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군사훈련 '취소' 찍고 도쿄올림픽을 '제2의 평창'으로
입력2020.11.13. 오전 9:22
[정욱식 칼럼] 바이든의 미국과 한반도(3) 한미군사훈련을 취소해야 하는 이유
Wooksik Cheong
13faeudt eNooSuvepomdbseonr lschour2e020ddh ·
“문재인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한미훈련 취소나 연기를 발표해 2009년의 되풀이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북한의 당대회에 앞서 이러한 발표를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명분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국정 과제 1호로 선정한 코로나19 대처에 집중하고 협력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연합훈련 중단은 바이든의 다짐인 기후 변화 위기 대처에도 도움이 된다. 훈련에 동원되는 장비와 무기가 내뿜는 탄소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군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국가 단위로 환산하면 세계 47위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 여름엔 코로나19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코로나19 방역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안정도 대단히 중요하다. 일본의 스가 정권도 내심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이고 평화적인 개최를 위해 대규모의 군사훈련 실시를 중단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를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일본을 '협력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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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wooksik@gmail.com)]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올 때마다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략적 도발을 일삼았다."
국내외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서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이른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 행정부는 클린턴-부시-오바마-트럼프를 거쳐 바이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 위에서 인용한 공식(?)은 얼마나 진실에 부합할까?
북한은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클린턴 행정부 출범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이 선언은 미국의 신임 행정부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하지만 북한이 다짜고짜 이런 선언을 한 것이 아니었다. NPT 탈퇴 발표에는 노태우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1992년 1월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한미연합군사훈련 '팀 스피릿'을 한미 국방장관들이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선 조지 W. 부시가 앨 고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도발을 한 쪽은 북한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였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직후 북미 협상을 중단하고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삼아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선언했다. 또한 북한을 핵선제 공격 대상에 올려놓았고 2002년에는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는 어땠을까?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경고와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4월 5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위성의 탈을 쓴 탄도미사일'로 간주하고 유엔 안보리로 가져갔다. 또한 대북 특사 파견 등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뒤로 미루고 전략적 인내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의 로켓 발사는 분명 유감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 상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북미간의 신뢰 구축 차원에서 2-3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군사 훈련을 강행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한미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를 '북한급변사태' 범주에 포함시키고선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을 투입해 무력통일을 달성하겠다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연합훈련에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북한의 지도자가 뇌관련 질환으로 쓰려져 와병 상태에 있는데, 한미가 김정일이 사망하면 무력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발언과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북한은 이 시기에 핵무장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불과 50일 만에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의 종언"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원본보기▲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2009년의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2021년 상반기에 2009년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던 트럼프를 비난했었다. 또한 10월 14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선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2021년 2-3월에 한미훈련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변수이지만 말이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및 무너진 남북관계 회복의 풍향계로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삼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 한미군사훈련이 실시되면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2009년과 흡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 시험발사부터 단거리 발사체 시험 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사적 대응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는 미국만의 선택지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세 차례에 걸쳐 미국 대통령을 만났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약속한 것들 가운데 지키진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며 "장기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자력갱생"으로 인내하면서 한미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기다리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북한의 눈에는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아니라 강화로 비춰지게 된다. 미국이 대화하자고 해도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안팎에 팽배한 인식, 즉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강력히 원한다"는 것이 '흘러간 옛 노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여 문재인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한미훈련 취소나 연기를 발표해 2009년의 되풀이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북한의 당대회에 앞서 이러한 발표를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명분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국정 과제 1호로 선정한 코로나19 대처에 집중하고 협력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연합훈련 중단은 바이든의 다짐인 기후 변화 위기 대처에도 도움이 된다. 훈련에 동원되는 장비와 무기가 내뿜는 탄소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군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국가 단위로 환산하면 세계 47위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 여름엔 코로나19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코로나19 방역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안정도 대단히 중요하다. 일본의 스가 정권도 내심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이고 평화적인 개최를 위해 대규모의 군사훈련 실시를 중단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를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일본을 '협력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면 대북 군사 태세와 전시작전권 환수는 어떻게 되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생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요란하고 크게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작게 하면 된다. 또한 전작권 전환의 최적의 조건과 환경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와 대규모 군비증강에 있지 않다는 것도 자명해졌다. 북한의 반발을 야기해 전작권 환수의 조건과 환경이 멀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전작권 환수 시기를 제안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에 매진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의 최적의 조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에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또 한 가지. 문재인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군비증강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비핵화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비핵화는 북미관계가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남북관계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군사력 균형 차원에서 그렇다. 그런데 적어도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비핵화 여건은 더욱 악화되었다.
2017년 남한의 군사력은 세계 12위로, 북한은 18위로 평가되었었다. 2021년에는 남한 6위, 북한 25위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5년간 국방비로 300조 원을 쏟아 붓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중기계획을 볼 때,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북한의 군사력 격차가 벌어질수록 북한은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데에 더욱 주저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핵과 미사일에 더욱 집착할 공산이 크다. 역대급 군비증강을 통해 자주국방을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 결과 자주국방의 길도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때이다.
다음에 이어질 글 : 바이든의 미국과 한반도(4) 이란 핵협정을 주목하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wooksik@gmail.com)]
"북한은 미국의 새로운 행정부가 들어올 때마다 미국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전략적 도발을 일삼았다."
국내외 많은 대북 전문가들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그리고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서도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나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이른바 '북핵 문제'가 불거진 이후 미국 행정부는 클린턴-부시-오바마-트럼프를 거쳐 바이든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럼 위에서 인용한 공식(?)은 얼마나 진실에 부합할까?
북한은 1993년 3월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클린턴 행정부 출범 두 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그리고 이 선언은 미국의 신임 행정부의 관심을 크게 끌었다. 하지만 북한이 다짜고짜 이런 선언을 한 것이 아니었다. NPT 탈퇴 발표에는 노태우 대통령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이 1992년 1월 중단하겠다고 선언한 한미연합군사훈련 '팀 스피릿'을 한미 국방장관들이 재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2000년 미국 대선에선 조지 W. 부시가 앨 고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데 도발을 한 쪽은 북한이 아니라 부시 행정부였다. 부시 행정부는 취임 직후 북미 협상을 중단하고 북한의 위협을 구실로 삼아 미사일방어체제(MD) 구축을 선언했다. 또한 북한을 핵선제 공격 대상에 올려놓았고 2002년에는 북한을 이란, 이라크와 함께 "악의 축"으로 지목했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한 2009년에는 어땠을까?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의 강력한 경고와 간곡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4월 5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했다. 소형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이를 '위성의 탈을 쓴 탄도미사일'로 간주하고 유엔 안보리로 가져갔다. 또한 대북 특사 파견 등 적극적인 관여 정책을 뒤로 미루고 전략적 인내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당시 북한의 로켓 발사는 분명 유감스러운 것이었다.
하지만 그 이전 상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오바마 행정부 출범 직후 북미간의 신뢰 구축 차원에서 2-3월에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강하게 요청했다. 하지만 한미 양국은 군사 훈련을 강행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한미에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유고를 '북한급변사태' 범주에 포함시키고선 급변사태 발생시 한미연합군을 투입해 무력통일을 달성하겠다는 발언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이 연합훈련에 포함되었다고 밝혔다.
역지사지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자. 북한의 지도자가 뇌관련 질환으로 쓰려져 와병 상태에 있는데, 한미가 김정일이 사망하면 무력통일을 시도할 수 있다는 발언과 군사훈련을 하는 것을 보면서 북한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북한은 이 시기에 핵무장을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에 이어 불과 50일 만에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조선반도 비핵화의 종언"을 언급한 것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원본보기▲북한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미 본토를 겨냥할 수 있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했다. 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2009년의 악순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이 사례를 소개한 이유는 2021년 상반기에 2009년의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자는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약속했던 트럼프를 비난했었다. 또한 10월 14일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선 "한반도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의 지속 필요성을 재확인"하고 말았다. 이에 따라 2021년 2-3월에 한미훈련이 실시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변수이지만 말이다.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및 무너진 남북관계 회복의 풍향계로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삼게 될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 초에 한미군사훈련이 실시되면 한반도 정세는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2009년과 흡사한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타날 수 있다. 하나는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형 ICBM 시험발사부터 단거리 발사체 시험 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사적 대응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다.
또 하나는 '북한식 전략적 인내'이다.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인내'는 미국만의 선택지가 아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세 차례에 걸쳐 미국 대통령을 만났었다. 하지만 트럼프가 약속한 것들 가운데 지키진 것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북한은 미국의 적대시 정책 철회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며 "장기전"을 예고한 상황이다. "자력갱생"으로 인내하면서 한미의 태도 변화를 압박하고 기다리겠다는 취지이다.
그런데 북한의 눈에는 한미연합훈련 실시가 적대시 정책의 철회가 아니라 강화로 비춰지게 된다. 미국이 대화하자고 해도 북한이 대화에 응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 안팎에 팽배한 인식, 즉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를 강력히 원한다"는 것이 '흘러간 옛 노래'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여 문재인 정부가 선택해야 할 길은 자명하다. 한미훈련 취소나 연기를 발표해 2009년의 되풀이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새로운 시작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북한의 당대회에 앞서 이러한 발표를 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이다.
명분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바이든 당선자가 국정 과제 1호로 선정한 코로나19 대처에 집중하고 협력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취소하거나 연기하자고 제안할 수 있다. 또한 연합훈련 중단은 바이든의 다짐인 기후 변화 위기 대처에도 도움이 된다. 훈련에 동원되는 장비와 무기가 내뿜는 탄소가 대단히 많기 때문이다. 참고로 미군이 배출하는 탄소량을 국가 단위로 환산하면 세계 47위 수준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내년 여름엔 코로나19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이 예정되어 있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코로나19 방역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안정도 대단히 중요하다. 일본의 스가 정권도 내심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북일 정상회담이 성사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이고 평화적인 개최를 위해 대규모의 군사훈련 실시를 중단하자고 제안하면서 이를 솔선수범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뿐만 아니라 한일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한반도 평화의 '훼방꾼' 일본을 '협력국'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미연합훈련을 취소하면 대북 군사 태세와 전시작전권 환수는 어떻게 되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도 생각을 달리 할 필요가 있다. 요란하고 크게 연합훈련을 실시할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작게 하면 된다. 또한 전작권 전환의 최적의 조건과 환경은 한미연합훈련 실시와 대규모 군비증강에 있지 않다는 것도 자명해졌다. 북한의 반발을 야기해 전작권 환수의 조건과 환경이 멀어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를 상대로 전작권 환수 시기를 제안하면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에 매진해야 한다. 전작권 환수의 최적의 조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진전에 있다는 발상의 전환을 가져야 한다.
또 한 가지. 문재인 정부는 사상 최대 규모로 이뤄지고 있는 군비증강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비핵화 문제만 놓고 봐도 그렇다. 비핵화는 북미관계가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남북관계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 특히 군사력 균형 차원에서 그렇다. 그런데 적어도 군사적 측면에서 볼 때, 비핵화 여건은 더욱 악화되었다.
2017년 남한의 군사력은 세계 12위로, 북한은 18위로 평가되었었다. 2021년에는 남한 6위, 북한 25위로 그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5년간 국방비로 300조 원을 쏟아 붓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방중기계획을 볼 때, 격차는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남북한의 군사력 격차가 벌어질수록 북한은 핵포기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리는 데에 더욱 주저하게 될 것이다. 오히려 핵과 미사일에 더욱 집착할 공산이 크다. 역대급 군비증강을 통해 자주국방을 실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선택이 한반도 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 결과 자주국방의 길도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할 때이다.
다음에 이어질 글 : 바이든의 미국과 한반도(4) 이란 핵협정을 주목하라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wooksik@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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