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반디 (지은이)
다산책방2017-02-15
초판출간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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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100자평(14)리뷰(104)
276쪽
128*188mm (B6)
386g
ISBN : 979113061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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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국내도서 > 추천도서 > 외부/전문기관 추천도서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 > 2017년 >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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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는 반체제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집. 201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3년 만이다. 2017년 3월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맞춰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한 <고발>은 세련된 표지와 더불어 작가의 최초 원고를 충실하게 살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탈북 작가가 아닌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라는 점과 원고의 반출 과정 등이 화제를 모았으나 작품이 지닌 가치와 의의, 문학성 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었다. 이렇게 냉담했던 국내 반응과 달리 이 작품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뜨거웠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에 비견되며 2016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전 세계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다.
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는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고발>을 뽑았으며, <채식주의자>의 번역가로 잘 알려진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영국판은 2016년 영국 펜(PEN) 번역상을 수상해 문학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고발>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 반디는 이런 평범한 남녀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끔찍한 부조리를 보여줌으로써 절망과 암흑의 끝에서도 지속되는, 지속되어야 하는 인간애와 희망을 역설한다.
목차
탈북기
유령의 도시
준마의 일생
지척만리
복마전
무대
빨간 버섯
출간에 부쳐
책속에서
P. 38 너무하다. 하라는 대로 일밖에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참으로 너무하다. _「탈북기」 중
P. 40 나는 사본을 쥔 손으로 나도 모르게 내 아랫배를 더듬었다. 거기서는 지금 결혼 후 뒤늦게이긴 하지만 새 생명이 움터 자라고 있었다. 부끄러워 아직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 다행 중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 생명을 낳을 때 그 생명이 복되기를 바라서이지 한뉘를 가시밭을 헤쳐야 할 생명임을 안다면 그런 생명을 낳을 어머니가 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_「탈북기」 중 접기
P. 56~57 한경희의 머리에는 언젠가 대학시절에 읽었던 『공산당선언』의 첫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
'유령이 구라파를 배회한다. 공산주의 유령이….'
마르크스가 그때 자서전이라도 썼던 것인가? 어쩌면 그 표현은 이 시각 마르크스의 초상화에 신통하게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말 사람이 아닌 그 어떤 무시무시한 신화를 간직한 유령에 가까운 모상이었다. _「유령의 도시」 중 접기
P. 73 전율!… 방송에서 울린 그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금방 한경희의 눈앞에서 이루어진 사변은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기적이기 전에 전율을 자아내는 무서움이었던 것이다. 죽음의 계단을 넘는 일이라 해도 그렇게는 움직이지 못하리라! 불과 사십오 분 안에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군중이 광장에 모여들다니! 무슨 힘이, 그 무슨 무서운 힘이 이 도시로 하여금 이런 불가사의한 사변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일까? _「유령의 도시」 중 접기
P. 130 뿌연 구두짝이며 시커먼 운동화짝들이 비록 코앞에 와닿긴 했어도 울바자처럼 앞뒤를 막아주는 그 다리통들이 오히려 고맙기만 했다. 하나 그 고마움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치미는 자격지심에 심장의 피가 왈칵 끓어올랐다. 내가 무슨 죄를 졌게?… 도둑질을 했나, 살인을 쳤나?… 내 나라 내 땅에서 어머니 병문안 가는 게 이리도 죄란 말인가, 이리도!… _「지척만리」 중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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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고발'들을 읽는 일뿐이다. 그것만이 목숨을 걸고 이 글들을 써서 세상에 내보낸 작가를 구원할 것이다.
- 신경숙 (소설가)
익명의 작가 반디가 쓴 이 타협을 모르는 이야기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북한의 암흑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불가해한 북한의 삶을 다룬 매우 드문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김씨 세습 왕조에 대한 필사적 비판이며 중요한 목격자 증언.
- 커커스 리뷰
북한에 살고 있는 익명의 작가 '반디'가 쓴 이 반체제 이야기들은 베일에 싸인 독재 정권에서 나타난 매우 보기 드문 작품이다. 전 세계적인 문학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 가디언
이 책을 읽으면 북한 주민들의 고난이 이야기와 이미지로, 인간의 얼굴로 떠오를 것이다. 『고발』을 읽으며 오웰이나 카프카의 작품을 떠올렸지만 곧 여기 묘사된 국가는 실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렉스프레스 (프랑스 주간지)
『고발』은 억압적인 북한 체제에서 비밀리에 반출된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놀랍게도 반디는 북한의 저명한 작가다. 하지만 일상의 끔찍함을 견디는 절망적인 삶에 대한 이 일곱 편의 이야기를 그곳의 독자들은 결코 읽을 수가 없다. 반디의 인물들이 고발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고발하기도 하는 것처럼 '고발'이라는 제목은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진중함을 지닌다. 그곳의 비인간성에 모르는 척 눈감아버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 북리스트 (미국도서관협회)
탈북자나 그들을 취재한 이들이 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작가가 북한을 문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의 현역작가로 1950년생인 반디가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쓴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힘든 과정을 거쳐 북한에서 반출되어 2014년에 국내에서 출판되었을 때 별 반응이 없었다. 전 세계 20개국에서 출간한 데다 이 작품을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영국 PEN 번역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가 소련 작가 솔제니친에 비유하며 놀라움을 표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북한 주민들의 내밀한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출신성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남편을 보며 피임약을 먹는 아내(탈북기),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통행증 없이 길 떠났다가 감시원에게 체포되는 사내(지척만리),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 때문에 추방당하는 가족(유령의 도시) 등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처지와 절망적인 상황이 가슴을 깊게 찌른다. 이 책은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하다. 그 속에서도 효도하려 애쓰고 사람의 정을 느끼려는 안간힘에 감동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반디는 한 올의 희망도 없는 북한 사회를 목소리 높여 고발하기보다 유려한 문학적 필치로 진정성 있게 그려내 엄청난 울림을 만들었다. 조금의 여지도 아량도 없는 북한 사회를 거의 잊다시피 한 세계인에게 ‘우리가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갈피갈피에 담았다. 가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억압 속에서 어떻게 숨 쉴 구멍을 만드는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가혹한 힘은 대체 뭔지, 반디는 무심한 듯한 필치로 강하게 두드려낸다. ‘겨울 해는 중대가리에 원두콩 굴 듯’같은 북한 특유의 수식어와 ‘흥락한 감정의 희억이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는 식의 독특한 표현법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면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함께 가야할 민족이라는 걸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체험과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수작이다.
- 이근미 (소설가)
『고발』은 인간애가 승리하기 위해 애쓰는 잊힌 땅, 그 비밀의 나라의 초상화를 발견할 기회를 준다.
- 리라
이 소설의 출간은 세계 출판계의 일대 '사건'이다.
- 리브리 에브도
이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손으로 쓴 원고가 그 나라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몰라도 이 단편들은 전체주의를 다룬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 루스
작가는 북한에 사는 가족들의 일상으로 곧장 빠져들게 한다. 이 소설들은 전체주의에 숨막히는 한 남자의 절규이자 북한 공산주의의 멍에에 부서진 전 인민들의 절규다. 작가는 그 참을 수 없는 불의를 비난하는 데 스토리텔링, 시(詩), 유머, 심지어 풍자까지 사용한다. 문장은 간결하고 겸허하고 아름답다.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인간애와 부드러움으로 빛난다.
- 알레테이아
작가가 조국에서 간신히 반출시킨 이 단편집의 가치는 엄청나다. 고전적인 구조는 고골과 체호프를, 부조리극적인 풍자 방식은 이오네스코와 불가코프를 떠올리게 한다.
- 북매거진
솔제니친의 작품들처럼 반디의 글쓰기는 우리에게 검열과의 싸움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 라무르 데 리브르
우리 모두가 손을 뻗어 잡아 읽어야 할 병 속의 편지.
- 르 르브뉘
침묵을 터뜨리는 책.
- 라비에
독재정권에서 사는 게 우스꽝스러울 거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작가가 그 체제의 끝 모를 부조리함을 묘사할 때 독자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평등과 반계몽주의를 혼동하는 국가를 비추는, 꺼지기 쉬운 한 줌의 빛.
- 알자스
각 단편이 무자비한 독재정권의 다른 면들을 보여준다. 반디는 아이러니를 잡아내는 날카로운 감각과 깊고 어두운 유머로 북한 사회의 분열과 전체주의, 일당 독재의 부패와 부조리를 비난한다.
- 라 그랑드 파라드
위대한 인간애로 쓰인 이야기들, 진정한 작가의 작품.
- 렉투라마 프랑스
이것은 정녕 100여 년 한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 최정식 (경희대 철학과 교수)
『고발』은 단순히 좋은 책이 아니다. 솔제니친의 작품처럼 완벽하게 구성된 단편집이며 반체제 작가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권력 앞에서 똑바로 진실을 말하는 작품이다. 고전적인 구조는 양식의 초기 대가들인 고골, 모파상, 체호프를 떠올리게 하고, 부조리극적인 풍자 방식은 이오네스코의 『코뿔소』를 떠올리게 한다. 신랄한 위트는 또 다른 러시아 반체제 작가인 미하일 불가코프를 떠올리게 한다.
- 한나 웨스트랜드 (영국판 출판사 Serpent’s Tail 대표)
반디의 『고발』이 출간되면 남한 사람들은 처음으로 그들의 무심함을 직면하고 도전 받을 것이다.
- 바바라 J. 지트워 (『고발』의 영미권 에이전트)
한국 소설을 오랫동안 번역했지만 『고발』만큼 지적인 희열을 느낀 적은 없었다.
- 임영희 (프랑스어판 번역가)
『고발』은 저항의 신호이다. 전 세계를 향해 '우리는 잘 견디고 있다, 그러나 당신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부르짖음인 것이다.
-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어판 발문을 쓴 프랑스 사회역사연구소 소장)
줄거리
탈북기
남편은 우연히 아내의 피임약을 발견하고 얼마 뒤 자신이 출근하면 아내가 또 밥을 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아내를 의심한다. 아내는 정말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아내의 일기장을 통해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유령의 도시
창밖으로 보이는 김일성과 마르크스의 초상화에 아기가 눈을 뒤집고 경기를 일으키자 엄마는 아기가 초상화를 보지 못하게 덧커튼을 친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행사 준비를 앞두고 정한 이 도시의 커튼 규칙과 엄마의 당연한 선택이 충돌을 일으킨다. 덧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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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반디 (지은이)
저자파일
1950년 生.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세계적 베스트셀러 ‘고발’을 쓴 재북(在北) 작가.
최근작 : <붉은 세월>,<고발> … 총 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 세계가 주목한 2017년 최고의 화제작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킨 소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학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_가디언
★★★★★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 선정)
★★★★★ 20개국 18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린 세계적인 화제작
★★★★★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주요 국가 동시 출간
★★★★★ 영국 펜(PEN) 번역상 수상(『채식주의자』의 데버러 스미스 번역)
★★★★★ 2017년 3월 말 『고발』 출간 기념 국제 컨퍼런스 개최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킨 소설!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화제작
“이 책은 전 세계적인 문학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_가디언
“이 소... 더보기
마니아
읽고 싶어요 (66)
읽고 있어요 (8)
평점
분포

8.9
신경숙 추천이라니......쩝;;

차우 2017-02-21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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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hector 2018-01-1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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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린다는 ‘반디‘라는 필명의 북한거주자가 쓴 소설이다. 나는 어쩌다보니 각기 다른 판본으로 3권을 가지고 있다. 기가 막혀서 잘 읽히지 않는 소설...읽고 나면 멍해지는 소설...다들 모두 읽어 봤을거라 생각한다.

알라딘(최란)은 댓글농단을 멈춰라 2018-10-1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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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공감하며 읽는 그들의 세상
어떤 체제나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정서마저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것은 곧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인간 본성은 스스로의 길을 걸으며 진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속한 체제에 관계없이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의 몸 속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음을 우리는 그렇게 확인하는 것이다.
북한 작가 반디의 소설집 <고발>은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던 책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금서로 묶였던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이 해금되어 전국의 서점에 깔렸을 때 나 또한 우연히 읽고 홍명희 작가에게 품었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지금 내가 <고발>을 읽고 난 후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대한 역사의 파노라마를 거침없이 써내려간 홍명희의 글솜씨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그가 책에서 펼쳐보였던 순수 한글의 향연은 나로 하여금 우리글의 매력에 흠뻑 취하도록 만들었다.
<고발>의 작가 '반디'도 다르지 않았다. 유려한 글솜씨와 적확한 단어 선택의 능력은 남한의 작가에게서도 찾아 보기 힘든 발군의 실력이었다. 내가 부끄러움을 느꼈던 건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다. 홍명희 선생이야 남과 북이 둘로 쪼개지기 전의 인물이니 같은 나라의 문인으로 생각하기도 쉽고 존경의 마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반디는 엄연히 분단 이후의 작가이고 사회주의 체제에서 교육을 받은 인물이 아니던가. 은연중에 나는 북한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을 느끼며 살아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온 동남아 노동자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흡사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알게 모르게 그들을 낮게 평가하려 드는 나의 알량한 자존심은 북한 주민을 향해서도 그 촉수가 뻗어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출신 성분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것의 부당함을 알리는 '탈출기',김일성 초상화를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와 그것 때문에 고초를 겪는 부모를 그리는 '유령의 도시', 북한 정권을 위해 혼신을 다바쳤던 노인의 비참한 말로를 그린 '준마의 인생', 허락이 없이는 여행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아 어머니의 임종마저 지키지 못하는 아들의 한을 그린'얼마간 오래도록', 북한의 교통 수단을 통하여 특권층과 서민의 생활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복마전', 김일성의 죽음과 북한 주민들의 애도 장면을 통하여 사람의 감정까지 통제하려 드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그린 '무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산실인 당사를 타도하자고 외치는 '빨간 버섯'이 그것이다.
"떵떵 강물의 얼음이 쩍 갈라지는 소리에 기가 질린 듯 창백한 갈고랑 달이 동북산 마루의 어설핀 수림 속에 숨어 있었다. 방한모 날개를 내리우다 못해 외투깃까지 올렸는데도 땡-하니 이마가 저려들고 코 안에 띠끔띠끔 얼음살이 배겨들었다. 그런 중에도 전영일의 머리는 번거롭기만 했다. 설용수가 어떻게 되어 다른 사람들도 아닌 군안전부 성원들에게 그런 과격한 언동을 부리게 된 것인지 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p.93 '준마의 일생'중에서)
북한이라는 특수 체제 속에서 반디가 그려내는 실상은 그의 서정적인 문체와 긴박한 스토리 구성에 대비되어 이것을 읽는 독자들은 북한의 현실이 더욱 가슴 답답하고 참혹한 느낌을 받게 된다. 201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3년 만에 출간되었다는 그의 신작은 그가 북한에 살고 있는 현역 작가라는 점, 원고의 반출 과정 등이 화제가 되었다는 점 등으로 유명했던 첫번째 작품과는 달리 작품 자체의 문학성과 단편소설을 구성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는 이 책은 그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허윤모의 질척한 시선은 조금 전 고인식이 군중의 머리 너머로 그것을 바라보았을 것이 틀림없는 시당 청사 - 빨간 버섯을 직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귀중한 생명들이 저 독소에 희생되고 있는 것인가! 과연 그 사자머리의 마도로스 파이프가 지껄였다던 구라파의 붉은 유령이 이 땅에 뿌린 것이 인간의 모든 불행과 고통의 화근인 저 빨간 버섯의 씨앗 따위였단 말인가!" (p.268 '빨간 버섯'중에서)
오후가 되자 요 며칠의 반짝 추위가 저만치 물러간 느낌이다. 하늘도 푸르다 못해 청명하다. 미세먼지도 그만한 것인지 멀리까지 시선이 닿는다. 같은 산하, 지척의 거리에 살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도 지금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희망에 부풀어 있을까? 서로의 체제는 달라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한민족, 같은 뿌리를 둔 형제였음을 반디의 소설집 <고발>을 통해 어렴풋이 느낀다. 추위도 물러가는 늦겨울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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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7-02-24 공감(1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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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 반디
우리가 북한 실상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간간이 뉴스에서 나오는 혹은 영화속에서 나오는 일들을 다른 나라 사람들 이야기처럼 무관심으로 대하지는 않았나 싶다. 화면에서 보이는 북한 평양의 도시 모습도 우리나라보다는 낙후되었으나 제법 자유로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굶어 죽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눈으로는 기사를 접했지만 그들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화면속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이토록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구나. 절절한 마음으로 다가왔다.
출신에 의해 직업이 정해지며, 학교 진학까지도 나라에서 정해주는대로 갈 수밖에 없다. 직계 가족중에 누군가 반동분자라도 있으면 출세는 커녕 자식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 남편에게는 밥을 주고, 자기는 개죽과도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남편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부인들의 모습을 보며 새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어느 순간에 느낀 바지만 그들을 우리 동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다른 나라 사람처럼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싶다.
책을 대충 훑어보았으나 『고발』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 소설을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산문으로 보았던듯 하다. 아마 이 소설의 첫편인 「탈북기」를 읽으면서 더 그렇게 느꼈졌다. 친구에게 들려주는 서간문 형식의 글이라 감정이 더 이입되어 읽혀졌다. 남편을 당원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아내. 아이가 없어 한 동네에 사는 조카 아이를 친 아이처럼 데리고 자던 아내. 아내가 숨겨둔 약봉지를 발견한 남편의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북한 소설을 읽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묵묵히 맡은 바 일하거나 탈북하는 일 밖에 없으리라. 며칠전에 들려온 김정남 사망소식에서도 느낀 바와 같이 덜컥 무섬증이 들었다. 북한과 상관없는 우리도 이처럼 두려운데 북한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제대로 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오래전 동독이 배경인 소설을 읽을때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돌아다닐때도 통행증이 필요했듯, 북한 주민들도 통행증이 있어야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여행허가증을 국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행사가 있거나 할때는 여행 증명서 발급이 되지 않는다. 모친이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아도 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적만리」라는 작품에서 나타난 내용이다. 어머니를 지척만리에 두고도 어머니를 뵐 수 없는 안타까움을 말했다. 물론 1993년에 쓰여진 작품이기에 지금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부모님을 뵈러갈때 여행 허가증이 있어야 갈 수 있는지, 당에서 시키는 대로 근무처를 옮겨가야 하는지, 부모가 아파도 마음대로 볼 수도 없는지. 아, 그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소설에서 느낀 바지만, 우리와 체제가 달라 힘겨운 생활을 하지만, 그들에게서도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위원회 소속이든, 출신 성분때문에 끼니조차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생활이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자식을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소소한 희망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라 지금과는 상황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지만 이런 삶을 사는 모습들을 보며 마음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소설은 특별하다. 탈북자가 쓴 소설이 아니다. 북한에 머물고 있는 소설가 반디가 탈북한 사람에게 원고지를 건네주었고 그렇게 한국에서 펴낼 수 있었던 귀한 소설이다.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나타낸 소설이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동시 출간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세계의 눈이 반디의 소설에게 열려있다. '반딧불이'를 뜻하는 '반디'라는 이름의 작가. 그의 소설이 반딧불이처럼 반짝반짝 빛나길 바래본다.
- 접기
Breeze 2017-02-21 공감(15) 댓글(0)
반디소설, 고발 - 북한사회를 들여다보다.
간혹 표지의 이미지와 제목으로 인해 책을 펴보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고발>또한 마찬가지였다. 사회 부조리를 얘기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 마음이 동해져서 우울해지는 내 자신이 힘들어 어느 순간부터는 접촉을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나흰의 첫 도서가 <고발>이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서평단의 시작이니만큼 제대로 읽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가들이 사회적 의식을 담은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왔다. 책의 여러가지 매력 중 하나가 '고발'에 근거한다고 생각해왔다. 시대적 억압과 탄압을 견디고 솟구쳐 등장하는 책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육체와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억압받고 있는 북한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글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없다. 이런 글의 매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리는데도 용이하게 작용하기에 더욱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정말 목숨을 걸지 않고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전히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는 <고발>을 반출시켰으며, 20개국에 출간되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목숨을 건 작가에게 답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고발>을 읽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일 것이다.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으며, 각 소설의 등장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해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친다. 대략적인 느낌으로 북한의 체제를 어렴풋이 생각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곧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소설이지만 현 시대를 반영하여 써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쉬이 읽히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글 하나하나가 북한에 살고있는 작가의 피눈물에 뼈로 써내려갔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독재정치, 누군가에게는 역사책으로만 보고 들었을 것이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다. 아주 오랜 시간 생각이 금지된 그 곳에는 여전히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일상에서의 폭력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시도때도 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었던 행동은 고작 <고발>을 읽는 것이었다. 모두가 고작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고작이기에 모두가 할 수 있다. <고발>을 읽고 북한사회를 외면하지 않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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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토끼 2017-02-28 공감(1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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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의 고발이 끝이 아니길....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이번에 읽은 반디의 <고발>이라는 책은 책의 사연부터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책이었단다. 실제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이야기. 그의 원고가 다른 탈북자에 의해 북한 밖으로 빼돌려 출간한 책. 그래서 실명을 숨기고 ‘반디’라는 필명으로 출간된 책. 작가의 이름만 들어보면 순정만화의 작가처럼 보이지만, 그가 쓴 이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묵직하였고, 읽는 이를 저절로 숙연하게 만들었단다. 이 책은 이미 세계 20개국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다고 하는구나. 영국에는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번역상을 받기도 했대. 이런 사연에 아빠도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적어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얼마 전에 읽은 <녹색평론 157호>에 이 책에 관해 실려서 읽는데 더 도움이 되기도 했어. 이 책은 단편 7편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럼 그 이야기들에 대해 하나씩 짧게 이야기해줄게. 이 소설은 대부분 1990년대에 쓴 소설들이란다. 오늘날 권력자들은 바뀌었지만 북한 사회는 변한 것이 별로 없어. 소설이 쓰여진 연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읽어도 될 것 같더구나.
1.
첫 번째 소설은 <탈출기>라는 소설이야. 일철이라는 사람이 탈북을 하면서 친구 상기에게 남긴, 긴 편지 형식의 소설이란다. 일철은 결혼 2년 차. 아직 아이는 없었어. 그래서인지 아내 명옥은 조카 민혁을 끔찍이 잘 대해주었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아내 명옥의 피임약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로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었어. 그래서 출근했다가도 뭔가 빠뜨렸다면서 집에 다시 오기도 했는데 그때 명옥은 개죽을 끓이고 있었고, 아무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 그도 의심을 접었는데, 어느날 일찍 집에 퇴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검은 그림자가 급히 빠져나가는 걸 보고, 그의 의심이 맞다고 생각하고 피임약을 가져와 다그쳤어.
그리고 명옥의 일기장을 보게 되는데…. 그 안에는 명옥이 왜 피임약을 먹었는지, 조카 민혁을 그렇게 잘 대해주었는지 다 적혀 있었어. 명옥의 출신성분은 좋은데 반해 일철은 좋지 못했어. 일철은 아버지가 반동으로 처단되어 아들들과 손자까지 차별 받고 있었거든. 명옥은 자신의 아이들도 태어나면 차별 받을 것을 생각하여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남편이 당원이 된 다음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던 것이고, 남편이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자신도 여기저기 알아보았어. 그러던 중 당원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부문장비서가 명옥에게 접근을 한 거야. 접근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추행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런데도 남편의 당원을 위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자주 조카를 불러와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조카를 방패 삼았던 거야. 사실 명옥이 끓였다고 했던 개죽도 사실 명옥 자신이 먹기 위함이었어.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남편이 마음상할까 봐 개죽이라고 이야기했던 거야. 일철은 명옥을 의심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탈북 계획을 세웠단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형네 가족과 자기 부부, 모두 다섯 명이 탈북을 하기로 했단다. 소설은 여기서 끝이 났어. 과연 일철의 일행은 성공적으로 탈북에 성공을 했을까?
2.
<유령의 도시>
한경희의 집은 평양의 광장이 보이는 곳에 있어. 광장에는 국경절을 맞이하여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어. 한경희의 어린 아들 명식이 마르크스의 사진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면서 울었어. 그것은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볼 때마다 그렇게 울었어. 어쩔 수 없이 한경희는 그 사진이 보이지 않게 커튼을 칠 수 밖에 없었어. 그러자 신고가 들어왔다며 위에서 찾아왔어. 한경희는 이유를 설명했어. 그런데 왜 커튼이 마르크스 쪽뿐만 아니라 김일성 쪽도 쳐져 있냐고 물어보자, 한경희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이 말은 김일성을 솥뚜껑에 비유했다고 또 문제가 되었어. 결국 한경희의 남편도 이 일로 회사에서 짤리고, 그들은 추방을 당하게 되었어. 한경희는 반항을 할 수조차 없었어. 이 도시는 한경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니까 말이야. 그들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어쩌겠어. 그들이 평상시 인민의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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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면상이 온통 털 속에 묻힌 마르크스와 매섭게 입을 다문 김일성의 초상화였다. 그 두 붉은 ‘유령’은 지금 한경희에게 분명 이렇게 호령하고 있었다.
“나가라믄 찍소리 말구 나갈 거지 무슨 허튼 생각이야. 이게 내 도시지 네 도신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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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북한의 어떤 행사에 많은 일반사람들이 군집해 모습을 보는 경우가 있어. 그 장면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세뇌를 당할 수 있을까? 하곤 했어. 그런데 그것은 그저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어. 도시는 그들 것이니까, 그들 도시에 살고 싶으면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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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7)
한경희는 돌연 우들우들 온몸이 떨려왔다. 9월의 밤 냉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삶을 부지하자면 벌써부터 알고 있어야 했을 무섭고도 무서운 그것이 불시에 가슴에 콱 실려와서였다.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인원을 사십오 분 안에 광장으로 끌어들였던 그것이 무엇이었던지도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남편이 지금 또 “당신은 저기 저 마르크스의 모든 이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이 뭔지 아오?”하고 물어준다면 한경희는 보다 학술적으로, 그리고 보다 진지하고도 뼈저리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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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준마의 일생>
설용수는 평생 당에 충성을 하고, 나라에 충성을 한 사람이란다. 전쟁과 노동 현장에서 어디든 그는 최선을 다했고, 훈장 14개를 받기도 했어. 설용수는 이미 저 제상 사람이 된 전영일의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어. 그래서 전영일도 설용수를 큰아버지로 모셨어. 그런데 어느날 전영일은 통신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설용수가 통신선로를 방해하고 있으니,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어. 설용수의 집에 느티나무가 있는데, 통신선로에 방해되어 베려고 하니 베지 못하고 했고, 그 과정에 도끼까지 들고 설쳤다고… 전영일이 설용수를 찾아갔어. 훈장 14개나 받은 인민의 영웅인 설용수가 배급이 안되어 땔감이 없어 냉방에서 지내고 있었어. 사실 도끼까지 들 생각은 없었대. 그런데 그들이 오기 전에 아내와 말다툼을 하여 화가 난 상태였는데, 그들이 와서 느티나무를 베겠다고 하자.. 홧김에 그렇게 된 거라고…
설용수에게 그 느티나무는 사연 깊은 나무였어. 전영일의 아버지와 함께 젊은 시절을 입당을 할 때 기념으로 심은 나무였거든. 그리고 좋은 일을 있을 때마다 그 나무에 고맙다고 했대.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설용수의 마음속에 담아주었던 생각들을 전영일에게 했어. 전영일이 생각하기에 반동이라고 느껴지는 말들도 있었지만, 설용수의 그런 말들은 틀린 말들이 아니었어. 전영일은 설용수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설용수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심장마비라고 하지만… 설용수는 도끼로 손수 느티나무를 다 찍어서 쓰러뜨리고 난 후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하는구나. 설용수도 결국 느티나무를 지키지 못할 것을 알았을 거야. 그리고 그럴 바에야 자신이 직접 느티나무를 자르려고 했고..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베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숙연해지는구나.
4.
<지척만리>
명철은 엄마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세 번이나 받았어. 그래서 집에 다녀오려고 여행증 신청을 했으나, 세 번 모두 부결 판정을 받았어. 외아들이 자신이 꼭 가야 한다고 사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명철이 지금 광부로 일하고 있지만, 그것도 그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었어. 군대 제대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내고 싶었지만, 그는 그것도 허락 받지 못하고, 광부로 차출된 것이었어. 명철은 여행증을 받지 못하고, 우연히 만난 친구와 술을 먹고, 술김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어. 간신히 검열을 수차례 피해서 고향땅에 도착을 했지만, 마지막 검열에서 그만 걸려서 집을 코 앞에 두고 노동단련 20일 벌을 받아야 했어. 집에 와서 새장에 갇혀 있는 종달새가 자신의 처지라고 생각했어. 종달새라도 자유를 주려고 풀어주었는데, 그 종달새는 다시 돌아왔어. 종달새도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 새장 안의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던 거야.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명철.. 며칠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단다. 슬픈 소설들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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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당신이 놔주고 간 이튿날 아침에 보니 저것들이 다시 날아오지 않았겠어요. 그래 조롱을 다시 달아주었더니 저렇게…”
“길들었구나!... 불쌍한 것들!”
명철은 한마디 한마디 씹어 뱉듯 중얼거렸다.
“삐쫑삐쫑 삐쪼르릉…” 종달새가 다시 우짖었다. 마치 명철에게 ‘당신도 길들었기에 그렇게 그냥 돌아왔죠’ 하고 반박이라도 하듯이…
‘그래, 나 역시 지척도 천리 밖으로 살아야 하는 조롱 속의 짐승인가보다! 조롱 속의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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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마전>
오씨 부부는 북한에서 그래도 상위층이고, 지식인이었어. 지금은 은퇴했지만, 오씨는 력사 선생님이었고, 영감은 수학 선생님이었거든. 오씨 부부는 딸이 둘째를 임신하고 만삭이라서 딸 집에 갔다가 첫째 아이는 자신들의 보살피는 것이 딸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첫째 아이 영순을 데리고 오다가 1호 행사 때문에 역에서 발이 묶였어. 1호 행사 때문에 열차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끊겼거든. 1호 행사라고 함은 최고 권력자에 관한 행사인데, 그가 주변을 지나가기 때문에 모든 교통수단이 중단된 거야. 역에서 32시간이나 있었어.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었어.
오씨는 딸이 걱정되어 영감과 영순이를 역에 두고 다시 걸어서 딸 집에 가기로 했어. 가다가 수령동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씨는 얼마 전까지 1호 행사에 대한 불만은 접어두고, 침에 발린 찬양을 했고, 차까지 얻어 타게 되었어. 오씨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어. 그런 일이 있을 때 역에서는 기차가 개시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영감과 손녀도 그 인파에 휩쓸려 다치고 말았단다. 영감은 허리를 다치고, 손녀 영순은 다리가 부러진 중상을 입었어. 병원을 거쳐 집에 머물고 있는데, 오씨가 그 둘을 보살펴야 했어.
오씨는 이 일에 크게 죄책감을 느꼈어. 손녀 영순은 날마다 울면서 엄마만 찾고… 한편, 그날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얻은 탄 일로 방송까지 타게 된 오씨. 그 일은 수령을 찬양하는 용도로 연일 방송에 나왔어. 하지만, 역에서 많은 인민들이 고통을 받은 일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 오씨의 속마음이 어땠을까? 우는 영순을 달려주면서 들려준 ‘복마전’이라는 이야기가 그들의 사회를 대변해주는 듯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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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옛날 어느 곳에 열 길 울타리를 빽빽이 둘러친 한 동산이 있었다우. 거기선 늙은 마귀가 수천의 종들을 거느리구 있었구요. 한데 놀라운 건 그 동산의 열 길 울타리 안에선 언제나 웃음소리밖에 들려나오는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사시절 하하호호 하고 말이지요. 그건 바로 늙은 마귀가 자기의 종들한테 다 온통 웃는 마술을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나요. 왜 그런 마술을 걸어놓았냐구요? 그야 물론 종들을 학대하는 자기 죄행을 가리우구 우리 동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고 다른 동산 사람들이 넘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게 열 길 울타리두 쳤던 거구요. 그러니 글쎄 생각 좀 해보시우. 그 동산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디가 아프거나 슬퍼서 엉엉 울어도 그것이 하하호호 하는 웃음소리만 되어 나왔으니 세상에 그처럼 악한 마술이 어디 있고 그처럼 무시무시한 동산이 또 어디 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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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대>
보위지도원 홍영표. 그는 보위부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어. 홍영표의 아들 홍경훈이 김일성 장례식 추도기간에 술 먹고 김숙이라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고 말이야. 특히 김숙은 반동분자의 딸로 이미 전에도 만났다가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해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들 홍경훈은 예전에 군복무 중에도 불순한 사상으로 자아비판을 받기도 했었어.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홍경훈도 억지로 산에 가서 꽃을 땄대. 장례식에 꽃을 바쳐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뱀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몸에 메틸알코올을 뿌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에게 술을 먹었다고 한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김숙이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하는데, 김숙의 아버지는 그저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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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글쎄 제가 부모님 앞에서 다짐했으니 그와 결혼할 생각까지는 안 합니다. 그러나 이성 간이 아닌 인간적인 사랑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 솔직히 말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처녀인 그가 기를 못 펴고 사는 데 대한 동정심을 금할 수가 없어요. 그의 아버지의 죄라는 게 뭡니까. 김정일이 후처를 한 사실을 말했다는 그 하나뿐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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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홍경훈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어. 홍경훈의 이야기는 반동 수준이 점점 심해지고, 아버지 홍영표도 아들의 말에 격분을 하게 되어 아들에 총까지 겨누게 되었어. 그 순간 정전이 되었어.. 정전 같은 돌발적인 일이 없었다면 정말 죽였을까?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어. 아들의 말대로 사람들은 전부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어. 모두 연극 배우처럼… 그리고 생각해보니 자신도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총으로 스스로 자신의 연극을 끝냈단다.
…
7.
<빨간 버섯>
기자인 허윤모에게는 죽마고우 절친인 송명근이 있어. 송명근은 시병원 진료과 의사인데, 송명근의 오촌이모부 고인식이라는 사람이 있어. 고인식은 평생 장을 만들어온 장인이야. 여기서 이야기하는 장은 간장, 된장.. 이런 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고인식은 장공장 기사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고, 허윤모는 예전에 고인식의 열정에 대해 취재를 하기도 했어. 고인식이 얼마나 장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면… 아내가 죽고 나서 어린 오누이만 집에 두고, 장을 만드는 일에 모든 열과 성을 다했을 정도로 진정한 장인이었어… 그런데 그런 고인식이 직무태반으로 묶여갔다는 거야. 된장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로 말이야. 그것은 원료 배급이 줄고 그 해 날씨로 인해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말이야. 그러나 시당청사인 빨간벽돌집에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어.
그 뿐만 아니야. 의사인 송명근은 사당청사의 부인이 왕진 요청을 해서 갔더니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고 송명근을 유혹하려고 왕진을 불렀던 것이래. 송명근은 간신히 뿌리치고 나왔는데.. 그것이 혹시 고인식이 잡혀간 것과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인식은 공개재판을 했는데, 며칠 갇혀 있으면서 실성한 듯했어. 그도 더 이상 연기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는 울부짖었어. 다른 사람들이 마음 속에 두고 있던 말을 밖으로 울부짖었지. 빨간 벽돌집을 사람들이 빨간 버섯이라고 불렀는데, 고인식은 빨간 버섯을 뽑아버리라고 외쳤어.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겉으로는 연기하고 있지만, 속으로 통쾌해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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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으스러지게 주먹을 들어 쥐고 벽돌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허윤모의 가슴속에서는 고인식의 다 외치고 가지 못한 그 절규가 피타게 울려오고 있었다.
“저 빨간 버섯, 저 독버섯을 뽑아버려라. 이 땅에서, 아니 지구에서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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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주민들의 삶이라는 것은… <무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극인 것 같구나. 그들은 그저 생존을 위해 주어진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 그렇게 연기를 잘 함에도 불구하고, 억울함을 당할 때 <준마의 일생>의 설용수나 <빨간 버섯>의 고인식처럼.. 연극 무대에 내려와 실제가 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연기를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 그런 그들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더욱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젠가는 우리나라와 북한이 통일을 하게 될 텐데. 그 전에 모든 면에서 벌어진 격차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제 북녘 땅에도 따뜻한 햇살이 내리쬘까.
...
이 책에는 북한에서 쓰는 순수한 우리말이 많이 소개되었단다. 주석으로 뜻을 모두 적어 주어 읽는 것은 문제없었어. 그런 말들을 보면서, 말과 글도 많은 격차가 생겼구나 싶었단다. 잘못하면 이 상태로 더 가다가는 서로 말도 통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 그 전에 하나가 되어야 할 텐데… 하나가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으니… 휴…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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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8-01-03 공감(1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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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을 유린하는 전체주의의 가혹한 폭력
북한의 소설이라고 하니 흥미로웠다. 옛날도 아니고, 90년대의 북한 실상을 보여준다는데, 현재 북한의 모습을 그 내부에 있는 목소리로 들여다 보고 싶었던 내게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 같았다. 저자 '반디'는 필명으로(북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책이니 실명을 안 쓰는 것은 당연하겠지.), 책의 마지막에 있는 '출간에 부쳐'라는 글에 따르면, 1950년 태생의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작가라고 한다. '고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시점에 시작된 소위 고난의 행군으로 자신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던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고, 먹고 살기 위해 고향땅을 등지고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지금껏 살아왔던 북한 사회(p. 270)'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지게 된 작가가 폐쇄 정책으로 바깥 세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북한 사회의 참된 모습에 대해 '고발'할 생각으로 89년부터 96년 사이 완성한 7개의 단편을 담고 있다. 흥미가 동하여 읽긴 했지만 사실 별 기대를 하진 않았다. 고발 문학은 목적성이 분명한 글이라 그 선명한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문학적 가치와 재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원고에 얽힌 사연도, 제목도 여기의 소설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으므로 얼른 보통의 고발 문학들이 거치는 궤적을 그대로 따르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 '탈북기'까진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두 번째 단편 '유령의 도시'에서 그런 생각은 보기 좋게 깨어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7개의 단편 중, 이 '유령의 도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전체주의가 어떻게 하나의 사회를 장악하고 개인들을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것으로 만드는지 카프카적인 색채로 참으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평양. 국경일을 하루 앞두고 평양은 행사 준비로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중이다. 무려 100만의 시민이 참여하는 시위 행사다. 이번 시위는 특히 전세계에 선전용으로 방송되는 것이라 정권의 시민 동원과 준비는 한층 더 가열차고 집요하다. 이런 상황이 주인공 한경희는 여간 괴롭지 않다. 자신의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김일성 사진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며 크게 울어대는 것이다. 하필 자신이 참여하는 궐기대회 장소가 마르크스의 초상화가 내려다 보고 있는 곳이라 아이를 도저히 데려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픈 애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한경희는 행사에 빠질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사정이 있어도 또 그녀가 공산주의 항쟁에 희생당한 이의 유가족이라는 신분으로 신변이 철저히 보호된다고 해도 북한의 전체주의는 그녀를 곱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필이면 집의 창문에 김일성의 초상화가 보여서 아이 때문에 커튼을 쳐 놓았더니 이내 집에 커튼이 쳐져 있는지, 안 쳐져 있는지 관리하는(평양의 모든 집은 김일성 수령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김일성 초상화가 잘 보이도록 창문의 커튼을 내려서는 안 된다.) '가두 비서'가 찾아와 커튼을 걷으라고 닦달한다. 한경희는 할 수 없이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늦게 들어온 남편은 왜 그런 사실을 알렸느냐고 원망한다. 벌써 당간부인 남편 상관에게 그 말이 들어가 남편이 엄중한 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유령의 도시'는 유령처럼 아무런 존재감이 없게 되어버린 전체주의 안에서의 개인을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통해 신랄하게 보여준다. 아이는 마르크스를 괴물 '어비'로 여겨 우는데, 나중에 한경희는 평양이라는 도시 전체가 이미 '어비'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보게 된다.
에구머니나! 저게 뭐지?... 두 고층 아파트 지붕을 양다리고 디디고 호통치는 털이 북실북실한 저 괴물 같은 것이!... 옳아! 저게 바로 '어비'로구나!
한경희는 넋이 나가도록 질겁하며 어디로인가 냅다 뛴다. 그런데 어비가 디디고 선 아파트의 벌집처럼 총총한 창문마다 오종종 긴장하며 바깥 동정을 살피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모두 토끼들이 아닌가! 아하, 저게 바로 남편이 걸핏하면 외우곤 하던 토영삼굴의 그 토끼들이구나. 한데 이상한 것은 한경희 자신도 어느새 토영삼굴에 뛰어들어 앉아 있는 것이었다.(p. 96)
창문이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오직 체제 유지를 위한 감시의 구멍이 되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그저 겁먹은 토끼일 뿐이다. 살던 굴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죽지 않으려면 '어비'의 눈 밖에 나지 않아야 한다. 그 '어비'는 아주 조금의 흠도 용납하지 않고 거역에 따른 처벌 역시 가차 없다. '탈북기'에서 일철이 가족들 전부를 데리고 탈북을 결심하게 된 건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적대군중'이란 신분 때문이었는데, 그런 신분이 붙게 된 연유는 너무나 사소했다. 아버지가 당에서 받은 한 파장의 '랭상모(벼농사를 위해 심는 모)'를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고작 그런 이유로 자신뿐만 아니라 아들까지 온갖 불이익을 받게 되니 일철은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반디는 '탈북기'와 '유령의 도시'처럼 전체주의의 희생자로 주로 '가족'을 놓는다. 모든 작품에서 전체주의는 가족을 파괴시키는 주범으로 등장한다. 김일성 행차라는 '1호 행사' 때문에 통행이 금지되어 강 하나만 건너면 되는 지척에 두고도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지척만리)나, 역시 '1호 행사'로 인해 역이 폐쇄되어 그로 인한 혼잡 탓에 부상당한 가족의 이야기(복마전), 그리고 공장의 할당량을 채우느라 아내가 아궁이에 쓸 장작 좀 구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결국 재떨이를 던져 아내를 내쫓고 마는 한 노인의 이야기(준마의 일생)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그 눈이 '어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비' 아래서 지배받고 있는 모든 이들의 눈 또한 '어비'의 눈이라, 그 상호 감시 때문에 겁먹은 토끼들은 더욱 체제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각본에 따른 정확한 연기는 개인이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몸짓이다. 단편 '무대'는 북한 사회 자체가 하나의 무대이며, 자신들은 그저 체제가 원하는 연기를 하고 살 뿐이라는 것을 절망 속에서 고백한다. 이 모든 단편들에 나오는 주역들은 하나같이 한 평생 체제를 믿고 그것에 헌신해 온 인물들이나 그것을 계기로 그들은 체제가 '빨간 버섯'과 같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경희가 '어비'를 보았던 것과 똑같이.
"왜 자신해서 벽돌집 시녀가 됐던가 말야!"
"간판에 속아서였지. 나처럼. 속엔 독재의 칼을 품고도 겉으로만 평등이요, 민주주의요, 역사의 주인이요, 지상낙원이요 하는 허울 좋은 그 간판에 속아서 말야."
"맞네. 세상 만물은 독한 것일수록 고운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는 법이네."
"그래, 독버섯처럼 말이지? 독버섯처럼!" ('빨간 버섯', p. 261 ~ 262)
'고발'은 한 마디로 북한 사회라는 단일한 차원을 넘어, 전체주의가 얼마나 개인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이렇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겁먹은 토끼로 만들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나 김기춘 같은 존재들이 전체주의를 꿈꾸는 지도 모른다. 그들이 만들었던 '블랙리스트'야 말로 '어비의 눈'이 아니던가! '계엄령을 선포하라!'나 '촛불 시민 총살하라!'는 팻말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당당히 들고 다니는 '태극기 집회'의 사람들을 보노라면, '고발'은 '우린 북한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하고 읽어야 할 소설이 아니라 '이러다 우리도 이렇게 될 지 몰라' 하는 무서운 경고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 혹시 고운 허울만 뒤집어 쓴 독버섯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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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7-02-28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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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반체제 작가?
'북한의 솔제니친'이라고 불리는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집이 재출간되었다. <고발>(다산책방, 2017). 이미 조갑제닷컴에서 2014년에 나온 바 있다. 사실 책의 존재를 안 건 지난해였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가 이 책도 번역했다고 해서 찾아봤던 것. 하지만 '조갑제닷컴'에서 나온 책이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신뢰할 수가 없기에. 다행히 이번에는 최초 원고를 충실히 살린 판본이라 한다. 영어판은 지난해 역구 펜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알라딘에서 검색... + 더보기
로쟈 2017-02-19 공감 (47) 댓글 (0)
놀아라! 양심의 가책일랑 잊고
출퇴근길 스마트폰 게임이나 일과 중 짬짬이 혹은 몰래 보는 야구경기, 놀이는 우리 일상 도처에 깔려있지만 놀이에 대한 적대적 시각은 팽배하다. '놀지 못해 아픈 이들을 위한 인문학'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우리의 삶과 현대사회에서 천대받고 추방된 놀이를 복원해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다. 놀아라! 양심의 가책일랑 잊고... 라는 말이 근무시간에 모든 걸 잊고 놀라는 말은 아니겠지만. 졸음이 쏟아지고 집중이 안되는 시간. 해야할 일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뒤로 미뤄도 되는 여유가 있는 지금. 모든 근심걱정따위는 다... + 더보기
chika 2017-03-08 공감 (31) 댓글 (0)
x
이게 뭔가. 그냥 x 다. 나처럼 단순한 애가 먼저 떠올리게 되는 오엑스의 그 엑스가 아니라 미지수 엑스를 말하는거..겠지?정체불명의 이 책들이 뭔가, 하고 보는데 벌써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듯 하네. 판매지수도 엄청 높고. 사실 출판사 이름만 본다면 나 역시 그냥 구입을...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살펴보면 '추천사'를 통해 내 취향일지 아닐지 가려볼 수 있겠다는 거.안그래도 4월이 되면서 책박스를 하나 주문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벌써부터 책박스가 가득찰 조짐이 보이네. 이제 며칠이내로 연말정산 환급금이 들어올 예정이고.... + 더보기
chika 2017-04-03 공감 (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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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까?
신간 중에 제목때문에 일단 제일 먼저 쳐다보게 된 책. 평소 이런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하루 종일, 주말 내내 뉴스와는 담을 쌓아놓고 지내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티비를 켰을때 - 마침 뉴스 특보 화면이 나오고 나름 알찬 주말을 보내고 왔다고 생각하고 있던 마음이 싹 바뀌어버렸다. 지금 이 판국에 저렇게 웃음짓고 싶을까.정말 무뇌충도 아니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설문 써주고 고쳐주던 사람이 구치소에 있으니 더 이상 연설문도 못쓰고 아무말도 못하는건가, 생각하... + 더보기
chika 2017-03-13 공감 (18) 댓글 (0)
[반디]<고발>중에서...
(65-66)“그런 날 말구 내 말을 듣소.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그건 자본론도, 과학적공산주의 건설 이론도 아닌 바로 프롤레타리아독재 이론이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무기가 자본이라면 우리가 사는 사회주의의 무기는 프롤레타리아독재이기 때문이오. 프롤레타리아독재! 그게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이 도시 사람들은 누구나가 토영삼굴을 따르며 살고 있는 거요. 그런데 당신은 피살자 유가족이라는 그 밑자리 하나만을 믿구 너무도 천진스레 살고 있소. 일단 그 독재에 걸리는 날엔 피살자 유가족이 다 뭐겠소. 당신은 전설 속의 어비는 알아도... + 더보기
bookholic 2017-12-15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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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0원 (도서구입비 소득공제 대상 및 조건 충족 시)
Sales Point : 1,799
276쪽
128*188mm (B6)
386g
ISBN : 9791130611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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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국내도서 > 추천도서 > 외부/전문기관 추천도서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이달의 .. > 2017년 > 6월
출판사 제공 북트레일러
출판사 제공 카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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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리는 반체제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집. 201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3년 만이다. 2017년 3월 영미권을 비롯한 전 세계 동시 출간에 맞춰 다산책방에서 새롭게 출간한 <고발>은 세련된 표지와 더불어 작가의 최초 원고를 충실하게 살려 작품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었을 때는 탈북 작가가 아닌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라는 점과 원고의 반출 과정 등이 화제를 모았으나 작품이 지닌 가치와 의의, 문학성 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었다. 이렇게 냉담했던 국내 반응과 달리 이 작품에 대한 해외의 반응은 뜨거웠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러시아의 반체제 작가 솔제니친에 비견되며 2016년 프랑스를 시작으로 이탈리아, 일본,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전 세계 20개국과 판권 계약을 맺었다.
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는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 중 하나로 <고발>을 뽑았으며, <채식주의자>의 번역가로 잘 알려진 데버러 스미스가 번역한 영국판은 2016년 영국 펜(PEN) 번역상을 수상해 문학성을 입증하기도 했다.
<고발>에 수록된 일곱 편의 이야기에는 북한 체제에서 생활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 작가 반디는 이런 평범한 남녀가 일상에서 마주치는 끔찍한 부조리를 보여줌으로써 절망과 암흑의 끝에서도 지속되는, 지속되어야 하는 인간애와 희망을 역설한다.
목차
탈북기
유령의 도시
준마의 일생
지척만리
복마전
무대
빨간 버섯
출간에 부쳐
책속에서
P. 38 너무하다. 하라는 대로 일밖에 모르는 순진한 사람들에게 참으로 너무하다. _「탈북기」 중
P. 40 나는 사본을 쥔 손으로 나도 모르게 내 아랫배를 더듬었다. 거기서는 지금 결혼 후 뒤늦게이긴 하지만 새 생명이 움터 자라고 있었다. 부끄러워 아직 남편에게 알리지 않고 있었던 것이 다행 중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 생명을 낳을 때 그 생명이 복되기를 바라서이지 한뉘를 가시밭을 헤쳐야 할 생명임을 안다면 그런 생명을 낳을 어머니가 이 세상 어디에 있으랴! _「탈북기」 중 접기
P. 56~57 한경희의 머리에는 언젠가 대학시절에 읽었던 『공산당선언』의 첫 대목이 절로 떠올랐다.
'유령이 구라파를 배회한다. 공산주의 유령이….'
마르크스가 그때 자서전이라도 썼던 것인가? 어쩌면 그 표현은 이 시각 마르크스의 초상화에 신통하게도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말 사람이 아닌 그 어떤 무시무시한 신화를 간직한 유령에 가까운 모상이었다. _「유령의 도시」 중 접기
P. 73 전율!… 방송에서 울린 그 말이 가장 정확한 표현이었다. 금방 한경희의 눈앞에서 이루어진 사변은 경탄을 불러일으키는 기적이기 전에 전율을 자아내는 무서움이었던 것이다. 죽음의 계단을 넘는 일이라 해도 그렇게는 움직이지 못하리라! 불과 사십오 분 안에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군중이 광장에 모여들다니! 무슨 힘이, 그 무슨 무서운 힘이 이 도시로 하여금 이런 불가사의한 사변을 낳게 하고 있는 것일까? _「유령의 도시」 중 접기
P. 130 뿌연 구두짝이며 시커먼 운동화짝들이 비록 코앞에 와닿긴 했어도 울바자처럼 앞뒤를 막아주는 그 다리통들이 오히려 고맙기만 했다. 하나 그 고마움은 순간이었다. 갑자기 치미는 자격지심에 심장의 피가 왈칵 끓어올랐다. 내가 무슨 죄를 졌게?… 도둑질을 했나, 살인을 쳤나?… 내 나라 내 땅에서 어머니 병문안 가는 게 이리도 죄란 말인가, 이리도!… _「지척만리」 중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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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 '고발'들을 읽는 일뿐이다. 그것만이 목숨을 걸고 이 글들을 써서 세상에 내보낸 작가를 구원할 것이다.
- 신경숙 (소설가)
익명의 작가 반디가 쓴 이 타협을 모르는 이야기들은 깊이를 알 수 없는 북한의 암흑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불가해한 북한의 삶을 다룬 매우 드문 작품.
- 퍼블리셔스 위클리 (미국)
김씨 세습 왕조에 대한 필사적 비판이며 중요한 목격자 증언.
- 커커스 리뷰
북한에 살고 있는 익명의 작가 '반디'가 쓴 이 반체제 이야기들은 베일에 싸인 독재 정권에서 나타난 매우 보기 드문 작품이다. 전 세계적인 문학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 가디언
이 책을 읽으면 북한 주민들의 고난이 이야기와 이미지로, 인간의 얼굴로 떠오를 것이다. 『고발』을 읽으며 오웰이나 카프카의 작품을 떠올렸지만 곧 여기 묘사된 국가는 실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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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은 억압적인 북한 체제에서 비밀리에 반출된 최초의 문학작품으로 역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놀랍게도 반디는 북한의 저명한 작가다. 하지만 일상의 끔찍함을 견디는 절망적인 삶에 대한 이 일곱 편의 이야기를 그곳의 독자들은 결코 읽을 수가 없다. 반디의 인물들이 고발을 두려워하기도 하고 고발하기도 하는 것처럼 '고발'이라는 제목은 독자들에게 날카로운 진중함을 지닌다. 그곳의 비인간성에 모르는 척 눈감아버리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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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나 그들을 취재한 이들이 전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닌 작가가 북한을 문학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의 현역작가로 1950년생인 반디가 1989년부터 1995년까지 쓴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힘든 과정을 거쳐 북한에서 반출되어 2014년에 국내에서 출판되었을 때 별 반응이 없었다. 전 세계 20개국에서 출간한 데다 이 작품을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가 영국 PEN 번역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다. 세계가 소련 작가 솔제니친에 비유하며 놀라움을 표하는 이유는 이 소설이 북한 주민들의 내밀한 마음을 담았기 때문이다.
출신성분 때문에 불이익을 당하는 남편을 보며 피임약을 먹는 아내(탈북기),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기 위해 통행증 없이 길 떠났다가 감시원에게 체포되는 사내(지척만리),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대형 초상화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이 때문에 추방당하는 가족(유령의 도시) 등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처지와 절망적인 상황이 가슴을 깊게 찌른다. 이 책은 북한 사람들의 생각을 날 것 그대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귀하다. 그 속에서도 효도하려 애쓰고 사람의 정을 느끼려는 안간힘에 감동과 절망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반디는 한 올의 희망도 없는 북한 사회를 목소리 높여 고발하기보다 유려한 문학적 필치로 진정성 있게 그려내 엄청난 울림을 만들었다. 조금의 여지도 아량도 없는 북한 사회를 거의 잊다시피 한 세계인에게 ‘우리가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 것을 갈피갈피에 담았다. 가난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억압 속에서 어떻게 숨 쉴 구멍을 만드는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가혹한 힘은 대체 뭔지, 반디는 무심한 듯한 필치로 강하게 두드려낸다. ‘겨울 해는 중대가리에 원두콩 굴 듯’같은 북한 특유의 수식어와 ‘흥락한 감정의 희억이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는 식의 독특한 표현법을 맛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으면 북한은 같은 언어를 쓰는, 함께 가야할 민족이라는 걸 더욱 실감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체험과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수작이다.
- 이근미 (소설가)
『고발』은 인간애가 승리하기 위해 애쓰는 잊힌 땅, 그 비밀의 나라의 초상화를 발견할 기회를 준다.
- 리라
이 소설의 출간은 세계 출판계의 일대 '사건'이다.
- 리브리 에브도
이 작가에 대해 아무것도 몰라도, 손으로 쓴 원고가 그 나라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몰라도 이 단편들은 전체주의를 다룬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다.
- 루스
작가는 북한에 사는 가족들의 일상으로 곧장 빠져들게 한다. 이 소설들은 전체주의에 숨막히는 한 남자의 절규이자 북한 공산주의의 멍에에 부서진 전 인민들의 절규다. 작가는 그 참을 수 없는 불의를 비난하는 데 스토리텔링, 시(詩), 유머, 심지어 풍자까지 사용한다. 문장은 간결하고 겸허하고 아름답다. 이 일곱 편의 이야기는 인간애와 부드러움으로 빛난다.
- 알레테이아
작가가 조국에서 간신히 반출시킨 이 단편집의 가치는 엄청나다. 고전적인 구조는 고골과 체호프를, 부조리극적인 풍자 방식은 이오네스코와 불가코프를 떠올리게 한다.
- 북매거진
솔제니친의 작품들처럼 반디의 글쓰기는 우리에게 검열과의 싸움은 끊임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말이다.
- 라무르 데 리브르
우리 모두가 손을 뻗어 잡아 읽어야 할 병 속의 편지.
- 르 르브뉘
침묵을 터뜨리는 책.
- 라비에
독재정권에서 사는 게 우스꽝스러울 거라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지만 작가가 그 체제의 끝 모를 부조리함을 묘사할 때 독자는 웃지 않을 수 없다. 사회적 평등과 반계몽주의를 혼동하는 국가를 비추는, 꺼지기 쉬운 한 줌의 빛.
- 알자스
각 단편이 무자비한 독재정권의 다른 면들을 보여준다. 반디는 아이러니를 잡아내는 날카로운 감각과 깊고 어두운 유머로 북한 사회의 분열과 전체주의, 일당 독재의 부패와 부조리를 비난한다.
- 라 그랑드 파라드
위대한 인간애로 쓰인 이야기들, 진정한 작가의 작품.
- 렉투라마 프랑스
이것은 정녕 100여 년 한글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다.
- 최정식 (경희대 철학과 교수)
『고발』은 단순히 좋은 책이 아니다. 솔제니친의 작품처럼 완벽하게 구성된 단편집이며 반체제 작가로서의 권위를 가지고 권력 앞에서 똑바로 진실을 말하는 작품이다. 고전적인 구조는 양식의 초기 대가들인 고골, 모파상, 체호프를 떠올리게 하고, 부조리극적인 풍자 방식은 이오네스코의 『코뿔소』를 떠올리게 한다. 신랄한 위트는 또 다른 러시아 반체제 작가인 미하일 불가코프를 떠올리게 한다.
- 한나 웨스트랜드 (영국판 출판사 Serpent’s Tail 대표)
반디의 『고발』이 출간되면 남한 사람들은 처음으로 그들의 무심함을 직면하고 도전 받을 것이다.
- 바바라 J. 지트워 (『고발』의 영미권 에이전트)
한국 소설을 오랫동안 번역했지만 『고발』만큼 지적인 희열을 느낀 적은 없었다.
- 임영희 (프랑스어판 번역가)
『고발』은 저항의 신호이다. 전 세계를 향해 '우리는 잘 견디고 있다, 그러나 당신들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부르짖음인 것이다.
- 피에르 리굴로 (프랑스어판 발문을 쓴 프랑스 사회역사연구소 소장)
줄거리
탈북기
남편은 우연히 아내의 피임약을 발견하고 얼마 뒤 자신이 출근하면 아내가 또 밥을 한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자 아내를 의심한다. 아내는 정말 바람을 피우는 것일까? 아내의 일기장을 통해 드러나는 충격적인 진실.
유령의 도시
창밖으로 보이는 김일성과 마르크스의 초상화에 아기가 눈을 뒤집고 경기를 일으키자 엄마는 아기가 초상화를 보지 못하게 덧커튼을 친다. 외국인이 많이 오는 행사 준비를 앞두고 정한 이 도시의 커튼 규칙과 엄마의 당연한 선택이 충돌을 일으킨다. 덧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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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및 역자소개
반디 (지은이)
저자파일
1950년 生.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세계적 베스트셀러 ‘고발’을 쓴 재북(在北) 작가.
최근작 : <붉은 세월>,<고발> … 총 4종 (모두보기)
출판사 제공 책소개
전 세계가 주목한 2017년 최고의 화제작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킨 소설!
“이 책은 세계적인 문학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_가디언
★★★★★ 2017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문학전문지 <더밀리언즈> 선정)
★★★★★ 20개국 18개 언어권에 판권이 팔린 세계적인 화제작
★★★★★ 영국, 미국, 캐나다, 독일, 스웨덴 등 주요 국가 동시 출간
★★★★★ 영국 펜(PEN) 번역상 수상(『채식주의자』의 데버러 스미스 번역)
★★★★★ 2017년 3월 말 『고발』 출간 기념 국제 컨퍼런스 개최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가 목숨을 걸고 써서 반출시킨 소설!
전 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킨 화제작
“이 책은 전 세계적인 문학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이다.” _가디언
“이 소... 더보기
마니아
읽고 싶어요 (66)
읽고 있어요 (8)
평점
분포
8.9
신경숙 추천이라니......쩝;;
차우 2017-02-21 공감 (9)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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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
hector 2018-01-17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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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북한의 솔제니친이라 불린다는 ‘반디‘라는 필명의 북한거주자가 쓴 소설이다. 나는 어쩌다보니 각기 다른 판본으로 3권을 가지고 있다. 기가 막혀서 잘 읽히지 않는 소설...읽고 나면 멍해지는 소설...다들 모두 읽어 봤을거라 생각한다.
알라딘(최란)은 댓글농단을 멈춰라 2018-10-11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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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
공감하며 읽는 그들의 세상
어떤 체제나 사회 시스템이 개인의 정서마저 변화시킬 수는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그것은 곧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도 인간 본성은 스스로의 길을 걸으며 진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가 속한 체제에 관계없이 서로 친구가 될 수도 있고,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서 서로의 몸 속에 따뜻한 피가 흐르고 있음을 우리는 그렇게 확인하는 것이다.
북한 작가 반디의 소설집 <고발>은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던 책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금서로 묶였던 벽초 홍명희의 소설 <임꺽정>이 해금되어 전국의 서점에 깔렸을 때 나 또한 우연히 읽고 홍명희 작가에게 품었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이 지금 내가 <고발>을 읽고 난 후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장대한 역사의 파노라마를 거침없이 써내려간 홍명희의 글솜씨는 읽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그가 책에서 펼쳐보였던 순수 한글의 향연은 나로 하여금 우리글의 매력에 흠뻑 취하도록 만들었다.
<고발>의 작가 '반디'도 다르지 않았다. 유려한 글솜씨와 적확한 단어 선택의 능력은 남한의 작가에게서도 찾아 보기 힘든 발군의 실력이었다. 내가 부끄러움을 느꼈던 건 바로 그런 점 때문이었다. 홍명희 선생이야 남과 북이 둘로 쪼개지기 전의 인물이니 같은 나라의 문인으로 생각하기도 쉽고 존경의 마음 또한 자연스러운 것이었지만 반디는 엄연히 분단 이후의 작가이고 사회주의 체제에서 교육을 받은 인물이 아니던가. 은연중에 나는 북한에 대한 문화적 우월감을 느끼며 살아왔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마치 코리아 드림을 꿈꾸며 우리나라에 온 동남아 노동자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과 흡사했다. 겉으로는 아닌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알게 모르게 그들을 낮게 평가하려 드는 나의 알량한 자존심은 북한 주민을 향해서도 그 촉수가 뻗어 있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그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출신 성분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것의 부당함을 알리는 '탈출기',김일성 초상화를 볼 때마다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와 그것 때문에 고초를 겪는 부모를 그리는 '유령의 도시', 북한 정권을 위해 혼신을 다바쳤던 노인의 비참한 말로를 그린 '준마의 인생', 허락이 없이는 여행의 자유도 존재하지 않아 어머니의 임종마저 지키지 못하는 아들의 한을 그린'얼마간 오래도록', 북한의 교통 수단을 통하여 특권층과 서민의 생활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복마전', 김일성의 죽음과 북한 주민들의 애도 장면을 통하여 사람의 감정까지 통제하려 드는 북한 정권의 실상을 그린 '무대', 프롤레타리아 독재의 산실인 당사를 타도하자고 외치는 '빨간 버섯'이 그것이다.
"떵떵 강물의 얼음이 쩍 갈라지는 소리에 기가 질린 듯 창백한 갈고랑 달이 동북산 마루의 어설핀 수림 속에 숨어 있었다. 방한모 날개를 내리우다 못해 외투깃까지 올렸는데도 땡-하니 이마가 저려들고 코 안에 띠끔띠끔 얼음살이 배겨들었다. 그런 중에도 전영일의 머리는 번거롭기만 했다. 설용수가 어떻게 되어 다른 사람들도 아닌 군안전부 성원들에게 그런 과격한 언동을 부리게 된 것인지 통 이해가 가지 않는다." (p.93 '준마의 일생'중에서)
북한이라는 특수 체제 속에서 반디가 그려내는 실상은 그의 서정적인 문체와 긴박한 스토리 구성에 대비되어 이것을 읽는 독자들은 북한의 현실이 더욱 가슴 답답하고 참혹한 느낌을 받게 된다. 2014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3년 만에 출간되었다는 그의 신작은 그가 북한에 살고 있는 현역 작가라는 점, 원고의 반출 과정 등이 화제가 되었다는 점 등으로 유명했던 첫번째 작품과는 달리 작품 자체의 문학성과 단편소설을 구성하는 작가의 능력에 의해 평가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번역 출간되었다는 이 책은 그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
"허윤모의 질척한 시선은 조금 전 고인식이 군중의 머리 너머로 그것을 바라보았을 것이 틀림없는 시당 청사 - 빨간 버섯을 직시하고 있었다. 얼마나 많은 귀중한 생명들이 저 독소에 희생되고 있는 것인가! 과연 그 사자머리의 마도로스 파이프가 지껄였다던 구라파의 붉은 유령이 이 땅에 뿌린 것이 인간의 모든 불행과 고통의 화근인 저 빨간 버섯의 씨앗 따위였단 말인가!" (p.268 '빨간 버섯'중에서)
오후가 되자 요 며칠의 반짝 추위가 저만치 물러간 느낌이다. 하늘도 푸르다 못해 청명하다. 미세먼지도 그만한 것인지 멀리까지 시선이 닿는다. 같은 산하, 지척의 거리에 살고 있는 북한의 주민들도 지금쯤 다가올 봄을 기다리며 희망에 부풀어 있을까? 서로의 체제는 달라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는 한민족, 같은 뿌리를 둔 형제였음을 반디의 소설집 <고발>을 통해 어렴풋이 느낀다. 추위도 물러가는 늦겨울 오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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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쥐 2017-02-24 공감(18)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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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발 - 반디
우리가 북한 실상을 얼마나 알고 있었나. 간간이 뉴스에서 나오는 혹은 영화속에서 나오는 일들을 다른 나라 사람들 이야기처럼 무관심으로 대하지는 않았나 싶다. 화면에서 보이는 북한 평양의 도시 모습도 우리나라보다는 낙후되었으나 제법 자유로워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다른 한편으로 굶어 죽는 북한 주민들의 실상을 눈으로는 기사를 접했지만 그들의 실상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화면속에서도 그들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았으니.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며 북한의 보통 사람들이 이토록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구나. 절절한 마음으로 다가왔다.
출신에 의해 직업이 정해지며, 학교 진학까지도 나라에서 정해주는대로 갈 수밖에 없다. 직계 가족중에 누군가 반동분자라도 있으면 출세는 커녕 자식에 이르기까지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었다. 먹을 것이 없어 남편에게는 밥을 주고, 자기는 개죽과도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도 남편의 미래를 위해 애쓰는 부인들의 모습을 보며 새삼 그들도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구나 생각했다. 어느 순간에 느낀 바지만 그들을 우리 동포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그저 다른 나라 사람처럼 생각해오지 않았던가 싶다.
책을 대충 훑어보았으나 『고발』이라는 제목 때문에 이 소설을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산문으로 보았던듯 하다. 아마 이 소설의 첫편인 「탈북기」를 읽으면서 더 그렇게 느꼈졌다. 친구에게 들려주는 서간문 형식의 글이라 감정이 더 이입되어 읽혀졌다. 남편을 당원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아내. 아이가 없어 한 동네에 사는 조카 아이를 친 아이처럼 데리고 자던 아내. 아내가 숨겨둔 약봉지를 발견한 남편의 안타까운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왔다.
북한 소설을 읽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안타까운 현실 앞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묵묵히 맡은 바 일하거나 탈북하는 일 밖에 없으리라. 며칠전에 들려온 김정남 사망소식에서도 느낀 바와 같이 덜컥 무섬증이 들었다. 북한과 상관없는 우리도 이처럼 두려운데 북한에서 살고 있는 그들은 제대로 된 삶을 산다고 할 수 있을까.
오래전 동독이 배경인 소설을 읽을때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일제강점기에 조선인들이 돌아다닐때도 통행증이 필요했듯, 북한 주민들도 통행증이 있어야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를 떠날 수 있는 모양이었다. 여행허가증을 국가로부터 받아야 하는 것이다. 어떠한 행사가 있거나 할때는 여행 증명서 발급이 되지 않는다. 모친이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아도 갈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적만리」라는 작품에서 나타난 내용이다. 어머니를 지척만리에 두고도 어머니를 뵐 수 없는 안타까움을 말했다. 물론 1993년에 쓰여진 작품이기에 지금은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부모님을 뵈러갈때 여행 허가증이 있어야 갈 수 있는지, 당에서 시키는 대로 근무처를 옮겨가야 하는지, 부모가 아파도 마음대로 볼 수도 없는지. 아, 그들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소설에서 느낀 바지만, 우리와 체제가 달라 힘겨운 생활을 하지만, 그들에게서도 다양한 직업군과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당위원회 소속이든, 출신 성분때문에 끼니조차 제대로 챙길 수 없는 생활이지만, 사람을 사랑하고, 자식을 생각하고, 미래에 대한 소소한 희망이 엿보였다는 것이다. 1990년대에 쓰여진 소설이라 지금과는 상황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 뿌리에서 나온 같은 민족이지만 이런 삶을 사는 모습들을 보며 마음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 소설은 특별하다. 탈북자가 쓴 소설이 아니다. 북한에 머물고 있는 소설가 반디가 탈북한 사람에게 원고지를 건네주었고 그렇게 한국에서 펴낼 수 있었던 귀한 소설이다. 북한의 실상을 제대로 나타낸 소설이며,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영국, 미국 등 세계 여러나라에서 동시 출간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세계의 눈이 반디의 소설에게 열려있다. '반딧불이'를 뜻하는 '반디'라는 이름의 작가. 그의 소설이 반딧불이처럼 반짝반짝 빛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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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ze 2017-02-21 공감(15) 댓글(0)
반디소설, 고발 - 북한사회를 들여다보다.
간혹 표지의 이미지와 제목으로 인해 책을 펴보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고발>또한 마찬가지였다. 사회 부조리를 얘기하는 책이나 영화를 보면 마음이 동해져서 우울해지는 내 자신이 힘들어 어느 순간부터는 접촉을 피하게 되었다. 그런데 나나흰의 첫 도서가 <고발>이라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래도 서평단의 시작이니만큼 제대로 읽고 싶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가들이 사회적 의식을 담은 책을 개인적으로 좋아해왔다. 책의 여러가지 매력 중 하나가 '고발'에 근거한다고 생각해왔다. 시대적 억압과 탄압을 견디고 솟구쳐 등장하는 책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반면,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육체와 정신적으로 끊임없이 억압받고 있는 북한의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글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할 수 없다. 이런 글의 매력은 다른 사람들에게 현실을 알리는데도 용이하게 작용하기에 더욱이 필요하지만 북한은 정말 목숨을 걸지 않고는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여전히 북한에 살고 있는 작가는 <고발>을 반출시켰으며, 20개국에 출간되어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목숨을 건 작가에게 답할 수 있는 것은 고작 <고발>을 읽는 것이겠지만,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일 것이다. 총 7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으며, 각 소설의 등장인물들에 감정을 이입해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소름이 끼친다. 대략적인 느낌으로 북한의 체제를 어렴풋이 생각하지만, 이 소설을 읽다보면 곧 구체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물론 소설이지만 현 시대를 반영하여 써내려간 글이기 때문에 쉬이 읽히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할 것이다. 글 하나하나가 북한에 살고있는 작가의 피눈물에 뼈로 써내려갔다고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눈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독재정치, 누군가에게는 역사책으로만 보고 들었을 것이나,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일상이다. 아주 오랜 시간 생각이 금지된 그 곳에는 여전히 폭력이 도사리고 있다. 일상에서의 폭력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시도때도 없이 가해지는 폭력에 아파하는 사람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지금의 내가 할 수 있었던 행동은 고작 <고발>을 읽는 것이었다. 모두가 고작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고작이기에 모두가 할 수 있다. <고발>을 읽고 북한사회를 외면하지 않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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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토끼 2017-02-28 공감(15)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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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의 고발이 끝이 아니길....
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이번에 읽은 반디의 <고발>이라는 책은 책의 사연부터가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책이었단다. 실제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이 쓴 북한의 실상을 고발한 이야기. 그의 원고가 다른 탈북자에 의해 북한 밖으로 빼돌려 출간한 책. 그래서 실명을 숨기고 ‘반디’라는 필명으로 출간된 책. 작가의 이름만 들어보면 순정만화의 작가처럼 보이지만, 그가 쓴 이 작품들은 하나하나가 묵직하였고, 읽는 이를 저절로 숙연하게 만들었단다. 이 책은 이미 세계 20개국 18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다고 하는구나. 영국에는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 번역상을 받기도 했대. 이런 사연에 아빠도 읽고 싶은 책 목록에 적어두었다가 이번에 읽었단다.
얼마 전에 읽은 <녹색평론 157호>에 이 책에 관해 실려서 읽는데 더 도움이 되기도 했어. 이 책은 단편 7편으로 이루어져 있단다. 그럼 그 이야기들에 대해 하나씩 짧게 이야기해줄게. 이 소설은 대부분 1990년대에 쓴 소설들이란다. 오늘날 권력자들은 바뀌었지만 북한 사회는 변한 것이 별로 없어. 소설이 쓰여진 연대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읽어도 될 것 같더구나.
1.
첫 번째 소설은 <탈출기>라는 소설이야. 일철이라는 사람이 탈북을 하면서 친구 상기에게 남긴, 긴 편지 형식의 소설이란다. 일철은 결혼 2년 차. 아직 아이는 없었어. 그래서인지 아내 명옥은 조카 민혁을 끔찍이 잘 대해주었어. 그런데 어느날 우연히 아내 명옥의 피임약을 발견하게 되고, 이후로 아내의 불륜을 의심하게 되었어. 그래서 출근했다가도 뭔가 빠뜨렸다면서 집에 다시 오기도 했는데 그때 명옥은 개죽을 끓이고 있었고, 아무 의심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어. 그도 의심을 접었는데, 어느날 일찍 집에 퇴근한 적이 있는데 그때 검은 그림자가 급히 빠져나가는 걸 보고, 그의 의심이 맞다고 생각하고 피임약을 가져와 다그쳤어.
그리고 명옥의 일기장을 보게 되는데…. 그 안에는 명옥이 왜 피임약을 먹었는지, 조카 민혁을 그렇게 잘 대해주었는지 다 적혀 있었어. 명옥의 출신성분은 좋은데 반해 일철은 좋지 못했어. 일철은 아버지가 반동으로 처단되어 아들들과 손자까지 차별 받고 있었거든. 명옥은 자신의 아이들도 태어나면 차별 받을 것을 생각하여 몰래 피임약을 먹고 있었던 거야. 그리고 남편이 당원이 된 다음에 아이를 낳을 생각이었던 것이고, 남편이 당원이 될 수 있도록 자신도 여기저기 알아보았어. 그러던 중 당원을 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부문장비서가 명옥에게 접근을 한 거야. 접근의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추행을 하기에 이르렀고, 그런데도 남편의 당원을 위해서 아무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자주 조카를 불러와 집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조카를 방패 삼았던 거야. 사실 명옥이 끓였다고 했던 개죽도 사실 명옥 자신이 먹기 위함이었어.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남편이 마음상할까 봐 개죽이라고 이야기했던 거야. 일철은 명옥을 의심했던 것을 크게 후회하고, 탈북 계획을 세웠단다.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형네 가족과 자기 부부, 모두 다섯 명이 탈북을 하기로 했단다. 소설은 여기서 끝이 났어. 과연 일철의 일행은 성공적으로 탈북에 성공을 했을까?
2.
<유령의 도시>
한경희의 집은 평양의 광장이 보이는 곳에 있어. 광장에는 국경절을 맞이하여 마르크스와 김일성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어. 한경희의 어린 아들 명식이 마르크스의 사진을 보고 경기를 일으키면서 울었어. 그것은 단지 일회성이 아니라 볼 때마다 그렇게 울었어. 어쩔 수 없이 한경희는 그 사진이 보이지 않게 커튼을 칠 수 밖에 없었어. 그러자 신고가 들어왔다며 위에서 찾아왔어. 한경희는 이유를 설명했어. 그런데 왜 커튼이 마르크스 쪽뿐만 아니라 김일성 쪽도 쳐져 있냐고 물어보자, 한경희는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지 않겠냐고 이야기했어. 그런데 이 말은 김일성을 솥뚜껑에 비유했다고 또 문제가 되었어. 결국 한경희의 남편도 이 일로 회사에서 짤리고, 그들은 추방을 당하게 되었어. 한경희는 반항을 할 수조차 없었어. 이 도시는 한경희의 것이 아니라 그들의 것이니까 말이야. 그들이 하라고 하면 해야지, 어쩌겠어. 그들이 평상시 인민의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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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면상이 온통 털 속에 묻힌 마르크스와 매섭게 입을 다문 김일성의 초상화였다. 그 두 붉은 ‘유령’은 지금 한경희에게 분명 이렇게 호령하고 있었다.
“나가라믄 찍소리 말구 나갈 거지 무슨 허튼 생각이야. 이게 내 도시지 네 도신 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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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북한의 어떤 행사에 많은 일반사람들이 군집해 모습을 보는 경우가 있어. 그 장면을 보고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세뇌를 당할 수 있을까? 하곤 했어. 그런데 그것은 그저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어. 도시는 그들 것이니까, 그들 도시에 살고 싶으면 그들의 말을 따라야 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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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77)
한경희는 돌연 우들우들 온몸이 떨려왔다. 9월의 밤 냉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이 땅에서 삶을 부지하자면 벌써부터 알고 있어야 했을 무섭고도 무서운 그것이 불시에 가슴에 콱 실려와서였다. 도시에 널려 있던 100만의 인원을 사십오 분 안에 광장으로 끌어들였던 그것이 무엇이었던지도 이제야 깨달을 수가 있었다. 만약 남편이 지금 또 “당신은 저기 저 마르크스의 모든 이론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이론이 뭔지 아오?”하고 물어준다면 한경희는 보다 학술적으로, 그리고 보다 진지하고도 뼈저리게 그에 대한 대답을 해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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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준마의 일생>
설용수는 평생 당에 충성을 하고, 나라에 충성을 한 사람이란다. 전쟁과 노동 현장에서 어디든 그는 최선을 다했고, 훈장 14개를 받기도 했어. 설용수는 이미 저 제상 사람이 된 전영일의 아버지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였어. 그래서 전영일도 설용수를 큰아버지로 모셨어. 그런데 어느날 전영일은 통신감독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설용수가 통신선로를 방해하고 있으니, 이야기 좀 해달라고 했어. 설용수의 집에 느티나무가 있는데, 통신선로에 방해되어 베려고 하니 베지 못하고 했고, 그 과정에 도끼까지 들고 설쳤다고… 전영일이 설용수를 찾아갔어. 훈장 14개나 받은 인민의 영웅인 설용수가 배급이 안되어 땔감이 없어 냉방에서 지내고 있었어. 사실 도끼까지 들 생각은 없었대. 그런데 그들이 오기 전에 아내와 말다툼을 하여 화가 난 상태였는데, 그들이 와서 느티나무를 베겠다고 하자.. 홧김에 그렇게 된 거라고…
설용수에게 그 느티나무는 사연 깊은 나무였어. 전영일의 아버지와 함께 젊은 시절을 입당을 할 때 기념으로 심은 나무였거든. 그리고 좋은 일을 있을 때마다 그 나무에 고맙다고 했대. 그런데 그에게 돌아온 것이라고는…. 설용수의 마음속에 담아주었던 생각들을 전영일에게 했어. 전영일이 생각하기에 반동이라고 느껴지는 말들도 있었지만, 설용수의 그런 말들은 틀린 말들이 아니었어. 전영일은 설용수의 이야기를 듣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다음날 설용수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었단다. 심장마비라고 하지만… 설용수는 도끼로 손수 느티나무를 다 찍어서 쓰러뜨리고 난 후 죽은 채 발견되었다고 하는구나. 설용수도 결국 느티나무를 지키지 못할 것을 알았을 거야. 그리고 그럴 바에야 자신이 직접 느티나무를 자르려고 했고.. 그것은 바로 자신의 삶을 베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거야. 숙연해지는구나.
4.
<지척만리>
명철은 엄마가 위급하다는 전보를 세 번이나 받았어. 그래서 집에 다녀오려고 여행증 신청을 했으나, 세 번 모두 부결 판정을 받았어. 외아들이 자신이 꼭 가야 한다고 사정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어. 명철이 지금 광부로 일하고 있지만, 그것도 그가 원해서 된 것이 아니었어. 군대 제대 후 고향에서 농사를 지내고 싶었지만, 그는 그것도 허락 받지 못하고, 광부로 차출된 것이었어. 명철은 여행증을 받지 못하고, 우연히 만난 친구와 술을 먹고, 술김에 무작정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했어. 간신히 검열을 수차례 피해서 고향땅에 도착을 했지만, 마지막 검열에서 그만 걸려서 집을 코 앞에 두고 노동단련 20일 벌을 받아야 했어. 집에 와서 새장에 갇혀 있는 종달새가 자신의 처지라고 생각했어. 종달새라도 자유를 주려고 풀어주었는데, 그 종달새는 다시 돌아왔어. 종달새도 바깥 세상에 대한 두려움, 새장 안의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던 거야. 자신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 명철.. 며칠 뒤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전보를 받았단다. 슬픈 소설들의 연속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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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
“당신이 놔주고 간 이튿날 아침에 보니 저것들이 다시 날아오지 않았겠어요. 그래 조롱을 다시 달아주었더니 저렇게…”
“길들었구나!... 불쌍한 것들!”
명철은 한마디 한마디 씹어 뱉듯 중얼거렸다.
“삐쫑삐쫑 삐쪼르릉…” 종달새가 다시 우짖었다. 마치 명철에게 ‘당신도 길들었기에 그렇게 그냥 돌아왔죠’ 하고 반박이라도 하듯이…
‘그래, 나 역시 지척도 천리 밖으로 살아야 하는 조롱 속의 짐승인가보다! 조롱 속의 짐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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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복마전>
오씨 부부는 북한에서 그래도 상위층이고, 지식인이었어. 지금은 은퇴했지만, 오씨는 력사 선생님이었고, 영감은 수학 선생님이었거든. 오씨 부부는 딸이 둘째를 임신하고 만삭이라서 딸 집에 갔다가 첫째 아이는 자신들의 보살피는 것이 딸에게 도움이 되겠다 싶어서 첫째 아이 영순을 데리고 오다가 1호 행사 때문에 역에서 발이 묶였어. 1호 행사 때문에 열차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끊겼거든. 1호 행사라고 함은 최고 권력자에 관한 행사인데, 그가 주변을 지나가기 때문에 모든 교통수단이 중단된 거야. 역에서 32시간이나 있었어. 먹을 것도 구하기 힘들었어.
오씨는 딸이 걱정되어 영감과 영순이를 역에 두고 다시 걸어서 딸 집에 가기로 했어. 가다가 수령동지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는데,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오씨는 얼마 전까지 1호 행사에 대한 불만은 접어두고, 침에 발린 찬양을 했고, 차까지 얻어 타게 되었어. 오씨는 그럴 마음이 전혀 없었지만, 그 상황에서 어쩔 수 없었어. 그런 일이 있을 때 역에서는 기차가 개시되었다는 소식에 많은 사람들이 몰려 들어 영감과 손녀도 그 인파에 휩쓸려 다치고 말았단다. 영감은 허리를 다치고, 손녀 영순은 다리가 부러진 중상을 입었어. 병원을 거쳐 집에 머물고 있는데, 오씨가 그 둘을 보살펴야 했어.
오씨는 이 일에 크게 죄책감을 느꼈어. 손녀 영순은 날마다 울면서 엄마만 찾고… 한편, 그날 김일성 수령과 이야기를 나누고 차를 얻은 탄 일로 방송까지 타게 된 오씨. 그 일은 수령을 찬양하는 용도로 연일 방송에 나왔어. 하지만, 역에서 많은 인민들이 고통을 받은 일은 한번도 나오지 않았지. 오씨의 속마음이 어땠을까? 우는 영순을 달려주면서 들려준 ‘복마전’이라는 이야기가 그들의 사회를 대변해주는 듯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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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
“옛날 어느 곳에 열 길 울타리를 빽빽이 둘러친 한 동산이 있었다우. 거기선 늙은 마귀가 수천의 종들을 거느리구 있었구요. 한데 놀라운 건 그 동산의 열 길 울타리 안에선 언제나 웃음소리밖에 들려나오는 것이 없었다는 거였어요. 사시절 하하호호 하고 말이지요. 그건 바로 늙은 마귀가 자기의 종들한테 다 온통 웃는 마술을 걸어놓았기 때문이었다나요. 왜 그런 마술을 걸어놓았냐구요? 그야 물론 종들을 학대하는 자기 죄행을 가리우구 우리 동산 사람들은 이렇게 행복합니다 하는 속임수를 쓰기 위해서였지요. 그러자고 다른 동산 사람들이 넘볼 수도, 드나들 수도 없게 열 길 울타리두 쳤던 거구요. 그러니 글쎄 생각 좀 해보시우. 그 동산 사람들의 입에서는 어디가 아프거나 슬퍼서 엉엉 울어도 그것이 하하호호 하는 웃음소리만 되어 나왔으니 세상에 그처럼 악한 마술이 어디 있고 그처럼 무시무시한 동산이 또 어디 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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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무대>
보위지도원 홍영표. 그는 보위부장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어. 홍영표의 아들 홍경훈이 김일성 장례식 추도기간에 술 먹고 김숙이라는 여자와 데이트를 했다고 말이야. 특히 김숙은 반동분자의 딸로 이미 전에도 만났다가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해서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아들 홍경훈은 예전에 군복무 중에도 불순한 사상으로 자아비판을 받기도 했었어.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홍경훈도 억지로 산에 가서 꽃을 땄대. 장례식에 꽃을 바쳐야 하니까 말이야. 그런데 뱀에 물리지 않기 위해서 몸에 메틸알코올을 뿌렸을 뿐인데, 사람들은 그에게 술을 먹었다고 한 것이라고 했어. 그리고 김숙이 반동분자의 딸이라고 하는데, 김숙의 아버지는 그저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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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
“글쎄 제가 부모님 앞에서 다짐했으니 그와 결혼할 생각까지는 안 합니다. 그러나 이성 간이 아닌 인간적인 사랑만은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 솔직히 말해 모든 면에서 뛰어난 처녀인 그가 기를 못 펴고 사는 데 대한 동정심을 금할 수가 없어요. 그의 아버지의 죄라는 게 뭡니까. 김정일이 후처를 한 사실을 말했다는 그 하나뿐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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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홍경훈은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무대 위에서 연극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이야기했어. 홍경훈의 이야기는 반동 수준이 점점 심해지고, 아버지 홍영표도 아들의 말에 격분을 하게 되어 아들에 총까지 겨누게 되었어. 그 순간 정전이 되었어.. 정전 같은 돌발적인 일이 없었다면 정말 죽였을까? 홍영표는 나중에 아들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고 사람들의 얼굴을 보았어. 아들의 말대로 사람들은 전부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어. 모두 연극 배우처럼… 그리고 생각해보니 자신도 연극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결국 총으로 스스로 자신의 연극을 끝냈단다.
…
7.
<빨간 버섯>
기자인 허윤모에게는 죽마고우 절친인 송명근이 있어. 송명근은 시병원 진료과 의사인데, 송명근의 오촌이모부 고인식이라는 사람이 있어. 고인식은 평생 장을 만들어온 장인이야. 여기서 이야기하는 장은 간장, 된장.. 이런 장을 이야기하는 것이란다. 고인식은 장공장 기사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고, 허윤모는 예전에 고인식의 열정에 대해 취재를 하기도 했어. 고인식이 얼마나 장에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냐면… 아내가 죽고 나서 어린 오누이만 집에 두고, 장을 만드는 일에 모든 열과 성을 다했을 정도로 진정한 장인이었어… 그런데 그런 고인식이 직무태반으로 묶여갔다는 거야. 된장 생산량이 줄어든 이유로 말이야. 그것은 원료 배급이 줄고 그 해 날씨로 인해 수확량이 줄었기 때문인데 말이야. 그러나 시당청사인 빨간벽돌집에서 그렇다고 이야기하면 그런 줄 알아야 하는 것이었어.
그 뿐만 아니야. 의사인 송명근은 사당청사의 부인이 왕진 요청을 해서 갔더니 아파서 그런 것은 아니고 송명근을 유혹하려고 왕진을 불렀던 것이래. 송명근은 간신히 뿌리치고 나왔는데.. 그것이 혹시 고인식이 잡혀간 것과 연관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고인식은 공개재판을 했는데, 며칠 갇혀 있으면서 실성한 듯했어. 그도 더 이상 연기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는 울부짖었어. 다른 사람들이 마음 속에 두고 있던 말을 밖으로 울부짖었지. 빨간 벽돌집을 사람들이 빨간 버섯이라고 불렀는데, 고인식은 빨간 버섯을 뽑아버리라고 외쳤어. 그의 말을 들은 이들은 겉으로는 연기하고 있지만, 속으로 통쾌해하지 않았을까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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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
으스러지게 주먹을 들어 쥐고 벽돌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허윤모의 가슴속에서는 고인식의 다 외치고 가지 못한 그 절규가 피타게 울려오고 있었다.
“저 빨간 버섯, 저 독버섯을 뽑아버려라. 이 땅에서, 아니 지구에서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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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주민들의 삶이라는 것은… <무대>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극인 것 같구나. 그들은 그저 생존을 위해 주어진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 연기자. 그렇게 연기를 잘 함에도 불구하고, 억울함을 당할 때 <준마의 일생>의 설용수나 <빨간 버섯>의 고인식처럼.. 연극 무대에 내려와 실제가 되는 것 같구나. 그렇게 연기를 하지 않으면 그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 그런 그들은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은 더욱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젠가는 우리나라와 북한이 통일을 하게 될 텐데. 그 전에 모든 면에서 벌어진 격차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싶구나. 언제 북녘 땅에도 따뜻한 햇살이 내리쬘까.
...
이 책에는 북한에서 쓰는 순수한 우리말이 많이 소개되었단다. 주석으로 뜻을 모두 적어 주어 읽는 것은 문제없었어. 그런 말들을 보면서, 말과 글도 많은 격차가 생겼구나 싶었단다. 잘못하면 이 상태로 더 가다가는 서로 말도 통하지 않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 그 전에 하나가 되어야 할 텐데… 하나가 되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으니… 휴… 어렵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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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8-01-03 공감(14)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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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삶을 유린하는 전체주의의 가혹한 폭력
북한의 소설이라고 하니 흥미로웠다. 옛날도 아니고, 90년대의 북한 실상을 보여준다는데, 현재 북한의 모습을 그 내부에 있는 목소리로 들여다 보고 싶었던 내게는 좋은 기회가 되어줄 것 같았다. 저자 '반디'는 필명으로(북한 사회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책이니 실명을 안 쓰는 것은 당연하겠지.), 책의 마지막에 있는 '출간에 부쳐'라는 글에 따르면, 1950년 태생의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 작가라고 한다. '고발'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시점에 시작된 소위 고난의 행군으로 자신과 인연을 맺고 살아왔던 많은 이들이 죽어나가고, 먹고 살기 위해 고향땅을 등지고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지금껏 살아왔던 북한 사회(p. 270)'에 대해 깊은 회의를 가지게 된 작가가 폐쇄 정책으로 바깥 세계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북한 사회의 참된 모습에 대해 '고발'할 생각으로 89년부터 96년 사이 완성한 7개의 단편을 담고 있다. 흥미가 동하여 읽긴 했지만 사실 별 기대를 하진 않았다. 고발 문학은 목적성이 분명한 글이라 그 선명한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문학적 가치와 재미를 상실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원고에 얽힌 사연도, 제목도 여기의 소설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었으므로 얼른 보통의 고발 문학들이 거치는 궤적을 그대로 따르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처음 '탈북기'까진 '그럼 그렇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두 번째 단편 '유령의 도시'에서 그런 생각은 보기 좋게 깨어지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7개의 단편 중, 이 '유령의 도시'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은 전체주의가 어떻게 하나의 사회를 장악하고 개인들을 유령처럼 존재감 없는 것으로 만드는지 카프카적인 색채로 참으로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평양. 국경일을 하루 앞두고 평양은 행사 준비로 한창 달아오르고 있는 중이다. 무려 100만의 시민이 참여하는 시위 행사다. 이번 시위는 특히 전세계에 선전용으로 방송되는 것이라 정권의 시민 동원과 준비는 한층 더 가열차고 집요하다. 이런 상황이 주인공 한경희는 여간 괴롭지 않다. 자신의 아이 때문이다. 아이가 김일성 사진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며 크게 울어대는 것이다. 하필 자신이 참여하는 궐기대회 장소가 마르크스의 초상화가 내려다 보고 있는 곳이라 아이를 도저히 데려갈 수가 없다. 그렇다고 아픈 애를 집에 혼자 둘 수도 없다. 이도저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한경희는 행사에 빠질 생각을 한다. 그러나 아무리 그런 사정이 있어도 또 그녀가 공산주의 항쟁에 희생당한 이의 유가족이라는 신분으로 신변이 철저히 보호된다고 해도 북한의 전체주의는 그녀를 곱게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필이면 집의 창문에 김일성의 초상화가 보여서 아이 때문에 커튼을 쳐 놓았더니 이내 집에 커튼이 쳐져 있는지, 안 쳐져 있는지 관리하는(평양의 모든 집은 김일성 수령을 환영한다는 의미로 김일성 초상화가 잘 보이도록 창문의 커튼을 내려서는 안 된다.) '가두 비서'가 찾아와 커튼을 걷으라고 닦달한다. 한경희는 할 수 없이 아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늦게 들어온 남편은 왜 그런 사실을 알렸느냐고 원망한다. 벌써 당간부인 남편 상관에게 그 말이 들어가 남편이 엄중한 경고를 받았던 것이다. '유령의 도시'는 유령처럼 아무런 존재감이 없게 되어버린 전체주의 안에서의 개인을 다양한 문학적 장치를 통해 신랄하게 보여준다. 아이는 마르크스를 괴물 '어비'로 여겨 우는데, 나중에 한경희는 평양이라는 도시 전체가 이미 '어비'에 의해 지배되고 있음을 다음과 같이 보게 된다.
에구머니나! 저게 뭐지?... 두 고층 아파트 지붕을 양다리고 디디고 호통치는 털이 북실북실한 저 괴물 같은 것이!... 옳아! 저게 바로 '어비'로구나!
한경희는 넋이 나가도록 질겁하며 어디로인가 냅다 뛴다. 그런데 어비가 디디고 선 아파트의 벌집처럼 총총한 창문마다 오종종 긴장하며 바깥 동정을 살피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모두 토끼들이 아닌가! 아하, 저게 바로 남편이 걸핏하면 외우곤 하던 토영삼굴의 그 토끼들이구나. 한데 이상한 것은 한경희 자신도 어느새 토영삼굴에 뛰어들어 앉아 있는 것이었다.(p. 96)
창문이 자신의 사생활을 보호하는 곳이 아니라 오직 체제 유지를 위한 감시의 구멍이 되는 전체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그저 겁먹은 토끼일 뿐이다. 살던 굴에서 쫓겨나지 않으려면, 죽지 않으려면 '어비'의 눈 밖에 나지 않아야 한다. 그 '어비'는 아주 조금의 흠도 용납하지 않고 거역에 따른 처벌 역시 가차 없다. '탈북기'에서 일철이 가족들 전부를 데리고 탈북을 결심하게 된 건 자신에게 따라다니는 '적대군중'이란 신분 때문이었는데, 그런 신분이 붙게 된 연유는 너무나 사소했다. 아버지가 당에서 받은 한 파장의 '랭상모(벼농사를 위해 심는 모)'를 죽여버렸기 때문이다. 고작 그런 이유로 자신뿐만 아니라 아들까지 온갖 불이익을 받게 되니 일철은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던 것이다. 반디는 '탈북기'와 '유령의 도시'처럼 전체주의의 희생자로 주로 '가족'을 놓는다. 모든 작품에서 전체주의는 가족을 파괴시키는 주범으로 등장한다. 김일성 행차라는 '1호 행사' 때문에 통행이 금지되어 강 하나만 건너면 되는 지척에 두고도 어머니 임종을 지키지 못하는 아들의 이야기(지척만리)나, 역시 '1호 행사'로 인해 역이 폐쇄되어 그로 인한 혼잡 탓에 부상당한 가족의 이야기(복마전), 그리고 공장의 할당량을 채우느라 아내가 아궁이에 쓸 장작 좀 구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못해 결국 재떨이를 던져 아내를 내쫓고 마는 한 노인의 이야기(준마의 일생)가 대표적이다. 더구나 그 눈이 '어비'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어비' 아래서 지배받고 있는 모든 이들의 눈 또한 '어비'의 눈이라, 그 상호 감시 때문에 겁먹은 토끼들은 더욱 체제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된다. 각본에 따른 정확한 연기는 개인이 전체주의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몸짓이다. 단편 '무대'는 북한 사회 자체가 하나의 무대이며, 자신들은 그저 체제가 원하는 연기를 하고 살 뿐이라는 것을 절망 속에서 고백한다. 이 모든 단편들에 나오는 주역들은 하나같이 한 평생 체제를 믿고 그것에 헌신해 온 인물들이나 그것을 계기로 그들은 체제가 '빨간 버섯'과 같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경희가 '어비'를 보았던 것과 똑같이.
"왜 자신해서 벽돌집 시녀가 됐던가 말야!"
"간판에 속아서였지. 나처럼. 속엔 독재의 칼을 품고도 겉으로만 평등이요, 민주주의요, 역사의 주인이요, 지상낙원이요 하는 허울 좋은 그 간판에 속아서 말야."
"맞네. 세상 만물은 독한 것일수록 고운 허울을 뒤집어쓰고 있는 법이네."
"그래, 독버섯처럼 말이지? 독버섯처럼!" ('빨간 버섯', p. 261 ~ 262)
'고발'은 한 마디로 북한 사회라는 단일한 차원을 넘어, 전체주의가 얼마나 개인의 삶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 잘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이렇게 자신을 제외한 모든 이들을 겁먹은 토끼로 만들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기 때문에 박근혜나 김기춘 같은 존재들이 전체주의를 꿈꾸는 지도 모른다. 그들이 만들었던 '블랙리스트'야 말로 '어비의 눈'이 아니던가! '계엄령을 선포하라!'나 '촛불 시민 총살하라!'는 팻말을 아무런 부끄러움 없이 당당히 들고 다니는 '태극기 집회'의 사람들을 보노라면, '고발'은 '우린 북한이 아니라서 정말 다행이야'하고 읽어야 할 소설이 아니라 '이러다 우리도 이렇게 될 지 몰라' 하는 무서운 경고로 읽어야 할 것 같다. 내가 옳다고 여기는 것이 혹시 고운 허울만 뒤집어 쓴 독버섯은 아닌지 곰곰이 따져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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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9 2017-02-28 공감(13) 댓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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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반체제 작가?
'북한의 솔제니친'이라고 불리는 작가 반디(필명)의 소설집이 재출간되었다. <고발>(다산책방, 2017). 이미 조갑제닷컴에서 2014년에 나온 바 있다. 사실 책의 존재를 안 건 지난해였는데,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으로 맨부커상을 수상한 데보라 스미스가 이 책도 번역했다고 해서 찾아봤던 것. 하지만 '조갑제닷컴'에서 나온 책이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신뢰할 수가 없기에. 다행히 이번에는 최초 원고를 충실히 살린 판본이라 한다. 영어판은 지난해 역구 펜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알라딘에서 검색... + 더보기
로쟈 2017-02-19 공감 (47) 댓글 (0)
놀아라! 양심의 가책일랑 잊고
출퇴근길 스마트폰 게임이나 일과 중 짬짬이 혹은 몰래 보는 야구경기, 놀이는 우리 일상 도처에 깔려있지만 놀이에 대한 적대적 시각은 팽배하다. '놀지 못해 아픈 이들을 위한 인문학'이란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우리의 삶과 현대사회에서 천대받고 추방된 놀이를 복원해 학문적 접근을 시도한다. 놀아라! 양심의 가책일랑 잊고... 라는 말이 근무시간에 모든 걸 잊고 놀라는 말은 아니겠지만. 졸음이 쏟아지고 집중이 안되는 시간. 해야할 일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 뒤로 미뤄도 되는 여유가 있는 지금. 모든 근심걱정따위는 다... + 더보기
chika 2017-03-08 공감 (31) 댓글 (0)
x
이게 뭔가. 그냥 x 다. 나처럼 단순한 애가 먼저 떠올리게 되는 오엑스의 그 엑스가 아니라 미지수 엑스를 말하는거..겠지?정체불명의 이 책들이 뭔가, 하고 보는데 벌써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듯 하네. 판매지수도 엄청 높고. 사실 출판사 이름만 본다면 나 역시 그냥 구입을...하겠지만 그래도 좀 더 살펴보면 '추천사'를 통해 내 취향일지 아닐지 가려볼 수 있겠다는 거.안그래도 4월이 되면서 책박스를 하나 주문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벌써부터 책박스가 가득찰 조짐이 보이네. 이제 며칠이내로 연말정산 환급금이 들어올 예정이고.... + 더보기
chika 2017-04-03 공감 (3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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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지금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까?
신간 중에 제목때문에 일단 제일 먼저 쳐다보게 된 책. 평소 이런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왔었는데 갑자기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졌다. 하루 종일, 주말 내내 뉴스와는 담을 쌓아놓고 지내다가 저녁에 집에 돌아와서 티비를 켰을때 - 마침 뉴스 특보 화면이 나오고 나름 알찬 주말을 보내고 왔다고 생각하고 있던 마음이 싹 바뀌어버렸다. 지금 이 판국에 저렇게 웃음짓고 싶을까.정말 무뇌충도 아니고.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설문 써주고 고쳐주던 사람이 구치소에 있으니 더 이상 연설문도 못쓰고 아무말도 못하는건가, 생각하... + 더보기
chika 2017-03-13 공감 (18) 댓글 (0)
[반디]<고발>중에서...
(65-66)“그런 날 말구 내 말을 듣소. 물론 상대적이긴 하지만 그건 자본론도, 과학적공산주의 건설 이론도 아닌 바로 프롤레타리아독재 이론이오. 왜냐하면 자본주의의 무기가 자본이라면 우리가 사는 사회주의의 무기는 프롤레타리아독재이기 때문이오. 프롤레타리아독재! 그게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이 도시 사람들은 누구나가 토영삼굴을 따르며 살고 있는 거요. 그런데 당신은 피살자 유가족이라는 그 밑자리 하나만을 믿구 너무도 천진스레 살고 있소. 일단 그 독재에 걸리는 날엔 피살자 유가족이 다 뭐겠소. 당신은 전설 속의 어비는 알아도... + 더보기
bookholic 2017-12-15 공감 (14)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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