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헤르손 장악, 우크라에는 뼈아픈 손실
박효재 기자
입력 : 2022.03.04
인구 30만의 크지 않은 도시지만
친러 반군 세력 연결 통로 가능성
주요 수원지의 통제권도 넘어가
사진 크게보기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이 3일(현지시간)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장악됐다. 헤르손은 인구 30만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주요 수원 통제 지역인 데다 친러 반군세력 간 연결 통로가 될 수 있다.
헤르손 시당국은 이날 러시아군이 시의회 건물로 진입하고 주민들에게 통금령을 내렸다면서 사실상 러시아군 점령을 인정했다. 러시아군은 전날 밤 헤르손에 진입해 검문소를 설치하고 기차역, 항구, 관공서를 장악했다.
러시아군의 헤르손 장악을 두고, 알자지라는 우크라이나군에게는 뼈아픈 패배로 “이번 전쟁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선 러시아군은 헤르손 장악으로 친러 반군세력 집결이 한결 수월하게 됐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 중 러시아가 2014년 병합한 크름반도(크림반도)와 가장 가깝다. 러시아군이 남동부의 다른 항구도시 마리우폴까지 장악하면 친러 반군세력 집결지인 동부 돈바스와 연결된다.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에 분리돼 있던 친러 반군세력이 한곳에 모여 지원사격에 나서게 돼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러시아군이 아조프해에 면한 마리우폴까지 장악하게 되면 우크라이나군으로선 흑해를 통한 남동부 해상 보급선이 끊기게 된다. 헤르손에서 서쪽으로 약 150㎞ 떨어진 남서부 항구도시 오데사까지 러시아군에 넘어간다면 흑해 전체가 봉쇄돼 사실상 해상 보급이 불가능해진다.
러시아군은 헤르손 장악으로 주요 수원지를 통제할 수 있게 됐다. 드니프로강과 흑해를 잇는 헤르손은 러시아에 병합되기 전 크름반도로 담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2014년 러시아로 병합된 크름반도를 고립시키기 위해 헤르손에 댐을 지어 북크름 운하를 막았다. 이 조치로 담수가 85%까지 줄어들어 주민들이 극심한 물부족을 겪었다고 BBC는 지적했다. 러시아군은 헤르손 진입 첫날 이 댐을 파괴한 것으로 전해진다.
헤르손 장악 이후 러시아군은 남동부 항구도시들을 중심으로 무차별 공격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마리우폴의 민간인 지역과 인프라 시설에 공습이 집중됐다. 헤르손 인근 소도시 베르단스크와 멜리토폴은 러시아군에 넘어갔다.
유럽 최대 규모의 자포리지아 원전도 러시아군의 공격을 받았다. 방사능 확산 위험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2도시 하르키우에서는 이날도 민간 지역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지난 24시간 동안 민간인 34명이 숨지고 285명이 다쳤다. 수도 키이우(키예프) 북쪽 체르니히우에서는 전날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최소 22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었다고 우크라이나 당국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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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경향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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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침공 9일째 - 전쟁과 규칙 혹은 전쟁을 위한 규칙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에 포격해 모두가 가슴을 철렁한 하루였을 것이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군이 점령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이 점령당했다. 주요 도시가 러시아군에 함락당한 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에는 뼈아픈 손실인데 지도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된다. 러시아군의 흑해연안 봉쇄-돈바스 반군과 연결- 남쪽에서 키예프로 북상해 양면 포위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 고리를 완성하려면 가운데 끼어 있는 마리우폴을 함락해야 해서 연일 거친 공격이 이어지고 있고 점령 후 공개처형 이야기도 나돈다.
*젤렌스키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러시아를 제소했다. ICC는 어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범죄 조사 착수에 나섰다. 전쟁 중에 법과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 생각도 들지만, ICC 조사 발표 다음에 헤르손이 점령당했다는 사실에 먹먹하다. 이런 움직임들이 전쟁 중 반드시 벌어지고야 마는 범죄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마도 아주 조금.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2차 평화협정에서도 합의한 게 있다. 민간인 대피로를 보장하는 것. 바꿔 말하면 민간인들은 모두 내보내고 러시아군이 총공세를 가해 우크라이나군을 전멸시킬 수 있다. 시리아에서 이미 한 일이라 한다. 전투 중 벌어진 일이므로 전쟁범죄가 아니다. 전쟁이 벌어질 때 남성들은 모두 징집하고 여성과 어린이를 내보내는 것은 '무장하지 않은 시민'에 관한 인도주의인가, 여성과 어린이가 살아남으면 그 공동체는 다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인 것일까. 전쟁의 잔혹성과 함께 국가-군인-시민의 관계, 또 젠더와 병역의 관계에 관해 정리하기 어려운 많은 생각이 든다.
*헤르손 점령 사실은 최종적으로 헤르손시장이 확인했다. 마리우폴 등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이다. 각 도시의 최고지도자는 시장인 것처럼 보인다. 중앙정부도 마찬가지이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러시아 전투기 몇 대 격추했다 등 전황에 관해서만 보고한다. 전사자 등 피해현황은 내무부가, 대외 메시지는 외교부가, 메시지 전체 총괄은 대통령이 한다. 뭐랄까. 전쟁 중인데 확실히 군은 민의 통제를 받고 있다. 전쟁 중에도 규칙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당연한 거 아닌가 싶지만 2차대전 일본... 그리고 툭하면 군복입고 다니는 국내 정치인들...
*러시아 역시 민이 군을 감시하는 구조가 마련돼 있다고 한다. 한국의 유가협, 민가협 어머니들처럼 러시아병사어머니위원회가 해낸 일이다.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롯한 각종 전쟁으로 아들을 잃은 어머니들이 만든 제도적 진전이다. 러시아판 이등병의 편지가 몇 번이고 울리고 피 묻은 군번줄이 쌓이고 쌓여 돌아가야(그 자리에서 소각한다는 말도 들린다) 끝날 것인가.
*원전에 대한 비판 중 하나가 바로 시민이 통제 못하는 전문가의 거대한 영역이 생겨버리고 만다는 것. 그것이 나머지 사회 구조를 뒤틀어버린다는 것. 그리고 비대칭전력을 무기화하는 푸틴 앞에서 모든 게 뒤틀리고 있다.
*전시총동원 체제의 국가와 전쟁, 국제법. 책으로 배웠던 이론이나 개념들이 현실적으로 잔인하게 펼쳐져 메스껍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질 때 이 전쟁이 끝나겠지만 인류의 양심과 이성에 대한 호소 없이는 그 불가능에 달하는 일은 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국제정치에서 이상주의는 경멸당하곤 하지만 강자가 전쟁 명분으로 내세울 때 황당한 것이지 현실적 힘에서 밀리는 약자가 발휘할 마지막 무기인지도 모르겠다.
*딱 6~7개월 전 열심히 썼던 아프간 여성들은 지금 어쩌고 있나. 분쟁지역의 수많은 여성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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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헤르손 장악, 우크라에는 뼈아픈 손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헤르손이 3일(현지시간) 주요 도시 중 처음으로 러시아군에 장악됐다. ...
30 comments
Hyunjoon Shin
이미 러시아가 전쟁에서 완승할 가능성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전선도 수일째 교착된 상황입니다. 동남부의 지역을 몇 개 더 점령할 수는 있지만 그게 전략적으로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이런 교착 상태에서 희생이 더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죠. 그 점에 중점을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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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신현준 그러게요ㅜㅜ그걸 막을 방법이 안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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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jin Park
우크라이나 남부에서의 러시아의 승리도 전략적으로 중요합니다. 이유는 서쪽의 오데사 그리고 동쪽의 마리우폴이 러시아손에 넘어가면 우크라이나는 내륙국가로 전락합니다. 그리고 헤르손이 점령당하므로서 우크라이나의 중요한 물류망인 드네프르 강을 이용한 물류망이 소멸당했습니다. 즉 우크라이나는 해상물류망과 내부하천물류망이 동시에 사라집니다. 즉 우크라이나의 수출입이 매우 어려워지고 물류비용이 급증하게 됩니다.. 폴란드,루마니아를 통해서 육로를 이용하는 방법은 속도도 느리고 가격도 크게 올라가는 단점이 있고 지역에 따라 뺑 돌아가는 문제점이 추가로 생깁니다. 즉 우크라이나 밀의 주 소비자인 이집트나, 사우디등의 중동국가들과의 거리가 현격하게 멀어집니다.. 즉 그리 간단한 이야기가 아니고 그래서 우크라이나도 이걸 알고 우크라이나군이 목숨을 걸고 사수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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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joon Shin
박은하 박은하 기자의 막으려는 마음이 저들에게 전달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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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unjoon Shin
박은하 제가 불편한 것은 많은 사람들의 말과 글이 전쟁으로 인한 희생을 막고 줄이려고 쓰는 글로 보이지 않고 자기 지식과 사상(?)을 과시하면서 혐오를 조장하는 글로 보일 때입니다. 그럴 때 그 저자들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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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ung Soo Ha
기자님 더욱많이 자세히 꾸준히 보도해주세요. 큰힘이됩니다.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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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하
하승수 감사합니다~ㅜㅜ동료들이 애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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