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01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좌파-진보 비판 역사적 반동으로 가는 진보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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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진영이라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김운회 동양대 교수
승인 2016.12.22 20:26

역사적 반동으로 가는 진보도 있나?


한국 사회에서는 ‘진보’라는 용어가 사회개혁의 선두 또는 민주적 진화의 상징처럼 통한다. 이것은 ‘진보’라는 말의 오용이며 선동이다. ‘진보’의 가면을 쓰는 자들도 그 의미가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역사적 반동을 미화하는가 하면, 한국 사회와는 전혀 동떨어진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진보’는 외형적으로는 북한의 혁명노선에는 반대하지만 자본주의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회주의적 정책들을 현실정치 참여를 통해 실행해가려는 세력들로 인식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좌파 진영은 ‘진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할 정도로 지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친북세력’또는‘종북 단체’에 불과하다. 앞으로 모든 언론들은 이 ‘진보’라는 말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를 하지 않고 현재의 한국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진보와 볼셰비키

선전선동은 좌파의 대표적인 전략전술이다. 레닌은 언어적으로 특정 거점을 점거하는 데 가히 천재적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볼셰비키(다수파) 개념이다. 1903년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제2차 당대회에서 마르토프와 레닌의 노선 대립이 있었는데, 항상 소수에 불과했던 레닌의 정파가 약간의 수적 역전이 있자, 레닌은 즉시 자신의 정파를 볼셰비키(다수파)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심리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917년 10월 혁명으로 정권을 잡을 때까지도 레닌의 정파는 전 러시아 소비에트 대회 대의원 833명 중 105명으로 전체의 12.6%에 불과했다. 한국에 있어서‘진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진보라는 말은 미래지향적이고 개혁적인 느낌을 주는 말로 젊은 층에서 선호할 수밖에 없는 말이다. 따라서 청년층에서는 스스로 ‘보수’층으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것이다.

한국 좌파는 진보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나 있나?

한국 좌파들의 ‘진보’개념은 마르크스의 인식론에 기반한다. 이들이 말하는 진보는 핵심 이데올로기인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시작된다. 즉 하나의 테제는 대립물의 상호침투(相互浸透)와 지양의 과정을 통해서 진보의 길로 갈 수 있다고 제시한다. 랑게(Lange)는 진보의 개념을 손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사회체계(Social system)는 생산관계를 경제적 토대로 하고 그 상부구조를 결합함으로써 성립되고 생산양식(Production mode)이란 생산수단의 소유형태를 기초로 한 사회적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생산관계는 느리게 변화하는 데 반해, 생산력은 끊임없이 발전한다. 결국 새로운 생산력과 낡은 생산관계(Production relation) 사이의 모순을 낳아 낡은 생산관계는 해제되고 새로운 생산력에 필연적으로 일치한다. 나아가 새로운 생산관계는 필연적으로 낡은 상부구조와의 모순을 낳아서 상부구조가 최종적으로 경제적 하부구조와 일치하게 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산수단의 소유자(자본가)는 극심히 반발하기 때문에 생산력 및 생산관계의 해방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필연적인 계급투쟁(Class struggle)을 수반하게 된다.

자본주의의 경우에 있어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간의 모순은 적대적인 것으로서 사회주의혁명에 의한 지양(Aufheben)에 의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며 이러한 변증법적 역사 전개는 공산주의 사회에 도달하게 되면 보다 도덕적으로 고양되고 생산관계와 생산력의 적대적 모순이 지양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된다. 이상이 사적 유물론 즉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진보 사관’의 개요이다.

사적 유물론에 대한 이해는 두단계 즉 ① 자본주의 생산양식에 내재하는 생산력과 생산양식의 질곡상태에 대한 평가 ② 질곡상태를 지양하기 위해 상정된 생산수단의 사회화에 대한 실효성 분석으로 나눠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①에 대한 마르크스의 판단은 정확했지만, 그 대안으로 제시된 ②는 이미 효용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그 현실체인 사회주의가 몰락했기 때문이다. 다만 현대 선진 유럽의 복지국가를 적용한다면 복잡한 양상을 띤다.

좌파 진영의‘진보’는 이 같은 사적 유물론에서 나온 말이다. 즉 역사적 발전단계를 미래로 이끌어 가는 것이 진보(progress)이고, 이 역사적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 반동(reactionary)이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반동분자’는 역사의 추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므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에 반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 보수(conservatism)다.

그런데 진보의 적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봉건적·종교적·관료적 반동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공산당선언’에서는 봉건반동은 적대적 모순으로 자본주의보다 더 악질적인 것이므로 시민들과 함께 이를 먼저 처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위의 개념으로 보면 북한 체제는 봉건 반동성, 종교성, 반프롤레타리아적 관료주의, 왕조적 폭압과 반인권적 통제구조라는 이중 삼중의 적대적 모순을 가진 체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진보사관을 가진 자라면 일단 북한 정권부터 제거하고 다시 진보의 길에 들어야 한다.

‘공산당선언’ 이후 자본주의의 전개 과정을 보면 마르크스의 견해는 타당하지 못했고 오히려 사회주의 자체가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몰락하고 말았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마르크스의 이론은 현대 유럽의 복지국가들의 행태가 가장 가까울 수 있다. 베른슈타인(Bernstein)은 마르크스주의의 유토피아적 모호성을 부정하고 ‘사회적 모순과 문제들을 끝없이 개선해가는 것’이 지식인의 임무라고 했다. 그는 사회주의자들의 임무는 프롤레타리아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시민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 선진 유럽의 대부분의 사회주의 정당들은 베른슈타인의 수정주의의 후예들이다.

만약 한국의 진보 진영이 적화혁명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고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적극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사회주의 이념을 실현해 보자는 정도라면 베른슈타인의 논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한국 좌파들의 파벌이나 성격은 천차만별이고 북한이라는 변수가 있어서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실효성을 상실한 좌파의 진보 개념

현실적으로 마르크스 ‘진보’ 개념은 실효성이 없었다. 사회주의는 1990년대 초반 붕괴되었기 때문에 그 이론은 타당하지 않다. 사회과학의 성공은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이 아니라 철저히 이론과 현실의 변증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 좌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개혁(Reform)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용어는 이미 보수주의의 전매용어가 되어 선택권이 없었다.

공산당 선언(1848) 이후, 좌파는 언제 어디서나 봉건제에 대한 부르주아지와의 공동투쟁 및 자본주의 제도에 반대하는 일체의 혁명운동을 지지하고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제도의 폭력적 타도를 해야만 했다. 이것은 기본 체제에 심각한 충격을 준 것으로 기득권 세력들이 공산혁명 세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찾아서 사용한 용어가 바로 개혁이었다.

한때 한국에서는 ‘혁신계’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했고 대부분은 ‘민주’, ‘민족’, ‘평화통일’, ‘통일운동’ 등의 용어들을 사용했지만 언제부턴가 진보라는 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자유’를 중요한 가치라고 보고 진보는 ‘평등’에 가치를 둔다고 인식된다. 즉 경제정책의 경우 보수의 입장에서는 시장 자율성과 성장을 중시하고 진보주의는 시장 통제와 분배, 복지를 중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좌우가 뒤죽박죽으로 일관된 정책이 사용되지 않았다. 즉 이른바 좌파 정권의 시기에 오히려 보수주의의 심벌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많이 채택했다. 오히려 이전 보수 정부들의 경제·사회정책 기조가 좌편향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현대 경제라는 것이 어떤 뚜렷한 이데올로기에 의한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많은 외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좌우의 대립에서 가장 첨예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세계화’다. ‘세계화’는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등이 풍미했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대두했던 ‘신자유주의’가 외화(外化)된 것이다. 당연히 좌파는 이를 거부하고 우파는 지지해야 하지만, 세계화가 대세로 자리 잡은 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환경에서 좌우의 사상적 차이는 의미가 없다.

세계화 전략은 선진국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지만 한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 아무리 좌파 정권이라 해서 세계화를 거부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이데올로기이든지 그 나라에 적합한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특히 4강국으로 둘러싸인 한국의 경우는 더 그렇다.

한국 좌파의 진보는 종북연대

한국의 경우, 대북정책으로 좌우의 판가름이 난다. 좌파 정권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정책이 ‘햇볕정책’으로, 한국의 우월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북 교류를 확대하면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민족의 동질성이 회복되면서 북한의 연착륙과 보다 연성(軟性)의 민족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은 좌파 정권을 철저히 이용했고 햇볕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에서 현금을 연간 9억 달러 가량 챙겨갔다. 이 액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가 발동한 예상 효과를 총집계한 액수(8억 달러)보다 많다.

또 김대중 정권에서 대통령 특사로 평양에 파견되었던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김일성과 김정일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 직후부터 비밀리에 핵폭탄 개발을 기획, 1998년도에 본격적으로 이를 착수시켰다. … 산업은행, 현대그룹을 동원 4억 5천만 불이라는 막대한 현찰을 김정일의 해외 비밀계좌에 넣어주었다. 이 돈이 핵폭탄 개발에 쓰여졌을 것은 뻔한 일이다(<미디어워치>2016.9.12.)”라고 했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은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대북지원금이 핵개발에 악용된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대북지원금이 핵무장에 이용된 의혹이 있다”고 밝히면서 현금으로는 29억 달러, 현물을 합치면 69억 달러가 북으로 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정상회담 대가 4억5000만 달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송영인 전 국정원 간부에 따르면, 1998년 김대중은 대통령 취임 후 33일만에 국정원의 전문수사요원 581명, 대공 경찰 2600여 명, 기무사 대공 수사요원 600여 명, 검찰의 전문 공안 검사 40여명을 일시에 잘라내고 대공(對共)이라는 용어 자체를 없앴다고 증언했다.

2014년 9월 TV조선 인터뷰에서, 마이클리 전CIA 요원은 북한의 김씨 일가의 비자금은 39호실이 관리하는데 북한의 대성은행과 고려은행을 장악하고, 대성총국과 100여 개의 공장과 기업소, 그리고 17개의 금광을 통해 돈을 벌어들인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과거 남한 정부와 현대가 제공한 모든 돈이 39호실에 흡수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개성공단의 경우, 수익금의 60%가 39호실로 흘러 들어가고, 종교단체가 선교 목적으로 보낸 돈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상의 사실들로 보면, 한국 좌파들이 과연 제대로 베른슈타인의 개념으로 한국 문제를 접근하는지는 의문이다. 북한은 3대의 봉건왕조 독재 체제로서 지금까지 일관되게 적화통일을 획책하고 있다.

이렇게 명백히 햇볕정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진보니 보수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손꼽히는 군사전문가인 노구치 히로유키(野口裕之)는“남북문제연구소가 발행한 ‘북한의 대남 전략 해부’(1996)에 따르면, 우수한 학생을 지도하고 언론계에 보내는 공작 자금 등으로 80년대에는 연간 200억 엔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흘러들어갔다. 북한과 한국 내의 (북한공작) 세포는 친북파 엘리트를 연간 100명을 키우고 한국의 노조, 변호사, 교육계, 언론계, 경제계 등 각계에 침투시켰다.

특히 법조계는 우수한 좌파 학생에게 자금을 원조하여, 판사나 변호사, 검사로 양성하였다”고 한다. 실제로 한국의 종북 좌파는 민노당, 민노총, 전교조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 문화계 등 사회 거의 전 분야에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고 공무원은 물론 검사 판사 군장교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진보니 보수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전략전술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흔드는가 하는 문제다. 비유하면, 소수의 볼셰비키(종북)가 다수의 멘셰비키(친북)를 선도하는 형태가 현재의 한국 사회의 모습이고 그 구체적인 전략은 그람시의‘진지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를 전복시키려면,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이념적 헤게모니를 국가로부터 탈취해 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언론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진지(陣地)를 구축해 대항 이데올로기를 전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람시가 제시한 ‘유기적 위기(organic crisis)’ 상황에서는 즉각 ‘기동전(機動戦, war of movement)’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유기적 위기’란 기존의 지배계급이 장기간 치유가 어려운 구조적 모순에 직면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국의 경우, 광우병 사태, 세월호, 2015년 11월 대폭동, 탄핵정국 등의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북한이 한국의 종북세력과 연계해 언제든지 즉각 기동전을 개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2015년 대폭동에는 7만 명 규모로 경찰 기동대와 충돌로 115명의 기동대원이 부상하고. 기동대의 대형 차량도 습격해 50대가 파손되는 등 상당한 전투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53개의 좌파 단체가 참여했지만, 주력은 민노총과 전교조였다. 여기에는 범민련(조국통일범민족연합)의 남측 본부도 가세했다. 범민련의 전략 목표는 한일 간의 관계를 이간하고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관계를 파괴해 미일 제국주의의 축출을 통한 한국 내의 친북 정권을 수립해 북한 주도로 통일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축인 전교조는 결성 당시(1989)에는 비합법이었지만, 김대중 정부가 일단 합법화했고 다시 불법(2013)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전교조는 현재까지도 교육 내용이나 인사·예산 학교의 설립·폐지 등 결정에 절대적인 권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위험한 좌경세력이다.

그러면 현대사회의 참된 진보(Progress)는 무엇인가?

‘진보’는 어떤 의미에서 ‘균형적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균형 발전은 매우 어렵다. 일찍이 뮈르달(Myrdal)은 발전을 “총체적인 사회시스템의 상향운동”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마르크스 주의의 진보개념은 극히 단선적이고 추상적이고 모호해 그 실효성은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그러한 진보 개념으로 현대의 디지털 사회를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사회의 진보는 한 사회 내부의 요소만 고려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국제정치경제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진보란 의미가 없다.

진보라는 개념을 철학적인 측면보다도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대의 추세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현대경영학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다. 포터는 국가경쟁우위론(1990)으로 유명한 학자로 국제 경쟁에서 각국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① 요소조건 ② 수요조건, ③ 관련 및 보조 산업, ④ 기업의 전략과 구조, 경쟁관계 등을 지적한 바가 있다. 포터의 접근법은 자신의 산업조직론을 이론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그의 모델을 구조주의적 접근법이라고 한다. 마르크스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마르크스가 단순히 노동-자본의 분석이라면 포터의 분석은 위에서 제기한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보다 실존적인 성격이 강하다.

포터는 그 동안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사용되던 국민소득(GDP)의 새로운 대안으로 ‘사회적 진보지수’(SPI, Social Progress Index)를 제시했다. 2013년 포터는 보다 구체적으로 웰빙과 행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그 평가를 단순히 사회경제적 척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접근법을 사용했다.(SPI 베타버전)

포터는 기본적인 휴먼니즈(Basic Human Needs : 영양, 기본적 의료진료수준, 공기, 물 및 위생 등), 웰빙의 기반(Foundingg of wellbeing : 기본적 지식접근권,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접근권, 에코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등), 기회(Opportunity : 개인권리, 고등교육 받을 권리, 개인의 자유 선택 등) 등의 3가지 요소를 축으로 하고 그 내부 지표에 12개 분야를 측정해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마르크스 등의 좌파가 오로지 노동과 자본이라는 개념과 추상적인 변증법적 유물론에만 입각해 사회를 분석한 것보다는 보다 계량적이고 현실성이 있는 분석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SPI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보고서의 주축이 되었다. 2013년 당시 이 진보지수로 세계 50여 개국의 측정해 본 결과 1위인 스웨덴에 이어 영국, 스위스, 캐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프랑스, 스페인 순으로 이어졌고 한국은 기본 휴먼니즈에서 8위, 웰빙에서 8위, 기회에서 12위, SPI지수 11위에 랭크되었다.


2014년 옥스퍼드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Skoll World Forum)에서는 사회적 진보지수(SPI : 베타 버전)를 개선해 정식으로 발표했고, 54개 지표를 기준으로 132개국의 삶의 질을 진단했다. 현대의 추세를 보면 지나치게 편협하고 이데올로기 지향적이면서 한물간 철학에 바탕을 둔 단순하고 직선적인 한국 좌파식의‘진보’개념보다는 SPI를 기준으로 진보의 척도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으로 보면, 한국의 진보 진영이라는 것은 ‘진보’라는 말을 사용할 자격도 없고, 단지 정도에 따라 ‘친북’ 또는 ‘종북’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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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이라니,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 역사의 반동으로 가는 진보도 있나?

김운회 동양대 교수
승인 2017.04.21 16:12

한국 사회에서는 ‘진보’라는 용어가 사회개혁의 선두 또는 민주적 진화의 상징처럼 통한다. 이것은 ‘진보’라는 말의 오용이며 선동이다. ‘진보’의 가면을 쓰는 자들도 그 의미가 도무지 무슨 뜻인지 모르고, 역사적 반동을 미화하는가 하면, 한국 사회와는 전혀 동떨어진 대안을 제시하기도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좌파 진영은 ‘진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할 정도로 지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친북세력’ 또는 ‘종북 단체’에 불과하다. 앞으로 모든 언론들은 이 ‘진보’라는 말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를 하지 않고 현재의 한국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선전선동은 좌파의 대표적인 전략전술이다. 레닌은 언어적으로 특정 거점을 점거하는 데 가히 천재적이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볼셰비키(다수파) 개념이다. 1903년 러시아 사회민주노동당 제2차 당대회에서 마르토프와 레닌의 노선 대립이 있었는데, 항상 소수에 불과했던 레닌의 정파가 약간의 수적 역전이 있자, 레닌은 즉시 자신의 정파를 볼셰비키(다수파)라고 불렀는데 이것이 심리적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었다.

한국 좌파는 진보의 개념을 제대로 알고나 있나?

마르크스주의에 따르면, 사회체계(Social system)는 생산관계를 경제적 토대로 하고 그 상부구조를 결합함으로써 성립되고 생산양식(Production mode)이란 생산수단의 소유형태를 기초로 한 사회적 생산력과 생산관계를 의미한다.

자본주의 경우에 있어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간의 모순은 적대적인 것으로서 사회주의혁명에 의한 지양(Aufheben)에 의해서만 해결이 가능하며 이러한 변증법적 역사 전개는 공산주의 사회에 도달하게 되면 보다 도덕적으로 고양되고 생산관계와 생산력의 적대적 모순이 지양됨으로써 막을 내리게 된다. 이상이 사적 유물론 즉 일반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진보 사관’의 개요이다.

좌파 진영의 ‘진보’는 사적 유물론에서 나온 말이다. 즉 역사적 발전단계를 미래로 이끌어 가는 것이 진보(progress)이고, 이 역사적 흐름을 거꾸로 돌리려는 것이 반동(reactionary)이다. 그래서 흔히 말하는‘반동분자’는 역사의 추를 거꾸로 돌리는 것이므로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 이에 반해 현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것이 보수(conservatism)다.

그런데 진보의 적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봉건적·종교적·관료적 반동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공산당선언’에서는 봉건반동은 적대적 모순으로 자본주의보다 더 악질적인 것이므로 시민들과 함께 이를 먼저 처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위의 개념으로 보면 북한 체제는 봉건 반동성, 종교성, 반프롤레타리아적 관료주의, 왕조적 폭압과 반인권적 통제구조라는 이중 삼중의 적대적 모순을 가진 체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진보사관을 가진 자라면 일단 북한 정권부터 제거하고 다시 진보의 길에 들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마르크스 ‘진보’ 개념은 실효성이 없었다. 사회주의는 1990년대 초반 붕괴되었기 때문에 그 이론은 타당하지 않다. 사회과학의 성공은 이론과 실천의 변증법이 아니라 철저히 이론과 현실의 변증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한국 좌파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이 개혁(Reform)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 용어는 이미 보수주의의 전매용어가 되어 선택권이 없었다.

공산당 선언(1848) 이후, 좌파는 언제 어디서나 봉건제에 대한 부르주아지와의 공동투쟁 및 자본주의 제도에 반대하는 일체의 혁명운동을 지지하고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제도의 폭력적 타도를 해야만 했다. 이것은 기본 체제에 심각한 충격을 준 것으로 기득권 세력이 공산혁명 세력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찾아 사용한 용어가 바로 개혁이었다.

한때 한국에서는 ‘혁신계’라는 말이 사용되기도 했고 대부분은 ‘민주’, ‘민족’, ‘평화통일’, ‘통일운동’ 등의 용어를 사용했지만 언제부턴가 진보라는 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보수는 ‘자유’를 중요한 가치라고 보고 진보는 ‘평등’에 가치를 둔다고 인식된다. 즉 경제정책의 경우 보수의 입장에서는 시장 자율성과 성장을 중시하고 진보주의는 시장 통제와 분배, 복지를 중시한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에는 좌우가 뒤죽박죽으로 일관된 정책이 사용되지 않았다. 즉 이른바 좌파 정권 시기에 오히려 보수주의의 심벌인 신자유주의 정책을 많이 채택했다. 대조적으로 이전 보수 정부들의 경제·사회정책 기조가 좌편향에 가까운 경우가 많았다. 현대 경제라는 것이 어떤 뚜렷한 이데올로기에 의한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너무 많은 외부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령 좌우 대립에서 가장 첨예한 것 가운데 하나가 ‘세계화’다. ‘세계화’는 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 등이 풍미했던 시기에 본격적으로 대두했던 ‘신자유주의’가 외화(外化)된 것이다. 당연히 좌파는 이를 거부하고 우파는 지지해야 하지만, 세계화가 대세로 자리 잡은 후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환경에서 좌우의 사상적 차이는 의미가 없다.

세계화 전략은 선진국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측면이 있지만 한국은 이미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라 아무리 좌파 정권이라 해서 세계화를 거부할 수도 없다. 따라서 현대 사회에서는 어떤 이데올로기이든지 그 나라에 적합한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특히 4강국으로 둘러싸인 한국의 경우는 더 그렇다.

한국 좌파의 진보는 종북연대

한국의 경우, 대북정책으로 좌우의 판가름이 난다. 좌파 정권은 대북정책에 있어서 확연한 차이가 나타났다. 대표적인 정책이 ‘햇볕정책’으로, 한국의 우월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남북 교류를 확대하면 한반도의 평화는 물론 민족의 동질성이 회복되면서 북한의 연착륙과 보다 연성(軟性)의 민족통일을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북한은 좌파 정권을 철저히 이용했고 햇볕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에서 현금을 연간 9억 달러 가량 챙겨갔다. 이 액수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안 2321호가 발동한 예상 효과를 총집계한 액수(8억 달러)보다 많다.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은 “북은 핵을 개발한 적도 없고, 개발할 능력도 없다. 그래서 대북지원금이 핵개발에 악용된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유언비어다. 북이 핵을 개발하면 내가 책임지겠다”고 했다.

2010년 이명박 대통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간 대북지원금이 핵무장에 이용된 의혹이 있다”고 밝히면서 현금으로는 29억 달러, 현물을 합치면 69억 달러가 북으로 갔다고 한다. 이 가운데 정상회담 대가 4억5000만 달러가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송영인 전 국정원 간부에 따르면, 1998년 김대중은 대통령 취임 후 33일 만에 국정원의 전문수사요원 581명, 대공 경찰 2600여 명, 기무사 대공 수사요원 600여 명, 검찰의 전문 공안 검사 40여명을 일시에 잘라내고 대공(對共)이라는 용어 자체를 없앴다고 증언했다.

2014년 9월 TV조선 인터뷰에서, 마이클리 전 CIA 요원은 북한의 김씨 일가의 비자금은 39호실이 관리하는데 북한의 대성은행과 고려은행을 장악하고, 대성총국과 100여 개의 공장과 기업소, 그리고 17개의 금광을 통해 돈을 벌어들인다고 증언했다.

그는 “특히 과거 남한 정부와 현대가 제공한 모든 돈이 39호실에 흡수됐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개성공단의 경우, 수익금의 60%가 39호실로 흘러 들어가고, 종교단체가 선교 목적으로 보낸 돈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명백히 햇볕정책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이 정책을 고집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진보니 보수니 하는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손꼽히는 군사전문가인 노구치 히로유키(野口裕之)는 “남북문제연구소가 발행한 ‘북한의 대남 전략 해부’(1996)에 따르면, 우수한 학생을 지도하고 언론계에 보내는 공작 자금 등으로 80년대에는 연간 200억 엔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흘러들어갔다.

북한과 한국 내의 (북한공작) 세포는 친북파 엘리트를 연간 100명을 키우고 한국의 노조, 변호사, 교육계, 언론계, 경제계 등 각계에 침투시켰다. 특히 법조계는 우수한 좌파 학생에게 자금을 원조해 판사나 변호사, 검사로 양성했다”고 한다.

각계에 퍼진 종북좌파

실제로 한국의 종북 좌파는 민노당, 민노총, 전교조뿐만 아니라 학계, 언론계, 문화계 등 사회 거의 전 분야에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고 공무원은 물론 검사 판사 군장교에까지 그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것은 진보니 보수니 하는 문제가 아니라 북한의 전략전술이 어떻게 한국 사회를 흔드는가 하는 문제다. 비유하면, 소수의 볼셰비키(종북)가 다수의 멘셰비키(친북)를 선도하는 형태가 현재의 한국 사회의 모습이고 그 구체적인 전략은 그람시의 ‘진지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를 전복시키려면,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이념적 헤게모니를 국가로부터 탈취해 와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 언론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진지(陣地)를 구축해 대항 이데올로기를 전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그람시가 제시한 ‘유기적 위기(organic crisis)’ 상황에서는 즉각 ‘기동전(war of movement)’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유기적 위기’란 기존의 지배계급이 장기간 치유가 어려운 구조적 모순에 직면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국의 경우 광우병 사태, 세월호, 2015년 11월 대폭동, 탄핵정국 등의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북한이 한국의 종북세력과 연계해 언제든지 즉각 기동전을 개시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현대의 진보는 이념보다 실용적 개념

‘진보’는 어떤 의미에서 ‘균형적 발전’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균형 발전은 매우 어렵다. 일찍이 뮈르달(Myrdal)은 발전을 “총체적인 사회 시스템의 상향 운동”이라고 정의했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의 진보 개념은 극히 단선적이고 추상적이고 모호해 그 실효성은 이미 폐기된 지 오래다.

그러한 진보 개념으로 현대의 디지털 사회를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대 사회의 진보는 한 사회 내부의 요소만 고려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국제정치경제는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외부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 진보란 의미가 없다.

진보라는 개념을 철학적인 측면보다도 보다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대의 추세이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현대경영학의 대가인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다. 포터는 국가경쟁우위론(1990)으로 유명한 학자로 국제 경쟁에서 각국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으로 ① 요소조건 ② 수요조건, ③ 관련 및 보조 산업, ④ 기업의 전략과 구조, 경쟁관계 등을 지적한 바 있다.

포터의 접근법은 자신의 산업조직론을 이론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그의 모델을 구조주의적 접근법이라고 한다. 마르크스와 유사한 측면도 있다. 마르크스가 단순히 노동-자본의 분석이라면 포터의 분석은 위에서 제기한 다양한 요소들을 분석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보다 실존적인 성격이 강하다.

포터는 그 동안 사회 발전의 척도로 사용되던 국민소득(GDP)의 새로운 대안으로 ‘사회적 진보지수’(SPI, Social Progress Index)를 제시했다. 2013년 포터는 보다 구체적으로 웰빙과 행복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해 그 평가를 단순히 사회경제적 척도에만 의존하지 않고 보다 포괄적인 접근법을 사용했다.(SPI 베타버전)

포터는 기본적인 휴먼니즈(Basic Human Needs : 영양, 기본적 의료진료수준, 공기, 물 및 위생 등), 웰빙의 기반(Founding of wellbeing : 기본적 지식접근권, 정보와 커뮤니케이션 접근권, 에코시스템의 지속가능성 등), 기회(Opportunity : 개인권리, 고등교육 받을 권리, 개인의 자유 선택 등) 등의 3가지 요소를 축으로 하고 그 내부 지표에 12개 분야를 측정해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마르크스 등의 좌파가 오로지 노동과 자본이라는 개념과 추상적인 변증법적 유물론에만 입각해 사회를 분석한 것보다는 보다 계량적이고 현실성이 있는 분석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이 SPI가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경쟁보고서의 주축이 되었다. 2013년 당시 이 진보지수로 세계 50여 개국의 측정해 본 결과 1위인 스웨덴에 이어 영국, 스위스, 캐나다, 독일, 오스트리아, 일본, 프랑스, 스페인 순으로 이어졌고 한국은 기본 휴먼니즈에서 8위, 웰빙에서 8위, 기회에서 12위, SPI지수 11위에 랭크되었다.

2014년 옥스퍼드에서 열린 스콜세계포럼(Skoll World Forum)에서는 사회적 진보지수(SPI : 베타 버전)를 개선해 정식으로 발표했고, 54개 지표를 기준으로 132개국의 삶의 질을 진단했다.


현대의 추세를 보면 지나치게 편협하고 이데올로기 지향적이면서 한물간 철학에 바탕을 둔 단순하고 직선적인 한국 좌파식의 ‘진보’ 개념보다는 SPI를 기준으로 진보의 척도로 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상으로 보면, 한국의 진보 진영이라는 것은 ‘진보’라는 말을 사용할 자격도 없고, 단지 정도에 따라 ‘친북’ 또는 ‘종북’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
본 기사는 시사주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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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좌파, 그들은 누구인가
[연속기획] 한국좌파의 철학적 토대와 전략 上

 김운회 동양대 교수 승인 2017.07.17 16:08 댓글 3기사공유하기

이른바 ‘좌파의 세상’이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좌파는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사회를 보다 도덕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진보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좌파는 이념적으로 갇혀 있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오늘을 확보했던가. 미래한국이 상하 연속기획으로 묻고 답한다. <편집자 주>


▲ 그람시는 사회주의 계급혁명은 하나의 사건, 혹은 일련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변해가는 하나의 유기적 과정으로 파악하고 사람들의 의식개혁은 사회구조 개혁과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국 좌파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인 좌파 사상가로는 그람시와 알튀세르(알튀제)를 들 수 있다. 여기에 남북관계의 역사적 특수성으로 인하여 주체사상이 깊이 개입되어, 한국 좌파들의 사상적 기저에는 ‘그람시 이론 + 알튀세르 이론 + 주체사상’ 등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에는 조절주의 등의 고급이론들이 나타난 반면, 한국 좌파들은 주체사상의 영향으로 매우 교조적인 좌파의 행태를 띠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론적인 경향으로 보면 그람시의 이론은 주로 혁명의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좌파 모두가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알튀세르의 고급이론은 좌파의 고급 지식인들이 선호해 교조적이고 무식한 주사파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따라서 좌파 고급 지식인들은 알튀세르나 ‘조절주의 이론’ 등을 토대로 체제를 비판하고, 민자통(민주, 자주, 통일) 운동을 강조하는 주사파는 보다 직접적으로 감성적으로 체제 전복을 시도하는 것이 한국 좌파의 현주소다.

그러나 민자통 운동세력이 사실상 전체 좌파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우파가 좌파 고급 지식인들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못하고 있는 이유는 우파 지식인들이 이 개념 자체를 이해할 정도로 성숙해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들 좌파 고급 지식인들은 적화통일이 되면 ‘反공화국 종파 반동세력’으로 가장 극렬하게 숙청 대상이 되겠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보면 현실적 좌파운동에서는 항상 연합하여 결국은 주사파 운동에 협력하고 있다.

한국 좌파의 가장 큰 불행은 종북 주사파(NL)에 의해 장악되었다는 것이다. 한국의 좌파는 마르크스 레닌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트로츠키, 그람시, 알튀세르, 북한의 주체사상 등을 신봉해 왔다. 그러나 1980년대 중반부터 대부분의 사상들이 ‘잡사상’이라 하여 사라지고 주체사상이 주류를 형성했다.

북한이 60년 이상 강력한 대남혁명사업을 해왔기 때문에 한국의 좌파들은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주사파를 반대하는 대부분의 세력들은 좌파에서 소외된 까닭이다.

따라서 한국의 좌파 진영은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보다 다차원적이고 시대정신에 부합한 ‘진보’라는 개념 자체를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지적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올드좌파 프레임’에 갇힌 ‘친북세력’ 또는 ‘종북 단체’ 들에 불과하다.

따라서 앞으로 모든 언론들은 이 ‘진보’라는 말을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부분에 대한 정리를 하지 않고 현재의 한국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한국 좌파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인 좌파 사상가로는 그람시와 함께 알튀세르를 들 수 있다. 프랑스 철학자인 알튀세르는 마르크스 사상에 구조주의적 해석을 제시해서 사멸 직전의 마르크스주의의 부활시킨 현대 공산주의자로 평가된다. 198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이른바 ‘사회구성체 논쟁’은 그의 이론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역사의 주체로서의 인간’을 강조한 그람시,루카치 등 인간주의적 마르크스주의에 반대하고 과학으로서의 마르크스주의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한국의 좌파가 가진 내면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람시와 알튀세르의 이론을 먼저 살펴봐야 한다.

그람시의 ‘진지론’과 헤게모니 투쟁에서 패배한 우파

태생적 불행과 고난의 대명사 그람시는 혁명적 변혁의 창출에 있어서 ‘의식(意識)’의 역할을 주장한 최초의 마르크스주의자이다. 그람시는 서유럽의 자본주의가 매우 견고하다고 인식했는데 그 이유는 자본주의가 각종 여론기관을 통하여 지배층(부르주아)들의 힘과 동의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자연스럽게 유지되기 때문이라는 것. 결국 부르주아가 이 같은 문화적인 ‘헤게모니(hegemony)’와 연대(連帶)를 유지하는 한 프롤레타리아 혁명은 불가능하다고 그람시는 봤다.

마르크스나 레닌도 마찬가지지만, 그람시를 포함한 이들 좌파 이론의 가장 큰 문제점은 체제 전복만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는 것이고 이른바 혁명의 성공 후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가령 한국이 적화된 후, 이들의 사고는 남북 좌파의 사회주의적 정의 실현이라는 이데올로기와 대한민국의 발달된 자본주의적 프레임을 변증법적으로 통합해간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이것은 시대착오적인 생각에 불과하다.

지금도 이른바 좌파 일부에서는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고 있는데, 경제적으로 보면 사회주의 혁명은 성립이 불가능하다. 이 점은 필자가 여러 차례 지적한 부분이지만, 다시 간략히 요약해 본다.

무엇보다 먼저 현대의 국제시장으로부터 유리된 사회주의가 성립하려고 하면 다른 사회주의 국가가 서로 협조해 일종의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회주의 경제는 경제적 잉여(economic surplus)에 의한 구상무역제(求償貿易制)를 바탕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주변 사회주의 국가의 상부상조가 없으면 경제체제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북한이 사회주의의 붕괴 이후에 이내 ‘고난의 행군’의 늪에 빠진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래서 설령 한국에 사회주의 혁명이 이뤄진다고 해도 그 경제는 얼마 가지 않아서 ‘바나나 공화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또 사회주의 혁명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자본이 광범위하게 이탈하고 많은 주요 인적 자원 또한 해외로 빠져 나가기 때문에 경제가 붕괴 상황까지 가게 된다. 더구나 마르크스주의가 제대로 성립하려면 노동의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전혀 다르다.

세계 노동시장에서 노동의 대립은 자본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측면이 있다. 어느 국가든지 해외직접투자(FDI)를 유치하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데 그것은 자본을 위한 것이 아니라 노동의 이익을 위한 것이다.

그람시는 마르크스 레닌이즘의 맹목적인 추종보다는 보다 현실에 맞는 전략과 이론의 개발이 필요하고 여러 가지의 다양한 변혁의 시도들도 유기적인 관련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그는 경제를 포함하면서 정치, 문화, 사회적 관계, 이데올로기 등을 연결 짓는 ‘관계의 앙상블(ensemble)’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그는 정부를 전복시키기에는 레닌주의적 혁명 전위대보다는 일상적 사회현실과 연결된 ‘대중정당’이 더 적합하다고 역설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1980년대 이후 각종 사회단체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좌파 진지들이 구축되었지만 민노총, 민변, 참여연대 등이 전체 사회운동을 주도할 때까지는 세력이 미약했다. 2000년 들어서 PD 중심의 민노당이 창당되자, 급진 주사파(이하 NL)는 군자산(충북 괴산)에 모여 ‘정치판에 뛰어들 것’을 결의(2001)했다.

이 때의 문건이 <군자산의 약속(맹약)>인데, 대중 정당을 통해 정권을 잡고,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후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이룬다는 계획이 정리되어 있다. NL은 1997년 대선 당시 김대중을 지지했고, 김대중 정권이 들어서자 “조국통일의 대사변기(6·15 남북정상회담)를 맞았다”하여 강력한 진지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그람시는 사회주의 계급혁명은 하나의 사건 혹은 일련의 사건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변해가는 하나의 유기적 과정으로 파악하고 사람들의 의식개혁은 사회의 구조개혁과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그람시는 물리적 혁명만큼이나 ‘이데올로기적 투쟁’을 중시해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라는 말을 사용했다.

이 점은 알튀세르의 견해와 용어만 다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베트남 전쟁에서도 베트남 공산당은 정치전으로 몰아서 군사전의 약세를 역전시켰다. 이것은 대표적인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성공적으로 장악한 사례다.

현재 한국 우파는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지속적으로 상실하고 있다. 이에 대한 세련된 대응 논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나타난 바와 같이 그 동안 보수 정부나 우파가 주장하는 논리나 정책은 오히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안보적으로 정말 심각한 위기 상황인데도 국민들은 반응도 하지 않는다. 실제로 국가안보가 풍전등화의 상황인데도 바른정당의 일부 의원조차도 ‘종북몰이’를 한다고 자해(自害) 공격을 하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좌파의 진지를 파괴하는 것이 핵심

그람시는 교육, 언론, 법, 대중문화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진 자본주의 국가에 있어서 국가기구에 의한 물리적 강제력을 통해서라기보다는 시민사회 내에서 획득되는 ‘대중의 동의’를 통해서 계급에 의한 지배가 이뤄진다고 봤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를 전복시키려면, 자본주의 체제를 지탱하는 이념적 헤게모니를 국가로부터 탈취해 와야 하고 이를 위해 교육, 언론, 학계, 예술, 문화 등 광범위한 분야에 진지(陣地)를 구축하여 대항 이데올로기를 전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유명한 ‘진지론(陣地論, war of position)’이다.

현재 한국의 좌파 진지들은 수백 개 이상으로 매우 견고하게 구축됐다. 현재로서는 우파가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기점으로 수많은 좌파 진지들이 구축되었는데 이는 좌파 정권의 안정성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고 북한의 대남 전술적·전략적 성공이기도 하다.

그 동안 좌파 정권은 여러 형태로 진지 유지의 경제적 토대를 구축한 반면, 우파 진지는 오히려 경제적 토대를 지속적으로 상실하고 급기야 바른정당에서는 전경련 해체라는 자해(自害) 논리로 무장하고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이 진지들을 어떤 방식으로 인지하고 파괴하는가 하는 점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관점이 있다.

하나는 직접적으로 진지 자체를 와해시킬 수 있도록 이데올로기적으로 무장해 공격하는 방법, 다른 하나는 좌파 정권에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데올로기 자체적인 실정(失政)에 따라 이데올로기적 또는 실용적인 측면에서 와해시키는 방법 등이 있다.

예를 들면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결국 미·중 간의 외교적 실패가 나타날 수밖에 없으며, 이외에도 대책 없는 원전 포기, 비현실적이고 오히려 자연파괴적인 신재생에너지 문제, 가뭄과 홍수에 무대책인 채 악의에 찬 4대강 사업 왜곡 문제, 비정규직 문제, 합리적 이성을 상실한 개성공단 재개 문제, 독일과 달리 좌파 정권에 비협조적이며 귀족화된 민노총과 좌파 정부의 갈등 등이 지속적으로 좌파 정권의 발목을 잡을 것이니, 이 때를 놓치지 말고 적극 공략해야 한다.

그람시는 전략론으로 ‘기동전(機動戰, war of movement)’과 ‘진지전’ 개념을 사용했다. ‘기동전’이란 1917년 러시아와 같이 피아(彼我)로 구분하는 두 개의 세력이 정면 대결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선진 자본주의 국가의 좌파는 ‘기동전’은 적합하지 않고 이보다는 점진적이고 전면적인 ‘진지전’이 적합하고 ‘기동전’은 ‘진지전’의 일부여야 한다고 봤다. 그람시는 진지전이야말로 선진자본주의 국가에서는 유일한 교전 방식이며 기동전은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에 한해서 사용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한국의 경우, 기동전은 두 가지의 경우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외부적으로 북한이 주체로 북한은 미군 철수 이후에는 언제든지 기동전이 가능한 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적으로 군부 내에 침투해 혁명의 만조기(그람시의 표현으로는 ‘유기적 위기’)에 물리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현재 좌파 정권이 다소 온건하고 실용적이라는 전제 하에서 보면, 굳이 내부적인 기동전을 구사할 이유는 없다. 다만 온건 좌파 정부 또는 우파 세력들이 ‘급진 주사파 또는 종북세력의 준동을 어떤 방식으로 물리적으로 통제하는가’가 관건이다.

‘기동전’의 성공 여부에 관해, 그람시는 ‘유기적 위기(organic crisis)’ 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유기적 위기’란 기존의 지배계급이 장기간 치유가 어려운 구조적 모순에 직면해 있는 경우를 말하는데 이때는 기동전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것. 유기적 위기의 대표적인 경우가 광우병 사태, 한미 FTA 반대, 효순·미선 사건, 세월호 사건 등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효순·미선 양이 훈련 중인 미군 전차에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발생하자 진지에 대기하고 있던 좌파 세력들은 총공세를 단행하여 전국적으로 수백 회의 촛불시위를 하여 전국을 마비시켰던 것을 들 수 있다. 급기야 미국 부시 대통령까지 나서서 2번이나 공개 사과를 했으나 전혀 소용이 없었다.

이 사건들은 하나같이 거짓 정보의 확산 등으로 과격한 정치전으로 귀결됐다. 또 다른 예는 2015년 민노총 한상균의 주도로 벌어진 ‘민중총궐기’인데, 이 때의 시위는 7만 명 규모로 경찰 기동대와 충돌로 115명의 기동대원이 부상하고, 기동대의 대형 차량도 습격해 50대가 파손되는 등 상당한 전투력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53개의 좌파 단체가 참여했지만, 주력은 민노총과 전교조였다. 여기에는 범민련(조국 통일 범민족 연합)의 남측 본부도 가세하였다.

범민련의 전략 목표는 한일 간의 관계를 이간하고 한미일 안보·경제 협력 관계를 파괴해 미일 제국주의의 축출을 통한 한국내의 친북 정권을 수립해 북한 주도로 통일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축인 전교조는 결성 당시(1989)에는 비합법이었지만, 김대중 정부가 일단 합법화했고 다시 불법(2013)으로 지정되었다. 그러나 전교조는 현재까지도 교육 내용이나 인사·예산 학교의 설립·폐지 등 결정에 절대적인 권력을 불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위험한 세력이다.

<통일뉴스> 보도(2016.9.20)에 따르면 2017년 박근혜 하야 투쟁을 이끌었던 ‘2016년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2016년 민중총궐기 12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12대 요구안에서 ‘민주주의’ 부문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정원 해체가 포함되어 있고, ‘자주평화’ 부문에서는 대북적대정책 폐기, 5·24조치 해체, 한반도 사드(THAAD) 배치 반대, 한미일삼각군사동맹 중단 등이 세부 사항으로 나열되어 있다.

국가보안법 철폐와 국정원 해체는 북한이 제시하는 ‘민주’의 강령적 과제에 포함된 것들이고 대북적대정책 폐기와 5·24조치 해제 등은 북한이 기회 있을 때마다 주장하는 단골 메뉴다.

남북 관계가 파탄에 이른 것은 금강산 관광객 사살, 3차 서해교전, 핵실험, 천안함 폭침 사건, 연평도 포격 도발 등 북한의 대남적대노선에 기인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 관계를 무시하고 무작정 대한민국 정부를 향해 대북 적대정책을 폐기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의도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이다. 총궐기투쟁본부에는 대법원으로부터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단체도 포함되어 있는데 민족자주평화통일중앙회의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가 이에 해당한다.

북한은 항시 기동전이 준비된 국가이고, 그리고 북한은 한국에 대한 정치적 개입은 당연한 의무이자 역사적 사명으로 인식된다. 그렇다면 이제 그람시에 더해서, 엽기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사생활로 유명한 알튀세르는 한국 좌파에 어떤 그림을 그렸던가.

마르크스는 다소 ‘경제결정론’적 시각으로 국가는 자본에 의해 종속되어 자본가 계급이 만들어 낸 제도적 지배기구라고 봤고 따라서 프롤레타리아 계급은 폭력혁명을 통해 이를 제거해야 한다고 본다. 하지만 알튀세르는 자본주의 국가나 정치가 마르크스의 이론에서 설명하지 못하는 현상들이 많이 나타나는 점에 주목했다.

알튀세르의 국가관과 호명이론

알튀세르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분석을 심화시켜 60년대 후반 ‘이데올로기적 억압기구로서의 국가’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즉 국가를 ‘억압적 국가기구’와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로 구분하고 이 가운데서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를 계급투쟁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억압적 국가기구’는 지배 질서에 저항하는 세력이나 사상을 물리적으로 제압하는 것으로 정부, 군대, 경찰, 법원, 감옥 등이 여기에 해당하고 이것들은 물리력 즉, 폭력을 통해 기능한다.

다음으로 ‘이데올로기적 국가기구’는 이데올로기를 통해, 국민들의 사고 방식이나 신념, 가치관, 더 나아가서 감성의 차원까지도 지배함으로써 지배적 사회 관계를 유지해 가는 기제이다.

알튀세르는 자본주의에 있어서 보다 효과적인 재생산 기제는 ‘이데올로기적 국가 기구’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부분은 그람시의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의 세련된 프랑스 버전처럼 들리기도 한다.

알튀세르는 국가는 반드시 자본주의적인 생산수단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 요소가 있고, 자본주의적인 국가가 유지되는 방식에 있어서 ‘자본’이 아닌 상부구조 자체의 ‘이데올로기적 요소’를 이론화 한 것이다. 즉 상부구조가 마르크스의 지적처럼 생산관계의 변화에 따라 자동적으로 전환되지 않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알튀세르는 ‘호명(呼名)이론’을 제시했다. 호명이론은 ‘객체의 주체화 이론’으로 자본에 대한 국가연구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것이라 보기도 한다. 호명이론을 쉽게 이해해 보자.

가령 최고의 아이돌 스타가 자동차 TV 광고에 나와서 눈웃음을 치며 “이 차는 바로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 속삭인다면 피지배계층은 이 사회의 주체도 아니고 별로 중요한 존재도 아니지만 그 ‘당신’이라는 말로 인해 “내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일까?”하는 식으로 가치를 스스로 주체적으로 부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객체에 불과한 존재가 마치 주체처럼 인식하면서 이 사회를 유지하는 동력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문화 이데올로기’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피지배계층이 스스로 자신을 사회의 ‘주체’라 인식함으로써 지배-피지배 계층은 유지되며 국가는 계속 자본주의 상태로 존속할 수 있게 된다고 보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비자본계급으로 자본주의사회의 객체나 대상에 불과한 피지배계급들이 스스로 주체라고 믿는 것은 이 같은 ‘이데올로기의 효과’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호명이론은 ‘문화 이데올로기론’의 시발점이 된다.


알튀세르의 이론들과 객체의 주체화로의 왜곡이 자본주의의 본질 중의 하나라는 주장이 유럽 지식인 사회에 큰 영향을 줌에 따라서 북한의 이른바 주체사상도 관심을 받게 된다. (다음호에 계속)

김운회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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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진보가 주체사상 허물어야
[연속기획] 대한민국 좌파, 그들은 누구인가
 김운회 동양대 교수 승인 2017.08.02

이른바 ‘좌파의 세상’이다. 그러나 정말 좌파의 세상일까. 좌파는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사회를 보다 도덕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진보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좌파는 종북에 갇혀 있다. 그들은 누구이며 어떻게 오늘을 확보했던가. 미래한국이 상하 연속기획으로 묻고 답한다. <편집자 주>

‘주체사상’이란 용어는 1961년 9월 4차 조선노동당 대회 이후부터 사용되기도 했지만, 이것을 본격적인 국가 이념으로 정식화한 것은 김정일이다. 1974년 김정일은 힘겹게 후계자로 등장한 직후,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김일성주의’를 선포했다. 1982년, 김정일의 이름으로 <주체사상에 대하여>라는 논문이 발표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위대한 주체사상 총서(1985)>를 간행해 국가이념으로 정착한다.

주체사상의 본질

1970년대 말까지 북한은 주체사상이 마르크스·레닌주의와 차이가 없으며 다만 북한의 현실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북한은 주체사상을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능가하는 사상이라고 주장했다.

주체사상은 혁명과 건설에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는 것, 즉 자주적 입장과 창조적 입장을 강조해 ‘사상에서 주체, 정치에서 자주, 경제에서 자립, 국방에서 자위’를 구현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체사상과 마르크스주의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인간 중심 세계관과 수령주의다. 이로부터 마르크스주의와 결별하면서 좌파 역사상 가장 그로테스크한 사상이 완성되면서 북한은 보편적 진보의 역사로부터 단절된다.

마르크스주의와 다른 주체사상의 핵심은 이른바 ‘수령론’에 있는데,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 사람이 운명 개척의 주인이다”라고 하면서도, 다만 “운명 개척의 온전한 주인이 되려면, 수령의 가르침과 인도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생명을 주는 부모가 있는 것처럼, 정치적·사회적 부모도 있는데 그것이 바로 김일성의 백두혈통이라는 것이다. 마르크스주의 논리처럼 인민대중이 역사의 주체이지만, 인민대중이 자기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적으로 개척해나가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수령의 올바른 영도를 받아야만 역사의 주체로 재생(再生)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일성가문을 어버이로 여기고 따르라는 것이다. 이것은 정상적인 국가이념 체계가 아니라 종교적 논리다. “예수께서 그에게 말씀하시기를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라, 나를 통하지 않고서 아버지께로 올 사람은 아무도 없느니라.(요한복음14:6)”와 같은 논리를 어설픈 사회과학 용어로 분식(扮飾)한 것에 지나지 않는 사이비 종교다.

농노가 된 인민

루카치(Lukacs)를 비롯한 대부분 신좌파 이론가들은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이 인간 ‘주체’에 있다고 봤다. 그러나 불행히도 이 같은 생각이 좌파 역사상 최악의 정치종교인 주체사상으로 양질전화 되었다.

이 양질전화에 대해 가장 분노해야 할 사람들은 좌파 지식인인데 그것을 분노할 만큼 한국의 주류 좌파의 지적 수준이 이르지 못했다. 여기에는 지난 70여 년간 북한의 대남전략이 성공적으로 진행된 부분도 있고, 해방전후사에 있어서 건강한 민족주의 세력이 남북 양측에서 소멸됨으로써 나타난 현상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김일성의 항일운동 경력에 대해서 왜곡 과장된 주장을 하고 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마치 청산리대첩처럼 떠들어대는 ‘보천보 전투(1937)’도 작은 파출소 습격사건에 불과하고 그나마도 박금철 등의 갑산파의 작품이지 김일성의 업적은 아니다.

김일성은 주로 중국군 소속(동북항일연군), 소련군 소속으로 활동한 사람이었다. 좌파 내부에서도 수많은 기라성 같은 독립투사들을 제치고 당시 33세의 어린 김일성이 북조선의 수반이 된 것은 소련군 경력과 소련과의 인맥 때문이지 항일운동 경력을 합산한 결과가 아니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좌파 역사상 최악의 3대 세습정권을 구축하고 현대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동족 학대로 최악의 인권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것인데, 이것은 전적으로 김일성의 책임이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가장 종교적인 정치사상이며 인간 구속을 극대화한 정치적 종교다. 주체사상은 오히려 민중의 주체성을 부정하고 수령을 중심으로 한 종교국가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구조가 유지되려면 구성원들에 대한 끝없는 종교적 세뇌(洗腦)와 탄압이 필요하다.

결국 북한에서의 인간은 철저히 객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객체화된 민중들은 중세의 노예나 농노와 유사한 형태가 된다. 사멸 직전의 마르크스주의의 구원자로 칭송을 받았던 구조주의자 알튀세르(Althusser)의 ‘객체의 가장(假裝)된 주체화’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핵심 개념 중의 하나인데, 주체사상은 아예 주체를 객체화, 노예화하고 있으니 북한 정권을 진보주의의 공적으로 보는 것이 좌파로서 가져야 할 도덕적 품성이다.

필자가 이미 여러 차례 강조한 것처럼, 진보의 적은 자본주의뿐만 아니라 봉건적·종교적·관료적 반동도 포함한다. <공산당선언>에서는 봉건반동은 적대적 모순으로 자본주의보다 더 악질적인 것이므로 시민(부르주아)들과 함께 이를 먼저 처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르크스의 눈으로 보면, 북한 체제는 봉건 반동성, 종교성, 反프롤레타리아적 관료주의, 왕조적 폭압과 反인권적 통제구조라는 이중 삼중의 적대적 모순을 가진 체제다. 따라서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건강한 진보사관을 가진 자라면 일단 시민계급과 힘을 합쳐서 북한 정권부터 제거하고 다시 진보의 길을 모색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한국에서 진보라고 주장하는 세력들은 김일성과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은 고사하고 극악한 인권 참상에 대해 끝없이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고무·찬양하는 사태가 다양하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것이 한국 좌파의 현주소다. 여기에는 학습이 부족하거나 또는 지적 능력이 떨어지거나 편집광적인 집착이 아니면, 북한으로부터 일반인들이 알 수 없는 어떤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 이제 한국의 귀족 좌파들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북한정권과 대화나 협력을 모색한다는 것은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만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종북의 갈림길

박정희의 개발독재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경제적 성공과 번영을 가져 왔지만 그 이면에는 압축성장과 개발독재에 따른 후유증도 심각했다. 1972년 박정희가 유신체제를 선포해 장기집권의 기반을 마련하자 광범위한 반독재 투쟁이 나타나면서, 좌파가 번성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다.

1970년대 주요 사건 가운데 후일의 종북에 영향을 미친 가장 중요한 사건이 남민전 사건(1979)이다. 남민전은 베트콩(베트남 민족해방전선)을 모방해 결성된 급진 좌파단체로 김세원(광주), 이재문(대구) 등이 주도했는데 후일 주사파의 성장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김세원은 남로당·빨치산 출신으로 광주운동권을 정비하고 김남주(남민전), 윤상원(5.18 주도) 등과 연계했다. 남민전은 김일성에게 “피로써 충성을 맹세”하며 북한에 지원을 요청했지만 당시 북한 정권은 이들을 아마추어에 불과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1980년은 한국현대사의 갈림길이었다. 정통성이 결여된 신군부의 등장으로 촉발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좌파에게 절대적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안겼다. 해마다 5·18 당시 일부 진압군의 만행을 담은 출처 불명의 정체 모를 사진들과 악랄한 괴소문들이 끝없이 유포되면서 많은 지식인과 대학생이 좌파에 동조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고, 좌파의 수많은 진지들이 구축되었다.

광주민주화 운동은 두 가지의 분명한 흐름을 가지고 있다. 초기의 온건파 중심의 ‘반군부 자유민주체제 수호’라는 성격과 후기의 강경파 중심의 ‘파리 코뮌식 무장투쟁’의 형태가 나타난다. 5.18 초기, 송기숙(전남대 교수)·김창길을 중심으로 한 ‘학생수습위원회’는 무장투쟁을 철저히 반대하고 ‘반군부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한 민주화 운동’의 성격을 띠었다.

그러나 민주화 운동 사상 유례없는 교도소 습격, 20사단 차량 행렬을 습격해 차량을 탈취 후 방위산업 업체인 아시아자동차 공장을 습격해 4대의 장갑차와 370여 대의 군용 차량의 탈취, 4시간여 만에 전남의 38개 무기고를 습격해 5000여 정의 무기, 8톤 분량의 TNT, 뇌관, 도화선 등을 탈취한 사실 등 단순한 민주화 운동으로 보기에는 수많은 의문점을 남기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 <전두환 회고록(1)>도 항목별로 보다 구체적인 증거를 들어 조목조목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송기숙의 <5월의 꿈, 5월의 분노>, 윤한봉의 <녹취록>, 김대령의 <역사로서의 5.18>, 자유북한군인연합의 간행물, 많은 탈북인사들의 증언, 이주성의 <보랏빛 호수> 등 수많은 자료도 의문을 증폭시킨다.

무엇보다 5.18을 전후로 한 주도 세력들의 친북·종북적 경향을 눈여겨 봐야 한다. 광주 학생 운동권 뿌리는 ‘광랑(광주일고 이념서클)’이다. ‘광랑’의 박경호(10기)는 통혁당원이고 김정길은 남민전 전사이며, 5.18의 주역은 11기와 14기이다.

윤한봉(11기)은 미국으로 밀항해 친북 활동에 헌신했고(<윤한봉 녹취록>), 남민전 하부 조직인 구국청년학생회의 김남주(남민전)는 대표적 종북 분자로 “남조선에 민중혁명이 일어나면 최우선적으로 민족 반동세력 200만을 철저히 죽여야 한다”고 했으며 사망 후 5·18 희생자 묘역에 안장되었다.

김남주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은 자가 윤상원(5.18 후기 주역)이다. 비전향 장기수인 남파간첩 손성모는 5.18 이전에 이미 광주로 잠입해 증심사에서 5.18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시민군은 그를 철저히 보호했다. 5.18의 또 다른 주역인 서경원(카톨릭농민회)은 대표적 강성 친북 인사다.

결국 1980년대 대학가는 주사파(NL : 주체사상파)가 장악했다. 1989년 민족해방혁명론(NL)의 자민투(반미자주화 반파쇼 민주화 투쟁위원회 : 주사파)와 민중민주주의혁명론(PD)의 민민투(반제반파쇼 민족민주화 투쟁위원회 : 신마르크스 계열)가 극심한 사상투쟁을 거쳐 NLPDR로 연대를 구성했으며 한국 대학가는 자민투, 즉 주사파에 의해 통일됐다.

주사파는 최대 학생운동단체인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을 결성하고(1987),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을 수용해 좌파운동을 주도했다. 대학에서는 비판의식이 사라지고, 오직 주사파로 양성되는 교육과 훈련이 주가 되었고, 주체사상의 두 기둥인 ‘품성론’ ‘수령론’이 자리 잡았다.

당신은 진정 ‘진보’인가?

2000년 PD 중심의 ‘민노당’(민주노동당)이 창당되자 2001년 급진 주사파(NL)들은 대중 정당을 통해 정권을 잡고 미군 철수, 국가보안법 폐지 후 북한과 연방제 통일을 이룬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들은 2004년까지 민노당에 입당해 당을 실질적으로 접수하고 국회의원 10명을 당선시켜 국회에 주사파의 강력한 진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종북 청산’을 문제로 2008년 PD계(심상정)는 탈당해 진보신당을 창당했다. 2011년 주사파 출신 인사들은 야권연대를 추진해 진보신당(심상정), 국민참여당(유시민) 등과 연계해 ‘통진당’(통합진보당)을 구축했고 국회에서 13석이나 얻었다. 이후 이들의 노골적인 종북 활동 등으로 2014년 헌법재판소가 ‘통진당 해산’ 결정을 내렸다.

최근 통진당의 해산에 대한 비판 논의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통진당에 대해 긍적적 견해를 가진다는 것은 마르크스주의 자체에 대한 모독이다. 통진당을 옹호하는 것은 한국 좌파의 지적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필자가 늘 강조했듯이 한국 좌파는 ‘종북’을 청산하고 보다 의미 있는 휴머니즘에 입각한 글로벌 트렌드와 함께 하는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

북한은 성경을 가지고 있기만 해도 처형을 당하기도 하는데 정신없는 많은 종교인이 친북적인 행각을 일삼고 있다. 북한은 연좌제(緣坐制)가 살아 있는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이기도 하다.

마르크스와 엥겔스, 그람시와 루카치, 마르쿠제와 아도르노 등이 살아 있었다면 가장 경멸했을 역사상 유례가 없는 반동 국가인 북한을 혁명적 동반자로 삼는다는 것은 인류의 양심에 대한 도전이다. 그리고 이 기괴한 ‘컬트 정권’을 애써 외면하면서 ‘진보’를 가장하는 것은 한국의 비극이자 또 다른 ‘메피스토’의 속삭임에 굴복하는 것이다.

이른바 좌파정권의 ‘햇볕정책’은 숨이 끊어져 가는 북한 정권을 회생시켜 민족 파멸의 핵무장을 시켜줬다. 햇볕정책의 상징인 개성공단도 외형적으로는 ‘경제통합’의 한 걸음으로 선전하지만, 그 실체는 또 하나의 대남 ‘통일전선’이 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는 일반적인 시스템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나의 테제(These)로서의 사회체계는 ‘가변성’을 가지는데 일정한 수준의 사회적 반발 탄성(elasticity)을 상실할 정도의 가공할 폭력에 의한 살해와 숙청이 지속되면 그 사회는 정체하게 된다. 북한은 반발 탄성이 상실한 체제로 자체적인 쿠데타나 혁명의 발생은 매우 어렵다. 철저한 상호 감시와 사회 통제, 공포정치 때문이다.

새로운 귀족계급, 한국좌파

현대 한국좌파는 매우 특이한 성격을 띠고 있다. ‘강남좌파’라는 말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한국좌파는 특이하게 귀족성, 중산층적 성격을 띠고 있다. 주대환(사회민주주의연대의 공동대표)은 “상위 10%의 기득권(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교사 등이 주축으로 세계적 수준의 임금과 연금혜택을 누림)을 대변하는 좌파 정부가 정권을 장악, 이들이 친북 또는 종북적인 올드 레프트 프레임(Old Left Frame)에 빠져 있다.… 가장 밑바닥의 하층 노동자들은 200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하고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다 … 이러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하여 임금의 평준화를 이룰 꿈도 꾸지 않는, 탐욕스런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 전교조 선생들이 어떻게 좌파가 될 수 있겠나? ”라고 지적한다(조선일보 2017.6.7).

2017년 현재 한국의 소득 점유율을 보면, 상위 10%가 국민 소득의 48.5%를 차지하고 있고, 이 가운데 중산층 좌파는 올드 레프트 프레임에 사로잡혀 있으며 이들이 최상위 1%의 재벌과 특권층에 대해 공격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기득권을 지키고 방어하려는 무의식적 행동(주대환)”이지만, 특이하게도 친북·종북과 궤를 같이 한다는 점이 무서운 일이고 한국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만약 북한과 평화협정 체결 후 미군이 철수한 상태에서 북한의 전격적 기동전으로 적화가 된다면, 한국 좌파 리더들 가운데 북한 체제에서 적응하거나 생존할 만한 자들은 거의 없다. 특히 주체사상에 반하는 종교인은 제1의 숙청 대상이다. 이것은 북한 정권의 성격과 행태를 봐도 자명하다.

이 같은 분석과 조치들은 북한 정권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한국좌파의 리더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중요하다. 한국 좌파는 장래에 대해 지나치게 단순하고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장성택의 숙청과 김정남의 암살을 보면서도 이 사태를 낙관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과거 남로당 인사들은 여성들을 제외하고는 짧게는 3년 길게는 5년 안에 대부분의 주요 인사들이 처형되었다.

지난 2012년 후 140명에 이르는 당-정-군 고위간부들을 숙청되었다. 이들은 소위 ‘반공화국 분자’들이 아니라 북한 정권에 가장 충성한 자들이었고 권력의 실세들이었다. 여기에는 리영호(총참모장), 장성택과 추종자들, 변인선(총참모부 작전국장), 조영남(국가계획부위원장), 현영철(인민무력부장), 최영건(내각부총리), 김용건(내각부총리) 등도 포함되어 있다. 민주당이나 국민의당, 통진당, 민노총, 전교조도 예외가 아니다.

이를 반증할 수 있는 역사적 경험은 1970년대 베트남 적화 과정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남베트남에서의 적화 주도세력이었던 베트콩과 민족주의자 등은 긴 세월 동안 북베트남 공산당원들과 함께 생사고락을 같이 하면서 미군과 힘겨운 전쟁을 치렀지만, 베트남이 통일되는 그날, 예외 없이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숙청당했다. 이 과정들은 튠뉴탄의 증언 <배반당한 베트남 혁명>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다.


이제 한국의 귀족 좌파들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북한 정권과 대화나 협력을 모색한다는 것은 북한의 통일전선 전략에 철저히 이용만 당하고 만다는 현실 인식을 해야 한다. 돈을 주고 평화를 구걸하는 행태는 더욱 더 참담한 미래가 있을 뿐이다. 이제 한국의 좌파들도 종북을 청산하고 보다 의미 있는 휴머니즘에 입각한 글로벌 트렌드와 함께하는 ‘진보’로 나아가야 한다.

김운회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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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가 비정상인 나라, 한국

김운회 동양대 교수
승인 2018.06.25

한국 좌파는 이상하게도 귀족성, 중산층적 성격을 띠면서도 봉건왕조를 옹호하는 특성을 띤다. 북한은 봉건왕조적 반동성, 종교성, 반인권성 등이 중첩된 적대적 모순을 가진 체제다. 따라서 현재 북한에 대해 가장 분노해야 할 그룹은 좌파 지식인들이어야 한다. 이것은 진보를 꿈꾸는 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성이기도 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좌파의식이 투철해도 기존 운동권의 대세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는 수많은 ‘새도우 좌파(Shadow Left)’들이 북한의 5대 금기사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경우다. 고급 좌파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인 특유의 ‘집단성’과 ‘동조성’ 때문에 그룹에서 소외되기를 원하지 않아서 침묵하거나 외면한다.

북한의 대남공작은 일반국가가 할 수 있는 행태가 아니다. 이미 정상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최악의 반동 왕조 국가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태영호 공사는 물론이고 탈북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북한을 ‘김일성 왕조의 노예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북한을 감싸고 도는 한국 좌파들의 행태가 심히 의심스럽다.

5대 금기라니? 신성불가침인가?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北인권법 대신 ‘삐라 훼방법’을 만들어 대북 전단 살포를 원천 봉쇄하려고 했다. 한 일간지 사설은 ‘한국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가장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논평했다. 민주당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유엔 총회는 2005년 이후 매년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북한인권 법안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18대에서도 폐기되었고 19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이 이에 반대해 계류 중이다가 지난 회기에 통과되긴 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사문화되고 있다. 민주당에게 있어 북한 동포는 우리 민족이 아닌지, 아니면 민주당이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 입장이 똑같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최근 소위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MBC의 6월 13일 선거방송에서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제기했다. 당시 전 변호사가 유시민 작가에게 “진짜 진보라면 북한의 김일성 김정은 체제, 이 독재체제에 대해서 항의를 하고,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합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문제 삼아야 해요” 하자, 유시민 작가는 “변호사님. 보수시니까 보수의 일을 똑바로 하시죠. 남의 집 살림에 간섭하지 마시고”라고 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썰전(5. 24)’에서는 박형준 교수가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을 언급하자 유시민 작가는 “태영호는 얘기하지 말자. 얘기할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태영호 공사를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지 크게 우려스럽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태영호 공사가 국회에서 책 출판 기념회를 하자마자 북은 한국이 태영호 공사를 손보지 않는 한 남한 정부와는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며 야료를 부렸다. 북한이 그러는 것은 그러려니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쪽의 운동권 출신들이 북한의 그런 시비에 발맞춰 ‘태영호 죽이기’에 나서는 꼬락서니엔 정말 구역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 김정은의 노예제 사회를 비판하는 태영호 때문에 ‘평화 팔이’ 장사가 안 된다는 게 저들의 18번이다”라고 개탄했다.

JTBC ‘썰전(2018. 5. 10)’에서도 유시민 작가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이 사람은 계몽군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대화하자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대하고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유 작가는 “소년 가장(김정은 위원장)과 일용직 가장(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태영호 공사가 자신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밝힌 ‘봉건왕조 노예국가’를 옹호,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이는 이른바 진보진영의 오피니언 리더로 80년대 학생 민주화 운동의 대명사이기도 한 정치평론가인 유시민 작가가 한 말로는 믿을 수 없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유시민 작가는 그 동안 세계 최빈국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박정희에 대한 결사적인 비판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한국의 독재는 북한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데, 북한 체제에 대해서 한없이 관용하면서 계몽군주를 운운한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일반인들에게 유 작가는 좌파 가운데 비교적 지식수준이 높은 교양인으로 알려진 사람인데도 이 정도인데 다른 좌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이상한 한국 좌파의 현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마르크스나 엥겔스를 비롯한 어느 신좌파 누가 이를 수긍할 것인가? 희한한 일이지만 한국 좌파는 마르크스주의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이상한 금기들이 있다. 이른바 ‘5대 금기사항’이다.

2014년 국민대통합위원회의 ‘갈등관리포럼’에서 대남 공작원 출신의 김동식 연구위원(국가안보전략연구소)은 종북 세력에게는 대북비판 5대 금기사항이 있고 이것은 종북 여부의 판별 기준이라고 한다. 즉 ① 지도자, ② 주체사상, ③ 체제, ④ 인권, ⑤ 세습 등에 대한 비판은 금기사항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기독교도가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나아가 한국 좌파가 일종의 정치적 피라미드 조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르크스(좌파) 진리체계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마치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정한 것처럼 이들은 좌파의 근본 교리를 5번 이상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베드로는 이후 크게 회개하고 몸을 바쳐 기독교를 수호하여 순교했지만 한국 좌파들에게서는 도무지 그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가는 길이 극히 위태로워 보인다.


북한의 3대 세습은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가장 훌륭해서 세운 것?

2012년 5월 민주노총(민노총)이 북한의 핵개발과 3대 세습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내용의 통일 교과서 <노동자, 통일을 부탁해>를 처음으로 발간하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북한의 3대 세습은 (김정은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가장 훌륭해서 세운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책을 전교조 등 산하 조직에 제작비 1만원을 받고 판매하였고, 이후 산하 조직별로 통일학교를 열고 이 교과서로 교육했다.(조선일보 2012. 6. 16)

이들은 도대체 마르크스 주의나 신좌파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아무리 공부가 부족해도 너무 세계 좌파의 흐름을 모른다. 민노총은 김대중 정부 이후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해 마치 전 국민이 노동자의 10%밖에 안 되는 노조의 노예처럼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은의 세습을 옹호하는 민노총의 고용 세습도 활발해 노동귀족화의 대표적 실례로 곱힌다. 이는 극심한 청년 실업 상황에서 명백한 불법으로 청년들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가로막고 그들을 절망시키는 악덕 행위다. 민노총은 고용 세습을 주도해 민노총 산하의 사업장 노조의 37.1%가 노조원의 고용 세습을 하고 있다.(다른 노조의 평균은 25.1%). (2016, 고용노동부 ‘단체협약 실태’ 전수조사)

한국 좌파는 이상하게도 귀족성, 중산층적 성격을 띠면서도 봉건왕조를 옹호하는 특성을 띤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상위 10%의 기득권(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교사 등이 주축으로 세계적 수준의 임금과 연금 혜택을 누림)을 대변하는 좌파 정부가 정권을 장악, 이들이 친북 또는 종북적인 올드 레프트 프레임(Old Left Frame)에 빠져 있다. … 탐욕스런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 전교조 선생들이 어떻게 좌파가 될 수 있겠나?”라고 개탄한다(조선일보 2017. 6. 7).

회개하는 진정한 좌파로 돌아가든가

좌파는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사회를 보다 도덕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진보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좌파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데올로기 속에 함몰되어 있다.

만약 한국 좌파가 진정한 진보주의자라면 무엇보다 북한을 철저히 궤멸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왜 그럴까? 북한 정권은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말하는 객관적 모순이자 적대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적대적 모순이란 반드시 지양(止揚)을 통해서만 해결된다. 역사적 반동인 봉건주의는 자본주의보다 더 해롭고 위험한 것이다. 이것을 시민 계급과 연합해 먼저 타도하는 것이 1순위다. 변증법적 유물론의 측면에서 북한 체제는 이중적 적대적 모순이 중첩된 구조로 봉건왕조적 반동성, 종교성, 반인권성 등이 중첩된 적대적 모순을 가진 체제다. 따라서 현재 북한에 대해 가장 분노해야 할 그룹은 좌파 지식인들이어야 한다. 이것은 진보를 꿈꾸는 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성이기도 하다. ‘인간의 해방’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가장 저급한 형태의 ‘사이비 종교국가’가 된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좌파의 지적·도덕적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한국 좌파는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러면 왜 한국 좌파가 이렇게 기괴한 형태가 되었을까? 이것은 필자가 동료나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첫째, 이념적 성향이 좌파여서 북한도 좌파 국가로 인식하는 경우다. 대다수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 경우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또 김일성 일가에 대해서도 왜곡된 지식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많은 자료들이 공개되어 김일성의 실체가 많이 밝혀지기 전에 세뇌교육을 받은 경우다. 따라서 이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와 바른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미망(迷妄)에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점은 필자가 다른 칼럼(다시 메피스토에게로?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으므로 생략한다.

둘째, 이른바 ‘생계형 좌파’들이다. 생계유지를 위해서 좌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현실적으로 좌파는 우파와는 달리 끈끈한 유대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필요에 따라 상부상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파와는 달리 좌파는 대학 시절, 좌파 관련 학생활동을 하고 졸업 후에도 사회생활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각종 시민단체나 NGO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좌파그룹을 떠나고 싶어도 대책이 없기 때문에 한국 좌파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장악한 언론 및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진지들로부터 끊임없이 이론적 공급을 받아 세뇌가 된다.

셋째, 진정한 의미에서 좌파 의식이 투철해도 기존 운동권의 대세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는 수많은 ‘새도우 좌파(Shadow Left)’들이 북한의 5대 금기사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경우다. 고급 좌파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인 특유의 ‘집단성’과 ‘동조성’ 때문에 그룹에서 소외되기를 원하지 않아서 침묵하거나 외면한다. 필자는 주변에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이것은 책임회피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행위는 종북, 친북 세력을 결과적으로 옹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넷째, 북한의 음성적 재정 지원을 받은 경우다. 예컨대 능력 있는 비즈니스맨이 해외 상사 등에 근무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대남공작원에 의해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조총련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 자금을 통해 학비 등을 지원받았을 수도 있다. 요즘은 드문 경우지만 과거 70년대 80년대에는 해외 생활의 형편이 어려워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이 경우 북한의 공갈과 협박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되고 북한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남북문제연구소가 발행한 <북한의 대남 전략 해부(1996)>에 따르면, 우수한 학생을 지도하고 언론계에 보내는 공작 자금 등으로 80년대에는 연간 200억 엔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경우로 대남공작 가운데 주요 인사들의 성적(性的) 일탈 등의 약점을 잡아서 해당자를 괴뢰처럼 조종하는 경우다. 주로 지도급에 속하는 인사들이 대상이므로 국가의 운명과 관련해보면, 매우 치명적이고 위험한 경우가 된다. 이 경우는 영국의 온라인 신문<텔리그라프>, 김기삼(전직 국정원 간부)의 저서(2010), 신석호 동아일보 기자의 증언(‘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을 통해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경우는 철저히 은폐되어 있어 정확한 사정이 밝히진 바는 없다. 방북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통일이 되어 밝혀지면 매우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 덫에 걸리면 영락없이 김정은 정권의 괴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혹시 당신도 북한의 꽃뱀부대에?

1992년 김정일은 공식 방북한 주중 이탈리아 대사 일행을 환대한답시고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보기에 민망한 자신의 ‘기쁨조 쇼’를 보여주자 이탈리아 외교부 국장이 “나는 기생 파티가 익숙지 않아 이 자리가 좀 불편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이 공작은 실패했다(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2008년 2월 국제외교안보포럼에서 우헌근 전 총경은 “운동권 좌경 의식화 교육에 남녀 혼숙 있었다”고 증언했다. 우 총경은 좌경세력들이 “소위 의식화 교육을 하면서 남녀가 한방에서 벌거벗은 상태로 교육하고 돌아가면서 함께 잠까지 잔다. 전문 사진사를 고용해서 현장에 잠입해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해 명백한 증거 자료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이런 식의 의식화 교육을 하는 이유는 혁명전사로서 성적 수치심을 해소하고 그들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그것이 주사파의 기본 원리라고 부언했다.(코나스 2008. 2. 21) 믿기 어려운 증언이지만 이것이 만약 사실이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 3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투 운동은 우리 당을 겨냥한 운동이었지만 전개과정을 보니 죄다 좌파진영의 사람만 걸려 들어갔다”며 “1980년대 성(性) 공유 의식을 진행한 운동권 인식의 연장선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8일 당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좌파들이 1980년대 이념 교육을 하면서 마지막 순서에 성 수치로부터 해방이라는 타이틀로 성 공유 의식을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영국의 온라인 신문 텔리그라프는 북한이 고위층 방북 인사에게 여성을 보내 유혹하게 한 뒤 비디오를 찍거나 아이를 갖게 해서 이들이 친북 활동을 하도록 협박하고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에는 정치가, 사업가, 기자 등을 성적으로 유혹해 이용하는 ‘씨받이 프로그램’이 있음을 북한 고위 인사가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주로 통역관이나 가이드 매니저 등의 여성을 이용해 유혹하고 이 그물에 걸린 인사들을 공갈 협박해 친북활동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북한 권위자 시게무라 교수(와세다 대학)는, 한 일본 정치인이 "평양의 숙소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알몸 여성이 내 방에 있었다”고 하면서 "북한의 작전이 명백하다. 이들 여성은 아이를 가졌고, 침실의 비디오를 찍은 걸 알고 있고 협박 수단으로 썼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본 사회당 의원과 요미우리신문 기자도 이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The Telegraph> 2014. 12. 27).

문제는 북한의 이 기괴한 작전들이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일본 사회당을 대상으로 자행되었다는 것이다. 친구를 악용하는 가장 저급한 ‘양아치 전략’이다. 일본 사회당의 경우 의원들 가운데 북한 여성과의 사이에 자식까지 둔 정황이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꽃뱀들의 정체는 물론 여러 형태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 예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의 해외정보국(35호실)에는 ‘모란꽃 소대’라는 여성 특수 부대, 이른바 ‘꽃뱀 부대(모란꽃중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뱀 부대’는 20대 초반의 젊고 출중한 미모의 여성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먼저 비밀 초대소에서 공작 교육과 외국어 교육 등을 받은 후 유럽 주요 도시의 유흥업소나 식당에서 실전에 대비해 예행연습까지 하여 주로 정부와 정보기관 군부 등 첨단 산업의 실세들에게 접근한다고 한다.(TV조선 2014. 9. 10)

북한 고위층이었던 탈북 시인 장진성 씨는 “ ‘씨앗 심기’ 작전에 넘어간 인사가 수십 명에 이른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정권 유지를 위해선 금기가 없다. 씨앗 심기 공작은 그들이 저지를 수 있는 일 가운데 아주 사소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TV조선 2014. 12. 29)

또 한 가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2011년 아름다운재단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08년 시민단체 활동가 건강권 지원 사업 선정자 명단’에 따르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 소속 16명과 한국진보연대 소속 22명을 지원한 것으로 나온다. 지원 내역은 당뇨병검사·간염검사, 매독 - AIDS검사 등 건강검진이다. 친북 활동가들에게 매독 - AIDS검사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름다운’ 기부(?)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적 건강검진에 매독과 AIDS검사가 왜 있어야 하는지 아름다운재단은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해야 한다. 실천연대는 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연방제 실현이라는 북한의 대남적화(赤化)노선을 추종해 오다가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시된 단체이다. 진보연대는 자체 강령에서 소위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과 사죄배상, 한미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 완전철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 반미주의를 골자로 “反민주, 反민족적 부정축재자 재산몰수”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본 북한의 대남공작은 일반 국가가 할 수 있는 행태가 아니다. 이미 정상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최악의 반동 왕조 국가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태영호 공사는 물론이고 탈북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북한을 ‘김일성 왕조의 노예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북한을 감싸고도는 한국 좌파들의 행태가 심히 의심스럽다.

김운회 동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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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좌파의 ‘우상과 이성’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 동양대 교수
승인 2018.07.03

2014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이 北인권법 대신 ‘삐라 훼방법’을 만들어 대북 전단 살포를 원천 봉쇄하려고 했다. 한 일간지 사설은 ‘한국은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가장 무성의하게 대처하고 있는 나라가 되었다’고 논평했다. 민주당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다.

유엔 총회는 2005년 이후 매년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으며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북한인권 법안은 2005년 17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이후 18대에서도 폐기되었고 19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이 이에 반대해 계류 중이다가 지난 회기에 통과되긴 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사문화되고 있다. 민주당에게 있어 북한 동포는 우리 민족이 아닌지, 아니면 민주당이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 입장이 똑같은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5대 금기라니? 신성불가침인가?

최근 소위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MBC의 6월 13일 선거방송에서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제기했다. 당시 전 변호사가 유시민 작가에게 “진짜 진보라면 북한의 김일성 김정은 체제, 이 독재체제에 대해서 항의를 하고, 인권 문제를 거론해야 합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문제 삼아야 해요” 하자, 유시민 작가는 “변호사님. 보수시니까 보수의 일을 똑바로 하시죠. 남의 집 살림에 간섭하지 마시고”라고 했다.

JTBC 예능프로그램 ‘썰전(5. 24)’에서는 박형준 교수가 태영호 전 공사의 발언을 언급하자 유시민 작가는 “태영호는 얘기하지 말자. 얘기할 가치도 없다”고 강조했다. 북한에서 태영호 공사를 “쓰레기 같은 인간”으로 비난한 것과 같은 맥락이 아닌지 크게 우려스럽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은 “태영호 공사가 국회에서 책 출판 기념회를 하자마자 북은 한국이 태영호 공사를 손보지 않는 한 남한 정부와는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며 야료를 부렸다. 북한이 그러는 것은 그러려니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쪽의 운동권 출신들이 북한의 그런 시비에 발맞춰 ‘태영호 죽이기’에 나서는 꼬락서니엔 정말 구역질이 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 김정은의 노예제 사회를 비판하는 태영호 때문에 ‘평화 팔이’ 장사가 안 된다는 게 저들의 18번이다”라고 개탄했다.

JTBC ‘썰전(2018. 5. 10)’에서도 유시민 작가는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이 사람은 계몽군주가 될 가능성이 있기에 대화하자는 것”이라며 “그래서 기대하고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서 유 작가는 “소년 가장(김정은 위원장)과 일용직 가장(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태영호 공사가 자신의 책 <3층 서기실의 암호>에서 밝힌 ‘봉건왕조 노예국가’를 옹호,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들리기에 충분했다.

이는 이른바 진보진영의 오피니언 리더로 80년대 학생 민주화 운동의 대명사이기도 한 정치평론가인 유시민 작가가 한 말로는 믿을 수 없는 대목이다. 만약 그렇다면 유시민 작가는 그 동안 세계 최빈국 한국을 선진국으로 끌어올린 박정희에 대한 결사적인 비판을 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한국의 독재는 북한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에 불과한데, 북한 체제에 대해서 한없이 관용하면서 계몽군주를 운운한 것은 이해할 수도 없고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다.

일반인들에게 유 작가는 좌파 가운데 비교적 지식 수준이 높은 교양인으로 알려진 사람인데도 이 정도인데 다른 좌파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것이 이상한 한국 좌파의 현실이기도 하다. 도대체 마르크스나 엥겔스를 비롯한 어느 신좌파 누가 이를 수긍할 것인가? 희한한 일이지만 한국 좌파는 마르크스주의자가 기본적으로 갖춰야할 덕목을 거의 갖추고 있지 않다. 한국에서만 통용되는 이상한 금기들이 있다. 이른바 ‘5대 금기사항’이다.

2014년 국민대통합위원회의 ‘갈등관리포럼’에서 대남 공작원 출신의 김동식 연구위원(국가안보전략연구소)은 종북 세력에게는 대북비판 5대 금기사항이 있고 이것은 종북 여부의 판별 기준이라고 한다. 즉 ① 지도자, ② 주체사상, ③ 체제, ④ 인권, ⑤ 세습 등에 대한 비판은 금기사항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기독교도가 하나님을 부정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나아가 한국 좌파가 일종의 정치적 피라미드 조직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르크스(좌파) 진리체계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마치 베드로가 예수를 세 번씩이나 부정한 것처럼 이들은 좌파의 근본 교리를 5번 이상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베드로는 이후 크게 회개하고 몸을 바쳐 기독교를 수호하여 순교했지만 한국 좌파들에게서는 도무지 그 가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들이 가는 길이 극히 위태로워 보인다.
CNN과 인터뷰하는 대남 공작원 출신 김동식

북한의 3대 세습은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가장 훌륭해서 세운 것?

2012년 5월 민주노총(민노총)이 북한의 핵개발과 3대 세습을 사실상 정당화하는 내용의 통일 교과서 <노동자, 통일을 부탁해>를 처음으로 발간하여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한 학습 자료로 활용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 책에 따르면 “북한의 3대 세습은 (김정은이) 아들이어서가 아니라 가장 훌륭해서 세운 것”이라는 북한 정권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 책을 전교조 등 산하 조직에 제작비 1만원을 받고 판매하였고, 이후 산하 조직별로 통일학교를 열고 이 교과서로 교육했다.(조선일보 2012. 6. 16)

이들은 도대체 마르크스 주의나 신좌파를 제대로 알고나 있는 것일까? 아무리 공부가 부족해도 세계 좌파의 흐름을 너무 모른다. 민노총은 김대중 정부 이후 강력한 세력으로 성장해 마치 전 국민이 노동자의 10%밖에 안 되는 노조의 노예처럼 되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김정은의 세습을 옹호하는 민노총의 고용 세습도 활발해 노동귀족화의 대표적 실례로 꼽힌다.

이는 극심한 청년 실업 상황에서 명백한 불법으로 청년들의 공정한 취업 기회를 가로막고 그들을 절망시키는 악덕 행위다. 민노총은 고용 세습을 주도해 민노총 산하의 사업장 노조의 37.1%가 노조원의 고용 세습을 하고 있다.(다른 노조의 평균은 25.1%). (2016, 고용노동부 ‘단체협약 실태’ 전수조사)

한국 좌파는 이상하게도 귀족성, 중산층적 성격을 띠면서도 봉건왕조를 옹호하는 특성을 띤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상위 10%의 기득권(대기업 정규직, 공무원, 교사 등이 주축으로 세계적 수준의 임금과 연금 혜택을 누림)을 대변하는 좌파 정부가 정권을 장악, 이들이 친북 또는 종북적인 올드 레프트 프레임(Old Left Frame)에 빠져 있다. … 탐욕스런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들이나, … 전교조 선생들이 어떻게 좌파가 될 수 있겠나?”라고 개탄한다(조선일보 2017. 6. 7).

회개하는 진정한 좌파로 돌아가든가

좌파는 자본주의 현실 속에서 사회를 보다 도덕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개선하고자 하는 진보의 철학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좌파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데올로기 속에 함몰되어 있다.

만약 한국 좌파가 진정한 진보주의자라면 무엇보다 북한을 철저히 궤멸시키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왜 그럴까? 북한 정권은 변증법적 유물론에서 말하는 객관적 모순이자 적대적 모순이기 때문이다. 적대적 모순이란 반드시 지양(止揚)을 통해서만 해결된다. 역사적 반동인 봉건주의는 자본주의보다 더 해롭고 위험한 것이다. 이것을 시민 계급과 연합해 먼저 타도하는 것이 1순위다.

변증법적 유물론의 측면에서 북한 체제는 이중적, 적대적 모순이 중첩된 구조로 봉건왕조적 반동성, 종교성, 반인권성 등이 중첩된 적대적 모순을 가진 체제다. 따라서 현재 북한에 대해 가장 분노해야 할 그룹은 좌파 지식인들이어야 한다. 이것은 진보를 꿈꾸는 자가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덕성이기도 하다. ‘인간의 해방’을 위한 이데올로기가 가장 저급한 형태의 ‘사이비 종교국가’가 된 북한을 옹호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좌파의 지적·도덕적 수준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JTBC 썰전 방송화면 캡쳐

한국 좌파는 도대체 왜 이렇게 되었을까?

그러면 왜 한국 좌파가 이렇게 기괴한 형태가 되었을까? 이것은 필자가 동료나 독자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것이다.

첫째, 이념적 성향이 좌파여서 북한도 좌파 국가로 인식하는 경우다. 대다수가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 경우는 마르크스주의 이론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또 김일성 일가에 대해서도 왜곡된 지식으로 교육받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소련이 붕괴되고 많은 자료들이 공개되어 김일성의 실체가 많이 밝혀지기 전에 세뇌교육을 받은 경우다. 따라서 이들에게 좀 더 많은 정보와 바른 지식을 제공함으로써 미망(迷妄)에서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점은 필자가 다른 칼럼(다시 메피스토에게로?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언급했으므로 생략한다.

둘째, 이른바 ‘생계형 좌파’들이다. 생계 유지를 위해서 좌파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다. 현실적으로 좌파는 우파와는 달리 끈끈한 유대를 유지하고 있으면서 필요에 따라 상부상조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파와는 달리 좌파는 대학 시절, 좌파 관련 학생활동을 하고 졸업 후에도 사회생활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각종 시민단체나 NGO 등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는 좌파그룹을 떠나고 싶어도 대책이 없기 때문에 한국 좌파를 벗어나기 어렵다. 이들은 이데올로기적 헤게모니를 장악한 언론 및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진지들로부터 끊임없이 이론적 공급을 받아 세뇌가 된다.

셋째, 진정한 의미에서 좌파 의식이 투철해도 기존 운동권의 대세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생각을 밝히지 못하는 수많은 ‘새도우 좌파(Shadow Left)’들이 북한의 5대 금기사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하는 경우다. 고급 좌파들의 대부분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인 특유의 ‘집단성’과 ‘동조성’ 때문에 그룹에서 소외되기를 원하지 않아서 침묵하거나 외면한다.

필자는 주변에 이런 경우를 많이 보아 왔다. 그러나 이것은 책임회피일 뿐만 아니라 역사적 과오를 범하게 되는 것이다. 이들의 행위는 종북, 친북 세력을 결과적으로 옹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넷째, 북한의 음성적 재정 지원을 받은 경우다. 예컨대 능력 있는 비즈니스맨이 해외 상사 등에 근무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대남공작원에 의해 재정 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조총련 등을 통해 국내에 유입된 자금을 통해 학비 등을 지원받았을 수도 있다. 요즘은 드문 경우지만 과거 70년대 80년대에는 해외 생활의 형편이 어려워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다고 한다. 이 경우 북한의 공갈과 협박을 벗어날 수가 없게 되고 북한에서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

남북문제연구소가 발행한 <북한의 대남 전략 해부(1996)>에 따르면, 우수한 학생을 지도하고 언론계에 보내는 공작 자금 등으로 80년대에는 연간 200억 엔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흘러들어갔다고 한다.

혹시 당신도 북한의 꽃뱀부대에?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한 경우로 대남공작 가운데 주요 인사들의 성적(性的) 일탈 등의 약점을 잡아서 해당자를 괴뢰처럼 조종하는 경우다. 주로 지도급에 속하는 인사들이 대상이므로 국가의 운명과 관련해보면, 매우 치명적이고 위험한 경우가 된다.

이 경우는 영국의 온라인 신문<텔리그라프>, 김기삼(전직 국정원 간부)의 저서(2010), 신석호 동아일보 기자의 증언(‘이제 만나러 갑니다’) 등을 통해 일부가 공개되기도 했지만 아직까지 한국의 경우는 철저히 은폐되어 있어 정확한 사정이 밝히진 바는 없다.

방북자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통일이 되어 밝혀지면 매우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이 덫에 걸리면 영락없이 김정은 정권의 괴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1992년 김정일은 공식 방북한 주중 이탈리아 대사 일행을 환대한답시고 자본주의 국가에서도 보기에 민망한 자신의 ‘기쁨조 쇼’를 보여주자 이탈리아 외교부 국장이 “나는 기생 파티가 익숙지 않아 이 자리가 좀 불편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이 공작은 실패했다(태영호 <3층 서기실의 암호>).

2008년 2월 국제외교안보포럼에서 우헌근 전 총경은 “운동권 좌경 의식화 교육에 남녀 혼숙 있었다”고 증언했다. 우 총경은 좌경세력들이 “소위 의식화 교육을 하면서 남녀가 한방에서 벌거벗은 상태로 교육하고 돌아가면서 함께 잠까지 잔다. 전문 사진사를 고용해서 현장에 잠입해 사진과 비디오 촬영을 해 명백한 증거 자료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르노를 연상시키는 이런 식의 의식화 교육을 하는 이유는 혁명전사로서 성적 수치심을 해소하고 그들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며 그것이 주사파의 기본 원리라고 부언했다.(코나스 2008. 2. 21) 믿기 어려운 증언이지만 이것이 만약 사실이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2018년 3월 6일 중소기업중앙회 그랜드홀에서 열린 제1차 자유한국당 전국여성대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미투 운동은 우리 당을 겨냥한 운동이었지만 전개과정을 보니 죄다 좌파진영의 사람만 걸려 들어갔다”며 “1980년대 성(性) 공유 의식을 진행한 운동권 인식의 연장 선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어 8일 당 전국여성대회에 참석해 “좌파들이 1980년대 이념 교육을 하면서 마지막 순서에 성 수치로부터 해방이라는 타이틀로 성 공유 의식을 했다”고 주장했다.

2014년 영국의 온라인 신문 텔리그라프는 북한이 고위층 방북 인사에게 여성을 보내 유혹하게 한 뒤 비디오를 찍거나 아이를 갖게 해서 이들이 친북 활동을 하도록 협박하고 이용했다고 보도했다. 즉 북한에는 정치가, 사업가, 기자 등을 성적으로 유혹해 이용하는 ‘씨받이 프로그램’이 있음을 북한 고위 인사가 증언했다고 보도했다. 주로 통역관이나 가이드 매니저 등의 여성을 이용해 유혹하고 이 그물에 걸린 인사들을 공갈 협박해 친북활동을 종용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북한 권위자 시게무라 교수(와세다 대학)는, 한 일본 정치인이 “평양의 숙소에서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알몸 여성이 내 방에 있었다”고 하면서 “북한의 작전이 명백하다. 이들 여성은 아이를 가졌고, 침실의 비디오를 찍은 걸 알고 있고 협박 수단으로 썼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일본 사회당 의원과 요미우리 신문 기자도 이 덫에 걸렸다는 것이다.(<The Telegraph> 2014. 12. 27).

문제는 북한의 이 기괴한 작전들이 북한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일본 사회당을 대상으로 자행되었다는 것이다. 친구를 악용하는 가장 저급한 ‘양아치 전략’이다. 일본 사회당의 경우 의원들 가운데 북한 여성과의 사이에 자식까지 둔 정황이 계속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 꽃뱀들의 정체는 물론 여러 형태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 예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산하의 해외정보국(35호실)에는 ‘모란꽃 소대’라는 여성 특수 부대, 이른바 ‘꽃뱀 부대(모란꽃중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꽃뱀 부대’는 20대 초반의 젊고 출중한 미모의 여성들로 구성되는데 이들은 먼저 비밀 초대소에서 공작 교육과 외국어 교육 등을 받은 후 유럽 주요 도시의 유흥업소나 식당에서 실전에 대비해 예행 연습까지 하여 주로 정부와 정보기관 군부 등 첨단 산업의 실세들에게 접근한다고 한다.(TV조선 2014. 9. 10)

북한 고위층이었던 탈북 시인 장진성 씨는 “‘씨앗 심기’ 작전에 넘어간 인사가 수십 명에 이른다”고 밝히면서 “북한의 정권 유지를 위해선 금기가 없다. 씨앗 심기 공작은 그들이 저지를 수 있는 일 가운데 아주 사소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TV조선 2014. 12. 29)

또 한 가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있다. 2011년 아름다운재단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2008년 시민단체 활동가 건강권 지원 사업 선정자 명단’에 따르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이하 실천연대) 소속 16명과 한국진보연대 소속 22명을 지원한 것으로 나온다.

지원 내역은 당뇨병검사·간염검사, 매독 - AIDS검사 등 건강검진이다. 친북 활동가들에게 매독 - AIDS검사 비용을 지원해주는 것이 ‘아름다운’ 기부(?)가 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적 건강검진에 매독과 AIDS검사가 왜 있어야 하는지 아름다운재단은 이 부분에 대한 적절한 해명을 해야 한다.

실천연대는 주한미군철수·국가보안법철폐·연방제 실현이라는 북한의 대남적화(赤化)노선을 추종해 오다가 2010년 7월 대법원에서 이적단체로 판시된 단체이다. 진보연대는 자체 강령에서 소위 “미군에 의한 양민학살과 사죄배상, 한미상호방위조약 주한미군 완전철수,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등 반미주의를 골자로 “反민주, 反민족적 부정축재자 재산몰수” 등의 주장을 펴고 있다.

앞서 본 북한의 대남공작은 일반 국가가 할 수 있는 행태가 아니다. 이미 정상 국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최악의 반동 왕조 국가임을 자인하는 것이다. 태영호 공사는 물론이고 탈북자들도 이구동성으로 북한을 ‘김일성 왕조의 노예국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할 정도로 북한을 감싸고 도는 한국 좌파들의 행태가 심히 의심스럽다.
김운회 미래한국 편집위원, 동양대 교수

한국외국어대 경제학 박사
서울대 한국정치연구회 지도간사
기독교문학연구회 사회과학 지도간사
<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 > 등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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