알의 미래
우리 서연이가
축구가 원래 그래
부모 입장
만선을 기다리며
벌초의 추억
옛날 엄마 스타일
출생의 비밀
미국 이모와 메이드 인 차이나
최초의 두 사람
누구나 한번쯤 모차르트를 꿈꾼다
자기 인생
쉬고 왔는데 쉬고 싶은 심정
자업자득

3장 역사는 동네에서 이루어진다
옆집 아저씨의 새하얀 엉덩이
공포의 대탈주
세레모니는 먼저 하는 사람이 임자
어머니의 장롱
영원한 불행은 없어
양벌리 편의점의 밤과 낮
놈놈놈
논현동에 대한 짧은 견해 혹은 변명
갈등의 기원
마타하리의 딜레마
도둑놈도 친구의 거시기는 훔치지 않는다
돌멩이
손에 손잡고
요즘 애들 정말 문제가 많다
데칼코마니
설득의 달인
대견한 우솔이
아이의 꿈
양벌리 안녕
술도 먼저 먹자고 한 사람이 쏘는 거다
고향의 첨단유행

4장 만화가 아빠의 ‘이중생활’
최초의 기억
헬싱키 만화축제 후기 1
불면증과 결정 장애
언젠가는 사라진다
헬싱키 만화축제 후기 2
됐고
인생에는 낭비가 없다
헬싱키 만화축제 후기 3
임병묵 선생님
암살자의 양심
헬싱키 만화축제 후기 4
바라만 봐도 좋은
진짜 손해
안금희 선생님
춘심이
톨게이트의 추억
이달의 수필
원산폭격의 추억
몸으로 때운다
자기 자신을 위한 예의
도깨비 눈
나의 보험
엄마의 스타워즈
자기만의 일
나는 가끔 투명인간이 된다
나의 1초
해석의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접기
책속에서

P. 20 시댁 어른들은 예고도 없이 방문한 며느리와 손자 덕분에 얘네들이 대판 싸웠나 걱정했을 게 틀림없다. ‘근데 왜 여길(시월드) 왔지?’하며 적잖이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버지는 나한테 몇 번이고 확인을 했다. “느그 싸운 거 아니제?” 이렇게 얘기하면 우리 집이 며느리와 막역하고 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속속들이 파고들면 여느 집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마누라가 좀 이상한 여자다. 가장 이상한 건 어른들의 배려를 사양할 줄 모른다.  접기
P. 39 미안하다고 아무리 말한다 해도 진짜 용서가 될까. 나는 이따금 화해의 실존을 의심하곤 한다. 그리고 이건 가깝게 지내던 친구든 가족이든 예외가 없다. 즉, 모든 틀어진 관계를 통틀어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왕따 안 당하려면 앙금을 잊고(혹은 잊은 척하고) 새롭게 관계를 만들어가야 할 때도 있다. 영원히 보지 않겠다며 등을 돌리는 경우 도리어 이해받기 힘들 때도 있다.  접기
P. 89 만약 우리가 결혼을 결심했을 무렵이 요즘과 같은 분위기(남성과 여성의 갈등이 도처에서 반복·재생산되는)였다면, 결혼은 엄두도 못 냈겠구나 싶다. 또 이 양극단의 이야기들은 도리어 결혼이나 출산 자체를 혐오하게 만드는 것도 같다. 우리는 왜 결혼을 했을까 종종 되묻곤 한다. 분명 이 땅에 양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물리적으로 균형을 맞추려고 했지만, 그건 양성평등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였다. 서로 주어진 역할(아내, 남편, 엄마, 아빠, 아들, 딸, 사위, 며느리 등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접기

P. 160 아무튼 옛날 엄마 스타일인 나는 애한테 다음부터 학교에서 뭔가를 받아오면 일단 꺼내놓으라고 당부했다. 마침 애는 가방에서 또 무언가를 주섬주섬 꺼냈고, 애가 꺼낸 가정통신문 중에는 부모의 직업 설문지도 있었다. 그런데 내 직업을 뭐라고 쓰지? ‘옛날 엄마’는 좀 그렇고 ‘주부’라고 써야 할까?
P. 179 사회가 언제부터 이토록 삭막해졌을까? 내가 자기네 애들 좀 보고 있으면 초면이라도 다가와서 닭다리는 아니더라도 닭날개 정도는 권하고 그래야 명랑사회 아닌가? 맥주 한 모금 나눠 먹을 수 있는 거잖아? 처음 보는 애들을 차례차례 물속에 한 200번쯤 메다꽂고, 우리 애랑 대충 씻고 찜질방에 갔다. 애는 일전에 엄마랑 한번 와봤다고 되게 아는 척을 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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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권용득의 글을 읽으며 킥킥대다 가끔 박장대소하다 문득 짠해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 가족이, 내 이웃이, 이 작은 시공간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일 수 있는지. 잊고 있던 천상병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 김창남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문화대학원 교수)

SNS의 특성 상 SNS에 글을 길게 쓰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패스하게 된다. 권용득 작가도 SNS에 어울리지 않게 글을 길게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권용득 작가의 글은 첫 두어 문장을 읽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글에 엄청난 재미와 흡입력이 있다. (중략) 만화가라서 그런 걸까. 권용득 작가는 글을 쓰지 않고 그리는 느낌이다. 나 역시 만화를 위한 글을 오래 써왔기에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다. 이미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권용득 작가가 부럽다. 권용득 작가는 지문을 따로 치지 않아도 행간에 묻어있는 장면들이 눈에 보이게 그린 듯이 글을 쓴다. - 강풀 (만화가. <순정만화>, <바보>, <29년> 外)

어떤 이는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한다. 하지만 도구는 누가 쥐느냐에 따라 진가를 발휘하는 법. 그가 앉아서 컴퓨터로 글을 쓰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낭비가 아니다. 삶에 대한 통찰을 멋지게 쌓아올렸다. 마치 이쑤시개로 만든 거북선처럼…. - 주호민 (웹툰 <신과 함께>, <무한동력>을 그린 만화작가)

다른 사람을 잘 재우는 사람이 정작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가 많다는데, 글쓴이 또한 이토록 유연하게 일상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지만 정작 본인은 말도 못 하게 고단하지 않았을까. (중략) 글을 읽으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도 조금은 더 지독하게 살아도 되겠다’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권나무 (가수)

권용득 만화가의 고추처럼 맵고 싱싱한 일상의 기록들, 한입 깨물면 코끝이 찡하게 살맛이 난다. - 유진목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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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권용득 (지은이)

남들 일할 때 놀고 남들 잘 때 깨어 있는 만화가. 평범한 사람들의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여러 책과 매체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 저서로는 만화책 《영순이 내 사랑》, 《예쁜 여자》와 에세이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가 있고, 《우리 학교 앞 전설의 컵볶이》, 《빨간약》 등에 단편만화를 그렸다.
최근작 : <나의 발견>,<우리 학교 앞 전설의 컵볶이>,<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 총 20종 (모두보기)
SNS : http://facebook.com/yongdeuk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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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제공 책소개

그대도 ‘살림하는 남자’인가요?
<조회수 폭발> 만화가 권용득의 전지적 남편시점 에세이
“만화가라서 그런 걸까. 그림 같은 글이다” - 강풀 (만화가)

“킥킥킥 웃다가 눈물이 핑”
‘페이스북 스타’ 만화가 권용득

서울의 치솟는 집값에 밀려 경기도 양벌리에 신접 살림을 차렸던 송아람, 권용득 만화가 부부. 고정 수입은 없었고 아이는 이미 세상에 나왔다. 만화가 커리어를 중단하고 생활 전선으로 나가야만 했던 부부는 본업인 ‘대안 만화(alternative comics)’ 창작 대신 수주받은 삽화 일러스트 일에 열중해야 했다. 애써 서로를 위로하며 버텼지만 창작이 아닌 아이를 위해 돈을 벌어야만 하는는 ‘생활인’ 정체성만 남아버린 나날은 지독하게 힘들었다. 저자 권용득은 지겨운 일상을 견디기 위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글감은 주로 아내와 아이, 그리고 부모님과 과거 옛 기억, 또 동네 사람들이었다. 그의 시니컬한 유머코드가 담긴 글은 금세 입소문을 탔고 ‘좋아요’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이전 세대보다 육아에 관심이 높아진 또래 (3-40대 남성) 남성의 지지도 많았다.

프리랜서 예술 노동자(만화가) 부부의
치열한 가사분담과 헬조선 각자도생

신간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에는 프리랜서 예술 노동자(만화가)인 저자 권용득이 같은 직업을 가진 아내 송아람 씨, 나보다 더 많은 걸 경험하는 것 같은 아홉 살 아들, 어쩐지 어머니의 희생이 눈에 밟히는 부모님, 그리고 동네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해 8년 간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쓴 일기를 모은 에세이이다. 시간 순서가 섞여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저자의 과거와 현재가 역동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비단 이 부부만의 사정만은 아니겠지만 부부는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장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을 앞세워야 했다. 그리고 아이가 아홉 살이 된 지금, ‘어느 정도’ 각자도생에 성공했다. 하고 싶은 일도 결국 놓치지 않았다. 부부는 각자의 작업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웠고 철저하게 가사를 분담했다. 각자의 커리어를 존중하고, 각자의 욕망을 존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저자의 손에는 고무장갑이 끼어졌고 엄마들이 주도하는 유치원 바비큐 모임이나 학부모 참관수업에도 척척 참여하게 됐다.(본문 174쪽) 또 그는 아들내미가 챙겨온 가정통신문에 껴 있는 부모 직업 설문지란에는 ‘주부’라고 쓸까 진지하게 고민도 하기 시작했다. (본문 160쪽) 치열한 일상 틈틈이 작업한 그의 만화 또한 헬싱키만화축제에도 초청되는 등 국제적 인정을 받기도 했다. (본문 268, 279, 288, 299쪽) ‘일’과 ‘가정’, 둘 다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는 일상이었다.

저자의 눈에 포착된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인 사람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깎지 않는 수염과 치렁치렁 긴 머리로 동네를 활보한다. 동네 아이들에게 어쩐지 특이한 ‘지홍이 아빠’로 비춰진다. 물론 학부모 참관의 날에는 사회적 상식선에 입각한 ‘학부모용 차림’을 잊지 않는데도 아이 친구들에 눈에 비친 프리랜서 예술 노동자 아빠(저자)의 비주얼은 어딘가 달라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를 데리러 간 학교 운동장에서 ‘회사에 가지 않는 너네 아빠는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 아들 친구(2장, 112쪽)를 만나는 건 예삿일이다.
또한 저자는 프리랜서 노동(만화 창작)을 하기 때문에 또래 다른 아빠들 보다 더 자주 아이 친구나 다른 학부모들과 마주친다. ‘남성 육아 휴직’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와 별개로 현실에서 그가 참여하는 학부모 모임에는 여전히 ‘여성’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이전 세대, 한국 사회의 ‘아버지’의 상징이었던 ‘가부장적인 모습’과는 다른 새로운 ‘아빠’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설거지를 하며 아들의 장수풍뎅이를 돌보고(본문 107쪽), 네가 행복하다고 해서 아내까지 행복한 것이 아니라는 어머니의 충고(본문 348쪽)도 새겨 듣는다.
그의 시선에 걸러진 ‘우리네 일상’은 어쩐지 웃긴 일도 많지만 도저히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구조적 모순투성이이다. 희극적이고도 비극적이다. 또한 저자는 아버지에게 받은 상처를 완전히 치유하지 않았지만 아들에게 되물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2장 아임 유어 파더) 그의 어머니는 ‘자기만의 일’을 존중받기 위해 악전고투했지만 며느리의 ‘일’은 이런 고생 없이 존중받기를 바란다.
저자가 바라본 아내와 아들, 부모님, 그리고 동네 사람들은 ‘가족’과 ‘커뮤니티’라는 관계성으로 엮여 있지만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인 ‘개인들’의 모습들이기도 하다. 또한 아이의 인생 못지않게 각자의 인생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저자와 아내 송아람 씨의 라이프 스타일은 한국 사회의 이전 세대에는 잘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미드(미국드라마)’와 ‘헐리우드 영화’ 등 영미 문화에 익숙한 ‘개인주의를 사랑하는 요즘 젊은 부부’의 모습인 것이다.

강풀도 강력 추천한
만화 같은 글맛

마치 만화의 컷과 컷을 넘나드는 이미지처럼 장면이 전환되는 그의 글맛과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코드’는 금세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일상글’로 사람들을 웃기고 울렸던 그는 이제 페이스북에서 꽤 유명인사가 되었다.
실제로 페이스북 ‘친구 맺기’를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다는 만화가 강풀도 그의 글을 아주 좋아해 추천사까지 남겼다.

SNS의 특성 상 SNS에 글을 길게 쓰면 가독성이 떨어지고 패스하게 된다. 권용득 작가도 SNS에 어울리지 않게 글을 길게 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한하게도 권용득 작가의 글은 첫 두어 문장을 읽으면 끝까지 읽게 된다. 글에 엄청난 재미와 흡입력이 있다. (중략) 만화가라서 그런 걸까. 권용득 작가는 글을 쓰지 않고 그리는 느낌이다. 나 역시 만화를 위한 글을 오래 써왔기에 장면을 떠올릴 수 있는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다. 이미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권용득 작가가 부럽다. 권용득 작가는 지문을 따로 치지 않아도 행간에 묻어있는 장면들이 눈에 보이게 그린 듯이 글을 쓴다.
(만화가 강풀의 추천사 중에서)

대중음악평론가 김창남, 만화가 주호민, 시인 유진목, 가수 권나무 또한 저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지지하며 저자의 글에 곧잘 ‘좋아요’를 누르는 ‘페친(페이스북 친구)’이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추천사를 남겼다.

권용득의 글을 읽으며 킥킥대다 가끔 박장대소하다 문득 짠해진다. 그리고 깨닫는다. 내 가족이, 내 이웃이, 이 작은 시공간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놀라운 기적일 수 있는지. 잊고 있던 천상병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생각느니, 아, 인생은 얼마나 깊은 것인가.’
(대중음악평론가 김창남의 추천사 중에서)

어떤 이는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 한다. 하지만 도구는 누가 쥐느냐에 따라 진가를 발휘하는 법. 그가 앉아서 컴퓨터로 글을 쓰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낭비가 아니다. 삶에 대한 통찰을 멋지게 쌓아올렸다. 마치 이쑤시개로 만든 거북선처럼….
(만화가 주호민의 추천사 중에서)

권용득 만화가의 고추처럼 맵고 싱싱한 일상의 기록들, 한입 깨물면 코끝이 찡하게 살맛이 난다.
(시인 유진목의 추천사 중에서)

다른 사람을 잘 재우는 사람이 정작 뜬눈으로 밤을 지새울 때가 많다는데, 글쓴이 또한 이토록 유연하게 일상 속으로 우리를 초대하지만 정작 본인은 말도 못 하게 고단하지 않았을까. (중략) 글을 읽으며 고마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나도 조금은 더 지독하게 살아도 되겠다’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수 권나무의 추천사 중에서)

왜 ‘남자망신에세이’ 인가?
부제가 의미하는 것

‘남자망신’이란 말은 사실 요즘엔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의 아버지 세대에서는 곧잘 쓰던 말이었다. 물론 ‘여자망신’이란 단어는 그 용례 자체가 거의 없었다. ‘망신’이라는 단어 자체가 체면과 지위가 깎였다는 뜻이기에 ‘여자’ 사람들에게는 깎일 지위와 체면 자체가 없었다는 사실의 반증일지도 모른다.
1977년생, 올해 40세인 저자는 아버지 세대와 달리 같은 직업을 가진 아내와 철저하게 관계의 균형점을 찾아 보조를 맞추며 살아가는 법에 익숙하다. 저자는 글을 쓰면 놀림을 당하는 경상도 왜관의 남자 고등학교에서(본문 322쪽), 또 남자가 울면 안 된다고 혼을 내는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성장하면서(본문 265쪽) 곧잘 ‘남자 망신’이라는 언어에 갇히곤 했다. 저자를 상징하는 남자 인물이 등장하는 표지와 부제는 그러한 스토리텔링을 내재하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는 이미 익숙한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한 남자에게 새로운 ‘남성성’을 부여하고자 하는 시도는 여전히 생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지와 부제는 무언가를 주장한다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책 구성과 내용 엿보기

책은 총 4장 360쪽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가족이 되는 과정>은 부부의 동반자로서의 에피소드가 주를 이룬다. 저자에 의하면 ‘가족’이란 천부적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만들어지는 것이다. 저자는 생판 남남이었던 부부가 서로의 부모님을 ‘시어머니 · 시아버지’, ‘장인어른 · 장모님’이라는 호칭으로 부르기 시작하는 그 ‘새삼스러움’부터 의식한다.(본문 19쪽) 또 분위기를 띄우려고 교정 전 아내의 외모를 가지고 농담을 던졌다가 아내의 이모님들로부터 싸늘한 눈총을 받으며 진땀을 빼기도 했다.(본문 26쪽)

<2장 아임 유어 파더>는 저자와 아들, 혹은 저자의 아버지와 저자, 3대간의 부자 관계를 넘나든다. ‘아버지와 아이스 아메리카노(본문 134쪽)’와 ‘최초의 두 사람(본문 164쪽)’에서는 변화한 시대를 받아들이며 아들에게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는 저자의 아버지를 만날 수 있다. 가령 아들인 저자에게 “우리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혹은 “제사라는 풍습도 따지고 보면 두 사람부터 시작했다”라고 먼저 말해주는 식이다.
<3장 역사는 동네에서 이루어진다>에는 저자가 살았던 동네인 양벌리와 현재 살고 있는 동네 논현동을 둘러싼 이야기이다. 친구의 새 자전거를 열쇠 비밀 번호를 공유하고 나눠 타는 동네아이들(3장, 221쪽), 몸에 열이 많아 알몸인 채로 문을 열어놓고 살다가 변태로 오해받은 아저씨(3장, 189쪽), 자기 인생보다 아이의 인생을 더 중시하는 육아 동지 학부모들(2장, 174쪽), 갑자기 불행하다고 고백하는 아홉 살 아들 친구까지(3장, 202쪽).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언어화된 적 없는 개인들의 일상’이다.
<4장 만화가 아빠의 ‘이중생활’>은 ‘만화가’로서 참가한 헬싱키만화축제에서의 에피소드를 통해 남편, 아들, 아빠라는 역할에서 벗어난 ‘개인’으로서의 저자 권용득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대학 시절 군기를 잡는 선배들의 구타에 홀로 저항한 뒤 ‘왕따’가 되어버린 동기(4장, 327쪽), 촌지를 받지 않아도 학생을 차별하지 않았던 선생님(4장, 292쪽). 가부장적인 남편에 대한 스트레스를 풀고 싶었던 건지 그 옛날 아들(저자)을 데리고 극장에 가 유혈이 낭자하는 <13일의 금요일>을 본 어머니(1장, 36쪽), 사내놈이 이까짓 일로 운다며 저자에겐 윽박지르던 아버지(4장, 265쪽)의 에피소드를 통해 그의 가치관 형성에 영향을 미친 사람들에 대한 회상도 담겨 있다.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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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듯하나 묵직하다.
묵직한 것 같으나 유쾌하다.
웃다가도 짠해지고, 마음에 울림을 전하는 에세이.
위로를 많이 받았습니다.  구매
랄랄라얍얍 2016-12-05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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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있는 생활 에세이. 만화가인 작가의 특성이 묻어난다. 마치 생활툰을 글로 보는 느낌이다. 솔직한 글이라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매
xizhu 2016-09-19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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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꼽잡고 웃다가도 가슴 속이 쩡한 그런 글들입니다. 작가님의 통찰과 해학이 느껴지는 좋은 책이에요.  구매
볼빨간 2018-02-02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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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만화가이면서 만화가 남편이기도 한, 일상 에세이 새창으로 보기 구매
권용득 작가는 예전에 포스팅한 적 있는 <자꾸 생각나>의 송아람 작가 남편이다.
만화가 부부인 셈인데, 이번에 '본격 남자망신 에세이'라는 부제의 에세이집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를 냈다.

블로그를 운영한다는 건 알았는데, 워낙 필력이 좋다.
별 내용 없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인데 재미있게 읽히고, 솔직하다.
만화가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나, (다 다르겠지만)
만화가를 부인으로 둔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나, (드문 케이스긴 하다)
그런 게 궁금하면 한번 읽어보시라.
그림을 권용득 작가가 직접 그렸다는데, 표지를 잘 뽑아낸 것 같다.
동아시아에서 나왔는데, 본문 면이 세로로 너무 좁달까, 편집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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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쯔 2016-08-19 공감(7)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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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

출판사 측의 소개글에 의하면 저자의 직업은 프리랜서 예술 노동자(만화가)이다. 아내 송아람씨 역시 같은 직업을 가졌다. 이 책에서 저자는 경기도 양벌리, 서울 휘경동과 논현동 등 자신이 살았던 공간의 기억과 아내, 아이, 부모, 이웃 등과 함께 살았던 시간의 기억을 유머러스하고 따뜻하게 이야기한다.



부부는 진정 하고 싶은 대안 만화 그리기보다 삽화 일감을 그려 생활을 해결해야한다. 집에서 작업하다보니 부모/남녀 역할 나눌 것 없이 한 사람이 작업하면 다른 사람은 육아와 가사를 맡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저자는 저자 또래 남성들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된다. 동네 아줌마 육아 수다 모임 참가는 물론, 아들 친구들과도 거리낌없는 우정(?)을 나누게 된다. 아들을 키우며 본인의 아버지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어머니의 삶을 생각하며 아내의 성공을 응원하기도 한다. 소소한 에피소드를 정겹게 묘사하는 저자의 글솜씨 덕분에, 읽다보면 나도 몰래 미소짓게 된다.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소개하자면,



<스타워즈>가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갔다가 또 다음 세대로 이어 나가는 것처럼, 우리 집도 새로운 역사를 쓰는 중이다. 그리고 내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엄마의 포스'덕분이었다. (다쓰베이더 같았던 아버지도 한몫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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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대목처럼, 영화, 책, 음악 등 같은 문화적 경험을 통해 같은 추억을 가진 내 또래 글쓴이가 마흔 즈음이 되어 부모를 돌아보는 이야기가 특히 좋았다. (오, 내 아버지도 다쓰베이더 같았다구요!)



여덟 살이나 여든에 가까운 일흔이나 거기서 거기였다. 어쩌면 인생은 스케치북에 물감을 잔뜩 풀어놓고 접었다 펼친 데칼코마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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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의 에세이라고 유머와 반전으로 일관하지도 않다. 위 인용 부분처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을 보여주는 문장이 곳곳에 있다.



좋아서 시작한 일을 돈이나 생활 때문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었다. 말하자면 맨땅에 헤딩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헬싱키까지 와서야 새삼 깨닫는다. 맨땅에 헤딩도 '계속하면' 헛되지 않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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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 역시 몇 년 째 맨땅에 헤딩하는 입장이기에, 위 인용 부분처럼 하고 싶은 일과 생활 사이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마흔 언저리의 생활인들, 다른 작업하다가 스스로 회의하면서 심신이 고갈되신 분들께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표지와 책 제목, 약간 아쉽다. 표지를 보면 고무장갑에 앞치마 차림인 남성이 있다. 지쳐서 넋 나가 보이는 표정이다. 그 옆에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라는 제목이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전업주부일을 하는 남성이 가사노동에 지쳐 제멋대로 어지르는 가족들의 만행을 고발하고 자신의 피곤을 하소연하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제목이 등장하는 부분의 내용은 이렇다. 헬싱키 만화 축제에 초대작가로 참가한 저자가 헬싱키 거리 풍경을 관찰하고 이렇게 말한다.



질서든 무질서든 '알아서' 지키는 분위기다. 또 하나같이 다들 제멋대로다. 그러면서도 서로 암묵적으로 철통같이 지키는 것이 하나 있었다. '타인의 자유'.

- 280쪽



사실은, 이렇게 멋진 내용을 담고 있는 제목이었던 것이다! ^^

- 접기
껌정드레스 2016-10-24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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