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양과 죄의식 - 대한민국 반공의 역사
강준만,김환표 (지은이)개마고원2004-10-25
희생양과 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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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296쪽152*223mm (A5신)414gISBN : 978895769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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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한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지은이들은 해방 정국과 한국 전쟁을 거치며 생겨나 반세기 넘게 지속돼온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답을 찾는다. '반공'을 기준으로 사람들이 나눠서고, 이를 근거로 서로를 증오하고 적대시하는 악순환을 반복해온 것이 한국 현대사라는 것.
책에는 194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의 반공의 역사를 한 흐름에 보여주는 60여 개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해방 정국에서 친일세력이 반공을 기치로 내걸게 되는 과정,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체험을 통해 이를 내면화하는 과정, 권위주의 정부가 국민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이을 활용하고, 1980년대 이후 민주화 담론과 반공을 연결지으면서 새로운 의미체계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여준다.
권위주의 정권들이 반공의 상처를 이용하고, 왜곡하고, 증폭하는 메커니즘이나 교육을 통해 민중 스스로 반공을 욕망하도록 세뇌시킨 방법, 북한에 대한 증오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반공을 통해 남한에서 자유와 민주의 의미를 변질시켜 민주주의 발전을 왜곡한 과정 등을 분석한다.
목차
머리말: '희망과 행복의 방정식'을 바꾸자
1장 1940년대의 반공
'기생충 박멸 작업'
유사 종교로서의 반공
'악마와 천사 간의 전쟁'
'씨 말리기 전쟁'
'빨갱이는 흡혈귀'
'손가락총'의 위력
산으로 간 사람들의 아내
피의 악순환
초콜릿의 유혹
보도연맹 20만 명 학살극
2장 1950년대의 반공
함정 학살
한글의 수난
줄서기의 고통
'도강파'의 '잔류파' 처단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을 빨갱이'
'그 사람 빨갱이예요!'
'빨갱이 사냥꾼'으로 변신한 '부역자들'
'희생양 만들기'와 '죄의식 털어내기'
광기에 전염된 아이들
'작은 모스크바'의 추억
'시민증이 없다는 것은 죽은 목숨'
누명을 벗기 위한 전쟁 참여
월남 피난민의 생존방식
월북자 가족의 생존방식
연좌제의 고통
'전쟁이 교과서다!'
'조봉암이 왜 하필 우리 조씨인가'
3장 1960년대의 반공
4.19와 부역자 가족의 자기검열
미국의 인정을 받기 위한 '빨갱이 만들기'
공포의 중앙정보부
'반공=바른생활=도덕=국민윤리'
1963년 10.15 대선의 '색깔전쟁'
막걸리 반공법
국가 테러리즘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4장 1970년대의 반공
서승.서준식 형제 '간첩' 조작 사건
김추자가 간첩이라는 유언비어
반공이 만들어준 '대통령 종신제'
'박정희 사진을 이가 아프도록 씹었다'
태극기를 보고 통곡한 여학생들
막걸리 보안법
'똘이장군'의 탄생
삼척가족간첩단 사건
5장 1980년대의 반공
신군부의 5.18 용공조작 음모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연좌제 폐지' 사기극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는 세상
전두환정권의 '간첩 만들기'
'간첩'을 대량생산한 국가보안법
빨갱이로 몰리지 않기 위한 몸부림
전교조 교사들의 시련
6장 1990년대의 반공
남북회담과 연좌제 자살
한반도 전쟁 위기설
박홍 파동
50년 묵은 긴장감
권영길의 '레드 콤플렉스'
'통일 되면 거지 떼가 몰려올까봐 싫어요!'
극우 반공주의의 주도권 교체
'친북 좌익 400만 시대'
트로츠키의 부활
맺음말: 증오의 기억을 넘어서
접기
책속에서
2004년 8월 17일 한나라당 의원 최병국이 노무현 정권의 국정운영 행태를 러시아 공산혁명 이론가인 레온 트로츠키의 혁명방식에 빗대 비판함으로써 죽은 지 60년이 넘은 트로츠키를 이 땅에 부활시켰다.
최병국은 '토로츠키 혁명론'의 원칙이 1)적을 만들라. 2)적과 동지를 구별하라. 3)보수 언론을 공격하라. 4)법과 원칙은 공론에 불과하다. 5)우군을 철저히 지원하고 적은 멸망할 때까지 공격하라 등 다섯가지라고 설명했다.
(중략)최병국이 지적한 것 중 일부는 노 정권의 행태와 비슷하지만, 그건 어느 나라의 정권에서나 다 적용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왜 '트로츠키'라는 이름이 필요했느냐는 것이다. -- 본문 286쪽에서 접기
저자 및 역자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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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 더보기
최근작 : <수렁 속에서도 별은 보인다>,<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당신의 영혼에게 물어라> … 총 464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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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커뮤니케이션 행위와 대중문화, IT문화에 관심이 많은 저술가다. 저서로 한국 드라마의 역사를 다룬 『드라마, 한국을 말하다』(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우리의 일상에 큰 영향을 끼친 IT 인물 15명을 다룬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IT 거인들』, 최고경영자의 삶과 철학과 비전을 살펴본 『부와 혁신의 설계자들』 등이 있다. 편저로 『트렌드 지식사전』(전6권), 공저로 『사람은 꽃보다 아름다운가』, 『미래를 파는 디지털 상인들』 등이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다음백과’에 ‘글로벌 기업 스토리’... 더보기
최근작 : <최고의 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부와 혁신의 설계자들>,<약탈 정치> … 총 21종 (모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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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 그 요술방망이의 흔적들 새창으로 보기
강준만의 <희생양과 죄의식>은 반공이데올로기로 인해 고초를 겪은 사람들의 얘기다. 기가 막힌 사연들이 쭉 나열되어 있지만, 저자의 다른 저작들을 통해 다 한번씩 들은 얘기라 강준만의 팬인 나로서는 좀 지루했다. 이 책은 연대별로 대표적인 간첩조작 사건들을 기술하고 있는데, 시대에 관계없이 빨갱이를 만들어내고 고초를 가하는 방식은 비슷한 것 같다. 고문-->빨갱이 시인--> 사형 혹은 투옥--> 남은 가족들 풍비박산.
다른 사연도 다 억장이 무너지지만, 최근에 밝혀진 수지김 사건만 예로 들어보자. 수지김 사건은 사실 남편이 아내를 살해한 살인사건에 불과했지만, 남편은 그걸 간첩이 자신을 납치하려 했다고 구라를 쳤고, 사건에 목말라있던 안기부는 그걸 간첩 사건으로 대서특필한 것. 이유는? 수지김이 왠지 스파이스러운 이름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사건의 결과 그 가족들은 다음과 같은 운명을 겪게 된다. 가족들이 안기부에서 혹독한 조사를 받게 된 이후의 일이다.
-어머니: 실어증을 얻었고, 10년 뒤 사망.
-큰언니: 전매청에서 해고당함--> 정신이상까지 생겨 그해 겨울 사망.
-큰언니의 남편: 술로 세월을 보내다 이듬해 교통사고로 뇌수술--> 폐인생활
-오빠: 술에 의지해 살다가 교통사고로 사망
-여동생: 이발소 문 닫음, 남편에게 이혼당함--> 울화병과 노이로제에 시달림
-다른 여동생: 수지김의 동생이란 게 알려져 남편에게서 쫓겨남.
-또 다른 여동생: 동생임이 탄로나 남편에게 상습적 폭행--> 산으로 들어감
-조카들: 학교에서 왕따 당하고 자퇴, 취업도 못함. ‘간첩의 씨앗’이라며 버려진 아이도..
이 사건은 나중에 조작이었음이 드러났지만, 그런다고 해서 이 가족이 잃어버린 삶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억울한 간첩을 만드는 국보법은 없어져야 하고, 있더라도 적용만큼은 신중해야 하지만, 이놈의 나라가 어디 그런가. 술먹고 농담 한번 했다가 몇 년간 징역을 살아야 하는 나라,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고 고발하는 그런 나라가 우리가 살았던 나라다. 책에 나온대로 “한국 국민이 북한에 대해 갖고 있는 공포심은 반민주적인 정권의 정치적 자산이었으며, 그 공포심은 수구기득권 세력에겐 요술방망이와도 같은 것”이었다. 요술방망이의 위력이 많이 퇴색된 지금도 그 방망이에 기대고자 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은 것은 어인 일일까? 이 책은 나보다는 그런 사람들이 읽어야 효과가 있을 듯 싶다. 거기에 더해 민주화를 외친 학생들이 주사파라고 했던 박홍, 아버님은 언제나 잘했다고 지금도 주장하는 박근혜, 친북좌익이 400만이 된다고 말하는 조갑제, “국가보안법이 남용된 사례가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이라며 국보법 폐지를 적극 반대하는 모 의원, 그리고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젊은 극우들도 이 책을 읽는다면 소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 접기
부리 2005-01-26 공감(180) 댓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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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반공의 역사..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이성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웠고,감성적으로는 더더군다나 수긍하기 어려운
가슴아픈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많이 이 책안에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많이 알려진 조용수 민족일보 사장의 사형,조봉암 진보당수의 사형 등의 이야기들은
익히 다른 책이나 방송에서 듣고 보아왔던 내용이라 새삼스럽지 않았으나,
같은 동네 주민들간의 살육의 반복과 그 과정에서 친공이나 반공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었을 어린아이들이 나중에 복수의 화신이 될 것을 두려워한 사람들에 의하여
그 어린 나이에 불귀의 객이 된 사실은 그 당시를 휩쓸었던 광기가 얼마나 극심한 것인지
느끼게 하였다.
아울러 자신이 가족의 월북이나 납북으로 인하여 남한에 남아있던 가족들의 고통도 상식 수준에서
조차 이해하기 힘들었다.
반공을 명분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감옥에 가둔 이들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들은 진정 조국을
사랑하고 민족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만행을 서슴없이 저질렀던 것인가?
그리고 지금 우리가 발딛고 서있는 현실은 반공의 깊고 어두운 그늘에서 벗어나 있는 것일가?
아직까지도 수많은 억울함의 산실이었던 국가보안법이 존폐의 기로에 서있기는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고
있고,김정일을 잡아죽이자는 목소리가 서울 한가운데 울려퍼지는 현실을 바라보며,
또한 대부분의 형법 교수님들이 없애도 된다고 했는데 그말을 믿어주지 않는 이들을 바라보며,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 반공과 상식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음을 몸서리 치게 느끼는 것은
나만의 과민반응일까?
- 접기
짱구아빠 2004-12-03 공감(1) 댓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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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서평] 적대와 증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희생양과 죄의식> 새창으로 보기
추천 [서평] 강준만, 김환표 저 <희생양과 죄의식 : 대한민국 반공의 역사 >를 읽고/ 2004. 10., 296쪽, 개마고원
얼마 전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국회에서 "한국에 간첩 2만명”이 존재하며 "간첩에게 친절한 법관들” 때문에 공안사건 전담 재판부를 별도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인 황교안도 "크게 공감”했다.(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1440) 21세기에 벌어진 이 어처구니 없는 발언에 대해 “때아닌 색깔론”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의 발언이 “때아닌 색깔론”일까? 매일 시간마다 종편에서 탈북자를 동원하여 방송하는 온갖 선동적인 것들도, 한 달에도 몇 번씩 언론에 보도되는 새누리당과 공안기관의 색깔론이 갑작스러운 일일까? 결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이 책의 서문을 보면 2004년 참여정부 집권기에도 ‘교과서 파동’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참여정부의 과거사진상위원회가 발족하기 전에 이미 한나라당은 ‘좌파 교과서’라는 프레임을 제기했다. 민주정부가 들어선 1998년 이후 그 전까지 일방적으로 왜곡한 한국근현대사를 사실에 근거하여 수정한 내용을 문제삼아 정치적, 이념적 목적으로 색깔론을 편 것이다. 대통령 탄핵정국에 대한 역풍으로 2004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패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리고 <희생양과 죄의식>에는 저자들이 담은 1940~90년대 60개의 사례는 ‘색깔론의 역사’가 과거에 끝난 역사가 아니며, 10년 전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하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도 남는다.
저자들은 대한민국 반공사(反共史)에서 발생했던 60개의 에피소드로써 ‘대한민국 반공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정말 우리가 이런 야만의 세월을 살아왔단 말인가?” 하고 새삼 놀라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우리의 과거사가 아니라 2014년인 지금도 여전히 피 흘리는 살아 있는 상처임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한반도에서 반공의 역사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일제였다. 1940년대의 반공 에피소드의 첫 번째는 일제강점기에 일제가 독립투사들을 탄압하고 항일세력을 이간질시키기 위해 이들을 적색분자, 즉 빨갱이로 몰아 언어 테러를 가했던 사례를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그리고 해방정국에서 이승만 정권과 친일파들이 저지른 테러와 만행의 생생한 기록을 보여준다.
이어서 1950년대의 반공은 한국전쟁시 벌어진 '함정 학살'로, 1960년대의 반공은 공포의 중앙정보부로, 1970년대의 반공은 서승, 서준식 형제에 대한 간첩조작 사건으로, 1980년대의 반공은 전두환 노태우 신군부의 5.18 용공조작 음모로, 1990년대의 반공은 한반도 전쟁위기설로 시작되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에는 한국 현대사 속에서 힘없는 민중들이 감당해야만 했던 수많은 공포와 절규와 슬픔과 한이 담겨 있다.
<희생양과 죄의식>의 개정증보판을 2014년에 발간했다면, 2000년대는 김대중 정부에 대해 "이북에 대한민국을 가져다바친 정권"으로 시작될 것이고, 2010년대는 "천안함은 이북 소행"으로 시작될 것이고, 마지막은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 심판일 것이다.
끊임없는 간첩조작, 선거 때마다 벌어지는 색깔론, 시도때도 없이 반복되는 "종북세력 2만명, 종북좌파 200만명". 이명박 정권 집권 기간 내내 그리고 박근혜 정권 2년차까지 동일한 경험을 반복하면서 이제는 느끼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대한민국 색깔론의 역사 즉, 대한민국 반공의 역사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을.
이 책에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 부분은 ['희생양 만들기'와 '죄의식 털어내기']였다. 생존자들은 해방정국과 한국전쟁에서 운좋게 살아남은 것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 자신이 존경했던 사람을, 마을의 지도자급 인사를, 항일독립투사를, 아무런 죄가 없던 사람을 '희생양'으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지만 생존자들은 인륜을 저버린 자신의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개인과 집단은 부지불식 간에 '죄의식 털어내기'가 이루어진다. "그들은 죽어야만 했던 나쁜 사람들이었다"라는 합리화와 조작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희생양 만들기'와 '죄의식 털어내기']는 사람들이 자신의 잘못을 성찰하지 못하고 합리화하게 되는 경우에 대한 심리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최근 10~20여 년 동안 내가 이해하기 어려웠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해주었다.
반공반북 세뇌교육과 이데올로기 압박은 한국인들을 어떻게 만들었나?
한국사회의 치열한 반공교육, 반북언론, 종북공세에 대해 홍세화씨는 “인간을 알기도 전에 이미 인간을 증오하게” 만들었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알기 전에 증오부터 가르쳤다”고 말한 바 있다.
분단 체제에서 대한민국의 '자유'는 사회 구성원들의 개인적 자유를 확대하는 의미라는 교과서적 의미가 아니라 공산주의(1990년대부터는 북한)와 대적한다는 '반공'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그래서 '자유'와 전혀 관계없는 집단과 단체들이 '자유'라는 단어를 독점하다시피 한다. 자유총연맹과 자유기업원, 자유주의연대, 자유학생연합 처럼. 그래서 이 땅에서는 '자유000'라는 단체의 단어를 들으면 자유가 연상되는 게 아니라 전쟁과 부자유가 연상되어 버린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반공은 지배집단의 억압체제로 인식되어 왔다. 지난 시절 권위주의 정권들이 국민들을 통제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반공을 효율적, 억압적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들은 이런 분석에 대해 절반만 동의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경우 '공안정국'이라는 카드를 한 번도 사용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집권 기간 내내 색깔론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나는 저자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몇 년간 정치권력, 즉 행정부의 상층 일부를 장악했다고 해서 '한국사회의 지배집단'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에서 '지배집단'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세력은 행정부뿐 아니라 입법부, 사법부, 언론, 자본, 지식(학계), 문화 등 전반에 포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행정부의 경우에도 장차관 한두 명이 문제가 아니라 지난 군사독재 정권과 자본권력과 결탁한 적지 않은 수의 정치관료들이 지배집단의 하부구조를 장악하면서 지배집단의 상부로 진출하기 위해 결탁해 있는 게 아닐까?
저자들은 교과서 파동이나 정치적, 이념적, 사회적 갈등의 뿌리를 '폭압과 반발'에서 기인한 '적대와 증오의 패러다임'에서 찾는다. "한국사회 곳곳에서 분열과 갈등을 야기하는 숱한 상호 ‘적대 전선’들의 뿌리는 ‘해방정국의 이념 갈등’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정권의 폭압과 그에 대한 반발’의 과정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반세기가 넘게 지속되어온 '폭압과 반발'의 과정 속에 "집단최면이라 할 ‘세뇌’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적대와 증오의 패러다임’의 악순환에 갇혀 있게 했다."는 것이다.
민족화합을 외치고 교류협력을 말하면서도 남한 사회 내부에서조차 여전히 ‘타협과 화합의 패러다임’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까닭은 그것이 이성(理性)적 차원에서 제어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러 있음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반공’의 상처가 짐작 이상으로 엄청나게 깊고 크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저자들은 우리가 아직도 그 상처가 얼마만한 것인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 상처의 실체를 제대로 직시하여 아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상처의 깊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화해를 시도하는 것은 어리석기 때문이다. 저자들에게 <희생양과 죄의식>은 실체를 직시하는 출발이라 할 수 있다.
"적대와 증오의 패러다임의 악순환"과 "상처의 실체에 대한 직시와 치유"라는 저자들의 결론에 일면 수긍하면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물론, 2003년 2월 출범한 참여정부의 인사들이 1년 반 넘게 보여온 언행이 '적대와 증오의 패러다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없지 않았음은 인정한다. 색깔론 공세를 펴는 사람과 이에 동조하는 국민들의 정신 상태를 의심하면서 그들에게 부정적인 딱지를 붙이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았다.(지금도 그런 정치인이나 시민들이 없지는 않다.) '독선과 오만'으로 비판받을만 했다. 참여정부 인사 뿐 아니라 진보진영의 일부 사람들 역시 독선과 오만인 경우가 있다. 그래서 저자가 '적대와 증오의 악순환'이라고 규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참여정부 당시 짧은 기간에 발현되었던 일부 인사들의 독선과 오만을 민주세력 전체나 진보진영 전체에게 일반화시키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그리고 '적대와 증오의 악순환'을 한국인 전체로, 민중들에게로까지 확대하고 일반화하는 것은 결코 적절하지 않은 진단이다.
<희생양과 죄의식>에 나오는 60개의 '반공 에피소드'에서 적대와 증오의 패러다임이 악순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는 해방정국과 한국전쟁 당시의 7~8년 기간이라 할 수 있다. 1953년 정전 이후 한국에서 벌어진 '반공의 역사'는 독재정권과 기득권자들의 탐욕을 위한 무한질주였다. 군사독재정권이 폭압과 이에 대한 민중들의 반발 내지 저항은 필연적이었다. 그 반발 내지 저항도 폭압이 벌어질 때마다 일어난 게 아니라 한일회담 반대 시위나 전태일 열사의 분신과 같이 일정한 기간동안 지속된 폭압에 대해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발생하였다가 무자비한 군화발에 금새 사라지고 마는 그런 수준의 반발과 저항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수준에 불과한 민중들의 반발과 저항이 '집단최면이라 할 세뇌'로 작용하고 그것이 '적대와 증오의 패러다임'의 악순환을 가져왔다는 저자들의 평가는 동의하기 어렵다.
53년 이후 지난 60년 동안 한국사회에서는 '적대와 증오의 순환'이 아니라 일방적인 적대, 일방적인 증오가 지속되어 왔다. 가정에서 학교, 직장에서 사회, 정치경제 분야에서 사법, 언론, 문화까지 사회 전분야에서 반공과 반북 이데올로기 세뇌교육과 선전선동은 반복되었다. 친일과 독재를 비판하고, 강대국의 횡포와 정권의 폭압을 비판하면,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원하면 곧장 빨갱이로 매도되었고 매장되었다.
그렇게 1997년 '빨갱이'로 알려졌던 김대중의 대통령 당선과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전까지 반공과 반북은 한국인의 집단종교였고 불변의 진리였으며 법이나 상식을 뛰어넘는 존재였다.
그 과정에서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는 민중-대중들을 억압하는 것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의 세뇌와 처벌, 경험 등을 통해 그들이 스스로, 무의식적으로 반공-반북 이데올로기를 욕망하게 만들었다. 결국 민중-대중들 스스로가 자신의 언어와 행동을 감시하고 통제했으며, 서로를 감시하고 통제하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민중-대중들이 '적대와 증오의 악순환'을 반복한다고 규정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짧게는 지난 60년, 길게는 과거 100년 동안 반공과 반북이라는 '적대와 증오의 패러다임' 사회에서 살면서 빨갱이로 매도되고 수없이 탄압을 받으면서도 한국민중들은 한국전쟁 전후 몇 년을 제외하고는 가해자들의 적대와 증오를 가해자들에 대한 적대와 증오로 되갚지 못했다. 아니 되갚을 기회를 단 한 번도 갖지 못했다고 하는 게 정확할 것이다. 반공 반북은 한국인의 집단 트라우마가 되었고, 극우보수세력에 대한 공포 역시 집단 트라우마로 아직까지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들이 "치유와 해소를 위해 실체를 직시"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내린 결론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반공과 반북을 체화한 민중들-대중들이 스스로 변하기 위해서는 지난 역사를 통해 자신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는 소위 진보적인 인사들, 즉 정치인, 종교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노동조합 간부, 언론인과 학자, 전문가와 법조계 인사, 지식인 등은 좀 더 성찰하고 분발해야 한다. 자신이 무의식 중에 내뱉는 말과 행동이 "반공-반북 이데올로기에 의한 감시와 통제"가 아닌지에 대해...
[ 목차 ]
1장 1940년대의 반공
'기생충 박멸 작업' / 유사 종교로서의 반공 / '악마와 천사 간의 전쟁' / '씨 말리기 전쟁' / '빨갱이는 흡혈귀' / '손가락 총'의 위력 / 산으로 간 사람들의 아내 / 피의 악순환 / 초콜렛의 유혹 / 보도연맹 20만 명 학살극
2장 1950년대의 반공
함정 학살 / 한글의 수난 / 줄서기의 고통 / '도강파'의 '잔류파' 처단 / '갈아먹어도 시원치 않을 빨갱이' / '그 사람 빨갱이 예요' / '빨갱이 사냥군'으로 변신한 '부역자들' / '희생양 만들기'와 '죄의식 털어내기' / 광기에 전염된 아이들 / '작은 모스크바'의 추억 / '시민증이 없다는것은 죽은 목숨' / 누명을 벗기 위한 전쟁 참여 / 월나 피난민의 생존 방식 / 월북자 가족의 생존 방식 / 연좌제의 고통 / '전쟁이 교과서다!' / '조봉암이 왜 하필 우리 조씨인가'
3장 1960년대의 반공
4.19와 부역자의 가족의 자기검열 / 미국의 인정을 받기 위한 '빨갱이 만들기' / 공포의 중앙정보부 / '반공=바른생할=도덕=국민윤리' / 1963년 10.15 대선의 '색깔전쟁' / 막걸리 반공법 / 국가 테러리즘 /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4장 1970년대의 반공
서승.서준식 형제 '간첩' 조작사건 / 김추자가 간첩이라는 유언비어 / 반공이 만들어준 '대통령 종신제' / '박정희 사진을 이가 아프도록 씹었다' / 태극기를 보고 통곡한 여학생들 / 막걸리 보안법 / '똘이장군'의 탄생 / 삼척가족간첩단 사건
5장 1980년대의 반공
신군부의 5.18용공조작 음모 / 김대중 내란음모 조작사건 / '연좌제 폐지' 사기극 / 제자가 스승을 고발하는 세상 / 전두환정권의 '간첩만들기' / '간첩'을 대량생산한 국가보안법 / 빨갱이로 몰리지 않기 위한 몸부림 / 전교조 교사들의 시련
6장 1990년대의 반공
남북회담과 연좌제 자살 / 한반도 전쟁 위기설 / 박홍파동 / 50년 묵은 긴장감 / 권영길의 '레드 콤플렉스' / '통일 되면 거지 떼가 몰려올까봐 싫어요!' / 극우 반공주의의 주도권 교체 / '친북 좌익 400만 시대' / 트로츠키의 부활
[ 2014년 11월 17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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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구름 2014-11-18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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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공 이데올로기의 광풍이 할퀴고 지나간 시대 새창으로 보기
이 책은 194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 내에서 반공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사람들을 규율하여 나갔고, 그 안에서 빨갱이로 낙인찍혀 개개인의 삶이라는 게 얼마나 산산히 부숴져버릴 수 있는가를 여러 인용문헌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보여주기-강준만식 글쓰기가 책의 기본 골격이 되어 있다는 소리-를 시도하고 있는 책이다. 본격적인 연구서는 아닌지라 무언가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최근의 연구 성과들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에 그 단편을 맛보기로써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마찬가지였지만 한 번 뇌리에 틀어박힌 반공에 대한 인식이라는 게 시대가 지난다고 해서 막연하게 흐릿해지기만 하는 것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희미해져 가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틀 안에서 빨갱이로 낙인찍혀 국가폭력 앞에 적나라하게 노출되었던 수많은 이들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선행되었는가, 그에 대해서 얼마만큼이나 반성이 이루어졌는가 하는 것에 있다고 본다.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한국사회에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현실(얼마 전 전교조 교사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이 대표적인 예이다)인지라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더불어 1894년을 기점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라졌어야 마땅했을 연좌율의 악습이 1980년을 넘어서까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암묵적으로 자행되고 있었음은 과연 우리 사회가 정말로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발전해 온 것이 맞는가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 볼 것을 요구한다. 헌법상 연좌죄의 적용이 금지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이라고 과연 그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자유로운가에 대해서는 정말이지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까 말이다.
책의 제목이 <희생양과 죄의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이 아닌 이들, 즉 빨갱이로 낙인찍힌 이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이들을 배제하고 각종 폭력을 강요(낙인찍히는 순간부터 이들은 이미 하나의 인격을 가진 "사람"취급을 받지 못했다)하여 "빨갱이"임에 대해서 평생토록 "죄의식"을 갖고 살게끔 만든 한국현대사의 어두운 부분에 대한 상징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것이 아닐까? 이는 또다른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면 한국 현대사에서 우리네의 삶이 그만큼 "인권"에 대해서 취약하고 허술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국민, 즉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한 존재들"에 대해서 배제하고 억압하고, 폭력을 가해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던 어두운 과거에 대해서 모두가 "죄의식"을 가지고 이를 극복해 나가야 한다는 소리이기도 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가에 대해서 "의식"조차 못할 정도로 불감증을 가지고 있다면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에 대해서 "역지사지"의 자세로 이해를 한다는 게 과연 가당키나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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沈香 2007-01-26 공감(0)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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