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종교 5] 국제창가학회
지금까지 대선과 종교에 대해 내가 쓴 여러 개의 글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옹호하는 글이 아니다. 다만 지나친 추측(귀추법)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가짜 뉴스가 양산되고 있어 적는다.
아래 사진을 내걸고 윤 후보가 일본 무속, 왜색 사이비 신흥종교, 일제침략 군국주의를 지지한 일련정종, 일본 우익 정당 공명당과 연관이 있는 결정적 증거라고 거품을 품는 이들이 있다. 심지어 유명 신학자까지 이 사진을 내걸고 신흥종교-군국주의-우익을 거론하며 그의 정신 상태를 우려한다. 왜색 불교를 비판하는 항일민족주의가 저변에 흐르고 있지만, 바른 비판이 아니다.
1. 명칭의 문제
남묘호란겐쿄가 아니라 국제창가학회(Soka Gakkai International)이다. 남묘호란겐쿄는 妙法蓮華經에 귀의한다는 뜻으로 “나무 아미타불”과 같은 짧은 경문(기도문)이다. 국제창가학회라고 칭하지 않고 남묘호랑교나 남묘호란겐쿄라고 하는 것은 정토종을 ‘나무아미타불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창가(創價)란 가치 창조의 뜻이다.
2. 신흥종교라는 말
정식 조직은 1930년(창가교육학회)이므로 일본 불교계 신흥종교이지만, 그 가르침은 일본의 불승 니치렌(日蓮, 1222~1282)이 주창한 불법(佛法)을 근간으로 하므로, 다른 신흥종교와 다르다. 니치렌의 가르침을 따르는 일본 불교 종파는 일련종으로, 루터교회나 칼뱅의 장로교회보다 250-300년 가까이 앞선다.
3. 1930년대 일본 군국주의와의 관계
창가교육학회는 군국주의를 지지한 일련종의 한 분파인 일련정종(日蓮正宗, 후지산의 대석사가 본사)과 이를 반대한 ‘창가학회’로 분립되었다. 일련정종의 논리는 신본불적론(神本佛迹論)으로 일제의 국가신도에 굴복했다.
4. 공명당
창가학회가 후원하는 정당이 공명당이다. 과거에는 공산당과 협력했으나 오랫 동안 자민당과 연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야스쿠니신사참배 반대, 히로시마 한인 원폭 피해자 위령제, 서대문형무소 방문 사죄 등에서 보듯이 아베의 정책에 반대하는 독자 노선, 친한 노선을 걷고 있다.
5. 액자
한국 국제창가학회 신도들은 이런 액자를 집에 잘 걸지 않고, 일본에서 창가학회 신도들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의 학회 신도들이 이를 집에 걸어 놓는다고 해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일본의 창가학회와 가깝다고 해서 이것을 근거로 친일파나 일본파병 찬성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따라서
(1) 일부 한국의 신학자들이 80년대 대학 시절 자신의 좋지 못한 경험에 근거해서 국제창가학회를 사이비 종교처럼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당시 내 영문과 동기가 중요 직책에 있었다.) 법화경을 주 경전으로 하는 불교의 정식 한 종파이다. 현재 한국에서는 건전한 불교의 한 종파로 활동하고 있다.
(2) 향후 한일관계를 정상화하려면 공명당과의 우호적 관계가 필요하고, 그 배후에 있는 일본 창가학회와도 외교적 관계가 필요하다.
(3) 어떤 정치가가 국제창가학회/불교와 가깝다고 해서 문제 될 것이 없다. 어떤 대선 후보가 친척인 몰몬교도 집에 가서 몰몬경을 펼치고 있는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문제가 될까? 지인인 퀘이커 교도 집에 가서 사진을 찍었다고 문제가 될까? 한국은 기독교 국가가 아니다.
(4) 일본 종교라고 해서 그 신도들을 친일파 운운하는 것은, 마치 미국 종교인 몰몬교를 신봉하면 친미파, 장로교(미국 장로교가 우세하므로)를 믿으면 친미파, 성공회 교회 다니면 친영파로 모는 논리와 유사한 유치한 억측이다. 조선시대 성리학을 받들던 종가 집에 가서 제사에 참예하면 친중파인가?
(5) 이 사진이 나오기 이전에는 윤 후보를 한국 무속-주술과 연관시켜 비판했다. 그런데 모 유투브 방송이 신천지, 창가학회와의 연관성을 애써 캐어 연결시키려고 하면서 이제는 용어도 없는 '일본 무속'을 거론하고 있다. 창가학회는 무속이 아니고 불교다. 일련정종을 반대하는 창가학회다.
이 사진 한 장으로 그 모든 것을 연관시켜 비판하는 상상력과 귀추법적 추론에 놀랄 뿐이다. 자기 나름대로 연결, 유추하는 귀추법이 바로 역술인이나 무당이 (맞을 수도 있지만) 오류를 범하는 논증의 방법이다. 맞으면 용하고, 틀리면 말고 식의 글과 영상은 그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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